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해당되는 글 319건

  1. 2017.01.26 [사설]‘3월 중 탄핵 결정’ 박한철 소장 발언 당연하다
  2. 2017.01.25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부실’ 해명해야
  3. 2017.01.25 [시론]박근혜 이후 한국은 달라질 수 있을까
  4. 2017.01.25 [사설]언제까지 정치공학인가, 이젠 정책 논쟁 하자
  5. 2017.01.25 [사설]극우단체 뒷돈 대서 여론조작·민의왜곡 했다니
  6. 2017.01.24 [기고]대통령의 ‘말’은 공적 재산이다
  7. 2017.01.24 [박래용 칼럼]2016 대한민국 ‘무좀 리스트’
  8. 2017.01.24 [사설]지연책 쓰는 박근혜, ‘빠른 탄핵’이 필요하다
  9. 2017.01.24 [사설]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과, 그 희극과 비극
  10. 2017.01.23 [정동칼럼]헌재의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11. 2017.01.23 [사설]김기춘·조윤선의 반헌법 범죄, 이젠 몸통을 밝혀라
  12. 2017.01.20 [정동칼럼]비합리적 상황, 비논리적 언어
  13. 2017.01.20 [사설]청년희망펀드는 제2의 미르재단이었나
  14. 2017.01.20 [사설]세월호 공격 관제데모 조종한 조윤선의 패륜
  15. 2017.01.20 [사설]납득할 수 없는 이재용 영장 기각
  16. 2017.01.19 [여적]대통령의 독서목록
  17. 2017.01.19 [기고]반기문과 자크 들로르의 평행이론
  18. 2017.01.18 [사설]‘블랙리스트’로 꼬리 밟힌 김기춘·조윤선 엄벌해야
  19. 2017.01.17 [기고]올바른 ‘불행 사용법’ 몰랐던 류철균
  20. 2017.01.17 [조호연 칼럼]박근혜 리스크, 트럼프 리스크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오는 3월13일 전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이 이달 말 물러나고,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 예정이므로 그 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후임 소장과 재판관을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소장이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본다. 박 소장 발언으로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도 예측이 가능해졌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 또는 각하하면 박 대통령은 바로 그 순간 직무에 복귀하고 대선은 기존대로 12월에 치러지게 된다. 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따라 늦어도 5월 초순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은 ‘3월13일 전 결론’에 반발하고 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측은 박 소장 발언이 국회 권성동 소추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3월 선고’와 유사하다며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가 국회와 짜고 3월 결론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인데, 헌재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증인 신청 등 각종 절차에서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은 박 대통령 측에 유리했으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 측은 “중대 결심” 운운하며 대리인단 전원 사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 지연을 위한 꼼수 가능성이 농후하다. 탄핵심판은 당사자들이 반드시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대리인단이 모두 사퇴하면 새로운 대리인단 선임까지 시간이 걸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소장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말이 안된다.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 특히나 법무장관 등을 지낸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묵인·방조해 현재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재판장을 임명하겠다는 셈인데 어디 이게 가당한 일인가.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노력하면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권자인 시민 입장에서는 ‘3월 결론’도 늦은 감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이 협조했다면 박 소장 퇴임 전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여한 상태에서 결론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음모를 분쇄하고, 국정 혼란과 헌정 중단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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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운하 건설을 공약했다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한발 물러서 22조원의 국고를 들여 4대강 보 공사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영산강에 2개, 금강에 3개, 한강에 3개, 낙동강에 8개 등 모두 16개의 보 공사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는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 설치로 주변 농지면적이 축소되고 농토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심각한 녹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한 보 유지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보 건설이 필요했다면 필요한 지점에 시범적으로 몇 군데 설치해 보고, 그 경험을 기초로 해서 다른 보 공사를 연차적으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16개의 보 공사를 한꺼번에 강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 보 공사가 부실공사가 됐는지 해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칠곡보에 균열이 생긴 것은 보 기초 시공을 암반에 하지 않고 모래 위에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보도됐다. 다른 보에서도 이러한 공사 후유증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6년 8월 경북 고령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위로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이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남긴 4대강 사업의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임기 말에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국토개발 사업은 먼 앞날을 내다보며 생태계와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4대강 16개의 보도 더 이상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미리 대비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4대강 보 공사가 처음 의도대로 물 부족을 해소하고 가뭄과 홍수를 막아 물을 다목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대선후보들이 4대강 보 후속 조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정기연 | 전 영암 신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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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민주화는 대통령을 시민이 직접 뽑는 변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그 밖의 많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뒤 권위주의적 생산체제에 맞선 노동운동의 도전도 있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는 ‘박정희 시대의 발전모델’, 즉 정부가 재벌과 동맹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체제가 여전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압도했음을 의미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현이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전개된 것은 흥미롭다. 대안세력의 성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의도하지 않은 행위’의 결과로 구체제의 재생산이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터진 2016 촛불집회가 대통령 개인의 거취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사회 발전모델의 변화를 요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대안을 누가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외환위기 사태를 전환점으로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 모델’이 강화되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일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지금의 야당들이 어떤 대안적 발전모델을 모색하고 구체화했는지에 대한 것인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간 야당들이 사회경제적인 사안들에 대해 개혁적 언사를 앞세웠다고 해도, 크게 보아 온정주의 이상은 아니었다. 적어도 온정주의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간 진보나 보수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여야를 포함해 언론과 지식인들이 말했던 공적 언어들이 모두 진짜였다면, 한국 사회는 벌써 이상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모두가 비정규직을 걱정하고, 청년 문제의 해결을 말하며, 사회 통합과 약자 보호를 강조하고, 성장만큼이나 공정한 분배를 강조했는데 현실은 왜 좋아지지 않았을까?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이후 체제’를 만들자 하면서 개혁 과제를 나열하고 구호화하는 것만으로 과연 다른 세상이 가능해질까.

