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3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선에서 낙선한 후 당 운영에서 뒤로 물러나 있다 보수통합 논의로 당이 흔들리자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험난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당장 보수통합론으로 반쪽이 된 당을 수습해야 한다. 통합파 의원 9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과정에서 남은 의원들끼리도 갈등의 골이 생겼다. ‘시한부 동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유 대표가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 어제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제외된 데서 보듯 교섭단체 자격 상실에 따라 축소된 입지 회복도 그의 몫이다.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권호욱 기자

여기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가 유승민 자신의 리더십이다. 유 대표는 의원들이 탈당하는 과정에서 대안은 내놓지 못한 채 ‘원칙 있는 통합’만 강조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합파의 집단탈당을 막으려고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을 때도 단호히 거부했다. 유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마저 그의 태도에 실망해 등을 돌렸다고 한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함께할 세력을 모으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결정적인 흠결이다. 이번에 당 소속 의원들이 ‘한 달 안에 중도보수 통합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당의 공중분해는 가까스로 막았다. 앞으로 유 대표 자신이 한국당, 국민의당과 연대·통합 논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유 대표의 고루한 안보관 역시 문제다.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려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안보정책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유 대표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길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선공약을 재점검하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바른정당을 정책과 지향점이 분명한 정책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 대표도 유연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중도정당에 대한 시민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 다당 체제에서 시시비비를 명쾌하게 가리고 협치를 주도한다면 바른정당의 보수개혁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반면 유 대표의 독선이니 사당화니 하는 말이 나오면 당의 미래는 물을 것도 없다. 합리적 보수당의 성공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유 대표의 진화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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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만난 데 이어 그제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 대표대행이 다시 회동했다. 주 대행은 통합 논의를 했다고 시인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버리면 통합이 가능하다”며 합당의 조건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통합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에 의해 선택된 다당체제가 보수통합으로 양당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에 제동을 걸자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두 당의 통합하자는 논리와 동기, 추진 방법이 영 이상하다. 우선 통합론의 출발점이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정당지지율이 19.7%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온 게 결정적 동인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참고만 해야 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당 간 통합을 추진한다니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추진 시점도 문제다. 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당 통합론으로 의원들의 김을 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유도하고, 호남지역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당의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크고, 호남에서 양당의 통합에 대한 지지 여론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변한다. 중도를 지향하는 두 당의 이념과 노선 차이도 크다.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국민의당이 케케묵은 안보관에 갇혀 있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이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정강·정책이 어느 정당과 잘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당이 모든 정당을 상대로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시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론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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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어제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3선의 이혜훈 의원을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 신임 대표는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 등 경쟁자를 물리치고 원내 제4당의 방향타를 쥐게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에 이은 3번째 여성 당 대표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강한 야당이 되겠다. 진영에 매몰돼 사사건건 반대하는 발목 잡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당 운영 변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바른정당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른정당은 6개월 전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할 때에 비해 당세가 크게 위축돼 있다. 자유한국당과 차별성을 보이려 노력했지만 아직 새로운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안보를 중시한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안보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른정당의 어느 구석에서는 여전히 과거 수구적 보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보수라는 간판을 내세워도 이걸 떨치지 못하는 한 시민의 지지를 받는 튼실한 정당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가 밝힌 대로 “낡은 보수에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맡길 순 없다”는 것이 시민 다수의 뜻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시민들은 오랫동안 개혁적 보수정당의 출현을 기다려왔다. 시민들은 합리적 보수의 비전을 갖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정치세력을 보고 싶어 한다. 바른정당이 이런 시민적 욕구를 대변하고 충족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행히 이 대표에게서 그런 의지가 읽힌다. 이 대표는 “여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생산적 대안정당이 되겠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과감히 (정부·여당과) 협력하고 개혁보수의 가치에 역행하는 문제엔 결연히 맞서겠다”고 했다.

