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76건

  1. 2018.05.28 [사설]남북정상회담 개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환영한다
  2. 2018.05.16 [사설]불법촬영·유포에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수사를
  3. 2018.05.02 [사설]남북 확성기 철거, 판문점선언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4. 2018.05.02 [사설]한국당의 국회 비준 거부 이유를 알고 싶다
  5. 2018.04.30 [산책자]냉면과 평화
  6. 2018.04.30 [사설]핵을 갖고 어렵게 살 이유가 없다는 김정은의 다짐
  7. 2018.04.25 [사설]한반도 평화를 향한 4개월 여정을 돌아보며
  8. 2018.03.07 [사설]문 대통령 성의에 놀라운 결단으로 화답한 김정은
  9. 2018.02.26 [사설]북 김영철의 북·미대화 용의 표명을 주목한다
  10. 2018.02.12 [사설]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환영한다
  11. 2017.11.14 [기고]문재인 대통령께
  12. 2017.11.08 [사설]한·미 정상, 몇 가지 우려 해소했지만 북핵 해법은 없었다
  13. 2017.10.30 [사설]헌재법 개정으로 헌재 소장 임기 문제 신속히 풀어라
  14. 2017.10.25 [사설]대통령 간담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15. 2017.10.24 트럼프 방한과 여야 지도부가 할 일
  16. 2017.10.18 [이대근 칼럼]문재인의 힘
  17. 2017.09.28 [사설]대북 특사 고려할 만하다
  18. 2017.09.07 [사설]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확인한 한·러 정상회담
  19. 2017.09.04 [사설]북한 6차 핵실험 강행, 김정은의 광기를 규탄한다
  20. 2017.08.29 [사설]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 개혁입법이 우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시의적절했다. 무산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이 복원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열렸기 때문이다. 남북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의 재추진에 기여한 것은 물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킨 것을 높이 평가한다. 두 정상은 6월1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개최키로 합의했다. 남북은 지난달 첫번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천사항을 담은 ‘판문점선언’에 합의했지만 지난 16일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키면서 합의 사항 이행이 전면 중단됐다. 어떤 이유로든 남북 합의 사항의 실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매개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감하는 남·북·미 삼각대화의 틀이 새롭게 형성된 것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판문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재추진 흐름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 의미도 각별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노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CVID 수용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북·미 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그런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니냐”고 답했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안과 북한의 단계적 방안에 괴리가 크지만 이번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재개 의지가 드러난 만큼 충분히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사흘간 북·미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싼 반전과 파격을 경험했다. 미국의 압박에 북측 고위관리들이 거칠게 반발했고,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비핵화 정세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가 겨우 기사회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비생산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만일 이런 갈등 요소를 해소하지 못한 채 회담이 열렸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하다. 신뢰 기반이 약한 북·미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평화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아직은 평화보다는 전쟁, 대화보다는 대결이 더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 난기류는 다행히 걷혔지만 향후 여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북·미 모두 실용적 접근과 진지한 자세가 북·미 정상회담 파행을 막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합의를 뒤집는 행태를 바로잡고, 미국은 대화 상대를 존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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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에서 가정폭력을 다루는 사례를 들며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최근 홍익대에서 발생한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유포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한다.

홍대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례적 주목을 받았다. 경찰은 수사의뢰 8일 만에 가해자를 구속했다. 이후 ‘경찰이 다른 불법촬영·유포사건에는 왜 그토록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속한 수사는 바람직하지만, 여성이 피해자일 때와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불만의 초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15일 오후 현재 34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사람 중 98%가 남성이었다. 같은 기간 불법촬영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몰카 범죄 엄단을 지시하면서도 국민청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거론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홍대 사건 수사가 신속했던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어서라고 주장하는 건 비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경찰도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불법촬영·유출과 달리 시간, 장소, 사람들이 특정돼 빠른 수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 국민청원에 여성들이 폭발적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권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을 통해 “홍대 사건의 가해자가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는 동안, 우리가 지원하는 여성 피해자는 포르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며 “어째서 이제야 이례적인 일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졌는지 질문을 던져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은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성범죄 수사 관행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가치는 피해자 보호이고, 그 다음은 신속한 수사다. 이참에 ‘몰카’라는 용어도 ‘불법촬영’으로 대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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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 당국이 1일부터 동시에 최전방 지역 확성기 철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겠다고 한 데 따른 첫 조치다. 남북 정상은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이 이처럼 판문점선언 이행에 흔쾌히 나선 것은 후속 조치를 기대하게 한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초소 장병들이 1일 경기 파주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동시에 확성기를 철수시킨 것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넘어 양측 간 군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합의 나흘 만에 반세기 넘게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확성기를 치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더구나 북한은 이달 중 국제 전문가들과 남한 언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약속했다. 5일에는 북한이 남한 표준시에 맞추는 조치도 취한다.

