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야당 등을 상대로 백색테러 위협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는가 하면, 회칼을 든 자살 및 테러 모임을 모집하고 있다. 해방 직후 우익 테러단체가 설치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극우단체인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씨는 박영수 특검 집 앞 시위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 XX들은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 지금 특검이란 신분 때문에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특검만 끝나면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씨도 “우리 목적은 박영수를 때려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또 인터넷 방송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집은 대치동 ○○아파트”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애국연합 등도 JTBC 손석희 사장 집 앞에서 위협적 언사로 집회를 했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 앞에 모여 욕설을 퍼부었다.

온라인상에서 테러를 예비, 음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단체 카톡방에 오른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 모집’ 공고는 “유서를 작성하고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하는 20, 30, 40, 50, 65세. 무술 능한 분은 더욱 좋고…”라고 돼 있다. 한 친박단체 게시판에는 “광화문 집회 현장 할복단원을 구성한다. 준비물은 30㎝ 횟칼과 흰 장갑, 유언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이정미 권한대행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테러를 각각 예고한 20대와 50대가 검거된 바 있다.

해방 직후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을 일으켜 수십만명을 살해한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의 언행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망종을 소위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부추기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했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 ‘망나니 특검’이 짐을 싸서 집에 갔다”고 폄훼했다. 사법당국도 테러방지법 적용을 검토하겠다면서 과거 진보단체 수사 때와 달리 미적거리고 있다. 혹여 청와대나 정부·여당 주요 인사, 보수언론 대표 거주지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친박 인사를 향한 살해나 자살 협박을 해도 공권력은 그런 태도를 취할지 묻고 싶다.

테러는 균형·공평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다. 자신의 주의·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을 위해하려 하는 일이 안온하게 진행되고 그 이후 어떤 징치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부가 최소한의 권능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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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열차가 종착역 코앞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열차를 막아선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다. 그들은 탄핵사유를 확인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부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특검 등 국가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탄핵을 피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이 또다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막장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탄핵 이전보다 탄핵 이후 발생한 탄핵 사유가 더 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변을 보자. “친구 하나 잘못 두신 죄로 그 깨끗한 이름을 잃으시고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의연하게 대통령의 품위를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김 변호사의 저서 <탄핵을 탄핵한다>의 서문) 현직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국회가 죄 없는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키고 청와대에 가둬놓고 탄핵하려 한다”고 모략하는 그에게서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원로 변호사의 경륜과 자존심은 찾을 길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불출석한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다른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의 기행도 만만찮다. 그는 “촛불집회는 김정은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박 대통령의 부정한 기업 청탁 수용에 대해 “백성의 하소연을 소홀히 말라는 육영수 여사의 유언을 지킨 것”이라는 황당한 지론을 편다. 헌재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몸에 감고 퍼포먼스를 하는 그가 한때 “대구·경북지역이 수구로 회귀하면 안된다”고 부르짖던 인권변호사요, 부산지역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린 양심판사였다니 믿기 어렵다. 단순히 시간이 그를 비루하게 변모시킨 것이라면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는 누리꾼 댓글에 공감한다. 

이들은 플라톤의 ‘원시적 정의론’을 신봉하는 듯하다. 플라톤은 <국가론>의 첫머리에서 “동지들에게는 선을, 적들에게는 악을 행하는 것이 정의다”라고 썼다. 21세기 원로 엘리트의 윤리 의식이 기원전 40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여당도 국론 분열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언행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출을 넘어 탄핵반대 시민들의 논리와 행동강령으로 거듭난다. 정치적 공황에 빠진 보수층 사이에서 헌재 결정 불복과 내란 선동 발언이 끝없이 재생산되고 내면화·신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이 김평우·서석구로 변모한 결과는 보수 사회의 광범위한 광기화, 파쇼화로 이어진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살인과 테러를 주창하는 섬뜩한 글들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겠다.

