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저버린 행태다. 사드 배치 후에야 문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불가피성을 호소했지만 종교·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군사적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 존중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정부의 조치를 시민들이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참여 핵 과학자·기술자 초청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정부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 9일 예상과 달리 도발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완성을 위해 ICBM 등에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도 B-1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경 대응기조를 이어갔다. 한반도 안보지형은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도대체 사드 배치로 한국이 뭘 얻었는지 시민들은 정부에 묻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대북 대화 등 큰 원칙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원칙을 뒤집는 정부를 신뢰할 시민은 없을 터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제시했지만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 못지않은 엄중한 사안이다. 

이런 틈을 타 보수층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부터 국회에 나가 핵무장론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의 ‘핵 대 핵’ 주장은 위험하고 군사적 실효성도 없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불안해하고 강력 대처를 원하는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론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북한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을 해온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엄중한 안보상황 때문에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요구 역시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눈앞에 둔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과 운영 기조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대내적으로는 혼란과 분열을 면하기 힘들어지고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관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틀의 정책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응 기조와 매뉴얼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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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추가 배치된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기지에 반입된 뒤 설치되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잔여 발사대 4기와 배치 보강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배치라고 밝혔지만 이날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방의 미군 시설 및 증원전력의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한국의 핵심 시설 및 전력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도 없다. 상승하는 과정이나 대기권 밖 비행 단계가 아닌 종말 단계에서 중·고고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로는 한국도 지키지 못하고,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후 급히 배치를 결정했다. 마치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같은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처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또한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완전히 놓치는 결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복안도 물건너갔다.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처지가 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사드 배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진정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일말의 효용이 있다면 사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배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전날에야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통보했고, 미군은 새벽에 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했다.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은 채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강행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견인하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강대강의 대증적 대응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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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제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사드 배치 이전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송 장관은 “대통령에게 전면배치를 건의했지만 임시배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가 “완전배치를 위한 전 단계로 임시배치를 한 것이냐”는 의원 질문에 “그렇게 결론이 났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말이 논란을 빚자 “일반 환경영향평가 뒤 사드 배치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번복했고, 의원들의 재확인 질의에 “(롯데골프장 안에서) 위치 조정을 한다는 뜻”이라고 다시 바꿨다. 도대체 송 장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회의장 단상으로 향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발사대 배치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중대 현안이다. 반대 시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고 중국은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당국자라면 누구라도 시민 혼란을 초래하고 주변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언행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송 장관의 태도는 청와대의 애매모호한 입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시민 불안을 진정시켜야 할 주무장관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안보 현안에 대한 그의 판단도 문제가 많다. 그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너무 빨리 넘었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레드라인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청와대와 차이가 있다. 외교적 대응과 군사적 대응을 가르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레드라인을 넘었느냐 여부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 북한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평가한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는 논란이 돼온 핵잠수함 도입 문제에 대해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지만 이것이 과연 정부의 정리된 의견인지도 궁금하다. 그는 한·미 간의 한국 미사일 지침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도 회의 내내 “있다”와 “없다”는 답변을 오갔다. 부적절한 답변이 이어지자 여당 의원이 대신 입장을 정리해주기도 했고, “장관으로서 충분히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송 장관은 월 수천만원의 자문료 등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국방개혁 적임자로 인정받아 장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국회 출석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어느 때보다 시민의 신뢰가 중요한 북핵 위기 국면에 송 장관이 제대로 장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송 장관은 준비된 장관임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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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양국은 회담 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시 주석이 남북대화 복원과 남북 간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단계적 북핵 해법에 이어 시 주석으로부터도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를린 _ 서성일 기자

