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66건

  1. 2017.07.07 [사설]조대엽·탁현민 사퇴로 막힌 정국 뚫어라
  2. 2017.07.07 [사설]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주도 확인한 한중 정상회담
  3. 2017.07.07 [사설]평화를 위한 베를린 선언, 선언 넘어 실천 강령돼야
  4. 2017.07.06 [사설]첫 한·중 정상회담, 사드 미루고 북핵 해결에 집중을
  5. 2017.07.06 [사설]북한의 ICBM 도발을 맞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6. 2017.07.05 [사설]문무일 검찰총장 내정자, 역사적 책무를 느껴야 한다
  7. 2017.07.04 [조호연 칼럼]한·미동맹 시즌2
  8. 2017.07.03 [사설]한·미 정상회담 성과, 후속 대응으로 뒷받침해야
  9. 2017.06.30 [정동칼럼]사드, 대북 공조, 한·미 정상회담
  10. 2017.06.29 [사설]탈원전을 위한 시민의 숙의가 필요하다
  11. 2017.06.27 [사설]‘문준용씨 특혜’ 녹음이 정치공작의 결과였다니
  12. 2017.06.27 [사설]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46개국 중 45번째라는 참담함
  13. 2017.06.23 [사설]학력·지역 차별 없애는 공공부문 채용 확산돼야
  14. 2017.06.23 [녹색세상]탈원전, 에너지 전환 출발선
  15. 2017.06.22 [사설]일자리 정책 정교하게 다듬고, 끈기있게 노사 설득해야
  16. 2017.06.21 [사설]꽉 막힌 정국, 국민의당이 뚫어라
  17. 2017.06.19 [사설]강경화 임명 강행, 그러나 협치 거부는 안된다
  18. 2017.06.15 [사설]한국당은 발목 잡기 그만하고, 대통령은 협치에 더 노력을
  19. 2017.06.14 [사설]일자리 추경 이해하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20. 2017.06.14 [조호연 칼럼]한국군의 이중국적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연일 숨가쁜 다자외교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 정국은 꽉 막힌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놓고 대치 중이다. 추가경정예산안도, 정부조직법 처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야당 반대에도 임명할 태세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은 그야말로 파행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의 제안으로 지난 자신의 음주운전 전력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여권이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데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시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조대엽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외이사 겸직, 탈세, 음주운전, 논문 표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한국여론방송 사외이사 겸직 경위에 대해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회사에 인감 등 이사 등재에 필요한 서류를 두 차례 떼준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는 대학교수로 재직한 최근 18년간 고용·노동 관련 강의를 한 적도 없고 노동 관련 논문을 쓴 적도 없다. 환경노동위 내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왜곡된 성 의식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더 두고 볼 수 없다. “고1 때 여중생과 성관계”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했다”는 등 그가 자신의 책에 쓴 저속한 성적 표현은 사회 통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절한 인물이다. 야 4당의 경질 요구에 여당 여성의원들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개 행정관을 놓고 이렇게 들끓는 것은 그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회 파행의 1차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도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요량이라면 매듭을 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싸고도는 것은 곤란하다. 하루빨리 조각을 매듭짓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새 정부의 개혁 작업에 전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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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양국은 회담 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시 주석이 남북대화 복원과 남북 간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단계적 북핵 해법에 이어 시 주석으로부터도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를린 _ 서성일 기자

두 정상은 까다로운 현안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겼다. 중국 측은 사드에 대해 “중·한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한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를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에둘러 말함으로써 이 문제로 한·중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사드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산을 자제하고 대북 공조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자는 평화적 해법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양국은 관련국과 함께 북핵 협상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서 보듯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6차 핵실험과 ICBM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를 유예시키는 동안 추가 도발을 막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사드 배치라는 민감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25년 동안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을 토대로 사드 갈등을 뛰어넘어야 한다. 양국은 일단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관리해나가자고 합의했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이 공동발표문에서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처럼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 만큼 상호 성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관계는 사드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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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며 추석 이산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판 ‘베를린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새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을 밝힌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 위중한 정세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핵문제 등 모든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수만 있다면 언제든 여는 것이 맞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옛 베를린시청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 대통령의 구상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자칫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평화로운 한반도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당사국의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구상이 빈말과 겉치레가 아니라면, 지속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도 독일에서 대북구상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 대결로 귀결되었다. 구상을 실천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북한이라는 문도 열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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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G20 회의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여느 때 같으면 두 정상 간 상견례가 되겠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긴장감이 감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7월6일 (출처: 경향신문DB)

