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정작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5일 성명을 내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입장을 전한 것이다. 미국이 김영철의 발언에 즉각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의 발언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과 백악관이 문 대통령을 매개로 높은 수준의 간접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북·미 양측이 간접 대화를 통해 대화의 필요성과 상대의 대화 의사를 확인했으니 이제 직접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할 일만 남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정 실장은 김 부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북미대화와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아직 대화의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대화한다고 고집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상대의 의중을 타진하는 탐색적 대화조차 성사되기 어렵다. 북·미는 평창 올림픽이 마련한 대화의 동력을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한다면 상황은 ‘평창 이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북·미 사이에 대화 분위기 외에 초강경 대치 국면도 엄존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국이 최근 해상차단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제재 발표 후 “만약 북한이 비핵화로 가지 않으면 매우 거친 2단계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은 “어떤 봉쇄도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맞섰다. 대결이냐, 대화냐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결을 피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북핵 당사국들의 과제이자 의무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대화도 하기 전에 최대 목표치를 성급히 내세우며 상대를 물러서게 해서는 안된다. 한국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닿지 않는 손을 내밀면서 서로에게 더 다가오라고 주문만 하는 것은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아니다. 북·미 모두 지금보다 서로에게 더 적극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26일 밝힌 대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국도 북·미 양측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수준으로 입장을 좁힐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은 끝났지만 평화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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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회동하려다 무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이 올림픽 개회식 다음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지만 회담 두 시간 전 북한이 취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백악관 부통령실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펜스-김여정 회담이 불발된 것은 대단히 아쉽다.

(출처: 청와대사진기자단)

궁금한 대목은 북한이 왜 약속을 갑자기 취소했는가 하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기념관 방문과 탈북자 면담 등 반북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미리부터 예고해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회담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것이어서 궁금증이 증폭된다. 미국 측은 회담 불발에 대해 펜스가 김여정을 만난 자리에서도 반북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을 예상해 북한이 만나기를 꺼렸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평창 올림픽 리셉션과 개회식이 열린 9일 펜스가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이 더 큰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 펜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는 것을 꺼려 리셉션에 불참했다. 뒤늦게 도착해 잠깐 리셉션장에 들어왔지만 김영남과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펜스와 대화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위야 어찌됐건 펜스-김여정 회담 불발은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그만큼 만만치 않음을 일깨워준다. 정부와 북한이 회동 불발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공개한 것도 뒷맛이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것은 성과이고, 여전히 기회는 남아 있다. 어떻게 분위기를 조성할지가 관건이고, 양쪽을 중재해야 하는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중요하지만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다. 정부는 내주쯤 고위급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해 한·미 간 조율에 나선다. 평창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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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8일 한국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일정이 북한압박에 집중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초청해 올림픽 개회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방한 중에는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서울에서 탈북자들과의 간담회를 연다. CNN은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막아내며 김정은을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펜스의 방한은 미국을 대표해 올림픽을 축하하러 오는 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려는 정치 이벤트를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웜비어 부친의 개회식 참석은 그 자체로 정치적 시위나 다름없다. ‘어떠한 시위 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전도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금지된다’는 올림픽 헌장 50조에도 어긋난다. 미국 청년 웜비어를 불법 감금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의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이를 굳이 올림픽 현장에서 부각하려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까.

국제사회는 지난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로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유엔 결의를 채택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합동훈련을 중단하기로 것도 이 결의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적대행위는 계속하겠다는 태세다. 주최국인 한국으로서도 불편하고 불쾌하다. 이미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아왔고, 미국이 부과하는 별도의 독자제재까지 받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특별히 더 북한을 압박하고 자극할 이유가 있는가.

미국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매력공세’에 빠져 대북 제재 고삐가 헐거워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이상으로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에서 보듯 평균적인 한국민의 대북감정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전쟁방지를 위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통해 남북과 북·미가 대화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지가 있다면 펜스는 올림픽 기간 중 자극적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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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한다. 이미 방한이 확정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동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이 김 위원장을 고위급대표단장으로 임명한 의도는 분명하다.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미대화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제재 대상이 아닌 데다 헌법상 북한의 국가 수반이어서 펜스 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북측 인사다.

