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거짓말을 감추려면 다른 거짓말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악순환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를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낸 ‘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의견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고 그녀가 여러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음”이라고 적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이 최씨에게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40년 지기인 최씨를 작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한 세부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등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캐릭터(박근혜 2016년 12월 21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기밀 유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부하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탓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어서 참고하라고 한 것”이라며 “연설문, 말씀 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들을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서를 전달한 것은 박 대통령 지시였다고 이미 검찰에서 자백하고 법정에서도 진술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박 대통령은 언론 취재와 특검·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와 극우 성향 언론인과의 인터뷰 등에서는 “완전히 엮은 것”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 내용도 지키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거부했고, 최근에는 청와대 압수수색 불가 방침으로 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파렴치 행태는 끝이 없다. 특검이 어제 수사 기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오는 28일까지인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한 달간 연장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거짓 증언과 수사 방해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특검은 수사 강도를 더욱 높여 박 대통령의 증거 은폐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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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인 송수근 제1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이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에 이어 조윤선 장관까지 줄줄이 구속되자 부처 차원에서 참회하고 자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송 차관은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검사가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도 감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참회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체부를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챙기는 도구로 마음껏 주물렀다. 자질이 없는 사람들을 장차관으로 기용해 사기업도 못할 일을 서슴없이 시켰다. 문체부는 정상적인 국가 조직이 아니었다. 유진룡 전 장관이 두 차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의 부당성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공허한 저항에 그쳤다. 오히려 정유라씨의 승마 대표선수 선발이나 1급 공직자 집단 사직 강요 논란이 보도됐을 때 문체부는 의혹을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편법 설립도 문체부 간부와 직원들이 충실히 해냈다. 법령과 절차에 따라야 할 관료조직이 스스로 규범을 어긴 것이다. 강요당했다고 피해자로 자처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유 전 장관은 어제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도했으며, “헌법 정신을 훼손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리스트 작성 지시를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제소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운영은) 문화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로,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명한 사람들은 나몰라라 하는데 문체부는 분명히 지시를 받았다며 사죄하는 희극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나서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황 대행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문체부를 대표해 사죄한 차관은 언제 블랙리스트 사건 피의자가 될지 모르는 처지다. 1만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묶어 탄압한 국제사회의 수치를 수습하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들이 권력자의 불법적 지시에 복종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부의 지시를 영혼 없이 따르기만 하다 사후에 참회하라고 공직을 맡긴 게 아니다. 공직사회 전체가 단단히 교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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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청와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청년희망펀드 모금 규모까지 정해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전경련 이모 상무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박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발표한 이후 청와대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시가 내려와 기업인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또 “기업인들이 1200억~1300억원 정도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설립된 청년희망펀드의 실제 모금액은 1450여억원으로 청와대의 모금 목표액과 거의 일치한다. 이 상무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미르·K스포츠 재단처럼 대기업 갈취를 통해 이뤄진 것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 화면.

그동안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금이 이뤄졌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동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청년희망펀드가 설립되기도 전에 재단설립 태스크포스(TF)에 파견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24~25일 재벌총수와의 단독면담에서 청년희망펀드에 참여해달라고 했다”며 박 대통령을 뇌물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특검은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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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 결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인신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고 의심이 들면 마땅히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 수십명의 전관 변호사를 병풍처럼 세운 재벌 총수가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법원이 이처럼 결정했을까.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경제 위기론과 재계 및 보수세력의 압박에 법원이 무릎을 꿇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 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구치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건넨 433억원의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이른바 ‘피해자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 도움이 절실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규정했다. 특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문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발부했다. 그래놓고도 이 부회장의 청탁과 이 부회장이 건넨 돈의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일련의 사건이 모두 독립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 출연 외에도 최씨 모녀를 직접 지원했다. 재단 출연이야 다른 재벌·대기업도 했다지만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최씨를 콕 집어서 지원한 것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자신의 영장이 청구됐다는 점도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뇌물 수수자보다 뇌물 공여자를 먼저 구속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종 타깃이 박 대통령인 만큼 특검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신병 확보가 절실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검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특검은 추가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의 뇌물 공여 의혹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 특검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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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그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들과의 접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 발표 자료를 보내주면 최순실씨가 밑줄을 치면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인사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5년에도 (자료를) 조금 전달한 게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내용이 JTBC에 보도된 다음날인 10월25일 1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에 의하면 연설문 외에 인사 자료까지 최씨에게 건네졌고, 취임 3년차인 지난해까지도 이런 자료 유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1차 대국민담화부터 박 대통령은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해볼 생각이었던 셈이다.

