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17.02.21 [사설]특검 연장 반대 당론 정한 한국당의 무책임한 행태
  2. 2017.02.14 [사설]당명만 바꾼 새누리당의 ‘쇄신 코스프레’ 누가 믿겠나
  3. 2017.01.19 [사설]돈 없어 정당에 들어간다는 반기문의 한심한 정치관
  4. 2017.01.03 [박래용 칼럼]화산은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5. 2016.12.30 [사설]공산당만 아니면 반기문 따른다는 충북의원의 낡은 사고
  6. 2016.12.28 [사설]20년 만의 4당 체제와 보수신당에 거는 기대
  7. 2016.12.22 [사설]새누리당 33명의 탈당과 새로운 보수의 길
  8. 2016.12.21 [서민의 어쩌면]어린이에 ‘대통령 꿈’ 심어주는 박근혜
  9. 2016.12.21 [사설]친박은 무얼 믿고 이토록 망나니처럼 구나
  10. 2016.12.21 [사설]나라 망치고도 죄 없다는 두 공범 박근혜·최순실
  11. 2016.12.19 [아침을 열며]역시 친박
  12. 2016.12.15 [사설]조폭 행태 친박이 혁신과 법치주의를 부르짖다니
  13. 2016.12.07 [정동칼럼]청소년도 ‘시민’이다
  14. 2016.12.06 [사설]대통령 범죄가 친박·비박의 문제인가, 초·재선이 답하라
  15. 2016.12.06 [사설]박 대통령은 더 할 말이 있나, 침묵 속에 운명을 받아들여라
  16. 2016.12.05 선거 땐 자기들도 ‘문자 폭탄’ 보내놓고
  17. 2016.12.05 [사설]사상 최대 230만 촛불의 준엄한 요구는 탄핵이다
  18. 2016.12.02 [사설]민심 뒤집기 나선 청와대·새누리, 아직 정신 못 차렸다
  19. 2016.12.02 [사설]대통령에 놀아난 야당, 분노한 민심 두렵지 않나
  20. 2016.12.01 [사설]국회는 한 점 흔들림 없이 탄핵에 매진하라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특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하고, 야 4당까지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장 승인을 요구한 상황에서 한국당만 홀로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론 채택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심판 이후에도 특검을 계속하는 것은 대선 정국에 특검 수사를 이용한다는 대선용 정치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특검의 연장은 전적으로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새 특검법을 통해서라도 기간을 연장하려는 야당의 발을 묶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는 그것이 수사에 필요한지를 최우선으로 놓고 따져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간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특검이 특검법에 기재된 수사 대상을 모두 다루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검은 지난 두 달 가까이 많은 진실을 밝혀냈지만 드러내야 할 진실이 아직도 많다. 엊그제 청와대 비서관이 미르재단 설립과 모금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의 뇌물제공 등은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특검 수사가 충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데 이어 특검의 대면조사도 회피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측 증인들은 온갖 방법으로 진실을 덮고 있다. 황 권한대행도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특검 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어제도 그는 “특검 연장에 대해 추가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특검 연장 결정을 미뤘다. 시민을 우롱하는 태도와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계속되면 대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실 규명보다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몰염치한 행위다. 한국당 의원들은 연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애국폭동” “계엄령 선포”와 같은 반사회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탄핵 민심에 반성하는 듯하더니 ‘친박 새누리당’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반사회적인 언동을 하는 수구·친박 단체들의 지지라도 붙잡으려는 모습이 가련하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힐 기회가 이번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방조해 나라를 어지럽혀 놓고 그 진실을 가리는 일마저 방해하겠다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한국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반대 당론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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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꿔 새 출발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쇄신한다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지 5년 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문란케 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면서 당 쇄신을 강조했다. 이정현 전 대표가 장기간 사퇴를 거부해 지탄을 받은 것을 의식,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제도도 도입했다.

그런데 여당이자 원내 제2당의 새 출발을 선언했으면 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터인데 영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동안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하는 양을 보면 과연 시민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이 든다. 진정 쇄신하고자 한다면 당명과 당헌을 바꿀 게 아니라 친박세력부터 청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친박 핵심인 윤상현·조원진 의원과 과거 당 지도부 인사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친박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전체가 탄핵반대 쪽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당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하는 날 김진태, 최교일 의원 등 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특검 수사를 짜맞추기라고 비판하고 국회의 탄핵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질서 있는 퇴진론으로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도 쇄신이 겉치레임을 입증한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할 것 같으니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비판만이라도 면해보겠다는 꼼수다. 종북 타령에 터무니없는 위기론 조장으로 생명 연장을 꾀하는 모습도 구태 그대로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함께 당을 하다 쪼개진 바른정당을 향해 박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그럴 자격이 없다. 이들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해 제명 등 중징계를 할 듯하더니 탈당 여부를 일임해 면죄부를 줬다. 촛불민심을 거스르는 박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어떻게 민심을 받든다고, 쇄신한다고 외칠 수 있는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자유한국당이 오늘부터 지방을 돌며 반성투어에 나선다지만 천막당사가 사기극이었던 것처럼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사죄와 친박세력 청산이 없는 한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신장개업 눈속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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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엊그제 기자들과 만나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부분부터 빡빡하다. 현재는 당이 없다보니 다 내 사비로 모아놓은 돈을 쓰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어떤 정당이든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정당과 함께하겠다. 설 연휴 이후 입당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입국 때는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바로 소속한다든지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있다”고 했다. 불과 1주일도 안돼 정당 입당에 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조직과 자금 지원이 가능하고 검증 등 수많은 난관을 넘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에 몸을 담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정당 선택의 이유가 정치 비전과 정책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금전적으로 빡빡해서’라니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활동비가 필요해 입당한다는 말은 정치 지도자에게서 들어보지 못했다. 정당이 현금인출기도 아니고 우리 정치의 수준을 낮추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힐난했다. 너무도 당연한 지적이다. 정당은 돈과 조직을 대는 도구가 아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19일 (출처: 경향신문DB)

