'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111건

  1. 2018.12.11 [사설]홍남기 부총리 취임, 경제활력 되찾는 계기 되도록
  2. 2018.12.06 [사설]청와대 기강 해이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
  3. 2018.11.30 [사설]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에 담긴 ‘민심의 경고’ 새겨야
  4. 2018.11.14 [정동칼럼]연금보험료 1%의 마법
  5. 2018.11.09 [사설]국민연금 개혁, 힘들더라도 더는 늦추기 어렵다
  6. 2018.11.08 [사설]‘선거연령 18세 하향’ 더 미뤄서는 안된다
  7. 2018.11.06 [사설]협치의 제도화 첫발 뗀 여·야·정 협의체, 기대가 크다
  8. 2018.11.02 [사설]“함께 잘살자”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정책으로 성과 내야
  9. 2018.10.26 [사설]경찰의 뿌리는 임시정부, 경찰의날도 바꿔야
  10. 2018.10.24 [사설]한국당, 정부의 평양공동선언 비준 비판할 자격 있나
  11. 2018.10.17 [사설]대북 제재는 비핵화의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순 없다
  12. 2018.10.04 [사설]“야당 반대는 다수 여론 아니다”라는 청와대의 위험한 인식
  13. 2018.10.02 집 나가는 토끼에 대하여
  14. 2018.10.02 [사설]군사 퍼레이드 생략한 국군의날 기념식 뭐가 문제인가
  15. 2018.09.28 [여적]조인식 펜
  16. 2018.09.27 [사설]화해도 치유도 없었던 ‘위안부 재단’, 해산은 당연하다
  17. 2018.09.21 [기고]남북의 지질유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18. 2018.09.21 [여적]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연설
  19. 2018.09.21 [사설]전 세계가 지지하는 평양선언 혹평하는 자유한국당
  20. 2018.09.20 [사설]김정은 서울 방문·전면 ‘무력’ 금지, 불가역한 남북관계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본격 출범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투자 등의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소득격차는 확대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여건까지 악화되면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라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고, 진보진영은 개혁이 후퇴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어 정부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2기 경제팀을 이끌 홍 부총리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류효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 부총리는 무엇보다 싸늘해진 경제심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호전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체감경기와 직결된 고용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존 주력산업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의 하나인 혁신성장이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혁신경제로 나아갈수록 소득격차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혁신경제의 흐름에 올라탄 소수는 소득이 늘겠지만 그러지 못한 기존 산업의 구성원들은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혁신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규제완화와 함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부(富)를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예산 중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지원과 관련된 부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조기 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 노동계와 재계가 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것도 홍 부총리의 과제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노동계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부딪치며 타결 막판에 결렬된 상태다. 광주시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도 나서서 노동계와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난제들을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주 발표될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홍 부총리가 제시하는 한국 경제의 희망이 보이길 기대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라는 요지의 지시를 했다. 이어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청와대의 대처가 대체로 잘 이뤄졌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고강도 청와대 쇄신책을 낼 것이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미흡한 조치다. 매우 실망스럽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체코와 뉴질랜드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세번째) 등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수사관들의 일탈 행동이며,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의 대처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은 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경찰 수사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어 골프접대, 셀프승진 시도 등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고, 청와대 자체 감찰과정에서 이들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집단항명’ 사태를 일으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감반 전원 교체도 초유의 일이다. 한데도 청와대는 검경의 감찰결과를 지켜보자고만 할 뿐 쏟아지는 의혹에 함구로 일관해 왔다. 이렇게 파문이 커진 데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시인도 사과도 설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도 이런 느슨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 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2월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을 언급하며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 이 액자는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에 걸려있다. 문 대통령 말대로 현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과거 정권의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주력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공직자 기강을 감시하고 기강을 다잡는 당사자들이 되레 기강을 문란케 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잘못은 드러내고 일벌백계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지금 시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스스로에게 추상처럼 엄격한지 묻고 있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인 48.8%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9주 연속 하락해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부정 평가는 45.8%에 달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3.0%포인트에 불과해 이런 추세라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한 모양이다. 지지율 하락의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우호적이었던 50대 장년층도 부정평가 우세로 돌아섰다. 지지율 하락세가 구조화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지지부진한 개혁,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내부 분열 등이 중첩돼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얼미터는 “고용과 투자 등 경제지표가 몇 달째 저조하게 이어지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적폐청산’을 제도화로 이끄는 개혁 작업이 부진한 데다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 ‘혜경궁 김씨’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을 약하게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의 주변 지지층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의 성과 부족이 민심 이반을 추동하는 양상이다. 실제 ‘일자리정부’를 내세웠으나 성과는커녕 고용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양극화는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권이 정책을 실행하고 개혁을 추진할 힘을 부여받는 토대다. 지지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부정평가가 더 높아지면 그 추진력이 약해지고, 정책이나 개혁 수행은 더욱 어려워진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으로는 압도적으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힌다. 이제는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우선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각종 개혁을 추진해갈 동력도 쇠잔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외양만 부드러웠을 뿐 실은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대목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협치의 실종, 소통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까닭을 살펴야 한다. 얼마 후면 집권 3년차, 집권 중반기에 진입한다.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는 민심의 경고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의 자세와 방향을 벼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방안에서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란다.

