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59건

  1. 2017.07.03 [사설]한·미 정상회담 성과, 후속 대응으로 뒷받침해야
  2. 2017.06.30 [정동칼럼]사드, 대북 공조, 한·미 정상회담
  3. 2017.06.29 [사설]탈원전을 위한 시민의 숙의가 필요하다
  4. 2017.06.27 [사설]‘문준용씨 특혜’ 녹음이 정치공작의 결과였다니
  5. 2017.06.27 [사설]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46개국 중 45번째라는 참담함
  6. 2017.06.23 [사설]학력·지역 차별 없애는 공공부문 채용 확산돼야
  7. 2017.06.23 [녹색세상]탈원전, 에너지 전환 출발선
  8. 2017.06.22 [사설]일자리 정책 정교하게 다듬고, 끈기있게 노사 설득해야
  9. 2017.06.21 [사설]꽉 막힌 정국, 국민의당이 뚫어라
  10. 2017.06.19 [사설]강경화 임명 강행, 그러나 협치 거부는 안된다
  11. 2017.06.15 [사설]한국당은 발목 잡기 그만하고, 대통령은 협치에 더 노력을
  12. 2017.06.14 [사설]일자리 추경 이해하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13. 2017.06.14 [조호연 칼럼]한국군의 이중국적
  14. 2017.06.12 [아침을 열며]문재인의 시공간
  15. 2017.06.07 [사설]“애국에 진보·보수 없다”는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의미
  16. 2017.06.05 [NGO 발언대]환경 대통령에 거는 기대
  17. 2017.06.05 [기고]일자리 공약이 성공하려면
  18. 2017.06.02 [기고]검찰개혁, 기소제도부터 손대자
  19. 2017.06.02 [사설]새 정부 3주 만에 협치 거부한 한국당, 아직 정신 못 차렸나
  20. 2017.06.02 [정동칼럼]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외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은 과거 정상회담 때와 차이가 크다. 한·미동맹을 확인한 점은 같지만 북핵 해결 방법에 대한 방향은 판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일변도의 북핵 해법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해법에 문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북한의 핵 동결·폐기에 따라 단계별로 한·미가 상응하는 조치를 제공하는 단계적·포괄적 접근법에 동의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공개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대미 정책에 대한 미측의 의구심도 해소했다. 첫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를 형성하고 대북정책 공조에 큰 진전을 이뤘다. 미국 본토를 향한 북핵 위협과 북한 억류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으로 미국 내 반북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가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 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권을 활용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협의해 북핵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둘다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다. 첫 조치는 남한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남북대화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이다. 우선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아야 하고, 이어 북핵을 동결하고 나아가 핵시설 불능화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지난한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북핵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한 ‘올바른 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자체를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핵 폐기에 대한 현실적 보상은 불가피하다. 보상 방식의 해법을 놓고 국내의 반대 여론과도 싸워야 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도 안게 됐다. 문 대통령은 방미 중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를 시사한 것에 대해 중국은 의구심을 품을 게 틀림없다. 공동성명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문구가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설득하려다 보니 중국을 만나게 된 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사드 문제로 중국의 이해를 손상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중국 포위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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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국정농단세력을 물러나게 했지만 지난 한 달 반을 반추하면 적폐세력들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기득권세력이 한순간에 바뀌거나 적폐들이 저절로 청산되는 것은 아니며,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 정도는 각오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그들의 저항이 아주 빠르고, 대담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국정진행에 대한 비상식적 방해에 나선 야당의 공세는 물론이고, 최근에 불거진 사드 조기배치와 대북정책 논란은 구세력들의 조직적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따지고 보면 사드 배치 문제는 처음부터 박근혜 정권의 안보 포퓰리즘의 일환이었으며, 대통령 선거와 연동해 지지자 결집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가속화에 나섰던 것이다. 심지어 탄핵된 이후에도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배치한 것은 의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스테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대 중장(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1사단이 중국군의 포위를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전투로, 중국군의 진출을 지연시켜 흥남철수가 가능했다. 콴티코 _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의 원래 합의는 금년 말까지 1기를,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탄핵국면에 들어서고 난 후 서둘러졌다고 말하면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가 당초 합의를 깨고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국내법 등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완전히 투명하고 긴밀하게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추론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사드 조기배치는 한국 측의 강력한 요구와 미국 측의 편승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필자가 위원으로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추가 4기 반입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던 일에 대한 재보고 미팅을 하면서 추궁한 결과 조기배치를 주도한 것은 국가안보실이라는 답변을 분명히 들었다. 이와 관련,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1월과 3월의 연이은 방미는 주목을 끈다. 재임 시 총 3번의 방미 중 2번이 대통령 탄핵국면이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조기배치를 위한 방미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원래 합의를 깨고 조기배치하기로 합의한 문건이 있는지, 구두로 합의한 것인지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실장이 대통령 부재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분명 월권이다. 그리고 정권교체 이후 4기의 추가 배치사실에 대한 보고누락은 적폐세력의 항명이라는 맥락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 문정인 특보의 발언논란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문 특보는 방미기간 북한이 핵활동을 동결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의 보수언론들과 보수야당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동맹 훼손이라는 낙인을 덧씌웠고, 미국 내 반발을 거론하며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모든 과정을 문 특보의 과잉발언에 대한 당연한 반발과 교정 정도로 정리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미국 내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한국이 논란을 키워서 뒤이은 미국의 파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지난 정부의 적폐인 반미종북 프레임의 흑백론이 재부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없는 논란을 의도적으로 키움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우리 입지를 약화시켜버렸다는 점에서 국익을 훼손한 것은 그들이다. 같은 동기를 품고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흠결과 실패를 찾으려 안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아무리 설명하고, 전제조건을 달아도 믿기는커녕 들을 생각조차도 없었다.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고 했을 때도 미국과 협의해서라는 단서를 의도적으로 빼버렸다. 문 특보 발언에서도 미국과의 협의하에 군사훈련의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는 당연히 빠졌다. 