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선출됐다. 득표율 51.1%로 가까스로 결선투표는 치르지 않게 됐다. 안 대표는 대표 출마 당시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태에 대해 더 많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위기에 빠진 당을 살리려면 당 창업주인 안철수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더 많은 당원들이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구원투수로 돌아온 안 대표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은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지지율 꼴찌일 정도로 시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 인사 대응에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주요 현안마다 일관된 노선이나 명분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당내 누구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을 안겨줬다.

당의 정체성 확립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겠다. 배타적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고도 했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제3당으로서의 캐스팅보트는 분별력있게 행사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그간 보인 모습은 그런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되레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가 하면 호남여론에 밀려서야 정부와 협력하는 등 중심을 잃은 행태를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안 대표가 목표로 삼은 다당체제를 위해서는 인물과 정책, 정치 행태 등 모든 면에서 차별성과 참신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안 대표는 ‘극중(極中)주의’에 대한 개념과 지향점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말이 쉽지 중도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대표가 말한 것처럼 좌측과 우측의 중간을 찾아다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당대회 전후 불거진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비안(非安·비안철수)계 인사들과 화합하는 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당·정치개혁을 위해 당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일도 미룰 수 없다.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 낡은 정치를 답습해선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활로를 찾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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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는 안 전 대표의 출마·불출마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그것도 3등 후보가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조기 등판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불출마론 요체다. 반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 창업주가 결자해지하는 게 책임 있는 태도라는 주장은 출마론의 핵심이다. 어느 쪽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벌거벗은 권력정치’를 보는 느낌이다. 명분의 옷을 입지 않은 채 오직 권력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안철수 등판’ 논란은 호남 (결별), 더불어민주당 (연대), 제3지대 (위상), 중도보수 (통합)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 아닌가.

이 아슬아슬한 ‘파국적 균형’(안토니오 그람시)의 시작은 안철수다. 2011년 기성정치에 균열을 내며 등장했던 새 정치, 지난해 총선 정당 지지율 2위를 이끌었던 돌풍, 그리고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이 몰고 온 위기 이 모두는 안철수 이름 석 자를 빼고 국민의당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안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반대파 의원들과 만나 “나는 완전히 바뀌었다. 새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복귀와 출마 비판에 대한 단호한 답변이다. 내겐 안철수의 지난 6년을 되짚어 봐야 하는 역설로 들렸다. 안철수의 시간은 과연 변화와 혁신의 궤적이었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8·27 당대표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2012년 18대 대선 무렵은 제3지대 기대치가 커지던 시기였다. 대선 자체가 양강 구도, 이념전으로 흐른 데다 박정희 대 노무현 대리전이라는 유훈 정치 조짐까지 보태지면서다. ‘안철수 브랜드’인 새정치는 그 틈을 비집고 제3지대를 거머쥐었다.

그해 5월30일 당시 부산대 강연에서 “정치가 과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10년째 한쪽에선 어떤 분 자제라고 공격하고 한쪽에선 싸잡아 좌파세력이라고 공격하는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치 데뷔 무대에서 정치권을 ‘낡은 프레임, 낡은 체제’라고 직격하며 스스로 ‘양쪽을 다 긴장시키는 정치쇄신의 촉매’라 규정했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정치권 주류질서도 변했다. 보스 주도의 엘리트 관료집단, 민주화 세력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 집단과 디지털 세대가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적어도 20대 총선까진 ‘안철수식 새 정치’가 통했다.

2017년 대선 전후, 정치권은 과거와 달라졌다. 보수 진영은 초유의 분당(분화) 사태를 맞았다. 바른정당은 극단적 보수를 거부하며 자유한국당과 갈라섰다. 9년 만에 정권을 잡은 진보개혁 진영은 실용 노선을 거부감 없이 껴안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김현종·박기영 인사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 어디에서도 ‘중도를 확보하라’는 구호가 들리지 않는다. 이미 양극단을 거부한 채 각자 필요에 따라 좌우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제3 정당 처지에선 진보와 보수를 배격하는 중도적 태도로는 설 자리가 없게 됐다.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다당제의 축은 국민의당이 살아야 유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는 좌우파가 아니다”라는 근본주의적 중도주의에 빗대 ‘극중주의’를 선언했다. 지난 6년 동안 정치는 변했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의 제자리걸음이 남긴 후과는 결코 작지 않다. 정치 신상품 ‘안철수 현상’은 낡았고, 국민의당은 제3 정당 가치를 잃었다. 출마 논란에 가려졌을 뿐이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은 이 시기를 “친안철수 세력과 호남의 파국적 균형이 깨지면서 완전한 파국으로 갈 것인지, 새로운 합의를 통해 재균형으로 수렴될 것인지, 이도저도 아닌 채 갈등만 장기화할 것인지 갈림길”이라고 진단했다.

재균형으로 수렴되려면 안철수의 목표는 탈안철수여야 할 것 같다. 국민의당이 서 있는 ‘파국적 균형’의 끝도 결국 안철수다.

정치부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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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8월27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면서 “선당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증거조작으로 구속된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불과 22일 만에 자숙을 끝내고 ‘당을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뭘 내려놓고 무슨 책임을 지었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8·27 당대표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말마따나 국민의당은 당 존립에 치명상을 입었고 여론은 극도로 악화돼 있다. 당 지지율은 5개 정당 중에서 꼴찌인 4%대로 내려앉았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런 처지에서 국민의당 새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는 당의 생존이 걸려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새 정치를 기반으로 창당된 정당이 거꾸로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줬으니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과 후보가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 전 대표는 당을 구하기 이전에 자신의 조기 등판을 놓고 당이 들끓고 있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당내 의원 12명은 “책임정치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당 원로들은 출마 강행 시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작 당은 두 동강 날 판이다. 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등장할 때 안철수식 새 정치는 크게 각광받았다. 구태에 신물이 난 시민에게 새 정치 구호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이제는 흔적조차 희미하다. 그가 보여준 우유부단한 태도와 말바꾸기, 모호한 정체성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안 전 대표는 지금 나서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설 수 있도록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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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이었던 김인원 변호사를 각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 등 윗선에 대해서는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 비대위·의총 연석회의를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하는 모양을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 같지 않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검찰 수사 결과가 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와 같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회의석상에서 “우리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을 하면서 이번 사건이 당원 이유미씨 개인의 일탈로 확인된 것에 안도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대국민 사과 한마디 한 것으로 제보조작 전체에 대해 면죄부라도 받은 것 같은 태도다.

어제 발표된 검찰 수사의 내용은 국민의당 지도부가 제보 조작에 개입한 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일 뿐 당에 책임이 없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검찰이 김성호·김인원 등 두 사람을 추가 기소한 것 자체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도 ‘두 사람이 문제의 제보가 허위인 줄 알면서 폭로했을 것이라는 검찰의 의심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새로 당 지도부의 개입이 드러날 수도 있다. 또 법적 책임이 없다 해도 당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은 남아 있다.

