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해당되는 글 49건

  1. 10:38:34 [사설]한국당, ‘태극기부대’ 끌어안는 게 개혁이고 쇄신인가
  2. 2018.09.21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3. 2018.09.19 [김호기 칼럼]포용국가의 정치적 조건
  4. 2018.09.18 [사설]국가균형발전 제대로 해야 ‘서울 집중’ 막을 수 있다
  5. 2018.08.30 오얏나무와 갓끈
  6. 2018.08.28 [장덕진의 정치시평]소득주도 성장과 한국 사회 거버넌스
  7. 2018.08.24 [사설]문재인 정부 첫 개각, 국정쇄신 계기로 삼아야
  8. 2018.08.10 오늘도 조용한 국가인권위원회
  9. 2018.05.11 [녹색세상]에너지전환 어디까지 왔나
  10. 2018.02.02 [편집국에서]‘지지율 정치’의 이해와 오해
  11. 2018.01.12 [기고]위안부 합의 사망선고, 그 후가 중요하다
  12. 2017.12.29 [편집국에서]적폐청산이 한두 해로 끝날 수 없는 이유
  13. 2017.09.28 [경향의 눈]산으로 가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14. 2017.09.20 [기고]대북 인도적 지원의 팩트와 원칙
  15. 2017.09.11 [사설]불신받는 외교안보 정책 신뢰회복 조치 필요하다
  16. 2017.09.08 [사설]전략 부재로 중심 잃더니 기어코 사드 배치 강행한 정부
  17. 2017.09.07 철학 있는 인사가 시스템 인사
  18. 2017.09.06 [사설]정의당 이 대표의 평화를 위한 5대 제안 주목한다
  19. 2017.08.31 [사설]외교위기에 경제학자 주미대사가 최선일까
  20. 2017.08.30 [사설]국정개혁 의지 담은 내년 예산안, 보완책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인적 쇄신과 당 혁신에는 반보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아예 반동으로 회귀할 분위기다.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이념과 정책, 인물 등 모든 영역을 밑동부터 갈아엎는다는 각오로 임해도 폐허가 된 보수의 재건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습관처럼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행동 없는 구호로만 ‘보수 가치 재정립’을 외쳐댄 것 빼고는 한 일이 없다. ‘좌표·가치 재정립위원회’가 제시한 자유·민주·공정·포용 등 ‘4대 가치’라는 것도 당의 지향으로 실천이 담보되지 않기에 아무런 울림이 없다.

[시사 2판4판]들꽃 (출처: 경향신문DB)

비대위체제로 바꾸고도 침체와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낮은 지지율에서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들고나섰다. 턱도 없어 보이는 보수 ‘대통합’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뭉쳐야 한다”(김용태 사무총장)는 통합의 명분부터가 문제다. 이념이고 노선이고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세력만 불리고 나뉜 보수야당만 합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항할 힘이 생기고, 잃어버린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니 바른미래당을 향해 연대와 합당을 손짓하다가, 소위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을 공공연히 꺼냈을 터이다. 인적 쇄신의 권한을 위임받은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은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 극우라는 표현을 써선 안된다”면서 태극기부대도 통합 대상이라고 했다. 대체 박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한테 극우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고 하는 발상부터가 황당하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냉전수구의 ‘구체제’를 청산하지 않고는 한국당의 출로는 열리지 않는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문재인 빨갱이”와 “박근혜 구출”을 외쳐대는 태극기부대가 보수통합의 상대라면, 더는 ‘보수 혁신’이나 ‘보수 재건’을 운위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대전환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위장평화쇼” 운운하며 낡은 이념에 매몰되어 있다가 지난 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더욱이 태극기부대와 통합하는 마당에 바른미래당이 동참하라는 건, 정치 도리도 저버린 뻔뻔스러운 발상이다. 애초 지지율 10%대에 고착된 ‘늙은 공룡’이 구심이 되어 보수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것 자체가 몽상에 불과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한 줌 기득권을 붙잡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만 고대하는 정당에 지지를 돌려줄 합리적 보수 유권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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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힘이 세다.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정치권력은 드물다. ‘경제 민심’은 불씨만 대면 화르르 타버리는 바싹 마른 장작처럼 성마르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문재인 정부도 ‘시련’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을 앞세워 거칠 것 없던 정부는 경제 성적표 앞에서 초라해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정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은 위기다.

지금 위기의 미묘함은 정치적 논쟁 대상으로서 ‘지지층 정치’의 문제가 그 가운데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다. 수개월째 내리막이던 고용의 산술적 수치는 두달 연속 ‘재난’에 가깝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공약이고 진보진영 의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야당 등 반대 진영은 ‘최저임금의 저주’를 단정한 채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무너트리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층’이란 특정 정권을 통해 무언가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총칭한다 할 수 있다. ‘묻지마 지지’를 속성으로 하는 ‘팬덤’과는 구분된다. 시민의 정치참여에서 보면 정권은 이처럼 목적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도구일 수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생각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지난 3일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도대체 누가 결정한 것인가.

 정권은 ‘공약’의 관성에 안주하고, 그 정권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지지층은 그들 의제에 ‘과속’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5년 단임이란 마감시간을 생각하면 정권과 지지층의 마음은 급해진다. 이 경우 정교한 전략과 세심한 추진은 실종되기 쉽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은 당장의 원전건설 중단은 관철하지 못해도 ‘원전 없는 세상’을 못박는 계기가 된 ‘탈원전’ 정리 방식과는 달랐다.

 실상 역사의 시간 동안 숱한 ‘개혁’ 좌절은 조급함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 전기 대유학자 이황과 기대승은 서신에서 조광조의 개혁 실패를 두고 “현자들이 위태로울 때를 맞아 경계하지 않고 너무 날카롭게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탄식했다.

 조급함은 ‘권력의 획득’을 ‘권위의 획득’과 동일시하는 자만과 만날 때 커진다. 이는 그간 진영들의 대결 정치에선 당연시해온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권력 획득이 결코 권위의 획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위의 획득은 ‘권력 행사가 정당할 때’라는 요건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정당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몇가지다. 성과도 권력의 민주적 행사를 의미하는 설득·소통 등과 함께 그중 하나다.