트럼프의 햄버거 대화 용의 발언이나,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면 영예로울 것이라는 발언들이야말로 전제조건 없는 대화제의로 문 대통령의 발언보다 훨씬 더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결국 말의 내용이 아니라 누가 말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 내 소수의 강경파들이 지닌 문 대통령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한국 적폐세력의 저항과 연결되면서 신정부를 흔드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 전에는 통했을지라도, 후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믿고, 국민이 믿는 대통령을 믿는다.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적폐들의 시대를 규정했던 ‘이것이 외교냐?’를 넘어 ‘이것이 외교다!’라고 당당히 보여줄 것을 믿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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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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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승리에 눈이 어두워 ‘네거티브 공세’를 넘어 공당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될 정치공작 수준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민의당의 행태는 충격적이고도 경악스럽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지난달 5일 국민의당은 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 증언을 근거로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관련 당시 문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발표했으나 당시 제보된 음성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캡처 화면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6월 27일 (출처: 경향신문DB)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조작된 녹음이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라며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당이 공개한 육성 녹음파일에는 “(준용씨가) ‘아빠(문재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걔가 뭘 알겠어. 아빠가 하란 대로 해서 했던 걸로 난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안 후보 측은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 후보가 국가기관에 불법 취업 청탁을 한 명백한 범죄행위가 된다”고 파상 공세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녹음파일과 카톡 캡처 화면은 국민의당 청년부위원장인 이유미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디자인스쿨을 다닌 적이 없는 이씨의 친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녹음파일 공개 직후 민주당은 ‘가짜’라며 국민의당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24일 자료조작 사실을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지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에게 실토했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이날 공식 사과를 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 사과’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어제 이씨를 긴급체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민주주의를 위협한 중대 범죄행위인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 또 이번 조작의 배후가 있는지, 특히 안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책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정치공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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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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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 공무원과 공공부문 인력 선발부터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력서에 출신 학교와 지역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해서 오로지 실력과 사람 됨됨이로 뽑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을 환영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학벌·학력 차별, 지역 차별을 해소하는 일대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7%가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일부(65.3%) 또는 심각할 정도(26.4%)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부문에 정착되면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 완화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취업 과정에서 학력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벌·학력 차별은 단순히 교육이나 인재 선발의 불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더 큰 폐해는 명문대 졸업장을 따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열패감을 심어줘 그들을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치·경제 권력이 학연이라는 네트워크에 의해 분배되고, 사회의 부(富) 역시 학벌에 독점되고 있지만 이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력 옹호론자들은 학벌이나 학력이 사람을 선발할 때 가장 신뢰할 만한 기준이며, 개인 간 경쟁을 촉발시켜 사회에 활력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현행 입시 제도는 개인의 창의성이나 도덕성 판별과는 거리가 멀다. 또 18~19세에 명문대 입학 경쟁이 끝나면 나머지 인생은 출신대학에 따라 결정되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학벌·학력 차별은 계층 이동을 막고, 경제적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법은 고용 및 교육 영역에서 학력이나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학벌 같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기업까지 뿌리내리게 해 우리 사회를 능력 중심의 공정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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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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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어제 출범 한 달을 맞아 정부·민간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민간에서는 전문가 외에도 상의·경총·민노총·한노총 등 노사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 주요 노사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18년 만이라고 한다. 일자리 현황판 설치, 일자리 추경, 일자리 시정연설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총력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자리 해결의 당위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일자리는 경제성장과 경제민주주의의 토대이고, 저출산 대책이고, 복지정책이고, 국민들의 기본권”이다. 문제는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사측에는 “저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친경영, 친기업이다. 경영계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 주신다면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면서도, 노동계에는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겠지만 1년 정도 시간을 주며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제스처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놓고 노사 간은 물론 노·노 간에도 이견이 첨예하다. 민노총이 일자리위원회의 첫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가 다시 참석하고 이번 회의에서 운영세칙이 합의되지 않은 것은 위원회의 앞날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일자리 정책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추경도 마찬가지이다. 추경이 시의성 면에서 절실하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렵다. 다른 국정현안과 연계하는 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야당의 주장을 무조건 내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당장 정부 추경안에는 14개 부처의 조명 교체 비용 2000여억원 등 일자리 창출과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국회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하고 집행이 이뤄지도록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 공무원 증원 문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재원 역시 재정·조세개혁 등을 실시한 뒤 부족하면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로 채워넣는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가 많다. 따라서 누가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이 과정에서 일방통행은 결코 안된다. 조급해도 안된다. 