중국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문 대통령의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지시로 부드러워지다 최근 다시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그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군비를 강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사드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이나 역내 평화와 안정 확보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전보다 입장이 강해진 것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이 방미 중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중국의 강경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균열을 의심하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강조한 것이 중국의 반발을 부른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대중 포위전략처럼 비친 점도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할 접근법은 사드 논의를 잠시 미루고 북핵 해결에 집중하자고 중국에 제안하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공동 현안을 우선하고 이견이 있는 사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기간만큼 시간을 벌어놓고 있다. 이 시간은 단지 유예기간이 아니다. 현재 북한의 태도나 핵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6차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한·중이 함께 북핵 해결책을 찾고 나아가 한·미·중 간 공동의 북핵 협상안을 마련,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사드 문제로 갈등을 심화시키는 마당이 아니라, 대북 공조로 북핵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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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합참은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가상의 평양을 타격하는 장면은 자극적이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한국이 더욱 엄중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오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 군의 맞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확고한 미사일 연합 대응태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응은 과거 북한 도발 시 정부가 말로만 강경 대처를 외쳤다는 비판여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여론에 부응하는 효과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무력시위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강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북핵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상대에게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을 제공해 결국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력시위는 남북 당국 간 교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북핵 및 남북관계 구상도 구체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공감을 얻어낸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접근 방안이나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정부는 군사적 대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정세가 급하고 험하다고 해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북한이 금지선에 다가간 만큼 중대 국면으로 인식하고 난국 타개를 위해 창의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주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대북 물밑 접촉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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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호남 출신인 문 내정자는 특별수사 경험이 풍부하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이 뼈를 깎는 반성과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적임자를 선택했을 것으로 믿는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무일 현 부산고검장이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4일 서울 서초동 고검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는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검찰을 통제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은 현재의 검찰이 안고 있는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검찰은 권력에 굴종함으로써 부패세력의 공범 역할을 했다. 대통령과 정권 실세의 비리에는 철저하게 눈감고, 야당이나 시민·노동자들에게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다. 문 내정자는 취임하는 대로 ‘우병우사단’으로 불리는 정치검사들을 척결하고, 개혁적이고 청렴한 검사를 발탁해 검찰 바로 세우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또 홍만표·진경준 사건에서 보듯 검사가 검찰권력을 사유화해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내부 비리 단속에 힘쓰고, 비리 검사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문 내정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기소권 분리,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도 적극 협조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 기피와 검찰 부패를 막는 처방이라면 수사·기소권 분리 등은 검찰권 남용을 막는 장치이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문 내정자는 수사에 관한 한 정권과 타협하지 않고 강단 있는 모습을 검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내정자는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내정자가 검찰을 정권이 아닌 시민에 복무하는 기관으로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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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은 성공했다.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적 역할 공감, 평화적 방식의 북한 비핵화 추진 등 내용이 풍성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친분도 상당한 수준에서 형성된 것 같다.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 봉합 등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얻은 것이 더 크고 확실해 보인다.

성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과 해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공동발표문에 담도록 설득했다. 한국이 주도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형식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없던 일이다. 두 보수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 대응은 오로지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었다. 후에 ‘대북 제재·압박’이 추가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며 손으로 상대방을 가리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회담이다. 워싱턴 _ 연합뉴스

하지만 한·미동맹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나는 해결 의지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북한 핵 개발이 한·미동맹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시작되고 고도화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이 북핵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미동맹 질서의 정당성을 부여해주지만 동시에 한·미동맹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 또한 입증해준다. 북핵 문제가 그나마 해결될 조짐을 보인 것은 북·미 양자접촉이나 6자회담이라는 다자협의체가 가동되던 때다. 한·미동맹은 이들 회의체와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다. 물론 북한 도발을 억제하고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해온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도발 억제가 아니라 완전 폐기 전에는 결코 해결했다고 할 수 없다.

