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입장을 천명했지만, 유독 새누리당 초·재선 80여명의 표심만 안갯속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권력 재편은 물론 이후 국회 재구성까지 이들 손에 달린 형국이다.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방관하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고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이유다. 탄핵소추안은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발의됐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비주류 30여명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지도부와 친박계 30여명은 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나머지 60여명은 침묵하거나, “고민 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익명의 그늘 뒤에 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제만 해도 232만명이 전국 67곳에서 촛불을 들고나와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여당 초·재선들이 탄핵안 처리 요구에 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통령의 범죄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대통령 범죄에 동조 혹은 묵인하느냐, 반대하고 처벌토록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판단을 내리고 답해야 한다. 다선 의원들은 파당의 핵심이 돼 있고, 공복으로서 의무보다 정치적 이득에 몰두해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한다.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재선들이 나서야 엉킨 매듭을 풀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보수정당으로의 변모도 때가 덜 낀 초·재선이 주도할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의원이 복종할 대상은 공천장을 준 옛 당 대표도 아니고, 좌충우돌하는 현 당 대표도 아니며, 청와대에서 뭘 하는지 모르는 대통령 박근혜 개인도 아니다. 좁게는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 넓게는 시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시민들이 지금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을 때 후폭풍이 어디로 불지 자명하다. 촛불은 국회, 당사, 지역구 사무실로 옮아갈 것이다. 이미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말한 김진태 의원 지역구에서 촛불·트랙터 시위가 열렸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광장에서 촛불을 켠 고등학생들은 21대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다. 이들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3년 반 전 탄핵소추 때 무엇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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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도 차츰 끝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면조사 최후통첩과 별도로 연일 수사의 강도를 높이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매일 몰아치는 대기업 수사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정조준하고 있다. 뇌물죄가 입증되면 대통령은 퇴진 이후 사저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한다. 30일부터는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특검도 내달 초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국조·특검·촛불이란 파도가 사방에서 동시에 박 대통령을 덮치는 양상이다. 어느 것 하나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2일, 늦어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못 박았다. 야 3당은 각각 탄핵안 준비기구에서 탄핵안을 만들어 이달 말 공동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도 야당 발의 단계부터 동참할지, 표결에만 참여할지 아직 고심 중이나 찬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탄핵을 둘러싸고 불가측했던 안개가 걷힌 것은 다행이다. 이대로라면 수적으로도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필요한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대통령 탄핵 당론 채택을 논의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적 불행이 기어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게 된 작금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부정·거부하고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철회하는 등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겼다. 그리고 되레 ‘탄핵을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의 강경으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이 자진 퇴진의 기회를 걷어차고 장기 농성 태세에 들어감에 따라 탄핵 추진은 불가피한 외길이 됐다.

지금 시중에선 사람 둘만 모이면 어느 자리 할 것 없이 온통 박근혜·최순실 얘기뿐이다. 부끄러움과 한탄, 자괴감에서 비롯된 ‘박근혜 피로’가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은 벌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국정수행은 불가능하다. 피의자 신분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래서도 안된다.

민심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촛불민심에 나타난 시민들의 분노와 기대를 모아 나라의 혼란을 서둘러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새누리당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어느 때보다 대승적으로 타협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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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인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박근혜계 세력의 중심인 김 전 대표가 대선주자 자리를 버리면서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야 3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171석밖에 되지 않아 탄핵 정족수(200석) 확보에 고심해온 야당에 그의 가세는 원군이 될 것이다.

23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하지만 김 전 대표의 다짐이 썩 미덥지는 않다. 김 전 대표는 지난 4년 내내 박 대통령의 국정 독주를 방조했다. 교과서 국정화 앞장서기 등 퇴행적 행태를 보였고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는 선봉에 섰다. 그런 그가 이제 와 박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니 사돈 남말 하는 격이다. 최근에는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새누리당에 있느냐. 몰랐다면 거짓말 아니냐”며 자신의 직무유기를 덮으려는 모습까지 보인 터다.

새누리당을 합리적인 보수로 개혁하겠다는 말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다. 수구적인 발언, 색깔론을 무수히 제기하며 정치판을 흐려온 그가 합리적 보수가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다. 친박 세력이 새누리당의 당권을 쥐고 버티는 상황이니 그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것으로는 보수의 대안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과거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시인하고 통렬히 참회하는, 분명한 자기 청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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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100만 촛불 민심’이 분출한 뒤 야 3당이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여왔다. 광장에서 필요로 할 때에는 뒷전에 있다가, 광장이 비좁아지니까 앞에 서보려고 어깨 밀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야 3당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그간 발끝만 바라보던 청와대와 친박이 고개를 들고 보수 진영에 반격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때 야당들이 정치적 셈을 하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정의당 심상정 대표(왼쪽부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야 3당 대표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그나마 뒤늦게 깨닫고 자성하는 듯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어제 “지난 2~3일 사이 야권 공조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약간 삐걱거렸던 야권 공조가 정상화된다”며 “이번주를 지난 시점에 야 3당 합동의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5일 합동 의원총회 등 공동행동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만나 박 대통령 퇴진을 공동목표로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검찰에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토록 촉구하며, 국정조사와 특검 추천 공조, 시민사회와 협력하기로 했다.

19일에는 제4차 민중총궐기 광화문 집회가 열린다. 야 3당은 집회 안팎에서 촛불에서 드러나는 민의를 부족함 없이 대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 정당 간, 대선주자 간 경쟁은 그 이후에나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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