정책은 더 정교하게 다듬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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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어제는 야 3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에 삿대질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은 많은데 대치 정국을 풀 정당 하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다. 국민의당은 지난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뒤 추경안 반대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여공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것은 당리를 위한 선택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여권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타격을 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3주 내리 하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당은 지지여론이 두 배나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도 끝까지 반대했다. 존재감도 상실하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과 공조하면 계속 식물정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코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여 강공 일변도의 노선을 수정하는 게 옳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심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정당도 과반이 안되는 다당 체제이기에 여야 간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미 지나치게 여권과 대립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도 있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도 추경 통과는 시급하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에 맞설 게 아니라면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추경 등 민생 문제부터 협력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바로 지금 국민의당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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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야권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야권은 이에 반발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 다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 대해 원활한 협조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앞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에 따른 책임을 지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안경환 후보자 낙마의 책임을 지고 검증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어제 대안으로 이번주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단수 또는 2배수로 하던 정밀 검증 대상을 최소 3배수로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 초기라고 해도 인사 절차를 약식으로 진행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법무부 장관 등 남은 3명의 장관 인선에서 또다시 검증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걸어가며 강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가운데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허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대여 공세는 지나치다.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협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여소야대 국면을 이용해 내내 공세만 펴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강 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는 ‘하자는 있으나 낙마시킬 만큼 심각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임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안경환 후보자의 검증 실패를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로 연결시킨 것 역시 온당치 않다. 과거 한국당 집권 시절 장관 후보자 검증을 한번 잘못했다고 민정수석을 사퇴시킨 사례는 없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조 민정수석을 국회로 불러 따지겠다는 것도 엄포가 아니라면 과도하다. 시민은 외면한 채 과거 여당이었을 때 받은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 인사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당의 태도이다.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보인다는 것이 고작 한국당 따라하기라니 한심하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행위가 호남의 문 대통령 절대지지 민심에 부합하는지 자문할 일이다. 안경환 후보자 사퇴에서 보듯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는 시민들도 외면한다. 협치를 볼모 삼아 공세만 취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치할 때는 협치하는 야당의 모습을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향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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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여야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한때 거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하면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할 태세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이 요구한 협치가 새 정부 출범 후 첫 관문에서부터 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한후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 특히 한국당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는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더니 아무런 논리적 연결성도 없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연계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며 장관 후보자 중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탈락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다. 청문회 시비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한국당의 논리가 더 군색하다. 과거 한국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결격 사유가 많은 후보를 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보은·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과거를 잊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은 전직 외교장관들에 이어 인권대사와 유엔 인권기구 전문가들도 강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현실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협치를 위한 노력도 아쉽다. 국정공백이 장기화된다는 현실론만으로 야당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지난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제의했을 때도 야당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했다. 야당이 또다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주내에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관 임명을 두고 다시 야당과 대통령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협치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협치를 실현할 최종적인 책임은 여당에 있다. 촛불시민의 뜻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문재인 정권으로 바꾸고자 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설득에 더욱 공을 들이고 실질적인 협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협치 요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나라를 넘겨받은 새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고 있는데 사사건건 비판과 공세만 하는 것은 건전한 야당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협치를 통해 개혁하라는 시대적 요청을 묵살하는 정치세력을 시민들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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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施政)연설을 했다. 취임 후 34일 만에 하는 첫 국회연설이다. 대통령이 추경예산을 설명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 추경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제발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구직 청년과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힘들면 지체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청년실업은 재난에 가깝다. 올 들어 청년 체감실업률은 24%로 치솟았다.