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 미국에선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다. 이를 놓고서도 대의민주제의 핵심인 정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당은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다. 정당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민주주의는 여러 정당이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책임정치를 경쟁하는 제도다. 반 전 총장은 그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추대론을 즐기다가 탄핵 바람이 불자 이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뚜렷한 정치적 소신과 철학으로 당을 선택하기보다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이해득실을 따지는 태도는 도저히 국가 지도자의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계속되는 보여주기식 행보와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는 데마다 구체적 해법은 없이 유엔 사무총장 출신 이력만을 내세워 과연 그가 준비된 대선주자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정치 낭인’으로 떠돌던 MB(이명박)계 인사들이 다시 제 세상 만난 양 주변에서 활개를 치는 것도 볼썽사납고, 자신과 동생·조카를 둘러싼 비리 의혹도 아직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도가 컨벤션 효과는커녕 귀국 전(20%·한국갤럽)이나 귀국 후(20%·한국리서치)가 별 변동이 없는 것도 이런 점들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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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64개의 괘로 길흉을 따진다.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괘가 겸(謙)이다. 겸손할 겸은 말씀 언(言)과 아우를 겸(兼)이 합쳐진 자다. 말할 때 상대를 배려해서 하면 자연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해는 겸과는 거리가 먼 해가 될지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는 항상 옳고 똑똑하고 구국의 영웅이다. 들보 같은 흠결도 ‘세상에 안 그런 놈 어디 있느냐’고 하고, 티끌만 한 장점은 “세상에 이런 사람 또 있느냐”고 한다. 무조건적이다.

정책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세금은, 보육은, 가계 빚은, 실업문제는 어찌 풀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건 난 모르겠고, 뽑아 주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식이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반기문에 대해 “공산당만 아니라면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자기 집 가사 도우미를 구한대도 “공산당만 아니면…”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눈 감고 귀 막고 뽑았던 대통령이 박근혜고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4대강에 20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다. 5000만 국민 1인당 40만원씩 걷어 강물에 뿌린 꼴이다. 지난 연말 모임에서 만난 서울대 교수는 “그 돈을 벤처 불쏘시개로 지원해줬으면 10%, 5%만 성공했어도 지금 활활 불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는 긴 말 할 것 없다. 시민들은 박근혜에 대해 믿어 왔던 것들이 조작된 신화이며 허상이었음을 4년 뒤에 깨달았다. 그나마 늦게라도 밝혀진 게 다행이다. 정유라의 강아지가 나라를 구했다. 촛불시위에 나온 노인들이 아이들에게 과자를 건네주며 “우리가 잘못해서 너희가 고생이다”고 했다고 한다. 과자로 끝낼 일이 아니다.

리더십의 요소는 통찰력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다. 나라의 장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상황은 바람과 같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는 남보다 먼저 봐야 한다.

16세기 일본의 작은 섬에 포르투갈인이 표류했다. 이들이 긴 총으로 멀리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은 총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그들의 말을 배웠다. 17세기 조선의 제주도에 네덜란드인 서른여섯명이 표류해왔다. 하멜 일행이다. 이들 중에도 총포 기술자가 있었다. 조선은 이들에게 노역을 시켰다. 생김새가 특이하다고 춤과 노래를 가르쳐 남자 기생으로 부리기도 했다.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는 조총으로 전국시대를 통일했고, 조선은 굴욕적인 역사를 맞았다.

바깥세상은 눈이 핑핑 돌아가게 변하고 있다. 변화의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지금 1년은 미래 10년, 100년을 좌우한다. 4대강이나 창조경제 따위가 새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정신일 수는 없었다. 본인이 모르면 사람이라도 잘 써야 한다. 경전에는 ‘천하가 다 옳다고 해야 그 사람을 한 번 찾아가서 보고 쓰라’고 했다. 박근혜는 천하가 다 안된다는 사람을 보지도 않고 썼다. 이명박은 5년 내내 땅을 팠고 박근혜는 주사를 맞았다.

역사는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불의가 가고 정의가 오지 않는다. 역사는 그냥 발전한 적이 없다. 기득권 수구세력이 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보는 이름 없는 수많은 개인들이 힘을 모을 때만 가능했다. 4·19혁명이 그랬고 6·10항쟁이 그랬다. 그렇게 죽어라 애써도 역사는 직선이 아닌,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이탈리아 역사학자 비코는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세월을 허송했다. 박근혜, 이명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시민들의 손으로 뽑았다. 그사이 금쪽같은 시간이, 기회가, 에너지가 강물처럼 흘러갔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흐르는 강물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00년 전 폼페이 사람들은 베수비오 화산을 끼고 살면서도 희희낙락하다 하루아침에 4m 두께의 화산재에 파묻혔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닥쳤는지 잘 모르는 모습 그대로 발견됐다. 기존의 특권세력들이 이들과 똑같다. 기득권 세력들은 다른 세상을 사는 듯 살아왔다. 촛불은 박근혜의 무능뿐 아니라 재벌, 검찰, 정치, 언론 등에서 그동안 자행돼온 불의와 시민의 분노가 만난 곳에서 등장했다. 시민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몰랐던 게 아니고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었을 뿐이다.

