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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9 [기고]조현병 환자 치료 접근성 막는 ‘본인부담금’

얼마 전 열린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모임에서 주요 화제는 단연 지난 3월1일부터 시행된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에 대한 것이었다. 통과되는데 장장 8년이나 걸린 이번 개정령의 주요 골자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환자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 것이다.

이전에는 의료급여 환자가 하루 2770원 내에서 외래 진료비, 검사비, 약제비 등을 모두 포함한 비용을 해결해야 했다. 이는 건강보험 환자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금액으로 실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신질환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신약 등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나마 수가가 높은 입원 환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오랜 기간 간절히 의료급여법 개정을 바라온 이유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던 의료급여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본인부담금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부딪혀 새로운 치료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개정령에서 의료급여 환자가 장기지속형 치료제 사용 시 10%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토록 해 한 달에 3만~5만원가량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조현병 환자가 있는 가족들이 서울 서초구 대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심리치료와 신체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약을 꾸준히 챙겨 먹는 것이 어려운 조현병 환자들은 반복되는 증상 재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의료급여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주변에서 치료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챙겨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약 복용이 더욱 어렵다. 매일 약물을 복용할 필요 없이 한 번의 주사로 한 달에서 석 달 동안 약물 효과가 지속된다면 조현병 환자들은 반복적인 재발에서 벗어나 사회로의 복귀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의료급여 환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 때문에 ‘꿈의 치료제’로만 여겨져 왔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들은 의료급여 지원 확대를 기회 삼아 장기지속형 치료제 사용을 꿈꿨지만, 의료급여 환자 대부분이 국가에서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 보장대상자임을 감안했을 때, 이 금액을 부담해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에서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 일정 금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원에서는 장기지속형 치료제의 사용을 적극 권고해 실제 조현병 환자의 50%가 장기지속형 치료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해 장기지속형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해치는 의료급여법 개정령은 환자의 경제적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느껴질 뿐이다. 장기지속형 치료제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환자에게 부과된 본인부담금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이 수 년 동안 간절히 바라온 의료급여 개정인 만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이른 시일 내에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최한식 |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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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