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소리만 요란했다. 북핵 공동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역할론에 매달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맘먹고 나서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오래된 궁금증, 중국이 적극 행동하면 북핵 문제가 풀릴 수 있나. 사실 검증(팩트 체크)이 필요하다.

예컨대 중국이 북한행 석유파이프를 잠그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핵과 체제를 동일시하는 북한이 체제와 연료 중 뭘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에 앞서 중국은 석유파이프를 잠그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잃는 것을 감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중국역할론은 단순한 답을 구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이를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데 있다. 만약 중국역할론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면 이는 어떤 가짜뉴스보다 심각한 문제다. 북핵 저지에 사용할 동력과 자산을 낭비하고 북한에 핵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플로리다 회담을 끝내고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한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마련해 둘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중국역할론은 미국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틸러슨의 말마따나 북핵을 해결할 ‘미국의 독자적 방도’가 있다면 그것을 실행하면 되지 굳이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역할론을 내세우는 것은 대북정책의 실패를 숨기고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것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핵 해결 노력보다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듯한 중국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병행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이 정책 목표를 정했다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끌어들이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는 것이 맞다. 이러니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들고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러나 군사적 옵션은 위험천만한 접근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는 ‘김정은 제거작전’을 따져보자. 미국은 과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9·11테러 주범 빈 라덴을 사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라크는 내전에 휘말렸고, 테러는 지구촌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불량국가’의 지도자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것은 응징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민족적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시리아와 그게 가능한 북한은 전혀 환경이 다르다. 북한붕괴론은 애초 성립 불가다. 북핵같이 급박한 문제를 북한 붕괴라는 시간이 걸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붕괴론에 기대 시간을 보내다 북핵 능력 고도화를 방조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후 “핵실험은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나라가 핵개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북한 핵개발이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 결속과 국제적 지위 향상 수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제규범을 무시한 채 동북아 평화·안정을 깨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은 핵이 생존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핵 없이 생존해온 지난 70년 북한 역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진정으로 북한과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주민을 억압하고 국제사회와 반목하는 세습독재체제 그 자체다. 경고하건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파국을 부르는 악마의 호출이나 다름없다.  

20년 넘는 북핵 역사에서 무수한 대책들이 명멸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핵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백약이 무효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동결에 합의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 노력한 시기도 있었다. 대책 세우기 나름이다.

팩트 체크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을 통해 사실 여부를 알려주는 제품도 나왔다. 이 기계를 통해 기왕의 모든 북핵 대책들을 검증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계에 해답을 물어보고 싶을 만큼 북핵 문제는 다급한 위협이다. 다만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북핵 위협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간이 걸리는 최종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당장 핵능력 고도화를 막는 게 시급하다. 핵동결을 최우선적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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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 정상은 북핵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뜻을 같이했지만 가시적인 해법은 도출하지 못했다. 북핵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데도 단순한 상황관리에만 치중하는 중국과, 중국 역할론에만 몰두하는 미국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핵 해결에 협력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회담 전에도 독자 대응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에 나온 것이어서 무게가 사뭇 다르다.

6~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6일 중국 베이징의 신문판매대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표지에 실린 잡지들이 놓여 있다. 베이징 _ AFP연합뉴스

미국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배치하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내 핵무기 배치, 김정은 제거 작전, 한·미 특수부대 북파 등 3대 대북전략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유인하는 압박수단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어설 경우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북한 역시 강경 일변도다.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창건기념일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오히려 더 불안해진 형국이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등 외교적 해법이 교착상태에 빠진 사이에 군사적 대응이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북핵은 군사적 대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해결 기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잖아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아차 하는 순간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국정공백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당장 남북한과 미국이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부터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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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의 보복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기업, 한류에 대한 보복을 넘어 예술 분야까지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를 겨냥한 압력이겠지만 현 정권에서 실효성은 없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 감정만 상하게 하는 것으로, 올바른 사드 해법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국 연예인 출연·공연 금지, 롯데의 중국 사업장 조사, 한국산 양변기와 화장품 수입 및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 한한령(限韓令·한류 제재)의 폭과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급기야 한국 음악가들의 활동도 제한하고 있다.

2월19일부터 시작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중국 공연이 논란 끝에 무산됐다. 조씨는 그제 트위터에 “국가 간 갈등이 순수문화예술 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중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미국 국적자임을 강조하고 한국 기획사 이름을 뺀 서류를 제출해 겨우 발급받았다.

소프라노 조수미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한국 보복 조치의 연관성은 물론 보복 자체를 부인하지만, 현 상황은 한국 측 심증을 굳히고 있다. 문제는 중국 조치가 동북아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다. 북핵 문제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일방을 압박한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철회할 의지가 없는 한국의 현 정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이 공표해온 입장에 배치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세계가 보호무역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데 유독 한국에만 문을 닫는 형국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아시아와 유럽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연결, 경제공동체를 꾸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국인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중국인과의 골을 깊게 하는 감정적 보복 조치는 일대일로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스스로 장기로 내세워온 인내심에 터잡고 다각적 채널을 동원하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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