 지지층 정치는 실상 진영 정치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반대편 경쟁자들에게도 가장 손쉬운 대응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 깃발만 들면 그들 역시 쉽게 정치적 동력을 얻는다. 무조건에 가까운 반대를 통해 정권의 의제를 좌초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정은 지지층의 바퀴만으론 매끄럽게 굴릴 수 없다. 집권 초 손쉽게 지지층 동원에 나섰던 정권들은 ‘진실의 순간’에 마주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라는 난기류를 맞딱뜨려 ‘다른 길’도 기웃거릴 때 이는 지지층과의 불화·균열로 이어지게 된다. “너무 초조하다.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실패할 수도 있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고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지지층은 이를 정권의 변심으로 읽는다. 초반 ‘개혁 속도전’으로 정국을 장악할 때 사려깊은 전략에 대한 공유가 없었기에, 그들은 동원 대상으로만 취급받았을 뿐이라고 느낀다.

 진보 지지층이 이해할 것은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이 정권 역시 ‘5년’이 한계라는 점이다. 혁명적 변화를 제도화하길 바라지만, 그 방법은 설득·타협의 더딘 시간이 흐르는 민주적 ‘개혁’일 수밖에 없다. 5년짜리 정권이 감당할 수 있는 건 변혁의 씨앗을 뿌리고 이어갈 힘을 만드는 정도다. 이 때문에 ‘디테일’이 중요해진다. 모든 성공한 혁명은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꾼” 사람이면서, “리얼리스트가 되자”(체 게바라)고 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층 정치’를 끌어가야 할 정권의 책무는 더 무겁다. 그들은 언제든 동원 가능한 팬덤과 달리 지지와 성찰·비판이 모두 가능한 정치적 시민이기 때문이다.

 지지층 정치의 ‘진실의 시간’에 마주한 정권이 밟을 수 있는 길은 3가지다. 더욱 지지층만 붙들고 가는 길이 하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걸은 경로다. 두번째는 지지층과 불화를 감수하고 ‘국정의 명분’으로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연정 같은 식 해법이 단적이다.

 마지막 길은 가장 어렵다. 비전과 전략으로 정권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지지층에 설득하면서 국정과의 거리를 좁히는 길이다. 최저임금 무책임에서 보듯 지지층의 과속 성향을 정치 동력으로만 삼으려 해선 안된다. 지지층의 실망감은 그래서다. 지지층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첫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지층의 이해와 조금이라도 결을 달리할 땐 더더욱 그렇다.

<김광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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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를 내걸었다. 포용국가는 사회정책의 국가비전이다. ‘모두를 위한 나라,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이 비전의 이름이다. 포용국가의 목표는 세 가지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배제와 독식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며, 미래를 향해 혁신하는 사회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포용국가는 3대 비전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통합 강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혁신 능력 배양’이 그것이다. 이 비전들은 다시 각 3개씩의 세부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른바 ‘9대 전략’이다. 정부는 포용국가의 실현을 위해 ‘국민 전 생애 기본생활보장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용국가론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다.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어느 정부든 집권 5년의 시간을 고려한 국정 운영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 로드맵은 대개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국가비전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고, 이어 이를 통해 도약을 모색한 다음, 마지막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하려는 장기 계획이 그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집권 2년에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선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에 ‘친서민 중도실용’을,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과 ‘규제 개혁’을 내걸었다. 현재 시점에서 친서민 중도실용, 통일 대박, 규제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목할 건 정부의 입장에서 집권 첫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세 과제는 적폐 청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한반도 평화 정착이었다. 적폐 청산이 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머지 두 과제는 국정의 양대 영역인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 관한 것이다. 집권 중반기로 향해가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과제에 더하여 사회 분야 비전으로서의 포용국가를 내놓은 셈이다.

둘째는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다. 앞서 말했듯이 포용국가는 9대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이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3대 전략이라면,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능동적 사회시스템 구축,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신뢰성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일상생활의 안전 보장과 생명의 존중이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3대 전략이다. 그리고 ‘사회혁신 능력 배양’을 위한 3대 전략으로는 인적 자본의 창의성·다양성 증진, 성인기 인적역량 강화와 사람 중심의 일터 혁신,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이 제시된다.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 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손흔들어 답례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프레스센터에 생중계 되고 있다. 연합뉴스

9대 전략은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국가적 과제들인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 인구절벽 대응 등을 적절히 고려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포용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시대적 가치임은 분명하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도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평등은 ‘배제’에 맞서는 ‘포용’으로 재정의돼야 하고, 정부의 일차적 과제는 ‘찢겨진 사회’를 ‘포용적 공동체’로 재구조화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조건이다. 포용국가를 성취하기 위해선 정책 구현을 위한 법적 제도의 정비 및 구축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정치사회의 현실이다. 현재 정치사회는 국민을 둘로 나누는 능력은 탁월해도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역량은 허약하다. 더욱이 여소야대 상황은 새로운 법적 제도를 완비하는 데 작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포용적 정치의 중요성이다. 지난 1년여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면 역시 ‘문제는 경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정부에 이른바 ‘먹고사니즘’만큼 더 중요한 대내적 과제는 없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 과정에선 무엇보다 국회와의 협치가 필수조건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를 일궈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주장한 바 있는 포용적 정치를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경제’인 만큼 ‘문제는 역시 정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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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17일 ‘균형발전정책과 포용국토’ 국제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은 ‘서울 집중’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송 위원장은 서울·수도권 집중과 관련해 “수도권이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읍·면 소재 학교 학생이 급격히 줄고, 앞으로 30년 내 228개 시·군·구 중 85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지고 보면 최근 서울과 일부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급등도 불균형한 국가발전이 초래한 부작용의 산물이다.

국가균형발전은 지속 가능한 한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는 공감이 간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노무현 정부보다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122곳의 이전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 그에 앞서 그동안 추진된 혁신도시 실태를 점검하고, 시행착오는 없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을 지방에 내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허허벌판에 건물만 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은 지방에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내려가 지방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 교육, 문화시설과 교통 인프라 완비가 더욱 중요하다. 또한 앞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도 감안한 ‘지방도시 생존플랜’이 있어야 한다. 도시를 확장만 할 게 아니라 기존 도시를 압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국가균형발전 논의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공기관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의 전부인 양 받아들여져선 곤란하다.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행복한 터전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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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명박 정부는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물가상승률은 상반기에만 정부 저지선인 4%를 훌쩍 뛰어넘더니 3분기에는 4.8%까지 치솟았다.

민심은 들끓었고 장관들은 동분서주했다. 난데없이 물가감시기구를 자처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대책반’이라는 거창한 조직을 신설, 라면 제조사들과 “왜 비싼 라면을 출시했느냐”며 드잡이를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비 안정화 점검단’이라는 걸 꾸려서 원비를 올린 유치원의 리스트를 뽑아 교육청에 통보, 원비 안정화를 ‘당부’했다.