이와 관련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사회를 좀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힘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의 양대 생산자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노동과 자본이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초 위에서만이, 노동의 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에 대한 헌신’이 발휘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당들이 뚜렷한 이념적, 계층적 차이 위에서 공익의 방향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종류가 다른 정당들’이 민주정치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정당들이 그런 실체적 차이를 가져야 진짜 내용을 두고 다투며, 또 그런 진짜 차이로 인해 정치적 타협과 조정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가 ‘정도의 문제’에 그치면 다툼은 내용 없이 격렬해질 뿐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종류의 차이’를 두고 다투면 나눌 수 있는 편익을 교환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회경제적으로는 노사가, 정치적으로는 정당들이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두고 다툰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기초 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 좀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민주주의가 훨씬 더 평화롭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은 말해준다.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곧 다가올 20대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은 ‘박근혜 체제 극복론’을 외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당 체계나 노사관계의 조건 위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솔직히 상상이 안된다. 정치세력들의 정체성이 친박·반박·친문·반문으로 구분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에 대한 반감으로 정당들이 설명된다는 것은 누가 대통령 권력을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차이만 있을 뿐, 실체적으로는 별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따라서 누군가 무작정 박근혜 이후 체제를 말한다면 그는 지금 상황을 그저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보다는 ‘종류가 다른 정당들이 경쟁하는 동시에 타협할 수 있는 정치의 토대’를 만들고, 나아가 ‘좀 더 대등한 노사관계 위에서 생산의 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음을 말하는 사람이 진짜 박근혜 이후 체제를 준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노사관계와 정당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정치세력이 다음 정부를 이끌어야 변화는 가능하다.

박상훈 | 정치발전소 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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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앞선 주자는 대세론을 주장하고, 후발 주자들은 ‘제3지대’ 연합이니 야권 공동경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젊은 후보들은 세대교체와 정책 중심의 경쟁을 외치지만 정국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슈퍼우먼방지법’ 공약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육아휴직 3년 보장법’,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정책 등도 이목은 끌었지만 의제로 떠오르진 못했다. 오히려 유력한 대선주자들일수록 특정 지역에 한정된 약속들만 내놓고 있다. 현안에 대한 해법이나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정책 제안보다는 유리한 경쟁 구도 만들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혜화동의 한 소극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대선은 정당과 후보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해 대결하는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 공약의 기조는 당면한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재벌과 검찰, 언론 개혁 등 과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급선무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와 교육 정상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에서 치러진다.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시민들의 요구도 대통령이나 집권 정당을 바꾸자는 수준을 넘어섰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넘어설 대안을 구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좋은 정권 교체’를 위한 집권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후보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촉박한 대선 일정으로 정책 검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특정 후보가 정책 토론을 회피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대로라면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이 뭔지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한 채 기표소에 들어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당선된 대통령은 인수위원회에서 정책을 조율할 틈도 없이 곧바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공약과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지 못하면 또다시 실패한 정권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졸속으로 만들어 낸 공약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그 길을 피하기 어렵다. 공약 없이 이미지로 선택받겠다는 것처럼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은 없다. 후보들 간 활발한 정책 경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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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벌인 ‘관제 데모’ 실상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금을 대고, 극우단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이런 식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전경련은 극우단체에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단체를 키운 것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이 2014년 6월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극우단체의 패륜에 시민들이 충격을 받고 의아해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린 것이다.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극우단체 대표들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적극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이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왼쪽)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뒤 18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조윤선 장관도 2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전 6시께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청와대 지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를 벌인 정황도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의 관제 데모를 지시한 사람은 허현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하반기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어달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허 행정관은 전경련을 통해 극우단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참가자 1인당 2만원씩 줘 관제 데모를 열게 한 배후자로도 지목받고 있다.

권력과 돈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한 관제 데모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도 김 전 실장 등과 청와대가 조종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런데도 김수남 총장 체제의 검찰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대고 청와대가 시위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지난해 4월부터 수사하고 있지만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동생이 김 총장 부속실에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관제 데모 의혹 역시 특검이 풀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전경련, 극우단체 간 유착 관계를 밝히고,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도 파헤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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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대통령기록의 중요성을 최순실 사태가 증명해주고 있다. 대통령기록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이자 방향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동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설픈 말솜씨에도 발언하는 순간 국가 예산이라는 노다지가 쏟아진다는 것을 최순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집요하리만큼 국가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최순실과 예산도둑들’에는 놀라운 장면들이 나온다. 최순실이 써준 대통령 연설문을 박근혜 대통령이 대독하면, 관련 부처들은 연설문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최순실이 좋아했던 평창 올림픽,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언급할 때마다 관련 부처는 바빠졌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는 87번, 미래창조과학부가 90번이나 대통령 관심 예산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이런 과정으로 반영된 최순실 예산은 지난 3년간 1조4000억원이다. 이것이 대통령 연설문의 힘이다.