당황스럽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재정계산은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대체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요청되고, 대체율을 상향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되돌려 보내다니.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는 순간 2015년 연금 논의가 떠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체율 인상이 내키지 않았으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막판에 청와대 반대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던 실무합의안이다. 작년 대선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50%를 거듭 주장하며 ‘2015년 국회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합의했던 내용’임을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보험료율.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대체율 50%, 보험료율 10%’ 방안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적어 의아해했지만,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소진연도가 2060년임에는 변화가 없기에 선택 가능한 조합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국민연금에서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체율 10%에 부응하는 필요보험료율이 약 4~6%이다. 대체율 50%를 제안하려면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떻게 ‘1%의 마법’이 나올 수 있었을까?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전반전에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후반전에는 급여를 받기만 하는 제도이다. 아동수당, 기초연금처럼 현세대가 세금을 내고 동시에 수당을 받는 일반 복지제도와 달리 국민연금에선 유독 재정구조에 시차가 존재한다. 보험료율·대체율이 한묶음으로 결정되어도 전반전에는 보험료율이, 후반전에는 대체율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2015년 합의안대로 가면 1% 보험료율 인상은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10% 대체율 인상은 가입자가 은퇴하는 30~40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현실화된다. 2015년 기준에서 2060년까지는 주로 보험료율 인상이 작동하는 시기이다. 1%만 올려도 소진연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유이다.

문제는 소진 이후이다. 이때는 수급자가 늘어나고 50% 대체율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에 재정 지출은 더 커지고 그만큼 미래세대의 짐도 무거워진다. 결국 마법이 아니었다. 재정구조의 시차가 낳은 착시일 뿐이다. 하마터면 전반전만 보고 재정이 괜찮다고 판단해 국가대사를 결정할 뻔했다.

혹시 대통령은 2015년의 마법을 떠올리고 있을까? 그래서 보험료율을 조금만 올리고도 대체율 50%가 가능한데 더 높은 보험료율 수치를 들고 온 복지부가 못마땅했을까? 지난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의 임명은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탠다. 김 수석은 2015년 당시 문재인·김무성 합의를 이끈 실무기구의 공동위원장으로서 ‘50%·10%’ 방안의 논리를 제공했던 당사자이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재정 시차에 대한 이해는 무척 중요하다.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각각 효과를 낳는 시기도, 연금액을 결정하고 실제 지급하는 세대도 다르기에 긴 시야에서 세대를 관통하는 인식이 요청된다. 늘 우리 세대 눈높이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하는 까닭이다.

종종 등장하는, 설령 기금이 소진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주장 역시 현세대 편향을 보여준다. 적립금 없이 당해 보험료로 연금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방식은 전환 시기 앞뒤 세대의 재정 몫이 비슷해야 가능하다. 부과방식의 모범으로 소개되는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현재 우리와 비슷한 대체율에서도 대략 소득의 19%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서구에서 세대 간 연대의 열매인 부과 방식이 한국에선 현세대의 책임 회피 논리로 활용되니 말문이 막힌다.