대형외식업체에는 가격 인상 자제를 ‘협조요청’하고, 편승인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골목식당들의 밥값 인상 억제를 ‘계도’하는 등 갖가지 구식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현장에 투입됐다. 말이 당부와 요청·계도였지 사실상 값을 올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윽박지르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잡는다’는 말에 어폐가 있었던 것이 당시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불안한 물가국면을 겪던 나라가 한국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다.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갑자기 한국은행이 내놓은 연간 물가상승률 예상한계치인 4.0%에 오차 없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해 11월 구성 품목들을 새로 넣고 빼서 내놓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 때문으로, 통계청은 “새 지수에 따라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라고 공표했다.

통계청은 “국제기준 권고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3년에 등장한 권고를 18년이나 지난 2011년에 갑자기 이행한 이유까지 설명해내지는 못했다. 지수 구성은 더 합리적으로 바뀌었지만, 그 수상한 시점 탓에 꼼수 개편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한참이나 난타당했다.

청와대가 최근 단행한 통계청장 교체 인사가 논란이다. 악화된 고용 통계가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저소득층 소득분배까지 악화됐다는 나쁜 소식 때문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게 야당에서 제기하는 비판의 골자다.

여기에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게 심혈을 기울였다”거나 “제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말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증폭되는 형국이다.

“통상적인 인사일 뿐”이라며 말을 아끼던 청와대는 파문이 확산되자 “통계청 독립을 훼손할 지시를 내린 적이 전혀 없다”며 부랴부랴 차단에 나섰다. 황 전 청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분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통계청의 최근 생산물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여왔다. 소득분배지표 악화와 관련해 표본추출이 제대로 이뤄졌느냐며 구체적인 설명과 빠른 대처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여당의 불만이 금시초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는 어쨌든 이번 인사를 ‘통상적인 인사’라고 했다.

청와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으려고 애써봐도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는다. 차관급 인사를 둘러싼 그 모든 조건과 환경이 ‘지금이 적기’라고 외치고 있어도 시기적으로 정치적인 오해를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했다면 기다렸어야 한다. ‘다급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자초한 셈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격언은 너무 구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이런 정무적 판단조차 고려하지 못하는 수준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이 중차대한 시기에 차관급 인사 하나로 문재인 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정부라는 의혹의 꼬리표를 하나 더 달게 됐다. 가뜩이나 불리한 소득주도성장 담론에서 상대에게 또 선수를 내준 패착이다.

<이호준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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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이라 알려진 소득주도성장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언론은 연일 이전보다 더 나빠진 고용과 분배지표를 거론하며 맹폭에 나서고 있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정책 담당자를 교체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와중에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표만 놓고 보면 할 말이 별로 없게 된 것도 사실인데, 대통령은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하는가 하면, 장하성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 대해 ‘국민과의 전면전 선포’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뒤)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더 세밀한 검토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특히 외국에서는 ‘임금주도성장’이라고 불리는 정책이 한국에서는 자영업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소득주도성장’으로 변형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자영업자가 1차적 피해자가 된 점.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수학적으로는 발견되지만 실제 시장에서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나타나게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미흡한 점.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일부라고 말하지만 다른 정책수단들은 무엇이며 얼마나 잘 시행되어 왔는지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한 성장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경제·사회정책의 종합 패키지인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노력이 지지부진한 점. 이런 것들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득주도성장이 단칼에 폐기되어야 할 정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 투자가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은 난무하지만 대안은 마땅치 않은 형국이다.

소득주도성장 논란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요 정책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토론을 거쳐 정책에 합의하고,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정책현장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능력 말이다.

우리가 성장률 하락을 겪어온 것은 어느새 25년이 되었다.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해마다 0.2%, 한 정부의 임기 5년이 지날 때마다 1%씩 법칙적으로 떨어져왔다. 25년이 지나는 동안 9%대 성장률은 2%대로 추락했다. 단기적인 경기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추세이고 구조적 문제이다. 이것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2030년대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별·분기별 지표를 놓고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옹호하거나 정권의 힘을 빼기 위해 무조건 트집 잡을 일도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걱정스럽다.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한 시대적 배경과 진정성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주류 성장이론에 비해 검증이 부족한 이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세심한 준비와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했다. 장기적 하락 추세를 뒤집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기임을 알리고, 예상되는 고통은 무엇이며,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어떤 대책들을 세울 것인지 미리 설득하고 합의해야 했다. 정책의 한 축이 되어야 할 각 정당들의 반응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나간 정부들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대선에 진 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 정부의 정책실패가 드러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공격거리가 생기면 그 부분만을 선정적으로 부각하면서 최대한 상처를 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불장난’ ‘세금중독’ ‘소주방(소득주도성장 3인방)’ ‘무데뽀’와 같은 비판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입에 착 붙을지는 모르지만 합리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대안과 예상되는 정책효과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차기 집권의 가능성을 높여줄지는 모르겠지만 25년 장기 하락추세를 뒤집는 데는 방해가 됐으면 됐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당대표 선출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이벤트가 있었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는 것 이외에 어떤 자기 성찰이 있었는가.

정치인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비토 세력과 무조건적 지지 세력이 낳고 있는 폐해를 이제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적 합의의 산실이 되어야 할 노사정대표자회의는 4개월 동안 서로 만나지도 않았다. 사회적 합의 없이 소득주도성장은 성공할 수 없다.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고 합의하는 능력이 절실하다. 이것이 없다면 어떤 정책도 25년 장기 하락 추세를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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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중 장관 4~5명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개각은 지금도 늦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출범하면서 조각이 서둘러 이뤄졌음에도 1년이 넘도록 개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다. 그동안 능력과 자질이 의심되는 장관들의 실명이 거론된 지도 오래다.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방치를 비롯해 구설에 휘말렸던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민망하다.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 개편안 등 오락가락 정책을 놓고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쓰레기 대란, 미투 운동, 노동개혁을 놓고 제대로 역할을 못한 환경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의 주요한 역할인 갈등 조율은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은 장관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인 50%대로 떨어진 것도 여러 현안에서 빚어진 실망이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는 고용·성장·가계소득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경제·민생을 이유로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나오는 것은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민들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구호나 슬로건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고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을 해결해내는 역량도 바라고 있다.