이번 추경안은 11조2000억원 규모다. 2000년 이후 모두 15차례 추경을 편성했지만 오로지 일자리 목적의 추경은 처음이다. 일자리 창출에 4조2000억원, 일자리 여건 개선에 1조2000억원, 일자리 기반 서민 생활 안정에 2조3000억원이 할당됐다. 남은 3조5000억원은 지방 교부금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투입된다. 정부는 공무원 1만2000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권호욱 기자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시의성, 필요성 면에서 이번 추경은 별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배제함으로써 추경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선심성 나눠주기 논란도 원천 차단했다. 다행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초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추경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에 일자리로 포장된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허점이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7월부터 즉시 집행이 이뤄지도록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심사에 불참키로 했다. 여당이 국가재정법 준수를 단단히 약속했으니 다시 한번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권여당도 추경이 그만큼 시급하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더 성의있게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경제 활성화로 연결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처럼 추경에만 기댈 게 아니라 야당의 견해대로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설득할 수 있고, 협치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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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누락 파문은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건재를 확인해 준다. 과거에도 미군추종세력에 의한 국기문란 행태는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드를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사드는 무오류의 미군 및 미국의 권능을 상징한다. 이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미국은 사드를 철수하고, 다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삼단논법은 이들의 신념이다.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갖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74조1항에서 “대통령은 국군을 통수하게 되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군이 중대 안보 현안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이 작동불량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통수권은 누구한테 있다는 건가.