국민의당은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는다. 안 전 후보가 당 대표로 출마해 쇄신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어제 대국민 사과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당이나 안 전 후보의 인식이 이렇다면 당의 새 출발 약속은 의미가 없다. 조작된 제보를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발표하는 것은 공당의 모습도 아니거니와 새 정치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안 전 후보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날 “원점에서부터 제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한 것을 되새겨봐야 한다. 당 또한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쇄신하지 않는 한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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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의혹 제보를 조작한 사건이 열혈당원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은 “박지원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인지했을 만한 어떠한 증거와 진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의 부실 검증에 대해선 “증거를 조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만든 상황에 당은 무력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개 평당원이 어설프게 만든 녹음 파일 하나에 당 전체가 놀아났다는 얘기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7월 4일 (출처: 경향신문DB)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5일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개입’이란 의혹을 긴급 발표했다. 이후 공식 회의에서는 물론 각종 유세와 토론회, 논평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민도 속고, 당도 속았다”고 한다. 제보 폭로를 주도한 공명선거추진단의 단장, 부단장은 검사·기자 출신이다. 이들도 이런 엄청난 제보를 접한 뒤 제보자란 사람과의 접촉이나 확인 한번 거치지 않고 그냥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로 믿기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당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윗선 수사에 나선 날 안 전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무관하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다. 안 전 대표는 당 조사에서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전부다. 알았든, 몰랐든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가 표방했던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박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말장난 같은 해명만 올려놓을 뿐 직접 사과는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그는 “조작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 내가 관련 없다면 추 대표는 뭘 내놓을 건가”라고 반문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최대 기반인 호남에서 자유한국당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지지율이 얼마인지보다 당이 계속 존립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할 정도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무너지는 당의 추락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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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발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쳤죠.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며 북한을 압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말하며 한국을 당황케 했습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안보가 한국의 아킬레스건임을 새삼 곱씹어야 했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운신 폭이 크지 않다는 현실도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최선의 정책은 평화의 확장입니다. 평화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럴수록 한국의 목소리는 커질 테니까요. 평화의 공간이 줄고 대결이 고조될수록 우리의 목소리는 강대국의 고함 속에 잠기는 법이죠.

안철수 후보는 평화에의 확신이 없어보입니다.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안 후보는 ‘국가 간 합의’를 외치면서 찬성으로 돌아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도 재개에서 유보로 바꿨죠.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도 시기상조로 돌아섰고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도 계승에서 침묵으로 바꿨습니다. 하나같이 중요한 외교 사안인데 모두 평화 쪽에서 대결의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운데)가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유세에 앞서 시민들을 향해 두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게다가 그 변신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습니다. 사드 입장 변화에 대해 안철수 후보 본인도, 박지원 대표도 사정이 바뀌었으니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바뀐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 정세나 북한 위협 등 사정은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뚜렷이 달라진 것은 보수층 지지를 받기 시작한, 안철수 후보 본인의 사정입니다. 선거를 위해 안보를 가벼이 대하지 않나 싶어 우려스럽습니다.

말하지 않은 그 무슨 심각한 고려가 있었다 치더라도 걱정이 싹 가시지는 않습니다. 국가 간 합의가 자연의 법칙이 아닌 것은 정작 미국 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들고나오는 바람에 확인할 수 있었죠. 미국과 중국이 맞붙을 가까운 미래에는 유연한 입장을 통해 청과 명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광해군의 지혜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인식은 교조적 외교로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인조의 실수를 떠올리게 해 우려됩니다.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던 안 후보의 호기를 기억하기에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대표가 2014년 꾸리자마자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소멸했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그 이름이 이어졌죠. 안 후보가 탈당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되면서 ‘새정치’라는 수식어도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안 후보 하면 ‘새 정치’였습니다. 그 새 정치를 위해 안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와 새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승자독식 선거제가 양당제를 구조적으로 강제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단이었죠.

안 후보의 새 정치는 딱 여기까지였던 듯합니다. 천정배 의원을 공동대표로 내세우며 호남 민심을 노렸고 박지원 의원을 위시한 동교동계를 대거 받아들였죠. 국민의당은 호남당이 됐고 총선에서 호남을, 호남만을 휩쓸었습니다. 이를 안 후보는 ‘녹색바람’이라 불렀죠. 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의 양당제 경향을 지역표로 극복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영국의 양당제하에서 스코틀랜드 민족당이 비슷한 예죠. 노동당과 보수당이 대변할 수 없는 특수한 이익, 즉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를 내세워서 이들은 제3당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바로 국민의당의 전략이었습니다. 즉 안철수표 새 정치, 국민의당은 한국 특유의 지역정치를 잘 이용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죠.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 비행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손을 맞잡은 순간을 모두들 기억하실 겁니다. 수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희망을 주었고 살육과 대결로 이어진 반세기 남북관계를 돌려놓는 감격적 계기였습니다. 그해 8월 개성공단 사업이 첫걸음을 떼었고 금강산 관광사업도 탄력을 받았죠. 당장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던 남북은 화해의 무지개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남북관계에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고 세계는 노벨 평화상으로 박수를 보냈죠. ‘햇볕정책’은 말 그대로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었습니다.

새 정치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안 후보가 말한 새 정치의 정체가 궁금한 때이기도 합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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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전 대표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나도 참여해서 한 표를 던졌다. 두 사람 외에는 사실상 유력 후보가 없다 하니 어쨌든 정권교체가 확실하고, 그러면 이제 ‘촛불혁명’의 2단계란 것도 달성되는 건가?

그런데 뭔가 매우 찜찜하고 부족하다. 굉장히 익숙한, 김 빠진 국산맥주를 종이컵에 부어 들이켜는 듯한, 외려 더 목마르고 답답해진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호사가 ‘아재’들이나 종편은, 매일매일 몇 자 구도, 여론조사 산수놀이에 열을 올리고, 별 논쟁거리도 안될 논쟁을 만들어내는데 왜 이런가? ‘아름다운 경선’이었다 자찬들도 하는데, 나 자신 지난달 자동응답(ARS) 전화투표 참가 신청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져버렸다. 이른바 ‘어대문’ 상황이라 그런가? 그렇진 않다. 1·2위 간 격차가 좁아진다 가정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가 3일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늘 봐오던 익숙한 ‘현실 정치+정치소외’의 구도 아닌가? 일부 ‘빠’들은 우상화와 비이성으로 무장하고 다른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벌떼처럼 공격하는 것을 낙이자 자랑으로 삼는 듯하다. 그러나 외려 그들이 맵차게 행동할수록, 다른 다수의 시민들은 뜨악해지고 정치에 대한 염오가 커진다. 한때 정치인 팬덤이 정치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적이 있었다. 이젠 아닌 듯하다.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회의해야 한다. 폭력과 욕설로 중무장하고 역사의 발목을 뒤에서 잡아채려 한 박사모만의 문제인가? 박근혜에게 박사모가 눈을 멀게 하는 암종이었듯, 다른 정치인들도 열광적 지지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선거철답게(?) 멋진 공약도 넘쳐나지만 진정성이 있다고는 여기기 어렵다. 탄핵정국 이후 야당 의원들은 각기 스타가 돼 방송 출연을 하거나 선거운동하느라 바빠선지, 개혁입법을 단 하나도 통과 안 시켰다. 18세 선거권 하나 못 만들어낸 원내 1당과 다른 당들의 개혁의지를 얼마나 신뢰해야 할까? 과연 이제 젊은 세대의 대선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이르러 찜찜함의 결정적인 이유를 만난다. 노동자, 여성, 청년들은 대선판에서 배제돼가고 있다. 익숙한 상황이다. 당원들과 지지자들끼리의 바람이 있는진 몰라도 그들과 함께하는 바람은 잘 모르겠다. 백화점식 공약 나열 앞에 대선이 ‘내 일’이라 여겨질 진정한 논쟁이나 참여는 없다. 후보들 중에도 청년·여성·노동자들이 ‘진짜 내 대통령’이라 여길 만한 신선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잘 안 보인다. 대신 욕심꾸러기 영감님들과 권력기술자들이 정치공학으로 판을 수놓는다. ‘정치소외’는 이 모든 것의 결과이리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경선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ㅣ연합뉴스