이제 얽히고설킨 현안을 풀고 시민의 힘을 한데 모아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개각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새 내각은 정책 성과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만 발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는 추진력과 소통능력, 책임감이 중요하다. 개혁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문재인 정부 첫 개각은 국정을 다잡고 내각 분위기를 쇄신하는 쪽으로 과감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가급적 시기를 앞당기고 개각 폭과 인재풀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협력을 끌어내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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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시민참여형 개혁기구는 경찰청이 만든 경찰개혁위원회였다. 새 정부 출범부터 경찰개혁위원회 출범까지 달포밖에 걸리지 않았다. 구성도 남달랐다. 위원들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경찰관이나 전직 경찰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고위직 경찰관들은 갑자기 낯빛을 바꿔 개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처구니없고 속은 쓰렸지만, 그것도 촛불의 성과라 여기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개혁성과였다. 경찰개혁위원회는 모두 30건의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다행히 어지간한 개혁안은 두루 담아냈다. 2005년 남영동 보안분실(예전의 대공분실)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던 전국 각지의 보안분실들이 모두 폐쇄된다. 서울만 해도 홍제동, 옥인동, 신정동, 장안동, 신촌 등지에 보안분실이 있다. 정권 차원에서 눈여겨보는 시국사범들이 경찰서가 아닌 분위기부터 살벌한 보안분실에서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상한 일은 앞으론 없게 되었다. 정보분실도 사라진다. 의경들의 노동시간은 최대 주당 4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휴식 기회를 보장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외출도 가능하게 된다. 영창제도는 이미 사라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경찰관들도 더디지만,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 시작한다. 당장 노동조합을 설립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마땅하나, 일단은 직장협의회부터 시작한다. 남성 위주의 조직인 경찰청에서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도 실현한다. 당장 성평등정책관부터 외부 인사를 채용했고, 적극적인 여성 우대 정책을 인사에서부터 펼치고 있다. 여러 경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군대, 국정원, 감옥 등 인권침해와 관련한 논란이 많은 곳에서도 다양한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영할 만하다. 인권분야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다.

경찰개혁위원회가 낸 개혁방안 중에 ‘시민에 의한 민주적 외부 통제기구 신설’이라는 게 있다. 만약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어 경찰이 실질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훨씬 힘센 경찰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의 부작용과 우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영국(잉글랜드, 웨일스)의 IPCC(Independent Police Complaint Commission, 독립적 경찰 비리민원조사위원회)를 모델로 시민적·민주적 통제기관을 만들자는 거다. 명칭은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또는 위원회)’이라고 붙였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로지 경찰만 감시하는 기구다. 경찰관의 법령 준수 여부를 감찰하고, 위법 부당한 행위가 드러나면 경찰청에 징계를 권고하거나 경찰관의 범죄사실을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

영국의 IPCC는 법률 개정으로 IOPC(Independent Office for Police Conduct)로 바뀌고 위상과 업무도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경찰과 전혀 다른 독립적 조직이 경찰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경찰의 잘못을 시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아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구가 이미 존재한다는 거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다. 인권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별도의 전담 감시기구가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인권위에 대한 기대가 적다는 거다.

인권위의 위상은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지경으로 추락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시키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데도 인권위 위상이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인권위 설립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국가인권기구 설립이라는 그동안의 염원을 현실화했다.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인권기구는 김대중의 대선 공약이었고, 그 공약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행되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설립과 동시에 조직의 기반을 닦은 인권위는 노무현 정부 때 여러 가지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등 인권위가 주도한 쟁점이 많았다. 한마디로 시끌벅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인권위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명박 정권은 위상을 추락시킬 방도를 고민했다. 법 개정이 여의치 않자, 위원장 등 지도부를 바꿔 위원회 성격을 변화시켜갔다. 정권의 의도대로 인권위의 위상은 추락했고 누구도 인권위를 자신의 인권을 지켜줄 호민관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장 큰 잘못은 2009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6년 동안 인권위원장을 맡은 현병철이 저질렀지만, 지금 위원장인 이성호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꼭 현병철과 이성호만의 잘못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 즉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그리고 사무처 직원들도 공범의 혐의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현병철 체제에 저항한 일부가 있었지만, 임기가 다 끝나갈 때쯤 사임한다든가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대목도 많았다. 그렇게 인권위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인권위가 바뀌었는지 뭘 어떻게 고쳤다는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지난 정권과 달리 비교적 민감한 인권의제에 대해 의견을 내는 일도 간혹 있지만, 그건 이미 쟁점화된 사안들에 대한 뒷북이었을 뿐이다. 인권위가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하는 일은 없었다. 설립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공염불만 외우며 진정사건 처리 때문에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온갖 인권문제가 터져 나오는 지금도 인권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래서 인권위는 지금 악플조차 별로 없는 무플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관료들에겐 무플이 훨씬 좋을 게다. 월급이야 꼬박꼬박 나오는데, 굳이 논란에 휩싸여 일감을 늘릴 일도 감정을 상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도 인권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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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만 1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주년 지지율 중 가장 높다. 어쩌면 일반국민은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안보불안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문 대통령이나 문 정부가 지금껏 보여온 국정 개혁의지의 진정성을 신뢰하면서 당장의 정책 효과에 연연하기보다 아직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판단하기 때문 아닐까? 그간 누적되어온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주요 기조는 탈원전·탈석탄이라 불리는 원전과 석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즉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등장, 문 정부 출범으로 주요 국정과제가 되었다.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명동 한국YWCA회관 앞에서 3월 20일 시민들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위험한 불’인 핵발전을 멈추자는 캠페인으로 이날이 200회째다. 권도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가 학계와 시민사회의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5점 만점에 3.12점을 줬다. 중앙값인 3점을 살짝 넘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예전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엔 2.2점, 2016년에 1.48점을 받은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결과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1월에 함께 실시한 ‘정부의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현황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0%(매우 잘함 5%, 잘함 35%), 보통 40%, 부정 평가 20%(못함 15%, 매우 못함 5%)로, 5점 만점 환산 시 3.2점이었다. 사회 전반적인 동의를 뜻한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에너지를 보는 일반 시민의 관점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보다 ‘안전과 생명’이 더 우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길고도 고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다. 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도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조직과 인력, 심지어 예산까지 많은 부분이 에너지전환에 맞서 있다. 전환되어야 할 기존 에너지체제를 지탱하거나 확장하려고 만들었던 것이었고 전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에.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란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진흥하는 법과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연구개발비도 여전히 엄청나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장들이 늘고 있지만 에너지분권을 실현하기 어렵고 지자체장들의 에너지 전환 의지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부처 간 엇박자도 있어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 사라질 일자리와 생겨날 일자리가 있고 에너지산업생태계가 변화되기에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 구조개편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회환경비용의 내부화를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경유세 상대가격 조정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에너지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한반도 전체의 에너지 전환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 일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 필요하다. 정부 혼자서는 어렵다. 최근에 전문가와 기업인, 활동가, 정치인들이 함께 모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에너지전환포럼’이 출범했고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도 출범했다. 협치의 공간을 넓히고 사회적 대화를 늘리자. 전환의 길은 만들어가야 하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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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첫 위기(?)를 맞고 있다. 지지층이든, 아니든 국정 지지율 ‘60%’ 어름에 시끌벅적하다. 지지층이 염려를 담은 분석이라면, 반대층은 ‘거 봐라’는 투로 예언의 실현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여전히 국민 3명 중 2명이 지지한다. 70% 안팎을 비행하던 그간 지지율이 지나치게 높았을 뿐 지금도 낮은 게 아니다. 이처럼 ‘고공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를 특징짓는 열쇳말의 하나고, 그 때문에 작은 흔들림조차 파문을 그려내는 ‘지지율의 함정’과도 같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그간 ‘지지율 정치’의 달콤함에 길들여져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국민이 외교안보 디딤돌이자 이정표입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국민론’이다. 여론을 기준 삼기 가장 어려운 외교에서조차 그의 기준점은 ‘국민’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80분 남짓한 회견 동안 ‘국민’만 64회 되풀이했다. 그다음 많았던 ‘평화’가 15회임을 감안하면 압도이다. 문 대통령은 회견 내내 “국민의 뜻과 요구를 (국정의) 나침반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치인의 “애국” 발언을 100% 믿지 못하듯, 권력의 ‘국민’ 또한 얼마만큼의 진정성으로 이해해야 할지엔 늘 의문부호가 붙는다. 야당의 ‘포퓰리즘’ ‘쇼통’ 공격은 그 약한 틈을 파고든 것이기도 하다.

