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로 ‘법 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는데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는 것은 수사를 그만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수사를 통해 그가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검사들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시기였다. 민정수석이 일선 검사와 접촉해서 수사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했다면 이는 엄연히 검찰청법 위반이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사들도 죄다 수사 대상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새벽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특검이 막을 내리면 이 같은 청와대 권력과 검찰의 유착은 캐비닛 속에 처박힐 것이 뻔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 검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우 전 수석은 검찰의 상전이다. 게다가 국정농단의 공범인 황 대행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찰을 장악하고 수사에 어깃장을 놓으려 할 것이다.

우 전 수석 문제만이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3개월 쉼 없이 달려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방해로 특검법에 적시된 과제를 온전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못했다. 최순실씨 손발 노릇을 한 ‘문고리 3인방’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수사도 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이 행정관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의 차명 휴대폰 50여대를 개통해 관리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나머지 내용을 더 밝혀낼 수 없다. 특검은 뇌물 공여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 진료’ 의혹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고, 덴마크로 도주한 정유라씨의 국내 송환도 완결되지 않았다. 특검이 막을 내리더라도 게이트의 실체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황 대행이 덮는다고 사건이 종결될 수는 없다.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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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종전 11차례 실시된 특검과는 달랐다. 특검 및 특검보와 파견검사들은 한 몸이 되어 팀플레이를 했다. 주말과 설 연휴를 반납하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혐의가 있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환했고, 구속사유가 있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증거가 있는 곳은 여지없이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특검이 출범한 이후 구속자는 11명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사이의 뇌물거래에서 ‘거간꾼’ 노릇을 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 비선진료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줄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에 연루된 김경숙 전 학장 등 4명을 구속했다. 구속자만 보더라도 박영수 특검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수사성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은 14가지이다. 특검이 이 14가지의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사건도 수사대상이다. 현재 특검은 정해진 수사대상 중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완료했다. 앞으로 수사해야 할 사항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삼성, 현대, SK, CJ 등 재벌로부터 받은 뇌물사건은 첫걸음만 뗀 상태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작성한 업무일지에 나타난 수많은 정치공작 의혹,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의혹,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혹, 청와대가 재벌에 압력을 넣어 극우단체의 관제데모 자금을 마련한 의혹, 비선진료 의혹,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 등에 대해서는 아직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11일 저녁 광화문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특검의 1차 수사기간 70일은 2월28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법에 정한 의혹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군사상 비밀’을 핑계로 방해하고 있다. 대통령은 ‘경내에서’ ‘비공개로’ ‘1회에 한하여’ 대면조사하지 않으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압수수색 승인 여부는 청와대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의 권한’이라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두둔하고 있다. 청와대와 황 권한대행이 특검수사를 가로막는 동안 천금 같은 수사기간은 흘러가고 있다. 특검이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려면 수사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

특검법에는 특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기간의 연장은 황 권한대행의 손에 달려있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요청을 묵살한 장본인이다. 그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력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범죄증거를 은폐하는 길을 선택했다.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연장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운명을 피의자 박근혜와 동반자의 길을 선택한 황 권한대행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국회가 나서서 특검법을 개정하여 수사기간을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 특검법에는 또 다른 허점이 있다. 검찰은 최순실을 대기업이 미르재단 등에 돈을 제공하도록 한 혐의를 뇌물수수죄가 아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했다. 반면 특검은 이를 뇌물수수죄로 기소하려고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의 공소장변경권과 공소유지 권한을 특검이 가질 것인지, 검찰이 가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특검법은 이에 대해 명확히 정해놓지 않고 있다. 특검법을 개정하여 모든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권한을 특검이 갖도록 하여 재판의 통일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는 수십년 동안의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첫걸음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특검법을 개정하여 특검이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재화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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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벌인 ‘관제 데모’ 실상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금을 대고, 극우단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이런 식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전경련은 극우단체에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극우단체를 키운 것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이 2014년 6월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극우단체의 패륜에 시민들이 충격을 받고 의아해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린 것이다.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극우단체 대표들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적극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이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 김기춘 전 실장(왼쪽)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은 뒤 18일 새벽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조윤선 장관도 21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전 6시께 특검 사무실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청와대 지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를 벌인 정황도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의 관제 데모를 지시한 사람은 허현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하반기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어달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허 행정관은 전경련을 통해 극우단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참가자 1인당 2만원씩 줘 관제 데모를 열게 한 배후자로도 지목받고 있다.

권력과 돈으로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한 관제 데모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것도 김 전 실장 등과 청와대가 조종했다니 어이가 없다. 그런데도 김수남 총장 체제의 검찰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대고 청와대가 시위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지난해 4월부터 수사하고 있지만 지금껏 감감무소식이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동생이 김 총장 부속실에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관제 데모 의혹 역시 특검이 풀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전경련, 극우단체 간 유착 관계를 밝히고,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도 파헤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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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재직 시절 극우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반대집회를 조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어제 이런 내용으로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2014년 6월 정무수석에 발탁된 뒤 우익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게 했다. 조 장관은 이들 단체가 시위에서 외칠 구호도 챙기고,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간여했다고 한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영장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의해 어느 정도 추정된 바였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정부 비판 세력을 겁박하도록 우익단체를 움직였는데, 그 연결고리가 정무수석 조윤선이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자식을 처참하게 잃은 세월호 가족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뒤에서 공격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게 고위 공직자가 할 일인지 조 장관에게 묻고 싶다. 조 장관은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반정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일로도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결국 조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김 전 실장과 함께 온갖 불법을 저지른 운명공동체였기에 중용된 것이다.

