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가 공개됐다. 탄핵 사유를 반박한 박 대통령의 논리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 위반 혐의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뇌물죄와 강요죄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는 ‘검사의 의견’이나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과나 반성은 일언반구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대통령 탄핵사건 피청구인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사유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창길 기자

 

탄핵안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라고 했다. 미르재단 등은 공익사업이고,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대가를 조건으로 기금을 부탁한 것은 아니므로 뇌물수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단 관련 제3자뇌물수수죄도 부인했다.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압권은 박 대통령이 현대자동차를 압박해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관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시야가 제한돼 있는 직업공무원들로 이뤄진 보고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널리 인정돼 왔다”고 했다. 정몽구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 특혜 민원을 하는 자리에 직접 동석했으면서도 이런 식이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국민의 생명권을 등한시한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답변도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해경 등에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신속하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했다”고 했다. 집무실로 출근하지도 않고 숙소인 사저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했는지 확인도 되지 않는데 정상 근무했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알다시피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으로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완전히 잠긴 지 5시간, 사고 신고 8시간이 지났을 때다.

 

박 대통령은 19일부터 시작되는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의 1심 재판 결과 뒤에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헌재의 재판 진행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가 혼란은 안중에 없고 자신의 집권 기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겠다는 뜻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시민들 가슴에 또 한 번 못질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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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기 위해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궁금증 해소는커녕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국가 안보 실무 책임자로 대통령에게 24시간 보고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서면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한 탓에 집무실과 관저 두 곳에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서면보고를 올렸다고 진술했다. 중대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서면보고를 수령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 기업의 말단 사원이라도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 보고 체계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박 대통령의 소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에도 근무 시간에 대통령의 소재파악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참모들의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된다.

김영재 원장(아래에서 세번째)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서 피멍 자국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제외하면 숙소가 있는 관저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당일 오전 신보라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는 박 대통령에게 가글액과 안약을 갖다주기 위해 관저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전 청와대 조리장도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혼자 점심과 저녁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오후 3시쯤 전속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한 것은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남은 시간 뭘 했는지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성형시술 등을 받았다는 의혹에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씨나 전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씨, 전·현직 대통령 주치의, 청와대 의무실장 등은 하나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일정과 동선을 꿰뚫고 있는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아예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핵심 증인인 의무실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도 미국 연수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두 행정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명령장 수령을 피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썼던 수법이다.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7시간의 의혹을 밝히려는 국회의 노력에 청와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의혹을 밝혀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진다. 7시간 행적은 물론 청와대의 방해 공작까지 특검이 적극 수사하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등 청문회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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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러 90분간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가 그제 나왔다. 300명 넘는 목숨이 생사의 기로에 선 금쪽같은 시간을 올림머리 하느라 허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오전 11시23분쯤 ‘315명의 미구조 인원들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고, 미용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머리를 손질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전속 미용사가) 오후 3시20분쯤부터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물렀다”며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고 말했다. 기껏 해명한다는 게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이 90분이 아니라 20분이라는 것이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시간에 ‘90분’간 머리 손질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꽃 같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때 대통령이 ‘딴전’을 피웠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과 화장을 맡긴 바로 그 순간은 해경이 선체에 남은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수중 수색 작업에 나선 때이다. 300여명이 수장되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은 머리치장을 하면서 구조 관련 내용을 묻거나 지시를 내린 정황은 없다. 그런 급박한 상황이라면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 장삼이사라도 맨발로 뛰쳐나가 상황 파악과 구조에 나서는 게 인지상정이다.

박 대통령 당시 행태를 보면, 어린 생명보다 자신의 머리 모양을 더 중시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중을 가릴 줄 모르는, 이성마비 상태나 다름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그 뒤 보도대로라면 4시간 뒤, 청와대 주장대로라도 1시간 뒤인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민방위복을 차려입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청와대는 거짓말도 했다.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지난 5일 국회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참사 당일 외부에서 (청와대로) 들어온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미용실 원장 출입 사실이 드러나자 “미용사는 계약직 직원이라 출입증을 찍고 들어간다. 외부인이 아니다”라며 말장난을 했다.

