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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3 [NGO 발언대]‘여혐’ 없는 표현의 자유는 불가능한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정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이 사회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자주 접하는 단어는 ‘여성혐오’ ‘표현의 자유’ ‘검열’ 등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그림 ‘더러운 잠’이나 DJ DOC의 ‘수취인 분명’도 비슷한 논란 구조를 가졌다.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검열 아니냐?’는 반응이 그것이다. 이런 논란 구조와 논의 방식은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마치 공존 불가능한 이항대립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는 결론을 요구한다. 여성혐오라는 문제제기를 곧바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연결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다. 여성들의 문제제기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려서 그른 것은 삭제해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여성들이 경계하는 것은 이분법이다. ‘여성혐오 없는 표현의 자유는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자는 제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통령의 성별을 강조한 적은 없다. 하여 성별은 눈에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유독 ‘여성’이 부각된다. ‘역시 여자는 안돼, 이제 100년 동안 여자 대통령은 못 나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놀랍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4대강으로 온 나라를 말아먹었을 때는 ‘역시 남자는 안돼’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농담으로라도 절대로.

최근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자주 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권력자의 무능과 부패의 문제가 너무 쉽게 여성의 문제로 치환된다. 차별적인 편견이나 그릇된 통념에 기댄 비판은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비판하고 해결해야 할 민주주의 문제다. 그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안에 스며 있는 성차별을 성찰하면서 탄핵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민주주의 국가의 변화된 그림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러운 잠’ 작가도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여성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을까? 그것도 창녀로 상징해서’라는 의문은 든다. 동시에 의구심을 갖는다. 새누리당에서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와 사퇴를 요구하며 대응한 방식과 결국은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왜냐하면 두 가지는 가부장적인 편견이라는 같은 맥락 속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을 벗기고, 남성은 아내와 딸인 여성을 벗기는. 그래서 나는 작가가 비판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이분법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이 문제를 조금 더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성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개인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모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헌법적 가치다. 둘은 공존해야 할 가치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서도 다른 이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우에노 지즈코의 말처럼 ‘젠더질서 속에서 성장하는 이들 가운데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경계하고 성찰해야 한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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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