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7.09.11 [사설]불신받는 외교안보 정책 신뢰회복 조치 필요하다
  2. 2017.09.07 [사설]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확인한 한·러 정상회담
  3. 2017.09.06 [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4. 2017.09.06 [사설]정의당 이 대표의 평화를 위한 5대 제안 주목한다
  5. 2017.09.06 [사설]전술핵·미사일 탄두중량 해제가 북핵 해법인가
  6. 2017.09.05 [사설]안보위기 때는 여야 없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7. 2017.09.05 덩케르크 해변의 교훈
  8. 2017.08.30 [사설]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맞대응, 지겨운 반복 끝내자
  9. 2017.08.23 [기고]자수자강의 숙제
  10. 2017.07.25 [조호연 칼럼]김정은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11. 2017.07.19 [사설]남북대화는 북핵 해결에도 긍정적, 미·일이 적극 지원을
  12. 2017.07.06 [사설]북한의 ICBM 도발을 맞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13. 2017.06.27 [기고]이젠 북핵 해법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
  14. 2017.06.22 [사설]이제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15. 2017.06.01 [사설]남북관계 개선 다짐한 북, 6·15 대북접촉 승인한 남
  16. 2017.05.23 [조호연 칼럼]북한과 미국, 공수가 바뀌었다
  17. 2017.05.19 [사설]홍석현 특사 만나 관여와 평화 의지 밝힌 트럼프
  18. 2017.05.16 [사설]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과제
  19. 2017.04.11 [조호연 칼럼]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20. 2017.04.10 [사설]북핵 문제 성과없는 미·중 정상회담, 더 불안해진 한반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저버린 행태다. 사드 배치 후에야 문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불가피성을 호소했지만 종교·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군사적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 존중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정부의 조치를 시민들이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참여 핵 과학자·기술자 초청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정부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 9일 예상과 달리 도발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완성을 위해 ICBM 등에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도 B-1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경 대응기조를 이어갔다. 한반도 안보지형은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도대체 사드 배치로 한국이 뭘 얻었는지 시민들은 정부에 묻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대북 대화 등 큰 원칙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원칙을 뒤집는 정부를 신뢰할 시민은 없을 터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제시했지만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 못지않은 엄중한 사안이다. 

이런 틈을 타 보수층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부터 국회에 나가 핵무장론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의 ‘핵 대 핵’ 주장은 위험하고 군사적 실효성도 없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불안해하고 강력 대처를 원하는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론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북한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을 해온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엄중한 안보상황 때문에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요구 역시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눈앞에 둔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과 운영 기조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대내적으로는 혼란과 분열을 면하기 힘들어지고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관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틀의 정책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응 기조와 매뉴얼도 재정비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확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극동지역 개발 등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은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았다. 6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대북 국제 제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핵에 대한 개입 수위를 부쩍 높이는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북핵 문제를 떠나서도 한·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경제분야 등에서 협력을 크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의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이 몇 차례 논의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방을 연결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도입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면 양국 간 협력 사업이 크게 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푸틴 대통령도 신동방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미·중·러 등 관련 여러 국가들이 모두 추인해야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사안이다.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어제 두 정상의 북핵 발언에서 드러났듯 아직 양국 간 견해 차가 크다.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 요청에 푸틴은 민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도 북한의 핵개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통일기반 조성 차원에서라도 한·러관계는 공고히 해야 한다. 북방도서를 놓고 일본과 갈등 중인 러시아로서도 한국과의 유대 강화가 긴요하다. 어제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러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 트럼프도 해당된다. 그는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사이사이 대화론을 불쑥 꺼내곤 했다. 진짜 대화를 했다면 다른 경로가 펼쳐졌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대화론은 건성이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달리는 북한을 멈춰 세울 만한 것을 그는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무책임했고 무능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인지 아닌지도 애매했고 그런 것조차 대화와 반대되는 신호들에 압도되었다. 보리에 쌀이 몇 톨 섞였다고 쌀이 되는 건 아니다. 북한도 보리와 쌀은 구별할 줄 안다.

