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의 85%는 사립대다. 그러니 고등교육이 잘되려면 사학의 정상화가 필수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사학의 정상화는 “교육의 공공성의 관점에서 교육기관답게 운영하는 것”이다. 실상은 어떤가. 다수 사학이 공공성은커녕 비리와 비민주적 학사 운영으로 병들어 있다. 사학 퇴행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재단에 있다.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간주하고 전제군주처럼 군림하며 운영한 탓이다. 김문기 재단이사장 시기의 상지대가 대표적이다. 입시부정과 땅투기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사학비리와 함께 교수·교직원 충성서약과 학생 간첩 매도 등 갖은 황당한 학교운영 행태가 드러났다. 이런 상지대 재단의 20여년치 학교 전입금은 단돈 3000원에 불과했다. 재단 돈은 쓰지 않고 학생 등록금과 국가보조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 몰염치가 놀랍다.

군사독재 시절 비리와 부패 없는 분야가 어디 있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씨 퇴진 후 11년간 상지대가 강원도 입시경쟁률 최고대학, 학교민주화 등 양적, 질적 도약을 한 것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그 후 다시 재단을 장악한 김씨가 운영하는 동안 상지대가 대학평가 최하위, 모든 대학지원사업 탈락 등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잘못된 제도도 사학을 망친 책임이 크다. 바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다. 2008년 설립된 사분위는 애초 사학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오로지 비리재단의 원대복귀에 몰두했다. 이 때문에 사분위 활동 10년 동안 28개 대학, 32개 초·중·고 등 60개 학교를 비리재단이 다시 장악했다. 김문기씨의 상지대 복귀도 사분위 작품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돌아온 비리재단은 사학을 유신시대로 몰고 갔다. 반교육적 운영을 되풀이했고 학교는 새로운 비리로 넘쳐났다. 과거 비리재단 퇴진 후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희생으로 정상화된 대학은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자연히 반발과 갈등이 재연되고 사학분규가 급증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사분위 10년간 분규로 인한 임시이사 파견 대학이 40곳인데, 이는 그 이전 36년간의 임시이사 파견 대학과 맞먹는다.

이런 상태에서 연구와 강의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재단줄대기와 눈치보기가 난무했다.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감시와 사생활침해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총장실 도청장치 설치와 교수·교직원 언행 감시가 일상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분규대학의 교수·직원들은 학내 e메일과 구내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설 <1984년>의 빅브러더를 연상시킨다. 비판적인 구성원에 대한 재단 측의 탄압은 상상을 넘어선다. 상지대 민주화 운동을 이끈 정대화 교수는 지난 10년간 40여건의 고소·고발을 당했고, 소환장과 출석통지서는 400통 넘게 받았다. 이런 인내와 투쟁으로 상지대는 정상화의 길을 가고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사학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사분위는 태생부터 반교육적이고 반민주적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사학의 건전성과 민주화를 확충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사립학교법에 반발한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이 결탁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분위가 사학 민주화를 저해하고 비리재단 복귀에 앞장선 것은 예고된 사태였다. 이명박 정부 때 출범한 사분위는 사학을 재단의 소유주로 간주하는 인사들이 주도했고, ‘사학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정상화’가 속속 이뤄졌다. 사학의 민주화나 공공성, 교육적 책무는 무시된 채 비리재단의 재산찾기 운동으로 변질된 행태를 정상화라고 한다면 이는 언어 모독이다.

사분위는 무소불위의 기구다. 법적으로는 교육부 소속이지만 교육부 장관은 사분위 구성과 운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기구가 시민과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다니 말이 안된다. 시민들은 땅투기와 입시장사, 공금횡령, 회계부정, 비자금 조성 등 교육자라기보다 악덕기업주나 다름없는 비리재단이 마음대로 비리를 저지르도록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사분위의 망동적 행태는 부패한 보수정권의 또 다른 적폐일 뿐이다.

사분위는 최근 ‘착해졌다’. 비리재단 친화적 인사가 아닌 합리적 인사들을 임시이사로 내보내는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성신여대에서는 재단 측 사람을 총장으로 앉히려던 기도를 임시이사들이 무산시키기도 했다. 사분위원은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뀌자 상식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사분위는 또다시 태도가 바뀔 것이다. 불가역적 조치가 필요하다. 사분위는 당장 폐지하는 게 맞다.

<조호연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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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사정 1호’로 수감되면서 상지대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총장으로 학교에 복귀했다.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지난 1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김씨를 상지대 총장에 선출하고 그제 강원 원주 상지영서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한다. 사학비리로 인해 교육계에서 퇴출당한 그가 학교를 재장악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마치 막장 드라마라도 보는 듯하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학교의 혼란과 학생들의 피해가 걱정된다.

상지대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김씨와 그를 총장으로 임명한 이사들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씨가 물러난 뒤 상지대는 비리재단의 오명을 벗고 민주적인 시민의 대학으로 탈바꿈했으며 양적·질적 성장까지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0년 사분위가 김씨 일가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줘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그 결과 정이사로 복귀한 김씨 측 인사들은 1년 넘게 총장 선임을 못하도록 하는 등 이사회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다가 지난 4월 이사회를 장악한 뒤 김씨를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총장으로까지 선출해버린 것이다.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문기씨 _ 연합뉴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과정에서 교육부와 사분위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 1월 사분위는 비리 당사자라는 이유로 김씨의 정이사 선임을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시늉일 뿐 그런 비정상 상태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채영복 전 이사장과 교육부 추천 이사 등이 김씨 측 이사와 ‘임원 간 분쟁’ 상태인데도 행정감사 요구를 외면하는 등 수수방관한 교육부의 태도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법인의 이사 선임이라든가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의 총장 선임은 교육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김씨가 총장에 선출되기에 앞서 차남 길남씨가 이사장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사학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김씨의 이사 승인을 거부하고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게 옳다. 나아가서 상지대 재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졸업장에 ‘총장 김문기’라고 찍히는 게 불쾌하다”는 학생의 말이 가슴을 찌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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