새해는 불평등, 불공정, 불의의 구체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특권과 반칙, 불법과 협잡이 판치는 세상을 끝내야 한다. 촛불은 화산 폭발의 전조(前兆)다. 민심이란 화산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화산은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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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충청권 의원들이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찾아가 면담했다. 유력한 대권주자와 국회의원들이 견해를 나누고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야 무방한 일이다. 한데 의원들이 지역주의에 기대서 ‘묻지마 지지’를 선언하는 행태는 실망을 넘어 섬뜩하다. 비전과 지향보다는 이해 득실만 따져 지역주의를 부채질해온 정치세력 때문에 한국이 입은 상처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충북 의원들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이 정하시는 길로, 공산당(입당)만 아니라면 따라갈 것”이라고 하자 반 총장은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의원들은 “보수와 중도를 함께 아울러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반 총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의원들 발언 취지는 퇴행적이고 조악하다. 반공(反共)을 제1 가치로 내세우기만 하면 지역주의를 조장해도 정당화된다는 것인가. 진보적 시민을 배제하고 나머지만 아우르면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속셈도 무섭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이들이 충북 음성 출신 반 총장에게 구애하면서 내세우는 게 ‘충청권 대망론’이다. 그간 반 총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해온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충북,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충남이 지역구다. 이들은 반 총장을 앞세우면 새누리당 기반인 영남과 충청 유권자에다 ‘기존 정치권 혐오’ 시민을 묶을 수 있다는 그림을 그려왔다. “우리가 남이가(이냐)” 식 지역주의를 부채질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시민의 바람을 좇는 게 아니라 이익에 맞는 주자를 내세운 뒤 지역을 볼모로 유권자를 줄 세우겠다는 것이다.

반 총장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엔에서 각국의 이해를 조정하고 국제 규범을 추구해왔다는 이가 기껏 지역주의에 기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포용적 리더십을 찾고 있다”는 그 자신의 말과도 배치된다. 그렇지 않아도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던 차다. 반 총장은 대리인들을 시켜 부인했으나,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전 회장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거듭 금품수수 사실이 맞다고 확인했다.

반 총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려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또 내세울 거라곤 지역주의밖에 없는 ‘정치 좀비’보다는 적폐를 해소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들과 만나 비전과 정책을 궁구하는 데 힘을 쓰는 게 맞다. 안 그러면 일반 시민은 물론 충청 지역민으로부터도 “개갈도 안 난다(‘변변치 못하다’는 충청 방언)”는 지청구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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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어제 집단 탈당해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신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친 뒤 첫 의원총회를 열어 주호영, 이종구 의원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뽑았다. 앞서 탈당해 있던 김용태 의원까지 합류해 의원 30명으로 출발한 신당은 내년 1월 말까지 조직을 정비한 뒤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보수 정치권이 보수신당과 새누리당으로 양분되면서 정치권이 4당 체제로 재편됐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민자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 체제가 만들어진 이래 20년 만에 다시 4당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 29명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시민들이 신4당 체제와 보수신당에 거는 기대는 분명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체제 또는 국민의당을 포함한 애매한 3당 구도를 허물어 대립 일변도의 정치 환경을 확 바꿔달라는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와중에도 시민의 뜻을 거스르며 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원해온 친박계 새누리당이 원내 1당 지위를 내주었다. 새누리당 의석이 개헌 저지선(101석) 아래인 99석으로 줄고, 새누리당을 제외한 3당 의석이 국회선진화법 의결정족수 5분의 3을 넘김으로써 새누리당이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이념적으로 중도를 지향하는 정당이 두 당으로 늘고, 지역 정당의 굴레를 벗어난 새로운 정당이 탄생했다는 의미 또한 작지 않다. 다양한 정책으로 유권자들 선택의 폭을 넓히고,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대화·타협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높였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제기한 개혁 과제들을 입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4당 체제와 보수신당에 대한 회의 역시 상존한다. 이는 신당이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계 간 내홍의 결과라는 한계에서부터 출발한다. 새누리당과 이념·노선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보수신당은 안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선 정국에서 원칙 없이 연대한다면 신당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모시기 경쟁이나 야합이 벌어진다면 4당 체제는 무의미해진다. 진정한 보수의 길을 걸으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천하는 것만이 신당과 4당 체제가 성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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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근혜계 의원 30여명이 어제 회동한 뒤 다음주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임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로 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들어 안정적·개혁적으로 운영할 진짜 보수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의 분당이 현실화한 것이다. 그만큼 보수 진영의 위기가 심각하고 새로운 보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징표이다.

비박계의 탈당은 늦었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새누리당 친박근혜 세력은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의결로 여론의 매서운 심판을 받았음에도 반성은커녕 민심을 거스르는 길만 걸어왔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뉘우치는 듯하다 틈만 보이면 이내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 막판에는 비주류에 비상대책위원장을 양보할 것처럼 하다가 뒤집는 치졸함까지 드러냈다. 총선이 3년 넘게 남았고, 촛불은 곧 사그라들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 등에 기댄 탓이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를 통해 당을 재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탈당 의원들을 비판하면서 ‘유일 보수정당의 법통’ 운운한 것은 가히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비박계의 탈당은 그나마 시민의 질타를 두려워하는 보수세력과 기득권에 젖은 비양심적 가짜 보수의 결별이다. 보수 내부의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탈당 기자회견 후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1명이 '집단 탈당'을 결의하고. 탈당 시점은 오는 27일이다. 권호욱 선임기자