두 정상은 까다로운 현안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겼다. 중국 측은 사드에 대해 “중·한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중·한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를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에둘러 말함으로써 이 문제로 한·중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사드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산을 자제하고 대북 공조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자는 평화적 해법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제 양국은 관련국과 함께 북핵 협상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서 보듯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 6차 핵실험과 ICBM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를 유예시키는 동안 추가 도발을 막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사드 배치라는 민감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25년 동안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을 토대로 사드 갈등을 뛰어넘어야 한다. 양국은 일단 사드를 둘러싼 갈등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관리해나가자고 합의했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이 공동발표문에서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한 것처럼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모두 한·중관계의 질적 발전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 만큼 상호 성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관계는 사드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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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3주가 흘렀다. 비상식과 적폐, 그리고 부재와 공백의 시대를 지나 하나씩 살려내고, 건져내며, 바꾸려는 모습들이 짧은 시간의 속도마저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다. 상식의 회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전과 대조가 만들어내는 과거와의 격차에 가슴이 뛰며,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정치의 귀환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과장된 희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도 벅찬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이나 낯선 동시에 자각몽처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으로 시작해서 탄핵 인용으로 이어진 모든 과정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승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광화문의 기적’의 결실이며,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이제 “이게 나라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세월호처럼 침몰하던 대한민국을 건져 올렸고, 건져진 대한민국은 다시 세월호를 건져 올린 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필자는 대선 직전 칼럼에서 3개의 질곡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열망했었다. 촛불혁명의 의미를 심장 깊이 새김으로써 민주주의 훼손의 역사, 불평등의 헬조선을 만든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기득권 안보장사꾼들이 만든 분단체제의 종북프레임을 청산할 막중한 임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싶다. 혼자 이뤄낼 수도 없고, 한 번의 정권창출로도 불가능하지만 목표는 선명해야 한다. 설익은 통합론으로 청산과 갱생의 시대적 요구를 희석해서는 안될 말이다. 진정한 반성 없이 거짓 통합론 뒤에 숨어 어떻게든 모면하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6월 2일 (출처: 경향신문DB)

사드 추가 반입에 대한 보고 누락은 이런 적폐를 드러낸 충격이자 경고다. 권력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오히려 사드 배치를 가속화시켰던 것은 민족의 생존과 국익을 결정하는 외교·안보·통일정책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삼았고, 이는 정부가 바뀐 뒤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해준다. 탄핵 인용 후 대행정부는 국익보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뛰는 행동대원 같았다. 게다가 사익까지 챙겼다면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미·중은 한국을 인질로 갈등을 격화하고, 일본은 재무장을 가속화하고, 러시아는 호시탐탐 개입을 도모하며,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는 극히 어려운 외교환경에서 최선의 자세와 최상의 실력으로도 모자란데, 그들은 무능과 반란 사이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트위터에 올렸던 안도현 시인의 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이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 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은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뒤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대선 직전 시사주간지 ‘타임’은 표지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내세우면서 ‘협상가(the negotiator)’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지금 한국 외교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우리 외교는 일차방정식의 진영외교, 친미편승외교, 또는 아웃소싱외교로 불안정한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이해상관자(stakeholder)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모두로부터 소외를 가속화해왔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이고, 사드 철수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구도가 되었고,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권력의 제로섬 게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경고하는 함의를 가진다.

너덜너덜해진 한국 외교는 신정부가 말하는 국민외교로 회복해야 한다. 국민외교는 국민을 위한 위민(爲民)외교이자, 국민에 의한 의민(依民)외교이다. 균형외교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용어는 동원하지 않더라도 중국과의 협력을 증진하면서도 대미관계의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가치외교를 던지고 힘의 외교를 앞세울 때 우리는 오히려 다자외교를 통해 가치를 강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평화결손의 한반도가 그 결손을 메움으로써 세계에 희망을 던질 수 있다. 한국 우선의 국익을 추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향해, 세계를 향해 협력과 평화공존, 민주주의 같은 가치외교의 기치를 올려야 한다. 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고 종착점은 동북아평화가 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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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군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기습 배치했다. 어제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격통제레이더와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등 핵심 장비 상당수를 반입했다. 국방부는 “가용한 사드의 일부 전력을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한 대낮을 놔두고 한밤중에 도둑 배치한 이유로 충분치 않다. 북한이 당장 핵미사일 공격을 할 것이란 징후도 없는데 서둘러 배치한 의도가 궁금하다. 특히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거 쟁점인 사드 배치를 강행한 저의가 뭔지 묻고 싶다. 대선판에 뛰어들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

사드 배치는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든 되돌릴 수 없도록 ‘알박기’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미묘한 배치 시점을 감안하면 알박기 차원을 넘어서 대선판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난 시점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불과 1주일 전 대선 후 사드 배치를 시사한 이후 뚜렷한 이유 없이 배치를 앞당긴 것도 이해가 안된다. 사드에 미온적인 문 후보를 견제하고, 사드를 찬성하는 다른 후보들을 지원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군은 해명해야 할 것이다.

