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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8 [사설]전례없는 문화부의 우수도서 선정 취소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그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문학도서에서 취소됐다. 문화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이날 홈페이지의 우수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삭제했다. 최근 신씨가 연 북 콘서트가 이른바 ‘종북 논란’에 휩싸여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취소 이유다. 선정된 우수도서가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저자의 성향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없이 이 같은 조치는 우수도서 선정의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으며 출판시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선정 취소 기준과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 신씨의 책은 2013년 상반기 선정된 150여종 가운데 수필 분야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당시 문인·공공도서관 관계자 등 10여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해 만장일치 형식으로 최종 선정했다. 전문가들이 독서 권장도서로 수준 높게 평가한 것이다. 문화부는 선정된 도서를 구매해 국공립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청소년시설, 교도소 등에 보급했다. 이렇게 선정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마당에 1년7개월이나 지난 지금 저자의 성향 문제만으로 선정을 번복한 것은 한마디로 황당하다. 납득할 만한 절차 없이 선정을 취소한 것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책의 내용은 바뀐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경 1층 로비에서 종북 토크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경찰 출석에 앞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게다가 문화부는 재단에서 해당 책의 선정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문화부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단 관계자는 “문화부에서 요청받은 대로 한 것뿐”이라고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문화부가 재단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또 문화부는 당초 “취소 제도가 없다”고 했다가 “내부 규정에 물의를 일으킨 책은 취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처럼 취소 과정에서조차 문화부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추락시킨 셈이다.

이번 선정 철회는 보수단체의 ‘종북도서’ 지적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선정 절차 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불과 1주일 만에 이루어졌다. 도서 자체의 문제보다 현 정부의 정치적인 가이드라인을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상·표현의 자유와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문화부는 신씨 책 선정 제외가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반(反)문화 ‘종북몰이’라는 출판·문화계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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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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