청와대의 사주와 극우단체의 꼭두각시 노릇이 드러난 만큼 자초지종을 밝혀야 한다. 이는 조윤선 개인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다. 보수단체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제기됐다. 어버이연합은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허모 행정관의 지시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집회를 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흐지부지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와 관제데모,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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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미꾸라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국정농단의 공범이면서도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했던 이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건으로 결국 꼬리가 밟혔다. 이들의 지시를 받아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공무원들은 이미 일부 구속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예술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사과나 사퇴는 고사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변명을 늘어놓으며 주권자인 시민을 우롱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즉각 구속하고, 이들의 다른 의혹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김 전 실장의 비위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김 전 실장은 사법부를 길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대통령을 비판한 야당 정치인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월호 관련 여론을 조작하려 했으며, 검찰 수사와 문체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도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정치공작을 연상케 한다. 특검은 이런 의혹의 사실 여부뿐 아니라 이런 일들이 김 전 실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김 전 실장과 최순실씨의 관계도 의문이다. 김 전 실장은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최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했지만 누리꾼의 제보로 청문회에서 거짓임이 들통났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조 장관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고 하더니 지난 9일 청문회에서는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특검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으며, 이 과정에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 장관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은 이미 구속됐다.

특검 수사의 최종 타깃은 박 대통령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직 시절 정부의 블랙리스트 적용 움직임과 관련해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부분이 특검 수사로 확인되면 그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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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비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것은 기본이고,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서 특정 기관을 탈락시킨 정황까지 나왔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대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형사처벌까지 받았지만 국정원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국정원, 시민 아닌 정권에 봉사하는 국정원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적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일탈 행태 시정 필요’ 문건에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문화재단들이 좌편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감사 등을 거쳐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를 탈락시키기 위해 최종 심사까지 마친 ‘현장 예술인 교육 지원 사업’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는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정보 수집 차원을 넘어 정부 부처의 예산 집행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10일 (출처: 경향신문DB)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목할 만한 작가상’ 선정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선임 과정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폭로가 있다. 문화예술인 이름 뒤에 알파벳 K나 B가 적혀 있는 새로운 블랙리스트도 발견됐다. 지난해 초 작성된 이 블랙리스트에서 K는 국정원, B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선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특검은 문화체육관광부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과 문체부 직원들이 “진보성향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국정원의 불법과 일탈이 드러난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없다. 특검법은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검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 전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막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국가안보를 명목으로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정권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무엇보다 중립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시민들이 감시하고 통제할 방법이 전무하다. 특검 수사가 국정원의 게이트 개입 의혹을 규명하고 관련자와 책임자를 처벌해 국정원 개혁과 인적 청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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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측이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촛불’은 민심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광화문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도한 곳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인데, 이를 주도한 곳은 민주노총”이라고 언급한 후 “민주노총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행진하는 것을 볼 때 민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했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은 촛불민심에 색깔론을 덧씌우면 탄핵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대통령이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부추겨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에 대한 시민의 비판을 북의 지령 때문이라니 그가 국가 지도자이기는커녕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시민 모독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다. 박 대통령은 또 서 변호사의 입을 빌려 “소크라테스도 사형됐고,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면서 자신을 박해받은 성인들에 비유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6일 (출처: 경향신문DB)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수사 기록을 증거로 쓰면 안된다는 주장도 했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이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이영렬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은 인사혜택을 받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박 대통령 측은 박영수 특검팀에도 딴지를 걸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된다는 논리지만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을 지연하기 위한 꼼수도 부렸다.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들이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국회 청문회 출석을 기피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쓰던 방식과 닮은꼴이다. 헌재의 요구에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와 당위성은 이미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헌재가 신속히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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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국정원 정보관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과 e메일 및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단서가 포착됐다. e메일에는 “진보성향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국정원 직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내부 동향을 파악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보고한 단서도 확보했다. 정권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는 국정원이 여전히 불법 정치 개입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사례는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명박 정권 이후만 해도 민간인 사찰 의혹과 대선 개입 여론조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국내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인 대북정보 수집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포착하지 못하거나 멀쩡하게 살아 있는 북한 고위 인사가 사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간첩조작 사건 등 인권 침해 행각도 잇따랐다.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어려운 지경이다.

국정원은 일탈 행태가 드러날 때마다 개혁을 내세웠지만 시늉만 냈을 뿐이다. 민간인 사찰 때는 정치중립 선언문을 제출하고,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때는 이른바 ‘셀프 개혁’을 했지만 탈정치, 탈권력화라는 개혁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에는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개혁 1순위 기관이 개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몸집만 불린 공룡이 되었다. 그렇다고 국정원 내부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준 적이 없다.

국정의 정상화를 위해 국정원 개혁은 필수적이다. 촛불의 힘이 작동하는 지금이 국정원을 실질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검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게이트 개입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근본적인 개혁 작업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기존 제도를 인정하고 몇몇 통제장치를 만드는 정도로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우선 정치 개입의 제도적 통로를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정원 정보관의 기관 출입 금지가 선행 조건이다. 또한 정보기관으로서 필요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이에 맞춰 조직과 인력, 예산과 권한을 축소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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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인 미증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의 퇴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여전하다. 박 특검의 말처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 특검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특검은 국정농단으로 금이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95%의 촛불 민심으로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의 비리를 드러내 처벌하는 것 외에 망국적인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부하였던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사사로운 인연으로 나라의 명운이 달린 수사를 그르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밝히는 것도 이제 특검의 몫이 됐다. 이들은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고 수사정보를 유출해 ‘부두목’ ‘행동대장’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과 사건 관련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김 전 실장은 최씨와 차은택씨 등 사건의 주범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12월 민정비서관 시절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등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최씨가 막후에서 도왔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실망스럽다.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을 각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을 최씨 공범으로 규정하고 재벌 총수들을 소환할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검찰에도 당부한다. 특검이 임명됐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비리 의혹 등 남은 수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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