대통령은 배려와 공평을 중시하는 분이다. 복지부안을 반려한 배경에는 서민 가계를 걱정하는 선의가 바탕에 있다 믿는다. 그 마음이 현세대 국민뿐만 아니라 미래 아이들까지 품기를 바란다. 초고령시대를 맞이하여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모양새이니, 대통령도 2015년의 기억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구조에 대한 재인식이 절실하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개혁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개혁안을 반려했다. 당초 복지부는 자체 마련한 개혁안을 오는 15일 공청회에서 여론을 수렴한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혁안을 공개하기도 전에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국민연금 개편 작업이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보험료율 인상이 제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개혁안에 담긴 보험료율 인상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경기 침체로 생활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는 복지부의 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년도 건강보험료 3.49% 인상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청회를 눈앞에 두고 연금 개편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저부담·고급여 체제로 설계됐다. 처음 70%였던 소득대체율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조정으로 40%로 인하됐다. 3%로 시작한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0년째 변동이 없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이 지나치게 낮아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어렵고, 납부 보험료도 적어 연금재정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에 변화가 없다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연금재정 안정 및 노후소득 보장 방안으로 소득대체율 45~50% 상향 조정, 보험료율 12~15% 인상안을 이번 개혁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이후에는 노후소득 보장 확대를 누누이 강조했고, 국민연금 국가지급보장도 명문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금재정의 안정이다.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 외에 다른 묘수가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보험료 인상을 말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물러설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연금 개혁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을 시도하다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손을 턴 무책임한 보수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치개혁의 숙제로 남아있는 ‘선거연령 18세 하향’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하면서다. 선거연령 하향은 그간 찬성 입장을 보인 다른 4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당이 선거연령 하향 논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어제 3차 회의가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마침 정개특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런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관련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선거연령을 19세로 묶어두는 것은 참정권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선거연령이 19세인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즉에 선거연령 하향 권고의견을 냈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밝혔다. 정치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척박한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만 18세는 취업과 혼인, 운전면허 취득,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을 할 수 있고 병역 의무자로서 군입대가 가능한 연령이다. 국방, 교육, 납세, 근로 등 국민으로서 주요 의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할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적 의견들이 미래의 정책 결정에 더 반영되어야 할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더 넓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옳다.

‘선거연령 18세 하향’ 논의에 참여하기로 한 한국당은 더는 목전의 작은 이해에 급급해 시대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번 정치개혁특위에서 무엇보다 선거연령 하향 문제를 논의해 입법화의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5일 첫 회의를 열었다. 오찬을 겸한 만남은 2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할 말을 다 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한 뒤 성의있게 답변했다고 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경제와 민생상황이 급박하고 엄중하다는 데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며 “첫 출발이 좋다”고 했다.

모처럼 발맞춘 국회·정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바른미래당 김관영·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회동 테이블에는 한반도평화, 경제 활성화, 탈원전, 채용비리, 선거제 개편 등 최근 여야 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 현안 대부분이 올랐다. 여야는 회의가 끝난 뒤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며 총 12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초 자기 주장만 내세운 채 알맹이 없이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이다.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규제혁신 신속 추진 등 2개항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이렇게 하면 된다. 시각차가 클수록 대화가 필요하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것이다.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향후 국회에서 장단점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반대하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모처럼 여야가 시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기조를 잘 이어가면 그동안 말만 무성하고 진척이 없었던 협치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본다. 남은 과제는 회동에서 나왔던 말들이 결코 구두선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는 구체적으로 실천됐을 때만이 가치가 있다. 이 중 일부는 원론적 합의일 뿐 실무 추진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공감한다면 작은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 간의 두 번째 월례모임도 열렸다. 비록 주요 쟁점에서 의견 일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다. 회동 한 번으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여야 간 의견 차가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논의할 게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고 했다. 대통령이 정치권에 협치의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첫발을 뗀 여·야·정 협의체가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고 국정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의 1일 국회 시정연설은 지향점이 분명했다. 심각해지는 경제, 민생 문제의 해법으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포용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인, 보수야당 등에서 요구해온 정책기조 전환은 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극화 문제 해결을 경제 분야의 급선무로 내세웠다.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역대 정부도 인식해 복지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존의 성장 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양극화 해결 방법으로 대증요법이 아닌 경제적 체질 개선이라는 근본 처방을 제시했다. 심화되는 불평등이 지속 가능을 위협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면에서 온당한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경제기조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힘겨운 분들도 생겼다”면서 “그러나 ‘함께 잘살자’는 정책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려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으로만 치부하기엔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 때보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했다. 경제와 민생의 절박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로 받아들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에만 정책을 올인하지는 않았다. 시정연설 중 ‘경제’를 27번 언급한 문 대통령은 포용(18번)보다 ‘성장’(26번)을 더 많이 언급했다. 실제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공급’ 중심의 정책인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를 곳곳에서 피력했다.

