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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7 [공감]하얼빈 감옥, 안중근 의사가 듣는다면

다른 때도 아니고 8·15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지사의 순국 장소쯤이야 잘못 말해도 국정의 최고책임자 권위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값도 따지기가 민망한 송로버섯 상어지느러미 등 산해진미를 만끽하시며 생활고와 폭염에 시달리는 국민들 농락하기에 재미 들린 동종들의 무뇌구조로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일을 하나 말하겠다.

중국 랴오둥 반도 남쪽 끝에 자리한 뤼순감옥은 항일운동의 주요 국가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그곳은 중국, 조선의 독립운동지사 등 2만여명이 갇혀있던 옥사들과 행적들을 그대로 공개해 놓았다. 놀랍게도 그 안의 가장 큰 공간을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만들어놓고 안 의사의 흉상은 물론 양쪽 벽에는 안 의사의 옥중 서법이라 하여 옥중에서 쓴 서체들을 빼곡히 전시해 놓았다.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한 안 의사의 사적은 수십년 동안 항일 전쟁을 치른 중국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숭고한 의기의 발현으로 이를 후세의 귀감으로 삼고자 중국 정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뤼순감옥의 악명은 익히 알려진바, 안중근 의사는 그곳에서 사형당해 매장되었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유해발굴에 실패했다. 신채호 선생과 이회영 선생도 그곳에서 옥사했는데, 끔찍한 고문과 교살, 매장의 현장은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안에 있는 안 의사의 흉상. 하얼빈 _ AFP연합뉴스

한편 중국 광저우에는 열사릉원이 있는데 그곳은 1927년 광저우 의거 당시 참가했던 150명의 조선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려 중조인민우의정(中朝人民友誼亭)이라는 큰 정자를 세우고 기념비 또한 광저우 의거 당시 부총지휘관이었던 예지엔닝이 직접 써서 모셔놓았다. 지난 7월 38도가 넘는 폭염 속에 그곳을 찾았던 날, 나는 소주 두병과 북어 과일 등을 차려놓고 큰절을 올리며, 조국을 되찾겠다고 수천리 길을 떠나와 젊음을 바쳐 싸우다 몰살당한 그분들의 영혼에 빌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해방 71년을 맞고서도 통일한반도의 미래를 열지 못했고, 사드 배치 문제로 또다시 전쟁위기를 맞고 있으니 정말 송구할 따름입니다.”

또한 <백범일지>에는 김구 선생이 창사(長沙)에서 남목청 사건(1934)으로 총상을 입고 와병 중일 때 장제스가 하루에도 몇번씩 전문을 보내고 치료비를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 정부가 대일항전 중 전시수도를 충칭으로 옮겼을 때 임시정부도 이전을 요청하자 차량을 제공해 수천리 길을 이동하게 도와주고, 광복군 창설을 수락, 지원해준 관계상들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중국 곳곳에는 임시정부 등 조선독립운동의 유적들을 잘 보존해 놓았는데, 그것은 실제 중국의 애국주의가 자라는 장소로서 많은 학생들이 그곳을 참관하고 있다.

반면 8·15 해방의 감격도 잠시, 한반도를 분할 점령했던 미국은 어떤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던 맥아더는 1950년 10월 중국의 참전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트루먼에게 긴급 타전을 보냈다. 핵무기 26개만 보내주면 이 한반도를 지구상에서 흔적조차 없애겠다고. 맥아더의 열망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우려 때문에 수용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난민들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운명이었을 터이다.

많은 독립투사들이 조국 광복에 목숨 걸고 싸울 때 일본 관동군 소좌였던 박정희, 그 후계자라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의 최고 수뇌라면, 조선독립운동의 장소들을 소중한 애국주의 교육기지로 삼고 있는 중국 정부에 민망해서라도 박정희기념관을 축조하는 데만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송로버섯은 아니어도 소주 한병 과일 몇 개라도 들고 그 어디든 찾아뵙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백원담 |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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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