북한이 최근 서해·동해 지구 DMZ 남북관리구역을 확대하자고 제의해온 점도 주목된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무장이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지만 실제로는 무기와 장비가 집중 배치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남북이 지뢰를 제거하고, 감시소초 등을 철수한다면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탈바꿈시키는 일이 목전에 다가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에서 당국이라 해도 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기는 어렵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열리고 비핵화를 다룰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 정세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남북 모두 쓸데없이 상대방을 자극해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이 군사충돌 직전 상황으로 치달았던 과거 사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려면 비단 당국만이 아니라 민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쟁 위험 해소를 넘어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역대 남북 간 합의는 후속 조치 이행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더 이상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늦어도 안되고, 서둘러도 안된다.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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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가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공포 절차를 조속히 밟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는 정치적 절차가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적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당이 남북정상회담 비준 입장만 제시하고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며 비준을 반대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또 판문점선언을 깎아내렸다. 남북관계 진전에 끝없이 제동을 거는 제1야당이 유감스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4월30일 (출처:경향신문DB)

판문점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하려는 것은 이 합의가 정치 상황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6·15 정상회담 공동선언 등이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는 바람에 이행을 둘러싸고 시비가 벌어진 전철을 밟지 말자는 것이다. 또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제도화하려면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예산이 집행되려면 국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북·미 정상이 북핵 문제를 원활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도 국회의 지지는 필요하다. 한마디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은 한국당이 북한과 합의했어도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당은 과거 여당 시절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초당적 대응을 주장했다. 판문점선언은 전 세계가 지지하고 있다. 국내 여론조사 결과 그 지지율이 90% 가까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합의를 제쳐두고 어떤 사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당이 판문점선언을 비판하는 것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보수표를 결집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이런 당 지도부를 향해 정신 차리라고 비판했다.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당에 표를 줄 시민은 없다고 선거 현장을 누비는 후보가 호소한 것이다.

북한은 오는 5일부터 표준시간을 남한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남측도 신속하게 발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당의 요구로 2일부터 5월 국회가 소집돼 있다. 여당은 드루킹 사건이 비준 절차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당은 한반도 대경사에 재 뿌렸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 비준에 즉각 동참해야 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한국당이 국회 비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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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6·25 때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지만 고향 얘기는 잘하지 않으신다. 80대 중반의 연세로 남쪽에서 보낸 세월이 북쪽에서 살았던 시간의 네 배가 넘으니 기억과 애착이 차츰 바래서인지도 모른다. 월남할 당시 황해도 연백의 고향에는 어머니와 네 살배기 늦둥이 동생만 있었다니, 오래전에 돌아가셨을 어머니 연세를 떠올리고는 그리움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띄엄띄엄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나도 어려서부터 들어온 이야기에 어느덧 황해도민의 정서에 동화된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향을 물으면 대뜸 “황해도 연백이오!” 해놓고는 “사실은 파주에 터를 잡고 내내 살았지만…” 운운하며 설명을 붙이곤 한다. 사람들은 황해도가 고향이라는 내 대답을 농담으로만 듣고 “내가 만주 개장사 시절에 말이야” 하면서 웃음을 터뜨리곤 하지만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실향민의 향수 같은 건 별로 내보이지 않는 아버지이지만 1994년 무렵 자유로가 개통되어 가족들이 함께 강 건너 북한 땅을 보러 갔을 때는 조금 달랐다. 자유로를 달리다가 오두산 통일전망대쯤에 이르면, 한강이 임진강과 합쳐지고 강 건너편이 김포에서 북한 땅으로 바뀐다. 차에서 내려 멀리 강 건너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적이 별로 없었기에 우리들은 당황했다. 형이 아버지를 진정시킨답시고 다가가 말했다. “아버지, 그쪽이 아닌데요. 북쪽은 저쪽이에요.”