무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문 대통령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설파했다. 경기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2년 연속 초과 세수로 인해 재정 여력도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 최대로 늘어난 부문이 ‘일자리 예산’이다. 양극화 심화와 직결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확대하자는 취지일 터이다. 하지만 올해도 막대한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벌써부터 야당이 일자리 예산 대폭 삭감을 벼르는 이유이다. 재정 투입을 통한 일자리와 함께 민간 영역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일으키는 실효적 정책이 제시되어야 매머드 일자리 예산안의 당위가 더 확보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10월21일은 경찰의날이다. 해마다 경찰은 이날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현 경찰의날은 1945년 해방 후 당시 미군정(美軍政)이 경무국을 창설한 날에서 비롯됐다. 1957년 11월 내무부 훈령에 따라 이날을 경찰의날로 지정했고, 1973년 제정된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확정됐다. 그러나 경찰의 뿌리는 1919년 11월5일 임시정부가 설치한 경무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당시 백범은 경무국이 임시정부 청사를 경비하고 주요 인물들을 경호하게 했다. 또 일제의 정탐을 방지하고 밀정을 찾아내는 등 경찰 조직으로서 기능을 수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치사를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73회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는 임시정부 김구 선생에 있다”고 했다. 이어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고 했다. 경찰의 효시가 일제강점기 이후 미군정기의 과도기적 조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헌법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적시돼 있다. 미군정 경무국이 창설된 날을 기준으로 삼는 현 경찰의날은 대한민국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최근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여러가지 제도·구조개혁을 준비하며 인권경찰, 민생경찰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친일 경찰’을 재기용한 것은 경찰의 대표적인 오욕의 역사 중 하나다. 이제 시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터에 경찰의 첫 시작을 임시정부 경무국 창설일로 바꾸는 것을 논의해 볼 때가 됐다. 정부는 지난 5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철도의날’을 변경한 바 있다. 경찰의날도 역사적 정체성과 자긍심 회복을 위해 변경이 필요하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 비준했다. 두 합의서를 비준함으로써 남북 간 교류협력에 안정성을 더해 남북 간 군사 긴장완화 조치를 이어가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을 부득이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반발했다.

순서로 보면 판문점선언이 국회에서 비준동의된 뒤 평양선언이 비준되는 게 바람직하다. 판문점선언이 시기적으로도 앞서는 데다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진행 과정을 보면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은 불가피했다. 문 대통령이나 정부로서는 마냥 손을 놓은 채 상황이 풀리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북핵 협상이 더뎌지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비핵화를 추동하는 조치가 절박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0월1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평양선언 비준동의는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 알맹이에 해당하는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는 비준이 필요 없다고 하는 인식 자체가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여태 막아선 것도 모자라 그 하위 합의문의 대통령 비준까지 하지 말라니 이런 억지가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해석을 비판한 것도 말이 안된다. 그동안 6·15 남북공동선언이나 10·4 남북정상선언 등도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비준으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를 계속 문제 삼는다면 억지 주장으로 안보 불안을 조성해 당리를 꾀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교류협력 강화는 물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평양선언 비준이 향후 한반도 군사 긴장완화 조치를 넘어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할 일은 더욱 분명해졌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비준 선후를 시비하지 말고 즉각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나서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단계적 제재 완화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구상은 문 대통령의 그간 발언들에 비해 반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계속 실천하고 되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유엔 제재가 완화돼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당시 발언에 비해 이번 구상은 적절한 시기의 제재 완화가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데에 강조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 다르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연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 비핵화 협상 시나리오를 조금만 진지하게 그려본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점수를 매기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입구’부터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정도로 비핵화가 진척된 단계에 이르러 ‘당근’을 주자는 구상에 이의를 달 이유는 없다. 비핵화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문 대통령의 능동적인 판단을 지지한다.