일반 시민사회와 소규모 공동체에서도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낭자하다. 학부모 모임 밴드가 몸에 태극기 두른 사진을 올린 엄마 때문에 문을 닫고, 탄핵 찬반 논란 탓에 “고교 동문 카톡방이 디비지는” 사태가 속출한다. 한 보수성향 커뮤니티에는 “태극기 집회에 못 나가게 하는 자식과 관계를 끊었다”는 60대의 글도 올라왔다. 이른바 ‘태극기 부모’와 ‘촛불 자녀’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평우 변호사의 내란 선동 발언을 무작정 내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헌재 마지막 변론에서조차 탄핵 사유를 모조리 부인했다. 수많은 증거와 정황들을 반박하는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변론 연장만 주장하는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종료 30초를 남긴 축구 경기를 뚜렷한 이유 없이 30분 더 연장하자고 떼쓰는 식이다. 헌재 판결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어떤 상황이 오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 시국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만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예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행복해했다. 법이 작동하고 정의가 통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탄핵심판 결과 승복 선언이 시급하다. 대권주자들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다. 과열된 사회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판결 승복을 촉구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 차례다. 박 대통령이 한 번만이라도 법치 수호의 책무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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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온 시민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의견서를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인사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그동안 특검 수사에서 증거와 증언으로 확인된 사실도 모두 부정하며 억지와 궤변만 늘어놓았다. 최후진술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4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보통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시켜 대기업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도록 강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참으로 뻔뻔하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해 진척된 보고를 기다렸다”고 변명한 것은 궤변의 극치다.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비정상 근무’를 한 그가 정상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책임과 비인간적 태도에 다시 한번 몸이 떨린다.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답변만으로도 그가 탄핵당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동안 특검·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헌재 변론 마지막 날 억지 주장을 펼친 노림수는 분명하다. ‘불쌍한 대통령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재를 압박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에 발맞춰 대리인단은 이날도 국회와 특검, 언론, 촛불을 싸잡아 비난하며 막말을 이어나갔다. 국정 농단에 이어 헌재 농단이다. 이제 이런 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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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막장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자 박 대통령 측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도 헌재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발언만 하고 심문에는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헌재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는 싶은데 공개 석상에서 홀로 소추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자신이 없으니 그런 상황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에서까지 특권을 요구하며 끝까지 책임을 모면할 틈을 노리고 있다. 이건 대통령의 대응이라고 할 수 없는 떼쓰기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자진사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이대로 탄핵당할 바에야 자진사퇴할 테니 탄핵은 각하하고 형사책임은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자진사퇴설을 부인했다. 책임의식도, 자존심도 없는 비열한 행동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4일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과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들의 행태는 막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그제 헌재 변론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위해 이토록 비이성적·반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 경악할 뿐이다. 어제는 김진태·곽상도 등 법률가 출신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재판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탄핵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했다.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자기 보신에 이용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 측의 대응을 보면 헌재 결정이 나오는 순간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혼란과 국가 분열을 부추기는 한이 있더라도 탄핵을 모면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하지만 탄핵열차는 멈출 수 없다. 탄핵 전 자진사퇴도 명분이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자진사퇴의 길을 터주면 죄가 없다고 주장할 게 틀림없다. 탄핵 후 사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시민 앞에 단 한번이라도 진실한 모습을 보이라. 박 대통령을 뽑은 시민들이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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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자에 의해 독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뒤에서 접근한 이들 여성에 의해 독극물을 흡입한 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도주 중인 범인 2명이 베트남 국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문은 남아있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 달리 추론할 근거는 없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번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를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5년 전인 2012년에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껄끄러운 그를 북한 정권이 제거했다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시각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15일 쿠알라룸푸르 남쪽에 위치한 푸트라자야 병원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호송하고 있다. 김정남의 시신은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됐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등이 이 병원에 와 부검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푸트라자야 _ EPA연합뉴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 최고위직에 대한 처형과 숙청을 거듭해왔다. 이제 형제인 김정남까지 외국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백주에 독극물로 살해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북한이 현대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습과 공포정치로 유지되는 비정상 체제이며, 김정은은 반인륜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지도자임을 또다시 확인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이나 중국과의 관계에 개의치 않으면서 서슴없이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사회다. 최근에는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대북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의 시민들도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당장 말레이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냉정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미래에 변화가 있을 것처럼 섣불리 예단해서도 안되지만, 난무하는 억측을 방치해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니며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안보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여권 일각의 행태는 용납돼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뒤이어 대선이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중대한 시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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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가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행위가 부정부패나 국가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박 대통령 탄핵 기각 근거로 삼고,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또다시 기각될 경우 이를 탄핵 불가 논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구속 수사 필요성’에 관한 판단이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특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뇌물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삼성 외에 다른 재벌·대기업으로부터도 돈을 챙기고 특혜를 주는 등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 및 인사·정책자료를 유출하고 최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 등을 임명·해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상황 파악 노력을 하지 않고 숙소인 관저에 머물면서 혼자 밥을 먹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국민생명 보호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탄핵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여론조작용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사안 하나하나가 모두 탄핵감이지만 이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제시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등 5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항목은 당시 헌재가 예시를 든 것이다. 언제 헌재가 측근의 국정농단이나 국민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져 낙마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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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이후 두 달 넘도록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에 관제데모로 의심받는 탄핵 반대 시위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탄핵심판의 진행을 늦추는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

