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역사 인물이 스승 예수를 은돈 30닢에 팔아먹은 가룟 유다나 자신을 총애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다. 단테의 <신곡>에도 이들은 지옥의 맨 밑바닥에서 타락천사 루시퍼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기는 벌을 받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단테는 지옥 세계를 9단계로 나누고 아래로 갈수록 중한 벌을 받는 것으로 묘사했다. 배신자는 가장 중죄인을 가두는 맨 아래 제9지옥에 배치했다.

제9지옥은 다시 4개 구역으로 나뉜다. 혈족을 배신한 자를 수용한 카이나, 조국을 팔아먹은 자를 가둔 안테노라, 친구를 배신한 자를 위한 톨로메아, 마지막으로 은인을 판 자가 가는 주데카다. 카이나는 성경에서 동생을 죽인 카인, 주데카는 유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배신자 중에서도 은인에 대한 배신이 가장 용서하지 못할 죄로서 브루투스와 유다가 거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사람이 혈족이나 조국, 친구, 은인 등을 배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는 게 역사요, 인간사다. 사람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가 배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사람의 배신에는 명분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브루투스는 “나는 카이사르를 사랑하지만 로마를 더 사랑한다”며 카이사르를 찔렀다. 유다의 배신도 그로 인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써 메시아의 인류 구원이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배신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내부 고발과 같은 공적 이익을 위한 의로운 행동이 조직에 대한 배신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며 정치권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_경향DB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당선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배신한 대상이 누구인지 모호하다. 박 대통령인지, 국민인지 분명하지 않다. 국민의 심판을 요구한 것을 보니 국민인 듯하다. 그렇다면 공약을 번번이 어기고 있는 박 대통령 자신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 원내대표가 누굴 배신했든 그 명분이나 의미가 무엇인지도 아리송하다.

신동호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의결한 국회법을 거부하면서 국회와 정치권을 ‘배신 집단’ ‘심판 대상’이라며 맹비난 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집권당과 그 지도부를 향해 ‘나를 선택할 것인가, 당을 선택할 것인가’ 양자택일을 압박하며 승부를 건 것이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사진)은 26일 공개한 팟캐스트 <이대근의 단언컨대> 제81회 ‘누가 누구를 배신했나?’에서 박 대통령 발언을 분석, 비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가장 정치적인 대통령이 가장 반정치적 언어로 정치 공세 펴는 걸 듣는 일은 정말 괴로운 일”이라며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을 태연하게 남을 향해서 말하고, 그것도 가장 큰 목소리로 꾸짖는 것처럼 어색한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 대통령이 위헌이라면 위헌인가?
국회는 시행령이 국회가 제정한 법의 내용과 어긋나면 고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정부는 수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정부, 여야 정당, 국회와 같은 국정의 여러 주체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논쟁적이고 엇갈리는 문제에서 대통령이 판단하면 판단한 대로 국회, 여야가 모두 따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회·사법·행정 3개의 권력이 상호 경쟁·견제하고 협력하도록 함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게 ‘3권 분립’의 정신”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이 옳다고 판단하면 옳은 것이니까, 정부와 집권당, 야당, 국회가 모두 대통령의 견해를 따라줘야 한다는 건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



2. 논리적 오류가 있다
이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회법 개정안 거부의 근거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이 정부로 넘어오기 전부터 다음과 같은 논리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바로 잡기 위한 국회법을 개정했다 ▶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 ▶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우리 경제에도 돌아가게 될 것이다 ▶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된다 ▶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다

지난 25일에는 이렇게 주장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사실상 정부의 시행령 등의 내용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 그리고 법원이 아닌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런 점에서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한다 ▶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서 위헌 소지가 큽니다 ▶ 이것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국회법 개정은 곧 국정 마비, 정부 무기력화를 초래한다’ ‘국회법 개정은 사법권 침해하고 국회가 행정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다’ 등은 비논리적이라고 말했다.


3. 나의 정치는 선, 너의 정치는 악?
박근혜 대통령
“과거 우리 정치사를 보면 개인적인 보신주의와 당리당략과 끊임없는 당파싸움으로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부정부패의 원인제공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를 거두고 국민을 위해 살고 노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상생의 정치에 국민들을 이용하고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이는 박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던 과거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라며 “오직 대통령 자신만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고 이것만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이분법이자 선악 구분법이고 항상 나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이자 도그마”라고 했다.


4. 배신의 정치 누가 했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이 되기 위해 정치권에 계신 분들의 한결같이 말씀은 ‘다시 기회를 준다면, 다시 국민들이 기회를 주신다면 신뢰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에 가까운 선언을 했다. 그러나 신뢰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그 정치적 신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만이 남았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대통령 자신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집권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저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은 대통령 되고 각종 선거 때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야당을 곤경에 몰고, 여당을 부추겼다”며 “‘선거의 여왕’은 선거 승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한다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다.”

이 논설위원은 “이 말은 박대통령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닐까”라며 “‘배신의 정치’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수많은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을 해놓고 당선 되자마자 전부 폐기처분한 사태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이 말을 사용하는 순간 거의 누구나 ‘그건 그 자신의 이야기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라며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런 반응이 나올지 몰랐으니까 용감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배신의 정치가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를 양산한다는 말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_ 정지윤 기자


5. 정치권 심판하라고 선동하는 대통령이라니?
박근혜 대통령
“국민들이 선거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 달라”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대통령이 선거와 정당 정치를 좌우하고 정치권 전체를 재편하겠다 식으로 발언하는 건 월권”이라며 “대통령 역시 선거와 정당 정치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선거와 정당 위에서 선거와 정당를 지배하는 존재도 아니고 정치인 위에 올라서 있는 존재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물론 실질적으로 정당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권력이기는 하지만, 그건 말하자면 직접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이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위원들 앞에서 정치심판론을 제기하고 새로운 정치 운운하는 것은 현 정치권 전체를 부정하라고 국정 책임자에게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하고”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빅딜을 해서” 등의 발언은 정치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이대근 논설위원은 지적했다. 이 논설위원은 “정치인에 대한 이런 노골적인 적의는 정말 전례 없는 일”이라며 “국정의 한 주체인 정치인을 이렇게 적대하고 배척하면서 오로지 대통령의 말만 따르는 행정부 각료들로만 국정을 이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 “이런 발언은 시민들이 대통령을 위해 정치를 공격하고 부정하라고 선동하고, 행정부와 그 외 모든 정치적 주체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 행위”라며 “대통령이 시민을 동원해 여야 정당과 국회를 비난하도록 하는 것은 한 때 중남미에서 만연했던 나쁜 포풀리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6. 정당 정치를 부정하고 정치 지도자를 하수인 취급하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고, 정부의 정책이 잘 될 수 있도록 국회가 견인차 역할을 해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비판만을 거듭해왔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정부가 하는 일은 모두 선이 아니다”라며 “설사 정부가 잘한다 해도 정치의 기능은 정부를 잘 되도록 하는 것만 아니라 다양한 욕구와 그에 따라 충돌하는 이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고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정당은 정부가 통합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견제하고 감시하며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정치에서 갈등을 부정하면 안되고 갈등은 피할 수 없다”며 “존재하는 갈등을 부정하고 억압하는 것이야 말로 반정치적이고 비민주주의적인 것”이라고 했다. 또 “좋은 정치, 바람직한 국정은 갈등을 드러내게 하고 그걸 조정하고 해소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갈등을 싫어한다면 국정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고 했다.


7. 채동욱·진영·류진용…다음은 유승민인가?
박근혜 대통령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입니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이는 당내 권력을 잃은 모택동이 ‘사령부를 포격하라’며 중국 인민을 상대로 당권파를 공격하도록 부추겨 10년 동란이라고도 하는 문화혁명을 촉발시킨 것과도 유사한, 불길한 주문”이라며 “물론 박대통령이 모택동처럼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 운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친박계 의원들도 너무나 비이성적인 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전쟁선포에 덩달아 앞장서는 데는 적잖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새누리당 의총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목소리가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친박계 의원이 집단으로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이건 박 대통령이 혼자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다는 걸 말해주며 친박계조차 대통령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것”이라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새누리당은 이렇게 박 대통령의 과잉 반응을 추종할 생각은 않으면서도 대신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방침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고 자동 폐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과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조금 잘 이뤄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고, 특히 원내대표인 나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이 원활치 못했던 점에 대해 걱정도 하고 질책도 했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로써 대통령 대 당지도부의 맞대결, 박 대통령 대 유승민 원내대표의 충돌을 피했다.

이 논설위원은 이번에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기를 꺾고 고분고분한 존재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국정 무능이 계속된다면 당과 동반 몰락할 것이고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 역시 타격을 받아 재집권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일국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원내대표 한 사람 잡겠다고 이렇게까지 나라를 흔들어 놓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박대통령이 발언할 때 평소 보다 목청이 세배가 높았고, 마치 선거 유세하는 것 같았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하며 치를 떨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박대통령 하자는 대로 안하면 배신자가 되고, 시키는 대로 안하면 시민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채동욱 검찰총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류진용 문화체육부장관을 표적으로 꼭 집어서 축출한 적이 있다”며 “이번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쫓아내는데 성공할까, 현재로서는 유 대표도 안 물러나고, 당도 그를 퇴진시킬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싸움을 그만 접을까, 아니면 제2차 보복전을 전개할까”라고 말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박 대통령은 한마디로 자신을 제외한,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모두 주체들에 대해, 아니 한국시민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남은 것은 홀로된 대통령과 시민들인데 박 대통령은 시민이 자신의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시민에게 여야 정당, 정치인, 국회에 돌을 던지라고 촉구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정리 | 정희완 기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진보적 의제들을 선점했다.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를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 사례였다. 복지의제였던 기초연금 공약은 진보세력의 보편적 복지담론을 닮은 듯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도 북한에 대한 화해협력정책과 강압정책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한 셈이다. 동시에 선거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는가를 쟁점화했다. 안과 밖에 적을 만들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체계를 표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냉전적 보수세력을 호명하며 정책적 좌회전을 시도하는 의제설정의 정치를 통해 지지기반을 확장하고자 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

선거과정에서의 의제설정을 진정성의 소산으로, 의제설정과 선거결과를 신뢰의 표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의제들을 정책으로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실력, 보수의 실력을 기대했다.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평화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고, 그 둘이 새 성장동력이라는 전환적 사고도 그 기대에 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장악한 주체들은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5년 단임제하에서 선거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연합을 지속·확대하는 일을 불필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정부의 지지율만 유지된다면, 선거과정의 의제를 정책화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권력은 의제의 생략, 의제의 전환, 정책 없는 의제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비판과 견제를 하지 못할 때, 권력의 그 기능은 극대화된다.

