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61건

  1. 2017.10.18 [이대근 칼럼]문재인의 힘
  2. 2017.09.28 [사설]대북 특사 고려할 만하다
  3. 2017.09.07 [사설]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확인한 한·러 정상회담
  4. 2017.09.04 [사설]북한 6차 핵실험 강행, 김정은의 광기를 규탄한다
  5. 2017.08.29 [사설]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 개혁입법이 우선이다
  6. 2017.08.28 [사설]문 대통령의 방송법 개혁안 재검토 바람직하지 않다
  7. 2017.08.22 [박래용 칼럼]협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
  8. 2017.08.22 [사설]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지명, 사법개혁을 기대한다
  9. 2017.08.22 [사설]일방적 국정홍보의 마당 펼친 대국민 보고대회
  10. 2017.08.11 [편집국에서]5·18과 수치심, 죄책감, 부채감
  11. 2017.08.10 [사설]세계적 과학사기에 책임 있는 박기영씨 임명 철회하라
  12. 2017.08.09 [사설]대통령의 살균제 피해 사과, 재발방지책으로 뒷받침해야
  13. 2017.07.28 [사설]문 대통령·기업인 간담회, 정경유착 고리 끊는 계기로
  14. 2017.07.19 [사설]남북대화는 북핵 해결에도 긍정적, 미·일이 적극 지원을
  15. 2017.07.10 [사설]취임 두 달간 실종된 협치, 문 대통령이 나서라
  16. 2017.07.07 [사설]조대엽·탁현민 사퇴로 막힌 정국 뚫어라
  17. 2017.07.07 [사설]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주도 확인한 한중 정상회담
  18. 2017.07.07 [사설]평화를 위한 베를린 선언, 선언 넘어 실천 강령돼야
  19. 2017.07.06 [사설]첫 한·중 정상회담, 사드 미루고 북핵 해결에 집중을
  20. 2017.07.06 [사설]북한의 ICBM 도발을 맞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외교안보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높았던 7월11일. 문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그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의 무력감 토로라니.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과장법이려니 했다. 난제에 직면한 지도자가 한 번쯤 할 수 있는 푸념일 거라고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블랙이글스 T-50 1호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달이 흘렀다. 한반도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그에 비례해 한국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갔다. 트럼프 추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펴졌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모욕을 참고 가랑이 밑을 긴 한신을 문 대통령과 동일시했다. 며칠 뒤인 9월22일 문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섣불리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도 어렵죠.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추종은 이제 가설이 아닌, 입증된 사실로 확정됐다.

이때만 해도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정부가 한신처럼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뭔가 도모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국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인구, 산업능력,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로 보나 기업혁신, 문화, 정부, 교육과 같은 소프트 파워로 보나 명실상부한 중견국이다. OECD 가입국이자 여러 국가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주변 강국으로 인해 중견국에 걸맞은 역할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한 세대 전, 한 세기 전과 같이 주변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했던 약소국은 더 이상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처지를 새삼 부각하지만 381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취임 5개월째인 10월10일 문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미련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다. 우리는 그가 세 번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더 이상 푸념도 과장도 아니다. 역전의 순간을 위해 일부러 힘을 감추려는 전략도 아니다. 그의 정직한 안보인식이자 정부 능력에 대한 자가 진단의 결과다. 또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곧 다른 경로가 열리지 않을까 하고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낙관론을 접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무기력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최후의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야 하고 무얼 하든 결사적이어야 한다. 남한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 한다. 게다가 남의 말 잘 안 듣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런 북·미 대결 상태도 한국이 손 놓고 물러선 상황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 반대다. 한국이 더 많은 힘을 쏟고, 다른 방법을 찾고, 비상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내놓은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스스로 중단하면 그때 근본적 해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기다리면 위기는 누가 해소하나? 문 대통령도, 트럼프도 아니라면, 김정은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와 미래가 달린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 한국은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가? 미국에선 요즘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트럼프의 외교 멘토 키신저는 주한미군 철수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안을 백악관·국무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백악관 실세였던 스티브 배넌은 미군철수와 북핵동결 구상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한·미연합훈련 축소 한마디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한국인이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미국은 한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마음껏 논하는데 한국인은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누가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