동맹은 1차적으로 안보를 보장받으려고 맺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의 대가로 군사기지 제공, 한·미 행정협정, 미사일 협정, 전시작전통제권 등 많은 자율성을 포기한 것도 안보를 얻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은 일종의 ‘교환동맹’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 증진과 함께 한국을 통제하고 동북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적인 이익을 추가로 얻고 있다. 그런데 한·미동맹이 정작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해소하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숱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안보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교환동맹의 취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보수 대통령들이 한·미동맹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지닌 중요한 정치적 자산가치 때문이다. 한·미동맹에 매달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원리를 그들은 잘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한·미동맹과 북핵의 악순환적 딜레마다. 대북 적대감을 바탕에 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북한의 핵고도화 동기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한·미동맹으로 북핵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뚜렷한 것이다. 보수 대통령들이 한반도 현안을 풀 의지도 방안도 없다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1분1초가 아까운 정상회담 기간에 한복쇼를 벌이고 카트운전을 하는 등 가십 같은 일정에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한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주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맨 먼저 문을 열었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김·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주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디스 맨’(김대중·이 사람이란 말로 비하의 의미가 있음), ‘이지 맨’(노무현·다루기 쉬운 사람이란 말로 역시 비하의 의미가 있음)으로 불린 것이다. 하지만 두 대통령은 남북관계 주도라는 값진 결과를 일궜다.

쇠고기를 내주고 “좋은 친구”란 말을 들은 이 전 대통령이나 기자 질문을 까먹고 ‘이, 그, 저’를 남발하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불쌍한 대통령” 소리를 들은 박 전 대통령과는 차이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주도권을 주장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그레이트 케미스트리”(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란 말을 들었다. 수모당하면서 주도권 선례를 남긴 선배 대통령들 덕이다. 한·미관계가 그만큼 진화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맞춰 한·미동맹도 변모해야 한다.