26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성주골프장 부지에 포문을 하늘을 향해 조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 한미 당국은 이날 새벽 사드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와 차량형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을 골프장으로 전격 반입했다. 매일신문 제공

미국 군 당국이 한국 대선 와중에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은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 지도자들의 언행이 잦아지는 것을 가볍게 봐선 안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일본은 핵심 동맹국, 한국은 파트너’ 발언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을 전하는 트럼프의 언행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 자체가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과 한·미동맹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 역시 대선 주요 이슈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군사적 실효성 논란과 중국 보복의 문제 외에 시민의 의사 묵살과 절차상 불법으로도 배치 명분이 없다. 정부는 사전 상의 없이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반대 시민과 대화하기는커녕 물리력으로 밀어붙였다. 어제도 경찰이 반대 주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기본설계가 나온 뒤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게 군당국의 계획이지만 사후적 환경영향평가마저 제대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사드 부지에 대한 주한미군 무상공여 문제는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제대로 법을 지킨 게 없다. 사드는 불법 위에 쌓아올린 모래성에 다름 아니다.

불법적 사드 기습 배치를 누가, 왜 강행했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 진실을 찾아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른 사람 아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일이다. 주권국가로서 미국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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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발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쳤죠.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며 북한을 압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말하며 한국을 당황케 했습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안보가 한국의 아킬레스건임을 새삼 곱씹어야 했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운신 폭이 크지 않다는 현실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최선의 정책은 평화의 확장입니다. 평화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럴수록 한국의 목소리는 커질 테니까요. 평화의 공간이 줄고 대결이 고조될수록 우리의 목소리는 강대국의 고함 속에 잠기는 법이죠.

안철수 후보는 평화에의 확신이 없어보입니다.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안 후보는 ‘국가 간 합의’를 외치면서 찬성으로 돌아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도 재개에서 유보로 바꿨죠.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도 시기상조로 돌아섰고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도 계승에서 침묵으로 바꿨습니다. 하나같이 중요한 외교 사안인데 모두 평화 쪽에서 대결의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운데)가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유세에 앞서 시민들을 향해 두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게다가 그 변신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습니다. 사드 입장 변화에 대해 안철수 후보 본인도, 박지원 대표도 사정이 바뀌었으니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바뀐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 정세나 북한 위협 등 사정은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뚜렷이 달라진 것은 보수층 지지를 받기 시작한, 안철수 후보 본인의 사정입니다. 선거를 위해 안보를 가벼이 대하지 않나 싶어 우려스럽습니다.

말하지 않은 그 무슨 심각한 고려가 있었다 치더라도 걱정이 싹 가시지는 않습니다. 국가 간 합의가 자연의 법칙이 아닌 것은 정작 미국 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들고나오는 바람에 확인할 수 있었죠. 미국과 중국이 맞붙을 가까운 미래에는 유연한 입장을 통해 청과 명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광해군의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인식은 교조적 외교로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인조의 실수를 떠올리게 해 우려됩니다.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던 안 후보의 호기를 기억하기에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대표가 2014년 꾸리자마자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소멸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그 이름이 이어졌죠. 안 후보가 탈당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되면서 ‘새정치’라는 수식어도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안 후보 하면 ‘새 정치’였습니다. 그 새 정치를 위해 안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와 새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승자독식 선거제가 양당제를 구조적으로 강제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단이었죠.