헌재의 심판을 통해 탄핵을 결정하는 현행 헌법의 규정은 장점이 있다.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탄핵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이 숙고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자들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국민은 탄핵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헌재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에서 국민은 숙의하는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4차 촛불집회의 참석자들이 연사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헌재에 의한 탄핵심판은 결정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몇 달씩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간끌기 전술에도 취약하다. 탄핵심판 기간은 곧 국가권력의 공백상태를 의미하기에 이는 심각한 결점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진퇴 여부가 국민 다수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권재민이라는 헌법가치와도 충돌한다. 헌재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독립된 권한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의 통치권력은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다시 말해 헌재에 의해 탄핵이 결정되는 것은 권력 공백의 장기화와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불러온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탄핵 여부를 결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권력 공백의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단축되고, 민주적 정당성도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종원 |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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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핵심판과 관련된 인사를 겨냥해 출처도 없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가 대량 유통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는 위력 때문에 그 폐해는 과거 은밀하게 나돌던 유언비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였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999년 여기자를 성추행해 징계처분을 받았다거나, 중국이 한국 내 유학생 6만명을 촛불집회에 몰래 참여시켰다는 뉴스도 있다. 시몬 라트나 미국 라칸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탄핵 흐름이 괴이하고 음험하다”고 말했다거나, 영국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비판했다는 소식도 있다. 시몬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 아크튜러스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등장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비자금이 1경원이 넘는다거나 금괴 200t을 가졌다는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14일 (출처: 경향신문DB)

상식에 비춰보면 허무맹랑하지만, 가짜뉴스가 겨냥한 인사를 미워하려는 이들에게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세력도 엄존한다. ‘친박근혜’ 성향의 단체들과 온라인 사이트가 근원이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살포된 ‘노컷일베’라는 인쇄물에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탄핵반대 집회 사진 위에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 ”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나,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가짜뉴스는 더욱 그럴듯한 형식과 내용으로 나돌며 여론을 왜곡할 것으로 보인다. 그 위력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악의를 띠고 특정 개인에 대해 의도적·반복적으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행위는 내사, 수사 대상”이라며 “그런 정도가 아니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차단·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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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꿔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쇄신한다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5년 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문란케 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면서 당 쇄신을 강조했다. 이정현 전 대표가 장기간 사퇴를 거부해 지탄을 받은 것을 의식,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제도도 도입했다.

그런데 여당이자 원내 제2당의 새 출발을 선언했으면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터인데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동안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하는 양을 보면 과연 시민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진정 쇄신하고자 한다면 당명과 당헌을 바꿀 게 아니라 친박세력부터 청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친박 핵심인 윤상현·조원진 의원과 과거 당 지도부 인사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친박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전체가 탄핵반대 쪽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당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하는 날 김진태, 최교일 의원 등 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고 비판하고 국회의 탄핵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질서 있는 퇴진론으로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도 쇄신이 겉치레임을 입증한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할 것 같으니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비판만이라도 면해보겠다는 꼼수다. 종북 타령에 터무니없는 위기론 조장으로 생명 연장을 꾀하는 모습도 구태 그대로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함께 당을 하다 쪼개진 바른정당을 향해 박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그럴 자격이 없다. 이들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해 제명 등 중징계를 할 듯하더니 탈당 여부를 일임해 면죄부를 줬다.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박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받든다고, 쇄신한다고 외칠 수 있는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자유한국당이 오늘부터 지방을 돌며 반성투어에 나선다지만 천막당사가 사기극이었던 것처럼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죄와 친박세력 청산이 없는 한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신장개업 눈속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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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50부터 황금기야. 손자들 키워달라고 자식들이 매달리기 전까지가 누려볼 수 있는 마지막 자유시간이라니까….”