그간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는 동맹이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동맹으로 거듭나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동시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상하와 선후 관계가 뚜렷한 비대칭성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동맹 시즌 2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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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은 과거 정상회담 때와 차이가 크다. 한·미동맹을 확인한 점은 같지만 북핵 해결 방법에 대한 방향은 판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일변도의 북핵 해법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해법에 문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북한의 핵 동결·폐기에 따라 단계별로 한·미가 상응하는 조치를 제공하는 단계적·포괄적 접근법에 동의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과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공개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대미 정책에 대한 미측의 의구심도 해소했다. 첫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를 형성하고 대북정책 공조에 큰 진전을 이뤘다. 미국 본토를 향한 북핵 위협과 북한 억류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으로 미국 내 반북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가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 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권을 활용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협의해 북핵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둘다 풀기 힘든 고차방정식이다. 첫 조치는 남한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남북대화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이다. 우선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아야 하고, 이어 북핵을 동결하고 나아가 핵시설 불능화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지난한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북핵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과 합의한 ‘올바른 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자체를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핵 폐기에 대한 현실적 보상은 불가피하다. 보상 방식의 해법을 놓고 국내의 반대 여론과도 싸워야 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도 안게 됐다. 문 대통령은 방미 중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를 시사한 것에 대해 중국은 의구심을 품을 게 틀림없다. 공동성명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문구가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설득하려다 보니 중국을 만나게 된 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사드 문제로 중국의 이해를 손상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중국 포위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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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국정농단세력을 물러나게 했지만 지난 한 달 반을 반추하면 적폐세력들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기득권세력이 한순간에 바뀌거나 적폐들이 저절로 청산되는 것은 아니며,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 정도는 각오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그들의 저항이 아주 빠르고, 대담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국정진행에 대한 비상식적 방해에 나선 야당의 공세는 물론이고, 최근에 불거진 사드 조기배치와 대북정책 논란은 구세력들의 조직적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따지고 보면 사드 배치 문제는 처음부터 박근혜 정권의 안보 포퓰리즘의 일환이었으며, 대통령 선거와 연동해 지지자 결집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가속화에 나섰던 것이다. 심지어 탄핵된 이후에도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배치한 것은 의도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방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스테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대 중장(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1사단이 중국군의 포위를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전투로, 중국군의 진출을 지연시켜 흥남철수가 가능했다. 콴티코 _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의 원래 합의는 금년 말까지 1기를,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탄핵국면에 들어서고 난 후 서둘러졌다고 말하면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가 당초 합의를 깨고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국내법 등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완전히 투명하고 긴밀하게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추론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사드 조기배치는 한국 측의 강력한 요구와 미국 측의 편승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필자가 위원으로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추가 4기 반입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던 일에 대한 재보고 미팅을 하면서 추궁한 결과 조기배치를 주도한 것은 국가안보실이라는 답변을 분명히 들었다. 이와 관련,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1월과 3월의 연이은 방미는 주목을 끈다. 재임 시 총 3번의 방미 중 2번이 대통령 탄핵국면이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조기배치를 위한 방미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원래 합의를 깨고 조기배치하기로 합의한 문건이 있는지, 구두로 합의한 것인지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실장이 대통령 부재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분명 월권이다. 그리고 정권교체 이후 4기의 추가 배치사실에 대한 보고누락은 적폐세력의 항명이라는 맥락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최근 문정인 특보의 발언논란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문 특보는 방미기간 북한이 핵활동을 동결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의 보수언론들과 보수야당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동맹 훼손이라는 낙인을 덧씌웠고, 미국 내 반발을 거론하며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모든 과정을 문 특보의 과잉발언에 대한 당연한 반발과 교정 정도로 정리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미국 내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한국이 논란을 키워서 뒤이은 미국의 파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지난 정부의 적폐인 반미종북 프레임의 흑백론이 재부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없는 논란을 의도적으로 키움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우리 입지를 약화시켜버렸다는 점에서 국익을 훼손한 것은 그들이다. 같은 동기를 품고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흠결과 실패를 찾으려 안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대통령이 아무리 설명하고, 전제조건을 달아도 믿기는커녕 들을 생각조차도 없었다.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고 했을 때도 미국과 협의해서라는 단서를 의도적으로 빼버렸다. 문 특보 발언에서도 미국과의 협의하에 군사훈련의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는 당연히 빠졌다. 트럼프의 햄버거 대화 용의 발언이나,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면 영예로울 것이라는 발언들이야말로 전제조건 없는 대화제의로 문 대통령의 발언보다 훨씬 더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결국 말의 내용이 아니라 누가 말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 내 소수의 강경파들이 지닌 문 대통령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한국 적폐세력의 저항과 연결되면서 신정부를 흔드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 전에는 통했을지라도, 후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믿고, 국민이 믿는 대통령을 믿는다.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적폐들의 시대를 규정했던 ‘이것이 외교냐?’를 넘어 ‘이것이 외교다!’라고 당당히 보여줄 것을 믿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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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맡긴다고 했다. 이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뒤 이 가운데에서 표본추출한 120명으로 시민배심원단을 꾸민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절차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에서 소외됐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시민 스스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요한 원전 정책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이던 울산 울주군 일대엔 반경 3㎞ 안에 8기의 원전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5·6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으로 건설이 결정된 원전이었다. 주민 불안은 컸지만 정부와 원자력업계는 건설을 강행했다. 활성단층을 배제한 내진설계와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을 경시한 안전성평가 등의 지적에도 오불관언이었다. 그사이 지진이 600차례 이상이나 이어졌지만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전력을 소비하는 것도, 세금을 내는 것도, 원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시민이지만 정작 원전 건설 과정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시민으로 선정한 것은 정당한 일이다.