아버지는 잘살지도,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은 연백평야 중농 집안의 맏아들로 17살 나이에 해주에 유학을 나가 있었다고 한다. 전쟁이 터지고 몇 개월 후 인민군이 후퇴하는 와중에 징집을 당했다. 후퇴하는 도중 부대가 깨져서 고향에 돌아오니 전쟁이 스치듯 지나갔는지 평온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다시 해주의 학교를 다니기도 했단다. 1·4 후퇴 때 탈영병 신세가 될 것 같아 연백의 넓디넓은 갯벌을 걷다 쪽배를 타다 하며 강화도로 월남을 했다. 이북 출신인 데다 학교에서 배운 러시아어와 영어 실력이 제법이어서 일명 ‘켈로부대’로 불리는 미군 8240부대에 입대를 했단다. 켈로부대에서는 무시무시한 북파공작원 따위는 아니고 그냥 첩보 분석을 하며 지냈나보다. 부대가 강화 교동도에 있었다는데, 바다 건너편의 고향땅을 보며 가슴이 많이 메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는 다시 국군에 정식 입대를 하여 꼬박 복무기간을 마쳤다니, 인민군, 미군, 한국군을 모두 거친 희귀한 경우다. 아버지는 남쪽에 살던 먼 일가붙이 아저씨의 중매로 역시 개성 인근에 살다 일가족이 함께 월남한 어머니를 만났다. 그러고는 역시 미군과의 인연으로 미군 군속으로 취직해 잡다한 노무와 건축일 등을 배우고는 결국 평생의 직업으로 삼았다.

이북사람들답게 우리 집은 내가 어릴 때부터 냉면과 만두를 상식하곤 했다. 겨울이 되면 만두를 수백 개씩 빚어 얼려두고 먹었고, 식구가 외식을 하면 냉면을 먹는 일도 잦았다. 내 기억 속의 첫 냉면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서울 구파발에 있는 한 이북식 냉면집에서 먹었던 것이다. 사실은 냉면보다 함께 사주신 불고기가 훨씬 맛있었지만. 나는 머리가 커서야 이 집안 내력에 허구가 숨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 연백 촌구석 출신의 17살 소년이 냉면을 먹었으면 얼마나 먹었고 무슨 맛을 알았을까. 하지만 언젠가 아버지를 모시고 양평 가는 초입에 자리한 옥천의 냉면을 먹으러 갔을 때, 당신의 설명을 듣고는 그 허구를 믿기로 했다. “해주냉면이란 것도 있단다. 황해도 사람들도 평양 못지않게 냉면을 많이 먹는데, 여기 냉면이 딱 그 맛이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금요일, 전국의 평양냉면 집들마다 손님이 줄을 섰단다. 나도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일산 킨텍스 근처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손님이 많아서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정상회담의 내용만큼이나 평양냉면에 쏟는 사람들의 관심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에게는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둘러싼 골치 아픈 정치적 분석과 CVID 등의 어려운 용어보다 ‘평양냉면’이라는 정서적 상징이면 충분한 것이다. 평화는 고도의 정치적 협상에 앞서 사람들의 마음에서부터 온다.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토록 컸는지를 평양냉면 그릇 속에서 새삼 읽는다. 그러나 나는 심드렁해진 아버지의 마음처럼 이제는 통일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통일은 상징화된 이념일 뿐, 거기까지 가는 데 지불해야 할 고통과 혼란을 생각하면 절대선일 수 없다.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전쟁이 더 이상 없다면, 후퇴할 수 없는 평화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부디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안희곤 | 사월의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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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북부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밝혔다. 북부 핵실험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북한 핵무력 개발의 핵심시설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는 한편 핵실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결정을 채택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에서 비핵화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의미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북한이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 28일 대내외 매체를 통해 ‘판문점선언’의 전문을 그대로 소개한 것도 비핵화 의지를 가늠케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회담에서는 북남관계 문제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보장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하여 호상(상호)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선언 전문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사적 약속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의지로 실천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선대 수령의 업적’이라고 해왔고, 지난해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핵무기의 폐기를 뜻하는 비핵화를 주민들에게 공표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를 넘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고 확인할 과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체제보장과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 등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와 함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완성하면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한 것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의 표준시를 남측에 맞추겠다고 한 점도 평가할 대목이다. 행정적인 어려움과 비용이 따르는 표준시의 통일을 선제적으로 결정한 것은 남북 간 교류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으로 보인다.