안 후보의 새 정치는 딱 여기까지였던 듯합니다. 천정배 의원을 공동대표로 내세우며 호남 민심을 노렸고 박지원 의원을 위시한 동교동계를 대거 받아들였죠. 국민의당은 호남당이 됐고 총선에서 호남을, 호남만을 휩쓸었습니다. 이를 안 후보는 ‘녹색바람’이라 불렀죠. 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의 양당제 경향을 지역표로 극복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영국의 양당제하에서 스코틀랜드 민족당이 비슷한 예죠. 노동당과 보수당이 대변할 수 없는 특수한 이익, 즉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를 내세워서 이들은 제3당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바로 국민의당의 전략이었습니다. 즉 안철수표 새 정치, 국민의당은 한국 특유의 지역정치를 잘 이용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죠.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손을 맞잡은 순간을 모두들 기억하실 겁니다. 수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희망을 주었고 살육과 대결로 이어진 반세기 남북관계를 돌려놓는 감격적 계기였습니다. 그해 8월 개성공단 사업이 첫걸음을 떼었고 금강산 관광사업도 탄력을 받았죠. 당장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남북은 화해의 무지개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남북관계에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고 세계는 노벨 평화상으로 박수를 보냈죠. ‘햇볕정책’은 말 그대로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었습니다.

새 정치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안 후보가 말한 새 정치의 정체가 궁금한 때이기도 합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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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국회 5당 원내대표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그제 국회에서 만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통해 문안 작업을 한 뒤 이달 중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이 중국의 부당한 횡포에 초당적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몇 달째 보복조치가 이어져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오히려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이번 결의안이 며칠 앞서 발의된 미국 하원의 중국의 사드 보복 규탄 결의안과 함께 중국의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행태를 개선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정치권의 결의안 채택 합의는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맞서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각 당의 당론과는 무관한 일이다. 더구나 중국이 한·중 간 민간인 교류를 제한하고 경제협력을 축소하는 조치는 양국 관계는 물론 국제관례에서 어긋나는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여태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특히 바른정당과 한국당은 중국을 방문해 사드 보복 자제를 요청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매국노라고 비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 적도 있었다. 사드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는 행태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섣불리 나섰다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해 신속히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와 중국에 대한 대응은 얼마든지 분리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반대하는 입장은 사드 배치 결정을 결코 정당화하지 못한다. 사드 배치라는 잘못된 결정이 중국의 보복 조치를 초래했다. 하나의 실수가 다른 실수를 낳은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실수를 비판한다고 해서 본래의 실수가 없던 일이 될 수는 없다. 이번 결의안을 사드 배치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처럼 정치권 합의의 의미를 왜곡하고 흠집 내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 결의안은 각 당이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치권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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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기어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를 시작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제 사드 미사일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를 국내에 반입했다. 당초의 하반기 배치 방침을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이다. 정부는 사드 조기 배치 방침을 일절 비밀에 부쳤다.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골프장은 부지 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도 한 적이 없다. 배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덜컥 장비부터 도입한 것이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사드 배치는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도 밀어붙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탄핵당한 정권의 과도 정부가 시민과 소통하지도 않고 국회와 정당에도 비밀에 부친 채 도둑처럼 일을 처리했다. 박근혜 정권의 못된 습관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풀이한 것이다. 이런 사드 배치는 과도 정부의 월권이자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한·미 양국군이 지난 6일 밤 미군 C-17 수송기로 전격 공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2기가 항공기에서 내려져 경기 오산기지 활주로에 나란히 멈춰 서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정부는 사드 조기 배치가 국가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속화돼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있을 때나 성립되는 말이다. 사드 미사일 48기로 1000기가 넘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설사 막을 수 있게 됐다 해도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은 방어망에서 벗어나 있다.