물론 공론화위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를 열어 찬반 양측이 깊이 있고 활발한 논의를 하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개월로 못 박을 필요도 없다. TV 생중계로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이다.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탈원전 논쟁의 결론을 낸다면 어느 누가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를 참여민주주의의 이정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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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승리에 눈이 어두워 ‘네거티브 공세’를 넘어 공당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될 정치공작 수준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민의당의 행태는 충격적이고도 경악스럽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지난달 5일 국민의당은 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동료 증언을 근거로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관련 당시 문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발표했으나 당시 제보된 음성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캡처 화면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6월 27일 (출처: 경향신문DB)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대선을 나흘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조작된 녹음이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라며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당이 공개한 육성 녹음파일에는 “(준용씨가) ‘아빠(문재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걔가 뭘 알겠어. 아빠가 하란 대로 해서 했던 걸로 난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안 후보 측은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 후보가 국가기관에 불법 취업 청탁을 한 명백한 범죄행위가 된다”고 파상 공세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녹음파일과 카톡 캡처 화면은 국민의당 청년부위원장인 이유미씨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디자인스쿨을 다닌 적이 없는 이씨의 친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녹음파일 공개 직후 민주당은 ‘가짜’라며 국민의당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24일 자료조작 사실을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지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에게 실토했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이날 공식 사과를 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 사과’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어제 이씨를 긴급체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민주주의를 위협한 중대 범죄행위인 이번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 또 이번 조작의 배후가 있는지, 특히 안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책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정치공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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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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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올 하반기 공무원과 공공부문 인력 선발부터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력서에 출신 학교와 지역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해서 오로지 실력과 사람 됨됨이로 뽑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을 환영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학벌·학력 차별, 지역 차별을 해소하는 일대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7%가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일부(65.3%) 또는 심각할 정도(26.4%)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부문에 정착되면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 완화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취업 과정에서 학력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벌·학력 차별은 단순히 교육이나 인재 선발의 불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더 큰 폐해는 명문대 졸업장을 따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열패감을 심어줘 그들을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치·경제 권력이 학연이라는 네트워크에 의해 분배되고, 사회의 부(富) 역시 학벌에 독점되고 있지만 이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학력 옹호론자들은 학벌이나 학력이 사람을 선발할 때 가장 신뢰할 만한 기준이며, 개인 간 경쟁을 촉발시켜 사회에 활력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현행 입시 제도는 개인의 창의성이나 도덕성 판별과는 거리가 멀다. 또 18~19세에 명문대 입학 경쟁이 끝나면 나머지 인생은 출신대학에 따라 결정되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학벌·학력 차별은 계층 이동을 막고, 경제적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문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법은 고용 및 교육 영역에서 학력이나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학벌 같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기업까지 뿌리내리게 해 우리 사회를 능력 중심의 공정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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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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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어제 출범 한 달을 맞아 정부·민간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민간에서는 전문가 외에도 상의·경총·민노총·한노총 등 노사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 주요 노사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18년 만이라고 한다. 일자리 현황판 설치, 일자리 추경, 일자리 시정연설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총력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자리 해결의 당위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일자리는 경제성장과 경제민주주의의 토대이고, 저출산 대책이고, 복지정책이고, 국민들의 기본권”이다. 문제는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사측에는 “저는 친노동이기도 하지만 친경영, 친기업이다. 경영계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 주신다면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면서도, 노동계에는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겠지만 1년 정도 시간을 주며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제스처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놓고 노사 간은 물론 노·노 간에도 이견이 첨예하다. 민노총이 일자리위원회의 첫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가 다시 참석하고 이번 회의에서 운영세칙이 합의되지 않은 것은 위원회의 앞날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다.