경제민주화가 의제에서 사라졌다. 국가 및 개인의 부채를 증가시켜 성장을 이루려는 사실상의 부채주도 성장론이 경제민주화를 대체했다. OECD 기준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최하위권이고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최상위권인 한국에서 성장제일주의가 적절한 대안인지 의문이다.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하고 정책화한 이후, 복지의제는 증세 논란과 결합되어 진퇴를 반복하고 있다. 증세 없이 성장을 통해 세수를 증대해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의제전환은, 증세가 정권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산물일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집권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집권 2년차를 지날 즈음 지배연합 내부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론을 연상시키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의제로만 남아 있다. 남북협력을 금지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박근혜 정부 출범 무렵 3차 핵실험과 핵보유의 영구화를 토대로 한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약하는 대내외적 조건이었다. 그러나 남북협력을 재가동하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방법론이 결여되어 있었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해법은 박근혜 정부의 의제가 아니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의제임에도, 여전히 실종 상태다. 공약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재연기하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에 대해 맞춤형 억제전략을 추진할 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딜레마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조건하에서, 기능주의적으로 설계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기능하지 않게 된다. 간헐적으로 개최된 남북대화에서도 서로의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도구적, 전략적 신뢰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2014년 벽두에 등장한 통일대박론은, 정책 없는 의제지속의 한 표현이었다. 갈등의 전환이 갈등하는 타자를 인정하고 서로 미래의 기억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면, 통일대박론은 그 길을 벗어난 우리 내부의 담론이다. 통일대박론은 통일 의제를 보수가 재점유하는 효과는 발휘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의제 그 자체는 물론 통일의 내용과 형태, 주체와 방법이 공유되지 않은 채, 단계를 넘어 제시된 통일대박론은, 대박론의 대박만을 낳고 있다.

정부혁신 업무보고, 국민의례하는 박 대통령 (출처 : 경향DB)


박근혜 정부 2년은, 선거과정에서의 의제설정과 그에 기초하여 구성된 정치연합에서 이탈하는 기간이었다. 성장과 안보를 절대화하는 냉전적 보수로 회귀할 때, 불통은 필연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과 실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지했던 지지율도 위험의 임계치를 넘고 있다. 정권의 위기다. 비극은, 정권의 위기를 국가의 위기로 비화시킬 수도 있는, 한국정치의 현재다.


구갑우 | 북한대학원대 교수·정치학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대한항공 회항 사건에서 계속 생각나는 것은 승무원들의 스트레스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14시간가량, 그들의 몸과 마음은 어떤 지경이었을까. 이후 기내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큰 사고 없이 업무를 수행했으니 다행이다. 극심한 감정노동 수행 중에 ‘라면 상무’ 같은 승객이 탑승했다면? 만일 조현아씨로 인한 승무원의 스트레스 때문에 사고가 났다면, 안전사고인가. 승무원과 승객, 국민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사고가 났다면 명칭은 ‘조현아씨 사고’다.

나는 세월호 역시 안전사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이 사건의 본질을 은폐한다. 재난, 재해가 모두 안전사고는 아니다. 발단에 따라 다르다. 세월호가 안전사고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 통념이 전 국민을 혼내고 있다. 세월호를 안전사고로 본 관료들이 처음 제시한 정책(?)은 “수학여행 전면 금지”였다. 그리고 결론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데다 관료 수는 많고 재난 구조 인력은 적은 옥상옥 조직, 국민안전처의 출범이었다.

안전 강조 담론은 국가안보 이데올로기처럼 사회 구성원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면 누가 불감증인가. 학생 승객들이? 세월호 승무원이? 해경이? 세월호 선주라는 故(???) 유병언씨가? 아니면 구원파가 무서운 사람들이? 이처럼 안전 불감증 담론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똑같이 잘못했다고 본다. 우리가 “내 탓이오”를 강요당할 때 정권은 가해 구조에서 모습을 감춘다.

세월호가 진짜 안전사고였다면 국가와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랬던가? 대통령은 유가족 앞에서 불쾌한 듯 몸이 굳어 외국 언론의 분석 대상이 되었다. 청와대와 일부 언론, ‘여론 지도층’은 유가족에게 상식 위에 군림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는 유가족을 보호했나? 유가족은 위로받기는커녕 “불순한 유가족”을 외치는 일부 정치인과 시민들로 인해 끊임없는 의심에 시달리고 있다.

안전 문제에는 시비가 있는 법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은 누구나 알다시피 잘못한 사람, 무고한 피해자가 명백하다. 안전 의식은 평소에 필요한 것일 뿐, 세월호와 무관하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안전 불감증을 반성하는 태도는 성찰이 아니라 문제를 왜곡하는 부정의다.

세월호 진실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6일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보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사고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 사고가 안 난다면 오히려 이상한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나는 세월호를 이와 같은 일반적인 의미의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낡은 선박, 훈련되지 않은 승무원, 과적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위와 같은 상황은 이미 관련자들의 ‘선택’이었다. 무의식적 의도다. 왜? 남들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불성실하고 능력 없는 사람들이 더 잘 살고 큰소리치는 세상이다. ‘조현아 기시감.’ 주변을 보면 어느 조직이나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을까” 싶은 이들이 있다.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 같은 사람이다. 무능에 불성실, 탐욕, 인간성 종말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 지식인이나 사회운동가, 여성주의자 중에도 상당히 많다. 좌우, 계급, 성별을 막론한, 시대를 표상하는 인간성의 출현이다.

이들은 중심과 최고에 대한 열망, 약자 멸시, 출세 만능 이데올로기, 유명인사 증후군에 사로잡혀 있다. 조현아씨 같은 이들을 부러워하고 그와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다. 당연히 업무는 대강이고 일은 ‘관계’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조씨처럼 강자(이 사건의 경우,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태도가 표변하고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움직이면 사고를 치는 걸어다니는 재앙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매스컴에 노출되는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이다. 재벌가가 홍보에 막대한 비용을 쓰는 이유다.

대형 참사의 원인이 개인의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다. 요지는 당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특정한 타입의 인성(캐릭터)이 형성되었고, 번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들이 ‘잘나가면’, 사람들은 비난하면서도 그들을 선망하게 된다. 이들이 뿜어내는 나쁜 기운과 라이프스타일은 주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전체를 집단 우울증 상태로 만든다. 뻔뻔한 이들 중 일부는 세월호 참화를 만들었고, 일부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응을 보여주었고, 일부는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당선시켰다. 조현아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세월호 대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수첩 인사’ ‘깜깜이 인사’.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빗대는 표현이다. 지나치게 보안을 중시하고 한정된 인재풀만 활용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 들어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송광용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돌발 사퇴 등이 잇따른 데는 이 같은 인사 스타일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인선 과정과 이유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박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 스타일은 2년 전 인수위원회 때부터 지적됐다. 당시 내각 인선을 두고 여권에선 “박 당선인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년 가까이 이런 인사 스타일을 고수한 걸 보면, ‘스타일’이 아니라 ‘철학’이라고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경로의존성’의 사례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누리과정 재원 문제로 시작된 ‘무상복지’ 논쟁이 연말 정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지원’하기로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 책임과, 나아가 복지 모델과 재원 마련 대안은 방치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무상복지 논쟁이 거쳐온 과정부터 ‘비정상적’이다. 여야는 위기에 몰린 무상복지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데 급급했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분석과 대안은 회피했다. 특히 여권의 태도는 무반성·무책임의 전형이다. ‘경제 위기’를 반복하면서 복지가 나라를 망치는 것처럼 호도했다. 무상복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질 때는 ‘무임승차’하다가, 자신들이 공약했던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어렵게 되자 야당에 ‘포퓰리즘’ 딱지를 붙여서 잘못을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무상복지 공약을 내놓고선, 이제 와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것은 주객(主客)이 바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다. “무책임하게 재원도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도 했다. 최근의 복지 논란은 결국 그 말이 허언(虛言)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대선 때는 ‘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적어도 정부·여당은 대선 직후 ‘복지 국가’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구조적 해법 마련에 바로 돌입했어야 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오히려 이미 정치·사회적 합의를 이룬 무상급식과 무상보육마저 정쟁거리로 만들었다. ‘증세 없는 복지’야말로 포퓰리즘의 전형인 것이다.

한국을 공식방문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박 대통령 (출처 : 경향DB)


앞서 인수위 때 얘기를 했지만, 당시 기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기사화했다. 주요 조언들 가운데엔 대선 공약을 재검토해 지킬 것과 지키지 못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선 공약들을 정부 정책과 예산, 재정 여력, 국내외 상황 등을 기준으로 상당 부분 줄이거나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소순창 건국대 교수는 “박 당선자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적자 예산이 쟁점이 될 텐데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보면 2년 전 ‘조언’이 ‘예언’처럼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 ‘조언’은 누군가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마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면, 또 다른 ‘경로의존성’의 사례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 경로를 고칠 기회는 수차례 존재했다. 그렇다면 ‘증세 없는 복지’는 박 대통령에게 도대체 무엇일까. 그냥 흔하디 흔한 공약(空約)일까, 고집스럽게 지켜야 할 ‘소신’일까.

김진우 정치부 차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참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이다. 그 위임에는 적어도 국민에 대한 책임이 전제되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나라 안의 모든 일에 대해 무한책임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와 관련된 사태의 경우 더욱이 직접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야말로 나쁜 정치이다. 그보다 더 질 나쁜 정치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국민을 두 편으로 가르는 정치이다. 말하자면 ‘두 국민 정치’이다.

