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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9 [사설]세월호 민심, ‘근혜 산성’으로 덮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가 열린 18일 서울 도심의 풍경은 참담했다. 광화문 바로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가 경찰에 연행됐다. 고립된 유가족을 만나러 광화문 쪽으로 향하던 시민들은 물대포와 최루액 세례를 받았다. 앞서 경찰은 병력 1만3700여명과 차벽 트럭 18대,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겹겹이 저지선을 쳤다. 그럼에도 행진 시도가 계속되자 유가족 20명을 포함해 100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법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묻는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한 차벽을 세운 것은 합법인가. 자식을 잃은 어미에게 물대포를 쏘고, 고등학생과 환자까지 붙잡아간 것도 합법인가. 공권력은 헌법을 경시하고 시민을 겁박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저지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청와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 저지선을 만들었다. 이른바 ‘명박 산성’이다. 이는 정권과 시민 사이 소통 단절의 상징물로 부각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경찰이 서울광장 주변에 버스 수십대를 붙여 차벽을 설치했다. 헌재는 2011년 “시민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행동 자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세월호 1주기 집회를 계기로 재등장한 차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근혜 산성’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 경찰은 차벽 설치 이유를 묻자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이 BH(청와대)에 진출해 인간띠를 하려는 것이었다” “청와대 쪽으로 집단 진출하려는 상황이었다” 등의 답을 내놓았다. 헌법을 지키는 일보다 대통령 심기 경호에 치중했음을 스스로 털어놓은 셈이다. 정작 대통령은 청와대를 비운 채 지구 반대편에 가 있으니 기막힌 아이러니 아닌가.

국제앰네스티는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시하려 하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은 체포나 위협의 공포 없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의 입까지 빌리지 않더라도,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18일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이 보인 행태는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의 ‘강력함’이 아니라 ‘취약성’을 증거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하면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았던가.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통치기반을 사실상 잃어가고 있는 현 정권도 ‘근혜 산성’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폭력과 강압의 결말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시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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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