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해당되는 글 319건

  1. 2017.03.03 [사설]무차별 백색테러 위협하는 극우, 지금이 무정부 상태인가
  2. 2017.03.02 [사설]3·1절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 그 걱정과 희망
  3. 2017.02.28 [기고]촛불혁명, 공인된 권리선언을 남기자
  4. 2017.02.28 [조호연 칼럼]박 대통령부터 헌재 승복 선언하라
  5. 2017.02.28 [사설]탄핵 사유 하나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기막힌 최후변명
  6. 2017.02.27 [사설]헌재도 특검도 안 나가겠다니 이 나라 대통령 맞나
  7. 2017.02.23 [사설]재판관 모독한 박 대통령 대리인의 행태, 도를 넘었다
  8. 2017.02.21 [사설]헌재의 박 대통령 측 생떼 차단, 이젠 조기 탄핵만 남았다
  9. 2017.02.20 [기고]교육자치, 분권이 필요한 때
  10. 2017.02.15 [사설]뇌물죄만 아니면 탄핵 불가라는 이동흡 변호사의 억지
  11. 2017.02.14 [박래용 칼럼]태극기 쇼
  12. 2017.02.13 [NGO 발언대]‘여혐’ 없는 표현의 자유는 불가능한가
  13. 2017.02.13 [기고]국회의 ‘특검법 개정’ 시급하다
  14. 2017.02.10 [사설]국정공백은 국회 탓이고, 특검 거부했어야 했다는 박근혜
  15. 2017.02.07 박근혜의 전문가
  16. 2017.02.07 [조호연 칼럼]유진룡, 노태강, 정준희만으로는 부족하다
  17. 2017.02.07 [기고]5·18기념재단이 바로 서야 5월이 바로 선다
  18. 2017.02.07 [사설]최순실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았다는 박근혜표 거짓말
  19. 2017.01.31 [사설]버티는 대통령 때문에 시민이 불행해진다
  20. 2017.01.26 자존감과 자괴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야당 등을 상대로 백색테러 위협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는가 하면, 회칼을 든 자살 및 테러 모임을 모집하고 있다. 해방 직후 우익 테러단체가 설치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극우단체인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씨는 박영수 특검 집 앞 시위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 XX들은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 지금 특검이란 신분 때문에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특검만 끝나면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씨도 “우리 목적은 박영수를 때려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또 인터넷 방송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집은 대치동 ○○아파트”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애국연합 등도 JTBC 손석희 사장 집 앞에서 위협적 언사로 집회를 했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 앞에 모여 욕설을 퍼부었다.

온라인상에서 테러를 예비, 음모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단체 카톡방에 오른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 모집’ 공고는 “유서를 작성하고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하는 20, 30, 40, 50, 65세. 무술 능한 분은 더욱 좋고…”라고 돼 있다. 한 친박단체 게시판에는 “광화문 집회 현장 할복단원을 구성한다. 준비물은 30㎝ 횟칼과 흰 장갑, 유언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이정미 권한대행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테러를 각각 예고한 20대와 50대가 검거된 바 있다.

해방 직후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등을 일으켜 수십만명을 살해한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의 언행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망종을 소위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부추기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했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 ‘망나니 특검’이 짐을 싸서 집에 갔다”고 폄훼했다. 사법당국도 테러방지법 적용을 검토하겠다면서 과거 진보단체 수사 때와 달리 미적거리고 있다. 혹여 청와대나 정부·여당 주요 인사, 보수언론 대표 거주지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고 친박 인사를 향한 살해나 자살 협박을 해도 공권력은 그런 태도를 취할지 묻고 싶다.

테러는 균형·공평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다. 자신의 주의·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을 위해하려 하는 일이 안온하게 진행되고 그 이후 어떤 징치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부가 최소한의 권능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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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3·1운동은 민족 전체가 계급·지역·이념·종교를 초월해 일으킨 독립운동이었다. 선열들은 한마음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대동단결했다. 꼭 98년이 지난 지금 서울 도심에선 3·1정신과는 정반대되는 장면이 펼쳐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견 3·1절은 둘로 쪼개진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현 시국을 촛불과 태극기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건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촛불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이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시민의 분노에서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불평등·불공정·불의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였을 뿐이다. 촛불민심은 국치(國恥) 주범들의 단죄만 요구한 게 아니다. 촛불집회는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심판을 계기로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헌법을 유린한 피의자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탄핵 반대 집회를 이와 같은 반열에 놓을 수는 없다.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수구세력들이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흔들었다고 해서 ‘태극기집회’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제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거대한 경찰 차벽으로 나뉜 두 집회가 각각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집회(오른쪽)와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공동취재단

광장의 두 집회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의 이념이나 진영의 대결이 아니다. 촛불이 이뤄낸 탄핵을 사회개혁, 국가개조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수구 기득권 세력이 광장에서 만났을 뿐이다. 가치의 충돌도 아니다. 미래의 대립도 아니다. 촛불은 무너진 민주공화국을 복원하고 시민주권시대를 열자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탄핵 반대가, 보호하고 지킬 가치일 수는 없다. 촛불은 구체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다.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란 협박과 선동이 우리의 미래일 수는 없다. 이것이 본질이다. 보수세력이 기계적 중립이란 허울 아래 탄핵 촉구와 반대, 촛불과 태극기가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정한 태도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촛불을 폄훼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고, 친박계 의원들이 탄핵 불복을 공언하고 나선 건 탄핵 이후, 대선 이후에도 보수층을 결집해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자구(自救)의 몸부림이다. 한술 더 떠 박 대통령은 3·1절 집회를 하루 앞두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탄핵 반대 맞불을 키워 지지층을 모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작태다.