실상 문재인 정부의 여론관은 정치적·정신적 뿌리라 할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도 다르다.

“여론조사 속에는 비전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기에, 또 비전을 달성할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론은 참고자료로 해야지 쫓아가다 보면 장기적 과제를 잊어버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참모들에게 한 당부다. 그에게 여론은 “몇발짝 앞서 나갈까 하는 참고자료”였다. 때로 여론에 한참 앞서 불화를 감수하고 깃발을 들었던 사례는 ‘증세론’ 등 한둘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새 시대의 맏이’를 꿈꾼 지사(志士)적 정치인이라면,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과의 길항에 더욱 예민한 현실적 권력이다. 노 전 대통령이 때로 토론하고 설득하려 했다면, 문 대통령은 시민의 엄호를 받으며 시민과 함께 움직이려 한다. 노 대통령이 ‘제도’의 깃발을 들고 변혁의 첫 열에서 선다면, 문 대통령은 더디더라도 문화·풍토의 변화를 겨냥한다. 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 때 법과 시스템을 바꾸면 사회가 바뀔줄 알았는데 정작 보수정권으로 바뀌니 소용이 없더라. 그래서 지금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기본적 풍토의 변화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에게 ‘도대체 노무현 정치와 문재인 정치는 어떻게 같고 다른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문재인 정치는 다수의 세력을 가졌다”였다. 문재인 정부는 다수를 추구한다. 비전을 비슷하게라도 성사시키거나 꺼내기 위한 ‘전략’을 추구한다. 여권 한 핵심 관계자는 이를 “기반을 넓히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 친노·친문 인사는 “노무현 정부 때 낮은 지지율의 트라우마와 상처가 크다. 지지율이 낮으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노무현은 성패를 떠난 꿈을 꾸었지만, 문재인은 꿈 이전에 ‘실패할 수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권력의 출발점이다.

한 친노 인사는 “노 대통령은 기승전결 완벽하지 않으면 손을 안 댄다. 문 대통령은 기승전결 완결도가 없어도 일단 뛰어들어 현안을 해결한다. 그리고 급한 일일수록 국회에 안 맡긴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 점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에 어느 진영도 ‘100% 만족’은 어려울 것 같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처럼 우리 사회 의제들을 차근차근 모두 국정 메뉴에 올리겠지만, 그 결론은 공약대로만은 아닐 수 있다. 정권은 방향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뿐, 최종 선택은 국민 몫이라는 것이다. 향후 문재인 정부와 진보층의 ‘불화’에 대한 염려는 그래서 나온다.

현 여권의 ‘정권 재창출 열망’에서 지지율 정치의 동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과거 ‘정권 뺏겨도 낭패날 일은 없다’던 오만의 낭패감을 절절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수와 더디더라도 문화의 변혁을 추구하는 것은 시민정치의 완성이 지금 정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이제 첫 위기의 지점에서 ‘지지율 정치’는 새 좌표를 찾아야할 과제에 직면했다. 그간 고공 지지율은 실상 전 정권 적폐의 반사이익과 촛불혁명의 지지율일뿐 문재인 정부가 증명한 지지율은 아니었다. 부동산 등 난제들에서 ‘국정 능력→지지율→국정 동력’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순환 궤도의 좌표를 제시해야할 시점이다.

긴 호흡에서 문재인의 ‘현실’이 노무현의 ‘꿈’과 만나 꽃피는 접점은 결국 ‘제도’다. 둘 모두 지향점은 여론과 정치적 다수가 일치하는 정치체제의 제도화에 있기 때문이다. 개헌이 그 한 통로일 수 있으며, 협치를 넘는 연정 문제는 이 진영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질문이다. 모두 ‘권력은 유한하지만, 공동체는 무한하다’는 정치의 궁극적 경구에 다가가는 길이다.

<김광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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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 제도의 희생양이 된 여성은 26개국 출신 40만명 이상이다. 중국인 20만명을 포함해 독일·영국·미국 간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따라서 일대일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할머니들이 우리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국교를 단절하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한·일 간에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런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졸속 합의로 땡처리한 당사자가 1965년 한일협정을 강행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하는 모습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쩌면 그런 박근혜 전 대통령이어서 별다른 일이 없으리라고 우리는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2014년 4월부터 12차례 국장급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을 못했다. 한·일 양국에 입장차가 있다는 언론 보도만 있었기에 별다른 결과가 나올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다루는 협상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는 만큼 미국의 요구든 뭐든 협상테이블에 나온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림비를 세우는 등 이 문제 해결에 진력해온 우리는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인 지난 9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주고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한·일 합의에 사망선고를 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는 세계인권에 관한 것인 만큼 두 나라의 합의로 해결됐다고 볼 수 없으며, 앞으로 국제기준에 맞춰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일관계 안에 위안부 문제를 가두는 2015년 양국 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국제무대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부터 재개해야 한다. 우리도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채택한 10학년 교과과정 2016년 개정판에 포함된 한·일 합의에 대한 일본 외무성 링크를 없애달라고 다시 요청할 것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요청해서 포함된 이 링크를 삭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간단히 풀 수 있는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와 피해 당사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세계의 인권문제다. 가장 앞장서서 가장 오랫동안 싸워온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국 정부가 국제기준에 맞는 해결을 이루도록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 늦기 전에.