김정은도 세계를 흔들었다.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왜 흔들리고 있나? 문 대통령은 광야에 홀로 선 존재가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이끄는 강력한 통치자,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사회의 지도자다. 트럼프·김정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믿고 싶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운명, 우리 손으로 개척할 수 있다. 문재인은 힘이 있다. 그 힘을 보고 싶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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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대북 특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4당 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과 미국 양쪽에 동시 특사를 파견하자는 의견을 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와 만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이정미 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역대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 때마다 대북 밀사나 특사를 파견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왔다. 남북 간 험악한 대결이 이어지던 박정희 정권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북한을 방문해 ‘7·4남북공동성명’을 끌어냈고,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은 여러 차례 방북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남북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 1994년 북핵 1차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약속을 얻어냈다. 성공 사례가 많은, 흔치 않은 대북정책 수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대북 특사가 평화로운 시기보다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북 특사 시기 상조론도 존재한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압박과 제재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대화 카드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개발 중단이나 협상을 통한 해결 의사를 비치기 전에 특사를 보내면 큰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북 특사 파견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조율과 실무 물밑 접촉 등 외교적인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북·미 간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문제 제기도 일리 있다. 특사를 파견해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 직전의 상황에 소통 채널마저 꽉 막힌 한반도 정세를 결코 그냥 둘 수 없다. 북한과 미국 최고 지도자들 간의 막말 위협이 언론 매체를 여과없이 오가며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제어할 장치가 절실하다. 대북 특사를 통해 최소한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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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확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극동지역 개발 등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은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았다. 6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대북 국제 제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핵에 대한 개입 수위를 부쩍 높이는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북핵 문제를 떠나서도 한·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경제분야 등에서 협력을 크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의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이 몇 차례 논의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방을 연결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도입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면 양국 간 협력 사업이 크게 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푸틴 대통령도 신동방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미·중·러 등 관련 여러 국가들이 모두 추인해야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사안이다.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어제 두 정상의 북핵 발언에서 드러났듯 아직 양국 간 견해 차가 크다.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 요청에 푸틴은 민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도 북한의 핵개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통일기반 조성 차원에서라도 한·러관계는 공고히 해야 한다. 북방도서를 놓고 일본과 갈등 중인 러시아로서도 한국과의 유대 강화가 긴요하다. 어제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러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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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기어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그리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넉달 만에 핵실험을 한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3시간 뒤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ICBM 시험발사에 이은 북한의 6번째 핵실험 도발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는 5.7이다. 폭발위력이 지진규모 5.04(10㏏)였던 5차 핵실험의 5~6배에 달하는 것이다. 진짜 수소탄의 폭발위력 10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핵실험 중 폭발력이 가장 강했다. 북한은 ICBM급 ‘화성-14형’에 탑재할 수소탄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 때문에 당국도 인공지진 규모로 미뤄 수소탄 실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수소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핵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진전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등 핵무장화 마지막 완성 직전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위협 이후 25년 만에 핵 무장을 완성하기 일보직전까지 온 것이다.