이런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정보공개 요청을 유독 불편해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청와대에 외교사절들이 선물한 대통령선물목록을 정보공개청구 하였으나, 누가 어떤 선물을 언제 줬는지 알 수 없도록 기존 정보를 재가공해 공개했다. 위 정보는 이명박 정부마저도 일목요연하게 공개한 자료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대통령 선물이 최순실 집에 전시되어 있었다. 대통령 선물이라는 공적자산도 개인적으로 챙기는 저 집요함과 꼼꼼함을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렇듯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기록, 공공기록, 정보공개정책은 끝도 모르게 무너졌다. 시민에게는 닫힌 정부, 최순실에게는 활짝 열린 정부였다. 그러면 위와 같은 사태들은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할까? 벚꽃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고, 차기정권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임기를 시작해야 하기에 각 캠프는 지금부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기록 생산에 대해 강력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근무 중에 언급한 모든 발언내용은 녹음 및 속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이는 대면지시, 전화통화, e메일 등을 모두 다 포함해야 한다.

참여정부 이지원 시스템 복원, 미국의 e메일 공공기록 관리정책, 백악관 녹음 시스템 등을 참고해 차기 정부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일정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을 했다. 매우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다음으로 청와대 및 정부의 기록·정보공개정책을 전담하는 기구 신설이 시급하다. 정보는 매우 미묘해, 공개만 고집하다 보면 국가비밀, 개인정보 등이 노출되고 비공개 정책을 유지하면 각종 비리와 부패가 발생한다. 현재 국가차원에서 정보공개기준을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기관이 없어, 부처별로 정보공개 편차가 심각하다. 이런 것들이 쌓여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다행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정보공개심의회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왔고 관련 예산을 투입해 각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는 서울시 정책을 반영해 국가기록정보위원회를 신설하고 정보·기록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국가기밀 및 대통령기록을 최순실에게 지속적으로 유출·은닉했다. 그런데 검찰은 대통령기록물법 및 공공기록물법 위반으로 위 두 사람을 기소하지 못했다.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향후 대통령기록물법, 공공기록물법, 정보공개법 등을 개편해 국가기록 및 정보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유출할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통령기록 및 국가정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적재산이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세력은 공적재산인 정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왔다. 이번 사태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록시스템의 허점이 빚어낸 참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현 사태에 대한 분노를 넘어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개조에 나서야 할 때이다.

전진한 | 바꿈 상임이사·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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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이 명부(冥府)다. 저승이란 곳이다. 저승엔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이 있다고 한다. 염라대왕은 그중 다섯 번째에 앉아 있다. 염라대왕 앞에는 아홉 면의 업경(業鏡)이 있다. 하나하나의 거울에 한평생 지었던 죄업이 차례로 떠오른다.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다. 일종의 CCTV다. 꼼짝 마라다.

이승엔 그런 거울이 없다. 그러니 마음 놓고 ‘모른다’고 발뺌할 수 있다. 김기춘은 1975년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시절 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총지휘했다. 당시 한국에 있던 재일동포 유학생이 대략 200~300명이었다는데 이 중 10%가량이 간첩으로 몰렸다. 혹독한 구타와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 피해자들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기춘은 그때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춘에겐 기억도 나지 않는 하찮은 사건으로 학생들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수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반성도 사죄도 없었다. 단죄도 없었다.

김기춘이 마침내 구속됐다. 생애 첫 수감이다. 김기춘은 정부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다 끊으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1만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는 40년 전에 “공산주의자들은 무좀과 비슷하다. 약을 바르면 잠시 들어갔다가 약을 바르지 않으면 또 재발한다”고 했다. 1975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602달러였다. 지금은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때에 비하면 소득뿐 아니라 삶의 질과 다양성, 지적 수준, 정보는 50배, 100배 이상 높아졌다. 김기춘의 시계는 40년 전에 멈춰 서 있다. ‘무좀 리스트’를 만들었던 그 사고 그 수준으로 지금 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이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 시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영화배우 송강호·김혜수·하지원, 영화감독 박찬욱 등이 들어 있다. 김기춘에겐 모두 무좀 같은 존재들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1일 새벽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연합뉴스

194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작가인 돌턴 트럼보는 미국에서 무좀 취급을 받았다. 당시 미국은 좌파 성향의 극작가·감독·배우의 활동을 막기 위해 ‘할리우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매카시즘 광풍 이후엔 그 숫자가 더욱 불어나 많은 영화인들이 공산주의자 혹은 동조자로 몰렸다. 미 의회 청문회의 추궁에 트럼보는 “네, 아니요로만 대답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노예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를 위해 트럼보는 11개의 가명으로 작품을 썼다. 가명으로 쓴 ‘로마의 휴일’(1953), ‘브레이브 원’(1956)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식에도 나타날 수 없었다. 트럼보는 훗날 ‘악마의 시절’이라고 그때를 회고했다.

김기춘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악마의 시대를 재현했다. 2014년 6월14일 김영한 민정수석 부임 첫날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공직·민간·언론을 불문하고 독버섯처럼 자랐다’ ‘정권에 대한 도전은 두려움을 갖도록 사정활동을 강화하라’고 했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으니 위태로운 자, 인간 쓰레기를 솎아내는 일을 점진적으로 추진토록 하라’고도 했다. 김기춘은 네, 아니요로만 대답하기를 강요했다. 아니요라고 하는 사람은 무좀으로, 독버섯으로, 인간 쓰레기로 취급하라고 그는 명령했다.

