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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24 [기고]핵마피아들의 무책임한 궤변

현 정부의 탈핵방침에 대한 핵마피아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최근 2차례에 걸친 관련 교수들의 ‘봉기문’과 함께 그동안 광고비 획득에 혈안이 되어 핵마피아의 홍보기관으로서 충실히 기능해 온 보수언론들의 집중적인 비판도 볼썽사납다. 특히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의 417명이 탈핵방침의 재검토를 요구한 봉기문의 경우 필자도 같은 직업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로 자의적 해석으로 가득 차있다. 아래에서 이들의 무책임한 주장을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및 배상비용을 고려하여, 대통령은 독단적인 결정 즉 “제왕적 조치”를 취소하라는 주장이다. 이는 오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전문가의 본질적인 책무를 망각한 본말전도의 궤변에 불과하다. 전문가의 책무는 학문의 세분화로 부분적인 지식의 소유자인 만큼, 종합적 정책의 수립을 위해 관련자료 및 정보의 제공에 충실하는 것이다.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던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석우 기자

막대한 연구비 획득이라는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한정된 지식의 전문가가 단락적 주장을 강변하면 사회의 올바른 정책판단 및 합의형성을 왜곡하게 된다.

둘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건설 중인 핵발전소(APR)의 수주원인은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이 아니라 수익을 무시한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것은 국제적 상식이다. 만약 핵마피아가 기술수준을 주장하려면, APR1400모델이 아직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승인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셋째, 후쿠시마의 비등 경수로(BWR)보다 국내 가압 경수로(PWR)의 격납용기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여, 국내에서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방사능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전원상실로 인한 긴급정지 시에는 국내의 PWR이 BWR보다 오히려 사고 리스크가 더 높은 구조라는 점은 감추고 있다. 즉 BWR과는 달리 PWR은 교류전원을 상실하면, 비상노심냉각장치(ECCS)가 즉각 정지되어, 원자로 내의 직접 냉각이 불가능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PWR도 전원상실에 대비한 증기구동의 ‘보조급수펌프’를 갖고는 있지만, 직접 원자로 내에 냉각재를 주입하는 기능은 없다. 게다가 원자로노심이 용융상태의 고온이 되면, 고온의 수증기가 증기발생기의 세관 접속부를 녹여 보조급수펌프의 냉각기능도 상실된다.

넷째, 체르노빌 사고원인의 하나로서 격납용기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 같은 폭발력에는 국내 PWR의 격납용기도 견딜 수 없다는 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다섯째, 핵마피아는 석유 또는 가스와는 달리 원자력은 국가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준(準) 국산에너지”라는 황당무계한 궤변을 펼친다. 준 국산에너지라는 용어는 일본의 재처리 및 고속로 추진파가 만든 조어(造語)로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에서 나온 플루토늄 등의 재이용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국내 핵마피아는 용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른 채 인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핵연료 역시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와 마찬가지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외국산’이라는 기본적 지식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여섯째, 원자력산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경쟁시장(에너지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은 경제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정부의 보호로 비효율적인 사양산업인 원자력산업이 경쟁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갖춘 신규 산업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즉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중장기적으로는 국민복지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일곱째, 핵마피아의 안전 신화와는 달리, 미완성기술의 이용에 따른 핵발전소의 사고 리스크를 스스로 인정하는 국내법도 존재한다. 현행의 원자력손해 배상보상계약법 제4조 제1호에 “대통령이 정하는 정상운전 등으로 인하여 생긴 원자력 손해”의 규정이 그것이다. 이 조항은 법에 근거한 가동규칙(매뉴얼)을 충실히 지켜도 핵발전소 등의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즉 원자로의 손상·천재지변·제3자의 행위 같은 원인조차 없는, ‘정상운전’에서 일어나는 원자력손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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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