청와대 문건유출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일 새벽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11월 20일 기소한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발표한 2차 대국민담화도 거짓이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지만 정작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 등을 요구하자 수사 자체를 거부했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 당일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았으면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고 답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이전부터 일관됐다. 지난 9월 언론과 야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한 의혹을 쏟아내자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이라고 했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참담한 것은 대통령의 거짓말이 놀랍지 않고 시민들도 대통령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나라가 엉망이 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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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자 최씨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번 양보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답변 내용과 태도는 기가 찰 일이다. 최씨는 사익을 꾀하려고 정부와 청와대를 주물렀다가 국정 마비 상태로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 도깨비가 박 대통령을 홀려 일을 했다는 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앞줄 왼쪽)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이 26일 수감 중인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개최한 현장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고질이 재발한 점은 아쉽다. 의원들은 의혹을 재탕, 중복 질문을 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을 불렀다. 이는 국정조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문제로, 수사를 통해서라도 규명돼야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었다. 정·관·재계가 어떻게 최씨와 얽혀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그 민낯이 생중계됐다. 누리꾼의 실시간 제보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시민참여형 청문회 가능성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증인·참고인 출석 거부와 모르쇠 답변, 위증 등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형법상 ‘국회 회의장 모욕죄’ 형량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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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했다. 법 지식을 악용해 출석요구서와 동행명령장 수령을 피하는 방법으로 국회를 농락한 그는 인터넷에 수배 전단이 돌고,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리자 결국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게이트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위원들의 질의에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다. 대통령 측근과 고위 관료들의 비리 감시 등 민정수석 업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사판이다. 민정수석이라는 자가 이렇게 뻔뻔하고 무책임하니 박 대통령이 그렇게 됐는지, 아니면 밑에서 일하다보니 상사를 닮아서 그렇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가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심증은 더욱 분명해졌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등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문화계 실력자 차은택씨가 박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며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을 말아먹고 있었지만 낌새를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까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던 최씨와 차씨의 전횡을 대한민국의 수사·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민정수석이 몰랐다는 말을 믿으라는 소리인가. 그는 심지어 장모 김장자씨가 최씨, 차씨와 골프를 같이 쳤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이 있는데도 장모와 최씨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광주지검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와의 통화 내역이 담긴 해양경찰청 서버를 압수수색할 때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 사건 발생 당시 그가 최씨의 비위 행위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지만 조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경찰관의 증언이 있고, 그에게서 압력을 받았다는 광주지검 수사진의 진술도 있다. 청와대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다는 우 전 수석이 오히려 게이트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사건이 드러나자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려 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 전 수석은 개인 비리도 모두 부정했다.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청문회에서 밝힌 유일한 사실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존경한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의 혐의는 물론 청문회에서 한 발언의 사실 여부까지 밝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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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대통령 탄핵사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창길 기자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조건으로 기금을 부탁한 것은 아니므로 뇌물수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단 관련 제3자뇌물수수죄도 부인했다.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압권은 박 대통령이 현대자동차를 압박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관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시야가 제한돼 있는 직업공무원들로 이뤄진 보고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널리 인정돼 왔다”고 했다. 정몽구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 특혜 민원을 하는 자리에 직접 동석했으면서도 이런 식이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국민의 생명권을 등한시한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답변도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해경 등에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신속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했다”고 했다. 집무실로 출근하지도 않고 숙소인 사저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도 되지 않는데 정상 근무했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알다시피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으로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긴 지 5시간, 사고 신고 8시간이 지났을 때다.

 

박 대통령은 19일부터 시작되는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1심 재판 결과 뒤에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헌재의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가 혼란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집권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겠다는 뜻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시민들 가슴에 또 한 번 못질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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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거짓의 가면을 쓰고 ‘망국의 춤’을 췄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이 아닌 ‘기업 목조르기’를 설계했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권력놀음에 취해 ‘최순실 부역자’를 자처했다. 재벌은 부패한 정권에 뒷돈을 대며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런 지난 4년은 야만의 시절이었다.

