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5.02 [기고]‘광화문광장’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2. 2017.01.31 김부겸은 포기하지 마라

로간과 몰로치는 지역 엘리트들(정치가, 교수, 건축가 등)이 연합해서 개발을 통해 이익을 보는 순환 양상을 ‘성장기제(growth machine)’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실 중견은 중견대로, 건축가는 건축가대로 거대한 사업들에 몸이 얽혀있다. 도시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가 말한 대로 이해관계로 포섭하는 방법은 폭력, 공론 형성의 차단과 함께 국가가 위기를 해소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개발 선호 사상에 함몰되지 말고, 개발을 정치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자는 스스로의 다짐들을, 어쩌면 소위 엘리트 연합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성장기제’를 위해 외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깝다. 바로 광화문광장 이야기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광장은 현재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율곡로를, 새문안로 5길을 확장·활용해서 우회시킨다. 역사광장에는 경복궁의 권위를 상징하는 월대와 해태상을 원위치로 복원한다. 둘째, 시민광장으로 확장·개선되는 광화문광장은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와 연계해 태양광 시설을 입혀 친환경 광장으로 조성한다. 셋째, 10차로인 세종대로와 사직·율곡로 일부 구간은 6차로로 축소하며 2021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2009년 8월1일에 완공된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선택’이었다. 2006년 10월 당시 서울시가 광장 조성 장소에 대해 시민, 인터넷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시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55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60명이 “중앙배치안이 좋다”고 답변했다. 현 광화문광장은 시민에 의해 일구어진 촛불집회가 열렸던 ‘기억의 땅’이며, 박원순 시장이 촛불집회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노벨상을 추진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조성된 지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시장에 당선되어, 매년 연말에 보도블록을 바꾸는 것이 예산 낭비라고 그렇게 비판하던 박원순 시장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생각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미 막대한 공사비용을 투입하여 정비한 광화문광장에 다시 국민의 혈세 995억원을 낭비하고자 하는 현재 시장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야기된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민의와 시민의식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구시대 개발 및 계획 논리와 이론의 대체재로 나타난 소통계획(communicative planning), 참여계획(participatory planning)이 유행한 지도 이미 수십년이 지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이러한 계획 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았는가? 여전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는 현실과 괴리된 이상향으로 존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14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민의를 이미 수렴하였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된 ‘시민·전문가가 제안하는 광화문광장의 미래와 20개 개선안’ 중 광장 개선의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전체 형태를 유지하면서 시민 이용 편의와 역사성 회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52.7%, 방문객 80.7%, 1000인 서울시민의 78.1%로 가장 많았다. 세금을 들여 조사한 여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계획이 어떻게 합리화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가?

계획 과잉은 무분별한 시장주의만큼이나 조화로운 삶, 조화로운 사회를 위협하기 마련이다. 단지 편향된 시장주의가 자유의 기치 아래 평등을 희생시킨다면 계획과잉은 평등의 기치 아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둘은 지난 시대가 낳은 일란성 쌍둥이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옥바라지하기 위해 머물렀던 옥바라지골목나 재개발사업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박원순 시장은 “도시재생을 강조해온 내 임기 안에 역사의 흔적을 없애는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며 공사 중단을 지시했었다. 이렇게 역사적 시민사회의 흔적을 중요시 여기는 서울시에서 광화문광장을 또 뜯어내는 것은 서울이 역사 고도(古都)인 것을 알고서도 임기 동안의 치적을 위하여 본인의 가치관을 무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집회로 시민사회를 일구어 냈던 ‘기억의 땅’인 광화문광장을 뜯어 고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히며 행정을 하는 것이 민주시장으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신현돈 | 광화문포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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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원순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아쉽다. 그의 기자회견문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다. 그가 얻고 있는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게 정말이라면 참 안타깝다.

그는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는 얘기도 했고, 자신만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런데 시작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낮아 주저앉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지지율이 높건 낮건 그만의 독특한 빛깔과 목소리를 계속 내야 했다. 그것은 지도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의무이다.

박 시장이 하차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용에 심각한 결손이 생겼다. 그것은 박 시장의 지지율과 견줄 수 없는 큰 구멍이다. 그레고리 헨더슨이 ‘대한민국 그 자체’라고도 한 서울특별시를 이끈 값진 경험, 협치와 혁신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민주당 후보 경쟁 과정에 계속 참여했더라면 민주당의 확장성과 역동성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라는 미련을 버릴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발언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 두 주자는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와 공동정부·공동경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야3당이 연합해 개방형 공동경선을 치를 것을 제안했다. 강윤중 기자

박 시장의 느닷없는 하차는 정치지도자 본인을 위해서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박 시장이 왜 저렇게 황망히 떠났을까, 그를 붙들어둘 수는 없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박 시장의 하차를 애석하게 여기다가 주변을 돌아보니 김부겸이 눈에 밟힌다. 박 시장의 행보를 지켜보며 김부겸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지역구 경기도 군포를 버리고 민주당의 ‘동토(凍土)’ 대구로 달려가 깃발을 꽂은 김부겸은 그 여세를 몰아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선후보 여론조사표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져 버렸다. 김부겸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민주당 주류의 대표 후보와 어쭙잖게 겨루려다 ‘18원짜리 후원금’으로 조롱을 받은 일이야 병가지상사라 하더라도 지하로 내려간 지지율은 참기 어려운 수모일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김부겸이 레이스를 포기하면 안된다. 그는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이 가지고 있지 않은 덕목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부겸은 대구·경북의 ‘총아’다. 그는 민주당 간판으로 30여년 만에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이 되었다. 지역주의의 어두운 장막에 바늘 같은 빛줄기를 만들었다. 김대중의 동진정책, 노무현의 전국정당화정책을 이어받아 그가 단기필마로 이룬 성과다. 이번 대선에서 김부겸이 감당해야 할 몫은 여전히 크다. 지난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에서 200만표가량을 졌는데 이번에 그 차이의 절반은 따라붙여야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 넘어와 정체성이 어리바리하다고 무시당하고, 진보적 입장 그 자체를 우월감으로 여기는 민주당 주류의 철없는 구박을 견디면서도 대구·경북에서 빛바랜 민주당 깃발을 굳세게 지켜온 김부겸에게 희망을 걸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민주당원들은 김부겸이 포기하지 않도록 성원을 해야 한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그렇다. 김부겸은 문재인처럼 내로라하는 정치 혈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재명처럼 결기가 넘치는 것도 아니며, 안희정처럼 스마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치적 사려(prudence)가 깊은 지도자는 없다. 그는 1980년 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 연설의 주인공이라는 신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중하다. 그가 내세우는 상생의 정치, 공존의 공화국이라는 비전은 가장 김부겸다운 메시지다. 그는 ‘나를 따르라’라는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양떼를 뒤에서 밀고 가는 목동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도자 만델라의 리더십에 비견하고 싶다. 이런 리더십이야말로 민주당의 확장성과 역동성, 그리고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즈음에 김부겸을 격려하자는 이런 ‘위험한’ 제안을 마음 놓고 하는 이유는 사실 그가 꼴찌를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에 김부겸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가치만큼 필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제안이 김부겸에게는 좀 미안하다.

대선후보 여론조사표에서 이름이 사라진 김부겸에게 ‘모멸을 삼켜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는 요구가 그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야 한다. ‘18원짜리 후원’이 아닌 제대로 된 후원을 해야 한다.

김태일 | 영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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