만약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젊은이들의 투표율은 다시 낮아지고 결국 환멸이 온 나라를 덮을 것 같아 불길하다. 실제로 서울대 ‘대학신문’(4월3일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서울대생의 30%가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한 학생은 ‘대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6.4%가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라고 답했고, “정치에 무관심해 후보들에 대해 잘 몰라서”라는 답변(32.4%)이 뒤를 이었다 한다. 왜 이럴까? 이런 큰 무관심은 어떻게 ‘촛불’과 병립하는가? 아마 일하느라, 입사시험 준비하느라 바쁜 젊은이들 대부분이 비슷해지고 있는 거 아닐까?

전적으로 정치권의 책임이다. TV 프로그램에서도 앞다퉈 정치를 다루고, 헌법을 논하고 설명하는 책들이 수십만권 팔릴 정도로 시민의 주권의식과 참여의식은 높아졌지만, 대선은 과연 거기에 부응하는 방향인가?

촛불과 정권교체는 양가적 관계를 맺는 듯하다. 일면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하는 것은 일종의 연착륙일 수 있겠다. 즉 ‘이명박근혜’ 시대의 종결과 새 민주정부의 시발은 ‘촛불 여망’의 공약수이자 최소치다. 반면 ‘그들만의 리그’식으로 진행되는 대선은 촛불의 한계다. 대선이 오히려 촛불을 배신하고 그 변혁성을 진압하는 수동혁명이 될 거라는 불길한 예언은 이미 나오기도 했었다. 자다 봉창 두드리는 듯한 대연정이니 개헌이니 하는 소리들과 박근혜를 구속하자마자 ‘사면’ 논란부터 나온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러려고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나?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아래로부터의 정치에너지가 급격히 소진되는 느낌이다. 퇴진행동이 촛불을 여의도 국회로 가져가지 않은 것(못한 것)이야말로 최대의 아쉬움이다. 적어도 이런 견지에서는 ‘대세’란 허망하다. ‘대세’가 그러니 뭔가 억지스러운 ‘이자구도’도 자동 기각이다. 촛불의 연장으로서의 대선, 개혁과제를 진짜 수행하기 위한 대선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 촛불은 ‘다른 사회’를 원한다.

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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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 경선에서 최종 75%를 얻어 19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안 후보는 지역별 경선 압승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자강론에 힘입어 경쟁자인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낙승했다. 여세를 몰아 그는 일약 여론조사 지지율 2위로 수직상승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권에 처음 도전했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저 안철수, 2012년보다 100만배 강해졌다”고 했다. 안 후보는 연설 곳곳에서 꿈과 미래를 강조했다. “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확실히 과거보다 권력의지가 단단해진 게 느껴진다. 그러나 미래 대통령을 꿈꾸는 안 후보에겐 현재 놓인 난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구보수와 개혁 사이 모호한 정체성을 지적받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한 보수층은 안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선지 안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남북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선에선 통했을지 모르지만 본선에선 이런 모호한 정체성으로는 양쪽 모두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경선후보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마치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의 맞대결”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의당은 39석으로 원내 3당에 불과하다. 민주당(120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세다. 설사 집권을 하더라도 제대로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3당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호남당의 외연을 어떻게 확장시킬지 궁금하다.

안 후보는 새 정치를 표방하며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를 실천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 20대 지지율은 11%, 30대는 13%에 불과했다. 문 후보의 20대(40%), 30대(44%) 지지율 3분의 1도 안된다. 정치 입문 당시 열성적이었던 20~30대 민심 이반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그를 돕던 주변 인물들이 상당수 떠난 것도 포용력 부족 때문이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그동안 안 후보는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에 일관되게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박지원 대표 등 당내 일각에선 연대론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그래서 안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당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안 후보는 이런 의문에 대해 단순히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란 점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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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은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모인 다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사회학자들은 군중의 유형을 다양하게 구분한다. 쇼윈도 앞에 모여든 ‘우연적 군중’과 스포츠 경기관람을 위해 모인 ‘관습적 군중’으로 나누거나, 강렬한 일체감으로 군무에 빠져드는 ‘춤추는 군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군중행동 가운데 언제나 주목되는 것은 집단저항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능동적 군중’이다. 능동적 시위군중은 자칫 충동적으로 변해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구의 대규모 시위는 약탈과 방화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시위군중의 폭력성은 자극에 대한 순간적 반응의 효과이기 쉽다. 생각할 틈도 없이 나타나는 ‘순환적 반응’인 셈이다. 반면에 사람들의 일상적 상호작용은 순환적이 아니라 상대의 말과 몸짓을 알아듣고 이해한 후에 반응하는 ‘해석적 과정’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 모인 100만명이 넘는 군중시위에는 폭력도 없고 순환반응도 없었다. 빼어난 시민의식이라고 했다. 21세기에 ‘무당국가’로 낙인 찍혀 해외에서 추락한 국격을 그나마 100만 촛불시민의 수준 높은 시위문화가 살렸다고도 했다. 그 날 구름처럼 모인 100만의 시위군중은 놀라우리만치 이성적이었다.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점령’했던 거리에 쓰레기 한 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무서운 시민들이었다. 그들이 거리로 나와 외친 것은 광폭한 불만이 아니라 아주 냉철하고 차가운 분노였다. 그들은 충동적 군중이 아니라 서로의 표정을 읽고 연사의 발언에 귀 기울이며 끊임없이 현실을 판단하는 ‘해석적 군중’이었다.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통령 퇴진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 무서운 100만 군중의 차가운 분노는 모든 정세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시간 끌기, 변호사의 입을 통해 확인된 어떻게든 임기를 채우고자 하는 몸부림과 뻔뻔함, 그 모든 것을 냉철하게 포착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 이익에 따라 분열하는 정치인의 타산적 행동 또한 분명히 가릴 것이다. 특히 대안이 되어야 할 야권에 대해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오직 하나의 대오를 만들기를 염원하고 있다. 야권 내의 서로에 대한 비방은 시민들에게는 이기적일뿐더러 때 이른 선거공학으로 비칠 뿐이다. ‘부패’로 망하는 박근혜 정권의 목전에서 ‘분열’로 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박근혜 퇴진의 절체절명한 국면에서 비난은 오로지 이 대오를 이탈하는 경우로만 한정되어야 한다.