보수세력들은 그럼에도 의구심을 품은 채 폄훼·왜곡하기에 바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남북 위장평화쇼”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북한이 약속했던 비핵화보다도 오히려 후퇴한 수준”이라고 논평했지만 아예 사실과도 다르다. 10·4 공동선언에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돼 있을 뿐 ‘비핵화’란 단어가 없다. 6월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한국당의 사실 왜곡과 막말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거대한 전환흐름에서 소외될 것을 자처하는 딱한 모습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판문점선언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국회 비준을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장정에 북한은 돌아갈 다리마저 불사르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이제 우리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정쟁으로 실종시키는 일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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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 사이의 군사분계선 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상봉하게 될 것이다. 콘크리트 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에 발을 디딘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뜨겁게 악수를 나눈 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정상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으로 향할 때 사람들은 ‘한반도의 봄’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일산 킨텍스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는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 때의 2배가 넘는 280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등록을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한병도 정무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회담 사흘 전인 24일 평화의집에서 리허설을 열었다. 25일에는 북측 선발대가 내려와 합동 리허설을 하게 된다. 이제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일만 남았다. 북한과 미국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위기가 고조되던 한반도에서 불과 4개월 만에 이처럼 드라마틱한 전환이 이뤄지리라곤 상상조차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변화의 시동을 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방침과 남북관계 복원에 나설 뜻을 천명했고, 김여정 특사 파견,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제안,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선언 등 대담한 선제조치로 대화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수십년간 쌓여온 미국 내 대북 불신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이 보낸 비핵화 메시지의 진정성을 감별해내고 적극 호응하면서 대전환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유지하면서 일관되게 ‘바닥 다지기’를 해오지 않았더라면 한반도의 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북핵위기가 한창일 때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으로 한반도 전쟁반대를 천명하고 북한에 대화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이율배반적 처지에서도 지혜와 용기,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은 특정 세력의 정치이벤트가 아니다. 북한의 변화도 ‘평화공세’로 폄훼할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보수세력들도 이번 정상회담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 남북관계의 큰 바퀴가 70년 만에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종착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곧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우리 모두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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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오는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합의대로 이뤄진다면 남북 분단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서울로 귀환, 문 대통령 보고 후 가진 평양 방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로써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가 마련될지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한 6가지 내용은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온 난제들을 풀 열쇠나 다름없다. 그것도 북한으로서는 체제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간주해온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외부세계가 예측한 범위를 넘는 큰 양보를 한 김 위원장의 파격과 결단이 놀랍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향후 북측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김 위원장이 표명한 내용으로만 평가하면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큰 결단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의구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쟁 반대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견지해온 문 대통령의 손을 맞잡아주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국면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및 대표단 파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신뢰를 구축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것부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남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안전 문제를 국가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린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남한과 미국의 보수세력은 ‘조공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록 판문점이지만 김 위원장의 남한 행보 약속은 파격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이 다시는 현상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하자고 합의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정상 차원의 소통을 통해 한반도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관건인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북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핵이 체제안전용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남한과 미국에 대한 공격이나 협박용이 아니라는 선언인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과 연결된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폐기해야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기존 논리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이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명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여러 장애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에만 응할 수 있다는 입장에 맞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미국으로 보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및 북·미대화 의지를 전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도 특사를 보내 남북 접촉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북핵 대화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얻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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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2박3일 일정에 들어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면서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또 “남북관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입장에 손을 들어 인사하자,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고문(앞줄 왼쪽 세번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뒷줄 오른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뒷줄 왼쪽 두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북한 대표단은 27일까지의 체류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북·미대화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을 희망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표단의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단에 포함된 북한 외무성 최강일 부국장은 과거 6자회담에 참여한 바 있고, 핵 문제와 대미협상에 정통한 인물이다. 지원인원에는 통역사까지 포함돼 미국과의 대화에 대비했음을 짐작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특사의 방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했다고 한다. ‘강령적 지시’는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임무를 뜻한다. ‘강령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해 구성된 이번 대표단에 외무성 당국자가 포함된 것은 북한이 북핵 문제에 대한 모종의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한 바 있다. 그 여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북핵 문제의 진전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북·미대화 및 북핵 문제의 진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답을 내놔야 할 차례이기도 하다.

보수세력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 몰아붙이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무역을 봉쇄하기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독자제재를 지난주 발표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논란을 뚫고 어렵게 내려온 만큼 북한이 북핵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대담한 메시지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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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자신이 김 위원장의 특사임을 밝히고 친서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연내 방북한다면 11년 만에 남북 최고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게 된다.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가운데)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현 단장은 “목감기가 걸렸지만 그래도 체면을 봐서 단원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물론 문 대통령의 방북에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남북관계에만 온기가 돌기 시작할 뿐 북·미간 긴장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가 움직이지 않은 채 남북관계만 속도를 낸다면, 남북관계조차 고무줄처럼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대화를 추동하는 선순환 구도가 구동해야 한반도 평화구도가 견고하게 정착될 수 있음은 북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펜스 미국 부통령이 올림픽 축하 리셉션에 불참하고, 반북 캠페인만 벌인 뒤 한국을 떠난 일을 상기한다면 모처럼의 북한 제의를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정세와 정부의 입장을 북한에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를 파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은 남북 공동의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으로서는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넘어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선제 발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1999년 9월 북한은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이는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한·미 양국의 대북공조가 원활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2000년은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본질적으로 동일했던 시기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초기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성사됐다. 이런 전례를 돌아본다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 공조를 긴밀하게 유지하되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문재인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연기를 이끌어내고, 이를 지렛대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성사시켰다.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틔운 지금까지의 과정이 결코 녹록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본게임이라고 할 정도의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연기된 한·미 훈련의 재개가 첫 장애물일 것이다. 용기와 지혜, 상상력을 발휘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북한은 건군절 열병식을 조용하게 치른 데 이어 권력 2인자인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해 올림픽 개최를 축하했다. 이를 ‘매력공세’나 ‘위장 평화공세’로 간주해 버린다면 대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상을 전환해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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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에서 ‘장애인복지론’과 ‘문화복지론’을 가르치고 있는 여성장애인 방귀희입니다. 지난 30여년간 KBS에서 방송작가로 일을 하면서 휠체어에 의지해 무난히 사회생활을 해왔으나,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삶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450만 장애인 가운데 2%에 해당하는 장애예술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으며, 또 저를 포함한 1000여 장애예술인들이 합심해 한국장애예술인협회를 창립하여 함께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사무국 회의실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을 만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선물하고 있다._ 연합뉴스