4일 새벽 동해안에서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를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새벽 일출과 더불어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격에는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와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동해상 목표 지점에 사격을 실시해 명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비핵화·탈핵 흐름에 역행하고 한반도를 위시해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망동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적 해결노력도 북한은 철저히 묵살했다. 김정은 정권 하나의 보위만을 위해 전 세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핵도박을 강행하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일정표에 따라 움직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의 명분을 미국의 핵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그런 주장은 명분을 잃었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자위적 차원을 넘은 지 오래다. 공세적 도발의 주체가 북한인 것은 어떤 논리로도 덮을 수 없는 사실이며,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혈맹이라는 중국도 핵개발에 극구 반대하고, 북핵에 관한 한 북한을 두둔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한국 정부마저 등을 돌리면 북한은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고립무원 속에서 김정은의 광기 어린 핵무기 집착이 계속되는 한 국제사회가 어떤 제재와 압박을 가해도 북한은 항변할 수 없다. 북한은 당장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한·미 양국 합참의장은 전화 통화를 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전운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도발로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핵개발에 몰두하는 정권이 오래갈 리 없다. 북한이 핵무장 완성에 이르려면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은 북한의 폭주를 멈출 실효성 있는 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특단의 대책이 화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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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거의 모든 현안들을 업무지시를 통해 처리했다. 이도 한계가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정치·재벌·검찰·언론 등 적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대한민국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대변혁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촛불민심이 탄핵을 이뤄냈다면 촛불에 담긴 시민의 갈망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발행 된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내달 1일 열린다. 새 정부의 본격적인 국정운영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를 100대 국정과제로 압축해 공개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재벌개혁·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거의 모든 개혁과제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이 중 91개는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495건의 법령 제·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자증세와 부동산·복지·탈원전 등의 정책과 방송법·국가정보원법 개정 등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 정책마다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를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선심정책과 싸울 것”이라며 선명 야당을 천명했다. 대선이 끝난 지 넉 달이 되기 전에 선거에서 경쟁했던 유력 후보 두 사람이 모두 제1, 제2 야당 대표로 돌아와 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하는 만큼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 결국 입법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혁입법을 더 미룰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5년 내내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타협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강경대치해 국회가 막히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문재인 정부다. 결국 협치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오만과 독선은 협치의 적이다. 여권은 야당과 먼저 소통하고 양보하는 통 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 조치를 똑같이 공약한 바 있다. 그렇다면 힘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두 야당이 뜻을 모으면 구체제 청산과 각종 개혁입법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또다시 흘려보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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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의 재검토를 지시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야당은 “문 대통령과 여권이 방송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이대로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공영방송 사장이 여야의 눈치만 살피는 소신 없는 인사가 선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7월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 4개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야 7 대 6의 구성으로 바꾸고, 사장을 뽑을 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 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어떤 정권도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없도록 제어장치를 둔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시가 아닌 제안”이라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22일 열린 ‘정기국회 대비 연찬회’에서 방송관계법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과 언론단체 등에선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국민 추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조차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무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재검토 발언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숱한 논란 끝에 그나마 차선책으로 마련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아닌 제3의 수정안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현행 방송관계법은 사실상 대통령과 여당의 뜻대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야당에 불리한 것이다. 오히려 개정안이 야당에 유리하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해왔다. 그렇다고 야당에 불리한 현행 방송관계법을 고수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결국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느라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며 국정을 파탄 낸 보수야당은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민주당도 수정안 마련보다 방송관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하는 게 옳다. 그게 과거정부에서 참담하게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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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수줍은 성격이다. 경남고 재학 시절 친구가 선생님에게 심하게 얻어맞아 입술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부당한 폭력이었다. 문재인은 항의하고 싶었지만 나서지 못했다. 대신 문재인은 그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 전교 톱 수준의 성적이었지만 그 과목만 꼴찌였다. 이 때문에 그는 첫해 입시에서 서울대 상대에 낙방했다. 그게 문재인 스타일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관행을 싫어한다. 중진 의원들도 그닥 신뢰하지 않는다. 기존 정치의 관행은 보스·계파정치요, 그 작동 방식은 밀실야합이었다. 2015년 문재인은 당 대표 시절 당이 계파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게 했다. 자기 사람이 잘려 나갈지라도 타협하지 않았다.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문희상·유인태·정청래·김현이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과거 여의도 정치의 문법으로는 서로의 지분을 보장하며 나눠먹는 것이었지만 문재인은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다선 의원들은 지분이 사라지고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자 “친노가 다 해먹는다” “근본도 없는 놈들이 당을 말아먹고 있다”고 했다. 친문 패권주의란 말이 나왔다. 문재인에겐 ‘정치력 부재’ ‘리더십 부족’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원칙에 반하는 타협을 거부한 결과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고등학교 재학 시절 소풍 때(뒷줄 가운데) 찍은 사진. 문재인 캠프 제공

결국 그들은 탈당했다. 당을 떼로 뛰쳐나간 의원들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 중진들이었다. 문재인 캠프의 핵심 인사는 “문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게 여의도 중진정치다. 갑자기 중진들이 한소리하며 ‘옛날엔 어쨌는데…’라고 충고하는 거를 싫어한다. 기존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있다”고 했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2004년 총선 출마 요청을 거부하자 당에서 “왕수석 노릇을 계속하고 싶은 모양”이란 말이 나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청와대를 떠났던 그다.