지난 총선과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반칙 없는 세상과 더불어 책임지는 정치를 요구했다. 극우적 세계관과 영남 지역주의를 벗어난 건강한 보수, 명예와 도덕이라는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진정한 보수 정치세력을 시민들은 갈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탈당파는 이 같은 새로운 보수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산·경남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 의원들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수구적 이념과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는 진짜 보수당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앞서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까지 가세하면 신당 추진은 더 탄력이 붙을 것이다. 탈당파가 중도보수 성향의 신당을 창당하면 정치권은 1990년 3당 합당 후 26년 만에 4당 체제로 바뀌게 된다. 다양한 정책의 대결과 함께 곧 있을 대선 정국에서 정책에 따른 연대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보수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과거에도 보수당은 위기 때마다 새로운 보수, 진정한 보수를 표방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전에는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보수의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집권을 위한 한 편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보수의 정책과 가치에 충실한 정당이 아니라 파벌과 이권, 인물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탈당도 대선용, 위기모면용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당을 박차고 나간 정치세력이 성공한 예는 없다. ‘보수정당의 분열은 필패’라는 말이 있을 만큼 탈당과 신당 창당은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낡은 체제의 극복과 진정한 보수정당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흔들림 없이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며 개혁을 한다면 한국 정치사를 새로 쓰는 진정한 보수세력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막 닻을 올린 새누리당 탈당파의 실험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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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대답했다. 안민석 의원이 말한다.

“대통령의 머리로는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이야기할 만한 그런 지식이 없으세요. 무슨 얘기 했습니까, 30~40분 동안?”

새누리당은 ‘금도를 넘는 인신공격’이라고 비난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없다시피 했다. 안 의원의 발언에 대부분 동의했기 때문이리라. 대통령이 3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질문을 받지 않은 것,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지적 수준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잖은가?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아는 게 없어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걸 박 대통령이 보여준 덕분일까. 고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뒤 사인을 해줄 때 장래희망을 꼭 묻는데, 대통령이 꿈이라는 학생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나라를 잘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가진 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통령만 한 ‘꿀직업’이 없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인 듯하다.

첫째,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관저에 있다가, 가끔 집무실에 나와서 남이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해도 2억1200만원의 연봉이 꼬박꼬박 입금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통령은 일어나시면 그게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관저에서 태반주사를 맞든 미용시술을 하든, 아니면 드라마를 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꿀직업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더 놀라운 것은 5년을 이렇게 놀아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데, 그게 자그마치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금과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이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둘째, 충성스러운 부하가 많다.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대처는 크게 잘못됐다. 대통령의 지적 수준으로 보아 일찍부터 대책본부에 나와 있었다고 결과가 크게 달랐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국가적 재난 때라도 자리를 지키라고 그런 대우를 해주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7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다면 욕을 먹어도 싼데, 그 공백을 입증해줄 수많은 증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닫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의 활약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지경인데, 그날 오후 대통령이 머리를 올리면서 보고를 받았다는, 자신도 안 믿을 말을 해명이랍시고 해대는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셋째, 지인에게 한턱 크게 쏠 수 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에게 선물을 주면서 폼을 잡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인데, 대통령이 되면 지인이 바라는 바를 다 들어줄 수 있다. 특히 좋은 점은 자기 돈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이라더라”는 한마디로 공직자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고, 관저로 재벌 총수를 불러서 몇 마디 하면 수십억, 아니 수백억원의 돈이 생긴다. 나중에 걸리면? 걱정하지 마시라. 몰랐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넷째,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매일이 휴가지만, 그래도 다들 휴가 가는 여름이 되면 또 놀러 가서 모래사장에 낙서를 하는 것, 이게 바로 대통령의 행복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우즈베키스탄 등 원하는 나라는 어디든 갈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랬듯이 외국에 간다고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남들 눈에는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니 일석이조다. 오고 갈 때 편안한 전용기를 타고 가는 것은 보너스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지금 감옥에 있는 이들 중 박 대통령만큼 큰 잘못을 한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박 대통령은 감옥 대신 평소 좋아하던 관저에 머물고 있다. 이만한 죄를 짓고도 관저에 있을 수 있는 건 물론 자신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종북에 관한 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남들은 빨간 옷만 입어도 종북으로 몰지만,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매우 비굴한 편지를 보낸 게 드러나도 종북이 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아이들마저 선망해 마지않는 이 자리를 대통령이 물러나기 싫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던 3차 담화 때의 약속을 지키는 대신 영혼을 팔아치운 분들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모조리 부인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의 꿈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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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근혜(친박)계’ 행보가 목불인견이다. 국회 국정조사의 위증을 교사하고, 당이야 깨지든 말든 ‘비박계’ 찍어내기에만 힘을 쏟고 있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자행하는 이들의 행태는 불한당과 다를 바 없다.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인 이만희·이완영·최교일 의원이 위증을 교사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이완영 의원실에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따지기는커녕 방해하려 한 것이다. 이들은 주요 증인인 고영태씨 발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절도범으로 몰려고 했다. 일반 재판에서도 중대 범죄인 위증을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해명 기회만 제공했다.

최순실 태블랫PC 관련 위증 논란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특위 긴급 전체회의가 열린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친박계는 또 비박계가 유승민 의원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하자 사실상 거부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당의 내분과 내홍이 심해져 심지어 풍비박산과 분당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지 않고 당을 수습하는 대통합 비대위원장’을 첫번째 조건으로 내세워 유승민 의원을 거부할 명분을 마련했다. 더 가관인 것은 친박계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식 해체다. 불과 일주일 전 친박계는 “당을 구하겠다. 새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면서 모임을 꾸몄다. 그간 혁신과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자신들이 알 것이다. 변한 게 있다면 친박계 원내대표가 뽑혔다는 점이다. 결국 모임은 원내대표 자리를 비박계에 넘겨주지 않기 위한 표 단속용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여당 주도 세력의 처신이 이렇게 경망스럽다.