매주 이어지는 두 집회를 놓고 걱정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걱정할 것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알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반대 세력의 반발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수구세력의 반동과 퇴행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보다 더한 일도 겪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과 외환위기 속에서도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이뤄냈다. 박 대통령 탄핵은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헌법과 정의와 역사와 미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누구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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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7월11일, 미국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던 미국 정치가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대혁명의 와중에서 런던으로 긴급하게 편지 한 통을 쓴다. 수신인은 이후 프랑스대혁명의 정당성을 치밀하게 논증하는 글인 <인권>을 쓰게 되는 토머스 페인이었다. 

제퍼슨은 이 편지에서 국민의회가 지금 “낡은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제 새로운 정부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는데 그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자연적이고 소멸될 수 없는 인간의 권리 선언”을 정초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바로 이 선언이 1789년 8월에 반포된 그 유명한 프랑스인권선언,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이다. 이 선언은 이후 공화국 프랑스의 구성과 운영의 원리를 정초하는 문서로 자리 잡게 된다.

물론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선언만큼 프랑스대혁명의 근본 의미를 명확하게 밝혀놓고 있는 문서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대혁명은 1789년 시작되어 1875년 제3공화국 헌법제정으로 비로소 종결되는 100년의 장기혁명이었다. 그 장기혁명의 근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신념을 국가구성의 원리로 삼았다는 점이다. 프랑스대혁명 이전 인간의 권리는 출생에 따라서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왔다. 

그 혁명은 국가의 출현 이후 수천년을 이어왔던 신분제, 즉 인간의 불평등 위에 구축된 정치질서를 혁파한 혁명, 철옹성과도 같은 기득권을 누려왔던 이들의 완고한 저항을 타도한 혁명이었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은 시민들의 힘을 통해 혁명의 정신과 결과, 곧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국가의 토대에 기입한 공적 문서였다.

2017년 대한민국에 몰아치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맞선 시민들의 촛불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늦가을 시작되어 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촛불항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으로만 그 의미를 축소할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국가체제로서 민주공화국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적어도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4·19혁명,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 2008년 촛불집회를 지나 2017년 광화문 대로를 가득 채운 지금의 촛불항쟁은 바로 1945년 이후 시작된 자유와 평등의 민주공화국 수립을 위한 과정의 분기점들이다. 민주공화국을 향한 우리의 역사 역시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역사적 투쟁의 성과를, 승리의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남겼을까? 우리의 현대사는 아직 인권과 민주적 권리를 시민의 힘으로 공인한 권위 있는 공적 문서를 갖지 못했다. 1960년 4월의 승리도, 1987년 6월의 승리도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권리를 아로새긴 공적 문서를 남기지 못했다. 

매주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외친 집회는 우리 현대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혁명적 사건이다. 지금 우리는 이 나라를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한 장구한 투쟁의 결정적 국면에 서 있다. 이 국면에서 무엇을 남겨야 할까?

지난 18일 2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촛불권리선언을 위한 시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촛불집회 이후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민주적 시민헌장, 혹은 권리선언의 내용을 토론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토론의 과정과 결과가 2017년 촛불시민혁명의 의미와 정신을 제대로 밝히는 시민들 공적 선언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시민의 행동과 실천으로 세우는 민주공화국의 기초를 시민들이 선언하는 공인된 권리선언을 우리도 이제 가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한 승리의 권리선언이 2017년 촛불시민혁명이 남겨야 할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정정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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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열차가 종착역 코앞에서 덜컹거리고 있다. 열차를 막아선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다. 그들은 탄핵사유를 확인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부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특검 등 국가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탄핵을 피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심판 중인 대통령이 또다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막장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탄핵 이전보다 탄핵 이후 발생한 탄핵 사유가 더 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의 변을 보자. “친구 하나 잘못 두신 죄로 그 깨끗한 이름을 잃으시고 탄핵소추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끝까지 의연하게 대통령의 품위를 잃지 않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신 박근혜 대통령께 깊은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김 변호사의 저서 <탄핵을 탄핵한다>의 서문) 현직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국회가 죄 없는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키고 청와대에 가둬놓고 탄핵하려 한다”고 모략하는 그에게서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원로 변호사의 경륜과 자존심은 찾을 길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불출석한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다른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의 기행도 만만찮다. 그는 “촛불집회는 김정은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박 대통령의 부정한 기업 청탁 수용에 대해 “백성의 하소연을 소홀히 말라는 육영수 여사의 유언을 지킨 것”이라는 황당한 지론을 편다. 헌재 재판정에서 태극기를 몸에 감고 퍼포먼스를 하는 그가 한때 “대구·경북지역이 수구로 회귀하면 안된다”고 부르짖던 인권변호사요, 부산지역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에서 소신 판결을 내린 양심판사였다니 믿기 어렵다. 단순히 시간이 그를 비루하게 변모시킨 것이라면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는 누리꾼 댓글에 공감한다. 

