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1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병영문화혁신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군 사법제도 이해 및 주요 쟁점’이란 자료를 배포했다. 군은 자료에서 “일부 문제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군 사법제도 개선 요구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군 사법제도 개선 요구는 최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시 떠올랐다. 충격적·엽기적 범행이 넉 달 가까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고, 군은 뒤늦게 윤 일병 사인을 번복하고 가해자들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했다. 군내 사건·사고 발생 때마다 축소·은폐 의혹이 이는 것은 사단장 등 지휘관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총괄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 백승주 차관(오른쪽)과 박대섭 인사복지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유근 육군참모차장(세번째) 등이 저번 달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병영문화 개선 관련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은 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료에서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안보상황과 군의 특수성 고려 시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재판장을 지휘관이 임명하는 일반장교가 맡는 심판관 제도와 관련해선 “비법률가의 재판 참여는 국민참여재판에서도 인정한다”고 했다. 지휘관의 감경권(관할관 확인조치권) 행사에 대해서도 “일방적 행사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결국 핵심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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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고참 병사의 가혹행위로 숨진 윤모 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영 문화를 바꾸자며 국방부가 설치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어제 열렸다. 그러나 이 회의가 병영 문화 개선의 성과를 내리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국방부가 그동안 병영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제도 개혁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회의를 열고 토론을 한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병영을 바꿀 수 있을지 판가름할 핵심 제도는 두 가지,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국회 옴부즈맨 제도이다. 현재의 군 사법제도는 군 지휘관의 부하인 법무장교가 검사·판사역을 맡고, 지휘관이 감형 등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이런 군 사법체계에서 엄정하고 객관적인 심판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병영 내 문제가 생기면 지휘관이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혹은 문제 간부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든지 은폐·조작하거나 재판에 간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혹행위로 실형선고를 내린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2010~2013년 가혹행위에 연루된 간부가 실형선고를 받은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방부 백승주 차관(오른쪽)과 박대섭 인사복지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유근 육군참모차장(세번째) 등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병영문화 개선 관련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은 채 기다리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런 비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군사법원·검찰을 지휘관의 통제 밖에 둬야 한다. 그러나 군은 지휘권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군은 국회에 병영 내 인권침해를 조사할 수 있는 옴부즈맨을 두자는 국회 옴부즈맨 제도도 거부하고 있다. 군은 지휘권 약화, 군 정보 유출,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와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군정보 유출은 방지 장치를 도입하면 된다. 그리고 제 역할을 못하는 국민권익위·인권위 핑계를 대는 건 너무 군색하다.

병영 내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군대의 폐쇄성에 있다. 병영 깊숙이 일어나는 일을 외부가 전혀 알 수 없는 ‘닫혀 있는 병영’에서는 야만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된 노예가 아니다. 그들은 제복 입은 시민이다. 이 사회가 민주주의 체제라면 군인 역시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렇게 민주화된 군대의 건강함이 있어야 강한 군대, 강한 규율도 가능하다. 병영을 민주적 절차와 가치의 예외지대로 두겠다는 군 수뇌부의 사고는 군사독재의 잔재이다. 군 지휘관은 어떤 근거로도 민주주의·인권을 벗어난 예외적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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