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정치가 국민들에게 증오와 적대감를 심고 있다. 애초에 대통령은 세월호의 진상이 곧 ‘유병언’이라고 이해한 듯하다. 책임을 물어야 할 유병언이 죽었으니 이제 진상은 더 캘 것이 없고, 나머지는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매정함이 섬뜩하다. 게다가 여·야의 2차 합의안을 언급하며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대통령이 제시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절규하는 유족과 시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의 국민이 아니었다. 유가족이 전례 없는 보상을 요구한다는 유언비어가 돌고 보수언론은 앞 다투어 유족과 시민을 향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푸념했다. 자신들이 뱉은 말과 자신들의 기분을 이름 지어 ‘세월호 피로증’이라고 불렀다. ‘대한민국이 당신들만의 것이냐’는 지탄과, 단식하는 유족과 시민 앞에서 ‘막 먹어대는’ 막가파식 패악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가족과 대리운전기사의 폭력사건은 이 애끓는 참사의 본말을 더욱 더 기형적으로 뒤틀었다. 사태를 책임져야할 대통령과 여당에게 가야할 화살이 오히려 유족을 향하는 기이한 반이성적 야만의 질서가 만들어졌다.

해방이후 분단의 세월 속에 우리는 증오와 적대의 역사를 누적시켰다. 아무리 냉전의 시대라 해도 극단의 분열과 갈등은 이념 그 자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고비마다 겪게 되는 가학적 국가폭력과 희생의 체험이 증오의 싹을 틔우고 적대의 전선을 만들어 낸다. 48년의 제주, 같은 해의 여수 순천, 80년의 광주는 증오와 적대를 생산하는 우리의 집합적 체험이었다. 이제 세월호 참사가 증오와 한으로 적대를 쌓는 또 하나의 현대사가 될 것 같아 두렵다. 국민을 둘로 나눈 후 위기의 정국을 벗어나는 전가의 보도는 늘 그랬듯이 ‘민생’이었다. 누구의 민생이고 어떤 민생인가? ‘세월호의 국민’에게 민생의 구호는 기만의 언어일 뿐이다. 대통령과 여당에게 세월호의 유족이나 유족 편에 선 시민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니다. ‘촛불시민’과 ‘안녕들 하십니까’를 외친 청년들, ‘앵그리 맘’, 쌍용차의 노동자들, 강정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 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의 주민도 그들의 국민일 수 없다. 국민을 둘로 나누고 적대와 증오를 심는 참으로 나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들이 16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대책위의 입장을 밝히는 동안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기자회견장을 지나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며칠 전,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정당정치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 당 기반과 시민참여의 위기, 소통의 위기라는 3중의 위기로 진단했다. 아울러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생활민주주의’, ‘생활정당’,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한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의원으로서는 우리 정치가 나아갈 큰 그림을 그린 셈인데, 언론에서는 고약하게도 네트워크 정당 만들어서 당권 잡아 보자는 속내로 해석하니 꽤 섭섭하고 답답했던 모양이다.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문’을 봐달라며 생활정당, 생활민주주의, 모든 이를 위한 정치를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의 ‘모든 이를 위한 정치’는 ‘두 국민 정치’의 대척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모든 이를 위한 정치’를 탈냉전 시대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넘어선 모든 계층과 모든 지역, 모든 세대, 모든 성을 위한 정치로 규정하고, 모든 이의 ‘생활’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강조했다. 어떤 처지의 국민도 보듬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누구에게도 편향되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좋다. 화합과 화해의 정치가 그려져 더 의미가 있다. 두 국민의 나라는 미래가 없다. 적대와 갈등으로 버티는 정치에서 시민의 삶과 시민의 생명은 정치를 위한 수단이요 장식일 뿐이다. 그래서 정치와 국가와 민주주의의 중심에 시민의 삶이 있는 ‘모든 이를 위한 생활민주주의’야말로 우리 정치의 새로운 미래라고 할 법하다. ‘모든 이를 위한 정치’는 문재인의 정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필연적으로 나아가야할 길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곧 정치가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일 수 있다. 나쁜 정치를 버리고 참 좋은 정치로 가는 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모두 눈과 귀를 크게 열어야 할 대목이다.


조대엽 | 고려대 교수·사회학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고들 한다. 권력이 머무는 그곳을 두고 말이다. 아홉 겹 담장이 첩첩 둘러싼 크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음모·질시·암투 같은 단어들이 함께 떠올려지듯 세상과 떨어진 은밀함에 대한 이야기다. 성벽이 하도 높아서 바람에 실린 저잣거리의 숨소리도 아홉 번 팍팍한 다리를 쉬고 서야 갈 수 있는 심처(深處)라고 한다.

권력은 속성상 ‘비밀’과 친근하다. 아니 친하고 싶어 한다. “위엄을 이룬 군주는 약속을 가벼이 하고 간교함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법을 알며 공허한 원칙들에 얽매인 자들을 이긴 사람들”(마키아벨리 <군주론>)이기에 권력은 솔직할 수도 친절할 수도 없을 터이다. ‘비밀’이 특권처럼 비치는 세태 탓도 있을 게다.

<군주론>과 함께 통치술의 명저로 꼽히는 <한비자>에서도 신하를 다루는 세 가지 책략 중 하나로 ‘심장불로지술(心藏不露之術)’을 거론한다. ‘왕이 자신의 감정을 감춰 남이 도무지 자기 생각을 알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란 의미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경계심 많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리더십은 슬픔에 잠기고 양극화된 국가를 치유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비극으로 단련된 박 대통령에게 부담되다’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였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박근혜 정부 미스터리의 상징은 ‘인사(人事)’일 것이다. ‘대통령의 7시간’ 논란으로 ‘기밀주의’의 단면이 도드라지긴 했지만, 인사 문제는 일상(日常)이 된 점에서다. 짐작도 못한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는가 하면, 며칠 못 가 사라진다. ‘돌연 사퇴’ ‘참사’는 인사의 관용어처럼 됐다.

최근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퇴 파동은 ‘인사 무능’의 종합판이다. 수석 임명 사흘 전 경찰 소환조사를 청와대는 “몰랐다”고 하고, 경찰은 기소 직전까지 그가 청와대 수석인지 “몰랐다”고 한다. 검증 과정에서 송 전 수석은 경찰조사를 받은 일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도 한다. 변명인지 해명인지 뒤늦은 청와대의 애매한 설명에서다. 그 속엔 김학의적인 ‘도덕 불감’과 세월호로 민낯을 드러낸 해경의 나태·무능이 공존하고 있다.

이 모든 기현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남는 것은 ‘도대체 인사는 누가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 파문 때 여권의 각종 실세 그룹들은 서로 ‘추천자가 아니다’라며 손사래 치기 바빴다. 정성근 문화부 장관 지명을 두고선 청와대 주변에서조차 “대선캠프에서 뛴 사람들은 ‘헉’ 했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정성근이면 거의 (캠프) 말단인데 갑자기 장관이라니’ 이런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인사 때마다 ‘설설설’들은 속칭 ‘찌라시’들의 주요 공급원이 됐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지만 청와대 모습은 ‘구중궁궐’ 딴 세상이다. 문책도, 사과도, 설명도 없다. “인재들이 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피할까봐 걱정”(박 대통령)이라는 ‘버럭’이라도 나오면 고마울 지경이다. 최소 저잣거리의 심상찮은 공기는 ‘안다’는 표시가 아닌가. 누가 한 인사인지 모르니, 책임도 “없다”고 서로 미룰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속 터질 노릇이다. 청와대가 그들을 ‘김정은 따라다니는 노동신문 기자 취급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사면 관련 발언 (출처 : 경향DB)


1982년 2월5일 제주 한라산 개미등 계곡에 특전사 대원 53명이 탄 군수송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한다.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산화한 46명보다 더 많은 장병이 희생된 참사였다. 하지만 사건은 7년이 지난 1989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봉황새 작전’이란 작전명으로 제주도 연두순시를 앞둔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에 투입됐다가 벌어진 참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는 유족들에게 대통령 경호가 아닌 ‘대침투훈련’ 중 사망이라고 통보했다.

전두환 정권이야 권위주의 시절 정통성 없는 정권이니 그렇다 치자. 숨기고 감추고 뭉개야 할 것이 많았을 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다르다. 민주적 경쟁에 따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다. 뭘 해도 40%의 국민은 ‘묻지마 지지’를 하는 정권이다. ‘심장불로’로 속내를 감추며 국민들을 ‘다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언어학자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에 항상 실패한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늘 입에 달고 다니며 사랑하는 국민을 향해 ‘말하기’에 실패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지금은 마키아벨리의 시대도, 한비자의 시대도 아니다. ‘친절한 근혜씨’가 보고 싶은 이유다.


김광호 정치부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검찰이 사이버공간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에 강경 방침을 천명했다. 허위사실 유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기고, 확산·전달자까지 예외 없이 엄벌키로 했다. 대검찰청은 그제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과 인터넷 포털업체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상에서 아니면 말고 식 폭로성 발언이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한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청와대의 칼’을 자청하고 나선 검찰의 모습에 아연할 뿐이다.

검찰 발표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되는 내용은 ‘선제적 대응’이다. 검찰은 “개별 피해자의 권리구제 요청에 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주요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을 담은 게시물을 발견하면 피해자의 진정이나 고소 같은 조치가 없어도 ‘알아서’ 삭제하겠다는 취지다. 말이 좋아 ‘모니터링’이지 헌법이 금지한 ‘검열’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검찰은 대통령 뜻이라면 헌법 위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건가. 시민의 입만 막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 따위야 상관없다는 건가.