총선이 내년 4월 치러진다면 친박계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아마 명망있는 비대위원장 모시기, 당 쇄신, 보수 통합, 대통령과 선 긋기, 비리·물의 인사 축출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친박계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로 친박당’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친박계에 남은 것은 단 하나, 유권자 심판이다. 3년 뒤 이들이 당을 쇄신하고 보수를 통합한다고 북새통을 떨어도 유권자들은 4년마다 되풀이되는 ‘신장개업 쇼’로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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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세력들이 전면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순실씨는 그제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8가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 사실 자체가 없으니 무죄라는 논리도 폈다. “죽을죄를 졌으니 용서해 달라”며 검찰청에 들어서면서 머리를 조아리던 게 불과 50일 전 일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며 국회가 제시한 13가지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몇 차례 반성하는 대국민사과를 일방적으로 하고 눈물도 흘리는 듯하더니 이제 와서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이다. 갖은 비리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두 사람은 기억상실증도 동시에 걸리는 모양이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내팽개친 이들의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박 대통령의 헌재 답변서와 최씨의 재판 발언, 최근 불거진 새누리당 친박계와 최씨 측근의 국정조사 말 맞추기 의혹 등을 종합하면 모든 것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의심이 든다. 박 대통령은 헌재 답변서에서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1심 재판 완료 후에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끌고, 이를 이용해 헌재의 탄핵 결정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정혼란이 길어지든 말든 자신의 몸을 건사해 반전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심산이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이 들어있던 태블릿PC가 최씨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시민들에게 퍼뜨리려 한 것도 작전의 일종이다. 최씨는 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재판부에 검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태블릿PC가 최씨 소유가 아니라고 해도 비선에 국민주권이 훼손되고 국정이 유린된 이 사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본심이 확인된 만큼 박영수특검팀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검팀은 20일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면서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이들의 비리도 밝혀야 한다. 범죄 소굴이나 마찬가지인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수 없이 마쳐야 함은 물론이다. 헌법재판소는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해 탄핵 결정을 늦추려는 국정농단 세력에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 법원도 매일 재판을 연다는 각오로 국정혼란의 조기 수습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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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목소리와 표정에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분이다 보니 기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리는 16일 사퇴 기자회견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떠밀려 임기 2년 당 대표직을 4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일주일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에 “혼밥, 혼술은 해봤지만 ‘혼박’은 처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다”면서 박수치며 기뻐했던 사람들은 ‘이건 뭐지’라고 했을 장면이다.

 

이른바 친박이라는 사람들. 자신들이 따랐던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해 쫓겨날 상황이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홀로코스트 같은 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보건 중요하지 않았다. 비박 인사들을 경멸하는 말을 쏟아내다가도 원내대표 경선이 임박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굴 모드로 들어가도 상관없었다. 어찌됐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정치를 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였다.

 

원내대표 경선을 하던 날,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15%. 더불어민주당이 40%를 찍었으니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이다.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지지율’은 흔적조차 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최소 지지율이 35%”라던 새누리당은 제2야당과 지지율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그 이유는 다 아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다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귀 기울여 신속하게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있다. 살아있는 정치집단이라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연혜·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왼쪽부터)과 지도부 일괄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지자 ‘이것이 나라냐’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졌다. 돌이켜보면 세월호 참사 때도, 메르스 사태 때도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국민이 국가를 믿지 않게 되고, 국가와 국민은 분리됐다. 새누리당도 그랬다. 대통령의 오만·독선을 견제할 의지나 능력은커녕, 그 품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새누리당도 국민들로부터 분리됐다. 4·13 총선에서 ‘여소(與小)’로 전락한 이유였다. 대통령이 최순실이 엮어놓은 실에 따라 움직이는 허깨비였다는 것이 드러나도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 친박의 실상이다. 이런 집단이 한국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세력으로 군림해왔다.

 

친박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념과 노선 따위는 애시당초 ‘살아야 할 이유’가 아니었다. ‘박근혜’를 버리면 더 이상 나란 존재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촛불 민심이 “새누리당을 해체하라”고 하고, 여의도 당사에 계란이 날아들어도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4·13 총선에서 갖은 무리수를 써가며 배지를 달아준 ‘진실한 사람들’은 믿는 구석이었다. 당의 생리도 잘 알았다. 새누리당은 보수적 정서와 행동, 현상유지적 가치를 통해 오랫동안 일관성과 동질성을 유지해왔다. 다른 정당을 흡수해 세를 불리기는 했지만 내부가 쪼개진 적은 없었다. 지금 상황에 대입하면 ‘비박은 집단적으로 뛰쳐나가지 못한다’는 게 친박의 구상으로 정리된다. 친박의 농단으로 4·13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넉 달 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에서 둘째라고 하면 서러워할 친박 당 대표를 배출하지 않았던가.

 

비박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친박 추대 후보 정우택 의원이 경선에서 얻은 표는 62표.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반대 56표보다 6표가 더 많았다. 정 의원이 “내년에 좌파정권,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호소할 때, 비박 단일후보 나경원 의원도 같은 얘기를 했다. 친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이미지 이외에는 변화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진단도 틀렸고, 아무것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오로지 보수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삼았으니 친박이나 비박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저희 당은 보수정권으로 대표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뒤바뀌지 않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비박들을 적당히 비상대책위원회에 끼워주는 방식으로 포장지만 바꿔 놓고 달라졌다고 할 태세다. 눈엣가시였던 이 대표를 위시한 친박 핵심들은 2선으로 물러나지 않았느냐면서.

