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시멘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5.23 [기고]상 줄 사람에게 징역 5년 구형이라니
  2. 2014.10.08 [녹색세상]우리 ‘집’ 이야기

자신이 사는 마을의 위법적인 난개발을 막겠다고 나선 주민이자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산등성이를 깎아 난개발을 추진하는 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검찰이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인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백보를 양보해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같은 형을 구형받을 정도로 최 목사가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최 목사가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믿는다.

나는 약 20년 전 언론사 기자 시절부터 최 목사를 알아왔다. 1990년대 후반 영월 동강의 댐건설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을 때 동강과 짝을 이루는 강줄기인 영월 서강 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최 목사를 처음 만났다. 그때 최 목사는 서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시멘트회사들의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고 있었다. 나는 당시 최 목사의 도움을 받아 서강의 오염 실태 등에 관해 크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2007년 미국 유학에서 귀국한 뒤에 만난 최 목사는 산업용 폐기물이 잔뜩 들어간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하게 된 나는 최 목사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에서 ‘쓰레기 시멘트’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었다. 이후 최 목사는 이명박 정부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전국 곳곳을 돌며 고발하는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활동해온 탓에 건강이 악화됐다.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찾아들어간 곳이 지금 그가 사는 용인시 지곡동이다. 하지만 그는 쉬지 못했다. 각종 위법적인 방식으로 초등학교 옆 산등성이를 깎아 들어서는 시멘트혼화제 시설 건립 반대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검찰이 업무방해 혐의와 명예훼손 혐의로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나는 검찰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위법적 행위를 저지르고 행정기관과 주민들을 기만한 업체는 처벌받지 않고, 그런 업체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환경운동가는 중형을 구형받는다? 법리와 일반인의 법감정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고 해도 이번에는 그 괴리가 너무 크다.

업무방해 혐의부터 보자. 개발추진 업체의 자금을 받아 진행되는 국내 환경영향평가는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주문자’의 입맛에 맞춰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업추진 업체 측에 유리하도록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정황이 여러 건 드러났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 목사가 “허위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이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을 정도로 중한 범죄인가. 또한 일부 잘못된 사실(검찰 출신이 아닌 업체 대표를 검찰 출신으로 표현)을 포함했다고 해도 페이스북에 짧게 업체 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이 그토록 중한 범죄인가. 정말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가 자신의 마을에 비슷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검찰이 이번에 최 목사에게 구형한 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최 목사는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한다. 그는 남들이 나서기 꺼리는 일을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수십년간 해온 사람이다. 모두 합쳐 30여억원의 벌금을 요구하는 업체와의 소송전에 휘말려 지곡동 주민들은 큰 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심히 싸웠던 최 목사는 육체적 피로와 심적 부담으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랐다.

그런 그에게 우리가 격려는 못할망정 이렇게 가혹한 형사처벌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 검찰이 지금이라도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의 잘못된 판단을 법원이라도 바로잡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최 목사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최 목사에게 빚진 게 너무 많다.

<선대인 |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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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얼마 전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닷속 세상을 그린 그림이었는데, 물고기들의 집으로 고층 아파트를 그린 게 아닌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라온 곳이 늘 아파트였으니, 아이가 ‘집’ 하면 아파트를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야생을 사랑하고 생태적 삶을 지향하면서 막상 아이는 아파트에 가둬 키우다니. 평생을 살아갈 정서의 토대가 유년기에 형성되는데, 삭막한 아파트에서 아이의 유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도시를 박차고 시골로 간 사람들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봐오던 내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서울에서 먼 지역으로 이사할 일이 생긴 것이다. 불편함도 따르겠지만 ‘기회는 이때다’라고 생각했다. 기왕에 멀리 이사 갈 거면 시골에서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아이가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겠구나 싶었다. 본격적으로 시골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흙과 나무로 집 짓는 법도 알아보았다.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발전기가 지붕 위에 얹힌 집은 위시리스트 맨 앞에 있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지구와 미래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안기는 부도덕한 전기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몇 달간 설레는 마음으로 시골로 이사 갈 준비를 했는데,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송전탑이었다. 좀 살 만하다 싶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엔 이미 송전탑이 들어서 있거나, 조만간 들어설 예정이었다. 정작 전기를 펑펑 낭비하는 건 도시와 산업체인데, 핵발전소와 고압 송전선로는 전기도 별로 쓰지 않는 시골에 지어진다. 세계적인 탈핵 흐름과는 정반대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우리 국토 전체가 송전탑으로 거미줄처럼 뒤엉키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시골 어디를 가도 고압 송전탑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위험천만한 핵에너지 계획 때문에 자연의 품에서 소박하게 살 권리마저 빼앗겨야 하는가 말이다. 밀양, 청도 주민들의 고통이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전력이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건설공사를 마무리하고 전력선 연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부북면 일대 126~128호 송전탑 (출처 : 경향DB)


우리 가족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놓고 선택해야 했다. 고압 송전탑으로 전자파 노출이 우려되지만 자연의 혜택이 남아있는 시골에 살지, 아니면 고압 송전탑은 없지만 미세먼지가 가득한 도시에 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면에 다 쓰기 어려운 개인적인 사유들도 포함해서 결국 우리는 시골의 꿈을 접고 도시의 아파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를 오게 됐다. 이사 후 두 달이 지났다. 그런데 가족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 아이는 전에 없던 비염이 생겨 코가 꽉 막혀 있고, 종일 마른기침을 해댄다. 남편은 발에 습진이 생겼고, 나는 10년 전 완치됐던 아토피가 재발했다. 주변은 전에 살던 곳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소도시 환경이고, 먹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오직 집.

나는 이 집이 ‘쓰레기 시멘트’와 ‘방사능 고철’로 지어진 집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수년 동안 시멘트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려온 최병성 목사에 의해 국내 시멘트가 쓰레기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멘트는 석회석으로만 만들어지는 줄로 안다. 시멘트는 소각재, 폐타이어,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온갖 폐기물들을 혼합해 1400도 고온으로 태워 만들어진다. 그 결과, 시멘트는 6가 크롬을 포함한 발암물질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고철이 하루 100t 이상씩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집이 되고 자동차가 되고 학교가 된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는 무려 1.138μ㏜/h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둘레 마을 방사능 수치 1.2μ㏜/h와 거의 같은 수치이다. 우리 가족은 조만간 또 다른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를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빼앗긴 유랑민 가족이다.


황윤 | 다큐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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