머리 손질 외에도 7시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이 침묵한다고 가려질 수 없다. 특별검사는 이미 7시간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곧 의문의 시간, 의문의 행적이 드러난다. 남에 의해 폭로되기 전에 박 대통령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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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책의 서문을 빌려 지금의 대한민국을 나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세월호라는 유령이.’ 지금 대한민국 국가 시스템을 흔들고, 광장을 사람들로 메우고, 촛불과 횃불을 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전에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정식명칭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거듭 ‘세월호 7시간’을 추궁하고 있다. 매스컴도 연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함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한 해부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참사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현재, 왜 세월호는 자꾸 돌아오는가.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분석한 어느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햄릿이 우울증과 광기에 시달리는 것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햄릿은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못했고, 그는 유령이 되어 거듭 그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아마도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촛불에 세월호 7시간의 민낯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304명의 원혼을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국가수반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진심 어린 애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을 진두지휘하기는커녕,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든가요?”라는 황당무계한 질문을 던졌다. 이어 세월호 유가족에게 그가 보여준 냉대와 외면은 전 국민의 무의식을 곧장 우울증과 광기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로부터 한 시도 그 장면에서 떠날 수 없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세월호는 왜 자꾸 돌아오는가, 그리고 어떻게 돌아오는가. 누군가 좋아한다는 샤머니즘적으로 말하자면 세월호 아이들로 가득 찬 우주의 기운이 태블릿 PC를 찾아내 최순실을 꿇어 앉히고, 광장에 촛불을 밝히고, 셈이나 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꾸짖고, 다시 촛불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있다. 인양되지 못한 선체처럼 전 국민의 저 깊은 곳에 내려앉은 세월호의 영령들이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우리를 광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어떤 끔찍한 사고를 당한 후 그 사건을 자꾸 되새기는 ‘반복강박’은 그 사건을 이해가능한 것으로 돌려놓고 안전한 것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어적 심리기제이다.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 주체는 그 사건에 의해 압도되고 사로잡히지만 계속적인 추체험과 반복을 통해 그 괴물스러움은 이해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반복강박의 효과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백 번, 수천 번의 호명과 되새김은 희생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우리가 미치지 않기 위해 수행하는 일종의 몸부림이다. 이 반복강박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작업, 그리고 집단적 우울과 광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애도의 첫걸음은, 정확한 ‘사실의 재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 오보·괴담 바로잡기라는 청와대의 ‘이것이 팩트입니다’는 ‘굿판을 벌였다, 성형시술을 했다, 잠을 잤다’ 등등의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정만 했을 뿐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팩트라며 밝힌 7시간의 일정표에 대통령의 육성과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상대로 무슨 스무고개라도 하자는 것인가. “아니다”라고만 말하는 그 끝에는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수많은 루머와 의혹에도 끝내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까지의 모든 의혹을 뛰어넘는 더 무시무시한 무엇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지난달 26일 광장에 나갔다. 촛불행렬을 따라 줄줄이 걷는 그 길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는 추모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야가’를 부르고 퇴진을 외치던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나도, 내 앞의 사람도, 내 옆의 사람도, 내 뒤의 사람도, 선뜻 따라 부르지 못했다. 양희은의 ‘상록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전인권의 ‘애국가’보다 더 먹먹한 선율. 감히 떼창도 할 수 없는 그 노래가 광장의 사람들을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그러한가. 과연 그렇다고 나는 말할 수 있는가. 국가수장이 광장에 무릎 꿇고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지 않는 한 우리가 함께 묻은 그 아이들은 영영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정은경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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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도 외쳤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시위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에서 촛불을 든 230만 시민이 유가족들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 온 곳인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에 답변 한번도 없다. 그에 대한 사과,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백일간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근처 경찰버스 차벽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보자기를 두른 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무성의와 외면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시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유가족들 앞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해내겠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면담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말뿐이었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14년 5월16일 유가족 대표와의 면담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유가족들을 사회적으로 따돌림하는 일에 골몰했고 세월호특별법과 특별조사위원회도 무력하게 만들었다. 유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선체 인양은 언제 이뤄질지 기약도 없다.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불가분의 관계다. 게이트 정점에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이 있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출근도 않고 숙소인 관저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도 공범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랬다는 박 대통령은 7시간 만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하는 뚱딴지같은 말을 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을 보면 김 전 실장은 ‘대리기사 폭행’ 건에 검찰의 엄정 수사를 주문하는 등 유가족과 야당 의원을 범죄자로 내몰아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판단이다. 유가족들의 한과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하는 수사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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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화면에 코를 박은 채 히죽거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정신을 문득 차려보니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흘끔거리며 쳐다본다. 민망함을 수습해볼 요량으로 쓸데없는 말을 건넸다. “<더 케이투>(배우 지창욱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보세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반색하며 손을 모아 쥐었다. “대~박이죠. <힐러>도 보셨어요?” 안 그래도 지창욱에 ‘꽂혀’ 그의 전작을 밤마다 몰아 보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몇십분 전만 해도 “약속은 하고 오신 거냐”며 심드렁하게 묻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곰살맞게 변해 있었다. 심지어 서랍을 열고는 초코바까지 내놓았다. 취재원의 사무실에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애매하고 어색하던 상황은 순식간에 십년지기의 만남처럼 화기애애해졌다.

