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이하 슈스케)가 부활했다. 아닌 게 아니라 2009년 첫선을 보인 뒤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한때 20%대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지난해 평균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심사위원들의 독설도, 참가자들의 도전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그런 <슈스케>가 다시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늘 결승전이 치러진다. 마지막 무대에 오를 주인공은 마성의 저음 곽진언과 고드름 보컬 김필.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성을 되찾기까지 <슈스케>가 그려낸 굴곡에는 정치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서바이벌, 승자독식, 성공신화… ‘슈스케 정치학’이다.

우선 국민들은 진짜 스타를 원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슈스케>는 심사위원 점수와 시청자 문자투표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슈스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명확하게 차별되는 부분은 ‘팬심’이 가미된다는 것이다. <슈스케>가 6년 동안 선택한 우승자 면면을 보면 팬심의 방향이 가늠된다. 그저 노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올해 <슈스케>는 일주일 전 준결승전이 여실히 입증했다. 사회복무요원 임도혁은 탁월한 가창력을 지녔다. 노래 실력만 견주면 곽진언과 김필은 임도혁을 압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승 상대는 곽진언과 김필이다. 곽진언은 음악을 위해 초·중·고 교육을 홈스쿨링으로 마쳤다. 김필은 클럽에서 일당 5만원을 받으며 노래했던 무명가수다. 또 곽진언은 고음만 통한다는 오디션에서 저음 하나로 승부했다. 프로듀싱 천재로 불릴 정도로 편곡 실력을 갖췄다. 김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걸맞지 않은 마이너 곡만 불렀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을 ‘자기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심사위원 점수 1위를 차지한 노래‘만’ 잘하는 임도혁보다 감동, 스토리, 개성을 겸비한 곽진언과 김필에게 열광했다.

정치판으로 돌아와보자. 진짜 스타가 있나. 여든 야든 진짜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수 있나. 회의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10여년째 반복된 레퍼토리(친노 대 비노 갈등)는 여전하고, 무대 주인공도 그 얼굴이 그 얼굴(전대 후보군)이다. 수권 가능성에도 확신을 주지 못한다. 감동, 스토리, 개성이 없다는 말이다. 당은 어떤가. 내부에서 스타를 길러낼 수도 없고, 또 누군가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관리 안 한 지 오래다. 우여곡절 끝에 스타가 탄생해도 흔들고 흠집 내기 바쁘다.

감동, 스토리, 개성이 없는 현 새민련의 모습 (출처 : 경향DB)


당심(심사위원 점수)과 민심(시청자 문자투표)의 괴리는 또 어쩔 건가. 당심은 선명성(가창력)을 선호하지만 민심은 ‘선명성+α’(감동, 스토리, 개성)를 우선시한다. 요즘 웬만한 국민들은 ‘귀 명창’(정치 전문가) 수준이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정치인)만 전문가인 척한다. 엘리트주의는 공천 과정에서 극대화된다. 물론 민심이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어느 때는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보다 잘생기고 말끔한 스타에게만 열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를 누르는 이 열성 음악소비층은 정치화된 지지층과 유사하다. 새정치연합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때 되면 몰려와서 맘에 드는 후보를 뽑아놓고 사라져버리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심과 민심 간 괴리는 정당(프로그램)의 운명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새정치연합에선 이 괴리가 평시엔 계파 정치를 고착화하고 전시엔 번번이 패배를 불러온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로 <슈스케>는 3개월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곽진언과 김필은 승자와 패자로 갈려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제 서바이벌, 승자독식, 성공신화의 진짜 스토리를 써야 한다. <슈스케>는 이들을 진정한 스타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승리는 키우고 패배는 다독여야 한다. <슈스케>가 공정 사회에 대한 열망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도전과 눈물은 상금 ‘5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에 묻혀 사라져버린다. 정치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구혜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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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45~50%,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0~45%에 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는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낮은 응답률 등 여론조사의 한계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는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야당의 지지도는 대체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잠재적 야당 지지자들이 실망해서 무당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정부와 여당도 잘 알 것이다. 1987년 민주개헌 이후 박근혜 정부처럼 국민과 높은 담을 쌓은 불통정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까지 이어온 각종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검찰개혁이 바로 그런 약속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내건 약속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통째로 폐기해버렸다. 전 정권에서 있었던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같은 대형 의혹이 현 정권 들어 새로 생겨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 정권하의 의혹에 대해 모른 체함으로써 자신은 전 정권과 다를 것이라고 한 무언(無言)의 차별화 약속을 파기했다. 이어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이 위기 상황에서 한없이 무능함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 비상 상황에서 아무도 대통령을 만나서 대책을 의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심각한 병적(病的) 상태에 있음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불통의 정치, 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정치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에 김무성 체제가 청와대의 의도와 무관하게 들어선 것은 그 자체로써 대단한 사건임이 틀림없다.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혁신’을 한다면서 외부 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산하다. 하지만 여당의 혁신은 전 정권이 저지른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등 각종 난맥상에 대한 자아비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친이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이 전 정권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반성을 할 리가 없고, 전 정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친박계는 절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주체 세력이 없는 현 정부의 취약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야당의 지지도가 높아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 정권 초기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등 상황은 야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았다. 과반수 의석에 기대서 철통방어를 하는 비상식적인 여당 지도부에 대해 야당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물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 환경 역시 야당에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야당의 적은 야당 내부에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면 ‘귀태(鬼胎)’니 뭐니 하는 돌출성 발언이 터져 나와서 문제의 본질을 집어삼키곤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문제지만 자기 골대를 향해 공을 차는 이런 일이 더 큰 문제다.