직장 다니는 딸 대신 손자들 돌보느라 여념이 없는 이웃의 선배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그 좋다는 ‘여자 나이 50’을 넘기는 2016~2017년, 나는 젊은 날 이후 잊고 지냈던 나의 ‘여성성’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됐다.

나를 ‘50세 고민녀’로 만든 데 불을 댕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해서, 여성으로서 티끌 한 점 뭘 더 누려본 기억이 없는 내가 추운 겨울 박 대통령의 파면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촛불을 들고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는 기꺼이 견딜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집회에서 사회자가 박 대통령을 두고 “잡×”이라고 성별을 지칭한 상소리를 하는 순간, 나는 졸지에 오물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어붙었다.

‘촛불 든 당신 말고 박 대통령’에 대고 하는 얘기라고 주장하겠지만, 나 역시 어디서든 “잡×”이라고 불릴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다. 박 대통령은 규탄하지만, 그 규탄에 여성혐오가 동원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이 양가적 감정과 불쾌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곤혹스러웠다.

그날 집회에 다녀온 이후 내 생애 최초로 한 여성주의자 그룹에 가입했다. 페이스북에서 마주친 ‘박근혜 하야를 만드는 여성주의자 행동’(박하여행)이라는 상큼한 이름의 단체였다. ‘박근혜 퇴진을 위해 행동하면서, 또한 현재의 흐름 속에 무작위로 일어나는 성차별 발언과 행동도 모니터링하고 시정한다’는 활동 취지가 내 혼란감을 콕 집어 해명하는 것 같아서였다.

온라인으로 가입만 해 두었다가 한 번도 함께 행동을 못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참여한 것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튿날 이에 반대해 열린 1월21일의 ‘세계여성공동행진 서울’이었다. 집회 장소는 지난해 5월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강남역 10번 출구 앞. 좌우를 둘러보아도 2000여명의 참가자 중 50대인 내가 최고령일 듯싶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어색함을 애써 누르며 대열을 따라 걷고 있는데, 앞쪽에서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대열 밖에서 행진자들의 사진을 찍는 젊은 남성을 본 진행요원이 몸싸움이라도 할 기세로 거칠게 항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항의 정도가 격렬해서 잠시 어안이 벙벙했는데, 이유는 행진이 끝난 뒤 같은 모임 회원인 한 젊은 여성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인터넷에 얼굴이 돌면, 거기에 페미×이라고 온갖 욕설 댓글이 다 붙고, 나체랑 합성해서 막 조리돌림 하거든요.”

그러니까, 순한 목소리로 “여권이 인권이고 인권이 여권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던 그 젊은 여성들은 사진 하나라도 인터넷에 오르는 날에는 어떤 온라인 테러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30년 전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니던 그 투쟁의 공간만을 기억하고 있었던 나는 그간 모르고 살아왔던 또 다른 전장이 오늘 젊은 여성들의 일상공간이라는 것을 그날 처음 절감하고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정치민주화라는 긴급한 과제 앞에서 여성운동은 배부른 타령이라고 뒷전으로 밀리던 30년 전의 세월로부터 뚝 떨어져 나와 오늘의 페미니스트들을 만나는 나는 선배 세대로서의 부채감을 지울 수 없다. 과연 그때로부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중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당할 수 있고,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온라인 테러를 당하고, 정치적 주장을 위해 성차별이 용인되고, 국가가 여성의 낙태권리에 개입하며, 낳은 아이를 어떻게 사회가 함께 기를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아이 셋의 젊은 공무원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모는 이 환경의 문제가 중년 여성인 나와는 관계없는가.

