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어제도 무산됐다. 이로써 김 소장과 김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겼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3명의 지명 철회 없이는 원만한 국회 운영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덕성과 자질, 역량이 모두 모자라는 인사를 추천했기 때문에 인준에 협조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협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 안타깝다. 

야당은 강 후보자가 4강 외교 경험이 없어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그제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 지지 성명을 냈다. 역대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예외 없이 강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보증 섰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야당의 뜻과 달리 민심은 인준을 찬성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인준에 62.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 30.4%보다 배나 높다.

야당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세워놓고 적격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 취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문턱을 세워놓고 임명권자와 후보 탓만 하고 있다. 이는 야당의 목표가 검증 그 자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야당이 대통령을 비전과 정책으로 견제하지 못하고 인사의 문제점만 과도하게 부각해 반사 이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지지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가 과거 청문회에서 과도하게 후보자들을 비판했다고 자성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국회를 찾아 인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청문회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도 이런 소통 노력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당면 최대 외교 현안인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쳤다. 이런 때 외교수장이 청문회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이 14일이다. 야당이 여소야대 국회를 이용해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후보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발전을 바라는 다수 시민의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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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45~50%,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0~45%에 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는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낮은 응답률 등 여론조사의 한계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는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야당의 지지도는 대체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잠재적 야당 지지자들이 실망해서 무당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정부와 여당도 잘 알 것이다. 1987년 민주개헌 이후 박근혜 정부처럼 국민과 높은 담을 쌓은 불통정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까지 이어온 각종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검찰개혁이 바로 그런 약속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내건 약속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통째로 폐기해버렸다. 전 정권에서 있었던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같은 대형 의혹이 현 정권 들어 새로 생겨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 정권하의 의혹에 대해 모른 체함으로써 자신은 전 정권과 다를 것이라고 한 무언(無言)의 차별화 약속을 파기했다. 이어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이 위기 상황에서 한없이 무능함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 비상 상황에서 아무도 대통령을 만나서 대책을 의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심각한 병적(病的) 상태에 있음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불통의 정치, 대통령의 눈을 가리는 정치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에 김무성 체제가 청와대의 의도와 무관하게 들어선 것은 그 자체로써 대단한 사건임이 틀림없다.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혁신’을 한다면서 외부 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산하다. 하지만 여당의 혁신은 전 정권이 저지른 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등 각종 난맥상에 대한 자아비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친이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이 전 정권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반성을 할 리가 없고, 전 정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친박계는 절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주체 세력이 없는 현 정부의 취약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야당의 지지도가 높아야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 정권 초기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등 상황은 야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았다. 과반수 의석에 기대서 철통방어를 하는 비상식적인 여당 지도부에 대해 야당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물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 환경 역시 야당에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야당의 적은 야당 내부에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면 ‘귀태(鬼胎)’니 뭐니 하는 돌출성 발언이 터져 나와서 문제의 본질을 집어삼키곤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도 문제지만 자기 골대를 향해 공을 차는 이런 일이 더 큰 문제다.

야당은 20~30대가 왜 자신들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 20~30대는 ‘88만원 세대’이니 당연히 야당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데 야당의 문제가 있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은 20~30대는 결코 여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야 운동권과 어깨동무하면서 거리에서 투쟁하는 야당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야당이 당연하게 자기들의 지지기반이라고 생각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20~30대와 호남 유권자들을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는 오늘날 야당이 갖고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를 조사할 위원회가 공정하고 강력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고, 또 별도로 특검을 두자는 발상에 대해 흔쾌히 동의할 법조인과 법학교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외하고 그 대신 조사위원회 구성을 야권에 유리하게 한 이완구-박영선 합의안에 대한 야당 내 강경파의 반응은 본능적이고 반사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대안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장외로 나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촉구하는 것뿐이었는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조롱’으로 응대했다. 이런 와중에 대리기사 폭행이란 돌출사태가 일어났으니, 이러다간 세월호 참사가 아예 망각될까 걱정된다. 정부와 여당은 불통이고 야당은 한심하니, 이제는 여야를 대체할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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