해군이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비해 5일 동해에서 함포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속초함, 광명함, 이병철함. 연합뉴스

이번 핵실험이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월22일 트럼프는 말했다.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을 유인할 만한 어느 것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 것이다. 13일 뒤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 수소폭탄 실험이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났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그런 트럼프와 발을 맞추고 때로는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사드 조기 배치, 독자적 대북 제재, 핵잠수함 도입,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전술핵 검토와 같이 군사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목표에 다가갈수록 대북정책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았다. 핵실험 유예도 어려운 판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하자고 트럼프와 합의했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한·미·일 협력을 강조, 중국을 자극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해명했다.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일관성 있게 한길로만 갈 순 없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변화들이 다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적 목표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핵동결이라고 하자. 그동안 정부가 한 것은 북한 도발 때마다 눈에는 눈식의 일대일 대응이었다. 그게 대북정책의 실체였고 전부였다. 그 때문에 전략적 목표는 하늘 높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임기응변적 조치들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전략적 목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데 충실하다 샛길로 빠지고, 목표에서 멀어지는 줄 몰랐을 뿐이다. 몸통이 꼬리를 흔든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두 정부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순간에 전략적 목표를 놓쳤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순간이란 말할 것도 없이 핵실험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다. 실현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그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쟁위기, 중첩된 안보위기의 수렁을 박차고 나갈 생각을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코앞에 닥쳤다. 전술적 변화라는 이름으로 우회할 시간이 없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올바로 학습하고 김정은을 잘 다룰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에 솔직해져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낡은 명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버려야 한다. 선제적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 국면을 조성,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유도하고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훈련은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핵 문제 해결 기회를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함이 훈련에 있는 걸까?

6차례나 실패를 반복한 대북정책이 있다면 그건 ‘실패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번째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북한 정부 수립 기념일인 9월9일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ICBM 발사일 수도 있고, 7차 핵실험일 수도 있다. 그것도 끝이 아니다. 8번째 실패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대근 논설주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어제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긴급 제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고, 6자·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재개하면서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전면적 쇄신도 요구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다른 야당들과 달리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선한 야당의 모습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5일 오전 정론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5대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를 중단하고 지난 정부 안보 적폐세력의 밀실 외교에 의한 사드 조기배치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강대강 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감한 대화 제안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원칙도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이끌어나가기는커녕 그에 휘둘리며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대응수위만 높여왔다.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전략자산 배치 철회라는 이른바 ‘쌍중단’을 해법으로 제안한 것도 타당하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종료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때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며 훈련을 축소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꺼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나아가 일부 훈련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의 핵동결부터 이끌어내는 방안은 현실적이다. 실현불가능한 전술핵 재배치 등 강경 입장만 관성적으로 되풀이하는 보수 야당과 대비된다.

정의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협조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난맥상을 매섭게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비판할 것은 냉정하게 비판하는 자기 원칙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정의당의 시의적절한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야·정 평화협력체 구성 제안도 즉각 시행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통한 과감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정의당의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의 북핵 대응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큰 틀의 전략과 정교한 실천계획을 마련해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인 데다 그나마 군사적 대응 위주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고성능 폭탄 투하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게 대북정책의 전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임시적 조치일 뿐 적절한 북핵 문제 해결책은 아니다. 북핵 도발에 대한 도덕적 응징이나 분풀이는 될지 몰라도 북핵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북핵 대응과 관련해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 전술핵 재배치와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처음 공개 거론한 전술핵 재배치 전략은 소규모 핵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해 북핵과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것이다. 송 장관은 그제 국회 답변에서도 “깊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는 당초 설명과도 다르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회원국 대사들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정권의 비이성적 핵위협을 고려하면 과연 “공포의 재균형” 전략이 먹힐지 의구심이 든다. 1991년까지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을 배치했을 때 북한이 그 핵을 두려워했다면 핵개발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방안은 북핵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은 떨어지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명분 상실과 북한 핵무장 명분 제공, 동북아 핵경쟁 촉발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통해 이에 반대하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핵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처럼 북핵 대응 효과는 없으면서 경제보복만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역시 적절한 북핵 대응책인지 의문이다. 500㎏으로 묶여 있는 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풀어줘 파괴력을 높이자는 것이지만 이것이 북핵 억지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사실상 미사일 사거리 연장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이는 좁은 한반도 국토를 고려할 때 사실상 불필요한 일이며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에서도 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최고 수준의 제재·압박”을 거론하더니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어에서 대화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전반적인 북핵 로드맵에 따라 강경·온건책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강경 대처에서는 전반적인 북핵 대응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관리 능력도 미흡하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북핵 정책 원칙 자체가 무너진 것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정부의 단선적 북핵 대응이 북핵 위기라는 전체 판을 보지 못한 결과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 전반의 흐름을 지켜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 채 눈앞의 현상에만 급급하다 보면 북핵 사태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것이 외교안보 라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국회는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 빠진 ‘반쪽 결의’가 됐다. 그 시간에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임한다”면서 이날 열린 국방위·정보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뛰쳐나와 고용노동부와 대검을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9월4일 (출처: 경향신문DB)