문제는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여전히 완고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도 대북 제재를 강력하게 고수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4일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에 깊이 전념하고 있으며 그때까지 제재 이행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북한 관련 제재 대상자 및 법인과 거래할 경우 세컨더리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경우 비핵화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단선적인 사고다. 북한은 오랜 제재 속에서도 나름의 체제 내구성을 유지한 채 경제를 성장시켜왔다. 북한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견디지 못해 대화노선으로 전환했다고 보는 것도 오산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오히려 제재를 유지하면 북한이 핵을 버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이른바 ‘제재의 역설’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대해 본격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시기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비핵화의 수단에 불과한 대북 제재를 불변의 목표로 간주하는 듯한 ‘가치전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북·미 비핵화 협상 2라운드를 앞두고 제재 문제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북한에 대해 중재안을 내놓은 셈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구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의 오랜 관성에 길들여진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공론화 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북·미 협상의 촉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검토될 것을 기대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야당이 반대해온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유 후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반의회적 폭거”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유 장관은 여느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의혹과 흠결의 건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야당 말마따나 장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문제들일 수 있고, 한편으로 과거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결정적인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은 찬반 양론이 맞서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 수장의 공백 사태를 더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인사청문 절차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유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이 국민 다수의 여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권력자가 시민을 앞세워 국회를 공격하고 나설 경우 자칫하면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反)정치주의로 흐를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정부의 치명적인 잘못은 야당과 반대 시민을 적으로 몬 것이었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 장관은 ‘적합(40.7%)’, ‘부적합(39.0%)’ 여론이 팽팽했다. 청와대는 무엇을 근거로 ‘다수 여론’을 거론했는지 모르나 최소한 임명에 앞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후보를 청문회에 올린 데 대해 먼저 사과라도 했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든 말든 임명할 거면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하느냐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한술 더 떠 김 대변인은 야당의 반발로 민생법안 처리 등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 “유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협치가 이뤄지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상황을 보면 그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유 장관 진퇴에 상관없이 지금 국회 상황을 ‘협치 난망’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민생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약속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가뜩이나 정국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예산정보 유출’ 논란으로 꼬여 있는 상황이다. 서로 마주 달리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은 항상 야당의 올바른 지적과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포용성을 요구받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고 소통하며 협치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김 대변인의 발언은 그런 약속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1경기장에 운집한 15만 북한 주민 앞에서 남한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중연설을 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3차 남북정상회담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한 달 이상 내리막길을 걷던 지지율은 10% 이상 급반등해서 60%대를 회복했다. 비판자들은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던 경제정책의 실패를 평화 프레임으로 덮으려 한다고 하고, 지지자들은 역시 문 대통령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느 쪽이 맞을까.

여기서 퀴즈 하나. 세대별로 보면, 남북정상회담은 어느 세대의 지지율을 가장 크게 견인했을까? 고령층은 반공보수가 주된 이념이고 평화 프레임은 젊은층에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답은 60대 이상이다. 지지율 최저점인 9월 2주에 32% 지지율로 가장 박한 점수를 줬던 60대 이상은 3차 정상회담 직후인 9월 3주에는 58% 지지율로 급반등해서 50대보다도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이하 한국갤럽 자료). 지지율 절대값으로만 보면 20~40대가 더 높지만, 정상회담 직전과 직후의 반등률로는 6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높다. 숫자가 속내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미루어 짐작한다면 분단의 고통을 몸으로 느끼는 유일한 세대라는 점, 그리고 문 대통령 연설 직전에 있었던 소위 ‘대집단체조’와 같은 국가주의적 스펙터클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 등이 작용했으리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이 사례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은 상당히 복잡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몹시 단순했다. 고령, 영남, 보수, 새누리당 지지자, 주부 및 무직자면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해도 무조건 지지, 그 반대로 갈수록 지지율 급락이었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도 앞선 모든 정부처럼 장기적으로는 하락추세이지만, 중간중간 반등하면서 완만하게 하락한다. 올해만 해도 평창올림픽 직전 남북단일팀 논란과 ‘평양올림픽 선동’으로 하락했던 지지율은 올림픽 개막 후 급반등했다. 최저임금 및 부동산 정책 논란으로 하락하던 지지율은 3차 정상회담 이후 또 급반등했다.