이들은 플라톤의 ‘원시적 정의론’을 신봉하는 듯하다. 플라톤은 <국가론>의 첫머리에서 “동지들에게는 선을, 적들에게는 악을 행하는 것이 정의다”라고 썼다. 21세기 원로 엘리트의 윤리 의식이 기원전 40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여당도 국론 분열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언행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출을 넘어 탄핵반대 시민들의 논리와 행동강령으로 거듭난다. 정치적 공황에 빠진 보수층 사이에서 헌재 결정 불복과 내란 선동 발언이 끝없이 재생산되고 내면화·신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이 김평우·서석구로 변모한 결과는 보수 사회의 광범위한 광기화, 파쇼화로 이어진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살인과 테러를 주창하는 섬뜩한 글들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겠다.

일반 시민사회와 소규모 공동체에서도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낭자하다. 학부모 모임 밴드가 몸에 태극기 두른 사진을 올린 엄마 때문에 문을 닫고, 탄핵 찬반 논란 탓에 “고교 동문 카톡방이 디비지는” 사태가 속출한다. 한 보수성향 커뮤니티에는 “태극기 집회에 못 나가게 하는 자식과 관계를 끊었다”는 60대의 글도 올라왔다. 이른바 ‘태극기 부모’와 ‘촛불 자녀’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평우 변호사의 내란 선동 발언을 무작정 내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제 헌재 마지막 변론에서조차 탄핵 사유를 모조리 부인했다. 수많은 증거와 정황들을 반박하는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변론 연장만 주장하는 태도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종료 30초를 남긴 축구 경기를 뚜렷한 이유 없이 30분 더 연장하자고 떼쓰는 식이다. 헌재 판결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어떤 상황이 오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 시국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를 만큼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예방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행복해했다. 법이 작동하고 정의가 통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탄핵심판 결과 승복 선언이 시급하다. 대권주자들에게만 요구할 게 아니다. 과열된 사회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판결 승복을 촉구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 차례다. 박 대통령이 한 번만이라도 법치 수호의 책무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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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온 시민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의견서를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인사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그동안 특검 수사에서 증거와 증언으로 확인된 사실도 모두 부정하며 억지와 궤변만 늘어놓았다. 최후진술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4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보통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시켜 대기업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도록 강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참으로 뻔뻔하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해 진척된 보고를 기다렸다”고 변명한 것은 궤변의 극치다.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비정상 근무’를 한 그가 정상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책임과 비인간적 태도에 다시 한번 몸이 떨린다.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답변만으로도 그가 탄핵당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동안 특검·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헌재 변론 마지막 날 억지 주장을 펼친 노림수는 분명하다. ‘불쌍한 대통령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재를 압박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에 발맞춰 대리인단은 이날도 국회와 특검, 언론, 촛불을 싸잡아 비난하며 막말을 이어나갔다. 국정 농단에 이어 헌재 농단이다. 이제 이런 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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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리인단이 헌재에 박 대통령이 나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리인단도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헌재는 물론 시민과 국회도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헌재 불출석 방침으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다. 떳떳하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헌재 변론은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퇴장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일 열린 17차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켜고 있다. 강윤중 기자

최순실씨 공범으로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눈물로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비난하며 말을 바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대면조사 일정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최씨와 무자격 의료진에게는 무시로 개방한 청와대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 수사진은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았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내일로 끝이다. 연장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정농단의 부역자인 황 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박 대통령과 황 대행 등은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를 구할 곳은 헌재밖에 없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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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6차 변론에서는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수석대변인’이라고 모독하고, 재판관 기피 신청을 내는 막장극을 벌였다. 강 재판관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질문 등을 많이 한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탄핵 위기에 몰렸다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22일 16차 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인들까지 무더기로 신청을 한 장본인은 바로 박 대통령 측이다. 증인들이 나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거짓 가능성이 높은 발언을 하면 재판관이 사실 확인을 위해 물어보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재판관 기피 신청을 각하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재판을 파행으로 이끌고, 최종 선고에서 강 재판관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또 박한철 전임 헌재소장,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억지를 부렸다. 일부 대리인은 신성한 법정에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언하는 등 무례의 극치를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이 헌재 재판관들을 자극해 대리인단 전원 사퇴 명분을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주권자인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보조를 맞추려는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기간 연장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과 알량한 법 지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시민과 국회를 능멸해온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모든 것을 박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다. 묵인·방조 수준을 넘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한두 건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개인비리 의혹 등 그의 혐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 전 수석 비리 규명은 특검 수사의 곁가지가 아닌 본류다. 황 대행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고, 특검은 보강 수사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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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헌재는 3월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단이다. 헌재는 어제 열린 15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고영태씨 녹취파일 증거 채택 등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 여부를 22일 전까지 확정하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재판관이나 국회 소추위원 측이 신문할 수 있고, 박 대통령 출석도 헌재가 정한 날짜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떤 관계인가가 핵심인데 고씨 녹취파일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녹취파일에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무능했고 최씨의 국정농단이 비일비재했다는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그런데도 이를 증거로 채택해 법정에서 공개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끌고 논점을 흐리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도 오는 24일로 정해진 최종변론 일정을 미뤄 선고를 늦추겠다는 불순한 의도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겠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재판관들이나 국회 소추위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49조는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유불리를 떠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최종변론을 3월로 연기해 달라는 등 생떼를 썼다. 자진해서 받겠다고 했던 특검 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국정 공백 장기화로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후로 선고 시점을 늦춤으로써 ‘재판관 7인 체제’를 핑계 삼아 헌재를 무력화할 궁리만 하고 있다. 법정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선고 전에 ‘전원 사퇴’ 같은 꼼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변론은 총 7회에 불과했지만 어제까지 15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신청한 증인도 대부분 받아줬다. 헌재는 선고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정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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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사태의 근원을 대통령제의 제왕적 권력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지방분권형 개헌론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헌법이 지방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하자면 권한이 지방정부에 있어야 하는데, 헌법이 사사건건 지방정부의 권한 행사를 막고 있다. 그래서 자치 관련 제반 세력들은 ‘지방분권개헌’ 기치 아래 단결하여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주민자치권, 자치경찰권 등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치 관련 세력의 지방분권형 개헌 참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치가 왜 중요한지, 중요하다면 교육자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필요한 일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아직 형성하지 못했다. 교육자치란 당연히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교육자치를 튼튼하게 할 분권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육자치는 미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분권이 왜 중요한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앞으로 교육자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 교육분권이 중요할까? 다양성 때문이다. 교육이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그 다양성은 인간이 터전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역의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돕기 힘들다. 지금은 지방정부에 충분한 교육권한이 없다. 결국 교육개혁의 선결조건은 지방분권이다. 비용측면에서도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재정이나 인력 등 비용 측면에서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방분권이 되면 부여된 권한 행사에 익숙해진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 이야기다. 스위스는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스위스 헌법에 학교교육은 지방정부의 권한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정책과 관련해 법률을 제정할 때는 반드시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완전한 지방분권 체제에서는 모든 사무의 처리 권한이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중에서도 기초정부에 그 권한이 있다. 기초단위에서 어떤 업무의 처리가 불가능할 때 위 단계의 정부에 경비를 주고 그 처리를 맡기는 원리가 지방분권체제에 적용된다. 따라서 교과과정, 교원정책, 재정 등 모든 학교 업무가 지방정부의 소관인 것이다. 우리도 교육분권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면 지방정부의 교육사무에 대한 정책 결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이 새롭게 허용한 교육자치 법률을 제·개정하고 폐지하는 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의 집행에서도 주민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의 제도를 통한 주민통제는 필수적이다.