[김용민의 그림마당 ] 2014년 9월 17일 (출처 : 경향DB)


검찰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하명수사를 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두고 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유병언씨 체포작전에 집중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씨 시신뿐이었다. 이제는 ‘사이버공간의 유병언’을 찾아내는 식으로 방향을 튼 형국이다.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설치해 검사 5명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최근 “업무량 증가에 비해 검사 수가 부족하다”며 검사 증원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김 총장이 현실을 몰랐거나 거짓말을 한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는 현실공간에서든 사이버공간에서든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 일부 폐해가 있더라도 무조건 형사처벌하기보다 시민의 양식과 사회적 합의라는 자정 기능에 맡기는 편이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길이다.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 관련 보도를 보라.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이 기사가 제대로 된 기사가 아님을 안다. 가토 지국장을 법정에 세우는 게 오히려 한국 검찰과 정부의 수준을 추락시키는 일이다. 지금 도를 넘은 것은 대통령 모독이 아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대통령 눈치 보기’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유아독존, 아전인수, 교언영색, 당동벌이, 객반위주….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듣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심하며 떠올려본 사자성어들이다.

유아독존(唯我獨尊). 세상에서 자기만 존귀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왕조 시대 군왕의 태도인데, 민주주의 시대 지도자라면 가져서는 안될 기질이다. 잘난 체하기로 제일 유명한 왕은 루이14세쯤 될 것이다. ‘짐은 곧 국가’라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설훈 의원의 말투에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을 국민과 동일시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을 알고 기분 나빠진 국민도 있을 것이다.

같은 군 출신이지만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은 결이 꽤 달랐다. 전 대통령은 자기를 많이 닮은 탤런트조차 출연을 금했지만, 노 대통령은 “나를 코미디 대상으로 삼아도 좋다”고 말했다.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언론은 그런 대통령을 ‘물태우’라고 조롱했다. 고졸인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언론이 아예 대통령 대접을 하지 않았다.

한국 언론의 병리를 드러낸 보도 태도였지만 대통령이 탈권위주의로 나가는 방향은 옳았다. 약간의 금도만 지켜진다면 정치인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풍자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우리나라 예전 탈춤도 그랬지만 정치 선진국에서는 신랄한 풍자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때 검찰이 풍자만화나 걸개그림까지 처벌하기 시작하더니 요즘 들어 우리의 풍자문화는 박정희·전두환 시대로 퇴행하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까지 선거가 끝나면 ‘공복’이 아니라 큰 ‘벼슬’로 여기고 뻣뻣해지는 이들이 많은데, 말 속에서 그런 태도가 배어 나온다. 진해야구장 건립 취소로 16일 달걀 투척 세례를 받은 안상수 창원시장도 발표문에서 “110만 창원시민의 수장에게 테러를 가한 것은 시민을 모독한 행위”라며 시민의 ‘수장’을 자임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자기에게만 이롭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이르는 말이다. KBS 여론조사에서도 세월호 재협상과 수사권·기소권 보장이 훨씬 우세했는데 반대 의견만 수렴해 재협상을 걷어차버렸다. 세월호법으로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유가족 요구를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5개월간 침묵하더니 “여야의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었다”며 입법권을 침해했다. 삼권분립을 내세우거나 내팽개치는 것이 자신의 유·불리에 달렸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권분립 체제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통령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행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능을 무시하는 것은 탄핵감 아닌가? ‘말도 못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대통령 하야 발언에는 여권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나? 박정희 대통령이 10월유신 때 국회를 해산한 것도 국회를 시녀로 여긴 사고방식의 연장선에 있었다.

내각책임제라면 총리는 의회를 비판하고 해산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한은 총리 자신의 퇴진을 전제로 한다. 함께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세비 반납 발언도 아전인수식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에 반대해 두 달간 국회에 나오지 않았을 때 세비를 반납했다면 말발이 선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민생법안은커녕 법안 제출 건수와 출석일수가 모두 꼴찌였다.

교언영색(巧言令色).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꾸며서 하는 말과 꾸며서 짓는 낯빛을 일컫는다. 박 대통령은 5월19일 눈물을 흘리면서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때의 말과 눈물이 교언영색이 아니었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눈물이 턱까지 흘러내리면 가려워서라도 닦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은 것은 역시 꾸민 행동이었나?


▲ 유아독존, 아전인수, 교언영색, 당동벌이…
우리는 어쩌다 이런 대통령을 ‘모시게’ 됐나

▲ ‘짐은 곧 국민’ 권위에 대한 도전 용납 안해
원칙도 유·불리 따라 변하고 꾸며서 하는 말 수시로 바꿔
보수신문·방송이 부추기면 대립국면 조성해 난국 돌파


정부의 교언영색 중 최신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발표였다. 국민 건강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정부가 금연운동을 벌이든지 부탄 왕국처럼 아예 흡연을 금지하면 될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 담뱃값을 500원 올리려 하자 박근혜·최경환 의원은 반대했다. 그때는 국민 건강을 조금만 위하는 수준이어서 반대했나? 서민 부담이 큰 간접세이지만 세수 확보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렸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더라면 애연가들이 뒤틀린 심사를 달래기 위해 애꿎은 담배를 또 태우지는 않았을 터이다.

‘민생 타령’을 하며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전형적인 교언영색이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내걸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강화도 알고보니 ‘감언이설’이었지만, ‘민생’은 공약을 지키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서민들의 삶이 총체적으로 붕괴되고 있는데 일부 서비스업과 부동산의 규제를 푸는 걸로 민생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무능 정권의 밑천을 드러낸 것이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짓겠다는 관광진흥법과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민폐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신문과 ‘정권방송’이 ‘우리 경제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자 정부도 맞장구 치며 세월호 정국 탈출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세월호처럼 갑자기 침몰했나, 한국 경제에 느닷없이 골든타임이 닥친 이유를 모르겠다. 집권하고 1년반도 넘은 때에….

박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은 박정희 대통령 이래로 써먹어온 교언영색의 수법인데도 먹혀 들어가는 건 왜일까? 정치적으로 대립국면이 고조될 때마다 시장에 가는 건 ‘정치와 초연하게 경제만 생각하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부각시켜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주범이다. 재래시장을 찾는 것은 사주는 상품값만큼만 민생에 도움이 될 뿐이다. 정치를 통하지 않고 경제를 살릴 방도는 없다. ‘경제’란 말 자체가 경세제민(經世濟民), 곧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 아닌가.

당동벌이(黨同伐異).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한패가 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물리친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에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고 대결국면을 조성해 난국에서 빠져나가려는 발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00%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던 ‘국민대통합’ 약속을 완전히 저버리고 절반가량 지지층만 확실히 안고 가겠다는 태도다. 보수신문과 종편방송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지상파 방송도 극우인사들을 방송통신위원회와 KBS 이사회 등에 대거 포진시킴으로써 대국민 심리전 준비를 끝낸 상태다. 이름만 남은 ‘공영방송’의 사장과 요직도 친여 인물로 채워졌다.

객반위주(客反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 노릇을 한다는 뜻이다. 세월호 유족들도 국민이지만 국민을 돌봐야 할 대통령은 그들이 헌법체계를 흔들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국가의 공적’이나 되는 것처럼 매도했다. 박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더니 오히려 대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처세술이 체득한 것이든, ‘호가호위’하는 참모들의 농단에 따른 것이든, 언론이 부추긴 것이든, 아니면 합작품이든,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정국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점증하고 야당이 지리멸렬한 틈에 승부수를 잘 던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성역 없는 진상규명으로 유족들의 한을 풀지 못한다면,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신적 내전’ 상태라고 불릴 만큼 편가르기가 심한데 그걸 더 부추긴다면, 언론에 의해 일정 부분 ‘만들어진’ 지지율을 믿고 일방적으로 국정을 밀어붙인다면, 박근혜 정권은 임기말에 참담한 ‘일패도지’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그때 가서는 어떤 사자성어를 떠올릴까?

자승자박, 소탐대실, 인과응보, 진퇴유곡…. 그래도 국민을 위해 ‘사필귀정’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악담이 아닌 쓴소리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봉수 시민편집인·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hibongsoo@hotmail.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근혜

영화 <명량>이 최다관객, 최대흥행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명량>은 스펙터클한 전투장면과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버무려진 영화입니다. CG를 활용한 전투신도 볼만하지만 장군이 던진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은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장군이 남긴 많은 말들 중에서 저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려움은 인류가 이 땅에서 삶을 꾸려온 이후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도 가득합니다. 물론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훨씬 일상적이고 은밀합니다. 바로 생존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50여일이 흘렀습니다. 참사가 일어났을 때만해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세월호에 붙잡혀 있을 줄 몰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확실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약속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시는 자식을 잃는 사람이 없도록 진실을 알려달라는 유가족들의 기본적인 요구마저 묵살되고 있습니다. 뿐입니까. 단식농성장에서는 짐승 같은 인간들이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손주까지 있을 할아버지들은 유가족을 향해 “죽어라”라는 저주를 퍼붓고 있습니다.

지난 150여일간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동안 이 땅에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두 가지만 존재했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요, 변한 것은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약속입니다. 그럼 그들은 왜 이렇게 이성을 잃은 파쇼 같은 행태를 보이는 걸까요. 혹시 그들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그것이 우리들 뇌리에 또아리 틀고 있는 두려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560명을 뽑는 순경공채에 6만여명이 몰리고, 대학생들은 취업전선에 내몰리고, 청소년들은 수능에, 직장인들은 월급에 목숨을 거는 이 시시포스와 같은 칼날 위의 삶 말입니다. 이 두려움이 기껏해야 리본 달고 조문하고 서명이나 하는 소극적인 저항만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값비싼 도자기를 깬 형보다 그것을 제대로 꿰맞추지 못하는 동생을 향해 더 많은 비난과 채찍을 휘두르는 건 아닐까요. 약자를 향한 비겁한 폭력 말입니다.