사드는 오히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사드 기지에 대한 군사 타격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 여행 전면 제한과 롯데의 중국 사업장 영업정지 등 보복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관광업계는 경제적 손실로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거주 한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미의 사드 배치 착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우리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반발의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사드 배치 작업 착수 사실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사드가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만 늘어 놓고 있다. 그런 행동으로는 중국의 불만과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진 사드 배치 시점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오로지 국가 안보 차원의 결정일 뿐 절대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사드가 주요 안보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그걸 모르지 않을 정부가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어떤 변명을 해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드 도입은 단순한 미사일 방어 무기 하나 들여오는 일이 아니다. 미·중 대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북·미 갈등 등 종횡으로 대립하는 동북아의 불안정을 조장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탄핵정국에서 안정적 관리에 집중해야 할 황 대행이 함부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안보 상황에 적절한 대안을 찾지도 못한 채 몰래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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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제사회의 동네북이고, 한국외교가 사면초가 상태라는 말은 더 이상 언론의 과장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 저격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늘 내치에는 문제가 있어도 외교만은 잘한다는 식으로 평가되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물론 그런 평가는 순방외교의 겉치레에 의한 가짜 이미지였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철저한 외교무능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는 계속 좁아졌다. 부시 행정부의 애완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 친미를 고집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일본과는 단절했으며, 진보정부 10년간의 남북관계 성과를 폐기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주도권은커녕 소외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친미대북강경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변화를 약속하며 집권했던 박근혜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한 동북아 국제정치를 일차방정식의 단순 진영외교로 회귀시켰다. 여전히 대북 제재 일변도와 북한붕괴론에 집착하며, 친미 편승의 외눈박이 외교를 고수했다. 무엇보다 안보위협을 과장하면서 국내권력을 강화하는 소위 ‘갈라치기’로 국민과 국익을 위한 위민외교(爲民外交)를 외면하고 국민을 이용하는 용민외교(用民外交)로 일관했다. 특히 불확실성, 불안정성, 복잡성이 특징인 대외환경에서 다양한 외교카드를 개발·활용해야 함에도, 오히려 전작권 환수 연기, 개성공단 폐지, 사드 배치, 중국 전승절 참석,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대미 무기 구입 등의 카드도 모조리 반대급부도 없이 소진해 버렸다. 게다가 관료와 전문가들까지 주변화시키고 오직 대통령의 심기, 또는 심지어 국정농단자의 심기에 의존한 결과는 우리가 목도하듯이 심대하다.

미국을 방문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국정공백에 이르자 그간 외교 실패의 결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관련 제재는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은 소녀상과 관련해 적반하장의 한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미국만을 상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과 대화 요구의 줄타기 행보다. 그리고 트럼프 신행정부는 선거 기간부터 동맹과 무역에서의 불공정성을 빌미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 압박기조와 중국의 물러서지 않는 강한 대응으로 한국의 선택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든다. 남북관계가 제로상태가 됨으로써 북한 핵 문제가 미·중의 대결구조를 부추기고, 이는 우리의 입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 윤병세 장관이 미·중 양측으로부터의 러브콜이라던 평가는 그때도 틀렸고, 지금은 더 틀렸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결격자가 쓸데없이 과욕을 부릴 때가 가장 문제인데, 현재의 권한대행 정부가 바로 그런 경우다. 지난 연말에 방위사업청장이 미국으로 가서 방위분담금 인상을 언급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국무회의 졸속 통과도 모자라서, 올해 벽두에는 김관진 안보실장이 방미해 미국의 압박이나 요구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사드 조기배치론을 성급하게 던졌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무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탄핵정국과 촛불정국으로 인한 외교공백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이전의 외교실패가 초래한 위기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외교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섣부른 외교에 나섬으로써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교의 어려움은 대외환경의 악조건에서도 기인하지만, 그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결과다. 외교의 힘은 협상의 기술보다 국익을 중심에 둔 합리적인 정책결정과 그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민의 힘으로부터 생기는데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여기서 완전히 실패했다. 이렇게 볼 때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외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정부라는 점에서 오버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외교역량을 상황관리에만 집중하고, 이후 새로운 외교의 시도는 물론이고, 기존 외교사안의 진행도 차기 정부로 이양해야 한다. 혹시라도 반드시 진행해야 할 시급한 외교사안일 경우에는 국회와 협의해야 마땅하다. 촛불민심을 망각하고 다시 외교를 이용해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을 꿈꾼다면 그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한국이 현재 처한 외교공백이 위기상황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치밀한 차선으로 가야 한다. 다른 국가들의 외교카드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한국의 입장은 가능한 한 뒤로 미뤄야 한다. 주변국의 요구와 압박이 있을 경우에는 한국의 현 상황을 역으로 정당화 수단으로 역이용하면 된다. 제발 부탁한다! 황 대행 정부 가만히 있어라! 다음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행보를 멈추라. 카드를 숨기고 분석하고 준비하라. 행동하지 마라.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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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기업, 한류에 대한 보복을 넘어 예술 분야까지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한 압력이겠지만 현 정권에서 실효성은 없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감정만 상하게 하는 것으로, 올바른 사드 해법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연예인 출연·공연 금지, 롯데의 중국 사업장 조사, 한국산 양변기와 화장품 수입 및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 한한령(限韓令·한류 제재)의 폭과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급기야 한국 음악가들의 활동도 제한하고 있다.