박근혜는 거짓으로 무너졌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부터 거짓이었다. 경제민주화는 취임 6개월도 안돼 폐기됐다. 기초연금·반값 등록금·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등 복지공약은 파기 또는 축소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주술처럼 외쳐댔다. “규제는 암덩어리다. 단두대에 올려 규제 혁명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거짓이었다. 겉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속셈은 ‘기업 삥뜯기’를 위한 밑밥 깔기였다. ‘노동개혁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원샷법’ ‘규제프리존법’ 등은 규제완화의 외피를 두른 ‘대기업 민원 해결법’에 다름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사과를 하며 흘린 눈물도,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며 세월호특조위 활동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7시간 미스터리’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터이다.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게이트의 주범이란 사실이 밝혀진 뒤 2차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보인 눈물도 거짓이었다.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다. 검찰 조사는 물론 특별검사의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하더니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190만 촛불에 포위돼 섬처럼 고립된 청와대에서 장기농성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 뒤편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힌 3차 대국민담화에서도 끝내 거짓의 가면을 벗지 않았다. 국회를 분열시켜 탄핵을 모면하려는 간교한 정치적 술수를 감춘 채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거짓으로 쌓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무너졌는데도 또 다른 거짓의 성(城)을 쌓으려는 대통령을 시민들은 마음속에서 탄핵한 지 오래다.

재벌들의 도덕성은 정권과의 부당거래로 무너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재벌과 대통령이 한 몸이 돼 재단 출연금이란 명목의 뇌물을 주고받은 부당거래 사건이다.

재벌들은 청와대와 최순실의 압박이 두려워 미르·K스포츠 재단에 뒷돈을 댄 ‘강제모금의 피해자’가 아니다. 권력에 협조한 뒤 각종 현안을 해결하려 한 ‘자발적 공범’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낸 삼성은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SK는 배임죄로 두 번씩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총수가 사면으로 풀려났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냈다가 되돌려 받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보다 정권의 비호와 묵인 속에 다른 경제주체의 몫을 빼앗으며 몸집을 키워온 게 한국 재벌의 어제이자 오늘이다. 재벌들은 영화 <부당거래>에 나오는 대사처럼 “(정권의)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4년간 한국 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무너졌다. 시중에 떠도는 “임금은 착취이고, 세금은 수탈이고, 물가는 갈취이고, 일자리는 노예이고, 부동산은 거품이고, 복지는 생색이고, 안전은 재앙”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청와대에 한 대당 5만~10만원짜리 백옥·마늘·감초·신데렐라 주사가 반입될 때 서민들은 가계부채와 주거난으로 무너졌다.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로 일자리를 잃고 무너졌다. 청년들은 돈도 실력으로 여기는 금수저들의 반칙으로 무너졌다. 교육계는 비선 실세와 결탁한 교수들의 교육농단과 복면 집필진이 밀실에서 만든 친일·독재 미화 국정 역사교과서로 무너졌다. 문화예술계는 검열과 블랙리스트로 무너졌다. 의료계는 길라임 대통령과 최순실 자매의 대리처방으로 무너졌다. 체육계는 비선 실세와 협작한 ‘왕차관’의 미운털 찍어내기로 무너졌다.

무너진 사회는 주권자인 시민들이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야만의 시절에 종지부를 찍고, 변혁을 일궈온 것은 시민들이다. 수백만 촛불민심은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 망국의 춤도 멈추게 할 것이다. 그게 나라도 살고, 시민도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야만의 시절을 견뎌온 시민들에게 대통령의 버티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능욕의 시간만을 늘릴 뿐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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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에서부터 추가 출연 강요, 최씨의 대기업 갈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사건 전반에 개입했다. 국가 비밀자료 유출도 드러난 것만 47건으로,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와 외교문서까지 포함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 못하겠지만 거의 99%는 저희들이 입증 가능한 부분만을 썼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가 감출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이라고 한 것도 예우일 뿐, 실제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주범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동안 박 대통령 측은 범죄 연루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야당과 여론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밝힌 만큼 이젠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며 수사를 거부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고 항변했다. 국정을 농단하고도 거짓말로 모면하려던 행동은 잊은 채 다시 피해자 시늉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검에서 무고함을 밝히는 한편 합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가리자며 탄핵절차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기 편인 줄 알고 수사를 통해 다 밝히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다. 특검법이 통과됐으니 검찰 조사는 건너뛰고 특검 조사를 받겠다는 소송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다고 국정 최고기구인 청와대가 한순간에 말을 뒤집고 국가 시스템을 거부한 것은 막가파식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의도는 검찰에서 방어에 실패하자 다시 특검과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논쟁을 하며 장기간 버티겠다는 것이다. 보수 일색으로 꾸려놓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진용을 믿고 탄핵절차로 가자는 심산인데 여론을 모르는 딱한 처사다. 95%의 시민에게 이미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법정 투쟁에 의지해 연명하려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에 전면 복귀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해 여론전에까지 나섰다. 범죄적 행위와 세월호 참사 무능 대응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곁가지 해명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다. 최경환·홍문종 의원 등 당내 친박세력도 당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 국정을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국민 여론과 맞서는 꼴이다.