대한민국 어두운 역사, 부끄러운 과거마다 김기춘 이름 석자가 빠지지 않았다. 부산 초원복집 지역감정 발언은 도청 사건으로 뒤집었다. 김기설 분신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으로 돌려놓았다. 세월호 참사는 유병언 잡기와 유족들에 대한 공격으로, 정윤회 문건은 지라시 유출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국기문란으로 몰아 상황을 반전시켰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태블릿 PC 출처 시비로 또다시 국면을 바꾸려 했다. 위기 때마다 본질을 덮고 “불이야” “강도야”라고 외친 사람을 잡아 가뒀다. 그는 법비(法匪), 법을 악용한 도적이라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말했다.

법비는 48년간 이 나라를 활개치고 군림했다. 그건 누군가의 용인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수언론은 그에게 ‘미스터 법질서’란 애칭을 붙여줬다. 거제 주민들은 3선 국회의원을 만들어줬다. 박근혜는 그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불러들였다. 부끄럽다. 이 나라는 친일도, 유신 잔재도, 군사독재도 제대로 청산해본 적이 없다. 대청소를 할라치면 미래로 가야지 과거를 들쑤셔서 어쩌자는 거냐고 덤벼든다. 그 결과가 김기춘이란 괴물을 만들었다. 온 나라에 제2의 김기춘이 즐비하다. 정의도 아니다.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는 말은 저승의 법정 몫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이승의 법정에서도 정의는 행해져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서도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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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자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훼방을 놓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특검 관계자’를 고소했다. 자중해야 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고소해 처벌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순실씨도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특검의 소환 통보를 6차례나 거부해 수감 중인 최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와 나랏빚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 국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 바깥도 어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가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헌재가 일단 내달 1일 김 전 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등을 심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론은 8명의 재판관이 내리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한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8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조건이 변해 박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걸 노렸을 것이다. 헌재는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술책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선고 일정 등을 가능한 한 일찍 알려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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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인 송수근 제1차관과 문체부 간부들이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에 이어 조윤선 장관까지 줄줄이 구속되자 부처 차원에서 참회하고 자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송 차관은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검사가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도 감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참회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체부를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챙기는 도구로 마음껏 주물렀다. 자질이 없는 사람들을 장차관으로 기용해 사기업도 못할 일을 서슴없이 시켰다. 문체부는 정상적인 국가 조직이 아니었다. 유진룡 전 장관이 두 차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의 부당성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공허한 저항에 그쳤다. 오히려 정유라씨의 승마 대표선수 선발이나 1급 공직자 집단 사직 강요 논란이 보도됐을 때 문체부는 의혹을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편법 설립도 문체부 간부와 직원들이 충실히 해냈다. 법령과 절차에 따라야 할 관료조직이 스스로 규범을 어긴 것이다. 강요당했다고 피해자로 자처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유 전 장관은 어제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도했으며, “헌법 정신을 훼손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리스트 작성 지시를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제소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운영은) 문화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로,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명한 사람들은 나몰라라 하는데 문체부는 분명히 지시를 받았다며 사죄하는 희극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나서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황 대행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문체부를 대표해 사죄한 차관은 언제 블랙리스트 사건 피의자가 될지 모르는 처지다. 1만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묶어 탄압한 국제사회의 수치를 수습하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들이 권력자의 불법적 지시에 복종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부의 지시를 영혼 없이 따르기만 하다 사후에 참회하라고 공직을 맡긴 게 아니다. 공직사회 전체가 단단히 교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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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 결정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언론에 의해 잠깐 동안 제기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이번의 영장 기각결정은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에 별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본다. 심지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그것이 이 부회장에 대한 무죄판결로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원활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를 구속해 신병을 확보해둘 필요성이 있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이다. 따라서 법원의 영장기각은 현재 상황에서 특검 수사를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영장 기각결정이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이렇게 미미할진대, 제3자인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될지, 이 혐의에서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은 특검의 기소 이후 법원의 재판을 통해 결정될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에는 무려 13가지에 이르는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소추사유들이 적시돼 있다. 그중의 하나가 형법상 뇌물죄 위반일 뿐이다. 설령 뇌물죄 부분에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없다고 헌재가 판단을 내리더라도 다른 12개의 탄핵소추 사유들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혐의가 입증되면 헌재는 바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굵은 눈발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앉아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러면 이번의 영장기각 결정이 탄핵심판의 속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탄핵심판의 결론에 영향이 없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속도에도 영향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탄핵심판 공개변론 과정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계속해서 지연 전략을 쓰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초기 첫 답변서에서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연루자들의 법원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며 대통령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 한 이래로, 여러 쟁점들에서 형사재판에나 적용되는 법리를 헌법재판의 하나인 탄핵심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안종범 전 수석이 작성한 수첩 중 11개가 수첩을 돌려주겠다는 검찰의 약속을 믿고 제출된 것인데 검찰이 이를 돌려주지 않고 압수영장을 청구해 확보한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대법원 판례상의 독수독과원칙에 따라 위법수집 증거를 이용해 이루어진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을 담은 신문조서 등도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사유 중 하나인 대통령의 권한남용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그것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용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법리를 들어 증거 채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심리를 지연시키려 한 것이다. 다행히 헌재는 이에 대해 불법한 압수인지 아닌지는 헌재가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 그것은 나중에 형사재판에서 다투라고 하면서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심판은 형사사건과 별개라고 본 것이다. 더욱이 바로 다음 날 법원은 안종범 전 수석의 형사재판에서 수첩 모두를 증거로 채택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헌재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재판 지연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신속한 재판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헌재는 계속해서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추가 증인신청도 시간 끌기를 위한 것으로 판단되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중요한 쟁점의 심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면 변론을 신속히 종결하고 이제 평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헌재의 조속한 결정은 국익이나 국민의 뜻에 비춰봤을 때 꼭 필요하다. 또한 일부 재판관이 퇴임해서 8명이나 7명의 재판관이 탄핵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 결정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9명의 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비를 걸 수도 있다. 헌재 결정의 권위라든지 반대 측으로부터의 시비를 차단한다는 의미에서도 조속한 헌재 결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함박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광화문에서 열린 제13차 촛불집회에서 32만명의 시민들이 입을 모아 촉구한 것도 헌재의 ‘조기 탄핵’이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탄핵심판을 형사재판처럼 진행해서 시간을 지체할 거라면, 헌법재판관들은 헌재 대법정의 재판관석이 아니라 법원 형사법정의 판사석에 가서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헌재라는 최고법원의 재판관에게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다시금 촉구한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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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주말 동시에 구속됐다.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했던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결국 꼬리가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두 사람의 구속으로 박근혜 정부가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낙인 찍어 각종 지원에서 배제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문체부가 오늘 대국민사과를 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23일 (출처: 경향신문DB)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은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그 숫자가 무려 1만명에 달한다. 노벨상 후보로 추천받은 작가, 최고 권위의 국제 문학상 수상 작가까지 망라돼 있다. 그들이 한 활동이라 해 봐야 세월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게 전부다. 헌법은 양심, 언론 출판,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예술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반헌법적 중대 범죄다. 더구나 이 정부 국정기조로 문화융성을 내세우고 내부에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빨간 딱지를 붙여 탄압했으니 그 이중성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두 사람은 구속 직전까지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며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관련 자료를 지우거나 컴퓨터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장관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아 현직 장관 구속 1호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안게 됐다. 고위 공직자의 처신이라고 믿기 힘든 파렴치한 피의자들이다.  