출범 100일이 갓 지난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국정운영은 지금부터다.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465건에 이르는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 120석 여당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구도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야당의 협조, 즉 협치 구도를 만드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언즉시야(言則是也), 맞는 말이지만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의 협조를 먼저 견인하고 여기에 바른정당을 합류시켜 비(非)자유한국당 전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실은 호남의 사나워진 민심과 문재인 정부 지지 여론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다. 9월 정기국회도 신(新)3당공조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국민의당은 8·27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북핵 위기, 부동산 폭등, 불안정한 에너지 정책 같은 문제를 두고는 분명한 역할을 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몇 가지를 예로 들었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 전부를 놓고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안철수가 주창한 ‘극중주의’란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야당을 설득하는 데 온 정성을 쏟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관찰은 정확하지만, 왜 그랬을까에 대한 답은 빠져 있다. 답은 문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협치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문 대통령은 비겁한 협치, 야합식 협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찾은 게 시민을 향한 직접 소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대국민 소통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양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카리스마 정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계몽군주처럼 담론을 선도하는 정치를 펼치다 고립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통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문 대통령의 감성적 소통정치는 한국 정치사에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도다. 문 대통령은 그제 대국민보고에서 “간접민주주의로 우리 정치가 이렇게 낙후됐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함께 나가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의중은 명확하다. 여의도가 구체제, 낡은 정치에 찌들어 있는 한 협치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고, 파천황(破天荒)적 정치실험일 수도 있다. 고교 시절엔 마음에 안 드는 교사의 책을 덮는 식으로 맞설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정을 덮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새로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9월 정기국회에서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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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차기 대법원장에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지명자는 법관 독립에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3위이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들의 수장으로,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맡는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방법원 법정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은 다수결이나 힘의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사법부에 맡겼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나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달리 대법원장이나 법관을 투표로 뽑지 않는 이유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므로 사법부는 시민에 더 겸허해야 한다. 그러나 현 양승태 사법부는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재벌에는 관용을 베풀고, 정권 실력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약자에게는 가차 없이 유죄를 선고하고, 지체된 판결 등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에게는 고통을 안겼다. 사법부의 생명인 재판의 독립성도 훼손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판사를 통제하고, 판사 학술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다 들통났다.

김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임기 6년의 대법원장에 정식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이후에도 1년 이상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김 지명자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사법 신뢰도를 끌어올릴 준비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사법부의 신뢰 하락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법원행정처의 축소·폐지가 필요하다. 판사들 회의가 잇따르고 현직 판사가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사법부 내부에서도 자성과 개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김 지명자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13년 아래이고, 대법관 경험 없이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법관’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지명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구현할 수 있는 사법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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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즈음해 그동안 국정운영을 시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국민인수위원들이 직접 시민들로부터 받은 의견을 토대로 국정 방향에 대해 질문했고,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대답했다. 토크쇼 형식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 후반부에 문 대통령이 나와 국정에 대해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주요 부처 장관들이 국민인수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은 나름 새롭고 신선한 소통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내용과 형식에서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안보 위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원전, 살충제 계란 대책 등이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일방적 국정 홍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켜보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장관, 수석들의 답변도 충실하지 않았고 알맹이가 없었다. 방송사들이 휴일 황금시간대에 일제히 생중계한 것이 무색했다. 도리어 시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국정운영 실태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 한 사람의 인기에 의존하는 국정이 되다 보니 국정 보고대회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대통령 홍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이면 누구나 감동을 주는 국정을 원한다. 하지만 그 감동은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국정 수행의 성과를 통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홀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듯한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행정명령이 아닌 입법을 통한 제도화된 국정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국정에 가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대의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합당하다. 내각을 중심으로 국정을 집행하고, 여당을 통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내각과 더불어민주당은 존재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문 대통령은, 내각이 유능하고 집권당이 정치역량을 갖췄다고 믿는다면 그에 합당한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국정의 한 축인 민주당은 야당과 협상하고 국회를 이끌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는 단순히 청와대의 지침을 전달받아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완수할 수 없는, 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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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이재의, 전용호가 5·18광주민주화운동 상황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넘어넘어)를 읽다가 눈물을 쏟았다. <넘어넘어>는 1985년 출판되자마자 판매금지됐으나 당시 시민·학생들이 몰래 복사해서 돌려 읽던 ‘지하의 베스트셀러’였다. 얼마 전 개정판이 나온 것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까지 계엄군에 희생당했다. 그런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그냥 철딱서니 없이 구경만 하는 학생이었다. 이후 역사의 공간에 있던 5·18이 다시 ‘현재’로 소환될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꼈다. 죄책감이다. 부끄러움으로부터 도망쳐 오랫동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부끄러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치심과 죄책감이다. 수치심은 ‘능력 없음’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뭔가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절망하고 자책한다. 죄책감은 ‘용기 없음’에 대한 것이다.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 현장과 현실로부터의 도피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 차원을 넘어서더라도 동료와 역사에 대한 빚진 마음이 남을 수 있다. 이건 부채감이 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움과 부채감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석영도 5·18에 부채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오월 광주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 신군부가 광주의 민주화운동에 공수부대를 투입해서 강력하게 진압했던 것은 공포심을 조장하여 시위를 포기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현장에서 가공할 폭력성을 목격한 시민들은 경악했다. 진압봉으로 머리를 후려갈기고 말리는 노인까지 구타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영문도 모른 채 공수부대에 폭행당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다친 시민을 병원으로 싣고가는 택시운전사가 “사람이 죽어가는데 병원으로 먼저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차 유리를 깨고 개머리판과 진압봉으로 기사를 폭행했다.