야당은 20~30대가 왜 자신들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 20~30대는 ‘88만원 세대’이니 당연히 야당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데 야당의 문제가 있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은 20~30대는 결코 여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야 운동권과 어깨동무하면서 거리에서 투쟁하는 야당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야당이 당연하게 자기들의 지지기반이라고 생각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20~30대와 호남 유권자들을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오늘날 야당이 갖고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를 조사할 위원회가 공정하고 강력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고, 또 별도로 특검을 두자는 발상에 대해 흔쾌히 동의할 법조인과 법학교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외하고 그 대신 조사위원회 구성을 야권에 유리하게 한 이완구-박영선 합의안에 대한 야당 내 강경파의 반응은 본능적이고 반사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대안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장외로 나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촉구하는 것뿐이었는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조롱’으로 응대했다. 이런 와중에 대리기사 폭행이란 돌출사태가 일어났으니, 이러다간 세월호 참사가 아예 망각될까 걱정된다. 정부와 여당은 불통이고 야당은 한심하니, 이제는 여야를 대체할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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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파동’은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파격적인 측면이 있긴 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민주당의 행태일 뿐이다. (참고로,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세간에선 그냥 민주당이라고 한다. ‘새정치’는 이미 사라졌다는 것일까? 아무튼 필자도 여기서 그리 부르겠다.) 민주당은 꽤 오래전부터 ‘정치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이념이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거나 정치적으로 대표하고자 하는 계급이나 계층이 같아서가 아니라 그저 각자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모여 있을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자영업자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정당이다. 지역 기반의 거대 양당체제에서 그 당은 아무리 못해도 늘 2등은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 당에서 공천만 받아내면 영남권을 제외한 어디서든 일단 당선 가능성은 제법 크게 열린다. 호남권의 경우는 거의 100%이다. 게다가 이념정당들처럼 당의 존립기반이라 할 수 있는 사회세력이 따로 있어 그들이 바깥에서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 계급이나 계층 등의 눈치를 볼 필요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굳이 꼽자면 호남유권자들 정도가 신경 쓰일 터인데, 지역주의가 여전히 변수인 이상 그들에겐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없다. 물론 하나 지킬 것은 있다. 새누리당과는 반드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그 진영논리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누구든 ‘자영업자 모임’에 합류할 수 있다. 요컨대, 민주당은 사회와 시민들로부터, 즉 대표와 책임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부터 매우 자유로운 정당이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새누리당은 당기(黨紀)가 훨씬 센 정당이다. 무엇보다 당의 핵심 존립기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누구도 재벌, 대기업, 부유층 등의 시장세력 및 그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사회 각계 기득권층의 이익에 거스르는 행동을 사사로이 할 수 없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자본계급과 기득권계층의 정당 구속력이 상당하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당기로 작동한다. 이러한 당에서 ‘박영선 파동’ 따위가 일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 당 지도부의 구성, 지도부와 일반의원들 간의 역할분담, 소속 의원들의 정치활동 등을 규율하는 핵심 당기가 늘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는 오직 기득권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만이 존재한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양당체제에서 한 쪽은 수구보수파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반면, 다른 쪽은 그저 ‘잡탕’ 정당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니 사회 구성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의가 정치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을 대표해야 마땅할 제1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의해 무시당하는 작금의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일 개회한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 늦기 전에 세간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새정치’ 담론을 재활성화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이 그토록 오랜 기간 공고히 지속됐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바로 양대 정당 독과점체제의 타파와 민의 반영 정치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새정치의 목표에 수많은 중도파 시민들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열정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안철수 개인의 영향력은 몰라도 안철수 현상만은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그 바탕을 이루었던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지금부터라도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재구성이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제 국가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양당체제가 깨지고, 지역주의가 정치변수로서의 효력을 상실하며, 사회경제적 약자계층과 중도파 시민들의 다양한 선호와 이익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정당들이 들어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와 87년 독과점체제의 개혁에 찬동하는 중도와 진보의 개혁파 정치세력들이 ‘제도개혁 연대’를 맺어 하나가 돼야 한다. 거대 수구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극복하고 체제전환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도-좌파’ 연대를 통한 정계개편이다.