장애인 선수들은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면 일반 선수들과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국대회, 세계대회, 종목별 대회 등 출전 기회도 많습니다. 이에 비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예술인들은 82.18%가 자신의 창작물을 발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예술인들을 위해 장애인예술공공쿼터제도와 장애예술인후원고용제도 등 장애예술인 일자리 방안을 청원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사회 변화에는 계기가 필요한데 마침 우리 단체에서 내년 3월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 G-100일(11월30일) 기념으로 ‘한·중·일 장애인예술축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예술의 수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가 있습니다.

30년 전에 개최된 1988 서울 장애인올림픽으로 물리적 장벽이 제거되었듯이, 2018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을 통해 인식의 장벽, 즉 문화의 장벽이 없어져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당하지 않는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장애인들은 국회는 물론 각종 위원회에서 ‘장애인 패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많이 서운해하고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이 소외당하고 있고, 그 어느 곳에서도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를 하시는 등 올림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면, 장애인올림픽을 통해서는 그 성과 여부에 따라 복지국가라는 더 큰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두 차례나 동계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였고, 중국은 한국 다음에서야 동계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하기에 이번 평창대회가 한·일 양국을 비교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한·중·일 3국의 장애예술인들이 한국에 모여서 예술을 통해 장애인의 능력과 꿈을 보여주는 축제를 마련하였던 것입니다. 이 축제는 사회지도층이 관객이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예술은 아쉽게도 아직까지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신 ‘사람이 먼저다’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가 더 먼저라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야 힘없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기다릴 수 있을 테니까요.

사회학자 수전 웬델이 “인간은 어느 한 시기에는 장애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하였듯이 장애는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장애는 미리 알아두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경험적 상식이기에 ‘장애인 먼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모든 국민을 위한 일입니다.

하여 대통령께 2018 평창 동계장애인올림픽을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자는 뜻의 문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가 실현되는 문화올림픽으로 만들어주십사 하는 청을 드립니다.

<방귀희 |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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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고한 한·미동맹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에 단순한 오랜 동맹국 그 이상”이라며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이 단단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크다. 흔들림 없는 동맹관계를 천명함으로써 북핵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에 일침을 가했다. 북핵 대응에서의 긴밀한 공조를 천명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두 정상은 회견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은 한·미동맹의 확고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범주 군사능력 운용과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국은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제재와 압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 대통령의 25년 만의 국빈방문에 걸맞은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핵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을 앞두고 한국에서 자신의 구상과 복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 방한을 계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한국의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두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군사옵션 카드를 완전히 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는 그제 미·일 정상회담 직후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5원칙’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특히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문 대통령이 “지금은 압박과 제재에 집중할 때”라며 대화를 미래에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일로 미뤄 두었다. 북핵 해법으로 미제 첨단무기 구매와 한국에 대한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완전 해제가 논의된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보수세력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요 공격 소재인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에 대해 일축한 것은 문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넓혀줄 것 같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이며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평가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을 “전 세계에 끔찍한 위협”으로 표현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발언은 아니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문 대통령이 균형외교에 대해 미·중 사이 균형이 아니라 외교 지평 확대로 설명한 것은 이를 중국편향 외교로 이해하는 미국을 의식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해결된 문제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더 많이 남긴 회담이었다. 하지만 북핵은 어느 한 국가나 지도자의 노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국제 문제다.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당사국들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전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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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석 중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진성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 재판관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탄핵심판 사건 선고 때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이 불성실했다고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온건 보수 성향으로 이변이 없는 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9개월 만에 헌재 수장 공석 사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진성 신임 헌법재파소장 후보자가 27일 저녁 서울 헌법재판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9월 김이수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청와대는 헌재 소장 임기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입법 보완을 요구하며 후보자 지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이수 재판관의 소장 대행 체제도 계속됐다. 그러자 야당이 헌재 국감을 거부하고, 헌재 재판관들도 소장과 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 달라고 대통령에 집단적으로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헌법에 헌재 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명시돼 있지만 소장 임기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임기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헌재 소장의 임기는 그 자격의 전제로 규정돼 있는 헌재재판관의 임기와 같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이 재임 동안 헌재 소장을 2번 이상 임명하는 일이 발생하고, 헌재 소장의 임기도 짧게는 1일부터 길게는 6년까지 제각각이 될 수 있다.