지난주 추석에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도 서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곁을 지나며 ‘서명을 받으면 뭘 해’라는 못된 생각을 했습니다. 500만여명의 서명에도, 목숨을 건 45일간의 단식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 그들입니다. 유가족들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이 촛불을 다시 켜고 거대한 물결을 이뤄 청와대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존의 두려움에서 한발짝 벗어나 농성장을 찾고, 토·일요일 집회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촛불을 다시 피워내는 용기를 가진다면 그래도 그들이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이 말은 오늘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화두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3일 오후 새누리당과의 세월호특별법 관련 3차면담이 소득없이 결렬되자 국회 본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대통령이 답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도 필요합니다. 지금 세월호 정국을 풀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은 박 대통령입니다. 그에게 쏟아지는 평가절하는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진상규명을 꺼리는 이유가 4·16 그날의 ‘사라진 7시간’ 때문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외면한 채 규제개혁을 외치고, 자갈치시장을 찾고, 사진까지 곁들인 한가한 추석 안부를 전한다 해도 그 의혹은 쉽게 묻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는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두려움마저 떨쳐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무한봉사를 선서했던 대통령이라는 공직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사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가장 마음에 두었던 대사는 “이 쌓인 원한들, 어찌할꼬”였습니다. 만약 이대로 진실이 덮여 버린다면 세월호 창문을 긁으며 서로 부둥켜 안고 죽어간 어린 넋들의 원한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박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두려워 마십시오. 용기를 내세요”.


배병문 대중문화부 부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한달째인 5월16일 청와대에서 유족들을 만나 “진상 규명에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유족들이 원하는 특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5월19일 대국민담화에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발표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금 박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하며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간절히 원하는 것도 직접 그걸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면담 요구에 청와대는 “세월호법은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야멸찬 응답만 내놓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대가 있었다. 유족들의 애타는 면담 요청, 야당과 시민사회의 ‘대통령 역할론’이 봇물 터지는 속에서 열린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마저 저버렸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려 의회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야당과 유족을 압박했다.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로 달려가 대통령 면담을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날 ‘민생 행보’를 한다며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떠나버린 박 대통령의 뒷모습 그대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농성 4일차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특별법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근저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유족들의 불신이 자리한다. 세월호 참사 초동대응은 물론 이후 수습 과정에서 보인 무능과 무책임이 쌓인 결과다. 특검 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얻는다는 ‘재합의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당·유가족이 추천하는 것과 다름없게 하겠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은 그걸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유족들의 불신을 덜고 설득하는 일은 박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그 일을 야당이 맡을 순 없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있다.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책임 역시 그들에게 있다. 한데 세월호 유족들과의 면담조차 거부하면서 유족들에 대한 대화와 설득을 야당에 떠넘긴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유족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세월호특별법을 민생과 연계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발상이라면 착각이다. 세월호법이 끝내 풀리지 않고, 유족들의 눈물과 항의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을 경우 초래될 파국의 책임은 박 대통령과 여당에 돌아간다.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라는 게 아니다. 유족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과 의견을 듣는 소통과 치유의 노력부터 보여달라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곡기를 끊고 노숙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참으로 모진 대통령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가히 ‘프란치스코 현상’이라 할 만하다. ‘파파 프란치스코’의 말씀과 행보, 눈빛과 손동작 하나하나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육화(肉化)된 신앙의 진면목 앞에 종교를 넘어 거의 모든 시민은 감동을 받았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엄청난 위세를 뽐내는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며, 최고급 명품과 명차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활개치고 있지만, 그 뒷면에서는 가난, 불안, 소외, 억압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한국적 현상이자 세계적 현상을 교황은 직설화법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축원했고, “막대한 부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를 경고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껴안았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저파(低派)’였다.

힘과 돈을 가진 자들 중 교황의 이런 발언에 마음 불편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속으로 “종교인이 왜 정치발언이야!”, “남미 출신이라 ‘해방신학’에 물들었구먼!”이라며 툴툴거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반공권위주의 체제가 종료한 지 오래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황 정도의 발언을 한 사람은 여전히 ‘좌경용공’으로 낙인찍히고 공격받는다. 언제부터인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승만과 박정희 노선 외에는 모두 ‘종북좌빨’이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정부, 기업, 언론 등도 모두 교황 방문을 환영했지만, 그의 비전과 제안은 외면했다. 아니 정반대로 움직였다. 교황은 취임 후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이며 불평등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 문제”임을 계속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경제 살리기’의 명분 아래 부동산 및 서비스업 규제 완화, 의료시장 영리화 등을 추진하고 있고, 보수언론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 뒤에서 기업은 미소 짓고 있다. 대선 시기 써먹었던 ‘경제 민주화’ 깃발은 쓰레기통에 들어간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은 ‘율리아나’라는 가톨릭 세례명을 갖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신념과 행동은 ‘프란치스코’의 정반대 편에 있다.

바티칸에서 온 선물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청와대에서 선물 교환을 한 뒤, 교황이 선물한 바티칸의 전경이 그려진 액자를 감상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한편 교황은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싸우라”고 강론했지만, 우리나라 유력 일간지가 교황 방한을 축하하며 뽑았던 기사 제목은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프란치스코”였다. 또한 교황은 “무한경쟁 사조에 맞서라”라고 강조했지만, 정부와 기업의 최상부는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제도와 문화를 찬미하고 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 송전탑 건설지역 주민 등을 만나 위로했지만, 정부는 줄곧 이들을 배제하거나 억압해왔다.

‘파파 프란치스코’는 짧은 시간 내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었다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을 드러냈고, 이윤과 욕망의 노예가 된 우리에게 맹성(猛省)의 기회를 주었다. 그의 언행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며 깊고 넓은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필자도 ‘프란치스코주의자’는 되고 싶다.

그러나 그가 던진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역시 이 땅에 사는 우리다. ‘파파 프란치스코’를 찬미한다고 그가 지적한 대한민국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가 선택한 ‘쏘울’을 탄다고 바로 우리의 ‘영혼’이 정화되지 않는 것처럼. 또한 교황이 지적한 문제는 단지 신심(信心)과 기도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세속의 정치, 법,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의식 있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세상의 모순과 부딪치며 끈질기게 노력할 때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교황 자신이 “공동선을 위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이기적”이라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중립을 지켜야 하니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음을 기억하자.

‘파파 프란치스코’를 칭송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의 뜻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실천이 없으면 ‘체 게바라’라는 기표(記標)가 그랬던 것처럼, ‘파파 프란치스코’는 ‘혁명성’이 사라진 또 다른 ‘문화상품’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조국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여야가 7일 세월호 청문회 개최를 합의했지만 증인 채택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새누리당이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비서관)의 증인 출석을 결사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의 ‘의문의 7시간’을 밝혀줄 증인으로 정 비서관을 지목했다. 대한민국호(號)의 ‘컨트롤타워’인 박 대통령의 행적 파악은 국민의 알 권리이고,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7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 위치에 대해서는 저도 모른다. 비서실장이라고 대통령의 움직임을 전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비서실장이 모른다고 하니, 대통령 일정을 담당하는 정 비서관만이 대통령 행적을 설명해 줄 유일한 증인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은 ‘정호성은 신성불가침’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대통령 일거수일투족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조원진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는 “정호성 부속실장을 부르란 건 대통령의 사생활을 얘기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6월 국익훼손, 대외 신뢰 추락이라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토씨 하나까지 통째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를 위한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웠다. 당시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공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국민은 똑같은 논리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알고 싶어 한다. 일본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라는 선정적 보도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사생활 보호라는 주장은 구차하다. 베일에 가려진 7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로 공무원 근무 시간과 겹쳐 있다. 자칭 “국가와 결혼했다”는 대통령이 일과 중 7시간이나 ‘사적인 일’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남북 정상의 세세한 대화를 온 세상에 까발린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일정 공개를 꺼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만 더 커지고 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 kyunghyang.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저녁 자리에서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가 없더라”고 말했다고 해서 뒷말이 많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미흡했던 점을 은근히 존안자료 탓으로 돌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인사자료를 놓고 신·구 권력이 공방을 벌이는 게 볼썽사납다는 비판과 정부나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인사자료는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옳은 말이지만 이를 존안자료와 결부시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존안자료란 무엇인가. 존안(存案)의 사전적 의미는 ‘없애지 않고 보존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밀기록이나 비밀에서 해제 또는 재분류된 일반기록 가운데 특별히 보존하는 기록을 일컫는 일종의 행정 용어로 쓰이고 있다. 중국 청나라 행정 기본법규를 담은 ‘대청회전(大淸會典)’이나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쓰임새가 보편적이고 오래됐다. 1965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가 언론의 반대로 폐기한 ‘비밀보호와 보안조사에 관한 법률안’에서 ‘정보자료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도 있다. 지금은 공공기록물관리법 등 법률에는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보안업무규정 등 하위 규정에서 비밀의 존안과 관련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존안자료는 아마 청와대·국정원·검찰·경찰·기무사 등의 인사 관련 존안자료로 보인다. 권력·정보·사정·감찰기관의 인사 존안자료는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이던 김중권씨가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여자관계가 깨끗해야 하겠더라”며 존안자료가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음을 밝혔다. 이런 성격의 존안자료는 5·16쿠데타 직후 육군방첩부대가 만든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 대상이 공직자뿐 아니라 교수·기업인·언론인·재야인사에까지 이르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민간인 사찰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존안자료’ 하면 이런 어두운 과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경향DB)

존안자료든 인사파일이든 그것이 없어서 검증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변명은 군색하다. 최근의 ‘인사참사’는 존안자료의 문제라기보다 검증 기준과 방법,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신동호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대선에서 진보적인 시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문재인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판까지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에 대해선 거의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 박근혜씨다. 진보적인 시민들이 박근혜씨를 그토록 반대한 건 그가 단지 보수 후보인 걸 넘어 ‘독재자의 딸(이자 정치적 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시절 목숨 걸고 독재와 싸운 사람들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걸 인생의 모욕으로 여기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독재자의 딸을 그토록 반대하는 진보적인 시민의 아이들이 독재자의 시절 아이들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잘 먹는다. 학교에서 체벌과 억압적 교육도 그 시절에 비해 많이 가셨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 아이의 일상에서 자유와 인권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못하거나 억압적이다. 아이의 행복과 조화로운 성장에 가장 결정적이라는 ‘놀기’의 면에서라면 독재자 시절보다 못한 걸 넘어 비참한 지경이다. 독재자의 시절에도 아이들을 오후 내내 뛰어놀았지만 이제 아이들은 뛰어놀기는커녕 오후 내내 혹은 밤늦도록 컨베이어 벨트 위의 부품처럼 학원을 돌며 시들어간다.