사드 파문의 책임자인 고위장성은 “미군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보고를 누락했다고 실토했다. 대통령보다 미군의 권위를 더 무겁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보고누락은 형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법인 셈이다. 군이 사드 배치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국의 의지만 지킬 수 있다면 국내법이든 시민이든 안중에 없다는 식이다.

군의 대통령 통수권 무시 행태는 참여정부 때 더 심각했다. 2004년 ‘작전계획 5029’ 청와대 보고누락 사건을 보자.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미군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작전계획은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참여정부 방침과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합참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미군 측과 논의를 진행했고, 이를 뒤늦게 안 청와대는 계획을 중단시켰다.

10여년의 시차를 둔 두 사건은 군의 통수권 무시 행태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이런 일이 진보정권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고누락 사실이 들통난 뒤 군의 행태도 똑같다. “미군과 협의했다”고 핑계대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신성불가침인 나라에서 이보다 더 좋은 변명거리는 없다. 정부가 여기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은 한국에 선한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추호도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굳은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움을 벌인다면 사면에서 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미국보다 국내 보수 세력이 먼저 벌떼처럼 일어섰다. 보수정치인들은 사드 및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보수 언론은 미국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연일 집중 부각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감히 미국에 도전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미국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며 당장 한국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해결책인 양 몰고 갔다. 사드 보복을 자제하라고 설득하러 중국에 간 국회의원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던 그들이 지금 와서 미국의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에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군 위주의 한·미연합사 운영체계 탓이 크다. 한국군은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사를 운영한다고 말하지만 중요 현안 논의 시 미군이 “외국군은 회의장에서 나가달라”며 한국군을 내쫓는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미군을 상전으로 모시는 이런 불평등 구조 속에서 한국은 자유의지를 갖고 안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군의 하위적이고 보조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문제는 한국군이 이런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는 무한대에 가깝다. 그들은 북한과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 대화상대로 여기는 것은 한·미동맹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는다. 또한 동맹이야말로 북핵 해결을 위한 유일한 카드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국과의 협력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가 절대적이고 영원불변한 국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보통의 국가관계론’을 주장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세계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의 군대가 마치 젖을 떼지 않으려는 어린애처럼 미군에 매달리는 것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니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이명박 대통령의 보복 폭격 지시에 군 수뇌부가 미군에 “쏴도 되는가?”라고 문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온전할 수 없다. 현재 한국군에 대한 통수권은 한국과 미국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 같다. 묻고 싶다. 한국군의 국적은 어디인가. 미국인가 한국인가. 아니면 이중국적인가.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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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주일에 한 번꼴로 대중연설을 했다. 모두 인상적인데 그중 한 대목을 골랐다.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했던 인사말의 일부다.

