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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8 [기고]훈육이라는 이름의 학대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모습이 담긴 CCTV가 곳곳에서 공개되자 많은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보육시설 내 CCTV 의무 설치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던 현실에 자괴감과 분노를 동시에 터뜨렸다. 필자 역시 어려서 저항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에게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칠곡과 울산에서 발생한 어린이 학대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는 등 제도 개선 노력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시안적인 후속조치가 쏟아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저출산 추세에 대한 대책으로 출산장려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어린이가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서 제 몫을 하게 기르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 앞가림은 물론 미래에 고령화된 부모와 조부모 세대를 부양할 다음 세대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인데도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어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동권리’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린이를 대하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다 해도 제자리걸음의 반복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것이 학대 현장에 대한 처벌 위주의 대책에 앞서 문제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모나 교사 등 아동보호자들이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아동에게 행하는 모든 물리적·정신적 폭력이 곧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짚어볼 점은 인천 어린이집 교사를 비롯해 상당수의 아동학대 교사들이 아이를 학대해 놓고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2008년 영하의 날씨에 5세 아동을 발가벗겨 외부에 세워둔 보육교사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고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안들을 접할 때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동학대가 ‘교육’이나 ‘사랑’으로 포장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동권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훈육은 분명 필요하지만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된 훈육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동학대 사건이 확인된 인천의 한 어린이집 (출처 : 경향DB)


유엔은 1989년 ‘어린이는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인간’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아동권리협약’을 선포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을 권리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즉, 어린이를 연약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권리를 지닌 능동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훈육 차원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상처가 된다면 그것은 아동학대다. 부적절한 훈육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를 엄연한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 ‘어린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학대 가해자들이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폭행을 훈육의 일종이라고 합리화할 수 없을 것이다.


오종남 |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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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