이제 블랙리스트 작성의 최종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 그런 광범위한 명단은 한두 부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도 수차례다. 속속 드러나는 증거들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동자였음을 가리키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헌법을 유린한 사상통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 중 가장 심각하고 위중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검은 문명국가의 수치인 블랙리스트의 몸통을 반드시 찾아내 그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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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대표자로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은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정치인은 직무와 관련된 결정과 행위를 논리적으로 철저히 시민들에게 설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은 위임받은 권력을 통치행위로 행사하는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이며 도리이다. 직무 수행이 온전치 못했거나 판단 착오를 범했을 때, 더욱이 그것이 법규 위반으로 이어졌을 때는 그에 대한 입장 또한 명료한 언어로 밝혀야 마땅하다.

오늘의 정국은 권력이 우리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권력은 사적인 삶을 위한 도구로, 권력을 가진 자를 법치영역의 예외자로 만드는 일탈적 힘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가치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상식적 언어의 변질, 부재라는 현상으로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언어는 외적 대상을 지시하기만 하는 수단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본질을 드러내는 통로이자 내용이며, 공동체의 합리적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공적 기반이다. 사고의 훈련은 그래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배우고 다듬는 훈련과 불가분의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법으로부터 예외적인 존재라고 굳게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 법에는 문법도 포함된다. 대통령의 발화는 늘 문장구조가 부정확하고 지시대상과 표현이 불분명하다. 오죽하면 ‘박근혜 번역기’라는 패러디 게시물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겠는가. 탄핵정국 이후 신년의 이른바 기자간담회에서 일방적으로 내놓은 입장표명도 마찬가지였다. 끝이 없는 비문들로 늘어놓은 부인과 해명은 법적 책임의식이나 윤리적 성찰의 흔적을 보이지도 않았고, 논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최순실이 고친 연설문이 국정농단 사태 폭로의 발단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속속 공개되는 최순실의 말주변, 글솜씨는 또 어떤가. 그들의 두서없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녹취를 했다는 대통령 비서관의 증언은 이 사태의 핵심적 아이러니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철학과 소신’이 그에게든 최순실에게든 있다면,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의 파편들을 조리없이 나열하는 발화가 바로 그것의 실체다. 철학은 언어 밖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계속되는 동안 최고권력을 사유화한 이들은 법적 책임을 추궁당하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윤리적 주체로서의 발언은커녕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 소환에 불응하다 겨우 출석한 전·현직 공무원들은 ‘모른다’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태연히 늘어놓으며 법치영역의 예외자로 행세했다. 무한 반복되는 그 말들은 민의를 위임받은 국회 청문회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시민들을 모욕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변론을 위해 대통령 변호인단이 구사하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를 비롯한 최고위 권력층에서 동원하는 논리와 표현 수준은, 그들에게 권력을 맡겼던 시민들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부끄러움이 위반한 자들의 몫이 아닌 시민의 몫이라는 점 역시 견디기 힘든 부조리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지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대통령과 비선 관계의 실제 내막과 뇌물 수수의 규모, 대통령의 7시간, 대통령의 성형시술 의혹을 비롯한 비선 의료진의 존재, 청와대의 비아그라와 향정신성 의약품 다량 구입,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진상 등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검찰 수사가 있었고, 청문회에 이어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이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도, 납득할 만한 해명이 제시되지도 않고 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 상황에서 수없는 추측성 가설들과 믿고 싶지 않은 가상의 시나리오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것들은 물론 음모론의 일환이다. 하지만 음모론이야말로 가장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은 가장 합리적인 충동의 대중적 발현이다. 합리성의 영역에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든 이해가능한 논리로 언어화하려는 필사의 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현상은 현 정권 출범 이래 두드러졌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의 적절한 대처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현 정권은 유신시대 공안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유언비어’라는 낡고 낯선 말로, 끊일 날 없었던 시민들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위축시키는 데만 골몰했다.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고 말의 소통을 막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을 ‘지라시’ 수준의 유언비어라고 규정했던 정권의 실체야말로 비선의 농단이었다. 유언비어란, 말이 있으되 말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언비어가 누구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가장 비논리적인 언어로, 가장 비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윤조원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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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청와대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청년희망펀드 모금 규모까지 정해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전경련 이모 상무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박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발표한 이후 청와대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시가 내려와 기업인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또 “기업인들이 1200억~1300억원 정도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설립된 청년희망펀드의 실제 모금액은 1450여억원으로 청와대의 모금 목표액과 거의 일치한다. 이 상무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청년희망펀드 모금이 미르·K스포츠 재단처럼 대기업 갈취를 통해 이뤄진 것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 화면.