두 차례의 반등을 비교해보자. 평창올림픽 때는 2030세대가 급격하게 지지를 철회했다가 빠른 속도로 복귀했다. 이번에는 2030은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경제정책 논란으로 40대 이상이 지지를 철회하는 동안 그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번에 세대별로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50대이다. 지난 14주 동안의 변화를 보면 50대는 최고점인 6월 2주 74% 지지에서 최저점인 9월 1주에는 38% 지지로 반토막이 났다. 회복국면에서도 50% 지지로 회복세가 가장 더디다.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 60세 이상의 회복세가 가장 빠른 형국이다. 직업별로 보면 주목해야 할 것은 자영업자다. 평창올림픽 때도 이미 최저임금은 논란이 되고 있었지만, 자영업자층은 지지를 그리 많이 철회하지도 않았고 회복세도 비교적 빨랐다. 이번에는 6월 2주 76%에서 9월 1주 32%로 지지율이 가장 많이 빠졌고, 9월 3주 52%로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주부와 더불어 가장 지지가 낮은 집단이다. 두 번의 반등이 있었지만, 첫 번째 반등을 이끈 집단과 두 번째 반등을 이끈 집단은 상당히 다르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층을 ‘집토끼’라 부르고 상대 당 지지층을 ‘산토끼’라 부른다고 들었다. 부동층은 ‘들토끼’라고도 한단다. 그런데 장기 추세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원한 집토끼도 산토끼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근 몇 달만 보면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던 2030세대는 집토끼인 셈인데, 그들은 평창올림픽 직전 갑자기 가출해서 산토끼가 되었던 적이 있다. 반면 영원한 산토끼인 줄 알았던 60세 이상은 3차 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집에 들어왔다. 물론 언제 또 나갈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안정적인 집토끼라면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와 학생, 계층별로는 중상층이다(일부의 착각과는 달리 계층별 지지율은 하층에서 꾸준히 가장 낮고 중산층과 상층에서 꾸준히 높다). 그 외의 거의 모든 집단은 집과 산을 번갈아 왔다갔다 한다. 모두가 들토끼인 셈인가.

경제정책 실패를 평화 프레임으로 덮었다는 비판은 틀렸다. 50대와 자영업자는 정상회담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60대 이상이 돌아왔다. 이제야 안심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지지자도 틀렸다. 집토끼가 별로 없다. 이런 현상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수시로 번갈아가며 집 나가는 토끼를 매번 잡으러 다닐 수 없다는 뜻이다. 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할 합리적이고 포용적인 지점에서 정치 균열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야 한다. 상대가 산에서 들로 내려오기 전에.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여느 때와 달랐다. 기념식은 1일 서울공항에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봉환 행사로 시작됐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지 68년 만에 돌아온 64위의 용사를 문재인 대통령은 6·25 참전 용사 대표들과 더불어 정중히 맞았다. 국군의날을 기념하는 본 행사는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치러졌다. 가급적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대에 맞춘 것이다. 5년 주기로 해온 군사퍼레이드는 생략했다. 대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서울 상공에서 야간 에어쇼를 펼쳤다. 건군 70돌을 기념하는 행사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날 70주년인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실시된 국군유해 봉환행사에서 68년 만에 돌아온 6·25전쟁 참전 국군 전사자 64위 유해함에 참전기장을 수여하며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군 유해송환은 이번이 네번째였지만 그 의미와 행사의 격이 달랐다. 북한과 미국이 북한 지역에서 공동으로 발굴한 유해 중 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64명의 유해에 문 대통령은 일일이 6·25 참전기장을 수여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했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전몰자 등 국가 유공자들은 공동체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남북 군사당국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원에서 지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체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실행에 옮기는 첫 조치였다. 비무장지대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비무장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수 싸이가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의 환호 속에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일각에서는 이번 국군의날 행사가 지나치게 축소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 군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조촐한 기념식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눈치를 보아 행사를 작게 치른 것 아니냐는 말이다. 언제 적 군대를 생각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2015년 중국이 전승기념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했을 때 지구촌은 구닥다리 행사라고 비웃었다. 미국은 무기를 앞세워 무력을 과시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장병들만 고생시키는 거창한 퍼레이드가 군을 위한 기념식이라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증강된 국방비가 퍼레이드보다 안보 증진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를 설명하면서 “남북이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강력한 안보가 평화체제 구축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한 적개심 고취와 대결 조장이 아니라 위기 관리 등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변하는 안보환경의 흐름에 맞춰 국군의날 행사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군사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지속적인 남북 군축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국군의날 행사도 이런 취지에 맞도록 조정돼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역사상 만년필이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1945년 9월2일 일본 항복문서 조인식이다. 이날 도쿄만에 떠 있는 미 해군 미주리 함상의 녹색 테이블 위에서는 만년필의 향연이 펼쳐졌다. 먼저 일본 측 시게미쓰 마모루 외상과 우메즈 요시지로 사령관이 서명에 나섰다. 두 사람은 데스크 펜을 외면하고 만년필로 서명했다. 이어 연합군 대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한 움큼 꺼내더니 두 권의 항복문서에 사인해나갔다. 처음 사용한 두 자루는 뒤에 서 있던 미군과 영국군 장군에게 건넸다. 이어 두 개의 펜으로 추가 서명한 뒤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파커사의 듀오폴드 오렌지 만년필을 집어들었다. 작가인 아내 진 맥아더가 20년 동안 사용한 펜을 빌려와 서명식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선글라스와 파이프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 줄 알았던 맥아더다운 연출이었다.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협정 조인식. 왼쪽 책상에 앉은 이가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이고, 오른쪽 책상에 앉은 이가 북한.중국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만년필이 조인식에 쓰인 것은 편의성 덕분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인 서명에 쓰이다보니 펜에 상징성이 부여됐다. 시게미쓰 외상은 항복문서에 미제 만년필로 서명했는데 직후에 불태웠다고 한다. 항복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가 투영된 미확인 전언이다. 파커사가 태평양전쟁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맥아더의 듀오필드 만년필을 복제한 것도 이런 상징성에 기댄 흥행술이다. 1997년 임창렬 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때 몽블랑으로 서명했다가 구설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2016년 콜롬비아 내전 종식 서명식에 총알과 탄피를 녹여 만든 펜이 쓰인 것처럼 지금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펜들이 제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조인식에 사용한 펜을 두고 말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몽블랑으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는데 문 대통령은 문구점에서 파는 네임펜을 썼다는 것이다. 엊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흔하디흔한 유성펜으로 서명한 뒤 이를 문 대통령에게 건넨 것을 두고는 외교결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디지털시대에 펜 종류를 가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 서명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펜을 써 길이 남길 필요는 있다. 남북통일 협정문을 평범한 펜으로 서명한다면 허전할 것 같다.

