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감청 문제와 관련해 “업체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서 직접 감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제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다. 김 총장은 “압수수색할 때 협조하지 않으면 열쇠공을 불러 문 따는 것처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청 영장 집행 거부 방침을 밝힌 다음카카오 측에 물리력까지 동원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검찰 총수가 자성하기는커녕 막무가내, 적반하장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김 총장의 발언을 뜯어보면 위법 소지가 작지 않다. 우선 그는 ‘감청 영장에 불응해도 제재 조항이 없다’는 지적에 “제재 규정이 없으면 (제재를) 안 해도 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법치국가의 검찰총장이 할 말인가. 법사위원장이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질타한 건 당연하다. 감청이 불가능한 카카오톡에 대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저장 메시지를 확보해온 ‘위법적’ 관행을 두고도 김 총장은 “견해가 다르다. 법과 해석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희 해석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송수신이 끝나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대상이다. 검찰이 언제부터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고 마음대로 법해석을 해왔나.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의 감청에 관해 질의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사실 김 총장의 발언은 전후관계조차 맞지 않는다. 국감 초반에 그는 카카오톡 감청에 대해 “기술적으로 원리를 알지 못하고 장비도 없다”고 답했으나, 후반에는 “직접 감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바꿨다. 기술적 원리도 모르고 장비도 없지만 직접 해보겠다니, 비논리도 이런 비논리가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자 ‘코드’를 맞추려다 논리적 모순에 빠진 정황이 짙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뒤 검찰은 ‘사실과 달리 알려졌다’거나 ‘표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등의 해명을 늘어놨다. 일부 표현 잘못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의 취지가 와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총장의 국회 답변을 보면 이 같은 해명이 핑계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시민의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수사를 위해서라면 법해석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이버 망명’으로 대변되는 불안과 공포를 낳은 것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위법적 관행의 고리를 끊어내고,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이버 수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열쇠공 불러 문 따는 식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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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나 이와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대화방에 참여한다. 메신저에서는 친구나 동창생들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대화가 오가며, 때로는 공적인 업무의 보조용으로 대화방이 이용되기도 한다. ‘나’의 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 비밀번호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려주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렇듯 대화방에서는 ‘나’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오가게 된다. 100명이 참여하는 카톡방이라면 그 100명이 모두 ‘나’이다.

이런 메신저 서비스의 특성상, 수사기관이 A라는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를 압수수색하면, A와 대화방으로 연결된 수많은 ‘나’들의 모든 대화내용이 “털린다”. 수많은 ‘나’들은 대부분 A의 혐의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시민들의 대화내용과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간다.

물론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내용을 압수하려면 법원이 발부하는 압수수색영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체포나 구속영장에 비해 압수수색영장의 요건은 훨씬 완화되어 있다. 경찰이나 검찰은 수사에 필요하다는 점만 소명하면 압수수색영장을 비교적 쉽게 발부받는다. 다음카카오 측이 10월8일 정보제공 현황을 공개했는데,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요청 건수는 2013년 상반기에 983건, 2013년 하반기에 1693건, 그리고 2014년 상반기에 2131건이었다고 한다. 하루에 10건 이상의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 건수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압수수색영장만 있으면 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대화내용을 ‘일괄해서’ 쓸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으니, 이보다 더 편리한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사태를 ‘나’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카카오톡 압수수색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받은 집행통지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압수·수색·검증 집행의 대상과 종류: 2014년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 한마디로, 40일 동안 그가 참여한 카톡방에서 오고간 모든 대화내용과 파일들, 그리고 카톡방 참여자들의 개인정보를 ‘일괄 압수’한다는 내용이다. 그 당시 정진우 부대표가 참여한 카톡방에 함께 참여하고 있던 ‘나’들은 3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수많은 ‘나’들은 압수수색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는 점이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진우 부대표는 자신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것을 약 3개월이 지난 후에 집행통지서를 받아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는 집행통지서 1장만 덜렁 우편으로 받았을 뿐이고, 경찰이 카카오톡의 대화내용 중 무엇을 가져갔는지, 그리고 그 대화내용이 아직도 경찰의 손에 있는지, 경찰이 압수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타인에게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지금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들은 그나마 이런 통지조차도 없다.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대상자에게만 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출처 : 경향DB)