최태욱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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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편의 소극(笑劇)으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박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을 사퇴하고 원내대표직은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의 대표가 느닷없이 탈당 의사를 밝히며 종적을 감추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해 놓고선 아무 일 없었던 듯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돌아왔다. 130석을 지닌 제1야당의 대표가 탈당을 운위하며 무책임한 ‘협박 정치’를 저지르고, 깜짝 놀란 원내대표단은 ‘의원 전수 조사’를 통해 소위 ‘박영선의 질서 있는 퇴진’ 각본을 만들어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지지율 10%대가 말해주듯, 이미 신뢰가 바닥난 제1야당의 지리멸렬이 한심할 따름이다.

분명코 새정치연합을 수렁에 빠뜨린 ‘박영선 소동’은 본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하면서 기본적인 당내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세월호 유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소통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이 연거푸 의원총회에서 거부되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당내 절대다수의 여론에 의해 부정됐다. 박 위원장 리더십의 심각한 빈곤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나쁜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의식은커녕 탈당을 운위하며 칩거 시위를 벌여온 박 위원장의 태도는 공당의 지도자로서 분명 함량 미달이다. 당이 파열할 수도 있는 누란의 지경에서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계파 이해와 차기 당권의 득실에 골몰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한 것도 새정치연합의 자중지란을 가중시켰다.

나흘간 칩거중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며 당부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로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그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추동할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 ‘2차 합의’ 외에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그 ‘2차 합의’를 덜컥 해놓은 당사자인 박 위원장이 추가 협상을 통해 세월호특별법을 매듭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에두를 것 없이 새로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속히 뽑아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 세월호특별법을 걷어차고,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내놓고 야당을 겁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대통령을 두고 의례적인 논평 하나 내고 마는 제1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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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함 없는 비상대책위.’ 재·보궐선거 참패 후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대위를 보면서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문제점이다. 패배에 익숙해져 습관적인 비대위를 꾸려나가서는 미래가 없기 때문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겸임하고 있는 비대위원장에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 해체 차원의 발본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박영선 위원장이 외부인사 영입에 나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입 대상자들은 고사를 하고 대안으로 채택한 안경환, 이상돈이라는 ‘진보·보수 투톱 공동위원장 체제’가 당내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박 위원장은 리더십에 또 한 차례 상처를 입었고 당은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15일 오전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으로 이날 예정된 원내대책회의 마저 취소되자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회의실이 텅비어 있다. (출처 : 경향DB)