평창 올림픽 기간 중 김 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공개 회동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 9일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 한 차례밖에 없다. 하지만 북·미 양측의 의지에 따라 비공개 회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미 양측은 어렵게 마련된 북핵 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대화 의지를 좀 더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북·미대화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대표단장이 된 이후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대북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평창에 간다”고 하더니 4일에는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 선전전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김 위원장이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이 섣불리 북·미대화의 중재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태도는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는 한국의 의도와 배치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이 아닌, 북핵 문제 해결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서는 안될 것이다. 설령 이번에 공식 대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향후 대화의 모멘텀이 되는 단초라도 마련하도록 관련 당사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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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철회를 계기로 ‘코피(bloody nose) 전략’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등을 제한적으로 정밀 타격하되 동시에 항공모함 같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집결시켜 ‘북한이 보복하면 완전히 섬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북한의 대응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먹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한 방 쳐 코피를 터뜨리면 전의를 상실할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빅터 차 석좌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가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보도들을 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이 빅터 차 석좌에게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대피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지를 질의하자 그가 군사공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빅터 차는 북한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어서 엄청난 재앙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빅터 차는 워싱턴포스트 지난달 30일자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알려진 것 이상으로 대북 군사공격을 검토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북 강경파로 손꼽히는 빅터 차도 반대할 정도로 무모한 전략이 미국 수뇌부에서 논의돼 온 것이다. 제한적 정밀 타격인 ‘코피 전략’은 북핵 시설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일시적으로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 해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침략을 막는 길은 핵무장뿐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해 핵무장을 더욱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겁을 먹고 얌전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한반도 전역을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전면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동맹국인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도박을 미국이 구상해 왔다는 점은 섬뜩하다.

한국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대화보다는 군사모험주의에 경도돼 있다. 미국 고위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보면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다. 이 엄중한 시기에 주한 미국대사라는 한·미 간 핵심 소통채널의 단절도 방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설마 코피 전략이 미국의 안보를 더 크게 위협하는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코피 전략을 즉각 폐기하고 대화를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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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산골 리조트 마을 다보스라는 곳에는 매년 1월 말이 되면 세계 주요 정상, 장관, CEO, 사안별 전문가, 그리고 유명 언론인들이 다 모여든다. 이들은 이곳 다보스에서 서로 만나 사업 협상도 하고, 세계의 주요 흐름을 살피기도 하고,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포럼이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다.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막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제일주의’와 일방주의에 대하여 중국이 책임지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로 대표되는 국제질서를 수호해 갈 것을 선언하였고, 그로 인해 세계의 리더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서막이 올랐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기도 하였다.

지난 1월22일부터 26일까지 열린 다보스 포럼은 작년의 시진핑 주석의 기세를 이어 인도의 모디 총리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의 선언과 맥을 같이하는 개막연설을 하였고, 영국, 독일, 프랑스의 정상들도 모두 한목소리로 개방경제와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였다. 세계의 주요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다보스에서는 그만큼 개방경제와 다자주의의 위기와 이를 지키려는 각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폐막 연설 참석을 깜짝 발표하면서 폐막 연설에서 미국제일주의가 미국만 좋은 것이 아니라 세계에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돌아갔다. 다보스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이어지는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응한 수비 연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은 여전히 미국제일주의이지만 수사는 개방경제와 다자주의를 의식한 연설이었다. 그만큼 개방경제와 다자주의로 대표되는 지금의 국제질서 속에서는 나름대로 이탈자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국제질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이 다보스라면,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을 읽을 수 있는 곳도 다보스다. 거리에서 우연히 한국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피카부’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 다보스의 소녀들을 만나면서 여기까지 뻗어 온 한류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반면,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역시 만날 수 있었던 곳이 이번의 다보스였다. 북한 문제에 관하여 다보스 포럼 측에서 갖는 관심을 반영하듯 관련 세션도 여러 개 열렸고, 세계의 언론도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었다.