교육자치 실천을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의 답으로는 교육협치제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자치회연합, 교육전문가, 지방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교육행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물론 교육자치 활동에 교육분권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그 내용을 마련하고 관철을 위해 매진하는 일은 훨씬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개헌 정국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대선 전 개헌,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주장이 난무한다. 개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해서야 쓰겠는가. 개헌은 냉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자연스럽게 대폭 축소된다. 오로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할 뿐이다.

이민원 |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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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가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행위가 부정부패나 국가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박 대통령 탄핵 기각 근거로 삼고,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또다시 기각될 경우 이를 탄핵 불가 논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구속 수사 필요성’에 관한 판단이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특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뇌물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삼성 외에 다른 재벌·대기업으로부터도 돈을 챙기고 특혜를 주는 등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 및 인사·정책자료를 유출하고 최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 등을 임명·해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상황 파악 노력을 하지 않고 숙소인 관저에 머물면서 혼자 밥을 먹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국민생명 보호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탄핵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여론조작용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사안 하나하나가 모두 탄핵감이지만 이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제시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등 5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항목은 당시 헌재가 예시를 든 것이다. 언제 헌재가 측근의 국정농단이나 국민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져 낙마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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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은 태극기를 든 노인들로 가득 찼다. 연단에 오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게 탄핵됐고, 국정농단은 조작된 사건이며, 언론이 거짓 선동했다고 되풀이했다. 국정농단이 아니라 ‘고영태와 그 일당의 금품사기 사건’이라고 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사기 피해자라는 것이다. 국회·검찰·언론은 깨부숴야 할 탄핵 3적으로 불렸다. 대형 스피커에서 울리는 ‘탄핵기각’ ‘대한민국 만세’ 구호가 찬바람에 섞여 귓전을 때렸다. ‘계엄령뿐, 군대여 일어나라’는 팻말을 목에 건 노인이 보였다.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앞 유리엔 ‘박사모 대구본부 12호차’ ‘박사모 경기 평택지회’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물어봤다. 왜 나왔느냐고. “촛불세력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 한다” “민주노총, 전교조가 나라를 장악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힘을 보태러 나왔다”고 했다.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속은 게 죄지, 땡전 한 푼 챙긴 게 뭐가 있느냐”고도 했다. 

이들의 심리는 일종의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보인다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했다. 촛불집회를 보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인한 반대 행동이라거나, 경제·사회적으로 배제된 노인들이 마지막 남은 자신들의 시대와 가치까지 말살된다고 느껴 저항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엊그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은 79%, 반대는 15%였다. 콘크리트처럼 완강한 15%다. 이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 다른 세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멀쩡한 사람도 확 달라진다. 정상인에게 내재된 광기(狂氣)는 건강한 상식과 합리적인 이성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광기가 집단화될 때는 마녀사냥, 나치, 문화대혁명, 매카시즘 같은 잔혹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말했다(<정상인의 은밀한 광기> 중).