이제 저 무서운 100만의 해석적 군중 앞에서, 나아가 그들이 내리는 ‘명령’ 앞에서 야 3당은 하나의 대오로 결집해야 한다. 마침 그 조건도 만들어졌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이미 ‘질서 있는 퇴진’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대권주자들도 대통령 퇴진 대오에 모두 동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광장의 100만 시민과 함께 퇴진운동에 벌써 뛰어들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마침내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제 야 3당은 가슴 뚫린 시민들을 위무해야 한다. 촌철의 상황도 놓치지 않고 차가운 분노로 대응하는 위대한 시민을 이제는 야 3당이 앞서서 끌어줘야 한다. 야 3당이 당리당략을 넘어 박근혜 퇴진운동을 거국적으로 주도했으면 한다. 이번 주말 또 한 번의 100만 군중 앞에서 그 출발을 알렸으면 한다.

나는 이번 주말 다시 모이게 될 광화문의 100만 촛불 군중 앞에서 야 3당이 ‘박근혜 퇴진 2000만 서명운동’을 천명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안철수 전 대표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을 야 3당이 공조해서 2000만 서명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올 연말을 기한으로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나아가 야 3당은 조기 대선을 포함한 정권이양 일정을 합의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히고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했으면 좋겠다.

1986년 2월 당시 신민당과 민추협은 ‘1000만 개헌서명운동’을 시도했다. 전두환 정권의 혹독한 탄압과 감시 속에서 연행과 투옥이 일상화된 가운데 서명운동이 진행되었다. 그 험한 시절 1000만 서명운동을 추진한 민주화의 역사를 되새긴다면 우리 시대에 어디로든 흐르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2000만 서명은 빠르고도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야 3당 대표와 대권주자들이 손을 맞잡고 전국을 순회하며 서명운동본부를 발족시킨다면 여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가 트일 수 있지 않겠는가?

100만 군중을 2000만의 시민행동으로 잇고, 마침내 박근혜의 ‘사설국가’를 정상적 민주공화국으로 되살리는 역사의 과업을 이제 야 3당이 기꺼이 떠안아야 한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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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3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통합이냐 혁신이냐 하는 것이다. 짧게 반추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합노선으로 치렀으나 패배했다. 그럼에도 계속 통합노선을 견지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노선으로 터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당모델이냐 운동모델이냐 하는 것이다. 당명은 바뀌었지만 새정치연합은 2002년 국민경선부터 정당보다는 운동모델을 지향해왔다. 지구당을 없앴고, 당원보다는 시민의 참여를 더 강조했다. 지역대결 구도와 그로 인한 핵심 지지층의 구조적 열세 탓에 소수파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노선 때문에 정당의 풀뿌리 조직이 약화된 건 사실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어정쩡한 스탠스다. 둘 중에 어느 모델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표인지 후보인지 그 롤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유효한 수권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당은 너무 오랫동안 대표 리더십의 공백으로 인해 지리멸렬했다. 당 대표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악역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중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 혁신을 이뤄내면 전보다 훨씬 큰 도약이 뒤따르겠지만 일시적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혁신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다음 대선에 나설 후보로서는 맞닥뜨리기 싫은 게 당연하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길을 100% 배제하는 건 아니나 큰 방향은 정해야 한다. 절충은 어렵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문 대표가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일대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일은 혼자 해내기 벅차다. 하긴 해야 하나 힘은 달리고….

그러나 방법이 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연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에서 새로움을 상징한다. 낡은 체제나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롭다. 대중적 지지가 강한 차기 대선주자들이다. 이들 셋이 힘을 합치면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신한’ 정당이 된다.

문·안·박(MAP) 혁신연대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 먼저 당내 기득권의 맹렬한 저항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 없이 회생할 수 없다. 혁신이 성공을 반드시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혁신이 없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그런데 혁신을 하려면 기성질서 또는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의 저항은 집요하고 격렬할 것이다. 혁신연대를 통해 수구 대 혁신의 대결로 가야 돌파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로섬 경쟁의 위험성이다. 당 대표가 혁신을 하려 해도 대선주자 간의 경쟁 프레임이 작동한다면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 패권주의, 권력욕으로 오해된다. 계파 갈등 또는 대선경쟁의 전초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이 연대하면 이런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문·안·박 혁신연대는 당도 살고, 대선주자들도 살고, 지지층도 사는 삼생(三生)의 길이다.

정치적 흐름이나 여론지형상 새정치연합에 2016년과 2017년은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서도 야권이 앞서고 있다. 관건은 야권이 내부 싸움 때문에 분열하고, 그 때문에 혁신에 실패할지 여부다. 야권이 내분에 발목이 잡히고, 여권에선 개혁파가 대세를 장악할 때 2016년과 2017년은 새정치연합에 ‘어게인 2012’가 될 수도 있다. 분열을 방지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문·안·박 혁신연대다. 이 연대로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부터 셋 간의 경쟁이 펼쳐진다면 그때는 제로섬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 만약 셋이 견제·경쟁하거나 방관·외면한다면 그건 공멸하는 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왼쪽)과 박영선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안철수가 말하는 경제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좌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_ 연합뉴스