나도 관련된 대부분의 세션에 참여하였고 참석자들의 발언을 면밀히 관찰하였는데, 다보스에서 알 수 있는 한반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평창 올림픽 이후의 북한 핵 문제”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세계의 안보 문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과연 이 지역이 안정적으로 잘 관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올림픽이야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국제사회가 한국을 도와주겠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과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그대로 이전의 모습으로 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으로 인하여 북한과 미국과 국제사회가 핵 문제와 관련하여 변한 것이 없을 터인데, 잘못하면 우리만 변하지 않는 북한에 호의적인 정권으로 비쳐 미국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세계의 우려는 현실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김정은과 최대 압박을 통하여 핵을 포기시키려는 트럼프라는 두 강성 지도자가 다시 맞붙는다면 긴장 수위가 계속 높아져 한반도의 미래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부시 대통령의 2002년 “악의 축” 연설을 상기시키는 북한에 대한 경고를 1월30일 연두교서에 포함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그 연설 이후 실제로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바 있다.

그 다음날인 1월31일에는 미국의 북한 예방타격을 반대하는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빅터 차 교수의 임명을 철회하였다. 북한에 대한 강성 메시지를 연거푸 보내고 있다. 우리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 그 모멘텀을 유지시키려면 겨우 재개된 남북대화를 통하여 북핵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문제는 북한은 항복하는 형식으로 북핵을 포기하는 대화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핵 문제에 항복하면 다른 문제도 끝까지 밀려서 결국에는 정권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자체진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항복이 아닌 북핵 포기의 협상 구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우리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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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이틀째 상대를 위협하는 언사를 주고받았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그는 화성-12형이 “일본의 상공을 통과해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며 이달 중순까지 방안을 최종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담당 전략군사령관이 직접 나서 선전포고하듯이 괌 공격의 절차와 좌표, 시점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단순 엄포로 끝낼지, 실제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적 태도는 놀랍지 않지만 구체적인 군사 계획까지 공개하며 위협한 것은 도를 한참 넘은 것이다. 북한은 핵을 완성하면 핵보유국 대접을 받고 경제 부흥을 이룰 수 있다고 볼지 몰라도 어림없는 일이다. 오히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낙인찍혀 국제사회로부터 영원히 제재만 받게 될 것이다. 군사 도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도 초강경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러나 막말을 쏟아내는 북한과 입씨름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출처: 경향신문DB

북·미 간 도발적 발언으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끌려가고 있다. 최악의 언어로 상대를 자극하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발적 사건이 무력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자칫 이번 사태가 군사적 대응으로 비화되면 한반도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뿐 아니라 세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반도 문제를 넘어 세계적 분쟁으로 확산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위기가 도리어 기회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위기지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극적으로 타결된 적이 적지 않다.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제1차 북핵 위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모두 북한과 미국이 충돌의 당사자였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위기로 발전했지만 최후의 순간에 대화로 극적 전환을 이뤘다. 무력충돌이 누구에게도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이번 위기 조성에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다. 결국 두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지 타협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당면한 위기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 양국은 말폭탄을 통한 ‘위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괌 포위공격 방안의 완성시점을 이달 중순까지로 밝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때까지 답변하라고 미국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 중국과 러시아가 긴장상황 타개를 위해 북·미 사이의 중재 용의를 시사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당장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에 쏠 테면 쏴보라는 식의 만용은 재앙을 부를 뿐이다. 미국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북·미 갈등에서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자포자기한 채 미국과 함께 대북 공세로만 일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막후에서 남북 접촉도 하고 미국과 타협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냐, 대화냐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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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미국, 북한