그동안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금이 이뤄졌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동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청년희망펀드가 설립되기도 전에 재단설립 태스크포스(TF)에 파견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24~25일 재벌총수와의 단독면담에서 청년희망펀드에 참여해달라고 했다”며 박 대통령을 뇌물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특검은 청년희망펀드 모금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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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재직 시절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반대집회를 조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어제 이런 내용으로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2014년 6월 정무수석에 발탁된 뒤 우익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했다. 조 장관은 이들 단체가 시위에서 외칠 구호도 챙기고,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간여했다고 한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의해 어느 정도 추정된 바였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정부 비판 세력을 겁박하도록 우익단체를 움직였는데, 그 연결고리가 정무수석 조윤선이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자식을 처참하게 잃은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뒤에서 공격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게 고위 공직자가 할 일인지 조 장관에게 묻고 싶다. 조 장관은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반정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일로도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결국 조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김 전 실장과 함께 온갖 불법을 저지른 운명공동체였기에 중용된 것이다.

청와대의 사주와 극우단체의 꼭두각시 노릇이 드러난 만큼 자초지종을 밝혀야 한다. 이는 조윤선 개인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다. 보수단체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제기됐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허모 행정관의 지시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집회를 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흐지부지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관제데모,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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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 결과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사법부 판단은 존중하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인신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등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법원은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고 의심이 들면 마땅히 구속영장을 기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 수십명의 전관 변호사를 병풍처럼 세운 재벌 총수가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법원이 이처럼 결정했을까.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법은 평등하지 않았고 상식은 또 한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경제 위기론과 재계 및 보수세력의 압박에 법원이 무릎을 꿇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본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 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구치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건넨 433억원의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이른바 ‘피해자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당시 경영권 승계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박 대통령과 정부 도움이 절실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이뤄진 정황이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뇌물의 대가로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규정했다. 특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법원도 이를 인정해 문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발부했다. 그래놓고도 이 부회장의 청탁과 이 부회장이 건넨 돈의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판단대로라면 일련의 사건이 모두 독립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 출연 외에도 최씨 모녀를 직접 지원했다. 재단 출연이야 다른 재벌·대기업도 했다지만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최씨를 콕 집어서 지원한 것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없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자신의 영장이 청구됐다는 점도 호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뇌물 수수자보다 뇌물 공여자를 먼저 구속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종 타깃이 박 대통령인 만큼 특검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신병 확보가 절실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검도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특검은 추가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의 뇌물 공여 의혹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 특검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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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공개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책 읽는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폭넓은 독서편력으로 유명했다. 3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그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모퉁이에 글을 적었다는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 박경리의 <토지>, 변형윤의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 등을 꼽았다.

다독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활용해 보수언론에게 “‘독서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해 중용하기도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를 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을 펴낸 이주흠 전 리더십비서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6년 5월 1일 일반인들에게 첫 공개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관광객들이 창밖에서 서재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답게 독서스타일도 실용적이었다. 종이책보다는 ‘e북’(전자책)을 즐겨 읽었던 그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피터 언더우드의 <퍼스트 무버> 를 청와대 참모진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선 잠자기 전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존 F 케네디가 독서광의 반열에 올라 있다.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케네디에 버금가는 애독가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년간의 백악관 생활에서 생존한 비밀은 독서에 있다”고 했다. 그는 “연대감을 느끼고 싶을 땐 링컨, 마틴 루서 킹,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의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관저 유폐’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책을 읽으며 ‘생존’하고 있을까. 박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지난 10일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펴낸 <축적의 시간>이 낫다”고 넌지시 조언하기도 했다. 하긴 평소 책 읽기보다는 TV시청을 즐겼다는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독서목록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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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중에 어느 것이 옳은가. 초등학생 수준의 어법으로 말한다. 진보가 필요한 시대에는 진보가 옳고 보수가 필요한 시대에는 보수가 옳다. 국운이 승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런데 난조에 빠지는 사회가 있다. 진보시대에 보수정권이, 보수시대에 진보정권이 들어서는 경우이다.