12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 등이 탄핵무효 등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되고 박근혜가 단상에 올랐다.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을 다 잊어버립시다. 하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몇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이명박·박근혜 양자 대결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선 후 파국을 예견했다. 박근혜는 혼돈과 우려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지지자들의 상심을 달랬다. 사람들은 전율이 느껴졌다고 했다. 지금 15%의 광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뿐이다. 그럴 가능성은 0%다. 10년 전 박근혜는 후일을 도모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의 박근혜는 내일이 없다. 그래서 감동의 연설도, 참회의 이벤트도 필요없다. 박근혜 정부 비서실장, 장차관, 수석, 비서관 18명이 구속됐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이런 나라는 없다. 대통령 자리에서 진작에 물러나야 했지만 박근혜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자백과 증거로 확인된 사실도 “엮였다”고 했다. 잡범들은 일단 도망가고, 잡히면 부정하고, 그래도 안되면 ‘빽’을 쓴다. 도망칠 수도, ‘빽’을 쓸 수도 없는 대통령은 부인(否認)을 택했다.   

박근혜의 전략은 3단계다. 특검 수사는 부인과 모르쇠로 대응한다. 헌법재판소 심리는 최대한 지연시킨다. 목표는 기각이다. 기각 이후 최종 시나리오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3월13일)한 뒤 헌재 재판관 7명 중 2명만 반대하면 기각이다. 자신이 임명한 재판관이 둘 있고, 평생 대구에서만 근무한 향판(鄕判) 출신 재판관도 한 명 있다. 박근혜는 지금 3월13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필요한 것은 탄핵 반대 여론을 키우는 것뿐이다.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구도만 세우면 성공이다. 또 국민 갈라치기다. “태극기를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란 발언은 총동원령의 신호탄이었다. 국정원 댓글도, 세월호 위기도 다 이렇게 넘겼다.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고, 보수는 전통적인 걸 지키자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나라의 틀을 크게 보고 아우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는 빈부격차와 계층 갈등이 커지기 전에 사회보장제도를 최초로 만들었다. 복지의 대명사인 사회안전망은 보수 정치인 영국의 처칠이 만든 제도이다. 책임과 희생과 헌신은 보수의 행동원칙이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훼손한 박근혜와 최순실을 옹호하면서 국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지금 무엇을 지키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태극기에 겹쳐 성조기를 흔들고 펼치는 모습은 더 비루하다. 나라 망신은 대통령 한 명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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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정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이 사회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자주 접하는 단어는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 ‘검열’ 등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그림 ‘더러운 잠’이나 DJ DOC의 ‘수취인 분명’도 비슷한 논란 구조를 가졌다.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검열 아니냐?’는 반응이 그것이다. 이런 논란 구조와 논의 방식은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마치 공존 불가능한 이항대립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는 결론을 요구한다. 여성혐오라는 문제제기를 곧바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다. 여성들의 문제제기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서 그른 것은 삭제해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경계하는 것은 이분법이다. ‘여성혐오 없는 표현의 자유는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자는 제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통령의 성별을 강조한 적은 없다. 하여 성별은 눈에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유독 ‘여성’이 부각된다. ‘역시 여자는 안돼, 이제 100년 동안 여자 대통령은 못 나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놀랍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4대강으로 온 나라를 말아먹었을 때는 ‘역시 남자는 안돼’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농담으로라도 절대로.

최근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자주 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권력자의 무능과 부패의 문제가 너무 쉽게 여성의 문제로 치환된다. 차별적인 편견이나 그릇된 통념에 기댄 비판은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비판하고 해결해야 할 민주주의 문제다. 그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안에 스며 있는 성차별을 성찰하면서 탄핵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민주주의 국가의 변화된 그림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러운 잠’ 작가도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여성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을까? 그것도 창녀로 상징해서’라는 의문은 든다. 동시에 의구심을 갖는다. 새누리당에서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와 사퇴를 요구하며 대응한 방식과 결국은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왜냐하면 두 가지는 가부장적인 편견이라는 같은 맥락 속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을 벗기고, 남성은 아내와 딸인 여성을 벗기는. 그래서 나는 작가가 비판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이분법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이 문제를 조금 더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개인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모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헌법적 가치다. 둘은 공존해야 할 가치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서도 다른 이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우에노 지즈코의 말처럼 ‘젠더질서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 가운데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경계하고 성찰해야 한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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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종전 11차례 실시된 특검과는 달랐다. 특검 및 특검보와 파견검사들은 한 몸이 되어 팀플레이를 했다. 주말과 설 연휴를 반납하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혐의가 있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환했고, 구속사유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증거가 있는 곳은 여지없이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특검이 출범한 이후 구속자는 11명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사이의 뇌물거래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 비선진료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에 연루된 김경숙 전 학장 등 4명을 구속했다. 구속자만 보더라도 박영수 특검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수사성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은 14가지이다. 특검이 이 14가지의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사건도 수사대상이다. 현재 특검은 정해진 수사대상 중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완료했다. 앞으로 수사해야 할 사항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삼성, 현대, SK, CJ 등 재벌로부터 받은 뇌물사건은 첫걸음만 뗀 상태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작성한 업무일지에 나타난 수많은 정치공작 의혹,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의혹,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혹, 청와대가 재벌에 압력을 넣어 극우단체의 관제데모 자금을 마련한 의혹, 비선진료 의혹,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아직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11일 저녁 광화문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특검의 1차 수사기간 70일은 2월28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법에 정한 의혹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군사상 비밀’을 핑계로 방해하고 있다. 대통령은 ‘경내에서’ ‘비공개로’ ‘1회에 한하여’ 대면조사하지 않으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압수수색 승인 여부는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의 권한’이라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두둔하고 있다. 청와대와 황 권한대행이 특검수사를 가로막는 동안 천금 같은 수사기간은 흘러가고 있다. 특검이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려면 수사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