<김현정 미국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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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이 많은 올해다. 밤새 소복이 쌓인 눈처럼 12월의 밤들도 소리 없이 내려앉으며 한 해의 끝에 닿고 있다. 지난 한 해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들 마음속 시간들을 포근히 감싸는 하얀 위로들이다.

지난 26일자 경향신문의 1면 첫 화두는 ‘77만원세대’였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 한 달 소득이 78만원이었다는 것이다. 2007년 여름 우석훈·박권일이 저서 <88만원세대>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청년의 불안한 삶을 공론화한 지 꼭 10년 만이다. ‘88만원세대’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면, ‘77만원세대’는 스스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고 한다. ‘생’ 자체를 부정하는 허깨비 같은 삶들의 절망이 가슴에 박힌다.

출처:경향신문DB

20대의 상위 5%만 공무원·대기업 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나머지 95%는 비정규직인 ‘0.5 대 9.5’의 사회가 88만원세대의 사회상이라면, ‘77만원세대’는 더욱 악화됐을 터. 어쩌면 ‘0.1 대 9.9’의 사회가 지금 우리 눈앞에 서성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절망의 심연은 다른 곳에 있다. 추락하는 청년의 삶과 달리 국가·기업의 부는 커지는 모순이다. 2006년 국내총생산(GDP)은 847조8760억원이었다. 지난해는 1637조42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30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 추이’ 자료를 보면 기업들 유보금은 2006년 127조4000억원에서 2015년 478조원으로 275% 폭증했다.

자본은 고삐 없이 증식하지만, 공동체는 깊은 속병이 들고 있다. 헤어날 길 없는 불평등은 절망을 낳는다. 절망은 분노를 만든다. 분노는 한 사회를 파괴한다. 이런 공동체가 지속가능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는 질문이다. 부의 편중과 민심의 균열은 모든 국가들의 말기적 증상이었다. 그래서 부의 편중의 통제는 정치의 책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무위원들과의 만찬에서 “촛불민심을 받들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은 1년, 2년 이렇게 금방 끝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폐청산의 목표가 비정상 권력의 정상화, 즉 우리 사회 권력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면 참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탄핵과 대선을 통해 정치권력의 변화를 이뤄냈을 뿐 우리 사회 각 권력들의 관계가 정상화됐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적폐청산의 궁극적 지향점은 구성원들의 삶이어야 한다.

적폐청산의 완성은 공동체를 위협할 만큼 심화한 부의 편중과 불균형의 해체다. 이는 ‘자본의 민주적 통제’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권력에 휘둘리고 위협받는 정치·사회 권력을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권력(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치·사회 권력의 극복은 지금 모든 국가들의 고민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 정치 시스템은 갈수록 ‘1인 1표’ 원리보다는 ‘1달러 1표’ 원리에 동화돼 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1호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었다. 그 첫 발자국으로 찾았던 인천공항공사는 26일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화를 위해 3000명은 직접 고용,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그 확대판이라 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담은 새해 예산안도 “포퓰리즘” 비난 등 진통 끝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다. ‘중소기업 다 망한다’는 일각의 선동에도 최저임금 인상도 일단 결정됐다.

이처럼 하나하나 지향하는 것은 소득과 자본의 분배, 편중·편식의 완화에 맞춰져 있다. ‘임금 상승-소비 촉진-생산 증가’의 선순환으로 경제성장과 복지를 모두 이뤄내겠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자본의 민주적 통제의 다른, 아주 완화된 표현으로 읽힌다.

하지만 고삐 없는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운위될 때마다 따라붙는 이야기는 ‘기업 죽이기·때리기’다. 90% 시민의 삶은 나빠지는데 국가·기업은 살찌는 모순 속에서 자본의 민주적 통제가 ‘기업 괴롭히기’로 둔갑하는 현실이 기막히다. 민주적 권력의 권위를 위협할 만큼 자본의 힘은 세다.

자본이 권위를 가진 권력에 의해 정상 통제될 때 개인의 삶도 나아진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그 시간은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라는 여론의 동력에도, 입법 과정에선 소수정권임을 연일 확인하는 게 현실이다. 자본의 민주적 통제와 이를 밀고 가야 할 정권의 현실적 조건의 괴리는 크다. 앞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넘어서는 길은 그만큼 험난하다. 영리한 정치권력의 유능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광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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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자 즉각 시장에 개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 경험과 이에 대한 반성이 본능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검찰 개혁도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고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솎아내더니 올해 정기국회 법안 통과를 목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속전속결·전광석화라 할 만하다. 경제 분야에서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단속하는 등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북한의 핵 실험 같은 대형 악재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60~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수능이 개편되는 시기가 2022학년도로 미뤄지면서 지금의 중학교 2학년생들이 개편된 시험을 치르는 첫 세대가 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교육 개혁은 답답하고 더디기만 하다. 교육의 본령과 거리가 먼 사건·사고 뒷수습에 허둥대는 모습이 참여정부 당시 교육 난맥상을 떠올리게 한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두 개의 미흡한 방안을 내놓고 학생·학부모들의 선택을 강요하다 결국 백지화하고 결정을 1년 뒤로 미뤘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논란과 정부 입시안에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시위가 있었던 2005년 상황과 비슷하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등을 놓고 양분된 교직 사회는 노무현 정부 첫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두고 전교조와 교총이 반목하던 것과 닮은꼴이다. 교육 당국의 무능과 무사안일이 부른 ‘교원 임용 절벽’ 사태는 여전히 답이 없고,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은 막판에 가까스로 멈췄지만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교육계의 화약고가 됐다.