‘30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알몸으로 붙잡혀 기합을 받고 있었다. (중략) 이들이 조금이라도 구령을 따라 하지 않거나 동작을 느리게 할 경우 몽둥이가 가차 없이 날아갔다. 특히 여성들의 곤욕스러움은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넘어넘어)

최정운 교수에 따르면 ‘광주는 폭력극장’이었다. ‘공수부대의 폭력은 당하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오월의 사회과학)이었다.

광주시민들도 처음엔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공포심은 동료 시민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데 보고만 있었다는 수치심에 의해 약화됐고, 이 수치심은 인간으로서 참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분노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졌다. 학원의 셔터문을 내려 겨우 빠져나올 수 있게 해놓고 기어나오는 학원생들을 진압봉으로 내리치던 모습을 보던 YWCA 신협 직원 박용준은 그때부터 시위에 가담했다. 그는 5월27일 새벽 YWCA에서 진압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건설자재 사업을 하던 박남선(26)은 공수대원이 여고생의 가슴을 대검으로 희롱하는 것을 목격했다. 항의하는 할머니를 군홧발로 걷어차는 걸 보고 항쟁에 뛰어들었고, 나중에는 시민군 상황실장까지 맡았다. 대학생들의 시위는 이렇게 시민들의 항쟁으로 바뀌었다.

공포심과 수치심을 넘어서는 것은 생명과 맞바꿀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공포심을 딛고 일어서니 연대감이 작동했다. 주부들은 주먹밥을 해 시민군에게 나눠줬고, 헌혈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젊은 여자 한 명이 양말 수십 켤레를 가지고 와서 (사망한) 시민의 맨발에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신겨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 하지 않았으나 알려진 바로는 술집 접대부였다고 한다. 그녀는 입관할 때 물을 떠다가 직접 시신의 얼굴들을 정성스레 씻어주기도 했다.’(넘어넘어)

사람들은 역사의 길목, 아니 삶의 모퉁이에서 수치심과 죄책감, 그리 부채감 사이를 맴돌면서 고민한다. 어떤 이는 부채감을 느끼고 세상을 바꾸려고 하고, 어떤 이는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다가 화살을 상대방을 향해 돌리기도 한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됐다. 37년이 지난 지금도 5·18이 영화나 책으로 자꾸 소환되는 것은 “부끄럽지는 않은가?”라는 인간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최병준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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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이라는 전대미문의 과학사기 사건의 공범격인 인물을 과학기술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에 앉힌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어제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박 본부장 임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9일 오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다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1월 사퇴했다. 당시 박 보좌관은 황 교수팀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황 교수의 복제 실험에 대한 규제 완화에 도움을 주었다.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기여한 바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그는 황 교수로부터 2억5000만원의 연구비까지 받았다. 황 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 그것을 바로잡은 게 아니라 거기에 얹혀간 것이다. 황 교수팀으로부터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노 대통령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학문적·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직무유기다.