직장의 선배 여성, 혹은 곧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장모가 되어갈 중년 여성 세대가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바라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차별 체제의 일부가 되어 젊은이를 억압하는 노인들로 늙어가고 말 것이다. 여자 나이 50, 페미니즘에 대한 내 고민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정은령 |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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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자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훼방을 놓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특검 관계자’를 고소했다. 자중해야 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고소해 처벌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순실씨도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특검의 소환 통보를 6차례나 거부해 수감 중인 최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와 나랏빚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 국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 바깥도 어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가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헌재가 일단 내달 1일 김 전 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등을 심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론은 8명의 재판관이 내리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한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8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조건이 변해 박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걸 노렸을 것이다. 헌재는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술책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선고 일정 등을 가능한 한 일찍 알려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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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불파불입(不破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파괴가 없으면 새로운 건설도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촛불혁명은 구체제에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불립불파(不立不破)라는 말도 있다. 건설이 없으면 파괴도 없다는 뜻이다. 구체제에 균열을 내어도 새 체제 건설에 실패하면 죽 쒀서 개 주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탄핵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의 질문을 서둘러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수 있는가? 여러 측면에서 말기적 증상을 보이는 소위 ‘87년 체제’를 새로운 체제로 전환시키는 길은 무엇인가? 87년 체제는 1987년 헌법을 제도적 기초로 하기 때문에 개헌이 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안이 체제전환은 차치하고라도 정치제도라는 면에서 어떤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체제전환의 핵심적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수단과 관련한 논의만이 분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기되는 개헌론에 정치적 사심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단과 경로에 대한 논의에 앞서서, 체제전환의 목표와 과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개헌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개헌의 핵심내용은 무엇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의 87년 체제를 더 인간적이고 활력이 있는 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수구세력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동안 절차적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서구 정당정치의 모델을 한국정치에 적용시키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분단체제로 인해 우리의 정치현실은 서구와 다르다. 수구세력은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절차도 무시했고, 민주주의는 큰 위기에 빠졌다. 그 위기는 ‘광장의 정치’를 통해 극복되고 있다. 우리가 참여하고 목격하고 있는 광장의 정치는 정치의 낙후성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광장의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렇지만 수구세력의 통치기반에 대한 제도적·인적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정치적 퇴행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두 번째, 불평등·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행에 나서야 한다. 경제영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확충은 물론이고, 재벌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시스템 건설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재벌이 주도하는 한국경제의 성장모델이 붕괴 과정에 접어들고 있다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중앙집권은 우리나라의 활력을 억누르는 주요 원인이다.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을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앙으로의 과도한 권력집중이다. 비대한 중앙권력의 문제가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 문제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화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제도개선 없이는 어떤 권력구조를 택하더라도 권력의 과도한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치적 불균등·불균형 해소도 중요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 국회의원 선출에서 비례성을 강화하고 주요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통해 제도권 정치가 다양하고 폭넓은 민의를 대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87년 헌법 논의가 정치적 독재를 청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의 개헌논의는 불평등·불균형 해소를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

세 번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및 국제 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현재처럼 남북이, 북·미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과제는 아니다. 이 의제는 수구세력에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민주개혁세력에 불리하다고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수구적 노선과 태도가 안보를 오히려 위협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가 국민 여론 속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기들을 잘 활용하면 안보담론을 평화, 안전, 생명 담론으로 재구성해 갈 수 있다. 이 작업의 진전에 따라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새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위해 재벌에 의존하거나 분단에 대해 체념하는 태도 등과 같은 구체제 중독에서 벗어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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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수상하다 못해 부끄럽다.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를 꾸짖는다. 특종 경쟁까지 점입가경이다. 낯설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스스로 지금까지의 행태부터 반성해야 한다. TV조선에서 박근혜 불러놓고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운운하던 건 어쩌고. 반성이 없으니 기회주의로만 보인다. 그런 처신으로 그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수구정치인들의 야합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저지른 패악의 결과다. 해방 후 친일매국 부역세력을 청산하지 못해서 악의 뿌리들이 카르텔을 형성했다.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그 유산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 뿌리까지 들어내고 뽑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축복인지도 모른다. 부역을 종결시킬 기회다. 역사는 그런 악의 뿌리가 3대를 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양국충(楊國忠). 당 현종 때 양귀비의 육촌 오빠인 자다. 황제의 총애를 받은 누이를 업고 재상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살던 무뢰배였다. 오죽하면 친척들까지 상종하지 않으려 했을까. 재상이 되자 천하의 일을 다 쥔 듯 마음껏 권력을 휘둘렀다. 국가의 중요한 일도 마음 내키는 대로였다. 공경대부들조차 턱짓과 표정으로 지휘했다.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 그의 손을 거치면 안 될 일이 되고 거치지 않으면 될 일도, 되어야 할 일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무려 40여 개의 직책을 겸임했다. 천하의 모든 관직을 양국충이 쥔 셈이다. 그쯤 되니 양(楊)가 성을 가진 자들치고 한 자리 차지하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오죽하면 양씨 가문에서는 ‘닭이나 개조차 하늘로 날아오를 지경’이라고 했을까! 계견승천(鷄犬昇天)의 시대였다. 양국충을 추종하던 무리가 조정과 지방의 수령 자리를 차지했다.