사드 문제가 다시 대선정국을 덮고 있다. 현 정부는 임기 내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북한은 사드 문제에 개의치 않고 최근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고,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드 장비를 경기 오산시로 공수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결과 한국의 경제성장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 하고, 심지어 이마저도 2~3차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피해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이나 베트남의 경우를 들어 전의를 다지기도 하고, 애국과 주권의 이름으로 단호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좀 이상하다. 외부 세력들은 각기 자신들의 전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사드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이 혼돈 속의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냉정한 이해, 자신의 역량과 내구성에 대한 성찰, 안보와 경제를 결합한 포괄적인 국가안보전략에 의해 정합적으로 사드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의 정책결정자들은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고, 대책도 없었으며, 아직도 자신들만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이 기각될 것이라 믿었던 상황인식과 너무나 흡사하다.

최근 들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한반도가 미·중 간 전략적 소통과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으로 전환 중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사드 배치에서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정에서 보여주듯이 중국의 점진적인 현상변경 정책에 의해 사실상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미국의 판단에 기인한다. 한·중 및 한·미관계의 미래는 결국 미국이 의도하는 대중 견제정책에 대해 한·미동맹이 지역동맹화하면서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정책이 성공하면 할수록, 한·중 마찰도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는 퇴로가 없어 보인다. 이는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 싼 미·중의 완강한 입장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보복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13일 손님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중국 상하이 롯데마트 매장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상하이 _ AFP연합뉴스

우리의 운명이 미·중 전략경쟁의 한 패(牌)로 전락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미·중 세력전이라는 혼돈의 시기에 편승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생존을 보장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어려운 처지로 우리를 몰고 갈 것이다. 한국은 현재 중국으로부터의 본격적인 압력은 물론 미국의 보복으로부터도 견뎌 낼 체력이 없다. 사드로 인한 갈등과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 일반 국민들을 절망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를 주장한 위정자들은 그 고통의 최전선에 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북한은 이 상황을 즐기며 사드 배치와 관계없이 계속 도발을 자행할 것이고, 한국을 극단적인 선택 상황으로 몰고 가고자 할 것이다.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강화에 따른 양자택일의 압력 가속과 정치·경제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답은 아직 대결과 결단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교의 시대여야 하고, 이를 포기할 경우 그 끝자락에는 전쟁과 파멸밖에 남는 게 없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제 공조를 잘 유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주도적인 군사역량을 강화하면서 대비하고, 한반도에서 공존의 원칙을 바탕으로 교류를 강화하면서 안정된 남북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의 역량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다. 사드 관련 한·미 간의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 동시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전략적 우려도 충분히 반영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이에 기반을 두고 중국, 일본, 러시아도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한다. 21세기에는 더 이상 낡은 냉전체제의 논리로 살아갈 수 없다. 국제사회의 역량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흡수해 북핵문제, 한반도 문제, 지역 평화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외교는 만사(萬事)가 되고 있다. 국제정세의 험난함과 심각성을 잘 인지하고, 우리의 생존권, 번영권, 존엄권을 지켜줄 안정감 있고 희망을 주는 역량 있는 리더십의 출현을 대망한다. 그 지도자는 미국을 안심시키면서도 중국을 설득하여 사드 보복을 철회하게 하고, 북한을 평화의 장으로 견인해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여전히 강대국 정치, 북한의 도발, 신 냉전질서의 도래 가능성, 탐욕스러운 국제 자본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버릴 것이다.

김흥규 |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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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에서 12월에 걸쳐 한국에서 벌어진 평화시민혁명의 의미를 지금 가늠하기에는 너무 이른지도 모르다. 일단은 잠정적 진단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투쟁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이끌어냄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했다. 2만명에서 시작한 집회는 매번 참가자가 늘어나 급기야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전국에서 참여하는 초거대 집회로 발전했음에도 순조롭게 열렸다. 정말 놀랍게도 부상자, 구속자 한 명 없이 평화롭게 순항했다. 세계가 놀랐고 우리 자신도 놀랐다. 우리는 이 세기적 평화시민혁명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왜 가능했는지 곰곰이 헤아려야겠다. 이 진지한 점검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미래가 걸려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필자는 갖는다.

