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소속 의원 130명 전원 명의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8월 임시국회가 내일 개회한다. 새정치연합이 소집을 요구한 사유는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세월호특별법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임시국회가 열리게 된 과정이 희한하다. 소집 요구서가 제출된 시간은 그제 밤 11시45분, 소집이 공고된 시간은 11시59분이다. 새정치연합이 무엇인가에 쫓긴 듯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소집 요구 2시간 전쯤 검찰이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는 소집 공고 3일 후 열린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야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무력화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새정치연합은 신계륜 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사정정국 조성을 통한 야당 탄압’으로 규정짓고 ‘야당 탄압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의 반발을 아주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야당 의원 3명에 대해 한꺼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의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여야 균형’을 맞추고 물타기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검찰이 유병언 수사 실패로 궁지에 몰리자 정치권 사정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며 오로지 사실과 증거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을 검찰에 촉구한 바 있다.

여야 국회의원 4명이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각각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현룡·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 _ 연합뉴스


법원은 새정치연합 의원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늘 중 열기로 하고 심문용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오늘 밤 12시까지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국회의 체포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해당 의원들이 법정에 나갈 가능성이 낮은 모양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행정부의 처사가 부당하다면 마땅히 저항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저항과 사법절차 거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입법자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만든 법을 집행하는 데 편법이나 꼼수로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야당은 지금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 슬픔에 잠긴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 도덕적 정당성이 뒷받침될 때만 주권자의 지지 속에 이러한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방탄국회는 잘못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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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이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옛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측이 이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도 별도 비리 혐의로 오늘과 내일 각각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7·30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에 검찰발 ‘사정 태풍’이 몰아치는 분위기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측 청탁을 받고 학교 명칭을 바꿀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계륜 의원은 지난해 9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개정 결과 이 학교는 교명에서 ‘직업’이라는 단어를 떼낼 수 있게 됐다. 개정안 발의에는 김재윤 의원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는 교명이 바뀌면서 학교 이미지가 달라져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 유리해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돈을 받고 특정 집단을 위해 법을 고쳐줬다면 입법권을 사익과 맞바꾼 범죄가 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다만 당사자들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부터 입법 로비 및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야당 의원 3명이, 그것도 다선 중진들이 한꺼번에 수사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당 의원 2명을 수사해온 검찰이 균형을 맞추고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여기서 비롯한다. 유병언 수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라는 시선도 상존한다. 검찰은 이런 시각을 ‘음모론’으로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음모론이라 해도 그 토양을 만든 것은 검찰 자신이다. 과거 야당 정치인이 연루된 뇌물사건을 보면 관련자 진술이 재판에서 바뀌어 무죄가 난 사례가 적지 않다. 검찰은 철저히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타인을 단죄하려면 스스로에게 먼저 엄정해야 한다. 피살된 재력가의 장부에 1780만원 수수 기록이 나오는 현직 검사 처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검찰은 공여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해당 검사를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 식구는 감싸면서 다른 이에게만 칼을 휘두른다면 누가 신뢰하겠는가. 검찰은 ‘제 눈의 들보’부터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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