드라마 하나로 생면부지의 남들과 대동단결했던 경험은 꽤 여러 번 있다. 올 초 <태양의 후예>가 방송됐을 때도 그랬다. 찜질방 TV 앞에 제각기 눕거나 퍼질러 앉았던, 일면식도 없던 ‘우리들’은 유시진이라는 이름 아래 맥반석 달걀을 나눠 먹으며 든든한 유대감을 다졌다.

‘할 일 없고 한심한 아줌마들이나 즐기는 하위 문화’라며 드라마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판단이야 자유지만 드라마의 미덕을 폄훼하진 말자. 당대의 욕망과 무의식을 반영하는 드라마를 통해 우린 시대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드라마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기도 한다. 대사 한마디가 영혼을 뒤흔들어 놓으며 인생의 큰 가르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유명 인사나 스타가 나와 같은 드라마를 즐긴다면 괜히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히잡을 쓰고 만면에 웃음 띤 얼굴로 누군가에게 “<태양의 후예>도 보셨느냐”고 묻던 박근혜 대통령의 그 벅찬 심정. 안다. 나도 무수히 느껴봤으니까.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17일 (출처: 경향신문DB)

드라마에 빠지고 즐기는 것은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드라마를 그렇게 사랑하는 대통령이라면 공감능력이 정상 수준은 될 법한데 공감은 고사하고 일상적 의사소통도 안된다. 100만명 넘는 국민이 매주 청와대 코앞에서 대놓고 외치는 소리가 ‘외계어’(알아듣기 어려운 신조어)로 들리는 게 분명하다. ‘길라임’이고 싶었으나 실상은 ‘별에서 온 그대’인 건가. 국민들의 말이 ‘외계어’로 들린다면 오랫동안 사랑했던 드라마 주인공들의 말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시라.

먼저 유시진 대위다.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혹시 이게 마지막일지 몰라서…. 뭘 할래요? 당장? 하야할래요? 고백할래요?” 매주 광화문광장에 나서는 ‘오해영’도 외친다. “대통령이 꼼수 부리니 좋은 거 하나 있네. 광화문에 계속 나오고 싶어진다는 거. 일찍 일찍 좀 하야해라. 사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 뚜껑 열린다. 진짜.” 함께 나온 길라임의 남자 ‘김주원’도 경고한다. “내가 이 밤중에 여기 왜 이러고 있겠냐. 알고 싶어 온 거잖아. 그러니까 네 말만 하지 말고 대답 좀 해라.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경고하는데 다시는 딴 놈 핑계 대며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 내려놓는 척하며 말장난도 하지 말고. 두 번 다시 그런 담화문 갖고 나 찾아오지 마.”

형편없는 새누리당을 향한 천송이의 일침이다. “이번에 나라꼴이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웠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어.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국민 편과 국민 편을 가장한 ‘척’.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즐겨 봤다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도 엄청 화가 났다.

“당신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 덩. 어. 리.”

문화부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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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후광’이 가장 중요했다. ‘박’가에게 통치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역성혁명’의 논리였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성혁명이란 새 왕조의 옹립을 의미한다. 국정교과서를 통해 박정희 정권을 영원히 미화하려는 것이나, 국가예산을 들여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거나, 옥천군 예산으로 육영수 숭모제를 지내겠다는 계획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나라님 숭배’의 정서에 가깝다.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자란 ‘비운의 공주’ 이미지가 사실상 많은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러한 전근대적 역성혁명의 결과가 현재의,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전근대적인 국정농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여성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만큼,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거나, ‘여성대통령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묻지 못했다’는 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걸핏하면 여성혐오 발언과 사건들이 불거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그토록 고귀한(?) 존재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여성’의 수치심이 국정농단의 범죄보다, 300명 이상의 목숨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렇게 여성을 맹종하는 사회였던가?