 

친박이 비박과의 팽팽한 힘겨루기에 이겼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종종 쓰는 표현이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 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인데 둑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3년4개월 뒤 21대 총선에서 몇 명이나 살아남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안홍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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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요즘 하는 일을 보면 그 막무가내 행태를 표현할 마땅한 말을 찾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폐족으로 자성하기는커녕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 나가고 있다. 그제는 박 대통령을 징계하려는 당 윤리위까지 편법적으로 장악했다. 친박 일색의 최고위원회가 이진곤 윤리위원장과 사전 협의 없이 친박 성향 위원 8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기존 윤리위원 7명보다 더 많은 위원을 추가 투입해 대통령 보호막을 치고 나선 것이다. 그래 놓고 “애초 윤리위 구성에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꼼수와 편법도 모자라 오리발까지 내미는 처사에 할 말이 없다. 참다못한 이 위원장과 기존 위원들은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왼쪽)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박계 주류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친박처럼 몰상식한 정치 집단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민주 국가의 정상적인 정치 집단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친박의 맹목적 충성은 왕조시대를 방불케 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라는 표현이 백번 맞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강요하며 후배 정치인들을 겁박하는 서청원 의원의 조폭적 행태 역시 목불인견이다. 촛불시민의 분노를 불렀던 김진태 의원은 어제 또다시 “친박이 아무리 주홍글씨라고 해도 나라를 팔아먹진 않았다. 종북 좌파들에게 나라를 넘겨주게 생겼다”고 했다. 국정농단 동조 세력이 순국자들인 양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이끌었으니 탄핵으로 귀결된 것이 당연하다. 친박은 자신들의 모임 명칭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고 했다. 창립선언문에서는 “정통 보수세력으로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고 했다. 혁신과 법치주의를 표방하다니 그 뻔뻔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친박은 16일 새 원내대표로 정우택 의원을 밀기로 어제 집단 결의했다. 탄핵을 부른 데 대한 반성은커녕 또다시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촛불시민의 의식수준을 얕잡아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오만한 행동이다. 신임 원내사령탑은 조만간 이정현 대표가 사퇴하면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겸직하게 된다. 한 줌도 안되는 계파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오염시키는 친박세력이 다시 당을 장악하게 해서는 안된다. 정 의원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친박을 지금 징치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 같은 불통 정권이 다시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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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을 훌쩍 넘어 계속되는 촛불집회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는 청소년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하여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되풀이하거나, ‘기특하다’거나 ‘어른들보다 오히려 낫다’고 격려한다. 그런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별로 기분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말한 사람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말들에 ‘너희는 아직 어리다’라는 의미가 깔려 있는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미성숙한 존재라고 강조해 왔다. 그래서 어른의 ‘지도’를 받아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청소년이라고 여겨왔다. 촛불집회 참여 학생들이 말하는 것처럼 청소년은 3·1운동,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4·19혁명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학교 역사교육은 이 사건들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이에 참여한 청소년을 불의에 항거한 깨어있는 존재로 자랑스럽게 그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라고 인식되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되며, 사회문제에 자기 의견을 내서는 안되는 존재로 여겼다. 학생들은 학교가 정해주는 교칙에 따르고, 대학 진학을 위해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에 열중하는 ‘모범생’이 되도록 요구받았다. 학교의 ‘정치’ 과목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가르치고 참여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민주사회를 만드는 데 청소년이 나서는 것은 ‘정치적’이라는 구실로 금기시했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지닌다. 청소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활동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누린다’는 청소년헌장의 내용은 문서 속에만 존재했다.

청소년단체인 ‘중고생연대’ 소속 회원 등 10대 청소년들이 지난 1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정지윤 기자

학교와 사회의 이런 태도는 많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그들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고등학생들이 참여했지만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에서도 청소년은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청소년들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죽은 사건에 촛불을 들었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성인들은 이들을 어리다는 이유를 들어 시민사회와 격리시키려고 했다.

청소년은 학생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이다. 어른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이다. 더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문제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시민으로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청소년이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은 사회의 미래’라는 말은 단지 그들이 연령이 높아져 앞으로 어른이 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훈련을 받은 청소년이 앞으로 합리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리라는 기대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한 민주시민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성장했을 때 한국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사회가 지금과 같은 문제에 부딪힌 원인 가운데 하나는 청소년 시기부터 사회참여를 위한 민주주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촛불집회에 청소년의 참여가 늘자 새누리당의 일부 국회의원이나 보수우익 인사, 언론 등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순분자’의 개입이나 전교조 관련 단체의 동원을 들먹인다. 오로지 종북이나 좌편향, 전교조 탓으로만 돌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너무도 식상하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청소년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를 넘어서서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어른들, 그리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꾸려고는 하지 않고 무한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고 가르치는 사회에 분노를 표한다.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와 주변 사람들에게 항의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요구한다. 이념과 좌편향 타령에만 매달리는 일부 어른들에 비하면, 훨씬 더 성숙한 사고이다.

