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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29 [기고]미래유산, 어떻게 그려야 하나

미래유산제도가 우리에게 문화재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틀’에 갇혀 문화재가 지닌 진정한 가치의 한쪽 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결과 먼 조상이 만들어 놓은 자랑스럽고 박물관에 보존할 만한 것들, 외국인들에게 자랑해서 칭찬을 받을 만한 것들만이 우리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다행히 등록문화재제도가 생기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회 전반으로는 여전히 박물관 소장급 문화유산이 진정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문화유산에 대해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는 제도를 갖게 되었다. 미래유산제도이다.

미래유산은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유산을 만드는 주체라는 점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놓는 문화유산제도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유산에 당대 ‘우리’의 ‘메시지’를 담아서 미래세대에 전달해 줄 수 있다. 모든 문화유산이 이전 세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미래유산은 우리 직전 세대와 다음 세대 간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대 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훌륭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필요로 보존하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것은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미래유산은 가치 평가가 완료된 문화유산이 아니고, 시간과 함께 가치를 더해가는 문화유산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가치를 더해가는 주체가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또한 걱정되는 것이 미래유산이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오늘의 문화재는 어떻게 우리 곁에 남게 되었을까? 조상들이 중요하다고 특정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보존할 것을 결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어떤 것은 100년, 어떤 것은 1000년이 넘게 보존되어왔을까. 또 어떻게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오늘의 문화유산은 많은 경우 스스로 시간과 세파를 이겨낸 것들이다. 외부의 도움 없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는데, 근대의 어느 순간에 이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호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부작용도 있었다. 어떤 것은 존재는 하지만 본연의 가치를 상실했는가 하면, 어떤 것은 보존이라는 명목하에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사라진 것도 있으며, 보호 대상이기에 더욱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어 그들만의 문화재가 된 것도 있다. 결국 문화유산의 가치는 전문가에 의해 매겨졌고, 그들에 의해 매겨진 가치가 곧 일반 시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가치였다.

그러나 미래유산은 다르다. 미래유산에 대한 가치 평가의 주체는 우리 모두다. 물론 여기에 전문가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전문가가 개입하는 방식이 기존 문화유산과 다르다. 그래서 미래유산은 기존 문화유산과는 전혀 다른 구조 속에서 자리매김되는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가 이 제도 성공의 절대적인 조건이지만, 이로 인해 스스로 세월의 험난함을 견뎌야 할 문화유산의 자생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이 오히려 유산의 잠재적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을까?

‘서울시 미래유산’인 서대문구 창천동 헌책방 ‘공씨책방’은 1972년 경희대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열어 43년째 영업 중이다. (출처 : 경향DB)


필자는 확신한다. 미래유산제도는 기존의 왜곡되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리의 지나친 관심과 역할이 문화유산의 자생력과 가치를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내 기억과 경험이, 우리의 기억이 되고, 미래세대에 이어지는 세상의 시작, 바로 미래유산이 그리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곳은 뛰어서 도달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새로운 일의 시작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던한 노력과 인내심이다.


안창모 | 역사문화환경보존 프로그램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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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