참 이상한 일 아닌가. 독재가 물러난 지 30여 년이고 대통령을 ‘쥐’라고 욕해도 잡혀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며 많은 부모들이 그토록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데, 아이들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역시 이명박과 박근혜 때문인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군대와 경찰이 전국의 초등학교 교문을 지키고 있다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실어 나르기라도 하는가. 바로 시민들이 제 아이들을 으르고 달래며 그러고 있지 않은가. 그들 중의 누구도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말하지 않지만 하나같이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들이 말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현실에 반대하다 결국 멘붕에 빠지기까지 한 그들이 그토록 무기력한 현실은 무엇인가.


두 현실을 요약하면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을 게다. 권위주의는 민주화 이전 반세기 동안의 극우독재가 남긴 것이다. 새누리당, 조·중·동을 비롯한 이른바 ‘수구 기득권 세력’이 그 주인공이며, 그들은 여전히 가능만 하다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되돌리거나 거스르고 싶어 한다. 신자유주의는 민주화 이후 특히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흐름에 편입하면서 본격화했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몇몇 대기업은 국제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대다수 시민의 삶은 불안정해졌다. 양극화, 정리해고, 비정규노동, 청년실업,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이 그 내용들이다.


아이들의 삶과 관련해서 권위주의는 체벌이나 억압적 교육의 잔재들로 남아 있다.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인적 자원) 생산과정으로 만들어, 독재자의 시절에도 오후 내내 뛰어놀던 아이들을 학원을 돌며 시들게 만들었다. 정권으로 보자면 권위주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모두가 해당한다. 시민은 그에 대응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지한 보수적인 시민은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받아들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지지한 진보적인 시민은 권위주의는 반대하되 신자유주의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접고 산다면

우리가 외치는 진보는, 지키려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 진보적인 시민의 아이들이 독재자 시절 아이들보다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건 결국 그래서다. 진보적인 시민들은 체벌이나 억압적 교육 같은 권위주의 교육엔 단호히 반대하지만, 아이가 학원을 돌며 시들어가는 신자유주의 교육 상황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들의 모습은 체벌과 억압적 교육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말하던 독재자 시절 시민과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빼닮았다.


미궁을 빠져나갈 열쇠 또한 그 빼닮음에 있다. 권위주의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에게서 물러났던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며 물러났던가. 일부 운동권의 몽상으로 여겨지던 권위주의 반대운동(민주화운동)에 시민이 참여하면서 권위주의도 권위주의 교육도 물러나지 않았던가. 신자유주의 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부 비현실적 좌파의 몽상으로 여겨지는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에 시민이 참여할 때 비로소 물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 막막한 이야기다. 신자유주의라는 초유의 괴물 앞에서 누군들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반세기에 걸친 독재와의 싸움은 덜 막막했던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사람의 힘으로 물리칠 수 있다. 손잡고 힘을 모은다면 말이다. 다 떠나서, 우린 자문할 수 있다. 오늘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 우리가 적어도 독재자의 시절 시민보다는 나아야 할 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독재자의 시절 아이들보다는 행복해야 할 게 아닌가. 우리가 그조차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접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외치는 진보는 우리가 지키려는 민주주의는 대체 무엇인가.



김규항 |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경로의존성이란 개념이 있다. 요컨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일단 어떤 경로가 정해져서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틀리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이 사회과학에 응용된 것이라 하겠다.


과거 반독재 투쟁 시절, 기본 균열은 민주 대 반민주였다. 즉 민주에 대한 찬반의 대립구도였다. 사물이나 현상을 찬반으로 보는 것은 옳고 그름의 시비로 구분하는 것이다. 일종의 당위적, 윤리적 관점이다. 민주화가 이뤄진 후 민주를 둘러싼 대립은 사라졌지만 찬반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에 강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찬반 사고는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하나는, 어떤 문제든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차이로 이해하고자 하는 습성이다. 지난 대선을 예로 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모두 복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그것은 가짜이고, 자신들의 방안이 진짜라는 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진짜와 가짜, 즉 진위는 찬반이나 시비의 다른 표현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찬성했다. 무상급식을 두고 분명한 찬반구도가 형성되자 유권자들이 쉽게 양당의 차이를 이해했다. 이 찬반구도는 서울시장의 사퇴와 연이은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를 경험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무상급식을 받아들이면서 사라졌다. 누가 더 잘할 것이냐 하는 우열구도로 대체됐다.


우열구도에서는 포지션보다 콘텐츠를 둘러싼 실력 경쟁이 중요하다. 인물, 신뢰, 리더십이 관건이다. 대표성이나 상징성을 갖춘 인물, 후보 등 지도자의 신뢰성과 리더십에 따라 누가 더 나은지 판가름된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 이슈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김종인이란 인물과 박 후보 본인의 리더십으로 승부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진짜 대 가짜라는 주관적 평가만 강요할 뿐 쉽고 간명한 그림이 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더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진위 프레임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처럼 익숙한 찬반구도에서는 잘하나, 우열구도에서는 딱 숙맥이다.


(경향DB)


다른 하나의 문제는, 찬성과 반대가 분명한 정치·도덕적 이슈에만 매달리는 경향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 대선에서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이슈에 몰입한 것이 좋은 예다. 누가 보통사람의 고단한 삶을 풀어줄 더 나은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민주당은 매우 둔하다. 사실 그들의 의지는 충만하고 열정은 넘쳐 보인다. 그런데 자신들의 해법이 왜 나은지를 보여주는 데에는 영 미숙하다. 2012년 민주당이 총·대선에서 패배한 것도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찬반구도를 허용하지 않고 우열구도를 조성하자 우왕좌왕하다 결국 경로의존성에 따라 찬반이슈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도덕적 이슈도 중요하다. 부정부패나 권력의 오·남용, 불통 따위의 문제들은 야당이라면 의당 집요하게 파고들고,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은 먹고살기 힘든 때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생 문제를 의제화하고,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은 찬반구도에 대한 경로의존성을 끊고 우열구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 주장보다 실력이 관건이다.


정치·도덕적 이슈는 인화성이 강하나 지속성이 떨어진다. 반면 사회경제적 이슈는 쉽게 쟁점화하기 어렵지만 일단 형성되고 나면 효과가 크고 길다. 뉴딜 시기의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 사민당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사회경제적 쟁점을 둘러싼 전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갈 길은 이 길이다. 특히 일시적 승리가 아니라 안정적 집권을 원한다면 다른 길은 없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교육부 장관에 서남수 전 교육부 차관을, 외교부 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을 발탁하는 등 6개 부처 장관을 내정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에는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전행정부에는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6개 부처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과는 무관한 부처들이며, 나머지 11개 부처 장관은 개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첫 조각의 특징 중 하나는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5명 전원이 고시를 거친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 5명은 지역적으로 수도권 출신이며, 고교별로 봐도 경기고(3명), 서울고(2명), 제물포고(1명) 등 이른바 명문고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중 3명은 박 당선인의 대선 캠프 출신이기도 하다. 보수·안정 지향 및 관료 등용을 통한 전문성 추구라는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구상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향신문DB)


이번 인선은 내정자들의 적격 여부와 별도로 적잖은 문제를 노출했다. 우선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실장이 관장하는 인사위원회의 기능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중 통일부 장관만 빠진 것도 의아스럽다. 북핵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대화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통일부의 상징적 위상을 경시한 듯한 느낌이다. 산학협력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느냐, 마느냐는 논란이 여전한 교육부의 수장을 조직 개편에 앞서 내정한 것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물러난 인사가 안전행정부를 맡고, 공안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찰 간부 출신이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법무장관에 발탁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철저한 자질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드러난 박 당선인의 인선은 사상 첫 과반 득표에 어울릴 만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성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만기친람형인 박 당선인의 용인술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향후 인선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아직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11개 부처 장관 인선에서는 대선 승리 직후 밝힌 대로 지역과 성별, 세대를 초월한 대범한 탕평 구상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 연구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끝난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 내부에서는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에 이어 한층 증강된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핵보유국의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이 제재 강화 등 적대시정책을 지속할 경우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이 때문에 이제껏 해왔던 안이한 임기응변식 조치로는 상황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매우 신속하게,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북한 핵실험 강행에 대한 국방부 발표 (경향신문DB)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기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해온 것에 대해 이제는 ‘말’로 해결할 단계가 지났다고 판단한 듯하다. 며칠 전 조선중앙통신은 “핵실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도달한 최종 결론이고, 이것은 민심의 요구”라며 “우리에게는 끝장을 볼 때까지 나가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따라서 지금 한국, 미국 등이 고려하고 있는 더 강력한 제재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완화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현 위기 성격은 이전과는 판이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이제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것이라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을 터이므로 최소한 북한 경제를 옥죄는 제재라도 완화되면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 변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귀담아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마당이어서 어느 나라 지도자도 먼저 나서 경제제재 완화는 물론 군사적 접근 일변도가 아닌 포용적 접근도 언급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경우 핵공갈의 위협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것이기 때문에 나라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는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안보를 중시해온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볼 때도 당장 회유책을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평화적 해법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단기적인 강경대응에 몰두하기보다는 ‘핵무기와 북한 정권은 운명공동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게 비핵화와 평화체제 및 경제협력 증진 등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패키지 딜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더 강력한 제재 방식을 고민하기보다는 북한의 핵도박을 제어할 수 있는 제재가 아닌 다른 수단도 동시에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패키지 딜 구상도 너무 뻔한 접근을 하기보다는 북한 지도부의 허를 찌르는 새로운 접근이라면 더욱 좋겠다. 설익은 견해이기는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핵실험을 반대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나오도록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제안들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강조하고 있는 주민생활 향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방효과가 큰 경제협력의 추진도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제재의 수준과 북한의 미사일, 핵능력 증강 수준이 비례해왔다는 점,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켜온 점 등도 세심하게 감안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우선 강력한 억제력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핵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의 조기 성사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인 주도권을 갖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인터뷰해 화제가 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오늘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왔습니다. 

