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는 등 집권 3년차를 이끌 내각과 청와대 구성을 마쳤다. 청와대 참모, 외교, 정당 활동의 경륜을 갖춘 이 실장이 두 전직 비서실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가장 못하는 걸 뽑으라면 누구나 인사문제를 들었고 그런 평판에 어긋나지 않게 박 대통령은 인사할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번 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주일대사로 갔던 이 실장은 겨우 1년2개월 만에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통 대사는 3년, 적어도 2년은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는 단기 대사로 끝났고 국정원장 자리 역시 이번 인사로 7개월 만에 내놓게 되었다. 조직의 안정성, 업무의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인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성우 대통령 사회문화특보도 한 달 만에 그만두고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옮겨갔다. 인사가 얼마나 무계획적이고 임기응변적인지 잘 보여준다. 국정 난맥과 혼선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친박 핵심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것도 정권 친위대를 구축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지난해 7월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정보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악수를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참모일 뿐, 국정의 지휘자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그를 부통령급으로 키웠고, 그로 인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져야 했다. 그 결과 차기 비서실장이 누구냐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정해질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동안 김 전 실장 교체 요구가 높았던 것은 온전히 김 전 실장 개인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박 대통령이 국정 실패를 바로잡고, 국정 방향을 재점검하기를 바라는, 국정 혁신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비서실장을 바꾼들 소용이 없다. 이는 비서실장 교체에도 박 대통령의 국정 혼선이 바로잡히지 않았던 지난 2년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에서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이, 군주가 현명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은 군주가 현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의 조언자들이 훌륭한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견해다.…좋은 조언이란 근본적으로 군주의 지혜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군주의 지혜가 적절한 조언에서 비롯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의 변화를 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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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교육부 장관에 서남수 전 교육부 차관을, 외교부 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을 발탁하는 등 6개 부처 장관을 내정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에는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전행정부에는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6개 부처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과는 무관한 부처들이며, 나머지 11개 부처 장관은 개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상 첫 조각의 특징 중 하나는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5명 전원이 고시를 거친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 5명은 지역적으로 수도권 출신이며, 고교별로 봐도 경기고(3명), 서울고(2명), 제물포고(1명) 등 이른바 명문고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중 3명은 박 당선인의 대선 캠프 출신이기도 하다. 보수·안정 지향 및 관료 등용을 통한 전문성 추구라는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구상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향신문DB)


이번 인선은 내정자들의 적격 여부와 별도로 적잖은 문제를 노출했다. 우선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실장이 관장하는 인사위원회의 기능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 중 통일부 장관만 빠진 것도 의아스럽다. 북핵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대화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통일부의 상징적 위상을 경시한 듯한 느낌이다. 산학협력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느냐, 마느냐는 논란이 여전한 교육부의 수장을 조직 개편에 앞서 내정한 것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물러난 인사가 안전행정부를 맡고, 공안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찰 간부 출신이 균형감각이 요구되는 법무장관에 발탁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철저한 자질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드러난 박 당선인의 인선은 사상 첫 과반 득표에 어울릴 만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성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만기친람형인 박 당선인의 용인술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향후 인선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아직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11개 부처 장관 인선에서는 대선 승리 직후 밝힌 대로 지역과 성별, 세대를 초월한 대범한 탕평 구상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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