 

지금 우리는 북핵이 턱밑까지 다다른 최악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 자고 일어나면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더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 등 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이 판국에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도 모자라 장외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국민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의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정략적 이벤트다. 홍준표 대표는 “전대협 주사파, 안보·북핵 경험이 전무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4강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교수장, 무기 브로커 출신 국방부 장관, 대북 협상만 하던 국정원장 등 이런 참모들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 대북정책은 다를 수 있다.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면 따질 건 따져야 한다. 하지만 비판도 때가 있다. 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차이를 접어두고 합심협력, 북핵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무슨 호재라도 잡은 양 정치공세의 불쏘시개로 삼아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고 정부 발목이나 잡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 정권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분열과 방심이다. 북한 도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도 우리의 단결되고 결연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를 맞아 정치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민심도 안정될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명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침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각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회동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가 적극 호응, 정쟁을 중단하고 안보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를 과시하기 바란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건재함을 알리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던 19만8000명의 영국군과 14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벨기에군을 영국의 군관민이 합동으로 구출해내는 기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록 전쟁의 서막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철수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영국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력전(total war)의 시대, 전쟁이 벌어지면 온 국토와 전 국민이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력을 하나로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 조지 6세가 머물던 버킹엄궁은 7차례나 폭격당했지만, 국왕은 런던을 떠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궁이 폭격당하는 장면과 국왕의 건재함을 홍보영상으로 만들어 국민의 단합과 결집을 호소했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이미지

이외에도 영국 정부는 여러 방식으로 프로파간다 작업을 수행했다. 그중 하나가 왕실 마크와 선전 문구를 담은 ‘KEEP CALM’ 시리즈 포스터였다. 첫 번째 포스터는 “Your Courage, Your Cheerfulness, Your Resolution will bring us victory(당신의 용기, 당신의 활기, 당신의 결의가 승리를 불러올 것이다).” 두 번째는 “Freedom is in peril defend it with all your might(위기에 처한 자유를 전력을 다해 사수하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이었다. 마지막 포스터는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공개되지 않다가 2000년 영국의 어느 고서점에서 1장의 포스터가 우연히 발견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권은 민심을 호도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의 민심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침착하게 현실에 대처해왔다.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계속되는 북핵 위기 속에서도 대다수 국민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진짜 가마니가 된다”는 사실 역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이런 사실을 반복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대구까지 피란 내려간 상황에서도 “안심하라! 국군이 북진하고 있다”를 연신 틀어댔고, 2014년 4월16일, 이미 선체가 침수되어 기울어 가고 있는 세월호 선내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죽음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참담하게 망가져가는 국가를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국민이 나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가만히 지켜만 보기엔 이른 듯싶다. 중요한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제1차 핵실험 이래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접근 방법은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핵 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는 6차 핵실험 소식이다. 대북 제재와 외교적 고립, 그리고 무력시위로는 북한의 선택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과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계획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군사체제의 군사력은 앞으로도 북한을 계속해서 압도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유사시 한반도와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그런 사실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절대 안보’는 ‘절대 평화’ 이외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무시하는 한 어떠한 군사 무기의 도입도 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이다.