2월19일부터 시작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중국 공연이 논란 끝에 무산됐다. 조씨는 그제 트위터에 “국가 간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중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미국 국적자임을 강조하고 한국 기획사 이름을 뺀 서류를 제출해 겨우 발급받았다.

소프라노 조수미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한국 보복 조치의 연관성은 물론 보복 자체를 부인하지만, 현 상황은 한국 측 심증을 굳히고 있다. 문제는 중국 조치가 동북아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다. 북핵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일방을 압박한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철회할 의지가 없는 한국의 현 정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이 공표해온 입장에 배치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데 유독 한국에만 문을 닫는 형국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아시아와 유럽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연결, 경제공동체를 꾸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국인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중국인과의 골을 깊게 하는 감정적 보복 조치는 일대일로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스스로 장기로 내세워온 인내심에 터잡고 다각적 채널을 동원하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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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일명 한한령(限韓令)이라 불리는 중국의 대응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중국 측이 한국과의 인적교류와 한류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 심리적 여파는 벌써 대단하다. 본격적인 경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나 하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우리 무역량의 거의 30%(홍콩 포함)에 달하는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공포이다.

당초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릴 때, 우리 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은 어려울 것이라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공개적으로 이를 확인하였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마늘분쟁에서와 같은 경제보복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 논거로는 한·중 간의 경제 구조가 상호 보완적이어서 경제 제재는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안기며, 현재와 같이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제재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상황은 그렇지 않다. WTO 규약을 준수하더라도 대응수단은 너무나 많다. 한·중 경제는 점차 보완성이 약화되고 경쟁 관계로 전환 중이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는 이제 일본이나 독일이지 한국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의 성공적인 내수시장 강화로 대외의존성은 대폭 약화되고, 자체가 완결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대체가 가능한 시장이 존재하는 반면 한국은 중국 시장을 대체하는 상대를 찾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 7월8일 한·미가 사드 도입에 대한 결정을 내린 직후, 다각도로 대응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첫 번째,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는 분리하여 대응한다. 두 번째, 사드 문제보다는 북핵 문제가 더 중요하고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수는 없다. 세 번째,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한국 측이 분명히 인식하게 한다. 네 번째, 추후 중국의 입지를 고려하여 비관세 장벽이나 정당한 절차와 방식에 입각해 한국을 압박하되 문서형식으로는 그 보복의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다섯 번째, 한국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에 상응하여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도 사드 문제 자체가 중국의 안보이익에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중국의 현 군사역량이면 사드의 용도변화를 탐지하는 것은 물론 일단 유사시 이를 쉽사리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는 미국이 대중 전략경쟁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조치의 일환이며, 한·미동맹이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대중 견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더구나 시진핑 외교에서 대담하게 추진한 친한 정책이 가장 실패한 외교사안으로 전락하면서 시진핑의 권위에 큰 손상을 가져왔다.

최근까지 중국의 조치를 보자면 양면적이다. 우선, 불편함과 위협의식을 강화해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에 아직 머물러 있다. 본격적인 대응조치를 아직 취하지도 않았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한·중관계를 파괴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타협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취할 대응 리스트를 점검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마찰의 단계적 확대, 영해와 영공분쟁, 군사적 조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압력을 국가자존심의 문제로 치환하거나 한·미동맹을 강화해 대응하자는 논리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대응들이 북핵 위협과 경제 위기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더 수렁에 빠져드는 결과로 귀결될 것 같다는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의지도 역량도 없다. 중국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하려 할 것이다. 향후 중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점차 약화될 것이다.