이것이 ‘사이버 사찰’이다. 압수수색영장 하나로 수많은 시민들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가 ‘은밀하게, 대담하게’ 털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사이버 사찰은 비단 카카오톡 압수수색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통신사업자에게 요청만 하면 가입자 정보를 그대로 넘겨받는다. 그리고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이라는 제도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찰’인 이유는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나’들이 철저하게 객체화되어 버리고 소외된다는 점에 있다. 헌법은 모든 ‘나’들에게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통신비밀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권리주체이자 정보주체인 ‘나’들의 수많은 개인정보가 너무도 손쉽게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가고 사적인 대화내용까지 순식간에 털리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국민이 주인인 국가가 아니라 ‘경찰국가’ 내지 ‘감시국가’의 모습일 뿐이다. 총체적인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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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실시간 검열’ 논란을 부른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 허가서) 발부율이 9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펴낸 ‘2014년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감청 영장은 167건이 청구돼 157건이 발부됐다. 검찰이 100건 청구하면 법원이 6건만 기각한 셈이다. 감청 영장은 피의자의 전화, 팩스, e메일, 인터넷 통신, 모바일 메신저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간 청취해 범죄 내용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이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발부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도 감청에 대해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보를 위해 보충적 수단으로 이용돼야 하며,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법원은 법 취지대로 신중하게 영장을 심사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카카오톡 등 문자 위주의 모바일 메신저는 현재 기술로는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관행적으로 감청 영장을 청구하고, 업체는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며칠 단위로 모아 제출해왔다. 대법원 판례상 감청에 해당하려면, 송수신되는 순간에 내용을 가로채는 ‘현재성’이 있어야 한다. 송수신이 끝나 서버에 저장된 대화는 감청 대상이 아니라 압수수색 대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알면서도 한 번 발부받으면 두 달까지 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 대신 감청 영장을 청구해왔다고 한다. 법원도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감청 영장이 청구되면 실시간 감청이 불가한 만큼 기각해야 했으나 관행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사실상 검찰과 법원의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산하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사이버 수사 과정에서 대상과 범위,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영장을 청구해왔다.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불러온 수사 편의주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열쇠는 법원이 쥐고 있다. 감청 영장은 물론이려니와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엄정한 기준을 세워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내달라는 대로 다 내주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법원은 시민의 정보인권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법과 제도 정비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디지털정보 수집을 엄격히 제한하고, 시민이 개인정보 통제권을 민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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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개성에서 왕평이 노랫말을 쓰고 전수린이 곡을 붙인 대중가요 ‘황성(荒城)의 적(跡)’이 만들어졌다. 고요함, 폐허, 회포, 허무, 외롭다 등 식민지 주민의 비애(悲哀)를 표현하는 단어들로 채워진 이 노래는 그해 가을 단성사에서 이애리수가 부른 뒤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애초 노랫말을 검열하면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통과시켰던 일제 당국은 부랴부랴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작사·작곡자를 잡아들여 닦달했다. 그들은 이 노래의 ‘황성’이 일본어 ‘아라키’로 발음되는 황성(荒城, 황폐한 성)이 아니라, 대한제국 시대의 서울을 의미하는 ‘황성(皇城)’일 거라고 의심했다. 이때로부터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공식 명칭은 ‘대한 황성’이었다. ‘황성은 서울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작사자의 해명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을 겪은 뒤, 황성옛터와 비슷한 노래는 물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노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식민지 원주민들은 슬픔을 함부로 표현하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아예 슬픔이라는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것이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검열과 그에 후속한 처벌이 반복되면서, 검열당하는 자들은 검열하는 자의 시선으로 자기 내면을 살피고, 검열하는 자가 문제 삼지 않을 범위 안으로 자기 생각과 말의 한계를 좁히는 습관을 들여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검열하는 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고 해도, 그가 무엇을 문제 삼을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문제 되는’ 생각과 말뿐 아니라 ‘문제될 염려가 있는’ 생각과 말도 금기의 영역에 갇히게 마련이다. 설사 검열자가 그어 놓은 ‘금기의 경계선’이 명료하다 해도, 그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어쨌든 위험하다. 위험한 경계선에서는 멀리 떨어질수록 안전한 법이다. 이렇게 해서 공개적이거나 반공개적인, 때로는 극히 사적인 대화와 교류마저도, 검열하는 자가 그어놓은 경계선 한참 바깥의 공간에서만 이루어지게 된다. 검열이 진행되는 영역뿐 아니라, 검열이 진행될지도 모른다고 의심받는 영역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자진해서 축소시킨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 감시의 눈이 존재한다는 일반적 믿음 아래에서는,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생각하고 시키는 대로만 말하는 기계적 인간, 노예적 인간이 대량생산될 수밖에 없다.