제 교수는 여야 경선이 시작되는 지금 타이밍을 맞춰 책을 낸 거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정치적 의도나 계산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안 원장은 제 교수와 인터뷰에서 책을 낸 이유를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판단력 등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린 상태에서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데 과연 이것이 온전한 지지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 교수는 안 원장의 복지는 “중산층까지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복지는 “기본적인 틀이 선별적 복지의 아이디어에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원장은 검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과연 대선에 나가는 게 옳으냐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뿐, 나가서 상처받거나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총알 몇방을 맞는다고 해도 이 길이 가야 될 길이라면 그런 건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라디오 인터뷰 전문입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 




◎ 손석희 / 진행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가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이미 아시는 것처럼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인터뷰어로 요즘 화제가 되는 분이기도 하죠. 안철수 원장은 제정임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서 책을 냈는데 정치 경제 사회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 털어놓은 바가 있습니다. 과연 이번 대선에 안철수 원장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존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정임 :

네, 안녕하세요.

◎ 손석희 / 진행 :

제가 나중에 들은 얘긴데 책이 나올 때까지도 남편 되시는 분도 모르셨다면서요. 제정임 교수가 인터뷰해서 책을 내실지는.

◎ 제정임 :

19일 낮에 책이 배포가 예정돼 있는데 그날 아침에 출근할 때 얘기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 제정임 :

예, 그런데 신문사에 있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아, 남편께서.

◎ 제정임 :

예. 이렇게 보안이 필요했던 건요. 아시는 것처럼 안철수 원장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고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 치열한 취재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이 대담을 한다, 그리고 그 대담자가 누구다, 이게 알려지면 아마 정상적인이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죠.

◎ 제정임 :

특히 저도 기자생활을 좀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만약에 제가 노출이 됐을 때 대담한다고 했을 때 저는 아마 생업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취재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아마 손석희 교수님도 저를 불러내셨을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뭐 그랬겠죠.

◎ 제정임 :

그래서 이건 책이 완성이 돼서 모든 언론에 공평하게 이렇게 배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보안유지가 불가피하다, 이런 생각을 했고요.

◎ 손석희 / 진행 :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제정임 :

이런 생각은 안 원장님하고 공유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진행이 됐고 5월 중순에 인터뷰가 시작이 됐어요. 그래서 배포가 된 게 7월 19일이니까 한 두 달 정도.

◎ 손석희 / 진행 :

굉장히 빨리 책이 나온 거잖아요.

◎ 제정임 :

예, 빨리 나온 거예요. 예,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는 것도 굉장히 빨리 진행했고 쓰는 것도 그렇고 출판도 사상초유의 빠른,

◎ 손석희 / 진행 :

출판사 쪽에서도 이런 예가 없다고들 얘기하고 있던데.

◎ 제정임 :

이런 예가 없는데 저희는 원래 생각은 아무리 빨리 그 프로세스가 진행돼도 한 일주일에서 열흘은 원고를 넘긴 다음에 이게 시간이 필요할 거다, 이런 설명을 들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7월 말까지 내는 걸 목표로 하자, 이렇게 진행을 했어요. 그런데 5월 중순에서 6월까지 인터뷰를 그만큼은 꼭 필요했던 것이 책 한 권 분량의 인터뷰, 그리고 제가 궁금한 걸 충분히 물어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제가 메모는 했지만 그걸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써야 되잖아요. 제가 정말 그 밤잠을 줄여가면서 원고를 써도 보름 정도는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책의 원고를 완성해서 출판사에 넘긴 게 7월 16일 밤이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리고 한 며칠 만에 나와 버렸으니까.

◎ 제정임 :

그런데 그게 원래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요.

◎ 손석희 / 진행 :

왜 그러면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서

◎ 제정임 :

그게요. 이게 안 원장이 에세이를 쓰고 있다, 이건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대담인 것 같다 라는 게 이제 언론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나왔죠.

◎ 제정임 :

그 다음에 상대가 누구냐, 이것에 굉장히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었고,

◎ 손석희 / 진행 :

대담자가,

◎ 제정임 :

예, 그 다음에 출판사가 막 얼굴이 파래져서 의논을 하는 거예요. 판사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리고 출판담당 기자들이 인쇄소가 어디냐, 제본소가 어디냐, 이걸 엄청나게 탐문을 하고 있고 그 쪽에 벌써 지금 취재가 들어갔다, 그래서 자기네가 생각하기에 이건 일주일 열흘을 끌어서 도저히 보안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출판사 쪽의 요구였다는 건가요?

◎ 제정임 :

출판사 쪽의 요구였어요. 100%.

◎ 손석희 / 진행 :

세간에서는 이것이 어떤 타이밍을 안 원장 측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

◎ 제정임 :

그건 제가 이것에 관여한 사람이고 사실 원고 진행의 속도 이런 건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100%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 제정임 :

예.

◎ 손석희 / 진행 :

하필 새누리당도 후보들이 다 결정되고 민주통합당도 결정돼서 이제 경선국면으로 넘어가는 그런 시기란 말이죠.

◎ 제정임 :

예, 예.

◎ 손석희 / 진행 :

그때 책이 급하게 나왔다고 하니까.

◎ 제정임 :

그런데 그건 정말 저는 100% 얘기할 수 있는데 어떤 정치적인 시나리오, 계산, 이런 건 전혀 없었다고 봐요. 물론 그 출판사가 기자들이 와서 진을 치고 있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흘 만에 이걸 낸다는 건 자기는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고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한번 해보겠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 제정임 :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 겁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건 뭐 출판사가 증인으로 있으니까

◎ 제정임 :

예, 그건 출판사가 몇 시에 받아서 어떻게 하고 하는 것도 일정을 다 정리해서 공개를 한 것도 있고요.

◎ 손석희 / 진행 :

인터뷰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됐습니까? 사전에 질문지를 다 주고 그 다음에 준비할 기간을 준 다음에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까? 아니면 주제만 던져놓고 흔히 얘기하는 애드리브, 그러니까 즉흥 질문으로 이루어졌습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제가 진행한 방식은 주제를 미리 예고를 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강연에 가서 평화 얘기를 했는데 그럼 그 안에 담긴 남북관계 개선의 콘텐츠가 뭐냐, 북한 핵에 대해선 어떤 거냐, 그 다음에 이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상황에 대한 의견은 뭔지 이걸 다음 주에 집중적으로 묻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물론 그분은 나름대로 거기에 대해서 뭔가 정리하고 준비를 하실 수가 있었겠죠. 그런데 질문은 미리 드리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게 질문을 이거 이렇게 정리해서 주면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준비하는 게 인터뷰 전체 전달이 굉장히 딱딱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질문하고 제가 필요한 부분에 보완질문을 던지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답변내용 보면 예를 들면 첫째 무엇, 둘째 무엇 이렇게 나름 정연하게 정리가 돼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주제만 던져놓고 개별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했다고 보긴 좀 어려운

◎ 제정임 :

그러니까 그건요. 예를 들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어떤 의견을 물어보겠다, 이렇게 했을 때 본인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어떤 자기 나름의 생각은 정돈을 해 갖고 나왔더라고요. 첫째 어떻고 둘째 어떻고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고 이런 점이 우리가 고려되고 그런 생각은 이미 정돈해서 나와서 그 질문 답변 과정에서 이미 이렇게 된 것도 있고요. 또 가끔가다 보면 대담을 할 때는 대충 뭐 많이 증가한 것 같더라, 약간 줄어든 것 같더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 다음 대담, 일주일 후에 다른 주제를 갖고 만났을 때 내가 지난번에 그 숫자를 약간 상당히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 숫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사후에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진 부분은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책 출간을 놓고 사실상 대선출마라고 다 그렇게 분석을 했습니다. 대담자로선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 제정임 :

이건 사실관계에 대한 보도가 아니고 일종에 해석이잖아요. 언론의 해석, 그러니까 이렇게 책을 낸 걸 보고 이 정도라면 사실상의 대선출마다 라고 해석하셨다면 그건 존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볼 여지가 있었다면.

◎ 손석희 / 진행 :

그러니까 자기가 나름대로 풀어놓은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내놓고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는 어떻게 그러면 알 수가 있다는 얘기죠?

◎ 제정임 :

그것까지 제가 물어보진 않았어요. 지지율을 볼 거냐, 뭘 볼 거냐, 이렇게 물어보진 않았고 그런 설명을 저는 이렇게 그냥 수용을 한 편인데 그래서 제가 이 분이 뭐 뭘 보고 동의냐, 뭐냐를 판단하겠다 라는 걸 확실히 얘기할 순 없고 제가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이 분이 책을 내놨을 때 어떤 여론의 반응이라는 건

◎ 손석희 / 진행 :

지지율이라든가

◎ 제정임 :

지지율일 수도 있고 언론을 통해서 나타난 반응이나 그 다음에 SNS를 통한 반응이나 여러 가지 반응이 사실 측정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혹시 안철수 교수는 추정이긴 하지만 대선출마는 이미 생각 속에 굳혀 놓은 상황은 아닐까요? 왜냐하면 책을 이렇게 내놓고 그 다음에 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잖아요. <힐링캠프>는 여태까지 문재인 고문과 박근혜 전 대표가 나간 바가 있는데 모두 그 이후에 좋은 반응과 함께 지지율이 올랐다 라는 전례가 있습니다. 그럼 그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나간다 라는 것은 본인이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그에 따른 어떤 여론을 모으기 위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택해서 나간 것은 아닌가, 그렇게 보자면.

◎ 제정임 :

그걸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만 제가 느끼기엔 제가 대담을 하고 아홉 번 이분을 만나고 설명을 듣고 입장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어봤던 입장에서는 저는 그분의 설명이 좀 납득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왜 결심을 아직도 못하고 있냐, 이렇게 물어봤을 때 크게 두 가지를 자기는 걱정한다는 거예요. 하나는 자기가 정치를 안 해본 사람 아니냐, 그런데 시장도 안 해보고 국회의원도 안 해봤는데 다른 것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과연 자기가 잘할 수 있을 거냐, 과연 자기의 자질과 능력이 합당한 사람인가에 대한 굉장한 고민과 어떤 이런 부분이 있다, 저는 그런 고민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가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지지율이나 이런 건 나타나는데 자기가 구체적인 사회현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 갖는 우리사회의 어떤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는 거예요. 물론 뭐 재벌개혁이라든가 여러 가지 강연을 통해서 다른 아이디어들은 이렇게 얘기했지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어떤 판단력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부분에는 충분하게 설명을 못 드린 상태에서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데 이게 과연 나에 대한 온전한 지지인가, 그걸 사실은 내가 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분이 이 책을 낼 때의 생각은 이 책을 통해서 자기 생각을 최대한 충실하게 설명을 해보고 싶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 제정임 :

그런 단계이지 뭔가 이렇게 모든 결론을 내놓고 어떤 수순을 밟기 위해서 이 책을 내는 건 저는 개인적으로 아닌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이른바 고민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대담자로서 동의한다 라는 말씀이셨고요.

