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7.04 원전 에너지 합의, 정치 한계 넘어라
  2. 2017.06.02 [녹색세상]‘과장된 두려움’을 알려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두고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론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지난 한 주 내내 상당수의 언론은 이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비판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원자력과 같은 고도의 기술적 문제를 전문가가 아닌 시민들에게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론조사 하나를 소개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 5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7개국에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일본, 한국, 독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그런데 뜻밖에 사고의 당사국인 일본보다 독일과 한국의 조사결과가 훨씬 눈길을 끌었다. 독일은 원전 안전성에 대해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압도적으로 줄이자는 의견이고, 한국은 많이 걱정되지만 그냥 두자는 의견이었다. 알려졌다시피 독일은 그 이후 탈핵결정에 이르렀고, 한국은 일단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것을 논의해보자는 단계이다.

2일 장맛비와 안개가 덮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주변이 을씨년스럽다. 왼쪽 위는 내년에 준공될 원전 4호기, 오른쪽 골리앗 크레인이 있는 곳은 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아래는 5·6호기 부대시설 부지로 철거 중인 서생면 신리 부락이다. 연합뉴스

왜 한국인들은 몹시 걱정스럽지만 그냥 두자고 했을까?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비용 걱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전기요금 오를까 걱정부터 국가적으로는 원전산업의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다른 하나는 낮은 정치효능감이다. 걱정은 되지만 줄이자고 한들 그게 되겠어? 이런 생각 말이다. 비용의 문제는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원자력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어떤 종류의 신재생에너지냐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축적된 투자 및 기술 수준에 따라 다르다. 신재생에너지라고 해서 무조건 청정에너지인 것만도 아니고, 안정성에 대한 질문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처럼 이슈가 많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한쪽이 좋다고 무조건 믿기보다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분석하고 합의해야 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원자력이 무조건 싼 것도 아니고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니다. 분석과 합의가 필요하다.

걱정되지만 해봐야 안될 것 같으니 그냥 두자는 것은 우리의 운명을 소수의 정치인과 전문가, 관료와 이익집단의 손에 맡기자는 뜻이 된다. 에너지 공론화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태도를 부추긴다는 면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면이 있다. 기술적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사람과 조직이 운용한다. 1984년에 출판된 찰스 페로의 명저 <정상 사고(Normal Accidents)>는 바로 이 부분을 명쾌하게 지적한 책이다. 연구에 따르면 설사 기술은 입증됐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조직은 입증되지 않았다. 고도로 복잡한, 그리고 경우에 따라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기술이 입증되지 않은 사람과 조직에 맡겨졌을 때 사고의 가능성은 상존하며 그런 종류의 사고들은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에서 ‘정상 사고’라고 부른다. 원전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자칫 수많은 노력의 산물인 원자력 기술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 전문가들이 느낄 수 있는 좌절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기술적 전문성이 인간과 조직의 한계까지 극복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이 안전하니 원전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일종의 월권행위에 해당한다. 기술적 전문성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조건에 불과한 전문가주의에만 입각해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탄탄한 기술의 토대 위에 민주적 합의가 필요하다.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시킨 교수로부터 시작된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배심원단을 대상으로 찬반 양측이 서로의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며 그 과정을 대중과 공유한 끝에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합의에 도달한다. 기술적 전문성은 이 과정에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잘만 이루어지면 숙의과정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덴마크, 미국, 호주, 그리스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수십차례 활용해본 경험도 있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공론조사의 외국 사례들을 보면 원자력에 대한 선호도는 별로 줄어들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투명성에 대한 요구와 최종 결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크게 늘어난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꽉 막혀있는 정치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단기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원전을 늘리든, 줄이든 에너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경험처럼 장기적이고 원활한 협치가 필요한데 여의도의 경색은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그대로 갈 것이다. 사석에서는 야당 의원들도 현재의 정치체제하에서 악역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협치의 바탕이 되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공론화의 경험은 민주주의를 고양시키고 국가가 작동하게 해주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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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몇 년 전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몇 년 치 신문 칼럼들을 간추려 정리한 보잘것없는 단행본인데 출간되자마자 질문이 쏟아졌다. 지구주의자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지구주의자는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영어권에서는 세계화주의자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성장지상주의에 맞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지구주의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의 일부이며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러므로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임을 자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구주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동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자투리땅 텃밭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도시 농부들, 옥상과 아파트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시민들은 모두 지구주의자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그 또한 지구주의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나무와 반려동물 사랑이 극진하고 들꽃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는 세간의 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발표와 4대강 정책감사 지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통령 업무지시 세 번째와 여섯 번째를 환경문제가 차지한 것은, 야만의 시대가 가고 생태적 진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4대강 6개 보 수문의 상시 개방을 시작한 1일 대구 달서구 강정고령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르자 시민과 취재진 등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수십년간 굳어온 낡은 에너지체제를 현대화하고 녹조로 뒤범벅이 된 강을 되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이 든다. 강력한 저항도 감수해야 한다. <전환 함정을 경계하라>를 쓴 마르크 작서의 표현을 빌리면, 기득권 동맹 가담자들은 자신이 누려왔던 지위와 특권을 지키려는 엘리트들만이 아니다. 동맹에는 급격한 변화가 자신이 익숙한 세계를 뒤흔들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과장되었음을 밝히고 전환의 열매를 국민들의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기란 바로 낡은 것이 죽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것이란 기득권 동맹이 해체되었을 때 빈자리를 채우게 될 ‘이로운 그 무엇’이다. 봄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 등장하게 될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은 트럼프가 폐기한 오바마 정부의 청정전력계획 사례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재작년 ‘석탄과의 전쟁’을 선포한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때 오바마 정부가 제시했던 ‘새로운 것’은 재생에너지 비전과 천식 예방효과였다. 청정전력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까지 풍력은 3배, 태양에너지는 20배 늘어나고 신규 일자리가 수십만개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기오염 탓에 발생하는 약 5000명의 조기사망과 9만명이 넘는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한다는 분석 결과도 덧붙었다.

4대강 수문 개방과 물관리 일원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를 놓고 기득권 동맹의 저항이 가시화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앞장서는 이들은 개발 패러다임을 만들어 유포하고 그 과실을 취해왔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실세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중립을 가장한 채 과도한 일반화, 부풀리기, 절차에 대한 트집 등을 통해 국면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통제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가 기득권 동맹의 저항을 뚫고 생태적 전환을 밀고 나가려면 그들이 짜놓은 비용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전환이 정당성을 갖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용보다는 편익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약 추진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국민들이 누리게 될 편익 중심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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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