1994년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7년 임기의 대통령을 두차례 지내고 퇴임할 무렵이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집권한 최초의 사회주의자였지만, 국민들은 사회당의 장기집권과 높은 실업률에 염증을 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파정권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이때 좌파 정치인 자크 들로르가 나타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테랑 정권에서 경제·재무·예산부 장관을 거친 들로르는 1985년 ‘유럽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에 취임했다. 그는 임기 첫해에 각국의 국경을 폐쇄하는 솅겐조약을 체결해 유럽연합을 실질적인 하나의 영토로 만들었다. 1992년에는 유럽단일화폐 유로화를 탄생시킨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체결하는 등 하나의 유럽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정지윤 기자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부터 그의 인기는 상종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그는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들로르는 불출마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프랑스어통역사 최정화씨의 저서에서 인용한다. 첫째, 지금까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하여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에 봉사해 왔을 뿐, 최고의 지위에 이르기 위해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둘째, 프랑스의 체제에 많은 개혁과 쇄신을 가해야 하는데 대선에 승리한다 하더라도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회 내 지지 세력이 없다. 셋째는 개인적인 사항이었다. 1995년이면 일흔 살이 되며 지금까지 50년을 쉬지 않고 일해 왔으므로 여생은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삶의 균형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회당 지지자들은 그가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고 관념적 위선에 빠진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 국민 다수가 오른쪽으로 선회하기를 바라고 있는 시기에 좌파 대통령의 재등장은 나라를 혼선에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했다.

20여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반기문과 들로르는 여러 면에서 비교대상이 된다. 반기문은 세계의 대통령, 들로르는 유럽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들로르는 70세였고, 반기문은 73세이다. 귀국시점이 대선 시기이며 개인적 인기가 높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이라면 두 사람의 이념상 위치가 반대쪽이란 사실이다.

들로르가 파리로 돌아왔을 즈음 집권당인 사회당이 총선에서 대패해 좌파 대통령, 우파 총리의 좌우동거 내각이 들어서 있었다. 반기문이 서울로 돌아온 시기의 한국은 어떤가.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해 국회는 여소야대이며 촛불정국에서 유권자 지형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진보대통령을 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주시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의 선택이다. 들로르는 자신의 정체성과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시대의 요구에 따랐다. 반기문은 어떨까. 그는 귀국연설에서 대선출마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결정하기 전에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가 보기에 국민 다수가 진보정책을 원했던 진보시대에 보수정권이 집권했기 때문이다. 시대와 정권이 엇갈리면 헬조선으로 전락한다. 반기문은 사심 없는 마음으로 들로르의 고뇌를 숙고해 보기 바란다.

김제완 세계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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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미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했던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으로 결국 꼬리가 밟혔다. 이들의 지시를 받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공무원들은 이미 일부 구속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예술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사과나 사퇴는 고사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변명을 늘어놓으며 주권자인 시민을 우롱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즉각 구속하고, 이들의 다른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김 전 실장의 비위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김 전 실장은 사법부를 길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대통령을 비판한 야당 정치인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월호 관련 여론을 조작하려 했으며, 검찰 수사와 문체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도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을 연상케 한다. 특검은 이런 의혹의 사실 여부뿐 아니라 이런 일들이 김 전 실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김 전 실장과 최순실씨의 관계도 의문이다. 김 전 실장은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최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지만 누리꾼의 제보로 청문회에서 거짓임이 들통났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조 장관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고 하더니 지난 9일 청문회에서는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특검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으며, 이 과정에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 장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은 이미 구속됐다.

특검 수사의 최종 타깃은 박 대통령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직 시절 정부의 블랙리스트 적용 움직임과 관련해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부분이 특검 수사로 확인되면 그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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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통 문양이자 인류 최고의 길상 문양 ‘스와스티카’와 나치의 상징 문양 ‘하켄크로이츠’의 유사성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진다. 히틀러는 아리아인의 혈통과 인종적 우수성을 나타내기 위해 스와스티카를 회전시켜 나치의 상징물로 채택했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해 12월31일 정유라의 성적을 조작해 학사 특혜를 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류철균은 그해 11월20일 카카오톡에서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상태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변경했다. ‘나는 불행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 류철균과 나는 카톡을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순간 류철균이 불행을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다루어야 할 것으로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류철균을 내리덮은 불행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마음이 일어났다.

세상만사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라 해도, 적어도 불행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자신의 불행에 대한 것이라 해도 마침내 그것은 타인의 불행에 대한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김영민 기자

이제 눈을 감고, 우리 시대에 만연한 불행의 면면을 떠올린다. 얼굴이랑 가슴이랑 여기저기가 불붙듯이 매우 화끈거린다. 다음 순간 중국으로 전래되어 만(卍)자로 자리 잡은 스와스티카 문양의 신비로움을 떠올리며, 머릿속의 실타래가 풀린다.

언젠가 류철균이 카톡 상태메시지를 ‘나는 불행하다’로 변경하기를 바란다. 만약 류철균에게 ‘불행에 대한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류철균은 구속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박근혜에게 ‘불행에 대한 진정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박근혜는 탄핵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박근혜가 눈물 흘리며 ‘나는 불행하다’라고 혼잣말하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박근혜의 머릿속에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 세월호 아이들의 비명이 권력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발파음처럼 자꾸만 터지지 않을까.

