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 인류문명에 드리워진 가장 짙은 그림자가 무엇일까? 전쟁일까? 아니면 질병, 기아, 자연재해? 모두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운 것임에 틀림없지만 인류는 이들을 극복하는 가운데 문명을 발전시켜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예 극복 자체가 불가능한, 이로 인해 인류가 끔찍한 고통 속에 시달리다가 결국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GMO(유전자변형식품)와 방사능이다.

아, 참으로 난감하고 또 막막하다. 결말이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도무지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혼자만 알고 도망간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두 가지가 세상에 가득 차면 좁은 지구 어디에도 도망갈 데가 없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세상에 만연해도 사람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몇몇 선각자들이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실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자료를 뒤지다가 러시아에서 만든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이라는 영화와 프랑스에서 만든 <모두가 모르모트>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둘 다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우울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핵 관련 영화는 이미 많이 제작되었고 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로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근래에 지진이 빈발하는 데 놀라 탈핵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GMO와 관련된 영화나 문서가 공인된 기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경우는 별로 없다. 아직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GMO를 통해 이득을 보고 있는 기관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정부는 모든 식품에 GMO 포함 여부를 표시하자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모르모트>는 GMO와 관련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실험용 쥐(모르모트)에게 지속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을 먹였더니 거의 모두가 암에 걸리고 불임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인된 연구소에서 300만유로나 들여 행한 실험이지만, 내용이 발표되자 GMO 관련 회사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실험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세계 식품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GMO 관련 회사의 로비력이 워낙 막강한 데다 이미 유전자조작 식품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대중은 그 실상을 알 도리가 없다. 핵발전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GMO가 오히려 더 안전하고 좋다는 선전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GMO와 원자력은 인구증가에 따른 지구자원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낸 과학적 쾌거였으나 거꾸로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다. GMO는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그리고 원자력은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 자원으로 도입되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취지는 곤경에 처한 인류를 구한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식량자원과 에너지를 독점하여 세계를 손 안에 넣고 흔들겠다는 패권주의가 숨어 있다.

이 패권주의 세력은 실험실에서 만든 식량과 에너지를 전 세계에 값싸게 공급하여 해당 국가의 경제기반을 장악한다는 원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세계인들은 값싼 식량과 에너지를 받아먹는 대신에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것으로 그치면 좋겠지만 GMO와 방사능은 인간의 몸과 지구환경을 점진적으로 오염시켜 결국 모두가 멸망하고 마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GMO와 방사능은 분야가 다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연상태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인공합성물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가 없다. 방사능의 위해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GMO는 매일 먹는 식품 속에 들어 있어 함부로 위해성을 얘기하기가 몹시 조심스럽다.

둘째, 공기처럼 무색무취라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은 값싸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실상을 은폐하고 사람들을 속이기 쉽다.

셋째,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규모이다. GMO는 특정 작물의 형태로 유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공식품의 원료로 들어가 있어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이 자유무역을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들판에서는 다른 식물들과 교배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방사능 역시 한번 유출되면 바람이나 해류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넷째, 이들의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이다. GMO는 생물이므로 재생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며, 방사능은 반감기가 긴 것은 45억년이나 되니 겨우 1만년 된 인류의 문명으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다섯째, 이들은 바깥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훨씬 더 위험하다. 방사능의 경우 대기를 통한 오염에 비해 내부피폭(오염된 식품을 먹는 것)이 10만배나 더 위험하다고 한다.

여섯째, 한번 유출되면 주워 담지 못한다.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회수하거나 없애버리거나 변환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이런 경우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GMO와 인공방사능은 인류가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옛날로 치면 ‘터부’의 영역이다. 그런데 터부가 사라진 현대에 들어와 이런 참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있는 한 터부는 있을 수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터부를 까부수기 전에 문명이 먼저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황대권 | 생명평화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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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에너지공약에서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폐쇄 등을 약속하였다. 이에 대해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며, 탈원전의 경우 몇 배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원자력은 값싼 전력원인가?

2016년도 국내 발전 정산단가는 원자력 68원/kwh(킬로와트시)로, 석탄 78~89원/kwh, 석유 110원/kwh, 가스 100원/kwh, 풍력 90원/kwh였다. 이 수치만 따지면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전사고가 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의 원자력발전 단가는 원전사고시 배상을 계산하긴 하지만, 국내 원전에서 후쿠시마 같은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을 관할하는 발전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최대 5000억원만 보상하고 나머지는 국가의 책임으로 돌린다.

원전사고의 피해규모를 보자. 1986년 1만㎢ 지역에서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피난시켰던 체르노빌 사고는 약 260조원의 손해를 입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당시 방출된 총 방사능의 약 3분의 1 이상이 남아서 체르노빌 주변 지역을 방사선 피폭시키고 있다.