발언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러한 발언은 대한민국 여성을 ‘김치녀’로 매도하는 여성혐오의 문법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현 대통령을 옹호는커녕,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김치녀로 표현되는 여성혐오의 출발점이 바로 ‘여성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줄 안다’는 남성들의 지레짐작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최대의 이익을 거두려 한다’는 ‘상상과 억측’이 여성혐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 대통령을 ‘모시는’ 이 ‘신사(?)’들의 발언은 바로 이 상상과 억측에 기초해 있을 뿐만 아니라, 뻔뻔스럽게도 그것이 충성이라고 주장하는 행위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는 좌우, 학력, 세대, 계층적 차이와 무관하다. 심지어는 현 대통령을 철벽수비하려는 입장과 비판하는 입장마저 가리지 않는다. 여성대통령의 사생활 운운하는 ‘충신’들의 발언이 여성혐오적이라면, 대통령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임을 강조함으로써 조롱의 수위를 높이는 표현들 역시 여성혐오적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여성은 여성이라는 범주의 한 차원에 불과하고, 여성이라는 범주의 다른 특성들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과도한 추앙이나 과도한 조롱을 받을 이유가 없다.

여성대통령의 ‘여성성’은 성적 이미지가 아니라, 젠더 불균형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통해서만 강조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보편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리고 그러한 현상 뒤에 ‘여성들의 이기심’이 아니라 왜곡된 사회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여성정치인의 여성성을 강조할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찬숙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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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으로 청와대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언론에 보도된 ‘오보 괴담 바로잡기’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모두 11개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첫번째 글이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해명 아닌 해명이야말로 대통령이 당장 그 직을 그만둬야 할 이유들을 확인해주고 있다.

첫번째, 이 글은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 및 경내에서 당일 30여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로 시작한다. 첫 문장이 문법적으로 틀렸지만 어지간히 급했구나 하고 넘어가자. 문제는 ‘관저 집무실 및 경내’라는 표현인데, 조금 뒤에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밝힌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 안에 3개임을 나도 처음 알게 되었지만, 대통령이 일과시간에 일할 곳은 숙소에 딸린 관저 집무실이 아닌 본관이다. 몸이 불편했다거나 하는 납득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평일에 관저에 머문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운하며 대통령은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강변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법률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가 22일 박근혜 대통령 고발장을 접수시키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 시장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직무유기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고발했다. 이준헌 기자

두번째, 마음 한구석이 켕겼는지 관저에 머문 사실을 희한한 논리로 합리화한다.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와 같이 분초를 다투는 업무는 현장의 지휘 체계와 신속한 구조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6000t급의 큰 여객선이 갑자기 침몰하는 긴박한 순간에 대통령이 보좌진과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공유하며 바로바로 대응해야 옳을까, 아니면 참모들이 회의하느라 바쁘면 구조에 방해가 될까봐 전화 지시와 서면보고(맙소사!)에 의존하는 것이 나을까? 청와대의 해명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세번째, 압권은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는 주장이다. 계속 상황을 확인하던 대통령은 오후 2시50분 안보실장이 앞서의 보고가 잘못되었다고 전화로 알리자 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전화로 철저한 구조를 지시했다는 오전 10시30분도 세월호가 이미 뒤집혀 구조가 힘들어진 때였지만, 이 시각부터 대통령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한 시각까지 헛되이 흘려버린 4시간20분이 언론에 책임을 미루며 변명해도 될 짧은 시간인가? 언론 오보부터가 국가 비상대응체제가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터진 일이었다. 기초적인 상식마저 무너진 논법이다.

네번째,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시점부터 오후 5시15분 중대본에 도착하여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을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엉뚱한 질문을 할 때까지 다시 2시간 이상이 흘러갔다. 중대본으로 이동하며 수행원의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동영상을 2~3분만 찾아봐도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명은 단 한 줄도 없다. 궤변에도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대통령이 중대본을 떠난 후 그날 밤 내내 어떤 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관련 지시도 전무했음을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확인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심신이 적어도 그날 어떤 원인에 의해 국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그 원인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해명 글의 마무리는 인용하기조차 거북하지만, 직접 홈페이지를 뒤져볼 여유가 없는 독자를 위해 그대로 옮긴다. “그러나 결국…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울었다.”

