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영국에서는 원전의 단가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실시된 입찰에서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공급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해상풍력 건설 사업 11건을 승인했다. 그중 2022~2023년부터 운영할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h(메가와트시)당 58파운드(약 8만7000원)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신규 원전(힝클리 포인트 C)의 공급가격(92.50파운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삼척시 에너지전략실 소속 공무원들이 지난 4일 근덕면 용화리에 자리잡고 있는 삼척태양광발전소(주)의 태양광판넬을 살펴보고 있다. 최승현 기자

이 획기적인 입찰 결과 소식에 영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약정공급가격이 2012년 이후 5년도 채 안되는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의 기술발전과 단가하락 속도는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노후화한 원전을 차세대 신규 원전으로 대체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은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낙찰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생산할 전력은 2025년 완공 목표인 힝클리 포인트 C 신규 원전의 발전량(영국 전력공급량의 7% 규모)과 비슷하다. 영국 내 전문가들도 “가장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발전 덕분에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영국뿐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13일 “미국 내 전력망 공급용 태양에너지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줄었다”면서 “낮아진 인건비와 부품가격의 하락으로 비용감소 목표를 3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무리 반환경적인 정책을 펴도 신재생에너지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원전을 값싼 에너지원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국내 친원전론자들은 영국·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좁은 국토에 풍력·수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부르짖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좁은 국토에, 그것도 인구 380만명이 사는 밀집지역에 무려 10기의 원전이 들어선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좁은 땅에서 10만년이나 보관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어디서 찾는다는 말인가. 신재생에너지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는 사라졌다. 그만큼 원전 집착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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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녹색성장지표2017’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5%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 등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5번째로, 끝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재생에너지 후진국’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잠재적인 주요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OECD 지적에는 말문이 막힐 뿐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1990년 1.1%에서 2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04%에서 1.42%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없을 터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담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다. 노무현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도 후퇴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도, 전망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색성장을 내걸었으면서도 4대강 개발이란 토건사업에 집중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과 원유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를 지속가능발전위에 통합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에너지산업 및 전력요금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OECD 보고서에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정책 지원 덕분이라는 점이다. 청정에너지 개발을 지원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만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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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0시,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첫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선언하였다.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탈원전, 에너지전환의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원자핵공학을 포함한 일부 에너지 분야 교수들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에다 몇몇 언론매체들이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이렇다. “탈원전은 전력수급 문제를 야기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어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 이런 문제로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말 그럴까?

노후 원전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상 당분간 없다. 고리 1호기 생산 전력은 2016년 총 발전량의 0.85%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 연장해서 가동하기로 한 월성 1호기 역시 발전량 비중이 0.57%로 지금 즉시 닫아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17년 26.3%이다.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기준으로 전력 설비가 20% 이상 가동되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에서는 2029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2.2%씩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고 설비 예비율이 적어도 22%가 되도록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넉넉하게 지을 계획을 세웠다. 최근 실제 전력 수요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전력 수요가 전망처럼 늘지 않는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지 않더라도 전력부족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가 차례로 곧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니 오히려 전력공급은 남아돌게 된다. 건설 중단을 고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2021년과 2022년 준공 예정이기에 추가 건설 중단으로 전력공급이 부족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사이 전력 수요관리에 보다 집중한다면 전력공급 여력은 더 늘어나게 된다.

당분간 전력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급부족으로 요금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전력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일반 시민들이 ‘전기세’라고 부르는 전력요금엔 부가세를 제외하고 세금이 붙지 않는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세금 비중이 30%가 넘고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50%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력요금은 OECD 평균의 63.8%에 불과하다.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따른 환경·사회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원거리 송전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송전거리가 엄연히 다른데도 전국 단일 요금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배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탈원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대안들은 많다. 오히려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원전을 계속 유지하자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원전이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원전 유지는 우리 스스로 위험을 떠안고 살자는 것이자,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온갖 비용을 미래세대로 넘겨 우리 세대 전체를 ‘먹튀’로 만드는 행위다. 원자력학계는 원전을 더 짓자고 할 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분이나 폐로 기술에 답을 줘야 한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대로 따진 후 최선의 대안을 찾을 때가 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잘해낼 것인가이다. 우리 모두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출발선에 섰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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