서적 <검열에 대한 검은 책> (출처 : 경향DB)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한 직후,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이라는 것을 만들어 인터넷 포털과 SNS를 실시간 감시하고 ‘문제가 되는 글’은 즉시 삭제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퍼 나른 사람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가 왜 위축되느냐? 문제되지 않는 글만 쓰면 아무 문제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학교 일진이나 폭력배가 “까불면 죽는다”고 한 뒤 “뭘 그리 겁내냐. 까불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없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허위사실인지 아닌지, 문제가 되는 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권한을 권력 기관이 독점한 상태에서,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금기의 영역을 넓히고 생각할 공간을 줄이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사태 직후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이었고 수사기관의 무절제한 사생활 침해를 비판하는 여론도 높아졌지만,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많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겠다는 권력기관의 발상도 문제지만, 검열과 자기 검열을 당연시하는 문화야말로 후손에게 물려줘서는 안되는 식민지 노예 문화다.


전우용 |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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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보석을 조속히 취소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고 한다. 정 부대표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자신의 집시법 위반 사건 조사 과정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공개해 사이버 사찰 논란을 불렀다. 검찰은 그의 보석 취하 사유로 “카카오톡 논란으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을 앞세웠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는가. 검찰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

보석 취하 요청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번 정 부대표 사례는 누가 봐도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검찰은 “카카오톡 사태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법원의 결정이 늦어져 재차 촉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정 부대표의 보석 취하 요구는 명백한 ‘괘씸죄’다. 그의 폭로를 계기로 검경의 무리한 사이버 수사가 도마에 오르자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정부 공권력에 저항하면 누구든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참 후안무치한 일 아닌가.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경찰로부터 카카오톡을 압수수색 받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취하 사유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은 “정당한 과학 수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으로 국가적 혼란이 야기되고 선량한 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와 아무 연관도 없는 제3자의 은밀한 대화내용까지 들춰보는 게 정당한 법 집행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이버 사전 검열을 하겠다며 공포감을 조성한 게 누구인가. 또 선량한 기업 피해는 무슨 말인가. 경찰의 전화 한 통화에 고객 보호는 아랑곳없이 감청 영장 자료를 통째 갖다 바친 다음카카오다.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알아서 기었으니 선의의 피해자라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정당한 법 집행은 몰라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잘못된 정 부대표의 보석 취하 요청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사이버 불안을 쟁점화한 그에게 상은 못 줄지언정 괘씸죄라니 가당치도 않다.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감은 누군가를 겁주고 보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누차 지적했듯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검찰이다. 당국의 무차별적인 사이버 압수수색이 계속되는 한 사이버 망명객만 양산할 뿐이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춘 인터넷 강국 한국의 위상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추락할 위기에 몰린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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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그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카톡)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면서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국민 사과는 당국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 이용자 권익을 팽개친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불응’을 선언한 것은 국가 공권력 집행에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도·감청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뒤늦게나마 과오를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사찰 논란이 불거진 뒤 거짓 해명과 안이한 대응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사후 대책으로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고 상대방이 읽은 메시지는 바로 삭제키로 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이용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느닷없는 ‘감청 불응’ 방침도 이해할 수 없다. 향후 당국의 감청에 불응하겠다면 지금까지는 응해왔다는 말인가. 회사 측은 “감청장비도 없을뿐더러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힌 터다. 이런 마당에 느닷없이 공권력에 저항하는 모양새는 뭔가. 이용자를 안심시키겠다는 취지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그간의 감청 실태를 명확히 공개한 뒤 사후 대책을 내놓는 게 순리 아닌가.