온 국민이 김정은의 북한 핵과 트럼프의 대북 군사옵션이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길이겠으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믿고, 국민을 위해, 국민과 함께 우리가 주도하는 해법을 만들어 그들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전성원 | 황해문화 편집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이 어제 새벽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지점에서 2700㎞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비행거리로 볼 때 미국의 괌을 사정거리에 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된다. 이는 한·미 양국군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대응 차원을 훨씬 넘어선 도발이다. 특히 이번 도발이 한국과 미국이 대북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도발이 용인할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군은 맞대응 차원에서 MK84 폭탄 8발 투하훈련을 실시하고, 한국형 탄도미사일 ‘현무2’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본 도쿄 시민들이 29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뉴스를 전하는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 _ AFP연합뉴스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연 뒤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그간 외교적 해결을 시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력한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전까지만 해도 긴장완화 조짐을 보이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일시에 긴장 국면으로 급변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핵보유국 외길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누가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고 핵미사일 완성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달 초 북한 스스로 공언한 ‘괌 포위사격 방안’이 언제든 실현 가능한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어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로 볼 때 북한에서 3000㎞ 떨어진 괌까지 도달 가능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괌 포위사격을 유보하겠다면서 미국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대북 제재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개발로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적 번영을 얻으려는 시도는 전혀 승산이 없는 무모한 싸움일 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굴복하는 나라가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북한은 과연 자신들의 핵보유 명분에 국제사회가 동의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 간 데 없는 도발에 중국과 러시아마저 인내심을 잃고 등을 돌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난관에 부닥쳤다. 북핵 문제의 대화해결과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고 “전쟁은 안된다”며 강력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물론 시민들의 불편하고 불안한 심정을 감안할 때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비상식적이고 국제관행을 따르지 않는 국가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그런 북한을 설득해 대화 무대로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다름 아닌 정부였다. 북핵 문제에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를 거론하고 미사일을 쏘면 금세 태도를 바꿔 응징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적절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정세에 따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일관성을 잃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김정은의 핵 위협에 놀아나는 격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제재 병행의 기조를 굳건히 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세운 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과 한·미가 맞대응하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기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그에 미친 듯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그들이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곁가지(sideshow)에 불과하다”고 했다.

7월 28일 오후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미군 장비가 놓여 있다. 이날 국방부는 사드 기지에서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이외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은 ‘말폭탄’이 결국 ‘쇼’였던 것이다. 난공불락인 북한의 핵무기 위협 속에 살아남으려면 자수자강(自守自强)하는 수밖에 없다는 깊은 자괴감이 들었다.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핵무기가 없는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가 숨겨져 있다. 풀기가 어려운 고난도 방정식과도 같다.

역대 어느 지도자도 자신에게 주어진 북핵 숙제를 풀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핵 문제는 점차 난도만 높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레드라인’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도 임기 내 북핵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할 묘안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임기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세습으로까지 이어지는 왕조체제를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시 말한다. 김정은 정권이 10~20년 이내 붕괴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말자. 희망적 사고가 정책이, 국가전략이 될 수는 없다. 머지않아 김정은 정권이 붕괴될 것을 가정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면 당장 중단하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현명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경로를 택하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비핵화 벽돌을 한 장만 쌓는 일이다. 

‘가난한 국가’가 국가안보 수준을 단기간에 높이는 방법은 타국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이 정설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듯이, 한·미동맹 강화 과정에서 중국의 크고 작은 반발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명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이를테면 동북아 지역에서라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급격하게 세력 전이가 이루어질 경우 우리의 내부적 균열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의 동아시아 전문가였던 카를 필니가 19세기 말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존 헤이의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이고, 대서양은 현재의 바다이며,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를 인용하면서 21세기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 역할을 맡는 다극화된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병철 | 평화협력원 부원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새로운 물증이 나왔다. 바로 북한 경제의 성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는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17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지표만이 아니다. 장마당 등 시장이 활성화하고, 시장에 나온 소비재의 거개가 중국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었다. 내수산업이 회복하고 농업생산성도 증가했다. 대북제재가 성공적이라면 북핵 개발 억제 혹은 경제파탄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 시대 북한 경제는 남한을 압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고 주민 개별 삶도 상대적으로 윤택했다. 냉전시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 내 무역과 지원의 결과다. 그러나 이번 경제 성장은 성격이 완연히 다르다. 사상 유례없는 제재와 압박 속에서 일궈낸 성과다. 외부의 도움은 중국의 지원이 전부다. 그럼에도 남한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성과를 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경제의 성장을 ‘핵·경제 병진 노선’의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고강도 대외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을 해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할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다면 김정은 체제의 내구성은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체제 측면에서는 경제 성장이 마냥 긍정적인 의미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성장의 원인을 분석해보자.

