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국 보스턴에서 소방관 6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방관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의 추모 연설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클린턴은 “소방관들은 ‘누가 우리를 구해 줄 것인가’라는 물음에 ‘여기 내가 있습니다. 나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응답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2001년 9·11 테러 때 뉴욕 소방대원들의 활약상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당시 소방관 347명이 순직했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의 물결을 거슬러 세계무역센터 빌딩으로 뛰어들었다. 소방관들은 “왜 가느냐”는 물음에 “내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17일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을 동료 대원이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4시29분쯤 석란정에서 화재 진압을 하던 경포119안전센터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무너진 정자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선 수년 전부터 소방관들의 순직 소식이 전해지면 ‘소방관의 기도’라는 글이 회자되곤 한다. 미국 캔자스의 한 소방관이 화재사고 때 3명의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중략) 신의 뜻에 따라 목숨을 잃게 되면/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봐 주소서….” 이 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사고 때 순직한 한 소방관의 책상 위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지난 17일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경포119안전센터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순직했다. 이 소방위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었고, 이 소방사는 임용된 지 8개월밖에 안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 소방위는 화재진압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 새내기 소방관인 이 소방사와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재난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이나 된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고,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소방관들이 연평균 5명꼴로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참변을 당한 이 소방위는 “퇴직하면 요양원에 계신 91살 노모를 매일 보고 싶다”던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 고시원 쪽방에서 2년간 독하게 시험에 매달린 끝에 소방관이 된 이 소방사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부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떴다. 이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됐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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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충원해야 할 소방인력이 2만757명으로 지방의 경우에 소방관 1~3명만으로 구성된 119지역대를 538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소방관 가운데 수면장애로 관리가 필요한 인원은 1만3507명이며 건강이상 판정을 받은 인원도 1만9231명으로 나타났다. 2013년 소방방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 3만9519명이 1년간 구조활동 40만98건, 구급이송 150만4176건에 참여하면서 최근 5년 동안 순직자 29명, 공상 1626명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대로 보호하려면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인력 충원, 지역간 서비스 격차 해소, 국가직 전환과 함께 먼저 소방관들의 악화된 건강을 돌봐야 할 것이다. 공식 집계되지 않은 순직 이외의 죽음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더 많은 경우 인격, 일, 가족 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방대원 차원에서 건전한 식습관,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취미 생활, 휴식, 명상, 호흡법 등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 실시하도록 도와야 하며 소방조직 차원에서는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인력이 곧 자산인 소방대에서 소방공무원의 건강 관리는 필수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2가의 한 호텔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연기를 들이마신 공사 관계자를 구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선진국에서는 소방관의 심리적 지원을 위해 스트레스 해소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 활동의 주목적은 소방관이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예방, 관리하도록 돕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에 노출된 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소방관을 의학적으로 도와주려는 데 있다. 특이 성격, 직장과 가족 관련 스트레스 요인, 위험한 소방 환경 지원의 필요성 때문에 고안된 이 프로그램은 정신과 의사 혹은 심리 상담 분야의 전문가와 소방대원 참여로 이루어진다. 스트레스 해소 팀의 구성원은 20~40명 정도로 전문가의 도움으로 스스로 자유롭게 스트레스 경험을 표현하고 동료의 공감을 통해 해소하도록 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심각한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대원을 선별하여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한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열악한 환경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헌신해 왔다. 이제 시민이 나서 소방 근무여건을 개선하도록 성원하고 소방방재청에서는 합리적 정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도입하여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우선 급한 대로 전국에 지정된 재난심리지원 센터와의 협의를 통해 전문상담가 2224명의 도움을 받으면 효과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상시 조직과 인력을 소방조직 안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엄태환 |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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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는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당시 필자는 워싱턴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 11시께 한국대사관 근처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자동차로 피난하려는 시민들의 불안한 모습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도 무너져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같은 해 11월에 방문한 뉴욕의 무역센터는 잿더미가 되어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래도 아비규환의 재난과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주고 안심케 한 것은 소방관들의 필사적인 구조구난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모습은 소방서장이 모든 구조활동을 총지휘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도 소방관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그들을 칭찬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 뉴욕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구조에 미국민들은 찬사를 보냈고 그들을 신뢰했다. 미국의 재난 구조는 각 지역 소방서장의 권한 아래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며 연방재난관리청과 국토안보부의 지원을 받는다.

화재진압중인 한 소방관 (출처 : 경향DB)


소방서장은 주 공무원, 주 경찰, 주 방위군도 통솔하게 되어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의 1인 릴레이 침묵시위가 이어졌다. 그 목적은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이다. 현재 전국의 소방공무원이 4만명가량인데, 이들 중 260여명만 국가직이고 나머지 소방관들은 지방직이어서 신분상의 사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중 서울 같은 경우 재정이 괜찮아 소방관들이 쓰는 장갑이나 방화복들이 양질의 제품이지만,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노후된 장비를 쓰는 것은 물론 사비로 장갑을 구입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결국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은 재난구조 서비스도 차별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재난 컨트롤타워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과거 소방인들이 독립 소방청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런데 갑자기 소방청을 없애고 안전처를 만든다고 해결될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소방청장의 직급은 소방총감인데, 국가안전처가 생기면 정무직이 독식하게 돼 청장 자리도 없어질 운명에 놓여 있다.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이 소방공무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방공무원 신분인 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 소방서장이 군과 경찰, 자치단체의 공무원을 지휘할 힘이 생기겠는가.

결국 국가예산 문제다. 이 문제도 최근의 안전 문제 중요도에 비추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화재현장이나 재난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그들에게 국가직 하나 만들지 못해 사기를 꺾어버리면 되겠는가. 물론 중요한 것은 소방공무원의 현장대응과 응급구조 능력을 강화해 모든 재난에 소방인을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의 증원과 함께 소방직의 국가직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난구조 장비의 현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능력에 따라 장비의 품질이 달라서야 되겠는가. 국민은 재난구호의 신속한 수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국가가 외면한다면 누가 국가를 따르고 믿겠는가. 전국의 4만여 소방공무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워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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