한 왕조를 창업한 유방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신에게 독자세력화의 길을 열어줬기에 성공했다. 천하를 움켜쥐기 직전까지 갔던 항우는 독패하다 망했다. 문재인 대표는 권력을 나눠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당 혁신이 성공해야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에게도 기회가 온다. 안 의원은 새로움을 더해야 하고, 박 시장은 시민을 움직여야 한다. 이들은 아직 독자적으로 집권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따로 움직이면 공격에도 취약하다. 대의를 위해 돕고 거들면서 동반성장하는 혁신연대는 재집권으로 가는 지도(map)가 될 것이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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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파동’은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파격적인 측면이 있긴 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민주당의 행태일 뿐이다. (참고로,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세간에선 그냥 민주당이라고 한다. ‘새정치’는 이미 사라졌다는 것일까? 아무튼 필자도 여기서 그리 부르겠다.) 민주당은 꽤 오래전부터 ‘정치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이념이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거나 정치적으로 대표하고자 하는 계급이나 계층이 같아서가 아니라 그저 각자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모여 있을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자영업자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정당이다. 지역 기반의 거대 양당체제에서 그 당은 아무리 못해도 늘 2등은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 당에서 공천만 받아내면 영남권을 제외한 어디서든 일단 당선 가능성은 제법 크게 열린다. 호남권의 경우는 거의 100%이다. 게다가 이념정당들처럼 당의 존립기반이라 할 수 있는 사회세력이 따로 있어 그들이 바깥에서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 계급이나 계층 등의 눈치를 볼 필요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굳이 꼽자면 호남유권자들 정도가 신경 쓰일 터인데, 지역주의가 여전히 변수인 이상 그들에겐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없다. 물론 하나 지킬 것은 있다. 새누리당과는 반드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그 진영논리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누구든 ‘자영업자 모임’에 합류할 수 있다. 요컨대, 민주당은 사회와 시민들로부터, 즉 대표와 책임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부터 매우 자유로운 정당이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새누리당은 당기(黨紀)가 훨씬 센 정당이다. 무엇보다 당의 핵심 존립기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누구도 재벌, 대기업, 부유층 등의 시장세력 및 그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사회 각계 기득권층의 이익에 거스르는 행동을 사사로이 할 수 없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자본계급과 기득권계층의 정당 구속력이 상당하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당기로 작동한다. 이러한 당에서 ‘박영선 파동’ 따위가 일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 당 지도부의 구성, 지도부와 일반의원들 간의 역할분담, 소속 의원들의 정치활동 등을 규율하는 핵심 당기가 늘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는 오직 기득권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만이 존재한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양당체제에서 한 쪽은 수구보수파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반면, 다른 쪽은 그저 ‘잡탕’ 정당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니 사회 구성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의가 정치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을 대표해야 마땅할 제1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의해 무시당하는 작금의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일 개회한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 늦기 전에 세간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새정치’ 담론을 재활성화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이 그토록 오랜 기간 공고히 지속됐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바로 양대 정당 독과점체제의 타파와 민의 반영 정치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새정치의 목표에 수많은 중도파 시민들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열정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안철수 개인의 영향력은 몰라도 안철수 현상만은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그 바탕을 이루었던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지금부터라도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재구성이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제 국가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양당체제가 깨지고, 지역주의가 정치변수로서의 효력을 상실하며, 사회경제적 약자계층과 중도파 시민들의 다양한 선호와 이익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정당들이 들어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와 87년 독과점체제의 개혁에 찬동하는 중도와 진보의 개혁파 정치세력들이 ‘제도개혁 연대’를 맺어 하나가 돼야 한다. 거대 수구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극복하고 체제전환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도-좌파’ 연대를 통한 정계개편이다.


최태욱 |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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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진보적인 시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문재인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판까지 안철수씨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에 대해선 거의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 박근혜씨다. 진보적인 시민들이 박근혜씨를 그토록 반대한 건 그가 단지 보수 후보인 걸 넘어 ‘독재자의 딸(이자 정치적 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시절 목숨 걸고 독재와 싸운 사람들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걸 인생의 모욕으로 여기는 건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독재자의 딸을 그토록 반대하는 진보적인 시민의 아이들이 독재자의 시절 아이들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잘 먹는다. 학교에서 체벌과 억압적 교육도 그 시절에 비해 많이 가셨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 아이의 일상에서 자유와 인권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못하거나 억압적이다. 아이의 행복과 조화로운 성장에 가장 결정적이라는 ‘놀기’의 면에서라면 독재자 시절보다 못한 걸 넘어 비참한 지경이다. 독재자의 시절에도 아이들을 오후 내내 뛰어놀았지만 이제 아이들은 뛰어놀기는커녕 오후 내내 혹은 밤늦도록 컨베이어 벨트 위의 부품처럼 학원을 돌며 시들어간다.


참 이상한 일 아닌가. 독재가 물러난 지 30여 년이고 대통령을 ‘쥐’라고 욕해도 잡혀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며 많은 부모들이 그토록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데, 아이들은 독재자의 시절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역시 이명박과 박근혜 때문인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군대와 경찰이 전국의 초등학교 교문을 지키고 있다가 하교하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실어 나르기라도 하는가. 바로 시민들이 제 아이들을 으르고 달래며 그러고 있지 않은가. 그들 중의 누구도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말하지 않지만 하나같이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들이 말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현실에 반대하다 결국 멘붕에 빠지기까지 한 그들이 그토록 무기력한 현실은 무엇인가.


두 현실을 요약하면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을 게다. 권위주의는 민주화 이전 반세기 동안의 극우독재가 남긴 것이다. 새누리당, 조·중·동을 비롯한 이른바 ‘수구 기득권 세력’이 그 주인공이며, 그들은 여전히 가능만 하다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되돌리거나 거스르고 싶어 한다. 신자유주의는 민주화 이후 특히 구제금융 사태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흐름에 편입하면서 본격화했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몇몇 대기업은 국제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대다수 시민의 삶은 불안정해졌다. 양극화, 정리해고, 비정규노동, 청년실업,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이 그 내용들이다.


아이들의 삶과 관련해서 권위주의는 체벌이나 억압적 교육의 잔재들로 남아 있다.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인적 자원) 생산과정으로 만들어, 독재자의 시절에도 오후 내내 뛰어놀던 아이들을 학원을 돌며 시들게 만들었다. 정권으로 보자면 권위주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모두가 해당한다. 시민은 그에 대응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지한 보수적인 시민은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받아들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지지한 진보적인 시민은 권위주의는 반대하되 신자유주의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접고 산다면

우리가 외치는 진보는, 지키려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 진보적인 시민의 아이들이 독재자 시절 아이들보다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건 결국 그래서다. 진보적인 시민들은 체벌이나 억압적 교육 같은 권위주의 교육엔 단호히 반대하지만, 아이가 학원을 돌며 시들어가는 신자유주의 교육 상황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들의 모습은 체벌과 억압적 교육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말하던 독재자 시절 시민과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빼닮았다.


미궁을 빠져나갈 열쇠 또한 그 빼닮음에 있다. 권위주의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에게서 물러났던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며 물러났던가. 일부 운동권의 몽상으로 여겨지던 권위주의 반대운동(민주화운동)에 시민이 참여하면서 권위주의도 권위주의 교육도 물러나지 않았던가. 신자유주의 교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부 비현실적 좌파의 몽상으로 여겨지는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에 시민이 참여할 때 비로소 물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 막막한 이야기다. 신자유주의라는 초유의 괴물 앞에서 누군들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반세기에 걸친 독재와의 싸움은 덜 막막했던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사람의 힘으로 물리칠 수 있다. 손잡고 힘을 모은다면 말이다. 다 떠나서, 우린 자문할 수 있다. 오늘 독재자의 딸을 반대하는 우리가 적어도 독재자의 시절 시민보다는 나아야 할 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독재자의 시절 아이들보다는 행복해야 할 게 아닌가. 우리가 그조차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접고 살아간다면 우리가 외치는 진보는 우리가 지키려는 민주주의는 대체 무엇인가.



김규항 |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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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인터뷰해 화제가 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오늘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왔습니다. 