어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만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국회에 요청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탄핵론이 나온 만큼 박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을 벗어난다 해도 탄핵은 피하기 어렵다. 그제 4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며 휘발유를 붓고 있으니 촛불이 더 크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때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까지 드러나면 여론은 더 험악해질 게 뻔하다.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는 한때나마 자신을 지지한 시민과 국가에 대한 배신이자 반역이다. 박 대통령이 56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보다 못한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와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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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부영그룹 최고위층이 지난 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장악한 K스포츠재단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재단 관계자가 “부영에서 체육인재 육성사업 5개 중 1개에 대한 시설 건립과 운영지원을 부탁한다. 70억~80억원 정도”라고 주문하자 이중근 부영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다만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권력과 금력의 노골적이고 추악한 유착의 현장을 이토록 생생하게 보여주는 광경이 또 있을까 싶다. 최씨 측의 안하무인식 지원 요청이나 그 대가로 세무조사를 없던 일로 해달라는 이 회장의 발상은 개발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4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초구 중앙지검 별관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최씨가 ‘조건이 있다면 놔두라’고 말해 거래는 없던 일이 됐지만 아직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부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회의록 작성자가 만남에 동참한 K스포츠재단 관계자임을 감안하면 부영의 해명을 믿기는 어렵다. 당시 부영은 세금탈루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던 터였다. 국세청은 올 4월 부영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삼성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 외에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35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그간의 얘기는 거짓이었다. 

기업들은 피해자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 대가성이 없을 리 없다. 당시 SK, CJ, 롯데의 총수들은 검찰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총수 신병 문제와 관련되지 않은 재벌들도 정부의 우대를 기대했을 것이다. 기업들은 박근혜 정권에 노동5법, 원샷법, 서비스산업특별법 같은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따지고 보면 회삿돈을 기업 최고위층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재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조만간 정경유착의 실상은 드러날 것이다. 재계가 감추고 부인한다고 은폐될 일이 아니다. 재계는 이제 권력에 의존해 이익을 챙기는 낡은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검은돈을 뿌려 부를 축적하겠다는 발상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도 없다. 이 기회에 검은 거래를 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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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이 어제 청구됐다. 대통령 최측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제 박 대통령의 운명은 이 두 사람의 세 치 혀끝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은 배후가 청와대라고 검찰에서 밝혔다. 당초 청와대 개입을 부인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검찰에서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재벌에 기금을 강요했다고 실토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출석에 앞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측근에게 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근혜·최순실호’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다. 박 대통령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겨 국정문란을 초래했다. 그에 따라 발생한 각종 불법과 비리가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결과라는 사실도 박 대통령 참모와 재벌 측에 의해 분명히 드러났다. 최순실씨 패거리를 공직자로 등용하고 최씨의 비행을 지적한 공무원들의 목을 친 당사자도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아니면 박근혜 게이트의 전모를 밝힐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지금껏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다.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피해자 행세나 깜짝 개각의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아버지의 명예를 그나마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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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기본은 공과 사의 구별이고 정직이다. 나는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이 성공하기를 마음속 깊이 빌었다. 나는 대통령이 여자이고 독신이기 때문에 그 어느 대통령보다 진실하고 깨끗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증거물이 발견될 때까지 자신의 위법행위를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을 위해 국법을 어기고 기업의 목을 비틀고 학문의 전당을 짓밟는 무법자의 대부 역할을 해왔음이 밝혀지고 있다.