김한종 |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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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입장을 천명했지만, 유독 새누리당 초·재선 80여명의 표심만 안갯속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권력 재편은 물론 이후 국회 재구성까지 이들 손에 달린 형국이다.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방관하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고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이유다. 탄핵소추안은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발의됐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비주류 30여명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지도부와 친박계 30여명은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나머지 60여명은 침묵하거나, “고민 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익명의 그늘 뒤에 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제만 해도 232만명이 전국 67곳에서 촛불을 들고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여당 초·재선들이 탄핵안 처리 요구에 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통령의 범죄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대통령 범죄에 동조 혹은 묵인하느냐, 반대하고 처벌토록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판단을 내리고 답해야 한다. 다선 의원들은 파당의 핵심이 돼 있고, 공복으로서 의무보다 정치적 이득에 몰두해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한다.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재선들이 나서야 엉킨 매듭을 풀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보수정당으로의 변모도 때가 덜 낀 초·재선이 주도할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의원이 복종할 대상은 공천장을 준 옛 당 대표도 아니고, 좌충우돌하는 현 당 대표도 아니며, 청와대에서 뭘 하는지 모르는 대통령 박근혜 개인도 아니다. 좁게는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 넓게는 시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시민들이 지금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을 때 후폭풍이 어디로 불지 자명하다. 촛불은 국회, 당사, 지역구 사무실로 옮아갈 것이다. 이미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한 김진태 의원 지역구에서 촛불·트랙터 시위가 열렸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광장에서 촛불을 켠 고등학생들은 21대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다. 이들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3년 반 전 탄핵소추 때 무엇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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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금명간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일정을 못 박아 두면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 일부가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는 기대로 마지막 호소에 나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어제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퇴진’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3차 담화 발표 때 박 대통령이 스스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한 바도 있어 추가로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차 담화를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자신은 선의로 국정을 운영했을 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추가 담화를 통해 또다시 미르재단 설립은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이 측근들에게 모금을 지시한 행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이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변명을 시민이 되풀이해서 들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를 번번이 거부해온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이런 해명은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6일 (출처: 경향신문 DB)

4차 담화의 주목적은 탄핵으로 기울어 있는 새누리당 내 의원들의 탄핵 표심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한다 해도 탄핵하고 단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 나선들 시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박 대통령이 죄상을 다 고백하고 진솔하게 사과해도 탄핵을 되돌리기는 늦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과 사과를 함으로써 탄핵을 피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도 변명과 꼼수로 시민을 우롱하다 탄핵안 표결이 눈앞에 닥치자 뒤늦게 사과하겠다는 것은 정말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미 마음속에서 박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이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앉아 탄핵 찬반 의원들의 리스트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제발 포기하기 바란다. 9일 탄핵안 표결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대통령으로 뽑아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바람직한 태도이다. 마지막까지 꼼수로 권력을 유지하려다 무너졌다는 참담한 기록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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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가 어디서 공개된 거예요?”(나경원) “페이스북인지 뭔지….”(박인숙)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에서 박인숙 의원은 나경원 의원에게 이런 푸념을 늘어놨다. ‘탄핵에 찬성하라’는 문자메시지가 하루에 300통 이상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단이 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처음 들어본다는 듯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을 탄핵 반대, 눈치보기/주저, 찬성으로 나눠 실명 게재했다. 이어 한 시민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명단과 탄핵 찬반 여부, 과거 이력과 휴대전화 번호를 구글스프레트시트로 정리해 공개했고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확산됐다.곧바로 의원들의 휴대전화는 불을 뿜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휴대전화에는 부재중 전화 수백 건에 문자메시지가 1000건이 넘게 쌓였다. 의원들은 ‘카톡 감옥’에 불려가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초대해 ‘박근혜 탄핵하세요. 창피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의원들은 곧 퇴장했지만 다시 초대해 ‘답변하라’고 다그쳤다.

새누리당은 휴대전화 번호 유출을 수사의뢰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은 표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하이테크는 좋고 편리한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많다.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혁명이 떠올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의원들은 ‘불편’하겠지만 시민들은 ‘좋고 편리한’ 게 아닐지. 표 의원은 명단 공개 후 “의원님들이 개별적으로 입장을 변경 표시해 달라고 요구를 주셨다”고 말했다. ‘하이테크’가 만들어낸 직접 민주주의의 풍경이다. 한 시민은 표 의원 페이스북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자기들은 선거 때 무차별 문자 보내면서 당해보니 싫대요? 똥물을 퍼붓고 싶은 심정인데, 문자나 보내며 참고 있는 걸 모르나 보죠??”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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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에 230만명이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석했다.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서울과 부산 등 전국 67곳의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불상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0월29일 2만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가 1987년 6월항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졌고, 갈수록 더 크게 타오르고 있다. 평화와 질서를 지키면서 대통령과 정치권을 질타하는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전 세계가 경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9시30분까지 서울에 170만명, 전국적으로는 232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촛불의 지향은 분명하다.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정치의 비효율과 무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다. 당면 과제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 낡은 체제의 교체를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집회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것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촛불을 끌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촛불집회의 성과는 이미 현실화됐다. 무능한 정치권을 대신해 정치를 선도하고 있다. 정치적 타산에 젖은 야당의 대오를 하나로 묶어내고, 탄핵과 명예퇴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를 다잡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어제 기존 입장을 바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못 박아도 9일 탄핵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촛불 시민들은 또한 경찰 등 공권력이 제약해온 집회·시위의 자유도 이끌어냈다. 자발적인 통제로 평화집회를 이뤄내며 수십년간 봉쇄당했던 청와대 앞 집회를 실현했다.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무질서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국정 공백이나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6차 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즉각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했다. 임기단축이라는 꼼수로 공을 국회로 떠넘기고,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통해 정치적 복귀를 꾀한 데 대한 응징이다.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최고권력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보수 대오를 유지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뒤늦게 “열번이고 백번이고 끝없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 역시 촛불의 힘이다.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도 날서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의 개시, 탄핵안 표결 등 한국의 정치를 바꿀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촛불 앞에서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무의미하다.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을 한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금주중 퇴진 시기를 명확히 밝히면 탄핵안 가결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안 부결은 곧 박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가 될 것이고, 그러면 특검의 조사도 무력화된다. 그때 촛불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제도권 정치가 모두 불신임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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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후 그의 퇴진 방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지리멸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며칠 전 일부 원로 정치인들이 제시한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을 어제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비박근혜계가 손바닥 뒤집듯 견해를 바꾼 것이다. 대통령이 물러나겠다는데 굳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부박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청와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가 퇴진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퇴진 시점을 정하지 않은 채 국회에 공을 던진 뒤 벌어진 정치권의 혼란상을 즐기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안은 애초부터 빈 카드이며, 탄핵대오를 흩트러뜨려 반전의 기회를 찾기 위한 시간벌기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박 대통령 스스로 퇴진 시점을 밝히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앵무새처럼 “여야가 합의해달라”고만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규 기자