일자리 정책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추경도 마찬가지이다. 추경이 시의성 면에서 절실하지만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 통과가 어렵다. 다른 국정현안과 연계하는 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야당의 주장을 무조건 내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당장 정부 추경안에는 14개 부처의 조명 교체 비용 2000여억원 등 일자리 창출과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국회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하고 집행이 이뤄지도록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 공무원 증원 문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재원 역시 재정·조세개혁 등을 실시한 뒤 부족하면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로 채워넣는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일자리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가 많다. 따라서 누가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이 과정에서 일방통행은 결코 안된다. 조급해도 안된다. 정책은 더 정교하게 다듬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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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어제는 야 3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에 삿대질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은 많은데 대치 정국을 풀 정당 하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다. 국민의당은 지난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뒤 추경안 반대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여공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것은 당리를 위한 선택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여권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타격을 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3주 내리 하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당은 지지여론이 두 배나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도 끝까지 반대했다. 존재감도 상실하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과 공조하면 계속 식물정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코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여 강공 일변도의 노선을 수정하는 게 옳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심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정당도 과반이 안되는 다당 체제이기에 여야 간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미 지나치게 여권과 대립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도 있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도 추경 통과는 시급하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에 맞설 게 아니라면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추경 등 민생 문제부터 협력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바로 지금 국민의당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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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야권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야권은 이에 반발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 다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 대해 원활한 협조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앞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에 따른 책임을 지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안경환 후보자 낙마의 책임을 지고 검증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어제 대안으로 이번주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단수 또는 2배수로 하던 정밀 검증 대상을 최소 3배수로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 초기라고 해도 인사 절차를 약식으로 진행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법무부 장관 등 남은 3명의 장관 인선에서 또다시 검증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걸어가며 강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가운데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허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대여 공세는 지나치다.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협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여소야대 국면을 이용해 내내 공세만 펴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강 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는 ‘하자는 있으나 낙마시킬 만큼 심각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임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안경환 후보자의 검증 실패를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로 연결시킨 것 역시 온당치 않다. 과거 한국당 집권 시절 장관 후보자 검증을 한번 잘못했다고 민정수석을 사퇴시킨 사례는 없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조 민정수석을 국회로 불러 따지겠다는 것도 엄포가 아니라면 과도하다. 시민은 외면한 채 과거 여당이었을 때 받은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 인사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당의 태도이다.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보인다는 것이 고작 한국당 따라하기라니 한심하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행위가 호남의 문 대통령 절대지지 민심에 부합하는지 자문할 일이다. 안경환 후보자 사퇴에서 보듯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는 시민들도 외면한다. 협치를 볼모 삼아 공세만 취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치할 때는 협치하는 야당의 모습을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향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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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여야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위원장 임명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한때 거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하면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할 태세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이 요구한 협치가 새 정부 출범 후 첫 관문에서부터 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한후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 특히 한국당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는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더니 아무런 논리적 연결성도 없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연계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을 자인하고 있다.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며 장관 후보자 중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탈락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구태다. 청문회 시비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한국당의 논리가 더 군색하다. 과거 한국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결격 사유가 많은 후보를 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보은·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과거를 잊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은 전직 외교장관들에 이어 인권대사와 유엔 인권기구 전문가들도 강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낸 현실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협치를 위한 노력도 아쉽다. 국정공백이 장기화된다는 현실론만으로 야당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지난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오찬을 제의했을 때도 야당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했다. 야당이 또다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주내에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관 임명을 두고 다시 야당과 대통령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협치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협치를 실현할 최종적인 책임은 여당에 있다. 촛불시민의 뜻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문재인 정권으로 바꾸고자 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설득에 더욱 공을 들이고 실질적인 협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협치 요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나라를 넘겨받은 새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고 있는데 사사건건 비판과 공세만 하는 것은 건전한 야당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협치를 통해 개혁하라는 시대적 요청을 묵살하는 정치세력을 시민들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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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施政)연설을 했다. 취임 후 34일 만에 하는 첫 국회연설이다. 대통령이 추경예산을 설명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 추경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제발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구직 청년과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자살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힘들면 지체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청년실업은 재난에 가깝다. 올 들어 청년 체감실업률은 24%로 치솟았다.