권력에 취해 오기와 오만과 아집으로 대통령직을 만인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군주로 착각하고 각료를 비롯한 참모 및 당·정관계를 수직적 주종관계로 추락시키고 나만이 옳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참모들의 직언을 배신으로 보복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을 지적하고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강조한 참모를 배신자로 낙인 찍어 정치적 살인을 시도했다. 과거 공화당 통치시절 당 사무총장이었던 고 김성곤 의원이 정부와 당의 개혁을 주장하다 배신자로 낙인 찍혀 안기부(국정원)에 끌려갔다. 살아 있는 닭의 털을 뽑듯 김 의원은 카이젤 콧수염을 생으로 뽑히는 고문을 당했고, 그는 후유증으로 얼마 안 가 억울하게 삶을 마감했다. 피는 역시 속이지 못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친분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위법 행위를 자행하며 국민을 속이는 대통령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지금 대통령은 사이비 종교의 최면술에 걸린 듯 이성을 잃었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하야로 국정 공백이나 국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4·13총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의식과 판단, 그리고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보여준 민중총궐기에서의 시민의식, 그리고 국민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며 최순실 감시자가 된 현실을 보면 그렇다.

그리고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해 조성된 800억원이라는 돈이 과거 전두환과 노태우가 조성한 비자금과 어떻게 다른지 기금조성에 대한 수사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검찰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로 부패한 집권세력이 기업의 돈을 갈취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악용하는 폐습을 뿌리 뽑아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검찰임을 증명해야 한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은 정직하게 사실대로 진술해 다시는 권력이 기업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한다. 닭 모가지는 비틀어도 날은 밝지만 기업의 모가지를 비틀면 보릿고개가 다시 옴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국민 모두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리고 법이 다스리는 나라, 법치국가를 만들어 보자.

이영수 | 재이손산업(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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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와 연루된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실패했다. 최씨가 국정을 맘 놓고 주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의 대상일 뿐이다. 국가비밀 보호 운운하며 검찰과 대치하거나 협상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 시민들의 더 큰 저항을 부를 행태만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지난 29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의 청와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청와대는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자료 제출로 맞섰다. 검찰은 자료가 부실하다며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30일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공무상 비밀이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에 비밀문서가 보관돼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논리는 코흘리개에게도 통하지 않을 망발이다.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 주요정책 등 극도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가 흘러가도록 도왔고 그가 청와대 인사권까지 휘두를 수 있도록 방기한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말이 안된다. 민간인 최씨의 권력이 검찰 수사권보다 센 것이냐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최씨의 국정농단은 과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와 차원이 다른 전례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 탄핵을 요구하며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이 몸통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검찰의 수사의지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지 27일 만에야 수사에 나섰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자료 협조에 소극적이라며 청와대에 목소리를 높이다 돌연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갈등 진화에 나선 건 청와대에 굴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안 수석과 우 수석, 문고리 3인방이 30일 물러났기 때문에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이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시도를 도와주다간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시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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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최순실씨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아주 평범한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었다(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언론 인터뷰)’는 최씨의 국정농단에 어린 학생들조차 부모에게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냐 묻고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외신들은 또 하나의 대통령 비서실이 한국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심각한 안보·경제위기 속에 흔들리는 국정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나라가 비상상황임에도 최씨 및 그와 결탁한 청와대 참모들이 보여주는 황당한 문제인식과 후안무치한 행태에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독일로 도피한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을 신의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이 민주 정치체제를 유린하는 심각한 행위임에도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된 의혹과 인사 개입 의혹은 모조리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사과문에서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 사과문을 가이드라인 삼아 청와대와 교감을 나눈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보이지 않는 권력을 위해 봉사한 청와대 참모진에게선 위기감과 절박감을 찾을 수 없다.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대통령도 국민 못지않게 피해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라는 엉뚱한 소리를 하더니 27일에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에 대해 “일하는 것을 보니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제 눈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서를 전달하고 국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조력한 정황이 있는데도 무슨 배짱으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개입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씨 비리를 방기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은 과연 이들에게 일말의 공직의식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하게 한다. 청와대를 나오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공직에 앉지 말았어야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빗발치는 인적쇄신 요구에 대통령이 숙고 중이니 좀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연막만 피우고 있다. 상처받은 민심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선 최씨를 당장 소환하고 신속한 인적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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