제 교수는 여야 경선이 시작되는 지금 타이밍을 맞춰 책을 낸 거 아니냐는 지적에 “어떤 정치적 의도나 계산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안 원장은 제 교수와 인터뷰에서 책을 낸 이유를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판단력 등 충분히 설명을 못 드린 상태에서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데 과연 이것이 온전한 지지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 교수는 안 원장의 복지는 “중산층까지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복지는 “기본적인 틀이 선별적 복지의 아이디어에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원장은 검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과연 대선에 나가는 게 옳으냐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뿐, 나가서 상처받거나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총알 몇방을 맞는다고 해도 이 길이 가야 될 길이라면 그런 건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라디오 인터뷰 전문입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 




◎ 손석희 / 진행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가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이미 아시는 것처럼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인터뷰어로 요즘 화제가 되는 분이기도 하죠. 안철수 원장은 제정임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서 책을 냈는데 정치 경제 사회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 털어놓은 바가 있습니다. 과연 이번 대선에 안철수 원장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존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정임 :

네, 안녕하세요.

◎ 손석희 / 진행 :

제가 나중에 들은 얘긴데 책이 나올 때까지도 남편 되시는 분도 모르셨다면서요. 제정임 교수가 인터뷰해서 책을 내실지는.

◎ 제정임 :

19일 낮에 책이 배포가 예정돼 있는데 그날 아침에 출근할 때 얘기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 제정임 :

예, 그런데 신문사에 있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아, 남편께서.

◎ 제정임 :

예. 이렇게 보안이 필요했던 건요. 아시는 것처럼 안철수 원장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고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 치열한 취재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이 대담을 한다, 그리고 그 대담자가 누구다, 이게 알려지면 아마 정상적인이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당연히 그럴 수도 있겠죠.

◎ 제정임 :

특히 저도 기자생활을 좀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만약에 제가 노출이 됐을 때 대담한다고 했을 때 저는 아마 생업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취재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아마 손석희 교수님도 저를 불러내셨을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뭐 그랬겠죠.

◎ 제정임 :

그래서 이건 책이 완성이 돼서 모든 언론에 공평하게 이렇게 배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보안유지가 불가피하다, 이런 생각을 했고요.

◎ 손석희 / 진행 :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제정임 :

이런 생각은 안 원장님하고 공유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진행이 됐고 5월 중순에 인터뷰가 시작이 됐어요. 그래서 배포가 된 게 7월 19일이니까 한 두 달 정도.

◎ 손석희 / 진행 :

굉장히 빨리 책이 나온 거잖아요.

◎ 제정임 :

예, 빨리 나온 거예요. 예,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는 것도 굉장히 빨리 진행했고 쓰는 것도 그렇고 출판도 사상초유의 빠른,

◎ 손석희 / 진행 :

출판사 쪽에서도 이런 예가 없다고들 얘기하고 있던데.

◎ 제정임 :

이런 예가 없는데 저희는 원래 생각은 아무리 빨리 그 프로세스가 진행돼도 한 일주일에서 열흘은 원고를 넘긴 다음에 이게 시간이 필요할 거다, 이런 설명을 들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7월 말까지 내는 걸 목표로 하자, 이렇게 진행을 했어요. 그런데 5월 중순에서 6월까지 인터뷰를 그만큼은 꼭 필요했던 것이 책 한 권 분량의 인터뷰, 그리고 제가 궁금한 걸 충분히 물어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제가 메모는 했지만 그걸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써야 되잖아요. 제가 정말 그 밤잠을 줄여가면서 원고를 써도 보름 정도는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책의 원고를 완성해서 출판사에 넘긴 게 7월 16일 밤이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리고 한 며칠 만에 나와 버렸으니까.

◎ 제정임 :

그런데 그게 원래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고요.

◎ 손석희 / 진행 :

왜 그러면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서

◎ 제정임 :

그게요. 이게 안 원장이 에세이를 쓰고 있다, 이건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대담인 것 같다 라는 게 이제 언론에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나왔죠.

◎ 제정임 :

그 다음에 상대가 누구냐, 이것에 굉장히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었고,

◎ 손석희 / 진행 :

대담자가,

◎ 제정임 :

예, 그 다음에 출판사가 막 얼굴이 파래져서 의논을 하는 거예요. 판사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리고 출판담당 기자들이 인쇄소가 어디냐, 제본소가 어디냐, 이걸 엄청나게 탐문을 하고 있고 그 쪽에 벌써 지금 취재가 들어갔다, 그래서 자기네가 생각하기에 이건 일주일 열흘을 끌어서 도저히 보안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출판사 쪽의 요구였다는 건가요?

◎ 제정임 :

출판사 쪽의 요구였어요. 100%.

◎ 손석희 / 진행 :

세간에서는 이것이 어떤 타이밍을 안 원장 측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

◎ 제정임 :

그건 제가 이것에 관여한 사람이고 사실 원고 진행의 속도 이런 건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100%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 제정임 :

예.

◎ 손석희 / 진행 :

하필 새누리당도 후보들이 다 결정되고 민주통합당도 결정돼서 이제 경선국면으로 넘어가는 그런 시기란 말이죠.

◎ 제정임 :

예, 예.

◎ 손석희 / 진행 :

그때 책이 급하게 나왔다고 하니까.

◎ 제정임 :

그런데 그건 정말 저는 100% 얘기할 수 있는데 어떤 정치적인 시나리오, 계산, 이런 건 전혀 없었다고 봐요. 물론 그 출판사가 기자들이 와서 진을 치고 있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흘 만에 이걸 낸다는 건 자기는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고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한번 해보겠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 제정임 :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 겁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건 뭐 출판사가 증인으로 있으니까

◎ 제정임 :

예, 그건 출판사가 몇 시에 받아서 어떻게 하고 하는 것도 일정을 다 정리해서 공개를 한 것도 있고요.

◎ 손석희 / 진행 :

인터뷰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됐습니까? 사전에 질문지를 다 주고 그 다음에 준비할 기간을 준 다음에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까? 아니면 주제만 던져놓고 흔히 얘기하는 애드리브, 그러니까 즉흥 질문으로 이루어졌습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제가 진행한 방식은 주제를 미리 예고를 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강연에 가서 평화 얘기를 했는데 그럼 그 안에 담긴 남북관계 개선의 콘텐츠가 뭐냐, 북한 핵에 대해선 어떤 거냐, 그 다음에 이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상황에 대한 의견은 뭔지 이걸 다음 주에 집중적으로 묻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물론 그분은 나름대로 거기에 대해서 뭔가 정리하고 준비를 하실 수가 있었겠죠. 그런데 질문은 미리 드리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게 질문을 이거 이렇게 정리해서 주면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준비하는 게 인터뷰 전체 전달이 굉장히 딱딱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질문하고 제가 필요한 부분에 보완질문을 던지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답변내용 보면 예를 들면 첫째 무엇, 둘째 무엇 이렇게 나름 정연하게 정리가 돼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주제만 던져놓고 개별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했다고 보긴 좀 어려운

◎ 제정임 :