이 재판관이 소장으로 취임해도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1년이 안된다. 내년 여름엔 신임 소장 지명 및 임기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 소장 임기 규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10여건 발의돼 있다. 여야가 당장 심의에 나서 이번에 헌재 소장 임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아울러 이 지명자 임명 동의 절차와 유남석 신임 재판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도 조속히 진행해 헌재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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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간담회와 만찬에 불참했다. 청와대가 간담회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고, 만찬에 산별노조 관계자들을 일방적으로 초청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문재인 정부 첫 노·정 대화는 ‘반쪽짜리’가 됐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있다. 이차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민주노총의 진정성 있는 대화 요구를 형식적인 이벤트로 만들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노·정 양자 간 대화 자리에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민주노총 조직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만찬행사 참가자를 청와대가 결정한 것도 민주노총의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전상의 마찰을 이유로 어렵게 차려진 정부와의 밥상을 뒤엎은 것은 지나친 처사다. 이 정도 사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조직체계를 훼손한다면 민주노총 내부 결속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사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섭과 투쟁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집행부는 노사정 대화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지만 상당수 산별조직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를 비판하기 전에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지 말지 명확하게 입장 정리부터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등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위원장은 민주노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노동 독소 조항인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도 지난달 폐기했다.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눈에 밟힌다”고도 했다. 이제 민주노총이 응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고 협상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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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8일 한국을 방문한다. 정상회담을 하고 국회연설도 한다. 트럼프 방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를 예측해 가면서, 방한을 기회로 우리가 그에게 전할 말을 준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언동을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언론이 평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이익을 내기 위해 이악스럽게 계산하고, 상대방이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는 ‘실속형’ 정치인으로 보인다. 그의 말폭탄 뒤에는 고도의 계산과 의도가 숨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헤리티지 재단 대통령 클럽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트럼프는 지금까지의 말폭탄과는 결이 다른 말을 했다. “지난 25년간 북한에 수십억달러를 줬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잉크가 마르기 전 합의가 위반됐다.” 이 말에는 무슨 복선이 깔려 있을까? 우선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미국은 그동안 핵문제 때문에 북한에 ‘수십억달러’를 준 적이 없다.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1994년 10월)에 따라 북핵활동 중단 대가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중유 50만t을 현물로 준 적은 있다. 1998년 8월 제기된 ‘금창리 지하동굴 핵활동’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자 벌금조로 식량 60만t을 북한에 준 적도 있다. 미국이 북한에 준 건 중유 350만t, 식량 60만t뿐이고 그 가격은 도합 5억달러 정도였다. ‘수십억달러’를 줬다는 건 과장이다.

“잉크가 마르기 전 합의가 위반됐다”는 말도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2005년 9월19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합의·발표됐다. 그런데 그 다음날 미 재무부가 마카오 BDA은행의 북한계좌 2500만달러를 동결시켰다. 북한은 즉각 미국을 비난했고 핵활동을 재개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9·19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 전 합의가 깨진 건 사실이지만, 북한의 책임이라고 떠넘기는 건 왜곡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왜 이런 말을 할까? 사실을 좀 과장하고 왜곡해서라도 장차 대북 협상무용론을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향후 협상무용론에 따라 대북 압박·제재가 더 강화되면 한반도 안보위기는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는 ‘겁먹은’ 한국을 상대로 안보장사를 할 것이다. 우리가 경계하면서 대비해야 할 점이다. 한편 20일 최선희 북한 북미국장이 모스크바 국제회의에서 ‘북핵무기 협상불가’를 말했다. 트럼프 방한을 의식한 발언 같다.