추도식 몇 달 전, 지난 조기대선이 확정되지도 않았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인 문 대통령을 만났던 한 인사가 들려준 얘기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곁에 아무도 없었다. 손을 잡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너무 늦어버렸다. 이제는 정말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을 두고 국정운영을 해보고 대통령이 된 헌정사 최초 대통령이라고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 곁에서 느꼈던, 국민에게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종국엔 서로의 손을 거두고 5년을 마무리한 당시의 처연함과 회한은 대통령을 준비하면서 가슴 깊숙이 자리잡고 있을 게다. 5번의 연설 중 유독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국민 손을 놓지 않겠다”는 표현을 쓴 것도 그 때문이리라.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 뒤로 노 전 대통령의 전신 사진이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로 손을 잡는다는 건 서로가 공감 내지는 공유하는 게 있다는 얘기다. 정서적인 문제든, 이익의 문제이건, 정치적인 문제이건. 낯선 이가, 싫어하는 이가 불쑥 손을 내밀면 반사적으로 뿌리치기 십상이다.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 속에는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온 대통령이 함께 손을 잡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저마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한 달밖에 안됐냐는 생각도 들었다. 대선을 치른 게 언제인가 싶었다. 그 폭풍 같은 시간 동안 핵심 참모나 장관 인선은 신선했고, 업무지시를 통한 정책적 조치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케 했다. 전임 대통령 때도 취임 첫 한 달이 길게 느껴졌었다. 이유는 180도 다른데, 벌써부터 통치자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피로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늘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의 시간’도 이제 시작이다. 임기 60개월 중 고작 1개월이 지났을 따름이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데 본격적으로 숙제들을 풀어야 할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과제, 대통령에게 놓인 현안은 쌓여 있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점차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도 보일 것이다. 일자리 창출, 사회적 양극화 해소, 검찰개혁…. 쉬운 일은 없다. 한반도 안보 위기 문제는 지금까지 성공한 적이 없는 최고난도의 작업이다.

‘집권 100일 프로젝트’에 따라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국정운영도 주춤하고 있다. 1기 내각 구성이 지연되면서다. 새 정부의 국무위원 확정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명뿐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줄줄이 남았고, 추가경정예산안 문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데 야당은 구심이 없다. 특히 제1야당이 그렇다. 대선 때는 승리보다 ‘대선 이후’ 주도권을 생각하더니 대선 이후엔 지리멸렬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회동에서 ‘협치’를 얘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문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20석 소수 여당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목표 의식이 약하고, 리더십이 불안정한 야당은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은 집권세력의 차지다. 한편으론,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서 보듯, 다당제라는 게 묘해서 정치력이 발휘될 자리는 있다. 대선 때 거론했던 ‘통합 정부’까지는 아니어도 야당과 사안별 협력·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

개혁에는 기득권 집단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재계가 새 정부의 기조에 반발했다가 대통령의 옐로카드를 받고 일단 꼬리를 내린 것은 기득권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예고편인 셈이다. 이를 뚫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적폐 청산이라는 개혁 과제는 결국 국민과 함께해나가야 할 일이다. ‘파격’ ‘깜짝’도 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매번 감동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시간과 공간은 국민 속에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은 패권을 낳지만, 국민 속에서 구축되는 것이라면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꿔나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은 국민이 어디 있는지, 아직 손을 잡고 있는지, 손 닿을 거리에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안홍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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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자를 확대해 새롭게 정의한 뒤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선언했다. 피로써 조국을 지킨 순국선열은 물론 민주화 인사들과 산업화에 헌신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 등 시민들 모두를 애국자라고 천명했다.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나란히 부르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념의 정치를 청산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의 애국에 대한 폭넓은, 그리고 새로운 정의에 적극 공감한다. 한국인이 지난 100년간 식민지 시대에서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 다 애국이라는 인식에 동의한다. 조국을 지키는 목숨 건 행위뿐 아니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시민들 모두 예외 없이 애국자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어제 추념식 때 4부 요인들이 앉았던 대통령 옆자리에 목함지뢰 부상 병사들과 전몰 및 순직 군경 유족들을 앉힌 것은 의전 배려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애국의 주역이었음을 확인한 당연한 예우다. 문 대통령이 보훈처의 위상을 격상하고, 애국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약속 또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제 추념사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남긴 것은 역시 애국으로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이다. 과거 보수 정권들은 예외 없이 애국과 보훈을 이념으로 덧칠하며 정치에 활용했다. 권위주의 정부는 전쟁 경험을 앞세워 진보를 종북세력으로 호도했다. 애국의 이름으로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시켰다. 보훈단체를 앞세워 정치적 반대자들을 친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일은 최근까지도 일상이었다.