그의 눈에 들면 권력의 공과 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 끝내 ‘안사의 난’을 맞았다. 양국충은 패퇴하여 현종을 따라 도망가다가 격분한 장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나라와 백성을 망친 주범이라 여겨 격분하였기 때문이다. 그를 추종하던 자들 역시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도승지 사고조차 미치지 못하는 전 비서실장은 코웃음을 쳤다. 봉건시대에도 없을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그러나 며칠 뒤 모든 일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대통령도 피해자라며 감싸는 발언도 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 당 대표는 연설문 자문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자기도 연설 전 여기저기 물어본다고. 가벼운 자다. 주제넘은 옷을 입었다. 당 대표의 격이 아니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란 판에 변명과 침묵뿐이고 심지어 엉뚱하게 물귀신 버릇까지 어김없다.

‘시민의 삶’을 산 적 없고 스스로를 공주나 여왕쯤으로 여기는 사람을 지도자로 섬긴 자들이다. 실체를 이미지와 포장으로 차단했다. 물론 그 포장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도 ‘기꺼이’ 거기에 홀린 유권자들도 문제이긴 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그 사람들하고 책 읽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겹친다고. 공부하지 않고 분별하지 못했기에 그런 선전과 이미지에 스스로 속은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책임은 그런 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줄 서고 아양 떨던 자들이다. 오죽하면 한 심리학자는 “극우보수와 최순실이 박근혜씨를 ‘사육’해 대통령으로 내세웠다”고 말할까. 이쯤이면 대통령의 자격도 능력도 정지된 것이다.

청와대 수석, 장관, 차관도 최순실에게 선을 대며 들락댔다.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관의 목도 날아가는 걸 봤다. 그 여인에 가까이 선 자까지 호가호위를 누렸다. 광고감독으로는 유능했을지 모르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겁결에 닿은 줄이 청와대까지 쥐락펴락하는 비선 실세였다. 능력을 넘어선 탐욕으로 나라를 유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자의 손에 놀아난 꼭두각시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 능력도 자질도 없는 자가 이 나라 문화를 다 말아먹어도 비판은커녕 거기에 줄 댈 방법만 모색했다. 최순실과 차은택이 의지할 태산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태산이 아니라 얼음산일 뿐이었다. 해 나면 금세 녹을 뿐인.

대통령이 장관들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 그럴 거면 뭐하러 장관을 세웠을까. 게다가 여론을 무시하고 능욕하며 국민감정 짓뭉개고 앉힌 장관들이다. ‘베이비토크’의 어휘력과 문장력 때문이었다. 장관의 말을 알아들을 줄 모르고 해야 할 말도 모르니 안 만나는 게 상책이다.

장관 해 먹기 참 좋았을 것이다. 부르는 일 없으니 긴장할 것도 없고. 앞뒤도 맞지 않는 이상한 정책 지시하면 그대로 아래에 전하면 그뿐이었을 테니. 그러면서 나라는 멍들고 썩어갔다. 조선시대 정쟁 심할 때조차 같은 붕당의 대신들마저 자기 부서를 위해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내각을 차지한 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자기들끼리는 신났다.