이것이 대북압박론자들의 주장에 원용될 수도 있겠지만, 최선희 말에도 숨은 뜻이 있다. 조성렬 박사는 “대화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조건 없는 대화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화용의는 있지만 처음부터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회담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방한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에 부탁한다.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면서 정치공방이나 벌일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여야 모두가 북·미 대화·협상을 트럼프에게 적극 권고해주기 바란다. 안보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생각하면 야당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1993~1994년 북·미 협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 모델을 만들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동아·태차관보는 16일 연세대 강연에서 어렵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제재는 해결책이 아니다. ‘조건 없는 협상’을 시작하라. 거기서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되 그 대가는 제공해야 한다. 북핵 포기가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갈루치의 말은 미 진보진영의 목소리이고, 트럼프 정부 내 국무장관, 국방장관도 대화와 협상을 얘기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전쟁 불가’까지는 강하게 얘기했다. 트럼프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해서 ‘대화·협상 불가피’를 적극 설득해 나갈 차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이 들어야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그렇게 발언할 때마다 국민은 절망스럽다. 신바람 나게는 못하더라도 희망의 끈조차 놓게 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황재옥 | 한반도평화포럼 여성·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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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외교안보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높았던 7월11일. 문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그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의 무력감 토로라니.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과장법이려니 했다. 난제에 직면한 지도자가 한 번쯤 할 수 있는 푸념일 거라고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블랙이글스 T-50 1호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 달이 흘렀다. 한반도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그에 비례해 한국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갔다. 트럼프 추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펴졌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모욕을 참고 가랑이 밑을 긴 한신을 문 대통령과 동일시했다. 며칠 뒤인 9월22일 문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섣불리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도 어렵죠. 압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추종은 이제 가설이 아닌, 입증된 사실로 확정됐다.

이때만 해도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정부가 한신처럼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뭔가 도모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국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인구, 산업능력,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로 보나 기업혁신, 문화, 정부, 교육과 같은 소프트 파워로 보나 명실상부한 중견국이다. OECD 가입국이자 여러 국가의 역할 모델이기도 하다. 주변 강국으로 인해 중견국에 걸맞은 역할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한 세대 전, 한 세기 전과 같이 주변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했던 약소국은 더 이상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이 굴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의 처지를 새삼 부각하지만 381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취임 5개월째인 10월10일 문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과 미련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안보 위기에 대해 우리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세 번째다. 우리는 그가 세 번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더 이상 푸념도 과장도 아니다. 역전의 순간을 위해 일부러 힘을 감추려는 전략도 아니다. 그의 정직한 안보인식이자 정부 능력에 대한 자가 진단의 결과다. 또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곧 다른 경로가 열리지 않을까 하고 가슴 한쪽에 품고 있는 낙관론을 접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무기력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최후의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야 하고 무얼 하든 결사적이어야 한다. 남한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무릎을 꿇리려 한다. 게다가 남의 말 잘 안 듣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런 북·미 대결 상태도 한국이 손 놓고 물러선 상황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 반대다. 한국이 더 많은 힘을 쏟고, 다른 방법을 찾고, 비상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내놓은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이 도발을 스스로 중단하면 그때 근본적 해법을 모색한다.’ 그렇게 기다리면 위기는 누가 해소하나? 문 대통령도, 트럼프도 아니라면, 김정은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와 미래가 달린 일이다. 북한과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 한국은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가? 미국에선 요즘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트럼프의 외교 멘토 키신저는 주한미군 철수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붕괴시키는 안을 백악관·국무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백악관 실세였던 스티브 배넌은 미군철수와 북핵동결 구상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한·미연합훈련 축소 한마디 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한국인이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미국은 한국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마음껏 논하는데 한국인은 그러면 안되는 이유를 누가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

김정은도 세계를 흔들었다.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왜 흔들리고 있나? 문 대통령은 광야에 홀로 선 존재가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이끄는 강력한 통치자,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민주사회의 지도자다. 트럼프·김정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을 믿고 싶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운명, 우리 손으로 개척할 수 있다. 문재인은 힘이 있다. 그 힘을 보고 싶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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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대북 특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4당 대표 초청 청와대 만찬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과 미국 양쪽에 동시 특사를 파견하자는 의견을 냈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대북 특사를 보내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와 만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이정미 대표. 청와대 사진기자단