물론 그런 생산적 역할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두고 야당답지 못하다는 평판을 얻을 수도 있고, 그런 평판에서 벗어나려다 더욱 대결의 길로 내달릴 수도 있다. 바른정당은 최근에도 ‘보수의 배신자’라는 과거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를 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이 대표가 그동안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 심사에 바른정당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사실을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7월 임시국회가 바른정당이 새로운 야당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협력이라는 균형점을 찾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낡은 보수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여성 경제전문가이자 소신파인 이 대표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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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어제는 야 3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에 삿대질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은 많은데 대치 정국을 풀 정당 하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다. 국민의당은 지난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뒤 추경안 반대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여공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것은 당리를 위한 선택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여권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타격을 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3주 내리 하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당은 지지여론이 두 배나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도 끝까지 반대했다. 존재감도 상실하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과 공조하면 계속 식물정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코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여 강공 일변도의 노선을 수정하는 게 옳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심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정당도 과반이 안되는 다당 체제이기에 여야 간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미 지나치게 여권과 대립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도 있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도 추경 통과는 시급하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에 맞설 게 아니라면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추경 등 민생 문제부터 협력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바로 지금 국민의당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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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그제 심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3당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당의 최대 주주인 김무성 의원과 측근 의원들이 5시간 동안 유승민 후보를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후보 단일화 추진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명분도 없다. 당이 경선 규약에 따라 뽑아놓은 후보에게 지지율이 낮으니 스스로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비윤리적·반민주적이다. 단일화를 주장한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대로 가면 선거 후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백기투항해서라도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들어가자는 것이다. 3개월 전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내건 창당대회를 그렇게 무효로 되돌릴 생각이라면 먼저 사과하고 의원직도 사퇴하는 게 이치에 맞다.

바른정당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낮은 지지율은 유 후보만 탓할 일이 못된다. 유 후보 지지율이 당보다 낮지 않다. 지금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부진한 것은 대안 보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시민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걷어낼 수 있을 만큼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한창 선거운동 중인 당 후보를 주저앉혀 헤어진 당과 도로 합치는 일은 저질 정치 드라마에서도 보기 어렵다.