이번 북한 경제의 성장은 ‘장마당’과 ‘포전담당책임제’의 활성화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장마당은 200개에서 400개로 늘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종사한다. 포전담당책임제 역시 김정은 정권 들어 크게 발전했다. 북한 주민이 의식주를 배급으로 해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생활 수요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충당한다. 문제는 두 제도가 사유재산과 인센티브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만큼 북한 체제에 위험한 것은 없다. 지도부의 권위와 권력을 약화시키고, 통치질서에 구멍을 뚫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유일사상 10대원칙’에 시장화 과정에서 확산된 부르주아 사상과 자본주의적 요소들에 대한 위기의식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성장은 주민통제 측면에서는 모래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 해의 경제성장을 두고 북한 체제 내구성과 연계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다년간의 노력으로 도입한 자본주의적 정책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장 활성화의 효과를 체감한 북한 주민은 더 큰 풍요와 안정을 바랄 것이다. 주민 누구도 생존의 한계치로 내몰렸던 피폐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주민 통제와 기본의식주 해결을 위한 경제 활성화 사이에서 임계점을 넘나드는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그동안 북한 체제의 내구성은 불가사의 그 자체였다.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쇄도산과 종주국 옛 소련의 해체, 그리고 중국의 개혁과 독일 통일, 최고지도자들의 잇단 사망과 대기근에도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외의 원조 중단과 핵개발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고립정책과 경제파탄이라는 위기에서도 자신들만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버티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직면한 도전은 대외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한 번도 안 가본 길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도전에 부닥친 것은 김정은 정권만이 아니다. 북한의 경제 성장은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의 제재·압박은 핵개발 등 김정은 정권의 ‘나쁜 행동’을 벌주고, 분풀이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계속 제재와 압박에 매달리는 것은 속수무책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울분만 풀어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핵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와 거꾸로 하면 된다. 북한이 시장을 키우고 대외 교역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도 축소하지 말고 확대하도록 적극 협력하는 게 북핵 해결에 기여하는 길이다. 북한의 대내 결속을 도와주는 봉쇄정책을 버려야 한다. 중국 역할론도 허망하다. 중국은 대외적 압박이 북한의 체제붕괴를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게 뻔하다. 그보다는 김정은을 태운 호랑이가 속도를 더 내도록 채찍질하는 게 맞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및 적십자회담 제의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 기류를 보였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엇갈린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다. 국제사회의 북핵 대응 기조를 기존의 압박과 제재에서 대화와 압박의 병행으로 바꾸는 초기 과정에서 얼마든지 표출될 수 있는 차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이나 설득 노력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심각한 갈등이나 근본적인 이견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전·현직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 초청 오찬을 갖고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방예산 증액 수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도 대북 대화 전에 충족돼야 할 조건이 존재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말하는 대북 대화는 북핵 문제를 담판 짓는 본격적인 대화 무대를 뜻하는 것으로, 무조건 대화는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회담 제의 발표 전에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사전 설명을 했고, 미국은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는 기본적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인도적 교류를 위한 초기 단계의 남북 접촉을 위한 것이다. 만일 남북 접촉이 재개된다면 북한 비핵화를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대화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허물기는커녕 최종 목표인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과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부의 대화 제의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공인한 새로운 대북 정책인 ‘대화와 압박의 병행’을 위한 첫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대화와 압박 병행 정책이 북핵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도 남북대화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북 국제 공조체제도 강화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합참은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가상의 평양을 타격하는 장면은 자극적이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한국이 더욱 엄중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오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 군의 맞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확고한 미사일 연합 대응태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응은 과거 북한 도발 시 정부가 말로만 강경 대처를 외쳤다는 비판여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여론에 부응하는 효과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무력시위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강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북핵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상대에게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을 제공해 결국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력시위는 남북 당국 간 교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북핵 및 남북관계 구상도 구체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공감을 얻어낸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접근 방안이나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정부는 군사적 대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정세가 급하고 험하다고 해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북한이 금지선에 다가간 만큼 중대 국면으로 인식하고 난국 타개를 위해 창의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주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대북 물밑 접촉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제는 아프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꾸려지고 있는 이즈음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과연 그 기대감이 기대만큼 충족될 수 있을까. 새 정부가 선거 국면에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방침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련돼 있다는 인상을 풍겨왔다면 이제는 솔직하게 이를 벗어던져야 한다.

