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8.31 [사설]‘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 길 연 헌재 결정
  2. 2018.06.07 [공감]우리의 발밑을 허무는 자들

헌법재판소가 30일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과거사 판결과 관련한 헌법적 판단을 내렸다.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국가와 화해한 것이므로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과 관련해선 판결에 적용된 민주화보상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고문·조작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판결을 두고는 관련법인 민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으나, 관련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통해 해당 판결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법원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처음으로 사법농단 피해 구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긴급조치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헌재가 각하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헌재의 이번 선고는 ‘이진성 소장 체제’의 마지막 선고였다. 앞서 헌재는 이 소장 등 재판관 5명이 다음달 퇴임하는 만큼, 현 체제에서 주요 과거사 관련 사건들을 매듭짓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넘어 재판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재는 법원의 재판을 위헌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헌재법 68조 1항을 합헌으로 보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인정할 경우 사법체계가 실질적으로 4심제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이로 인해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 손배소에서 패소한 뒤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헌재가 ‘뜨거운 감자’인 재판소원을 피해간 점은 한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법농단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경로를 열었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고 본다. 당장 민주화보상법 및 국가배상 청구권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됐다. 이들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대법원에서 판결이 변경될 경우 실질적으로 ‘재판 취소’의 효과를 갖게 된다.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적극적으로 인용해 과거의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는 게 도리일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드리운 그늘은 크고도 깊다. 과거사 사건 외에도 수많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분노하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잇단 압수수색영장 기각 등에 비춰볼 때, 법원의 수사 협조를 기대하는 일은 이제 무망해 보인다. 국회는 이미 계류 중인 사법농단 관련 특별법안들을 조속히 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무너진 사법정의를 다시 세우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책무가 국회에 있다. 정부도 보상·배상을 위한 정책적 조치들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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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버린 6월의 오후. 그들은 한국철도공사 건물이 보이는 서울역 앞의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부당해고 4000일, 돌아가고 싶습니다’라는 구호가 천막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2015년 대법원 판결을 받았을 때 우리 심정이 그랬어요. 이건 정치적인 판결이다, 어떻게 1, 2심 판결을 모두 뒤집을 수가 있나. 승복이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땐 생각만 그랬던 거죠. 정말 우리 판결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2015년 7월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통령 독대를 앞두고 마련한 ‘현안관련 말씀자료’는 박근혜 대통령의 4대 부문 개혁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라 여긴 노동 부문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 관계의 정립을 위해 (사법부가) 노력’한 대표적 판례로 ‘KTX 승무원 사건’을 꼽고 있다. 2015년 2월 대법원은 “KTX 승무원들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근로자 파견 관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6월5일 (출처:경향신문 DB)

KTX 여승무원들이 길고 험난한 법정 싸움에 돌입했을 때 그들이 법에 건 기대는 복직만이 아니었다.

“인정받고 싶었어요.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우리가 옳다는 걸. 우리가 떼써서 우리 자리를 찾은 것이 아니라는 걸 법이 확인해주길 바랐어요.”(전 KTX 여승무원 차미선씨)

KTX 여승무원들이 대법원의 선고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 ‘법의 인정(認定)’을 기다리는 그들에게는 초조한 하루하루였지만, 대법원 판결이란 그런 것이었다.

“대법원 재판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언제 판결이 나올지 알기 어렵다. 1년이고 2년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권석천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중)

베일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알 도리는 없지만, 이기든 지든 결과가 나왔을 때 승복하는 것은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주먹’이 아닌 법에 의한 조정을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판결이 공정했으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에 근거한다.

그러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드러낸 사실들은 이 믿음을 송두리째 허무는 것이다.

“판사들은 법정에 들어서는 변호인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애쓴다. 판사의 무심한 눈길 하나라도 법정에 선 사람에게는 ‘혹시 판사가 변호사와 무슨 사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재판의 실체뿐만이 아니라 외관이 중요하다는 것, 밖으로 드러나는 것으로서도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건, 판사들이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말이다.”

한 일선 판사는, 판사라면 누구나 아는 바로 그 ‘외관’의 문제 때문에 특별조사단이 밝혀낸 사실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수사까지 다 해 보아도 문제가 된 판결들이 실체로는 모두 공정했다고 판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미 국민들 앞에 재판의 ‘외관’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수장이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원리 자체를 부정하고 재판을 최고 권력에 갖다 바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판사의 영혼을 판 것이다.”

명백한 사실은 구구한 해석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이제 국민 누구나 인터넷으로 다 뒤져볼 수 있게 된 대법원의 ‘대외비’ 자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장삼이사들의 법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법은 결코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억울함이, 힘없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 아님을 무참하게 확인해준다.

희망의 기초가 되어야 할 법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을 수호해야 할 직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무너져내렸다.

우리가 딛고 선 발밑이 꺼져버린 이 소리 없는 거대한 붕괴에 정녕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정은령 |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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