특검법에는 특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기간의 연장은 황 권한대행의 손에 달려있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요청을 묵살한 장본인이다. 그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력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범죄증거를 은폐하는 길을 선택했다.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연장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운명을 피의자 박근혜와 동반자의 길을 선택한 황 권한대행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국회가 나서서 특검법을 개정하여 수사기간을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특검법에는 또 다른 허점이 있다. 검찰은 최순실을 대기업이 미르재단 등에 돈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를 뇌물수수죄가 아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했다. 반면 특검은 이를 뇌물수수죄로 기소하려고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의 공소장변경권과 공소유지 권한을 특검이 가질 것인지, 검찰이 가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특검법은 이에 대해 명확히 정해놓지 않고 있다. 특검법을 개정하여 모든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권한을 특검이 갖도록 하여 재판의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는 수십년 동안의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첫걸음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특검법을 개정하여 특검이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재화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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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제는 일정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특검 조사를 거부하더니 어제는 ‘국정 공백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원인이고, 특검을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는 법인데 이제 주권자와 전면전을 선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5000만명이 시위를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던 김종필 전 총리의 예언이 불행하게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자기들(국회)이 탄핵을 해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국정 마비를 일으켰다. 제대로 된 증거와 확실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야당이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탄핵부터 감행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혼란이 박 대통령의 비리와 헌법 위반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지금도 절대 다수의 시민이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바라고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서 양측 대리인의 출석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변호사는 “탄핵을 위한 자료 수집 의미를 갖는 특검을 야당이 통과시킨 것이라 처음부터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반헌법적·반민주적 발상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왜곡했다. 특검 수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박 대통령이 자청한 일이다. 특검법안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다수가 지지해 7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

박 대통령은 탄핵 결정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손 변호사는 탄핵심판에 참여 중인 대통령 대리인단 전원 사퇴와 대통령의 최후 변론 출석에 관해 “배제할 이유가 없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종국으로 치닫고 있는 탄핵심판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어제 열린 12차 변론에서 헌재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 측의 불필요한 증인 신문을 적극 제지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 의지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이상 법을 바꿔서라도 특검 수사 기간은 연장돼야 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주권자에 도전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세력들을 응징하고, 헌재는 박한철 전 소장이 밝힌 대로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3월13일) 전 선고가 이뤄지도록 재판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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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적 양심을 걸고 이번 경제성 분석 결과를 확신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이 기준점인 1을 넘는다고 설명하던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이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같은 분석에서 1을 밑돌던 사업이 단번에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둔갑했다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 끝에 나온 답이었다. 한반도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MB 정부 출범에 토건관료들은 경인운하를 다시 들고 나왔고,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국책연구기관들을 압박했다. 이전에도 정부는 B/C 결과가 1에 못미치자, 평가항목을 수정해 재분석을 요구했고, 그래도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용역비 지급을 미루기까지 했다. ‘학자적 양심’과 불도저 같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2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그 결과는 4대강 사업의 ‘녹조라떼’만큼이나 허탈한 상황이다.

정부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는 이유는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의사 결정에도 전문가의 의견은 필수적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제적 측면에서 시민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음으로써 정보취득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앤서니 다운스는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에서 “합리적 시민들은 전문가의 의견에 필적한 만한 의견을 스스로 생산할 때 드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전문가의 일반적 의견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전문가 의견마저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한편으론(on the one hand) 어떻고, 다른 한편으론(on the other hand) 어떻다라는 백악관 안팎의 경제학자들에게 “외팔이(one-handed) 경제학자를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비꼬기도 했다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반대다. 너무나 완고해서 논리를 통한 설득보다는 상대방 의견을 ‘순진한 생각’, ‘얼치기 수준’으로 무시하기 일쑤다.

더 씁쓸한 것은 전문가로서 쌓은 명성과 지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등장하는 주요 인사들이 그렇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를 지내다 2005년부터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했다. “해외출장을 가도 대통령 전용기만 타고 다녀서 면세점 갈 시간이 없다”며 명품가방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쓴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미르재단과 보수단체에 필요한 돈을 수금하는 데 앞장섰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역시 완고한 시장우선주의자였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전경련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학자 출신이다. 대통령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얘기하던 달변가이기도 했지만 지금 보면 누구보다 반(反)시장적이었고, 권력을 좇는 ‘예스맨’에 불과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역시 교수 출신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들은 ‘영혼 없는 공무원들’과 함께 헌법을 유린했다. 정유라 부정 입학과 학사 특혜 혐의 등으로 남궁곤·류철균 등 이화여대 교수들도 구속됐다.

시민이 전문가의 의견에 의지하다가는 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관계처럼 ‘대리인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고 신영복 선생은 지식인에 대해 “지남철의 여윈 바늘 끝처럼 불안하게 전율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라며 떨림이 없이 어느 한쪽에 고정되면 나침반이 아니라고 했다. ‘조기 대선’ 분위기에 전문가들이 캠프에 몰려들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신념과 그 신념을 펼치기 위한 자리 구하기가 아니라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떨림’이어야 할 것이다.

