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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6 [기고]독일식 선거제 도입해 다당체제로 가야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현재의 패러다임이 과학발전에 부적절하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론적 메시지를 남겼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의 민주주의 패러다임이 경제·사회 문제 해결에 한계를 드러낼 때 그 낡은 패러다임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개혁의 본질은 민주주의 패러다임의 선택 문제이다.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다수당에 권력을 몰아주는 다수제 패러다임이냐, 아니면 갈등조정과 사회통합을 위해 소수당에도 권력지분(내각참여)을 허용하는 합의제 패러다임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현행 ‘87년 체제’는 승자독식의 단순다수대표 선거제도가 만들어내는 양당체제-단일정당정부에 의해 작동하는 영미식 다수제 패러다임에 기초한다. 한국의 양당체제는 권력독점 대통령제-중앙집권제-단원제로 이어지는 제도적 조합과 맞물려 유권자 양극화-국회 양극화-반쪽대통령-이념분극화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악의 정치적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민주주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탐색해야 한다. 다수제 패러다임을 청산하고 합의제 패러다임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합의제 패러다임에서 이원집정부제냐 4년 중임 대통령제냐 등과 같은 택일적 논쟁은 주요 변수가 아니다. 각기 장단점을 내장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권력분점을 제도화하느냐가 한국 정치혁신의 본령이다. 즉 정당 간에 권력을 분할하는 연합정치의 제도화를 통한 ‘수평적 권력분점’이며, 중앙정부·국회와 지방정부·지방의회의 사이에 권력(행정·재정·입법)을 분할하는 준연방제적 지방분권화(개헌)의 제도화를 통한 ‘수직적 권력분점’이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획정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합의제 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약자·소수집단·소수지역도 국가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합의제 패러다임의 전형인 서유럽 민주주의가 이를 경험적으로 웅변한다. 특히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특수성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오스트리아·핀란드의 합의제 민주주의는 극단적인 계급·이념·지역 갈등 등 사회블록의 장벽을 뚫고 경제민주화-복지국가를 선사했다. 한국민주주의의 방향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합의제 패러다임의 토대 위에서 정치개혁이 설계되기를 갈망한다. 한국 정치체제의 상부구조(정부형태)를 바꾸는 개헌에 앞서 그 하부구조(선거제도-정당체제)를 재설계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즉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독일식 ‘2표 연동 혼합제’를 통해 진보좌파-중도-보수우파 블록의 다당체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건 대통령제를 비롯한 어떤 정부형태와도 조응이 가능하다. 선거제도-정당체제와 정부형태의 관계에 논리적 필연성이나 제도적 인과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독일식 선거제도인가? 순수 비례대표제의 효과가 발생해 표의 비등가성을 최소화한다. 동시에 지역구 의원을 통한 지역대표성,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을 통한 계층·세대·생태 대표성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한편, 과반의석의 패권정당을 허용치 않아 국회-청와대(정부) 간 경쟁-협력 사이클을 매개하는 연합정치의 제도화를 유인한다. 작금 제기되는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병립 혼합제는 지역 이해의 브로커인 거대 양당체제의 독과점적 기득권 구조를 재현시킬 공산이 크다.

정치가는 다음 시대를 고뇌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고민한다고 한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시대정신 판독능력과 시대정신 창출능력을 겸비한 ‘정치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바라건대, 기득권을 챙기려는 ‘정치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합의제 민주주의 디자인을 통해 ‘정치수요자 중심’의 발본적인 정치혁신을 소망한다.


선학태 | 전 전남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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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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