대통령을 변호한답시고 이런 글을 올린 참모들이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중대한 사고인지, 희생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이 2년 반이 넘도록 겪어온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해명 내용만으로도 대통령이 곧장 물러나거나 탄핵당할 명백한 사유가 된다.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진실 하나를 거듭 확인한다. 청와대의 오만하고 우둔한 자들은 세월호 참사 앞에 진심으로 흐느껴 울어본 적 없다는 것을. 이들은 내리막길을 달리는 ‘불타는 수레’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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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겁이 난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막장극’이나 다름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어제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롯데와 SK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롯데 관계자와 만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11월 소공동점의 재승인허가를 받는 과정에 최 의원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도 압수수색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해 청와대 근무 시절 최씨 의혹과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장이 여러 정부부처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SK·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최씨의 행적과 관련한 새로운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김모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말을 쏟아냈다. 그는 “최씨가 1998년부터 운영한 안가에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정호성·이재만 비서관이 거의 살다시피 했다”며 “이들은 ‘최씨의 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관천 전 경관이 증언한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말이 맞다고 했다. 경악할 내용이다.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니 최씨가 K스포츠재단 운영과 관련해 시설비 일부를 떼어먹으려고 했다거나, 기업들에 건물이나 부동산보다는 현찰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사소해 보일 지경이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에도 청와대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않은 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대통령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밝히면 모든 의문이 풀릴 일인데도 빙빙 돌려서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이 온갖 부문으로 퍼지면서 이게 정말 그동안 이 나라를 이끌던 그 정부가 맞나 하는 자괴감이 들게 한다.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허가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동계올림픽 이권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삼성지원 의혹으로, 교육부는 정유라씨 입시부정으로, 법무부는 국정농단 수사 문제로 벌집 쑤신 모양이 되었다. 시민들이 이런 꼴을 보려고 대선날 투표장에 가고 세금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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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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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에서부터 추가 출연 강요, 최씨의 대기업 갈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사건 전반에 개입했다. 국가 비밀자료 유출도 드러난 것만 47건으로,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와 외교문서까지 포함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 못하겠지만 거의 99%는 저희들이 입증 가능한 부분만을 썼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범죄가 감출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이라고 한 것도 예우일 뿐, 실제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주범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그동안 박 대통령 측은 범죄 연루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야당과 여론이 박 대통령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밝힌 만큼 이젠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며 수사를 거부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고 항변했다. 국정을 농단하고도 거짓말로 모면하려던 행동은 잊은 채 다시 피해자 시늉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검에서 무고함을 밝히는 한편 합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가리자며 탄핵절차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기 편인 줄 알고 수사를 통해 다 밝히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니 그저 황당할 뿐이다. 특검법이 통과됐으니 검찰 조사는 건너뛰고 특검 조사를 받겠다는 소송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다고 국정 최고기구인 청와대가 한순간에 말을 뒤집고 국가 시스템을 거부한 것은 막가파식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의도는 검찰에서 방어에 실패하자 다시 특검과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논쟁을 하며 장기간 버티겠다는 것이다. 보수 일색으로 꾸려놓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진용을 믿고 탄핵절차로 가자는 심산인데 여론을 모르는 딱한 처사다. 95%의 시민에게 이미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 법정 투쟁에 의지해 연명하려는 모습에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에 전면 복귀하더니 엊그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해 여론전에까지 나섰다. 범죄적 행위와 세월호 참사 무능 대응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곁가지 해명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다. 최경환·홍문종 의원 등 당내 친박세력도 당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줌도 안되는 세력이 국정을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국민 여론과 맞서는 꼴이다.

어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만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국회에 요청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탄핵론이 나온 만큼 박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을 벗어난다 해도 탄핵은 피하기 어렵다. 그제 4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박 대통령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며 휘발유를 붓고 있으니 촛불이 더 크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때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까지 드러나면 여론은 더 험악해질 게 뻔하다.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버티기는 한때나마 자신을 지지한 시민과 국가에 대한 배신이자 반역이다. 박 대통령이 56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보다 못한 선택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와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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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8개월 재임 동안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막에 덮인 의혹이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전화로 구조 지시를 했고,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굿, 성형수술 등 억측이 제기돼왔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여당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며 정보 공개를 막았고,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업무를 봤다”고만 해왔다. 최근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일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5시11분까지 “15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형수술 의혹에는 담당 의사의 골프장행을 알리바이처럼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대면보고는 왜 안 받았는지, 대책수립 지시는 무슨 연유로 내려가지 않았는지 답하지 않고 있다.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만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은 관저에 있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무능하다는 사실을 넘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 사건이다. 행정부 수반이자, 시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참사가 난 평일 근무시간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는 것은 주권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대통령 또한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시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소상하게 답해야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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