비핵화 문제가 이 시점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지금 단계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며 희망사항이다. 한마디로 말해 핵은 북한에 있어 심장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저들은 핵이야말로 자신들을 살게 하는 자부심이며 원동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5차에 걸친 실험으로 자신들의 심장이 더 강고해졌다고 믿고 있다. 그럴진대 펄펄 뛰고 있는 심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내놓는단 말인가.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인 현무2 미사일이 차량형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사시험을 참관한 뒤 "나는 대화주의자이지만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불편한 진실의 인정 위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새로 찾아야 한다. 종래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의 핵을 지금처럼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대북 제재였다. 지난 10년간 이른바 북핵 제재에서 얻은 성과가 무엇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이다. 그해 7월5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고, 같은 달 16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1695호를 채택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북은 그해 10월9일 제1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닷새 후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를 또 채택했다. 그 후 연례행사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결의안이 채택돼 한 차원씩 강도를 높인 국제제재가 시행됐다.

2016년 3월2일 ‘안보리 결의 2270’이 채택될 당시 외교부는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면서 손뼉을 쳤다. 이처럼 제재의 강도가 계속 높아졌지만 북한은 2016년 9월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차부터 4차까지 2~3년의 간격이 있었던 데 반해 5차는 불과 8개월 만이었다. 폭발력은 4차 때의 2배였다. 최고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데 그랬다. 한마디로 제재는 오히려 저들의 핵을 더 정교하고 공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제재 일변도의 결과가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남북대화의 물꼬조차 열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제재를 하면 할수록 저들 가운데 매파·강경파들이 득세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저들이 의기양양하게 기세를 올리면서 대화의 물꼬라도 열어두려는 비둘기파들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 오해가 북한이 핵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개발에 서방에서만큼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방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도 있다.

바로 인건비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에서 군사무기며 장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라고 한다. 최고 인력들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 설비를 갖추고 나면 그 이후 원료나 자재, 부자재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장거리 미사일용 고체연료 개발 같은 것도 서방이라면 엄청난 인건비가 들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유와 첨가제인 화학제품은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거기서 나온 돈이 핵무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돈이 아니더라도 우리와 서방이 제재를 가하고 압박을 하는 한 북한은 배를 더 주리면서라도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을 것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는 한시도 살 수 없다고 했던 우리는 이 엄연한 현실 앞에서 이제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 몇 방씩 쾅쾅 쏘고 공멸할 것이 아니라면 해법은 역시 대화와 타협이다. 우선은 만나야 한다. 마주 앉아야 한다. 북한은 발끈한다지만 역시 햇볕정책이다. 하지만 달라진, 더 커진 정책이어야 한다. 과거 북의 가림막이 외투 수준일 때는 햇볕으로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심장은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동일 | 재외동포저널 편집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북핵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측에 이를 미리 알리고, 회담에도 대비하게 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한·미 일각의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 발언은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가 송환된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것과 관련, 북한을 연일 성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어떤 맥락에서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은 트럼프가 이날 백악관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지도자 사이에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중요하다. 문제는 외교·안보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발언 논란이 불거진 데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여론이 싸늘해지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행정부는 대북 대화 조건을 비핵화로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화적인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한·미 간에 큰 균열이라도 발생한 것인 양 소란스러운 보수세력도 경시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이념공세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자칫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한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구상을 제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된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핵보유 단계에 접어든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기왕의 대북 지원 차원을 넘어서는 담대한 제안이 요구된다. 실효성 있는 선제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미국은 물론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 노동신문이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논설을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남한 측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로서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신문이 논설을 통해 출범 한 달이 안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어제 ‘유일한 타개책은 북남관계 개선에 있다’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우리는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북남관계는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되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 논설은 최근 통일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승인한 것에 대한 북측의 마중물 성격도 있다. 통일부가 어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한 것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 사이에 대화를 위한 말과 행동이 오가고 교류가 시작되면 아무리 단절된 관계라도 개선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북한이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를 기대해 본다.