1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국민감시 중단과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세증 철도노조 청량리 기관차 승무지부장(좌측에서 세번째)등 이 피해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다음카카오 측이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생각이 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대화 내용을 저장하지 않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다음카카오는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하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사적인 대화내용을 저장하겠다고 이용자 동의를 받은 적이 있는가. 약관에도 없는 대화내용 저장은 불법이다. 암호화나 저장기간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손쉬운 길을 놔둔 채 언제까지 변명으로 일관할 건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논란이 확산된 것은 사법 당국의 책임이 크다. 수사 편의를 위해 도·감청 영장을 남발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담팀을 꾸려 사이버 공포감을 조성한 게 누구인가. 온라인상 명예훼손 글에 대해 검찰이 삭제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가 없다. 법원도 무모한 영장 남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는 오늘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대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사이버 검열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당국은 국민 불안을 조성한 데 대해 사과하고 사이버 사찰 계획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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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온라인 게시물의 명예훼손 여부를 자체 판단해 포털 측에 삭제를 요청하고 ‘특정 단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향신문이 입수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비공개 자료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열린 이 회의에서 주요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침을 밝혀 ‘사이버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유언비어·명예훼손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하겠다”는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던 검찰 역시 내부적으로는 시민의 반발을 예상하고 축소 발표했음을 보여준다.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포털업체와 핫라인을 구축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문제된 글의 명예훼손 여부 등 법리 판단을 신속히 해 삭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조치나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만 게시글을 삭제하도록 한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법 집행기관이 실정법을 뛰어넘어 초법적 조치를 공언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검찰의 의도는 주요 수사 사례로 제시한 6건에서 더욱 명백해진다. 3건은 세월호 참사 관련 루머, 나머지는 청와대 비선라인 ‘만만회’ 의혹 등 대통령과 관련된 글이었다. 결국 실시간 적발하겠다는 ‘특정 단어’는 ‘(사라진) 7시간’ 등 대통령이나 정부 비판과 연관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회의 자료에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적시함으로써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13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내용 및 이용자 정보를 공권력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질 만큼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않는 검찰의 태도다. 어제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린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희도 아쉽다. 사이버 사찰은 지금까지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 부처는 물론 주요 포털과 카카오톡 관계자들까지 모아놓은 채 사실상의 검열 방침을 밝히고도 ‘설명 부족이 아쉽다’니 뻔뻔스럽지 않은가. 검찰은 당장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모두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청와대도 검찰권을 활용해 ‘온라인 공안국가’를 만들려는 생각을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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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록을 뒤진 사실이 드러났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의 ID와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역 등이 포함됐다.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는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 사람을 수사한다는 명분 아래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가져간 셈이다. 이른바 ‘사이버 사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일반적 압수수색과 성격이 다르다. 일반적 압수수색에선 먼저 수색을 한 뒤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선별적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디지털정보는 통째로 검경에 제공된다. 따라서 혐의와 무관한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정보도 포함되며, 이 같은 정보는 추후 특정인을 겨냥한 불법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 또한 SNS나 메신저를 통한 통신에는 복수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만큼 광범위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경찰로부터 카카오톡을 압수수색 받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의 카카오톡 사찰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_ 연합뉴스


검경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합법적이며, 피의사실 관련 내용만 봤을 뿐”이라 해명했다고 한다. 다음카카오 측도 “카카오톡 대화는 최대 7일만 저장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몇달치 자료를 요청해도 실제 제공되는 건 서버에 남아있는 며칠치뿐”이라고 밝혔다. 해명치고는 군색하다. 경찰이 사생활 정보를 보고도 애써 눈을 감았든, 제공된 자료가 단 하루치뿐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정 부대표 사례 한 건만으로도 시민들은 겁을 집어먹게 마련이다.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칠링 이펙트(위축효과)’다. 검찰이 사이버공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선포하자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텔레그램 등 해외 서비스로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는 터 아닌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벗이나 가족과 소통하는 메신저에서조차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다면, 멀쩡한 ‘국민 메신저’를 버리고 해외 메신저를 써야 한다면 이 모두 헛된 수사(修辭)에 불과할 터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녕 ‘막걸리 보안법’이 횡행하던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는가. 그게 아니라면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헌법은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사이버공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방침을 철회하고 전담수사팀도 해체해야 한다. 법원도 디지털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심사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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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