국제정치에 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중이 모두 자국의 특수이익을 한국에 강요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위기에 대응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 극도의 명민한 전략적 판단과 신중한 안보외교 정책, 국력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다행히도 이번 탄핵정국이 한국의 추락하는 안보위기를 돌이킬 가능성을 던져준다. 더 이상 무능한 정권과 정책결정은 안 된다. ‘민주’와 ‘숙의’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지혜를 모으고, 국론을 결집하면서, 배타적인 방식이 아닌 포용적인 방식으로 국제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렵더라도 그 길만이 살길이다.

김흥규 |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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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초반에 대북접촉 누설이나 드레스덴 선언의 사전유출 등이 조금 부각됐고, 최근에 사드를 포함한 무기구매 개입에 대한 정황 기사가 나오지만 국내 정치농단에 비하면 외교에 끼친 악영향 논란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외교에 끼친 해악이 훨씬 심각하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사회과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를 분석해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다. 대중에게는 내치는 못해도 외교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는 극단의 단절 상태며, 북의 핵무기 고도화에도 제재만 고집하며 전쟁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급변하는 동북아에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났다. 위안부 문제 합의, 전작권 반환 연기,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최악의 결정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한국 외교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원인들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시스템 붕괴와 1인 독점 의사결정 구조의 폐해, 즉 외교안보 정책은 국방부·통일부 장관은 물론이고 외교안보수석과도 의논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또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과 종북몰이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즉 외교를 국내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런 설명들은 그래도 아직은 객관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결정이 특히 그랬다. 장관을 포함한 통일부 내부의 신중론이 전격 폐쇄로 갑자기 변경됐고, 입주기업에 겨우 3시간 전에 통보됐다. 더 이상한 것은 사드 배치 결정이었다. 발표 직전에 외교부 장관은 바지를 수선하러 가고, 국방부 장관은 발표 5일 전 국회 답변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었다. 주무장관을 배제시킨 독단적 결정일 뿐 아니라 논리적 해석이 불가능한 충동적인 행위였다. 돌아보면 대일외교에 단호함과 단절을 유지하다 뜬금없이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합의를 한 것이나, 중국 전승절에 다녀와 놓고 다음달 미국에서 의미 없는 방문이었다고 평가절하한 것도 충동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최순실에 의한 주술적 국정농단이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비로소 퍼즐이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과 최순실의 연결, 록히드마틴사 최고경영자(CEO)와 최순실의 비밀접촉설은 F-35A 구입과 사드 배치에 대해 훨씬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을 추적했던 모 일간지 기자는 당시 필자에게 정윤회를 파고들다 발견한 진짜 실세는 최순실이었다고 했던 적이 있다. 올 초에는 월악산의 통일예언이라는 기괴한 얘기까지 들렸다. 30년 전에 풍수지리에 능한 고승이 한국에 여자 임금이 나오고, 그리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2015년 3년차에 통일대박을 발표하고 북한붕괴 맹신이 시작된 이유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필자의 사회과학자로서의 무력도 아니고, 과거에 대한 퍼즐 맞추기도 아니다. 정말 시급한 것은 그들이 농단해온 외교참사가 가져올 엄청난 결과를 대비하고, 남은 임기 동안 더욱 나락으로 몰고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귀신 들린 한국 외교는 모든 주요 결정을 다음 정부 때까지 멈춰야 한다. 내치는 맡기고, 외교만 한다고? 국가를 망칠 외교는 더더욱 못하게 해야 한다.

사드 배치 강행과 미사일방어(MD) 관련 추가 무기구입 시도도 정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전위대가 되고, 일본의 관할 아래 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변국은 한국의 통치력 상실을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 갔다.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때는 줄지어 선 차벽들이 무력감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차벽 너머로 푸른 기와가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다는 생각까지 이르니 학자로서 자괴감이 느껴졌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과 그들을 이끌 진정한 지도자들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은 더 선명해졌다. 혼란의 와중에서 여당이나 기득권을 비호해온 언론들이 분노에 편승해 갑자기 피해자와 심판자의 탈을 쓰면서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꼬리 자르기로 동종권력을 재창출하려는 음모를 획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와 손가락질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이번에는 결단코 보여줘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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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