산업부 |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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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박근혜 체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꼭짓점에 두고 수백만 공직자가 연계된 위계적 피라미드 형태의 이 체제는 놀랍게도 아직 가동 중이다. 청와대가 법원의 영장을 받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검을 거부한 청와대가 택배차량 출입을 버젓이 허용하고, 수석 및 장관들과 독대하지 않는 대통령이 말 중개상을 단독 접견한 것은 이 체제가 연출한 부조리극의 실체다. 이들이 시민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와대를 낙동강 전선 삼아 농성하고 있는 것도 이 체제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고위공직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야만적인 반이민 행정명령을 막은 것은 신선해 보인다.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행정명령 변호 거부로, 시애틀 연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행정명령 효력 중단 선고로 미국 공직사회의 건강성을 입증했다. 예이츠 장관 대행은 “대통령이 위법적인 일을 지시하면 ‘노’(NO)라고 말하겠다”던 청문회 때 약속을 지켰다.

임기 초반 대통령의 서슬 퍼런 권력에 맞서 단호하게 노라고 외치는 미국의 공직자들은 한국에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정권에 충성하지 않고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공직자들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최순실 사태는 한국의 공직자들이 노라고 외치지 못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외도 있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 지시를 거부했다가 퇴출됐고, 노태강·진재수 전 문체부 국·과장은 최씨 딸에게 불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좌천당했다. 최씨가 150억원의 예산을 전횡하려던 사업 추진을 몸을 던져 막은 정준희 문체부 서기관도 희망의 빛을 던진다. 문체부 공무원들은 블랙리스트 증거자료를 없애라는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특검에 제출했다. 한국 공무원들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이들은 직을 걸고 증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는 도중에 무산되지 않고 실행됐다. 공직자 개인 차원의 문제 제기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제도화되지 않은 저항이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효율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국정 전반에 걸친 농단이 가능했던 이유다.

어느 조직에서건 노라고 말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데 따른 당사자의 불안감을 떨쳐낸다 해도 안정을 추구하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다툼을 피할 수 없다. 애초 누군가가 자신의 질서를 상대방에 관철시키려고 하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관가에는 권력에 줄을 대 출세를 꾀하는 영혼없는 공무원들로 넘쳐난다. 권력자 주변을 맴돌며 권력 남용 도구 역할에만 골몰하는 그들로 인해 양심과 사명감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은 우대받지 못하고 조직에서 밀려나고 있다. “시키는 대로 하라. 아니면 문체부를 떠나라”고 윽박지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논리나 이성을 관장하는 ‘인간의 뇌’ 대신 생존 및 본능과 관련된 ‘파충류의 뇌’를 활용한다고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공무원들에게 소신과 정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먼저 할 일이 있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안된다.

‘이유 있는 항명’의 조직 문화는 제도에서 나온다. 미국 공직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인사권 남용이나 부당한 행사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연방인사처 산하 ‘실적제도보호위원회’나 ‘특별검찰관’이 그것이다. 한국에도 법적으로는 부당하거나 위법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징계하거나 해임할 경우 공직자가 소청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심증만 있지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구제받는 경우가 드물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문화기본법’ 제정 움직임이 있지만 이는 문체부 공무원만 대상으로 한다. 전체 공무원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행정부 및 정치권이 실효적 운영을 담보해야 기대와 현실의 조화가 가능해진다.

공직사회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견제도 필요하다. 무관심이야말로 국정농단을 용인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똑똑히 보여줬다. 문제 제기를 격려하고 보호하는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빠져서는 안된다. 사회 스스로 정의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공무원들의 맹성만 촉구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민의) 책임”이라는 조지 오웰의 경구가 더욱 와닿는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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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이 다시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돼 심지어는 북한군 투입설까지 공공연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1980년 5월의 진실이 하나둘씩 미국의 비밀문서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시민들을 향한 헬리콥터에서의 기총소사가 사실로 밝혀졌다.

1980년 5월에서 1987년 6월항쟁으로, 그리고 비록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역사도 5월의 희생 위에서 맺어진 열매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극도로 어수선한 시국에서 5월의 민주주의와 역사성을 키우고 발전시켜야 할 5·18기념재단이 정작 5월의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평화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5·18기념재단을 둘러싼 문제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곪아오던 고질적인 내부 문제들이 터져서 오늘날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미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재단은 오래전부터 내부 감사보고서에서조차 연고주의와 가족주의, 낡은 타성과 관행을 수차례 지적받아 왔다. 재단의 공식 기구가 이 같은 비판을 반복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직원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재단의 비리를 감추려는 시도를 해왔다. 심지어 광주시의 감사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5·18기념재단은 전혀 반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의 5·18기념재단은 스스로 자정할 능력마저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5월은 명예가 아니라 멍에이고, 이권이 아니라 채무이자 희생이고 봉사’라는 1994년 창립선언문이 무색할 정도이다.

시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란하게 서겠다는 다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성금으로 창립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5·18기념재단은 소수의 인사들에 의해 사유화되는 바람에 시대의 아픔과 만나는 광장이 되지 못하고, 깨어 있는 시민들의 든든한 동지가 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 스스로 특권의 밀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단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내부 규정까지 바꾼 것으로 드러났고, 기증물품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그런가 하면 재단에 파견된 공무원의 수당 부당 지급,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 등으로 얼룩졌다.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지만 5·18기념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재단이 무력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원인은 재단 이사 구성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특정 단체가 추천하는 이사가 과다하게 선임되고, 그로 인해 이사회가 민주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로 돼 버린 것이 오늘날 5·18기념재단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것은 기득권과 특권 지키기에만 집착하는 이사회의 개편과 외부의 비판을 수용하는 시스템의 확립이다. 고인 물은 썩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견제와 비판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사회에 과감하게 조직을 개방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동안 5월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된 ‘그들만의 5월’ ‘기득권화된 5월’이라는 비아냥과 냉혹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뼈를 깎는 각성과 고민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5·18기념재단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재단이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단 측이 무슨 대안을 내놓든 시민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풀어가는 모습을 통해 쇄신하지 않으면 5·18기념재단의 미래는 없다.