과기혁신본부장은 비록 차관급이지만 연 2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와 조정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을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인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분야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의 과거 행적을 보면 청와대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 기본적인 도덕성조차 무시하고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기에 중용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한 과학자단체는 그의 임명에 대해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박 본부장의 이런 이력이 분명 문제가 되었을 텐데도 기용된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뜻일 가능성이 높다. 황우석 사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인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정부 초기 인사 실패를 계기로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해놓고 스스로 시스템을 무력화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문 대통령은 한번 기용한 인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게 최고의 대책이다. 지체 없이 임명을 철회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과학기술계를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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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을 만나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피해구제를 위한 정부 예산 투입과 관련 법률 제·개정을 위한 국회 협력 요청 의사도 밝혔다.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가 확인된 이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피해구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지만 정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임성준군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지난 대선 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과 사과를 공약한 바 있다. 취임 후에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방안과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대책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이 피해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준 것은 약속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이 밝힌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그간 취해온 조치들이 피해자와 그 가족이 느끼는 것과 간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일 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신청자에 대해 특별구제계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인정기준이 너무 협소하다며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어제 언급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자에 대한 엄벌과 진상규명을 위한 더 분명한 의지를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정부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는 후속 조치 마련에 모든 정성을 쏟아야 한다. 정부가 어제 살균·소독제 등 살생물제품을 별도로 관리하는 법률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조치다. 문 대통령도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애환을 들으며 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바를 체감했을 것이다. 폐질환 이외 질병을 피해 대상에 포함하고 피해구제 범위를 3·4등급으로 넓히는 방안,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법까지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밝힌 국가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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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27~28일 일정의 간담회 첫날 행사에는 현대차·LG·포스코·한화·신세계·두산·CJ·오뚜기 등 기업인 8명이 참석했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발표 자료, 발언 순서,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맥주를 곁들여 노타이 차림으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20여분간의 ‘호프 미팅’이 끝난 뒤 자리를 옮겨 2시간10여분 동안 다양한 경제현안을 두고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을 설명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인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등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 초청 기업인 간담회는 ‘한쪽은 말하고 한쪽은 받아쓰는’ 일방통행식 행사로, 권력과 대기업의 ‘결탁과 유착’ 수단으로 변질돼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소상공인이 만든 수제맥주로 기업들인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대기업 간의 유착은 누대에 걸친 적폐라 아니할 수 없다. 권력은 기업에 특혜를 주고 기업은 정권에 헌금 등으로 보답하는 ‘비리의 공생관계’가 이어져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는 이런 비리의 통로가 대통령 초청 간담회였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관행을 박 전 대통령은 비리의 창구로 악용한 것이다. 이전 정권들도 방식만 달랐을 뿐 이 같은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와대와 기업인이 만나 국가 경제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은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특혜를 보장하고, 기업인들로부터 반대급부를 약속받았던 것이다.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 재단 기부,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 면세점 허가 등은 박 전 대통령과 기업인 간의 간담회나 독대를 통해 추진되거나 해결됐다. 어제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기업과 단독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검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이기도 하다.

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세 가지 기둥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한국에서 대기업은 나라의 일자리와 성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 국가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의 역할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강압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틀에 걸쳐 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은 일방통행식의 만남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뜻이다. 어제 청와대 간담회가 권력과 기업인이 정경유착의 굴레를 벗고 국가 발전의 정의로운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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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 기류를 보였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엇갈린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다. 국제사회의 북핵 대응 기조를 기존의 압박과 제재에서 대화와 압박의 병행으로 바꾸는 초기 과정에서 얼마든지 표출될 수 있는 차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이나 설득 노력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심각한 갈등이나 근본적인 이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전·현직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초청 오찬을 갖고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방예산 증액 수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도 대북 대화 전에 충족돼야 할 조건이 존재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말하는 대북 대화는 북핵 문제를 담판 짓는 본격적인 대화 무대를 뜻하는 것으로, 무조건 대화는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회담 제의 발표 전에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사전 설명을 했고, 미국은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는 기본적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인도적 교류를 위한 초기 단계의 남북 접촉을 위한 것이다. 만일 남북 접촉이 재개된다면 북한 비핵화를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대화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허물기는커녕 최종 목표인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과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부의 대화 제의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공인한 새로운 대북 정책인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위한 첫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대화와 압박 병행 정책이 북핵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도 남북대화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북 국제 공조체제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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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10일 새벽 귀국한다. 다자외교 데뷔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귀국하는 발걸음은 무거웠을 것이다. 국내 정국은 장관 인사와 추가경정예산안 등 시급한 현안들이 뒤엉킨 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3당은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보이콧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만일 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 이후 두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7월 국회는 표류하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G20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야3당은 각기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다. ‘강한 야당’을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고, 국민의당은 여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대여 협상 수단으로 연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새 정부가 속히 조각을 마무리하고 국가 현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합리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야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청와대와 여당의 미숙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출범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입법이 돼야 가능하고, 원활한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5년 내내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타협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누누이 협치를 강조해왔지만, 정작 현실에선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문 대통령이 귀국 후 G20 정상회의 성과 설명회를 빌려 야당과 한자리에 앉는다 하더라도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당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는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여당은 거수기 역할에 급급했던 실패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인 민주당에 더 큰 권한을 주고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 지금처럼 여당이 대야 협상은커녕 야당 비판에만 몰두해선 협치가 이뤄질 수 없다. 진정한 협치는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포용력이 우선되어야 가능하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먼저 소통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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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연일 숨가쁜 다자외교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 정국은 꽉 막힌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놓고 대치 중이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정부조직법 처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야당 반대에도 임명할 태세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의 제안으로 지난 자신의 음주운전 전력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여권이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데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시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조대엽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외이사 겸직, 탈세, 음주운전, 논문 표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겸직 경위에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사에 인감 등 이사 등재에 필요한 서류를 두 차례 떼준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대학교수로 재직한 최근 18년간 고용·노동 관련 강의를 한 적도 없고 노동 관련 논문을 쓴 적도 없다. 환경노동위 내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왜곡된 성 의식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더 두고 볼 수 없다. “고1 때 여중생과 성관계”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는 등 그가 자신의 책에 쓴 저속한 성적 표현은 사회 통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절한 인물이다. 야 4당의 경질 요구에 여당 여성의원들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개 행정관을 놓고 이렇게 들끓는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의 1차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도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요량이라면 매듭을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싸고도는 것은 곤란하다. 하루빨리 조각을 매듭짓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새 정부의 개혁 작업에 전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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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양국은 회담 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시 주석이 남북대화 복원과 남북 간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단계적 북핵 해법에 이어 시 주석으로부터도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를린 _ 서성일 기자