박근혜를 비롯하여 최순실, 차은택, 우병우, 류철균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의해 소환, 체포, 구속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불행에 대한 진정성, 타인에 대한 공감의 단서를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기고 다시는 그것을 가지고 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단번에 늙어버린 자의 피로감이 발견될 따름이다.

류철균이 <인간의 길>이라는 소설에서 미화했던 박정희 대에 시작되었고 박근혜 대에 이르러 한층 증폭된 우리 사회의 병폐는 ‘불행에 대한 진정성’과 ‘타인에 대한 공감’의 실종이다. 어처구니없는 불행의 폭탄을 우리 사회 한복판에 작렬케 한 세월호 아이들의 사망 및 실종 사건의 장본인이 박근혜인 것도, 그로 인해 박근혜가 탄핵에 이르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위로와 치유, 힐링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도리어 상황이 나빠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고인이 된 문화평론가 이성욱은 이인화(류철균)의 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몇 개의 소설을 고스란히 표절한 것임을 낱낱이 밝혔다. 이인화는 그것을 온전히 시인하는 동시에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혼성모방 기법이라고 강변했다. 혼성모방 또는 패스티시 또는 문학적 조각이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면, 혼성모방의 ‘끝판왕’으로 스와스티카를 모방한 하켄크로이츠만 한 것이 있을까. 리얼리즘 또는 모더니즘의 정색이 진부하다고 해도, 포스트모더니즘의 농담은 ‘류철균과 이인화’(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단군 이래 최고의 농단인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한복판에서 발군의 학자·문학인의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류철균이 카톡 상태메시지에 다음의 문장을 덧붙이기를 바란다. ‘나는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기 위해 나의 불행을 사용한다.’ 부디 류철균 그리고 박근혜가 마음속 깊이 불행을 경험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불행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 수 있기를. 소망컨대, 하켄크로이츠가 스와스티카 또는 만자로 회귀할 수 있기를.

강영희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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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박근혜-트럼프 조합의 이중 위기에 처할 뻔했다. 미국 우선주의, 예측불가의 도널드 트럼프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런데 한국 외교를 벼랑으로 몬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직전이다. 덕분에 박근혜 리스크와 트럼프 리스크가 동시에 발호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까.

한국 외교의 재앙적 상황이 해소된 건 아니다. 박근혜 리스크는 유령처럼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방침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에 기름을 끼얹자는 것인가. ‘사드 보복’ 행태는 불만스럽지만 공연히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당장 “한국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트럼프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을 만나 “대미 무역 흑자를 축소해 나갈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부적절하다. 고도의 외교적 전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공식 요구가 없는데 먼저 한국의 입지를 좁힐 필요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지난 연말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알아서 긴다”고 지적받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떠오른다. 이 정도의 역량과 인물로 국제질서의 대변환을 예고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감당해야 한다니 답답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ㅣAP연합뉴스

트럼프의 아시아 전략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부상하는 중국 견제다. 하지만 방법은 크게 다르다. 오바마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견제 수단으로 삼았지만 트럼프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미·소 냉전 시절 리처드 닉슨이 핑퐁외교로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압박한 바로 그 수법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미국을 강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국제사회 규범과 상식에 반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고립정책을 펴온 유럽연합과 미국의 관계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게 국제관계라지만 그것이 원칙은 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등 러시아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국으로서는 기존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에 러시아가 가세하는 G3 체제로 바뀌는 국제질서의 지각변동 움직임이 더 절박한 문제다. 이런 중대한 변화가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보다 이해당사국들의 이익보호 차원에서 안배되는 퇴행성도 비정상이다.

트럼프는 국내외 정책에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 예측불가능하고 통제불능의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면 겁먹은 상대가 알아서 긴다는 전략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 흔들기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타협하거나 양보할 카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핵심 이익을 건드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선 기간 중에도 한밤중에 트위터를 날리고 수시로 정책적 입장을 바꿨다. 충동조절을 못한다거나 자기절제를 안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동맹국이건 적대국이건 협상 파트너들은 불확실성에 혼란을 느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취임 전 지지율이 44%로 역대 대통령 당선자 중 최저이고, 취임 축하 노래를 할 가수를 구하지 못해 망신당하는 트럼프는 현실의 반쪽 모습일 뿐이다. 워싱턴의 희극적인 풍경과 별개로 자국 이익만 생각하며 국제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는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과 세계를 점점 옥죄고 있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한국 외교 자산의 곳간은 텅 비어 있다. 대외관계의 지렛대인 남북관계는 진작에 파탄났고, 균형외교의 핵심 축인 한·중관계는 사드 한 방에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한·일관계 역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다. 북한은 핵보유 완성 단계로 달려가고 있다. 외교 역량을 북핵에 올인하면서 전략적 카드를 소진했지만 결과는 이처럼 초라하다. 박 대통령이 위기 때면 동원하는 ‘이순신의 배 열두 척’ 전략도 별무소용인 형국이다. 천재 전략가인 이순신 장군인들 배 한 척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게도 구럭도 다 잃은 한국 외교의 출구를 유일호식 저자세 외교, 김관진식 호기 외교에서 찾아서는 안된다. 대변환이 필요하다. 갈라진 국론을 결집하는 작업이 최우선이다. 사드, 위안부 합의, 북핵 모든 현안을 광장에 펼쳐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대외 협상력은 국민적 공감대에서 나온다. 소통과 통합, 박근혜 정부가 가장 소홀히 한 바로 그 지점이 새로운 외교의 출발선인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리스크의 맞춤 대처법이기도 하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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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