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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2 [기고]루게릭병 환자에게 희망을

요즈음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쉽게 풀이하면 ‘얼음물 샤워’ 혹은 ‘얼음물 뒤집어쓰기’ 운동이라고 하겠다.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후원금을 모으려는 취지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8월8일에는 한국에서도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기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8월29일 기준으로 4000명이 동참했으며 기부액도 2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1000억원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기부문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이 운동이 기부라는 본질을 벗어나 이벤트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이도 있다. 유명 인사들 중 일부가 자기홍보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이벤트로 이용하는 경우도 혹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유명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함으로 언론매체를 통해서 우리 협회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관심을 갖도록 했으며 기부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협회를 홍보할 연예인 홍보대사를 섭외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자연스럽게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형국이 되었으니 상전벽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가 이 협회에 처음 참여할 당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임원들 대부분이 환자나 환자 가족이어서 협회 활성화가 어려웠고 재정도 정부나 외부 단체로부터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회비와 일부 소수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협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협회가 환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경제적 도움보다는 위로와 환자 케어에 관한 정보뿐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외부로 다니면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이 병에 관한 설명을 하면 처음 듣는다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희귀성 질병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금 실적도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운동으로 많은 홍보가 되었으니 협회의 홍보이사직을 맡은 필자로서는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출처 : 경향DB)


루게릭병의 정식 의학적 명칭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이다. 운동신경원 질환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손발에 힘이 없어 무기력한 상태였다가 점점 온몸에 힘이 빠져 사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마비상태가 되며 결국 눈동자만 움직이는 식물인간으로 지내다가 사망에 이른다. 이 병으로 확진되면 50%가 3~4년 안에 죽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루게릭이 이 병으로 고생하다 2년 만에 38세로 죽으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질병이며 그래서 그의 이름을 빌려 루게릭병이라 명명했다. 이 병은 현재 치료약이 없다. 즉 아주 특이한 질병으로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병으로 확진되면 희망 없이 절망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또한 이 병이 발생하면 가족 중 누군가가 24시간 환자를 옆에서 보살펴야 한다. 주로 배우자가 이 일을 감당한다. 자연히 가정 경제는 어려워진다.

치료약이 없으니 정부의 도움은 1급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간병인 보조가 전부다. 그리고 환자 혹은 환자 가족끼리의 교류도 없으니 외롭게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전국 어디에도 환자들을 위한 쉼터나 요양소가 없다. 그래서 협회의 존재만으로도 환우나 가족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협회에는 2000명 환우가 가입되어 있다. 협회는 이들에게, 특히 가난한 중증 환우들에게 의료비 보조나 혹은 의료보조기구를 전달하고 있다. 협회의 예산 규모는 작고 보살펴야 할 환우는 많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얼음물 샤워 운동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루게릭병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 죽을 때는 루게릭병 환자의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중택 | 시인·한국루게릭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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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