이런 상황인데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 부총리는 교육 사령탑으로 취임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아직 교육부 진용조차 꾸리지 못했다. 교육부 1급 5개 직위 중 3개가 공석 또는 직무대행이다. 김 부총리가 교육부 관료들에게 벌써부터 휘둘리고, 청와대와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부총리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에 기획관리실장 ㄱ씨를 참여시켰다. ㄱ씨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원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의한 인물이다.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조사 주체로 임명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육부에서 1급 실장과 청와대 비서관으로 승승장구하다 퇴직한 ㄴ씨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연줄을 이용해 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김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불평등하고 서열화된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민주주의의 신념과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가 참여정부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교육 개혁을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 수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재인 정부 교육분야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국가교육회의의 앞날도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혁신·인적자원개발·교육자치 등 교육의 거시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수능 개편안, 특목고·자사고 폐지 같은 미시적인 사안까지 모든 교육 현안을 다룬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통해 집행하는 구조다. 이런 국가교육회의의 사무처 역할을 하는 ‘국가교육회의기획단’의 단장으로 기자 출신 ㄷ씨가 사실상 내정됐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을 1년6개월 한 것이 교육 관련 경력의 전부인 ㄷ씨는 문 대통령의 부산 인맥으로, 정권 실세의 대학 동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은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이 발을 빼고 ‘낙하산’에 의해 운영되는 문재인 정부 국가교육회의가 인사 난맥과 지도력 부재로 제풀에 쓰러진 노무현 정부 교육혁신위의 복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일이든 나라의 일이든 ‘결정적 시기’가 있다. 두뇌 발달은 태어나서 36개월까지가 결정적 시기이다. 이 기간에 부모나 사회로부터 격리되면 그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온전한 지능을 갖출 수 없다. 개혁의 결정적 시기는 정권 초반 6개월이다.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시민들은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고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를 비롯해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교육 관련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도 모두 개혁 성향의 인사들이다. 광장의 촛불이 ‘드림팀’을 만들어준 것이다.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교육 개혁의 호기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교육 개혁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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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지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논란의 주된 이유는 타이밍으로 보인다. 교추협 개최 계획 발표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일본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도적 지원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일 동맹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과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무분별한 퍼주기’ 논란이 다시 등장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제공

요즘 유행어로 하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들리기도 한다. 같은 행동도 어느 정부가 하느냐에 따라 ‘퍼주기’ 또는 ‘원칙에 부합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인도적 지원의 정치화이다. 힘을 모아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하는 시점에서 비생산적인 소모적 이념 논쟁으로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가 된다.

이럴 때일수록 ‘팩트’와 ‘원칙’에 따른 결정이 중요해진다. 먼저 팩트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과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가 국내에서 엇갈려 객관적 평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75호는 “영양실조 위험에 처한 상당수의 임신·수유 중인 여성 및 5세 이하의 아동과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전 인구의 거의 4분의 1에 달하는 주민들을 포함하여, 주민의 절반 이상이 식량 및 의료 지원에 있어 중대한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엔인도지원조정실(UNOCHA)의 조사 결과에 주목하며, 이러한 차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답하고 있다. 초강력 경제제재를 결정한 유엔 안보리의 ‘객관적’ 평가이다.

둘째,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논란이다. 이번 지원 결정은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의 연례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핵실험과 경제제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주에 결정을 하더라도 곧바로 원조가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국제기구의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시기 조절이 충분히 가능하다.

셋째, 인도적 지원의 효과성에 대한 질문이다. 원조가 북한의 군사비로 전용되지 않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느냐는 것이다. 이 또한 이제는 원조 분야에서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이미 엄격한 투명성 기준에 따른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현금이 아닌 현물,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없는 의약품과 아동 영양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칙의 문제를 살펴보자.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1860년대 국제적십자가 창설된 이래 국제적인 원칙을 넘어 상식이 되었다. 이번 2375호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유는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지만 결의안 내용에 이러한 인도적 지원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유엔은 경제제재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인권과 인도적 지원은 국제평화와 안보와 함께 유엔이 추구하는 핵심적 가치이자 원칙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경제제재는 의도와 달리 제재 대상국 아동과 산모 등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힌다.

과거 진보와 보수 정부 모두 국가안보 논리로 북한 인권과 인도적 지원 문제를 다루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안보에서는 적국의 위협 수준과 의도에 따라 자국의 방어 수준과 대응 방식을 결정한다. 즉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권과 인도적 지원은 다르다. 인도적 지원은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핵실험과 같은 안보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을 가장 성실하게 이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성훈 |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경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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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저버린 행태다. 사드 배치 후에야 문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불가피성을 호소했지만 종교·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군사적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 존중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정부의 조치를 시민들이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참여 핵 과학자·기술자 초청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정부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 9일 예상과 달리 도발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완성을 위해 ICBM 등에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도 B-1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경 대응기조를 이어갔다. 한반도 안보지형은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도대체 사드 배치로 한국이 뭘 얻었는지 시민들은 정부에 묻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대북 대화 등 큰 원칙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원칙을 뒤집는 정부를 신뢰할 시민은 없을 터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제시했지만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 못지않은 엄중한 사안이다. 

이런 틈을 타 보수층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부터 국회에 나가 핵무장론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의 ‘핵 대 핵’ 주장은 위험하고 군사적 실효성도 없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불안해하고 강력 대처를 원하는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론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북한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을 해온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엄중한 안보상황 때문에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요구 역시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눈앞에 둔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과 운영 기조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대내적으로는 혼란과 분열을 면하기 힘들어지고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관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틀의 정책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응 기조와 매뉴얼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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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추가 배치된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기지에 반입된 뒤 설치되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잔여 발사대 4기와 배치 보강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배치라고 밝혔지만 이날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방의 미군 시설 및 증원전력의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한국의 핵심 시설 및 전력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도 없다. 상승하는 과정이나 대기권 밖 비행 단계가 아닌 종말 단계에서 중·고고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로는 한국도 지키지 못하고,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후 급히 배치를 결정했다. 마치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같은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처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또한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완전히 놓치는 결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복안도 물건너갔다.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처지가 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사드 배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진정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일말의 효용이 있다면 사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배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전날에야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통보했고, 미군은 새벽에 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했다.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은 채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강행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견인하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강대강의 대증적 대응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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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대통령 인사권의 막강한 힘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대통령은 장차관, 헌법기관 고위직 등 7000여명의 임면권을 쥐고 있다. 이 말의 본질은 대통령 인사권이 정권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역대 정권은 ‘같은 색깔’만 칠하진 않았다.