이상돈 카드가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을 어떻게 당의 얼굴로 모셔올 수 있느냐고 반발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 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버리고 새정치연합으로 왔다는 사실을 이들을 공격하는 데 공세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돈 교수의 그간의 발언을 살펴볼 때 그가 새정치연합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지 못할 정도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상당수의 새정치연합 의원들보다 진보적일 것이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졌던 것은 이 교수와 달리 정치와는 거리를 멀리해왔던 안경환 교수가 당을 이끌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이 같은 의문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것은 일방적인 세월호 협상으로 당내외의 반발을 사고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박 위원장이 이번에는 좀 더 광범위한 당내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이 같은 소동을 사전에 막지 않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안경환·이상돈 카드를 무산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이 교수의 전력도 전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파주의인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특히 내가 보기에는 이 교수보다 더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이고 당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차기 당권을 노려 가장 강력하게 이상돈 카드에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당에 희망이 있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든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새누리당도 친박, 친이 등 정파가 존재하고 치열하게 갈등을 하지만 그래도 삐꺽거리면서도 당을 위해 큰 방향에서는 대승적으로 나가고 있다면 왜 새정치연합은 그렇지 못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은 엎질러졌고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이미 김은 다 빠졌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외부에서 덕망 있고 혁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사를 영입해 발본적인 당의 혁신을 해야 한다. 둘째, 세월호법과 중요한 민생법안을 분리시켜 처리해야 한다. 민생법안을 볼모로 하지 않으면 세월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무기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유가족의 존재와 여론을 믿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법안을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협상하는 것을 지지하는 여론이 더 높아지면서도 이 같은 입장에 가까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일부 의원들이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참한 것에 대해 당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특권 축소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앞장서야 한다. 넷째, 지금은 지지율이 낮지만 2016년 총선 때는 박근혜 정부 심판 분위기가 비등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는 식의 정치공학적인 낙관론을 버려야 한다. 심판론에 기초한 그 같은 낙관론이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물론 다음 총선이 타이밍상 박근혜 정부의 말기에 치러지기 때문에 여론이 정권심판론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2017년 대선이다. 대선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주자와의 싸움이다. 지난날 반이명박 투쟁과 심판론에 올인하다가 당의 혁신과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전철을 반복해선 안된다.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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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민들이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에 희망 걸기를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 등을 통해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시민들은 새정치연합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이 6·4 지방선거에서 밝혀졌다면, 이젠 아예 새정치연합을 버리려 하고 있음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것 같다. 광주·전남은 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단 한 번도 보수 정당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적이 없는 강성 진보 지역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전략’ 공천한 후보가 전국 최저 투표율(22.3%)의 광주 광산을에서 겨우(?) 60.6%의 득표율로 당선된 것과 새누리당 후보가 전국 최고 투표율(51%)의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를 꺾어버렸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겠는가? 전자는 시민들은 이제 새정치연합에 별 관심이 없음을, 후자는 새누리당에 오히려 기회를 또다시 주려 한다는 의미로 읽히지 않는가?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12일 새민련 박영선 위원장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반발해 '박영선은 여당인가? 야당인가?'라고 적힌 문구를 국회 본청 앞 기둥에 붙여 놓고 있다. (출처 : 경향DB)


특히 후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2012년의 대선국면 상황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이른바 민주·진보·개혁 진영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거의 완벽한 단일대오를 구성하여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거대 보수파와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그 배경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의 부상이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무상급식 이슈를 계기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국민담론 수준으로 발전해갔고, 이는 정치권에 수렴되어 대선이 보수-진보 양 진영의 대표 격인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일대일 정책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도록 하였다. 대선 공약의 질로만 보자면 누가 보아도 민주당이 이겨야 했다. 예컨대, 민주당의 공약들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복지를 강조한 반면, 새누리당의 것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이며 잔여적인 복지 제공을 목표로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새누리당에 표를 주었다. 공약의 이론적 정합성이나 질적 수준보다는 현실적인 복지 제공능력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 아닐까? 민주당의 공약이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그 실천능력에 의심이 간다면 그 당에 투표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공약 내용은 다소 부실할지라도 그 수행능력만큼은 믿을 수 있다면 새누리당에 투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얻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한국의 지배집단이 재벌·대기업·부유층 등 시장세력, 그들과 연계돼 있는 정계·관계·언론계·종교계·학계 등에 포진해 있는 보수 기득권 세력임을 모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토로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진보파 정권이 들어선들 이 막강한 시장권력이 제대로 통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그들은 잘 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생생히 목격한 바가 아니던가. 민주당의 집권이 복지국가의 발전을 보장하는 게 아닐뿐더러, 오히려 시장권력과의 내통이 가능한 새누리당의 집권이 복지 강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유권자 인식이 새누리당 승리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지난 대선 결과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면, 작금의 새누리당 우세 상황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대안 정당으로서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홀로서도 시장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세력의 정치권력 독과점이 가능한 지금의 정치구도를 (시민들이 도와만 준다면) 확 바꿔버릴 수 있는 방안과 전략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의 것은 어렵겠지만, 뒤의 것은 아직 가능하다. 안철수 현상의 요체도 바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던가.

이제 새정치연합은 ‘시장에 맞서는 정치’를 제도화할 수 있는 개혁방안과 실천 로드맵, 그리고 그 일을 주도해갈 개혁 주체를 선보여야 한다. 내년 전당대회가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듯싶다.


최태욱 | 한림대 국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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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