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맞았다. 그들이 예측한 대로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물론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나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국가안보와 대테러전쟁을 명분으로 국민들의 e메일이나 개인정보, 의사소통을 감시, 불법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정보 데이터를 수집한 홈플러스 등 일부 기업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개인정보를 팔아먹기 때문만도 아니다. 정보가 한곳으로 수집되고 축적되는 빅데이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삼성은 2년 전 갤럭시 시리즈 판매에 이벤트를 가미했다. 앱을 다운로드하는 100만명에게 무료로 유명 랩가수의 앨범을 다운로드받게 해주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운로드한 음악앱이 사용자 스마트폰의 시스템도구, 네트워크 통신기록, 통화, GPS위치 등에 접근해야 한다는 조항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24시간 자신의 행방을 계속 넘겨준 셈이다.

궁극적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한 각종 데이터의 구슬을 잘 꿸 수만 있다면 욕망, 공포, 행동양식, 기후, 질병, 범죄까지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이처럼 놀라운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까지 제공하면서 환상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데이터는 지구 반대편까지 전송되기도 한다. 누군가 이 데이터를 한데 모아 체계를 세운다면 갑자기 초점이 맞아떨어지는 선명한 영상이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이 대목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됐다.

빅데이터는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기본으로 하는 데이터 수집에서 출발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아마 빅데이터 시대가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최근 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을 제거하더라도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할 수 없고 안전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머지않아 이런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질 것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당신이 커피점이나 술집에서 카드를 긁는 순간, 국민건강보험에서 과태료 문자메시지가 날아올 것이다. 사건 이후 의료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 치료에 비협조적인 데다가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식습관을 반복하는 당신에게, 페널티를 준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우리의 흔적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전송, 그에 따른 패턴 분석을 하고 행동을 예측, 감시하기도 한다. 초기 단계지만 현재 미국은 테러·치안·전염병 예측에,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활용 범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 (출처 : 경향DB)


보안이 뚫린 빅데이터의 위험성은 빅브러더를 연상시킨다. 만일 사악한 권력자가 나타나서 데이터를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한다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을 앓는 정적(政敵)을 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 약을 바꿔 처방하거나 링거를 바꿀 수 있다.

때로는 빅데이터 안의 디지털정보를 조작하기도 할 것이다. 에이즈 환자나 FBI에 쫓기는 스파이, 경찰에 수배된 강간살인범으로 조작, 격리시키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게 할 수 있다. 조작된 데이터라 하더라도 인간들은 데이터를 신뢰한다. 빅데이터 안에서 그가 범죄자라고 기록돼 있다면 범죄자이고, 신용불량자라고 하면 그게 진실이 되어 버린다.

해커를 낀 범죄집단이나 테러리스트들이 빅데이터의 접근권을 획득하게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빅데이터를 통제하고 개인들을 감시하고 조종할 것이다. 직업, 재산, 은행 현금 인출내역, 신용카드 거래, 범죄, 병력 등 빅데이터 내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원하는 목적을 이룰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국민들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데이터의 주체는 국민이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 정부는 데이터 공유와 활용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그저 대규모 거대 조직만이 음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일반인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정부와 기업은 다시 한번 데이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데이터 공유와 활용에 데이터의 주체인 일반인, 시민단체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적극 가담시켜야 한다.

종국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결국 개인들은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앞두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데이터는 저장된 채 이 땅에서 불멸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필요불가결한 존재로 꽃을 피울 것이다. 인간의 프라이버시가 죽은 그 자리에서.


최희원 |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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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빅데이터가 마법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빅데이터 1.0의 시대는 크기, 속도, 다양성 등 데이터 속성에 열광한 시기라면, 빅데이터 2.0의 시대는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사용한 모델을 적용하는 분석의 보편화 시대라 할 수 있다.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과학의 발전을 낳았듯, 빅데이터는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빅데이터 2.0의 미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생산장비에 설치된 사물인터넷(센서)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 모델화해 공장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다. 이것을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전 제조업에 적용한다면 독일의 산업 경쟁력을 넘볼 수 있는 국가는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슷하게 제조업 중심 수출 국가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후반 잠시 탈공업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야말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의 관건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1990년대 초반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이 시행되고 그 핵심은 공장 자동화였다. 이후 공장 자동화를 위한 수치제어(NC) 머신 등의 개발을 위해 연구조합을 구성하게 하여 부족한 기술과 자본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 정부에서도 지난해 10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 스마트 공장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스마트 공장이 적용되면 신입사원도 기능장 능력의 전문가 판단력을 빌릴 수 있다. 노동생산성의 코페르니쿠스적 제고가 가능하다. 불량은 줄어든다. 불량이 아닌 것을 불량이라고 조사하거나 폐기하는 비용도 당연히 준다.

이러한 빅데이터가 일상의 도구가 되기 위한 길은 꽤 험하다. 기업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장비 자체의 기술과 아울러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센서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고 모델로 만드는 일이다.

서적 '빅데이터 인문학' (출처 : 경향DB)


지금까지 우리나라 빅데이터 시장은 센서 및 장비 등의 하드웨어 회사, 빅데이터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구성된 컨설팅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솔루션 회사에서는 고객의 비즈니스적 문제 해결책을 명괘하게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컨설팅 회사는 분석 자체는 가능하나 그 구현의 모습을 실제로 검증해줄 수 없었다.

사물인터넷으로 심화되는 빅데이터 2.0 시대에는 심지어 물건들끼리도 이야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장비 생산자,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기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요즘 1990년대 복고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에 공장 자동화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연구조합을 설립한 것처럼, 정부에서는 각 산업별, 기능별로 빅데이터 적용을 위한 조합 구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홍영식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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