그러니까 그건요. 예를 들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어떤 의견을 물어보겠다, 이렇게 했을 때 본인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어떤 자기 나름의 생각은 정돈을 해 갖고 나왔더라고요. 첫째 어떻고 둘째 어떻고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고 이런 점이 우리가 고려되고 그런 생각은 이미 정돈해서 나와서 그 질문 답변 과정에서 이미 이렇게 된 것도 있고요. 또 가끔가다 보면 대담을 할 때는 대충 뭐 많이 증가한 것 같더라, 약간 줄어든 것 같더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 다음 대담, 일주일 후에 다른 주제를 갖고 만났을 때 내가 지난번에 그 숫자를 약간 상당히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 숫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사후에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진 부분은 있어요.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책 출간을 놓고 사실상 대선출마라고 다 그렇게 분석을 했습니다. 대담자로선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 제정임 :

이건 사실관계에 대한 보도가 아니고 일종에 해석이잖아요. 언론의 해석, 그러니까 이렇게 책을 낸 걸 보고 이 정도라면 사실상의 대선출마다 라고 해석하셨다면 그건 존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볼 여지가 있었다면.

◎ 손석희 / 진행 :

그러니까 자기가 나름대로 풀어놓은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내놓고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는 어떻게 그러면 알 수가 있다는 얘기죠?

◎ 제정임 :

그것까지 제가 물어보진 않았어요. 지지율을 볼 거냐, 뭘 볼 거냐, 이렇게 물어보진 않았고 그런 설명을 저는 이렇게 그냥 수용을 한 편인데 그래서 제가 이 분이 뭐 뭘 보고 동의냐, 뭐냐를 판단하겠다 라는 걸 확실히 얘기할 순 없고 제가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이 분이 책을 내놨을 때 어떤 여론의 반응이라는 건

◎ 손석희 / 진행 :

지지율이라든가

◎ 제정임 :

지지율일 수도 있고 언론을 통해서 나타난 반응이나 그 다음에 SNS를 통한 반응이나 여러 가지 반응이 사실 측정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혹시 안철수 교수는 추정이긴 하지만 대선출마는 이미 생각 속에 굳혀 놓은 상황은 아닐까요? 왜냐하면 책을 이렇게 내놓고 그 다음에 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나가잖아요. <힐링캠프>는 여태까지 문재인 고문과 박근혜 전 대표가 나간 바가 있는데 모두 그 이후에 좋은 반응과 함께 지지율이 올랐다 라는 전례가 있습니다. 그럼 그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나간다 라는 것은 본인이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그에 따른 어떤 여론을 모으기 위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택해서 나간 것은 아닌가, 그렇게 보자면.

◎ 제정임 :

그걸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만 제가 느끼기엔 제가 대담을 하고 아홉 번 이분을 만나고 설명을 듣고 입장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어봤던 입장에서는 저는 그분의 설명이 좀 납득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왜 결심을 아직도 못하고 있냐, 이렇게 물어봤을 때 크게 두 가지를 자기는 걱정한다는 거예요. 하나는 자기가 정치를 안 해본 사람 아니냐, 그런데 시장도 안 해보고 국회의원도 안 해봤는데 다른 것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과연 자기가 잘할 수 있을 거냐, 과연 자기의 자질과 능력이 합당한 사람인가에 대한 굉장한 고민과 어떤 이런 부분이 있다, 저는 그런 고민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가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지지율이나 이런 건 나타나는데 자기가 구체적인 사회현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 갖는 우리사회의 어떤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는 거예요. 물론 뭐 재벌개혁이라든가 여러 가지 강연을 통해서 다른 아이디어들은 이렇게 얘기했지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어떤 판단력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부분에는 충분하게 설명을 못 드린 상태에서 이런 지지율이 나오는데 이게 과연 나에 대한 온전한 지지인가, 그걸 사실은 내가 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분이 이 책을 낼 때의 생각은 이 책을 통해서 자기 생각을 최대한 충실하게 설명을 해보고 싶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 제정임 :

그런 단계이지 뭔가 이렇게 모든 결론을 내놓고 어떤 수순을 밟기 위해서 이 책을 내는 건 저는 개인적으로 아닌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이른바 고민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대담자로서 동의한다 라는 말씀이셨고요.

◎ 제정임 :

예, 예.

◎ 손석희 / 진행 :

또 하나는 현안에 대한 구체성 있는 의견제시가 그동안에 없었던 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현안에 대한 구체성을 나름대로 띠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 부분은 대담자로서 인정하십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이런 거죠. 제가 주도적으로 물어본 것 있잖아요. 강정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FTA 어떻게, 그건 어떤 부분은 어떤 방향제시 정도를 했다거나 이런 건 있고 본인이 중요하다고 제시한 것 있잖아요. 복지, 정의, 평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심도 있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복지를 어떤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어떻게 확충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예를 들면 어떻게 해야 된다, 남북협력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된다 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은 그 안에도 방향제시 정도만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각론으로 많이 들어간 것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상당한 생각이 고민이 있었구나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이제 아시는 것처럼 책이 나오자마자 주로 여권에선 많이 또 혹평도 많이 나왔습니다.

◎ 제정임 :

네.

◎ 손석희 / 진행 :

기대했던 것 보다 별로 아니네, 오히려 안심이다, 뭐 이런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건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제정임 :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분들은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개인적으로 이 대담을 진행하면서 저도 사실은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저도 이제 이렇게 늘 신문방송을 통해서 이분이 출마를 할 거냐 말 거냐, 그 다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했기 때문에 사실은 이제 이분이 얘기한 복지, 정의, 평화부분, 재벌개혁, 이런 부분도 물어봤지만 다른 사회현안에 대해서 골고루 질문을 던졌는데 이분이 생각하는 어떤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 평가,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한 대안이 제가 생각하기엔 어떤 부분에서는 어, 그래? 하고 놀라울 정도로 제가 보기엔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의 진단, 그 다음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정치적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송두리째 폄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치의 어떤 공방의 영역이니까. 그런데 이 책을 꼼꼼히 진지하게 읽으신 분들은 이 책에 피력된 어떤 생각에 공감하거나 동의하거나 혹은 참 반갑다는 생각을 가질 분도 저는 상당히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손석희 / 진행 :

반응은 좀 다양하게 나왔는데요. 예를 들어서 야권에서는 안심이 된다, 비슷하기 때문에 라는 얘기가 나왔는가 하면 여권에서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혹평도 나오긴 했지만 또 한쪽에서는 새누리당의 친박계 한 의원은 예상대로 닮은 점이 있다.

◎ 제정임 :

아, 친박계.

◎ 손석희 / 진행 :

복지모델이라든가 경제민주화 측면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라는 평가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보시기엔 안 원장의 복지모델과 그렇다면 이 복지화두는 사실 박 후보 캠프 쪽에서 벌써 오래 전부터 내놓은 화두이기도 한데

◎ 제정임 :

맞아요.