정영일 |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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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거짓말을 감추려면 다른 거짓말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악순환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를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낸 ‘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의견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고 그녀가 여러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음”이라고 적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이 최씨에게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40년 지기인 최씨를 작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한 세부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등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캐릭터(박근혜 2016년 12월 21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기밀 유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부하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탓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어서 참고하라고 한 것”이라며 “연설문, 말씀 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들을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서를 전달한 것은 박 대통령 지시였다고 이미 검찰에서 자백하고 법정에서도 진술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박 대통령은 언론 취재와 특검·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와 극우 성향 언론인과의 인터뷰 등에서는 “완전히 엮은 것”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 내용도 지키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거부했고, 최근에는 청와대 압수수색 불가 방침으로 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파렴치 행태는 끝이 없다. 특검이 어제 수사 기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오는 28일까지인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한 달간 연장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거짓 증언과 수사 방해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특검은 수사 강도를 더욱 높여 박 대통령의 증거 은폐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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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와 특검 수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애먼 시민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설인 지난 28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박사모’ 회원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했다. 조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용하는 손태극기 2개를 든 채 몸을 던졌고,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모 활동 때문에 가족과 불화가 있었다. 유족을 상대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7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는 한 스님이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죽음은 박 대통령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조씨의 투신에는 설 직전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허위 내용으로 극우 언론인과 인터뷰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박사모의 탄핵 반대 집회를 ‘태극기 집회’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국가 수호와 연계하는 극단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국가와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국가와 주권자인 시민을 연결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 박근혜 정부가 중도에 해체되더라도 주권자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세우면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박 대통령이 궤변으로 혹세무민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나라는 더욱 엉망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임계치에 이르렀다. 설 연휴 모처럼 일가 친척이 모인 자리의 대화 주제도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와 나라 걱정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는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수구 보수층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해보려는 꼼수에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등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헌재는 탄핵 결정을 앞당겨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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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부 누리꾼들이 걸그룹 멤버 수지(배수지)의 화보집 속 사진 몇 장에서 매춘과 로리타 콘셉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늘 그렇듯 당사자의 입장은 알 길 없고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을 한다는 둥 으름장이다. ‘뭘 새삼스럽게…’ 하고 관심을 거두다가, 문득 그 화보집의 제목에 눈이 갔다. <하루라도 젊을 때>. 그러고 보니 ‘하루라도 젊을 때’(‘한 살’도 아니고 ‘하루’다)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실용주의적 처세의 논리가 일상의 정치를 장악한 결과일 것이다. 어쨌거나 자존심 따위는 내버린 듯한 그 화보집의 제목은 문제가 된 화보 이미지들과는 별개로 보는 이에게 민망함을 안겨주었다.

2002년 어느 신용카드 회사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었다. 신용카드를 내밀며 부자 되라고 덕담을 건네는 부조리도 문제였거니와, ‘빈락(貧樂)’을 논하던 전통적 삶의 품위와 자존심이 상실되는 징후로 보였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부자 되세요’ 정도의 말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부자로 살기 위해 ‘노오력’하면서 자존심 따위는 접어두는 것이 오늘날 ‘헬조선’의 풍경이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출연한 화보

총체적으로 자존심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반영일까? 최근 들어 ‘자존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자존감을 다루는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높은 자존감’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구호가 유행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식당에서 난동을 부리는 꼬마를 주변 손님이 타이르면 오히려 그 손님에게 “아이 기죽이지 말라”고 득달같이 따지던 부모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높은 자존감을 가지며 자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일에 무능한 이들이 자기에 대한 존중에 유능할 리 없다. “아이 기죽이지 말라”며 생떼를 부리던 부모들은 정작 ‘기죽어 살았던’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군사독재 시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던 교육 현장의 무자비한 폭력들. 힘센 자들의 폭력에 길들여져 자존감이 결핍된 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자존감이란 겨우 그 비합리적 권력자를 모델로 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뻔뻔스러워지는 것,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높은 자존감은 사실상 자존감의 결핍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자존감에 전제되는 도덕 감정이 여기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그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의 ‘자괴감’이라는 단어조차 ‘후회’나 ‘억울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썼다.

박 대통령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까? 어린 시절부터 청와대에서 공주 대접을 받으며 자라 왔으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박정희의 폭력적 권력 남용을 자존감의 모델로 삼고 있었다. 그렇게 왜곡 형성된 자의식으로부터 성찰과 부끄러움을 아는 진정한 자존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충격적인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지 3개월이 되도록 스스로 책임지고 나서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눈을 돌려보면, 어떤 부당한 지시에도 순응하는 공무원들, 소속사에 대한 순종과 복종을 당연시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이 시대 젊은이와 청소년들에게 성공의 표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섬뜩하기까지 한 일이다. 한국인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존감을 지키는 삶이란 어떤 방식의 개인적 삶을 택하는가에 달려 있기보다는 이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바꾸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저 촛불의 광장에 기대를 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장에 봄이 찾아올 무렵 한국인의 잃어버린 자존감도 다시 꽃필 수 있으리라는.

최유준 전남대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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