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벼락처럼 떨어지자 여름이 게 눈 감추듯 사라져버렸습니다. 흩날리는 봄꽃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4개월. 그동안 새 정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이 원하는 많은 일을 추진해왔습니다. 불철주야 정부를 진두지휘하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과학기술 관련 인사는 실패였습니다. 박기영 교수와 박성진 교수의 고위직 지명은 과학기술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나올 때마다 실망은 좌절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 실패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새 정부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과학기술은 누적적으로 발전합니다. 어제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실험을 이어가고, 다른 연구자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연구를 계획합니다. 지뢰밭을 지나갈 때, 앞사람이 안전하다고 꽂아놓은 표시를 뒷사람이 밟고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빨리 가기 위해서 거짓표시를 꽂는 사람에게 관용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공(功)이 크더라도 연구결과 조작에 연루된 사람은 과학계에 발붙일 수 없습니다. 과학계에서 황우석 교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8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논란 해명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라도 청와대에서 ‘누구나 과(過)는 있게 마련이고 일만 잘하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는 과학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조작은 과학에서 조금의 관용도 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과학기술계는 구호를 앞세우고 필요하다면 거짓도 서슴지 않는 불도저형 리더십보다 과학을 제대로 아는 정직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의심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물질적 증거를 모아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과학입니다. 태양이 정말 돌고 있을까 의심했던 갈릴레오는 별의 운동 자료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가 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에 결과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창조과학은 성경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을 끼워 맞춥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과학은 아닙니다. 과학으로 신을 입증하려는 것이 제대로 된 기독교신앙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내용은 조악하다 못해 황당한 수준이라 여기서 논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창조과학을 과학이라 주장하며 그 세를 넓히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해왔다는 점입니다. 2012년 이들의 청원으로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빠질 뻔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물학계의 개입으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 사건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되며 한국이 국제과학계의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박성진 후보는 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를 맡았던 핵심인물입니다. 청와대가 그를 비호하며 내놓은 해명은 “개인이 가진 종교는 공직자로 임명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입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입니다. 저는 박성진 교수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사이비과학의 폐해를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20세기 초 구소련에서는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트로핌 리센코가 스탈린의 총애로 과학계 지도자가 됩니다. 그는 반(反)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라며 유전자의 존재조차 믿지 않습니다. 결국 그의 엉터리 정책으로 소련의 농업은 붕괴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사이비과학 추종자들이 백신접종을 거부하여, 박멸되었던 홍역이 귀환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창조과학과 같은 사이비과학은 과학에 대한 심각한 위협입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창조과학의 핵심인물이었던 사람이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장이 된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입니다. 저는 제가 지지하는 정부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김상욱 | 부산대 교수·물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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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바보! 바보!’ 10여년 전, 방청석에서 서초동 417호 법정으로 들어서는 황우석을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탄식했다. 대한민국의 영웅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과학자. 나의 책 <지민(知民)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의 상당 부분은 황우석 사태와 ‘황빠’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내가 깨달은 교훈은 여러 가지다. 첫째, 권력은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다. 황우석은 권력에 도취했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었으며 ‘사이언스’ 논문 조작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둘째, ‘빠’(지지자)는 사라지기 쉽고, ‘까’(반대자)는 순식간에 늘어난다. 과학이 정당성을 상실할 때 지지할 이유는 사라지고 비판할 이유만 남게 된다. 셋째, 결과적으로 권력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8월10일 (출처: 경향신문DB)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계에 폭탄을 던졌다. 황우석 사태 당시 황우석과 함께 가장 큰 정치적, 과학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박기영 전 보좌관을 연 20조원의 연구·개발비를 관리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것이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악몽’이라고 절망했고,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웠다.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많은 교수들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황우석 사태를 엄정하게 분석한 과학사학자 김근배는 그의 책 <황우석 신화와 대한민국 과학>에서 박기영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한다. 박기영은 정치적 과학자로 아무런 기여도 없이, 위조로 판명 난 황우석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황우석을 위해 연구비 증액, 생명윤리법 개정 시행, 최고과학자 선정 지원, 황금박쥐의 결성 등 거의 모든 일에 관여했다. 21세기 최악의 과학스캔들을 일으킨, 황우석과 공동책임을 지고 평생을 자숙하고 살아야 할 장본인을 문재인 정부는 연 예산 20조원을 관리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내세운 것이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박기영 본부장은 퇴근 이후 자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로 박기영씨가 자진사퇴한 일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 무척 잘한 선택이다. 청와대는 과학기술계에 대해 무지했고 인사시스템에 문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적폐의 상징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내세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내가 10여년 전 깨달은 교훈은 아직도 유효하다. 권력은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벌써부터 권력에 도취했고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박기영 임명이라는 악수를 두었다. 과학기술이 권력을 경계하는 이유는 후자가 전자의 합리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황우석 사태로 그토록 많던 ‘황빠’는 사라지고 순식간에 ‘황까’가 득세했다. 박기영 사태로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성실한 과학기술계 사람들이 ‘문빠’에서 ‘문까’로 돌아설 뻔했다.

권력은 왜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을까?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황우석은 왜 논문을 조작했을까? 최고권력 박근혜는 왜 최순실의 이권을 무리하게 챙겼을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스스로 도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한 경향이 있다. 권력을 움켜쥘수록 자신에게 덜 엄격하며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판단착오를 일으키며 권력이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주요 이유이다.

반면 시민들은 똑똑하다. 박기영 사태에 반발한 것은 시민사회였다. 시민들은 권력의 불합리성, 곧 멍청함을 지적했고 여론에 밀려 박기영은 사퇴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정치엘리트들과 지식엘리트들은 서로 결탁하여 황우석 사태, 4대강 사태, 광우병 사태, 최순실 사태를 일으켰다. 시민들은 권력과 거리가 있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권에 개입하지 않아 사건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적으며, 엘리트 의식이 없어 권력에 도취하는 경향이 적다. 따라서 내가 ‘지민(知民)’이라고 일컫는 똑똑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만들어가는 주체이다. 촛불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의 ‘똑똑한’ 목소리를 경청하여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성공하길 바란다. 권력이 멍청해질 때 ‘빠’는 사라지고 ‘까’가 득세한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권력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바보! 바보! 바보!

김종영 | 경희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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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이라는 전대미문의 과학사기 사건의 공범격인 인물을 과학기술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에 앉힌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어제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박 본부장 임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9일 오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다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1월 사퇴했다. 당시 박 보좌관은 황 교수팀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황 교수의 복제 실험에 대한 규제 완화에 도움을 주었다.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기여한 바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그는 황 교수로부터 2억5000만원의 연구비까지 받았다. 황 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 그것을 바로잡은 게 아니라 거기에 얹혀간 것이다. 황 교수팀으로부터 줄기세포가 오염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노 대통령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학문적·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직무유기다.

과기혁신본부장은 비록 차관급이지만 연 2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와 조정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을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인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분야 변화와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의 과거 행적을 보면 청와대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 기본적인 도덕성조차 무시하고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기에 중용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한 과학자단체는 그의 임명에 대해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다”고 혹평했다.

박 본부장의 이런 이력이 분명 문제가 되었을 텐데도 기용된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뜻일 가능성이 높다. 황우석 사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인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정부 초기 인사 실패를 계기로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해놓고 스스로 시스템을 무력화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문 대통령은 한번 기용한 인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게 최고의 대책이다. 지체 없이 임명을 철회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과학기술계를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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