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13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교사 43명의 글이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인 5월15일 스승의날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교사들의 성명이 낭독됐다. 그해 6월까지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교사는 123명, 일간지 광고 등에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교사는 161명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이들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세월호 관련 여론이 잠잠해지자 교육부와 보수 단체를 시켜 교사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이유였다. 20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100명 가까운 교사들이 지금도 재판과 교육청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조가 주도한 ‘사회적 총파업’에 일부 교사들이 참여했다. 교사들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 사회에 진출할 제자들의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말이 파업이지 수업 결손은 거의 없었고 교사들 대부분이 개인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들 역시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교사들의 연가(年暇)투쟁도 국가공무원법·교원노조법 위반 등으로 징계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6월28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에서 교사는 선망받는 직업이다. 그러나 ‘나쁜 정권’하에서는 시민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기는커녕 시국 사범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은 정권을 비판하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으로 간주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면 집단행동을 한 것이 돼 불이익을 받기 일쑤다. 시대착오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교사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논리라면 정권을 지지하는 발언이나 행동도 금지돼야 하지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 결국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아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리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필요하다. 가치관이 미성숙한 어린 학생에게 정치적 편견을 심어주거나 학교 교육이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진행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빌미로 양심의 자유를 억누르고 국민 주권의 상징인 참정권을 제한해 교사를 ‘사상적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교사는 정당 가입은커녕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없다. 교원노조가 교육감 선거에서 의견을 내고, 후원금을 내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전교조 조합원인 한 교사는 지난해 총선 직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내건 교육감 직선 폐지 공약을 비판하는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교사들은 노동자로서 단결하고 단체 교섭할 권리도 박탈당했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10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었다. 교육부는 법외 노조가 된 전교조에서 전임활동을 하던 변성호 전 위원장 등 34명을 직권면직 형식으로 쫓아냈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법외 노조 낙인을 찍고, 이를 근거로 노조 전임을 맡은 교사들을 모두 해고한 것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을 보면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집요하게 전교조를 탄압했는지 알 수 있다. 비망록에는 2014년 6월15일부터 같은 해 12월1일까지 170일 가운데 42일에 걸쳐 전교조 관련 내용이 나온다. 나흘에 한 번꼴이다. 김 전 수석은 전교조 법외 노조화를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고 표현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의사로 설립하고 운영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노동조합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포함시키든 말든 그것은 노조원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항이 아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도 인정하는 노동자의 보편적인 권리이다.

국정농단이 발각되면서 박근혜 정권은 탄핵됐고,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해직된 교사들을 하루빨리 교단에 복귀시켜야 한다.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거나 교육청의 징계를 받은 교사들은 명예가 회복돼야 하고, 전교조는 합법 노조로 복권돼야 한다. 이런 것들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 법을 바꾸기 위해 보수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사안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마음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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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그가 발탁했던 장관이 수용자 번호를 가슴에 단 피고인과 그의 죄상을 밝히기 위한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얄궂은 운명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 면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발생한 문체부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에 관해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체육국장을 콕 집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노태강은 문체부에서 상위자나 하위자 다면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목을 꼿꼿이 유지했다. 그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이 13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초기 박 전 대통령의 유 전 장관 임명은 신선했다.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양정철 청와대 홍보비서관의 인사청탁을 거절해 차관직에서 경질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세간에 이름 석 자가 각인됐다. 양 비서관으로부터 “배 째드리지요” 등의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영혼 있는 관료’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 임명으로 정권의 이미지 제고에만 신경 썼을 뿐 정작 중요한 그의 반골 기질은 수용하지 않았다. 2014년 7월 박 전 대통령은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 등으로 낙마해 후임자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유 전 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두 차례에 걸쳐 유 전 장관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건을 항의한 것 등이 원인이었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모든 국무위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려 박 전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돌고 도는 게 세상 이치인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찍어냈던 노태강 전 국장을 최근 문체부 2차관에 임명했다. 공무원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주고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비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닮은꼴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달라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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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에서 법의 관용을 호소하는 처지가 된 그를 보면서 시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는 파면된 신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검찰과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과정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모처럼 보여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그가 국정농단의 ‘몸통’이라고 결론짓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그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여느 피의자처럼 공개적으로 서울중앙지법 건물 출입구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게 했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유치장소에서 대기하게 했다. 검찰과 사법부의 이 같은 변화는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노력과 염원으로 부패 권력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장소인 서울중앙지검으로 가기 위해 검찰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주권자가 위임한 신성한 권력을 비선에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태만과 무능으로 위험에 빠진 어린 생명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통령 권한을 사익 추구에 이용하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는 등 국가 지도자답지 않은 행태를 지속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재판관 8 대 0 전원일치 의견으로 그를 파면했다. 특검은 ‘박근혜 게이트’를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고리인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 남용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는커녕 자기 보전을 위해 극우 성향의 친박 세력에 의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마저도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고, 불리하다 싶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의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 수사 원칙 등을 방패로 내세웠다.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인권을 파괴한 그가 법의 보호를 요구하고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처벌은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여야의 대선주자 등 위정자들은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증유의 이번 사태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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