<이중근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숙소인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졸속 설립된 대표적 외교 적폐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당시 합의는 국민적 자존심과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까지 짓밟은 굴욕적인 내용이었다.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지킬 수 없으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단은 이미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고 기능 중단 상태다. 존재 의미가 사라진 마당에 더 무슨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데서 풀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무슨 재단이 일본 정부를 대신한다는 것부터 언어도단이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부 간의 공식합의를 파기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시민의 분노를 자아낸 굴욕 재단의 해산은 피할 수 없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앞으로 다가올 평화로운 한반도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우리는 멋진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 비록 면적은 작지만 한반도에는 우수한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 지역이 많다. 제주도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놀라울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적으로 최고 중의 최고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나이아가라폭포, 중국의 황산과 장가계 같은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이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 내에는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지역이 여러 곳 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같이 방문한 백두산, 남한에서 가장 멋진 산악환경을 보여주는 설악산, 그리고 서해안과 남해안의 수많은 섬들 사이에 분포하는 여러 갯벌 지역들이 그렇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백두산은 서기 946년에 화산폭발이 일어났으며,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지난 1000년 내에 폭발한 화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가졌던 화산으로서 전 세계 지질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한, 그리고 중국 학자들과 함께 백두산을 연구할 수만 있다면, 가까운 장래에 백두산이 지니는 탁월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또한 DMZ 근처에는 북한 평강지역에서 분출되어 한탄강을 따라 110㎞ 이상을 흘러내린 용암지대가 분포한다. 한탄강을 따라 흘러내린 화산지형에 대한 연구를 남북한 학자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이 지역을 백두산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설악산은 전 세계에서 아주 드문 지질·지형학적인 가치를 가지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비슷한 지질학적 특징을 보이는 지역이 북한의 금강산이다. 만일 금강산의 가치를 추가로 발굴할 수 있다면, 남북한 정부는 공동으로 이 두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이 설악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잠정목록으로 포함시킨 것처럼, 북한도 금강산을 잠정목록에 이미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공동추진 전망은 아주 밝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양환경도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특별나다. 높은 조차로 인해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섬들 사이를 하루에 두번씩 방향을 바꾸어가며 빠르게 흐르는 조류는 과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전승을 이루게 한 특별한 바다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섬들 사이에 수천년 동안 두껍고 넓게 쌓인 갯벌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문화재청은 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서천, 고창, 신안, 순천-보성 갯벌이 강력한 후보지이다. 올해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강화군과 옹진군에 넓게 분포하는 갯벌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 넓은 지역은 DMZ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추진 중인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든 후에 DMZ를 포함한 지역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갯벌은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의 중요한 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땅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이 땅이 지닌 뛰어난 가치를 잘 모르고 지내왔다. 올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만큼, 이제는 우리가 서로 협력하여 앞으로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최북단의 백두산에서 최남단의 제주도까지 한반도 내 여러 지역을 남북한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말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금수강산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지 않을까? 2032년 남북한 올림픽이 개최될 때, 우리는 너무도 자랑스럽게 한반도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세계 최고 중의 최고만이 등재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우경식 강원대 교수·지질학과>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독일 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가 헬무트 콜 서독 총리를 독일 동남부 엘베 강가의 유서 깊은 도시 드레스덴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열었다. 12월18일 콜 총리가 드레스덴에 도착할 때 수만명의 동독 주민들이 나와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얻은 콜 총리는 다음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프라우엔 교회 앞 광장에서 연설에 나섰다. 그는 환호하는 동독 주민들 앞에서 “역사적 순간이 그것을 허용한다면 나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통일”이라며 통일에 대한 의지를 동독 땅에 처음으로 선포했다. 이후 독일 통일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이듬해 3월8일 동독에서 자유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10월3일 독일 통일이 완성됐다. 콜 총리는 비망록에서 “드레스덴 연설은 통일 과정에서 나의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서성일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5·1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명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한 연설이 화제다. 사상 최초로 남한 대통령이 북한 대중을 상대로 연설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13차례의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남한 대통령이 육성으로 민족애와 전쟁없는 한반도에 대한 절절한 의지를 밝히는 것을 들으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연설 장면을 중계화면으로 본 남쪽의 많은 이들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평가한다.