이런 태도라면 설령 협상한다 해도 청와대는 협상 결과를 꼬투리 잡아 시간을 벌 것이 뻔하다. 보수세력이 결집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비열한 꼼수이자 치사한 연명책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비박 세력 또한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의 재탄생이 아니라 친박이 힘을 잃은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가 낡은 새누리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적당히 타협하기로 한 이유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자신은 오로지 선의로 국정을 수행했다고 말해 인식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제는 국민 대통합을 총괄하는 장관급 자리에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극우성향의 목사를 앉혔다. ‘순수하게 개인적인 차원’에서 했다는 대구 서문시장 방문도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차 안에서 눈물 흘렸다는 내용까지 대변인이 브리핑하는 것을 보면 대구에서 지지여론을 불러일으켜 보겠다는 계산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겉으로는 국가를 위해 일한다지만 다 거짓말이고 오로지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시민들은 다 안다.

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의 퇴진 약속은 허구일 뿐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행동은 촛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시민의 시선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뛰어넘어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술책도 끝없이 타오를 촛불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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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뻔한 잔수에 야당이 걸려들어 허우적거리고 있다. “진퇴를 국회에서 결정해달라”는 이간책에 주도권을 다투는 형국이다. 무능에 욕심이 더해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은 ‘대통령 임기 단축 협상 불가, 2일 탄핵안 국회 처리’ 등을 합의한 바 있다.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불협화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어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 박 대통령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추 대표는 내년 1월 말, 김 전 대표는 4월30일 퇴진을 각각 주장했다. 양자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공동보조를 맞춰온 국민의당이 반발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탄핵을 발의하자고 주장하던 추 대표가 내년 1월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왜 이렇게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2일 탄핵안 국회 처리 요구에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박의 협력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야당은 시민이 경계했던 바대로 행보하고 있다. 탄핵이냐 퇴진이냐, 언제 시행하나, 거국내각 구성과 개헌은 어떻게 하느냐 등으로 여야, 야야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였다. 추 대표는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및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추진하는 등 돌출 행동으로 ‘추키호테(추미애 + 돈키호테)’라는 별칭을 얻은 터다. 이번에도 ‘탄핵 연대’에 상처를 주면서 “추미애판 최순실이 있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당 반응도 문제 해결보다는 제1야당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일정 조율을 위한 야 3당 대표 회동 장소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결국 야당 이견으로 2일 탄핵안 처리는 불발되고 마침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만일 박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나서 내년 4월 퇴진과 개헌을 천명하면, 탄핵 결의는 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간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한 게 뭐냐”고 비난받아왔다. 언론과 시민이 차려놓은 ‘국정농단 사건’ 밥상에 수저만 들고와 배를 불렸기 때문이다. 탄핵이라는 설거지라도 제대로 하라는 게 시민 요구인데, 그조차 못하고 있다.

이제 야당은 다른 일체의 행동을 멈추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할 일은 단 하나, 빈틈없는 공조다. 그래야만 새누리당 ‘비박’도 탄핵 대오에 몸을 실을 수 있다. 이것조차 못한다면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청와대 앞이 아니라 야당 당사 앞에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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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후 탄핵 처리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 3당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안을 예정대로 2일 또는 9일에 처리하기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근혜계 일부가 탄핵에서 돌아서는 등 내부에서 견해가 갈리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지켜본 뒤 9일 탄핵 처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2일 탄핵안 처리는 어려워지고 일부에선 9일 탄핵안 가결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가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규 기자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교묘한 사퇴 선언으로 탄핵 대오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절대다수 시민의 탄핵 민심은 미동도 없다. 박 대통령의 꼼수 정치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오히려 평일 촛불집회 참석자가 늘었다. 여야는 시민들의 확고한 의지를 대표해 탄핵안을 가결해야 마땅하다. 특히 야 3당은 탄탄한 공조로 탄핵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꾀하는 여당 지도부에 여당 의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은 탄핵 사유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이다. 7시간의 진상은 향후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서도 밝힐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분명한 탄핵 사유와 논리를 세우고 후속 일정까지 짜는 등 빈틈없는 탄핵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탄핵의 가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새누리당 의원들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 의사를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서 탄핵 대오에서 이탈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국가의 기본 질서를 파괴한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 거짓 변명과 꼼수로 난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가 그동안의 실책도 모자라 또다시 박 대통령과 친박 주류의 설득에 놀아난다면 시민의 매서운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 독주를 막지 못한 채 수구의 길을 걸어온 새누리당이 과연 건강한 보수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번 탄핵안 처리에 비주류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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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