북한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시험발사한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이 상공으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세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남북관계 개선은 당장의 북핵 위기국면을 타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주변 강대국들이 주도해온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도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대화가 재개되고 교류가 심화되면 남북 모두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민족동질성도 높일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 대전환을 위한 내외의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남북 모두 명심해야 한다.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긴장국면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대화를 위한 환경은 최악인 상태이다. 남북 대화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마저 당장은 대화보다 제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을 정도이다.

따라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벌이는 것과 별개로 이런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입장과 충돌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남북 대전환이 북측의 진심이라면 그에 합당한 성의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미사일 발사 일시 중단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세상이 바뀌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교체도, 정권붕괴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을 믿어달라”고도 했다. 외교언어치곤 거칠지만 진정성은 묻어난다. 그는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강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틸러슨의 발언은 정확히 북한의 흉중을 꿰뚫는다. 김정은 정권의 제1목표는 체제 생존이다. 핵개발도 미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체제 보장을 공개 약속했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과 논리는 거대한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게 선명한 반전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처음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반도는 전쟁위기설로 설설 끓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거론한다.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_ AP연합뉴스

국가 관계는 말과 행동으로 구성된다. 말로 명분과 정당성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북한은 틸러슨의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말 한마디로 70년간 쌓인 북·미 간 적대감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핵 게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대외전략 환경 변화는 대미관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혈맹’ 중국의 태도변화도 북한을 곤혹스럽게 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시사하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적극적이다. 북한으로선 하나같이 아프다. 북한이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못하는 데 미국의 군사적 실력행사와 중국의 대북 압박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남한 내에서도 ‘우군’을 잃고 있다. 구조적으로 북한의 ‘적대적 이익공동체’인 남한 보수는 허약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유한국당 여론지지율은 8%다. 불과 열흘여 전인 지난 대선에서 이 당 후보가 20% 넘게 득표한 것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보수는 대선에서 특유의 색깔론과 이념공세를 폈지만 먹히지 않았다. 과거 보수의 안보공세에 쩔쩔매며 변명으로 일관하던 진보후보가 오히려 보수후보들을 ‘가짜 안보장사꾼’으로 공격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아마도 북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 추구와 대화를 중시하는 대북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북한을 비난하고 강경정책을 구사하는 보수 정권이 상대하기 쉬울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고마운’ 존재였다. 남북 간 적대감은 북한에 논리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북한의 체제 및 핵개발 논리의 명분과 당위를 갉아먹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중장거리 ‘화성-12’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겉으로 북한을 비난하면서 뒤로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며 북한에 돈을 건네려 하거나, 선거 때 북한군에 남쪽으로 총을 쏴달라고 부탁하는 보수 대통령, 보수 정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대외정세의 변화는 김정은 정권에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한국·미국·중국 3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공조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의 일이다. 평화적인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도 공유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보였던 6자회담과 9·19합의 등을 연상시킨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접근 방식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북한에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북핵·미사일이 동북아 및 세계평화·안정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대두된 지금 북한 역시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해 있다.

핵개발을 통해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북한의 발상은 그 자체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상대국도 핵으로 무장하거나 기존 핵무장력을 강화하게 되므로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핵개발로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 역시 무모하다. 예컨대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지만 강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핵개발은 강국을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 주민 삶을 희생하는 핵개발은 오히려 국가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서 <부수적 피해>에서 “다리의 운명은 가장 약한 교각이 결정한다”고 했다. 북한이라는 다리에는 수많은 교각들이 있다. 하지만 핵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부실하고 강도가 약하다. 김정은은 핵을 자랑하기에 앞서 바우만의 경고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접견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유연한 대북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 정부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핵실험 중단 시 대화 용의가 있다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나 북한 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그것이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북 압박 기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화 조건을 비핵화 약속에서 핵실험 동결로 문턱을 낮춘 것도 변화다. 북한의 핵능력이 완성단계에 이른 것을 감안한 현실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달라진 북핵 정책 기조는 한국 정부와 공통점이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양국 협력의 공간이 넓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되 평화적 해결책을 주도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북핵 문제 접근의 대원칙은 평화여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핵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실험·미사일 발사 동결 등 대안을 제시하고 주변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4강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등이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접근법에는 이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 제재에만 의존한 북핵 폐기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나 비전 제시도 없이 대결적 이념공방만 되풀이하는 국내의 낡은 풍토도 바꿔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역설하던 ‘진짜 안보’를 구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 보호 방침을 재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한·미 공조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는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 문제 접근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지만 한국만의 주체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다.

