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 학생을 전원 구제키로 했다. 지난 16일 서울고법이 ‘출제 오류’ 판결을 내린 뒤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상고를 포기한 것이다. 수능 도입 이후 출제 오류로 대입 결과가 바뀌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다행이나, 피해 학생들의 ‘잃어버린 1년’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교육부와 평가원 관계자들에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논란이 된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해 성적을 다시 매기기로 했다. 지난해 불합격했으나 재산출한 점수로 합격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은 추가 합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미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추가 합격 대학에 2학년 편입을 원할 경우 학점을 인정할지 등은 해당 대학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억울하게 깎인 점수 탓에 희망 대학에 원서도 못 내고 하향지원한 학생은 아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각 대학은 2015학년도 입학전형을 시작한 터에 전년도 전형 절차까지 다시 밟아야 할 상황이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세계지리 출제 오류를 골자로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수험생. 당시 1심은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_ 연합뉴스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교육당국에 있다. 지난해 출제 오류 지적이 나왔을 때 깨끗이 인정했으면 수습될 일인데, 교육당국은 아집과 보신주의로 일관하며 혼란을 키웠다. 성태제 당시 평가원장은 “1등급 학생들은 거의 다 (평가원이 정답으로 본) 2번 답지를 골랐다”는 등 비교육적 궤변을 늘어놨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해결 방향은 평가원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1심 법원 역시 “평균 수준 수험생은 2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교육당국의 논리를 답습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어처구니없는 풍경이다. 그사이 수많은 젊은이들은 눈물과 탄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답자는 1만8000여명, 성적 재산출로 등급이 오를 수험생은 4800여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4800여명 중 추가 합격자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교육당국은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남지 않도록 구제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원외 입학·편입학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각 대학 역시 행정적 부담이 크겠지만 교육적 견지에서 피해 학생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출제 오류 재발을 막고, 수능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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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작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출제 오류라는 판결이 나왔다. 며칠 전 서울고법 항소심(부장판사 민중기)은 논란이 됐던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판시했다. 많이 늦었지만 진실의 승리이고 사필귀정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사실 이 문제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명백한 출제 오류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식이 승리하기까지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는 일도 참으로 어렵게 되었다. 이 문제는 3점짜리라 비중이 크고, 수능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서 1만8000명이나 되는 피해 학생들이 혹은 불합격, 혹은 하향지원, 혹은 재수라는 형태로 각종 불이익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인생의 일대 중대사인데, 이들의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을까? 애당초 원하던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도 지금은 쉽지 않을뿐더러 정부가 금전적 배상을 해준다 한들 억울하게 잃어버린 것들이 되돌아오지도 않는다.

애당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모두 정답처리했다면 평가원의 체면 손상으로 끝나고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잘못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평가원은 지리학회 두 군데에 의견을 물었는데, 두 학회 모두 출제 오류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이들 학회가 양심과 상식에 입각해서 의견을 보내주었더라도 일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가원은 큰돈을 들여 대형 로펌 변호사를 6명이나 사서 소송으로 갔다. 1심 재판부가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결만 내려주었어도 피해를 줄일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정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평가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답이 있다고 주장한 1심 재판부의 논리는 도무지 수긍하기 어려웠다. 명백히 틀린 보기를 하나씩 소거해가면 정답이 나온다고 했다. 천만의 말씀. 틀린 답을 하나씩 소거해가면 정답은 없다. 문제에 오류가 없다고 주장했던 평가원과 교육부, 학회, 그리고 1심 재판부,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식과 권위를 갖춘, 아니 갖추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이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얼굴에 먹칠했을 뿐 아니라 대표적 국가기관의 공신력마저 떨어뜨리고 수많은 수험생과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교수들의 설문 결과(2013) (출처 : 경향DB)


수능 세계지리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의 중요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고 난 다음이다. 어떤 사람은 실수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잘못을 고친다. 또 어떤 사람은 끝끝내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고치지도 않는다. 전자를 대인, 후자를 소인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대인은 드물고 소인은 흘러넘친다. 다른 건 몰라도 중요한 국가기관의 공직만은 대인이 맡아주면 좋겠는데, 대인은 찾기 어렵고 좀처럼 앞에 나서지도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주로 소인이 지배하고, 잘못은 매일 일어나고 좀처럼 교정되지 않는다.

작년 12월, 1심 재판부가 평가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 다음 날 필자는 분개하여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글을 경향신문에 기고해 평가원과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천동설이 진리로 통하던 시대에 권력에 맞서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의 고뇌에 비유한 글이었다. 갈릴레이 재판 350년이 지나서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판이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상고를 포기하고 그간의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대법원까지 가면 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솔직히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상처받은 1만8000명의 피해를 조속히 치료하고 보상할 방법을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정우 |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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