콜 총리의 연설이 통일을 매조지 하는 것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연설은 통일로 가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콜 총리의 연설에는 통일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통일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통일은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날 때 북한 주민들이 만든 카드섹션의 글귀 ‘온 겨레가 힘을 합쳐 통일 강국 세우자’ 속에 숨어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가는 길목이라는 것을 예시해주는 듯하다.

<김준기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결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대북)정찰에서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비핵화 조치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평가도 없이 회담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보수당의 태도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평양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역사적인 합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보수당은 공동선언문에서 핵 사찰과 핵 신고 리스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가 환영한 마당에 한국의 보수당만 인색하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혹평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남북 모두 지긋지긋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마저 남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과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에서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하면서 남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남측의 정찰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북한이 유일한 정찰 수단인 무인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철수도 이곳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북한이 더 불리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판만 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음주부터 속도를 낸다. 잘 풀리면 연내에 종전선언까지 한걸음에 갈 수도 있다. 평양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수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당 등 보수당들이 진정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따져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정적 시기에 초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군사력 감축까지 포함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즉각 실천에 옮길 조치에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남북은 또 올 연말까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이산가족들이 상시로 만나는 상설면회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하나같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보다 더 큰 한가위 선물이 있을 수 없다.

무지개차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공식화이다.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한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 정상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정상회담 정례화가 가시화된다. 한반도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효과도 있다. 남측 내 반대 여론과 경호 우려를 뛰어넘은 김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것은 군사분야 합의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의 남북 간 종전합의이자 불가침선언이다. 남북은 이번 합의로 육·해·공 전 공간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이는 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과 서해 5도 및 북방한계선(NLL) 내 훈련 등을 금지함으로써 군사 긴장을 결정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군사분계선 1㎞ 이내 GP 11개를 각각 철수하고 JSA 내 지뢰제거, 초소 내 인원·화력 철수 등 합의도 한반도 평화를 추동할 실천적 조치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축소가 시작되는 셈이다. 합의대로 진행된다면 북한의 핵무기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까지 해소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이는 더 이상 남북 군사대결로 치르는 비용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남북 간 도로와 철도 연결은 한반도 경제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남북 간 사회간접자본 건설 협력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국토교통부 등은 반드시 연내 착공을 성사시켜야 한다. 대북 제재와 무관한 남측 구간부터 공사한 뒤 북한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상봉 정례화를 실현한 뒤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편지 교환까지 성공한다면 이산가족의 염원은 상당 부분 풀린다고 볼 수 있다. 다방면에 걸쳐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다.

하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동·서해 경제·관광특구 조성과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은 대북 제재가 해결되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 앞서 남측 내 여론도 정리해야 한다. 후속 조치가 내실있게 진행돼야 남북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불가역적 상태로 돌입한다. 각계각층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를 두고 “북한은 달라지지 않는데 우리만 무장해제하는 꼴”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 상호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상호주의를 어기는 자가당착적 행태다. 뜨거운 여름을 나는 과정에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없을 리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천둥과 벼락 안에서 한반도평화가 영글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