두 정상은 까다로운 현안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겼다. 중국 측은 사드에 대해 “중·한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한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를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에둘러 말함으로써 이 문제로 한·중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사드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산을 자제하고 대북 공조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자는 평화적 해법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양국은 관련국과 함께 북핵 협상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서 보듯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6차 핵실험과 ICBM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를 유예시키는 동안 추가 도발을 막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사드 배치라는 민감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25년 동안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을 토대로 사드 갈등을 뛰어넘어야 한다. 양국은 일단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관리해나가자고 합의했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이 공동발표문에서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처럼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 만큼 상호 성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관계는 사드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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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며 추석 이산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판 ‘베를린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새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을 밝힌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 위중한 정세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핵문제 등 모든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수만 있다면 언제든 여는 것이 맞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옛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 대통령의 구상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자칫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평화로운 한반도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당사국의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구상이 빈말과 겉치레가 아니라면, 지속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도 독일에서 대북구상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 대결로 귀결되었다. 구상을 실천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북한이라는 문도 열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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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여느 때 같으면 두 정상 간 상견례가 되겠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긴장감이 감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7월6일 (출처: 경향신문DB)

중국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문 대통령의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지시로 부드러워지다 최근 다시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그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이나 역내 평화와 안정 확보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전보다 입장이 강해진 것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이 방미 중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중국의 강경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의심하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강조한 것이 중국의 반발을 부른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대중 포위전략처럼 비친 점도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할 접근법은 사드 논의를 잠시 미루고 북핵 해결에 집중하자고 중국에 제안하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공동 현안을 우선하고 이견이 있는 사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기간만큼 시간을 벌어놓고 있다. 이 시간은 단지 유예기간이 아니다. 현재 북한의 태도나 핵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6차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한·중이 함께 북핵 해결책을 찾고 나아가 한·미·중 간 공동의 북핵 협상안을 마련,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마당이 아니라, 대북 공조로 북핵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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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합참은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가상의 평양을 타격하는 장면은 자극적이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한국이 더욱 엄중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오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 군의 맞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확고한 미사일 연합 대응태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응은 과거 북한 도발 시 정부가 말로만 강경 대처를 외쳤다는 비판여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여론에 부응하는 효과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무력시위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강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북핵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상대에게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을 제공해 결국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력시위는 남북 당국 간 교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북핵 및 남북관계 구상도 구체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공감을 얻어낸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접근 방안이나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정부는 군사적 대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정세가 급하고 험하다고 해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북한이 금지선에 다가간 만큼 중대 국면으로 인식하고 난국 타개를 위해 창의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주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대북 물밑 접촉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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