정책과 지지기반이 다른 국민의당까지 후보 단일화 대상에 넣은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도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고, 국민의당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그래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과 바른정당은 단일화 협잡을 중단해야 한다. ‘반문재인 연대’의 재추진은 정치적 자살행위다. 표는 유권자가 갖고 있고, 유권자는 우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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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당 후보는 10%, 3% 안팎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당이 하는 양을 보면 마치 대선을 포기한 듯하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입에서 맥이 빠진다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후보를 밀기는커녕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하고 있다. 어제는 의총을 열어 유 후보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두 당이 지리멸렬한 것은 보수 기득권에 빠져 새로운 보수의 통치철학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편승한 대결적 남북관계와 그에 기댄 낡은 안보관을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관에 매달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은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에도 진솔한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오만까지 보였다. 보수 우위의 정치·여론 지형 위에서 안이하게 권력을 즐기기만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정당은 과거 한나라당 때도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천막당사에서 다시 출발해 결국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 정당이 지금 맞닥뜨린 위기는 그때보다 몇 갑절 더 엄중하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활을 걸지 않고는 회생하기 어렵다. 회생을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잘 치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는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로 새 출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자면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수는 진보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양 날개다. 보수의 몰락은 모두의 불행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제부터 탈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술수나 꼼수로 빨리 일어서려는 생각보다 건강한 보수라는 방향을 잡는 데 더 천착해야 한다. 낡은 경제관과 안보관을 답습해서는 새 길을 찾기 어렵다. 설득력 있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세우는 게 먼저다. 깊은 성찰과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자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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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그제는 이종구 당 정책위의장이 기자들과 만나 “오는 29일 이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대선 전략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사퇴론에 불을 댕겼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까지 당이 원하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으면 사퇴나 후보단일화 등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 몇몇 의원들도 사퇴를 거론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도 심심하면 유 후보의 사퇴론을 제기하며 자기 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유 후보와 당이 처한 상황이 엄중한 것은 사실이다. 당과 후보 모두 지지율이 2~5%에 묶여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득표율이 10% 미만에 그치면 10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의 사퇴는 명분이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 1·2위 후보를 남기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다른 당과의 후보단일화는 사실상 하나의 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창당대회를 연 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하나의 당으로 뭉치겠다는 발상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은 ‘친박근혜 새누리당’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가 17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앞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손가락 4개를 내보이며 자신의 후보 번호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후보는 지난주 원내 5개 정당 후보들 간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더불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 후보의 지지율 정체가 유 후보 개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그보다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면서 바르게 서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건강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지금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의 대표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당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한 후보를 스스로 흔든다면 그것처럼 낡은 행태는 없다. 바른정당이 선거자금을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리어카를 끌며 선거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재집권도 천막당사에서 시작됐다. 지금 바른정당이 할 수 있는 것은 유 후보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바른정당과 유 후보가 진보적 시민들까지 맘껏 지지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정당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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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어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남경필 경기지사를 꺾고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후보로는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유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3%를 넘지 못하고, 당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은 물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도 밀리고 있다. 보수당을 분열시킨 배신자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개혁보수의 길을 연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공당의 대선후보라는 영예를 안은 유 후보는 다른 당·후보와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당의 활로를 열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바른정당은 창당 후 두 달 동안 형식과 내용에서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대선 경선에서 대본 없는 토론, 정책 중심의 토론 등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정책 선거를 지향해 지역과 연령, 계층, 직업을 고려한 국민정책평가단 4000여명을 모집, 후보 선출에 반영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두 후보도 경선 내내 전문적 식견과 젊은 스타일로 참신하게 경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영을 뛰어넘은 연정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확대한 것도 이들의 공로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남경필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며 환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이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시민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당 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영입과 개헌 시도 등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찬성하기로 했다가 반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방송관련법 개정 등 개혁 입법이 표류하게 된 데 바른정당의 소극적인 역할도 작용했다. 안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색깔론에 의지하는 구태도 보였다. 새누리당 시절 누렸던 기득권에 기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 의원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를 선언했다.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세력이 되려면 과거 보수정당의 적폐 및 기득권과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부유하고 학벌 좋은 정치인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와 어정쩡한 자세를 버리고 합리성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 세를 키우겠다는 생각만으로 친박근혜 세력과 연대하는 것은 창당의 취지를 저버리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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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꿔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쇄신한다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5년 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문란케 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면서 당 쇄신을 강조했다. 이정현 전 대표가 장기간 사퇴를 거부해 지탄을 받은 것을 의식,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제도도 도입했다.

그런데 여당이자 원내 제2당의 새 출발을 선언했으면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터인데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동안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하는 양을 보면 과연 시민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진정 쇄신하고자 한다면 당명과 당헌을 바꿀 게 아니라 친박세력부터 청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친박 핵심인 윤상현·조원진 의원과 과거 당 지도부 인사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친박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전체가 탄핵반대 쪽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당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하는 날 김진태, 최교일 의원 등 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고 비판하고 국회의 탄핵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질서 있는 퇴진론으로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도 쇄신이 겉치레임을 입증한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할 것 같으니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비판만이라도 면해보겠다는 꼼수다. 종북 타령에 터무니없는 위기론 조장으로 생명 연장을 꾀하는 모습도 구태 그대로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함께 당을 하다 쪼개진 바른정당을 향해 박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그럴 자격이 없다. 이들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해 제명 등 중징계를 할 듯하더니 탈당 여부를 일임해 면죄부를 줬다.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박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받든다고, 쇄신한다고 외칠 수 있는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자유한국당이 오늘부터 지방을 돌며 반성투어에 나선다지만 천막당사가 사기극이었던 것처럼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죄와 친박세력 청산이 없는 한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신장개업 눈속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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