전략적 고려도 입혔다. 김대중 정부의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인덕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정부의 고건 국무총리와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소수정권 한계 극복, 정치적 안정, 우방국 달래기용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정체성 강화의 우회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보안 인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낙점한 인물도 언론에 하마평이 오르면 단칼에 지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론 인사’를 선호했다. 마음에 두고 있던 후보 명단을 슬쩍 언론에 흘려 평판이 좋으면 인선을 강행했다. 평이 엇갈리면 민간업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에 관심이 많았다. 인수위원회 때 5단계 절차를 밟는 장관인사추천제를 도입했고, 집권 후엔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직을 신설해 인사 추천을 전담케 했다. 그전까지는 민정수석이 인사 추천·검증을 도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파격 인사는 ‘속전속결’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사숙고 인사는 ‘역사적 평가’를 중시한 개혁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인사 정책만 봐도 균형인사, 인재 데이터베이스(약 12만명) 구축 등 시스템 정치를 구현했다.

위력이든 전략이든 스타일이든 인사는 결국 정권의 방향타이자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논란 해명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문재인 정부 인사가 방향을 잃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이름이 발표될 때만 해도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은 기득권층 저항을 고려해 천천히 발표하자는 참모들 제안에도 문 대통령은 조기 인선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박기영·이유정·박성진 후보자가 나오면서 국정철학은커녕 무슨 메시지인지조차 읽히지 않았다. 이해관계 집단은 물론 지지층 반발도 거세졌다. 여권 내에선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참모들이 대통령 눈치를 본다’ ‘(전방위 평판이 담긴) 국가정보원 존안자료를 거부했으니 이 정도 비용(부실 검증)은 지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복심들이 빠져서 손발 맞출 인사를 가려내기가 힘들다’…. 문 대통령은 결국 지난 4일 인사시스템 개선을 주문했다. 인사 원칙과 검증 기준을 구체화하고, 인사 추천의 폭을 넓히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회에 청와대 인사기획비서관실도 신설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할 자리와 대통령 국정철학을 반영해야 할 자리를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오작동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인사가 한 정권의 국정철학을 담는다고 할 때 적어도 인사는 ‘시민 동의’가 중요한 기준이다. 재벌이 아닌 노동자, 전쟁이 아닌 평화, 갑이 아닌 을…. 촛불이 만들고, 시민들이 동의한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다. 향후 인사에서 이 틀을 벗어날 경우 대통령이 인사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인사원칙(철학)과 다투는 건 이해도, 수용도 가능하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커지는 것은 청와대 해명 자체가 이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때문이다. 생활 보수, 소시민이라는 논리는 문 대통령의 인사철학도, 원칙도 아닌 ‘희한한’ 변명에 불과했다.

더 보탠다면 인사를 협치의 기반으로 삼길 바란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공약 이행에만 쓰면 안된다. 인사가 협치의 주요 항목이 돼야 할 때다”라고 했다. 당장 정기국회부터 국회의 계절이다. 대통령 의제를 관철하려면 싫든 좋든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치부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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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제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6자·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재개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전면적 쇄신도 요구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야당들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야당의 모습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5일 오전 정론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를 중단하고 지난 정부 안보 적폐세력의 밀실 외교에 의한 사드 조기배치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강대강 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감한 대화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도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이끌어나가기는커녕 그에 휘둘리며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대응수위만 높여왔다.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전략자산 배치 철회라는 이른바 ‘쌍중단’을 해법으로 제안한 것도 타당하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종료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때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훈련을 축소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꺼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나아가 일부 훈련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의 핵동결부터 이끌어내는 방안은 현실적이다. 실현불가능한 전술핵 재배치 등 강경 입장만 관성적으로 되풀이하는 보수 야당과 대비된다.

정의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협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난맥상을 매섭게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비판할 것은 냉정하게 비판하는 자기 원칙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정의당의 시의적절한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야·정 평화협력체 구성 제안도 즉각 시행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통한 과감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정의당의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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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미대사에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내정됐다. 주중대사에는 노영민 전 국회의원, 주일대사에는 이수훈 경남대 교수가 각각 낙점받았다. 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러시아를 제외한 주변 3국 대사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3명 모두 비외교관 출신이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일했거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무난한 인사 같지만 위기의 한국외교 현실은 ‘무난함’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특히 조 내정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따져볼 대목이 많다.   

청와대는 그가 다양한 실무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국제경제 분야 전문가로 주영국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역량을 보유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실무경험과 이론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분야는 경제다. 영국대사직이 미국대사의 자격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는 외교안보 현안인 북핵과 북·미관계, 한·미관계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그가 북핵과 동맹 관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외교현안들을 잘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경쟁력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판이면 주미대사라도 최선의 인물을 찾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적임자를 찾아냈는지 확신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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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첫 청사진이 어제 발표됐다. 2018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요약하면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도록 일자리와 복지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 사람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전년보다 7.1% 늘린 429조원의 슈퍼예산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다. 이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수년간 2~3%의 성장에 그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확장재정을 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증액되는 지출을 복지(12.9%)와 일자리부문(12%) 등 사람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경제성장의 효과가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 중소·자영업 및 내수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실종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사회의 양극화와 극심한 취업난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을 풀어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정책은 오히려 늦은감마저 있다. 저소득 가구의 가처분 소득 감소에 대한 타개책으로 복지 지출을 동력으로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기대할 만하다. 이를 위해 일자리와 분배,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재정의 선도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몇 가지 점검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향후 5년간 확대재정을 펼칠 계획이라고 하는데 그럴 여력이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내년도 총수입을 전년보다 7.9% 증가한 447조100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향후 5년간의 재정지출은 연평균 5.8% 늘리겠다고 한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3% 정도 수준이다. 그만큼 적자가 날 공산이 크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또 향후 5년간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에 국민 생활·안전 분야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 지방직 1만5000명 등 총 3만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지금 연간 공무원의 인건비는 35조8000억원에 달한다. 공무원 채용은 비탄력적인 세금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장기적으로 운영 가능한지 숙고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 청년 3명 채용 시 1명의 급여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 고용장려금의 경우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0%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 국책사업이 예정돼 있어 자칫 계획이 어긋날 수도 있다. 일시적인 감축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독을 해야 한다.

특히 국방예산은 이번 기회에 방향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국방예산을 2조8000억원(6.9%) 늘려 편성했다. 자주국방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불요불급한 무기체계 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막대한 국방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전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첫 예산안의 큰 그림은 무난하지만 향후 5년간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쓸 곳에는 쓰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그런데 복지예산은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으로 내년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혹여나 일단 재정을 쓰고 문제가 발생하면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기를 바란다. 증세 없는 복지가 환상임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요행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예산을 짤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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