◎ 제정임 :

예, 예.

◎ 손석희 / 진행 :

또 하나는 현안에 대한 구체성 있는 의견제시가 그동안에 없었던 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현안에 대한 구체성을 나름대로 띠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 부분은 대담자로서 인정하십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이런 거죠. 제가 주도적으로 물어본 것 있잖아요. 강정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FTA 어떻게, 그건 어떤 부분은 어떤 방향제시 정도를 했다거나 이런 건 있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제시한 것 있잖아요. 복지, 정의, 평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심도 있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복지를 어떤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어떻게 확충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예를 들면 어떻게 해야 된다, 남북협력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된다 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은 그 안에도 방향제시 정도만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각론으로 많이 들어간 것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상당한 생각이 고민이 있었구나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이제 아시는 것처럼 책이 나오자마자 주로 여권에선 많이 또 혹평도 많이 나왔습니다.

◎ 제정임 :

네.

◎ 손석희 / 진행 :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 아니네, 오히려 안심이다, 뭐 이런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건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제정임 :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분들은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개인적으로 이 대담을 진행하면서 저도 사실은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저도 이제 이렇게 늘 신문방송을 통해서 이분이 출마를 할 거냐 말 거냐, 그 다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했기 때문에 사실은 이제 이분이 얘기한 복지, 정의, 평화부분, 재벌개혁, 이런 부분도 물어봤지만 다른 사회현안에 대해서 골고루 질문을 던졌는데 이분이 생각하는 어떤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 평가,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한 대안이 제가 생각하기엔 어떤 부분에서는 어, 그래? 하고 놀라울 정도로 제가 보기엔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의 진단, 그 다음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정치적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송두리째 폄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치의 어떤 공방의 영역이니까. 그런데 이 책을 꼼꼼히 진지하게 읽으신 분들은 이 책에 피력된 어떤 생각에 공감하거나 동의하거나 혹은 참 반갑다는 생각을 가질 분도 저는 상당히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손석희 / 진행 :

반응은 좀 다양하게 나왔는데요. 예를 들어서 야권에서는 안심이 된다, 비슷하기 때문에 라는 얘기가 나왔는가 하면 여권에서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혹평도 나오긴 했지만 또 한쪽에서는 새누리당의 친박계 한 의원은 예상대로 닮은 점이 있다.

◎ 제정임 :

아, 친박계.

◎ 손석희 / 진행 :

복지모델이라든가 경제민주화 측면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라는 평가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보시기엔 안 원장의 복지모델과 그렇다면 이 복지화두는 사실 박 후보 캠프 쪽에서 벌써 오래 전부터 내놓은 화두이기도 한데

◎ 제정임 :

맞아요.

◎ 손석희 / 진행 :

그게 차별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저는 박근혜 의원이 복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정말 뭐 생애 전 주기를 거쳐서 복지를 확충해야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진 것, 그 부분을 강조한 건 전 굉장히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여권의 정치인 중에서 그렇게 적극적인 복지 어떤 비전을 피력한 분은 저는 없었다고 보니까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요. 

그래서 우리 정치인들이 그런 복지의 구체적인 어떤 정책을 갖고 막 토론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안 원장을 인터뷰를 하고 이제 박 의원의 복지구상에 대해선 제가 신문을 통해서 2차적인 정보를 입수한 그 정도만 갖고 이제 일단 비교를 했을 때는 근본적인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뭡니까?

◎ 제정임 :

안 원장의 경우는 중산층까지도 불안한 사회고 보육이나 의료 같은 것 있잖아요. 건강 문제, 그 다음에 교육 문제, 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을 포함한, 그 다음에 주거 문제, 노후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중산층까지 혜택을 줄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시스템을 지금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도입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이분은 분명한 분이더라고요. 

다만 현실적인 재정여건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증세를 하자, 중하위층도 자기 형편에 맞게 조금이라도 부담하는 쪽으로 국민들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물론 부유층이 많이 부담해야 되겠지만 적극적인 증세를 설득하고 재정을 보완하면서 단계적으로 보편적인 복지를 가야 한다, 다만 지금 당장 급한 사람들을 위한 선별적인 복지도 전략적으로 조합해야 된다, 그런 선명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제가 알기론 언론을 통해서 본 거로는 기본적인 틀은 여전히 선별적인 복지의 아이디어에 있는 것 같아요. 복지의 수혜자를 어떤 특정한 카테고리로 제한하고,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 혹은 그것보다 조금 상층부에, 이렇게 제한하고 다만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넓혀나가자, 다양한 어떤 생애주기의 그런 걸 마련하자, 이런 부분에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를 생각하는 쪽하고 이건 선별적인 복지를 확대해나가자는 모델에 차이가 좀 있지 않나, 이런 부분을 느꼈고요. 또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증세전략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는 분명히 차별성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만일에 대선에 나온다면 야권과의 관계가 역시 가장 큰 화두가 됩니다. 야권의 상대는 지금 뭐 누가 야권의 후보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지지율로 보자면 문재인 고문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는. 문재인 고문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가요?

◎ 제정임 :

제가요, 인물에 대한 품평을 물어본 적은 있어요. 박근혜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그랬더니 그분이 자기가 어떤 생각은 있다, 뭐 얘기는 할 수 있다, 누가 물어보면. 그런데 그런 걸 책에 담는 게 적합한지 회의적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갈 거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답변은 좀 안 해도 양해를 해달라,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경제는 진보인데 안보는 보수다, 경제는 진보라는 부분은 알겠는데요. 안보는 보수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의 안보는 보수라는 것인지 예를 들면 지난 정부시절에 쭉 이어져왔던 햇볕정책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부분들도 얘기가 나왔을 텐데요.

◎ 제정임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굉장히 많은 언론이 이분의 경제, 재벌개혁 얘기 워낙 많이 했으니까 진보인데 안보는 보수다 라는 얘기를 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아니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아닌가요?

◎ 제정임 :

아니에요. 그러니까 안보는 보수다 라는 게 어떤 의미로 썼는지 제가 명확하게 이해를 잘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냥 그걸 상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안보개념, 그러니까 남북관계에 약간 기계적인 상호주의, 너네가 이걸 주지 않으면 우리 줄 수 없다, 이런 걸로 생각한다면 이분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예를 들면 북한인권 문제 같은 경우에 지난번에 박선영 의원이 왜 한창 시위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때 거기 현장도 찾아가고 그래서 보수 쪽에서는 또 그 부분을 반겨했던 부분도 있단 말이죠.

◎ 제정임 :

그 부분 있잖아요. 북한의 인권, 그 다음에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 이런 건 이 분이 인권이나 소수자 보호의 관점에서 그건 인류보편의 가치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도 말할 때는 말을 해야 되고 돌봐 줄 때 돌봐줘야 된다, 이런 입장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더 주의 깊게 본 건 남북관계 개선의 노선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해온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상호주의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이쪽을 너네가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걸 우리가 할 수 없다 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이게 우리나라 보수진영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라면 이분은 굉장히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한반도의 어떤 안정이라는 그런 개념에서 꼭 평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나아가서 평화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적으로 정체상태에 놓인 우리나라 경제에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개념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하고

◎ 손석희 / 진행 :

그래서 금강산관광도 재개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 제정임 :

개성공단을 확충하고

◎ 손석희 / 진행 :

대북포용정책은 과거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대북포용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 제정임 :

그대로는 아니고요. 비판적인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북한을 우리의 어떤 기회로 활용하는 것, 적극적인, 그런 부분은 굉장히 강조했고요. 다만 이제 예를 들면 김대중 정부 때 대북포용정책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남남갈등이라고 우리가 얘기하는데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고 포용하질 못했기 때문에 너무 지나친 남남갈등이 소모적으로 일어났다, 그 다음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투명성이 좀 부족했다, 그때 왜 대북송금 이런 문제도 있었지 않습니까?

◎ 손석희 / 진행 :

특검까지 있었습니다.

◎ 제정임 :

예, 그러니까 뭔가 내부적으로 우리 내부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소통이 부족했고 그래서 남남갈등을 유발한 부분, 그 다음에 어떤 대북 송금 문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좋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투명성이 부족한 부분, 이런 건 극복해야 될 어떤 잘못이었다, 기조는 대북관계의 적극적인 개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결코 보수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아마 지금 지지도는 대부분 예를 들면 참신성이라든가 아니면 도덕성, 이런 것들로 지지도가 구축이 됐다고 봐야 되겠죠. 그런데 나와서 검증단계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큰 상처를 입는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서 본인이 얘기를 하던가요? 그러니까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던가요?

◎ 제정임 :

망가질 수도 있을 텐데 거기를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한 동기가 참 궁금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성취한 것만 해도 어떻게 보면 명예롭게 존경 받으면서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포탄이 막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에 나가는 건데 총상을 안 입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이런 얘기를 물어봤어요. 

그런데 자기는 지금 과연 자기가 나가는 게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그 판단, 온전한 지지인가 자기가 능력이 있는가, 이걸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나가서 상처 받는 것, 뭐 망가지는 것, 그게 두렵진 않대요. 그러니까 자기 나름대로는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뭐 누가 어떤 음해와 모략을 할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자신이 있고 또 그렇게 해서 자기 명예가 훼손되고 상처를 입고 혹은 제가 표현한 대로 총알 몇 방을 맞는다고 해도 이 길이 가야 될 길이라면 그런 건 감당할 수 있다 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제정임 :

네, 고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