이번 추경안은 11조2000억원 규모다. 2000년 이후 모두 15차례 추경을 편성했지만 오로지 일자리 목적의 추경은 처음이다. 일자리 창출에 4조2000억원, 일자리 여건 개선에 1조2000억원, 일자리 기반 서민 생활 안정에 2조3000억원이 할당됐다. 남은 3조5000억원은 지방 교부금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투입된다. 정부는 공무원 1만2000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7만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권호욱 기자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시의성, 필요성 면에서 이번 추경은 별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배제함으로써 추경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선심성 나눠주기 논란도 원천 차단했다. 다행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초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추경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에 일자리로 포장된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허점이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7월부터 즉시 집행이 이뤄지도록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심사에 불참키로 했다. 여당이 국가재정법 준수를 단단히 약속했으니 다시 한번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권여당도 추경이 그만큼 시급하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더 성의있게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경제 활성화로 연결해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처럼 추경에만 기댈 게 아니라 야당의 견해대로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설득할 수 있고, 협치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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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누락 파문은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건재를 확인해 준다. 과거에도 미군추종세력에 의한 국기문란 행태는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드를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사드는 무오류의 미군 및 미국의 권능을 상징한다. 이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미국은 사드를 철수하고, 다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삼단논법은 이들의 신념이다.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생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갖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74조1항에서 “대통령은 국군을 통수하게 되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군이 중대 안보 현안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대통령의 군 통수권이 작동불량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통수권은 누구한테 있다는 건가.

사드 파문의 책임자인 고위장성은 “미군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보고를 누락했다고 실토했다. 대통령보다 미군의 권위를 더 무겁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보고누락은 형식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합법인 셈이다. 군이 사드 배치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국의 의지만 지킬 수 있다면 국내법이든 시민이든 안중에 없다는 식이다.

군의 대통령 통수권 무시 행태는 참여정부 때 더 심각했다. 2004년 ‘작전계획 5029’ 청와대 보고누락 사건을 보자.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미군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작전계획은 한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참여정부 방침과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합참은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미군 측과 논의를 진행했고, 이를 뒤늦게 안 청와대는 계획을 중단시켰다.

10여년의 시차를 둔 두 사건은 군의 통수권 무시 행태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이런 일이 진보정권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고누락 사실이 들통난 뒤 군의 행태도 똑같다. “미군과 협의했다”고 핑계대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신성불가침인 나라에서 이보다 더 좋은 변명거리는 없다. 정부가 여기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은 한국에 선한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추호도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굳은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움을 벌인다면 사면에서 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미국보다 국내 보수 세력이 먼저 벌떼처럼 일어섰다. 보수정치인들은 사드 및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고, 보수 언론은 미국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연일 집중 부각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감히 미국에 도전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미국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며 당장 한국이 사드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 해결책인 양 몰고 갔다. 사드 보복을 자제하라고 설득하러 중국에 간 국회의원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던 그들이 지금 와서 미국의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에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군 위주의 한·미연합사 운영체계 탓이 크다. 한국군은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사를 운영한다고 말하지만 중요 현안 논의 시 미군이 “외국군은 회의장에서 나가달라”며 한국군을 내쫓는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미군을 상전으로 모시는 이런 불평등 구조 속에서 한국은 자유의지를 갖고 안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군의 하위적이고 보조적인 존재로 전락했다. 문제는 한국군이 이런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내 미군추종세력의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는 무한대에 가깝다. 그들은 북한과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고 대화상대로 여기는 것은 한·미동맹의 존재 때문이라고 믿는다. 또한 동맹이야말로 북핵 해결을 위한 유일한 카드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국과의 협력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가 절대적이고 영원불변한 국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보통의 국가관계론’을 주장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세계 10위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의 군대가 마치 젖을 떼지 않으려는 어린애처럼 미군에 매달리는 것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니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이명박 대통령의 보복 폭격 지시에 군 수뇌부가 미군에 “쏴도 되는가?”라고 문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온전할 수 없다. 현재 한국군에 대한 통수권은 한국과 미국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 같다. 묻고 싶다. 한국군의 국적은 어디인가. 미국인가 한국인가. 아니면 이중국적인가.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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