방출된 방사능의 90% 이상이 태평양 쪽으로 날아갔지만 나머지 방사능으로 인해 16만명 이상의 주변지역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했던 2011년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방사능 제거 비용으로 약 220조원을 추정하였다. 그런데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3월 일본 정부의 추정치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제거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추정치로 약 690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6년이 지난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전체 42기 중 단 3기밖에 없으며, 8만명 이상이 여전히 피난 생활 중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와 다른 형태의 원전 중대 사고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사고가 그것이다.

원자로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해서 뜨거운 열을 방출하므로 최소 5년 이상 저장조 물속에서 식혀야 한다. 저장조 냉각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1년 이내의 뜨거운 사용후핵연료는 물 및 수증기와 반응하여 겉의 피복재가 녹으면서 화재를 일으키고 수소를 발생시켜 수소폭발까지 불러온다. 화재가 전체 사용후핵연료로 퍼지는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속에 들어있는 세슘-137 등 고독성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되어 넓은 지역을 방사능 오염시킨다. 세슘-137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사고의 주된 방사성물질이다.

이러한 사고의 한 예로, 필자와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가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HYSPLIT 코드를 사용하여,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담겨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연구 결과 국내에서 평균 9000㎢, 최대 5만4000㎢ 면적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평균 약 500만명, 최대 약 2400만명이 피난하여야 하며, 날씨 조건에 따라서는 주변 국가에 더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작년과 올해 발표한 바 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또한 USNRC 보고서에 근거하여 주변 30㎞ 내에 큰 도시가 없는 버지니아주 서리카운티 소재 원전의 약 800t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는 저장조 화재사고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평균 약 5만6000㎢ 지역의 1000만명이 피난해야 하며, 경제적 손실은 약 24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발간된 한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지역 및 인구밀도 사정이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결과와 비슷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원전 저장조 화재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전 중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는 원자력발전의 단가에 근거하여 국내 원자력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강정민 | 미 NRDC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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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면서 ‘올해의 유행어’ 반열에 오른 용어들이 있다. ‘대안적 사실’ ‘정상화’ ‘가스라이팅’이 바로 그것이다. 셋 다 생경한 말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10일 나오는 우리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안적 사실’은 거짓을 덮기 위한 변명의 도구로 사용됐다. 발단은 지난 1월20일 열린 미국 대통령 취임식. 축하 인파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적었다는 언론보도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을 시켜 취임식 “역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명백한 거짓이라는 사실은 두 행사를 찍은 항공사진이 비교되면서 금세 드러났다. 이때 궁색해진 백악관 쪽이 들고나온 것이 “대변인은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 대안적 사실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의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발언도 이런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정상화’라는 용어 역시 들으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던 박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정상이고 싫어하는 것은 비정상이었을 뿐이다. 가스라이팅의 원조는 1938년 개막된 <가스등>이라는 연극이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미치게 하려고 일부러 가스등을 어둡게 조절한다. 아내가 등불이 어두워진 것 같다고 할 때마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잘못 본 거야”라고 부인한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아내는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된다. “검찰 공소장이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한국판 가스라이팅을 노린 것이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인근 지역 마을 농토 등에 방사능 오염토가 담긴 포대가 가득 쌓여 있다. 윤희일 기자

거짓과 독단, 세뇌는 6년 전 원전 재앙을 경험했던 일본 후쿠시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데이터를 감춘 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거짓말과 도쿄전력의 은폐 탓에 방사능 오염 피해의 규모와 범위는 사고 발생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일본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통제 아래에 있다고 공식 석상에서 말했다. 하지만 아베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도쿄전력이 실토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내부이주감시센터(IDM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과 방사능 오염을 피해 후쿠시마 주변 지역을 떠돌고 있는 주민은 13만4000명에 달한다. 이 중 8만4000명은 아직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달 말 후쿠시마현에 내려진 대피령을 모두 해제할 계획이다. 하지만 귀향을 저울질하고 있는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제염 작업은 주거지와 농지, 공공도로에서 이루어졌을 뿐, 산촌 주민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숲속 방사능 레벨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정상화’를 말하고 있지만 ‘정상으로의 복귀’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1년 후에는 피해 보상도 끝낼 것이라고 한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보상을 중단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지금 후쿠시마 주민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아무런 지원도 없이 다른 지역에서 정착을 시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일본 정부와 원자력계가 벌이는 세뇌는 집요하다.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들이 방사능 공포증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오후, 멀리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묻는다. 서울의 광화문,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그리고 후쿠시마의 작은 마을에도 봄은 올 것인가. 기다리면 언젠가는 올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은 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시인 김수복의 권유처럼 봄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가보는 것이 어떨까.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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