최순실이 진짜 실세임을 재빨리 안 자들은 거기에 줄 대는 일에만 몰두했다. 경제가 무너지고 청년들이 절망해도 남의 일이었다. 관리들은 그녀의 눈치 보기 바빴고 그녀 주변의 쓰레기들은 돈 쓸어 담을 일에만 몰두했다. 언론도 거들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발 잽싸게 빼는 기회주의에 편승하고 있다.

문장 하나 제 능력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대통령. 애당초 깜이 아니었다. 닭은 날지 못한다. 물론 급하면 퇴화한 날개로 짧게는 난다. 주변에서 그 닭에 봉황과 공작의 깃털을 붙였다. 닭은 스스로 봉황이라 여겼지만 추종세력은 실체를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입 다물었을 뿐이다. 퇴행과 퇴화의 결정판이다. 그게 하필 지금, 가장 어려운 때 벌어졌으니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그런데 진행되는 꼴은 거의 희극 수준이다. 온갖 양아치들이 득시글대며 부나비처럼 권력을 농단했다. 그 실체가 이제야 드러났다. 그러자 뜬금없이 개헌 카드로 덮으려 했지만 용감한 한 언론의 폭로로 그 암수는 금세 무산되었다. 그걸로 이미 끝났다. 그런데 아직도 봉황이라고 착각한다. 엉뚱하게도 오동나무 위에는 온갖 새들의 깃으로 위장한 칠면조가 봉황으로 여기며 앉았다. 그 칠면조가 돌아왔다. 닭과 칠면조가 세상을 능멸했다.

젊은 철학자 임건순은 우리의 비극은 바로 ‘못 배운 사람들의 맹신과 배운 놈들의 부역’ 때문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책도 읽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는 지도자, 그 지도자와 똑같은 유권자. 그게 우리 비극의 근인(根因)이다. 정신 차리고 공부해야 한다.

부역자들을 반드시 밝혀내고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래야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민특위의 무산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지금 반드시 그들을 단두대에 올려야 한다. ‘닭이나 개조차 하늘로 날아오를 지경’을 끝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바로 선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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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 의혹이 불거졌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의 오래전 멘토였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초기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이외에 특별한 직책이랄 게 없는 최씨가 지난해 말부터 미르, K스포츠재단을 잇따라 설립, 순식간에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이라는 출연금까지 모았다는 게 의혹의 줄거리다. 이 과정에 안종범 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야당들이 “제2의 일해재단(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설립한 재단)이고 박근혜 재단”이라며 진상규명을 벼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관련자들의 증인채택에 반대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강남구 논현동 K스포츠재단 출입구에 간판이 걸려 있다. 정지윤 기자

지난해 10월과 올 1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을 보면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물씬 난다. 두 재단 모두 설립 신청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허가를 내준다. 평균 3주일 정도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초고속이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재단 설립 시 제출하는 창립총회 회의록이 가짜라는 사실이다. K스포츠재단 창립총회에서 임시의장을 맡은 것으로 돼 있는 정모씨는 당시 해외에 있었다. 누군가 이 일을 기획하고, 정부를 움직여 일사천리로 허가해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 재단에 출연금이 모이는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삼성, SK, 현대차 등 국내 10대 대기업을 포함, 19개 기업이 두 재단에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출연했고 이를 주도한 곳은 전경련이다. 극우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활동비를 댄 것과 똑같은 행태이다. 고용창출을 하라고 해도 좀처럼 돈을 내놓지 않는 재벌이 8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안종범 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지인인 최씨가 아는 사람들을 내세워 재단을 설립하고, 권력이 뒤에서 밀어줬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대통령의 브로치와 목걸이 등도 최씨가 청담동에서 구입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의 발탁이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래전에 끝났다는 대통령과 최씨와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중 한·불 융합요리 행사에 미르재단이 참여하는 등 여러 행사에 두 재단이 참여했다. 신생 재단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부인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임기 말 권력 누수를 걱정하는 듯한데 이런 사건을 의혹으로 남기는 것이야말로 레임덕을 자초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최씨와 안 수석, 전경련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번 사건은 권력자 주변 인물이 재단이나 단체를 만들어 이권을 챙기는 낯익은 수법을 연상케 한다. 당사자들이 떳떳하다면 스스로 해명하고 의혹을 벗을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의 수사로 밝힐 수밖에 없다. 결코 그냥 넘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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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