북핵 문제는 한국전쟁과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그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코 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소리만 요란했다. 북핵 공동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역할론에 매달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맘먹고 나서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오래된 궁금증, 중국이 적극 행동하면 북핵 문제가 풀릴 수 있나. 사실 검증(팩트 체크)이 필요하다.

예컨대 중국이 북한행 석유파이프를 잠그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핵과 체제를 동일시하는 북한이 체제와 연료 중 뭘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에 앞서 중국은 석유파이프를 잠그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잃는 것을 감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중국역할론은 단순한 답을 구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이를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데 있다. 만약 중국역할론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면 이는 어떤 가짜뉴스보다 심각한 문제다. 북핵 저지에 사용할 동력과 자산을 낭비하고 북한에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회담을 끝내고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한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마련해 둘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중국역할론은 미국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틸러슨의 말마따나 북핵을 해결할 ‘미국의 독자적 방도’가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면 되지 굳이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역할론을 내세우는 것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숨기고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것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핵 해결 노력보다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듯한 중국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병행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이 정책 목표를 정했다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끌어들이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는 것이 맞다. 이러니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들고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은 위험천만한 접근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김정은 제거작전’을 따져보자. 미국은 과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9·11테러 주범 빈 라덴을 사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내전에 휘말렸고, 테러는 지구촌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불량국가’의 지도자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것은 응징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민족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시리아와 그게 가능한 북한은 전혀 환경이 다르다. 북한붕괴론은 애초 성립 불가다. 북핵같이 급박한 문제를 북한 붕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붕괴론에 기대 시간을 보내다 북핵 능력 고도화를 방조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후 “핵실험은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나라가 핵개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북한 핵개발이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결속과 국제적 지위 향상 수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제규범을 무시한 채 동북아 평화·안정을 깨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핵이 생존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핵 없이 생존해온 지난 70년 북한 역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진정으로 북한과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주민을 억압하고 국제사회와 반목하는 세습독재체제 그 자체다. 경고하건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파국을 부르는 악마의 호출이나 다름없다.  

20년 넘는 북핵 역사에서 무수한 대책들이 명멸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핵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백약이 무효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동결에 합의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한 시기도 있었다. 대책 세우기 나름이다.

팩트 체크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을 통해 사실 여부를 알려주는 제품도 나왔다. 이 기계를 통해 기왕의 모든 북핵 대책들을 검증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계에 해답을 물어보고 싶을 만큼 북핵 문제는 다급한 위협이다. 다만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북핵 위협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간이 걸리는 최종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당장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 게 시급하다. 핵동결을 최우선적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 정상은 북핵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뜻을 같이했지만 가시적인 해법은 도출하지 못했다. 북핵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도 단순한 상황관리에만 치중하는 중국과, 중국 역할론에만 몰두하는 미국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핵 해결에 협력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회담 전에도 독자 대응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무게가 사뭇 다르다.

6~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6일 중국 베이징의 신문판매대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표지에 실린 잡지들이 놓여 있다. 베이징 _ AFP연합뉴스

미국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배치하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내 핵무기 배치, 김정은 제거 작전, 한·미 특수부대 북파 등 3대 대북전략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유인하는 압박수단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어설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북한 역시 강경 일변도다.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창건기념일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오히려 더 불안해진 형국이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등 외교적 해법이 교착상태에 빠진 사이에 군사적 대응이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북핵은 군사적 대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해결 기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잖아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아차 하는 순간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국정공백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당장 남북한과 미국이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부터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