 

한국에서 평화시민혁명이 분출한 시점은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의 집권이 예정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역학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이 트럼프의 신고립주의 혹은 개입축소정책으로 재조정되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한국의 동향을 북한을 비롯한 미국·중국·일본 등 관련 당사국들이 예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보수로, 배타주의로, 자국이기주의로, 인종주의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은 정의로, 화해와 공존으로, 공동체주의로 향하고 있다. 핵무장으로 자신의 생존을 찾으려는 북한은 국정파탄과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집권자를 국회에서 탄핵하고 재판에 넘기는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으로 미·일 군사동맹에 한국을 편입시키려 하지만 평화시민혁명에 부닥쳐 주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대북정책에서 자신에 어깃장을 놓는 박근혜 정권이 못마땅했지만 평화시민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의 중도하차가 분명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태도를 재조정하려 할 것이다.

 

간략하게 살펴봤지만 평화시민혁명은 남북한 분단대결 체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미묘한 시기에 한반도 내부와 주변에 큰 파장을 던지면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사태 때문에 지난 60년 가까이 지속된 박정희·박근혜 프레임의 모든 사고와 행태가 한국 국민으로부터 폐기되었다. 이제 독재와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면서 반성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지배자의 군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혁명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울러 이승만 이래 미국 일변도의 의존체제가 불가피하게 전환을 강요당하는 시기에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가 미국에 그렇게 하도록 요구해서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 더 이상 군비확장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군사동맹을 폐기하거나 축소해가겠다고 대선 전부터 약속했다. 이 추세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전략대화는 한반도에서의 대결보다는 힘의 균형 쪽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평화시민혁명은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 교류번영을 추구하고 남북의 현상변경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양 대국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핵 문제에서 이런 흐름에 함께하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남북의 대화·교류가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은 아베 정권의 일본과 대화를 이어가되 일본의 평화운동 진영과 긴밀한 논의를 깊이 있게 나눠야 한다.

 

박근혜와 그 일파가 나라망신을 저지르고 위험에 빠뜨렸다면 평화시민혁명은 세계의 찬사를 받으면서 국격을 높였다. 평화시민혁명은 이제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내 평화를 새롭게 확장하는 데 공헌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의 지구촌에서 한국이 평화시민혁명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와 그 일파들을 극복하고 나라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우리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이부영 |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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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려했던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제2, 제3의 추가도발을 다짐하고 있고 한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물리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제 국정연설에서 밝혔듯이 북한의 핵능력이 영토 밖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미국의 1차적 목적이 있음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한반도 북쪽으로부터의 핵위협에 대한 한·미 간 인식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한 것은 없다. 


정확한 분석결과는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변화에 맞춰 한·미 간 대북 방위전략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북핵에 대한 물리적 대응은 결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한반도와 민족 전체를 파멸적인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박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자세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경향신문DB)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밝힌 북핵 확산의 금지선은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 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밝힌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보지만 한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안정적인 보호막이 될 수 없다. 우산은 비가 올 때나 꺼내드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핵위협에 노출돼 있으라는 것은 동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의 핵 도미노 우려 역시 미국이 고려해야 할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 국내 일각의 물리적 대응 주장은 비현실적이지만,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북한과의 직간접적인 대화 통로를 유지해왔지만 북핵 문제를 정책 순위에서 뒤에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핵 위기는 비확산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정전 60년이 되도록 논의조차 시작 못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과제가 놓여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북핵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평화협상을 명시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제재 조치를 논의하는 수순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항구적인 해결을 위한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 ‘핵무기 없는 세상’이 단기간에 달성될 목표가 아닌 것처럼 한반도 평화 역시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과 일본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존 아시아 군사전략의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이제라도 그 채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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