애국이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인 양 치부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보수의 전위조직인 보훈단체들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특히 전역 장성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재향군인회는 전역 군인 전체를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을 이루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보수세력은 더 이상 오도된 애국과 이념에 기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물론 진보 진영의 안보에 대한 균형 잡힌 태도도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또 다른 이념 논쟁을 촉발할 수 있음을 양 진영 모두 유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가 국가통합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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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취임 25일이 지났다.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구성, 2호 업무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다. 검찰개혁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도 언급했다.

환경정책만 살핀다면, 앞으로 국민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3호 업무지시는 미세먼지 응급 감축이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봄철 미세먼지의 주범을 잡겠다는 의지다. 곧바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6월 한 달간 가동 중단시켰다. 앞으로 30년 이상 된 10기는 조기 폐쇄되고 신규 건설은 중단되며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전력 총발전량의 30% 이내로 하향 조정된다. 친환경차는 판매차량의 10% 이상으로 확대되며, 노후 경유차와 같은 대기가스 다량 배출차량은 운행 금지된다. 충남권, 광양만권, 동남권의 제철·제강, 석유 정제, 시멘트 제조 등 산업단지는 특별 관리된다. 대통령은 ‘미세먼지 특별기구’를 직접 챙길 것이다.

1일 경남 창녕함안보 수문이 열리자 멈춰 있던 낙동강물이 흐르고 있다. 창녕함안보의 수위는 5m에서 4.8m로 낮춘다. 연합뉴스

‘4대강 녹조라떼’도 해결의 실마리가 열린다. 6호 업무지시는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정책감사였다. 지난 2일,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된 보 가운데 6개의 수문이 열렸다. 나머지 보 10개는 수질과 운영 평가 후 개방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환경부와 국토부로 각각 나뉜 수질과 수량 등 물관리 기능은 환경부로 이관해 통합된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절차적 문제를 다시 평가한다.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보 해체나 재자연화 여부는 위원회의 종합평가 결과에 달렸다.

‘탈원전’은 현안 중의 현안이다. 한국의 동해안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로 총 18기가 가동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은 폐기되고 원전 제로시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수립될 것이다. 신규 원전은 전면 중단되고 건설 계획은 백지화된다.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중단, 설계 수명 다한 월성 1호기는 즉각 폐쇄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016년 4%에서 2030년 20%로 높인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경제성만이 아니라 환경성과 안정성이 반영된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과 원전의 건설 단가는 대폭 상승할 것이다.

또한 사드 배치의 민주적·절차적 정당성도 재검토된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동의가 쟁점이다. 148만㎡인 성주골프장 부지의 사드 배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며, 4계절 조사,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은 해당 사업면적을 축소해 6개월 안팎에 끝낼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대신했다. 주민 동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건너뛰었다. 환경영향평가 완료 이전에 사드 핵심시설을 배치한 것은 사전공사 시행금지 위반이다. 불법사항으로 분명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6월5일, 오늘은 환경의날이다. 국민은 신고리 5·6호기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 ‘탈원전 한국 선언’을 기대한다. 사드 대신 ‘동아시아 평화 선언’을 기대한다. ‘녹색성장’ 대신 명실상부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공생 선언’을 기대한다. 경제와 일자리, 노동 존중의 문제가 환경과 생명의 관점에서 경영되는 ‘에코-노믹스(eco-nomics) 선언’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을 절실히 기대한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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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과거 정부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제정책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에서 ‘노동’은 항상 뒷전이었고, 노동조합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돼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약속의 첫 행보라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노동시장의 ‘차별 문제’가 우선 개선돼야 일자리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저임금 및 단순 업무직들만 양산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민간업체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여전히 핵심 업무 외에는 대부분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외주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의 위치에서 이윤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나쁜 기업문화 행태다. 따라서 ‘직접고용’ 확대를 통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화 정착이 가장 시급한 일자리 창출 과제라 할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소 방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 산업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는 외주화 남용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산업재해까지 양산하고 있다.