역대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 때마다 대북 밀사나 특사를 파견해 남북관계를 관리해왔다. 남북 간 험악한 대결이 이어지던 박정희 정권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북한을 방문해 ‘7·4남북공동성명’을 끌어냈고,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은 여러 차례 방북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남북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 1994년 북핵 1차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약속을 얻어냈다. 성공 사례가 많은, 흔치 않은 대북정책 수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대북 특사가 평화로운 시기보다 위기 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했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북 특사 시기 상조론도 존재한다.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압박과 제재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대화 카드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개발 중단이나 협상을 통한 해결 의사를 비치기 전에 특사를 보내면 큰 성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대북 특사 파견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조율과 실무 물밑 접촉 등 외교적인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북·미 간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문제 제기도 일리 있다. 특사를 파견해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 직전의 상황에 소통 채널마저 꽉 막힌 한반도 정세를 결코 그냥 둘 수 없다. 북한과 미국 최고 지도자들 간의 막말 위협이 언론 매체를 여과없이 오가며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제어할 장치가 절실하다. 대북 특사를 통해 최소한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진전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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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확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극동지역 개발 등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은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았다. 6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대북 국제 제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핵에 대한 개입 수위를 부쩍 높이는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북핵 문제를 떠나서도 한·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경제분야 등에서 협력을 크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의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이 몇 차례 논의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방을 연결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도입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면 양국 간 협력 사업이 크게 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푸틴 대통령도 신동방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미·중·러 등 관련 여러 국가들이 모두 추인해야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사안이다.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어제 두 정상의 북핵 발언에서 드러났듯 아직 양국 간 견해 차가 크다.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 요청에 푸틴은 민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도 북한의 핵개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통일기반 조성 차원에서라도 한·러관계는 공고히 해야 한다. 북방도서를 놓고 일본과 갈등 중인 러시아로서도 한국과의 유대 강화가 긴요하다. 어제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러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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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기어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에, 그리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넉달 만에 핵실험을 한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3시간 뒤 조선중앙TV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ICBM 시험발사에 이은 북한의 6번째 핵실험 도발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는 5.7이다. 폭발위력이 지진규모 5.04(10㏏)였던 5차 핵실험의 5~6배에 달하는 것이다. 진짜 수소탄의 폭발위력 10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핵실험 중 폭발력이 가장 강했다. 북한은 ICBM급 ‘화성-14형’에 탑재할 수소탄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 때문에 당국도 인공지진 규모로 미뤄 수소탄 실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수소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핵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진전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등 핵무장화 마지막 완성 직전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위협 이후 25년 만에 핵 무장을 완성하기 일보직전까지 온 것이다.

4일 새벽 동해안에서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를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새벽 일출과 더불어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격에는 육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와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동해상 목표 지점에 사격을 실시해 명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비핵화·탈핵 흐름에 역행하고 한반도를 위시해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망동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적 해결노력도 북한은 철저히 묵살했다. 김정은 정권 하나의 보위만을 위해 전 세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핵도박을 강행하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일정표에 따라 움직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의 명분을 미국의 핵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그런 주장은 명분을 잃었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자위적 차원을 넘은 지 오래다. 공세적 도발의 주체가 북한인 것은 어떤 논리로도 덮을 수 없는 사실이며,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혈맹이라는 중국도 핵개발에 극구 반대하고, 북핵에 관한 한 북한을 두둔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한국 정부마저 등을 돌리면 북한은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고립무원 속에서 김정은의 광기 어린 핵무기 집착이 계속되는 한 국제사회가 어떤 제재와 압박을 가해도 북한은 항변할 수 없다. 북한은 당장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한·미 양국 합참의장은 전화 통화를 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한반도에 전운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도발로 어떤 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핵개발에 몰두하는 정권이 오래갈 리 없다. 북한이 핵무장 완성에 이르려면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국들은 북한의 폭주를 멈출 실효성 있는 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특단의 대책이 화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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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거의 모든 현안들을 업무지시를 통해 처리했다. 이도 한계가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정치·재벌·검찰·언론 등 적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대한민국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대변혁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촛불민심이 탄핵을 이뤄냈다면 촛불에 담긴 시민의 갈망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발행 된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내달 1일 열린다. 새 정부의 본격적인 국정운영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를 100대 국정과제로 압축해 공개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재벌개혁·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거의 모든 개혁과제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이 중 91개는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495건의 법령 제·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자증세와 부동산·복지·탈원전 등의 정책과 방송법·국가정보원법 개정 등은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 정책마다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를 선언한 상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선심정책과 싸울 것”이라며 선명 야당을 천명했다. 대선이 끝난 지 넉 달이 되기 전에 선거에서 경쟁했던 유력 후보 두 사람이 모두 제1, 제2 야당 대표로 돌아와 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하는 만큼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공산이 크다. 결국 입법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혁입법을 더 미룰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5년 내내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타협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강경대치해 국회가 막히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문재인 정부다. 결국 협치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오만과 독선은 협치의 적이다. 여권은 야당과 먼저 소통하고 양보하는 통 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 조치를 똑같이 공약한 바 있다. 그렇다면 힘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두 야당이 뜻을 모으면 구체제 청산과 각종 개혁입법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또다시 흘려보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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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