◎ 손석희 / 진행 :

그게 차별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 제정임 :

그러니까 저는 박근혜 의원이 복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정말 뭐 생애 전 주기를 거쳐서 복지를 확충해야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진 것, 그 부분을 강조한 건 전 굉장히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여권의 정치인 중에서 그렇게 적극적인 복지 어떤 비전을 피력한 분은 저는 없었다고 보니까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요. 

그래서 우리 정치인들이 그런 복지의 구체적인 어떤 정책을 갖고 막 토론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안 원장을 인터뷰를 하고 이제 박 의원의 복지구상에 대해선 제가 신문을 통해서 2차적인 정보를 입수한 그 정도만 갖고 이제 일단 비교를 했을 때는 근본적인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뭡니까?

◎ 제정임 :

안 원장의 경우는 중산층까지도 불안한 사회고 보육이나 의료 같은 것 있잖아요. 건강 문제, 그 다음에 교육 문제, 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을 포함한, 그 다음에 주거 문제, 노후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중산층까지 혜택을 줄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시스템을 지금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도입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이분은 분명한 분이더라고요. 

다만 현실적인 재정여건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증세를 하자, 중하위층도 자기 형편에 맞게 조금이라도 부담하는 쪽으로 국민들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물론 부유층이 많이 부담해야 되겠지만 적극적인 증세를 설득하고 재정을 보완하면서 단계적으로 보편적인 복지를 가야 한다, 다만 지금 당장 급한 사람들을 위한 선별적인 복지도 전략적으로 조합해야 된다, 그런 선명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제가 알기론 언론을 통해서 본 거로는 기본적인 틀은 여전히 선별적인 복지의 아이디어에 있는 것 같아요. 복지의 수혜자를 어떤 특정한 카테고리로 제한하고,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 혹은 그것보다 조금 상층부에, 이렇게 제한하고 다만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넓혀나가자, 다양한 어떤 생애주기의 그런 걸 마련하자, 이런 부분에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를 생각하는 쪽하고 이건 선별적인 복지를 확대해나가자는 모델에 차이가 좀 있지 않나, 이런 부분을 느꼈고요. 또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증세전략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는 분명히 차별성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입니다.

◎ 손석희 / 진행 :

만일에 대선에 나온다면 야권과의 관계가 역시 가장 큰 화두가 됩니다. 야권의 상대는 지금 뭐 누가 야권의 후보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지지율로 보자면 문재인 고문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는. 문재인 고문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가요?

◎ 제정임 :

제가요, 인물에 대한 품평을 물어본 적은 있어요. 박근혜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그랬더니 그분이 자기가 어떤 생각은 있다, 뭐 얘기는 할 수 있다, 누가 물어보면. 그런데 그런 걸 책에 담는 게 적합한지 회의적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갈 거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답변은 좀 안 해도 양해를 해달라,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경제는 진보인데 안보는 보수다, 경제는 진보라는 부분은 알겠는데요. 안보는 보수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의 안보는 보수라는 것인지 예를 들면 지난 정부시절에 쭉 이어져왔던 햇볕정책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부분들도 얘기가 나왔을 텐데요.

◎ 제정임 :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굉장히 많은 언론이 이분의 경제, 재벌개혁 얘기 워낙 많이 했으니까 진보인데 안보는 보수다 라는 얘기를 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아니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아닌가요?

◎ 제정임 :

아니에요. 그러니까 안보는 보수다 라는 게 어떤 의미로 썼는지 제가 명확하게 이해를 잘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냥 그걸 상식적으로 우리나라에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안보개념, 그러니까 남북관계에 약간 기계적인 상호주의, 너네가 이걸 주지 않으면 우리 줄 수 없다, 이런 걸로 생각한다면 이분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 손석희 / 진행 :

예를 들면 북한인권 문제 같은 경우에 지난번에 박선영 의원이 왜 한창 시위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때 거기 현장도 찾아가고 그래서 보수 쪽에서는 또 그 부분을 반겨했던 부분도 있단 말이죠.

◎ 제정임 :

그 부분 있잖아요. 북한의 인권, 그 다음에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 이런 건 이 분이 인권이나 소수자 보호의 관점에서 그건 인류보편의 가치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도 말할 때는 말을 해야 되고 돌봐 줄 때 돌봐줘야 된다, 이런 입장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더 주의 깊게 본 건 남북관계 개선의 노선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해온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상호주의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이쪽을 너네가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걸 우리가 할 수 없다 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이게 우리나라 보수진영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라면 이분은 굉장히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한반도의 어떤 안정이라는 그런 개념에서 꼭 평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나아가서 평화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적으로 정체상태에 놓인 우리나라 경제에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개념에서 굉장히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하고

◎ 손석희 / 진행 :

그래서 금강산관광도 재개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 제정임 :

개성공단을 확충하고

◎ 손석희 / 진행 :

대북포용정책은 과거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대북포용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 제정임 :

그대로는 아니고요. 비판적인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고 북한을 우리의 어떤 기회로 활용하는 것, 적극적인, 그런 부분은 굉장히 강조했고요. 다만 이제 예를 들면 김대중 정부 때 대북포용정책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남남갈등이라고 우리가 얘기하는데 이념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고 포용하질 못했기 때문에 너무 지나친 남남갈등이 소모적으로 일어났다, 그 다음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투명성이 좀 부족했다, 그때 왜 대북송금 이런 문제도 있었지 않습니까?

◎ 손석희 / 진행 :

특검까지 있었습니다.

◎ 제정임 :

예, 그러니까 뭔가 내부적으로 우리 내부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소통이 부족했고 그래서 남남갈등을 유발한 부분, 그 다음에 어떤 대북 송금 문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좋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투명성이 부족한 부분, 이런 건 극복해야 될 어떤 잘못이었다, 기조는 대북관계의 적극적인 개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결코 보수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아마 지금 지지도는 대부분 예를 들면 참신성이라든가 아니면 도덕성, 이런 것들로 지지도가 구축이 됐다고 봐야 되겠죠. 그런데 나와서 검증단계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큰 상처를 입는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서 본인이 얘기를 하던가요? 그러니까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던가요?

◎ 제정임 :

망가질 수도 있을 텐데 거기를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한 동기가 참 궁금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성취한 것만 해도 어떻게 보면 명예롭게 존경 받으면서 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포탄이 막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에 나가는 건데 총상을 안 입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이런 얘기를 물어봤어요. 

그런데 자기는 지금 과연 자기가 나가는 게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그 판단, 온전한 지지인가 자기가 능력이 있는가, 이걸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나가서 상처 받는 것, 뭐 망가지는 것, 그게 두렵진 않대요. 그러니까 자기 나름대로는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뭐 누가 어떤 음해와 모략을 할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자신이 있고 또 그렇게 해서 자기 명예가 훼손되고 상처를 입고 혹은 제가 표현한 대로 총알 몇 방을 맞는다고 해도 이 길이 가야 될 길이라면 그런 건 감당할 수 있다 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제정임 :

네, 고맙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와의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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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