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11.30 [공감]여성대통령, 여성혐오
  2. 2016.11.24 [경향의 눈]대통령의 은밀한 사생활

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후광’이 가장 중요했다. ‘박’가에게 통치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역성혁명’의 논리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성혁명이란 새 왕조의 옹립을 의미한다. 국정교과서를 통해 박정희 정권을 영원히 미화하려는 것이나, 국가예산을 들여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거나, 옥천군 예산으로 육영수 숭모제를 지내겠다는 계획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나라님 숭배’의 정서에 가깝다.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자란 ‘비운의 공주’ 이미지가 사실상 많은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한 전근대적 역성혁명의 결과가 현재의,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전근대적인 국정농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여성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만큼,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거나, ‘여성대통령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묻지 못했다’는 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걸핏하면 여성혐오 발언과 사건들이 불거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그토록 고귀한(?) 존재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여성’의 수치심이 국정농단의 범죄보다, 300명 이상의 목숨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렇게 여성을 맹종하는 사회였던가?

발언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러한 발언은 대한민국 여성을 ‘김치녀’로 매도하는 여성혐오의 문법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현 대통령을 옹호는커녕,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김치녀로 표현되는 여성혐오의 출발점이 바로 ‘여성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줄 안다’는 남성들의 지레짐작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최대의 이익을 거두려 한다’는 ‘상상과 억측’이 여성혐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 대통령을 ‘모시는’ 이 ‘신사(?)’들의 발언은 바로 이 상상과 억측에 기초해 있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그것이 충성이라고 주장하는 행위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는 좌우, 학력, 세대, 계층적 차이와 무관하다. 심지어는 현 대통령을 철벽수비하려는 입장과 비판하는 입장마저 가리지 않는다. 여성대통령의 사생활 운운하는 ‘충신’들의 발언이 여성혐오적이라면, 대통령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임을 강조함으로써 조롱의 수위를 높이는 표현들 역시 여성혐오적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여성은 여성이라는 범주의 한 차원에 불과하고, 여성이라는 범주의 다른 특성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과도한 추앙이나 과도한 조롱을 받을 이유가 없다.

여성대통령의 ‘여성성’은 성적 이미지가 아니라, 젠더 불균형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통해서만 강조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리고 그러한 현상 뒤에 ‘여성들의 이기심’이 아니라 왜곡된 사회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여성정치인의 여성성을 강조할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찬숙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권력은 속성상 비밀이 많다. 비밀에 관한 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급’이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출신 성분은 차치하더라도 시치미를 잡아떼고 속마음을 감추는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이한 표현을 많이 쓰고 불리하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지난 4년간 그에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문고리 3인방 등과 비밀의 성을 높이 쌓았고 그럴수록 권력은 공고해졌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최순실 파일이 열리면서 성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성난 민심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자 그와 관련해 여염집 여인들 사이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박근혜 이름 석 자 대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길라임(吉裸恁)이 가명으로 사용됐다는데 고고한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충격이다. 한자 뜻을 풀면 ‘훌륭하게 벌거벗을 생각’으로 19금 미성년자 관람 불가 수준이다.

미혼인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남성상이 탤런트 현빈이라는 사실도 시중에 쫙 퍼졌다. <시크릿 가든> 남자주인공 역의 현빈은 극중 길라임(하지원)과 핑크빛 사랑을 키운다. 박 대통령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도 현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군 출신 조인성, 해병대 출신 현빈, 육군 출신 비 중 누가 제일 좋은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세 사람 다 좋아하면 안돼요? 뭐 다 좋지만 해병대에 있는 현빈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당시엔 별 의미 없이 넘어갔지만 ‘길라임’ 덕에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최순실의 아버지인 최태민(작고)이나 최의 전남편인 정윤회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오른쪽)가 18대 대선을 이틀 앞둔 2012년 12월17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경기 군포시 거리 유세에 동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나이 예순다섯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는 박 대통령의 미용 비결도 밝혀졌다. 선진 의료과학기술이 거둔 쾌거라는 조롱이 따라붙는 게 흠이다. 박 대통령은 남몰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 강남의 돈 많은 중년 여성들이 수백만·수천만원씩 주면서 비밀리에 받는 시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없었다면 불법이다. 청와대가 미용과 피로해소 등의 효과가 있는 주사제를 지난 2년간 대량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태반·마늘·감초·백옥 등 이름조차 생소하다. 청와대는 “경호원 등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했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런 얘기들은 정경유착·제3자뇌물·국고횡령·기밀유출·직권남용·강요·입시부정·기업강탈 등으로 표현되는 국정농단 사건의 본류는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박 대통령의 이중성을 각인했다. 박 대통령 열혈팬인 60대 남성은 “예쁜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 것을 목격한 어린 초등학생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창조경제 공약이나 문화융성 정책을 보고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작용하고 그 감성은 다분히 연민과 동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자나 야한 생각은 털끝만큼도 안 할 것 같은 순수에 대한 갈망, 흉탄에 부모를 잃은 연약한 여성에 대한 보호본능, 나이가 들어도 곱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자태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다.

권력자는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 힘을 잃는다. 신비주의로 덧칠된 박 대통령 같은 권력자는 사생활이나 속마음이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위기에 처한다. 박 대통령도 드라마 여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고 내면에 뜨거운 욕망이 있을 수 있다. 또래 여성들처럼 얼굴 주름을 펴기 위해 피부 마사지나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 있는 5%의 지지자들은 이런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신비감이 사라진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숭배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일반인은 그냥 웃고 넘어가는 길라임 건을 청와대가 ‘괴담’으로 분류하고 “간호사가 만든 가명”이라며 정색하고 해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밀이 많은 사람은 투명성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로 결격이다. 불행하게도 박 대통령은 비밀과 숨겨야 할 사생활이 너무 많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 대표적이다. 성형시술을 했네, 주사를 맞았네, 최태민 20주기 천도제 굿을 했네 등 온갖 설이 돌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할 뿐 박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숙소가 있는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여성 대통령에게 결례라고 생각해 물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는 시민들이 추궁할 것이다. 비밀은 드러나기 위해 존재한다. 누를수록 세차게 튀어오르는 스프링처럼 깊이 묻어둔 비밀은 폭발력이 더욱 크다. 박 대통령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창민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