5월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필자는 지난 몇 년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무료취업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구인구직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느낀 바는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당근과 채찍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하는 업체들에는 각종 훈포장 및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또한 각종 정부사업 입찰 시 가산점도 부여하고, 행정편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반면에 상습체불과 불법파견, 위장도급, 기간제 남용 등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악덕기업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채용 시부터 진입장벽이 투명해야 한다. 건설업의 경우 1000억원대 공사가 발주돼도 인력 채용공고 자체가 없다. 음성적 비리가 여기에서부터 싹튼다. 하청, 재하청 등 다단계 하청으로 내려가면 누가 진짜 사장인지 구분도 모호한 사업장들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청년 구직자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진적인 인맥 위주 채용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유료 직업소개소들은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범람하고 있는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의 외국인 불법취업에 대한 철저한 단속도 필요하다. 구직자들이 ‘3D 업종’이라서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대우를 못 받으니 기피하는 것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료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대폭적인 확대 지원과 점검이 필요하다. 일자리의 질보다는 머릿수 채우기식 단기 일자리 알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성과지표’만 챙기다 보니 나타난 풍선효과다. 취업지원 업무를 하는 직업상담사 등 알선 업무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도 필요하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사기가 땅에 떨어진 채 알선 업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관리직 직원들도 취업지원 업무 부서를 맡는 것을 매우 꺼린다. 따라서 승진 1순위 대상자를 이 같은 업무에 배치하는 것도 유인책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정규직 채용·전환이 선심 쓰는 양 내려지는 ‘시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괜찮은 소득에 안정되고 질 높은 일자리는 가정의 번영과 행복에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며 이는 국가의 의무다. 결코 시혜적 조치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투자’라고 하면서 노동에 대한 지원은 ‘비용’처럼 인식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의 각종 노동 지원 정책은 세금만 허비하는 일일 뿐 병 자체를 고치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노동의 양극화로 인한 깊은 골을 하루속히 메꿔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고 다가오는 4차산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박종국 | 전 무료취업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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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우병우 사건 수사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한 검찰 고위간부가 지위를 악용해 100억원 이상을 치부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간부들이 돈봉투를 주고받으며 만찬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발탁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윤석열 검사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정치권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려다 한직으로 밀려난 강직한 검사로 평가받았다. 국민들은 윤석열처럼 정의로운 검사를 원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윤석열을 발탁한 것을 두고 검찰청법의 절차 규정을 들먹이는 것은 치졸한 발상이다. 직선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에 비추어 검찰 인사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검찰총장의 의견 개진은 결국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보좌하는 절차적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 발탁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지난달 22일 청사로 출근해 차장검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환영하면서 새 정부의 검찰개혁이 검찰 간부들의 물갈이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 검찰의 문제점은 잘못된 검찰 인사 못지않게 제도적 측면에서 기인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검사에게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을 허용하고 있는 기소제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기소제도가 검찰을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최근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공수처 신설에 찬성하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실은 검사의 기소독점권보다 무제한의 기소재량권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검사들의 기소재량권은 거의 무제한에 가깝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에게 무제한의 기소재량권을 허용하는 기소제도는 반복되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존속할 수 있게 했다. 검찰은 과거 전두환을 기소유예했다가 김영삼 정권의 요구로 다시 기소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렇게 중대한 범죄자도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기소제도의 현실이다. 전관예우도 검사들의 기소재량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골자로 하는 현행 기소제도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에게 무제한의 기소재량권까지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리, 비례성의 원리, 적법절차의 원리, 체계정당성의 원리 등에 위배된다. 무엇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가능하게 하여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도 반한다. 한마디로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를 구성하고 있는 법치국가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 기소편의주의를 폐지하고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검사는 피의자를 수사한 결과 범죄자로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기소법정주의만이 검찰을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해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헌법적으로 보아도 기소법정주의가 법치국가 원리에 더욱 부합한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법치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도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소법정주의가 형사사법 업무를 증가시키는 부담도 없지 않겠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예외를 허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 기준으로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인 중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법정주의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부득이 기소유예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독일처럼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검사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검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도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따라서 검찰 인사 개혁만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어렵다.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는 검찰개혁을 성공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현행 기소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김하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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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여권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봐야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설명회의 장이 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매주 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비쳤다. 취임 인사차 오겠다는 이 총리의 방문도 거절했다. 여야 협치가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제1야당의 거부로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어제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 거부 논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 원내대표는 기초 자료 제출 거부로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음에도 이 총리에 대한 인준을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다 동의안 처리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3분의 2는 이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총리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리인준 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협치는 시대적 요청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가 아니고서는 당면한 국가적 위기와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는 한국당도 동의하고 있는 바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지켜본 시민들은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새 정치를 갈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대여 공세,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가 90% 가까이 되는데도 잘한 게 하나도 없다는 투다. 이렇게 묻지마 비판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에 지지를 보낼 이성적 시민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인수위를 구성할 틈도 없이 국정운영을 맡았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당이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그에 대해 자성·자숙하는 게 옳다. 그리고 정부·여당을 향해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며 민생을 챙기는 새 정치에 나서야 한다. 이런 시민적 기대는 외면한 채 총리 인준 처리 방식을 꼬투리 잡아 협치를 거부하는 것은 한 세대 전의 낡은 수법을 쓰는 못난 야당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은 한국당이 집권할 때도 그와 다르지 않았음을 잊지 않고 있다. 정부 발목만 잡아도 야당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즉각 태도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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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3주가 흘렀다. 비상식과 적폐, 그리고 부재와 공백의 시대를 지나 하나씩 살려내고, 건져내며, 바꾸려는 모습들이 짧은 시간의 속도마저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다. 상식의 회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전과 대조가 만들어내는 과거와의 격차에 가슴이 뛰며,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정치의 귀환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과장된 희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도 벅찬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이나 낯선 동시에 자각몽처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으로 시작해서 탄핵 인용으로 이어진 모든 과정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승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광화문의 기적’의 결실이며,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이제 “이게 나라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세월호처럼 침몰하던 대한민국을 건져 올렸고, 건져진 대한민국은 다시 세월호를 건져 올린 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필자는 대선 직전 칼럼에서 3개의 질곡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열망했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심장 깊이 새김으로써 민주주의 훼손의 역사, 불평등의 헬조선을 만든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기득권 안보장사꾼들이 만든 분단체제의 종북프레임을 청산할 막중한 임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 혼자 이뤄낼 수도 없고, 한 번의 정권창출로도 불가능하지만 목표는 선명해야 한다. 설익은 통합론으로 청산과 갱생의 시대적 요구를 희석해서는 안될 말이다. 진정한 반성 없이 거짓 통합론 뒤에 숨어 어떻게든 모면하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6월 2일 (출처: 경향신문DB)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보고 누락은 이런 적폐를 드러낸 충격이자 경고다. 권력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오히려 사드 배치를 가속화시켰던 것은 민족의 생존과 국익을 결정하는 외교·안보·통일정책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삼았고, 이는 정부가 바뀐 뒤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해준다. 탄핵 인용 후 대행정부는 국익보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뛰는 행동대원 같았다. 게다가 사익까지 챙겼다면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미·중은 한국을 인질로 갈등을 격화하고, 일본은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러시아는 호시탐탐 개입을 도모하며,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는 극히 어려운 외교환경에서 최선의 자세와 최상의 실력으로도 모자란데, 그들은 무능과 반란 사이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트위터에 올렸던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이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 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은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뒤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대선 직전 시사주간지 ‘타임’은 표지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내세우면서 ‘협상가(the negotiator)’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지금 한국 외교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우리 외교는 일차방정식의 진영외교, 친미편승외교, 또는 아웃소싱외교로 불안정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이해상관자(stakeholder)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모두로부터 소외를 가속화해왔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이고, 사드 철수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구도가 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권력의 제로섬 게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경고하는 함의를 가진다.

너덜너덜해진 한국 외교는 신정부가 말하는 국민외교로 회복해야 한다. 국민외교는 국민을 위한 위민(爲民)외교이자, 국민에 의한 의민(依民)외교이다. 균형외교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용어는 동원하지 않더라도 중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면서도 대미관계의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가치외교를 던지고 힘의 외교를 앞세울 때 우리는 오히려 다자외교를 통해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평화결손의 한반도가 그 결손을 메움으로써 세계에 희망을 던질 수 있다. 한국 우선의 국익을 추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향해, 세계를 향해 협력과 평화공존, 민주주의 같은 가치외교의 기치를 올려야 한다. 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고 종착점은 동북아평화가 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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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