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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2 [기고]‘105중 추돌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지난 11일 오전 9시45분쯤 인천 영종대교 서울방향 12~14㎞ 지점에서 사상 최악의 105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단 1건의 교통사고에 2명의 사망자와 70명 이상의 부상자는 물론 차량 106대의 엄청난 물적 피해가 기록된 초대형 교통사고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교통사고 원인은 가시거리가 10m밖에 안되는 짙은 안개였다. 영종대교 구간에는 안개위험에 대비한 교통 안전시설물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도로교통 안전관리 부실을 외면하고 1차 사고를 유발시킨 관광버스 운전자에게만 ‘전방 주시 의무 소홀’의 책임을 묻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가시거리 10m의 강한 해무로 휩싸인 영종대교와 같은 도로 상황에서는 아무리 안전운행을 한다 해도 갑자기 나타난 앞차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운전자라도 최초 사고 유발자의 불행한 신세가 될 수 있다. 3000만 운전면허 소지자 중 어느 누가 106명의 운전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번 사고는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다. 교통사고 원인을 관성적으로 단순히 운전자 부주의나 자연재해 탓으로 돌리면 개선은 요원하다. 교통사고의 원인 규명 작업은 일차적으로 경찰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은 안전시설물 부족이나 안전시설 기준 미달, 도로교통 관리 부실 등의 도로 요인은 제쳐두고 운전자에게서만 사고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대법원 판례도 아직은 도로관리 책임 추궁에 매우 관대하다. 이는 후진국 행태다.

선진국에서는 ‘용서해주는 도로(Forgiving Highway)’라는 개념이 오래전에 도입됐다. 운전자의 작은 실수 정도는 용납될 수 있는 안전한 도로를 만들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고 원인이 도로 때문이라고 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도로관리청, 즉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의식하기 때문인지 경찰은 이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도로 관리 부실은 물론 설계 잘못까지도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나 도로관리청에 묻는 경우가 허다하다. 잘못 만든 도로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보상을 정부가 해주다 보면 예산에 큰 부담이 간다. 그러니 예산 절감 차원에서라도 안전한 도로를 만들게 되고,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할 만한 지역에는 미리미리 안전시설물을 보강하게 된다. 즉 교통안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고 원인을 운전 부주의 등으로만 몰고 가니 도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고 교통사고의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12일 인천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이현 교통사고조사계장이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영종대교 105중 추돌사고의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매년 1200억원의 통행료 수입과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에 따라 연간 1000억원, 2013년까지 1조원에 가까운 정부보조금을 지급받아온 특혜 민자도로다.

이젠 특혜에 상응한 책임도 요구해야 한다. 도로시설을 포함한 사고 책임 규명과 도로교통 관리 부실에 따른 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영종대교는 1년 중 절반 가까이, 짙은 해무가 발생하는 곳이다. 상습적인 해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면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가장 먼저 따져야 한다.

그리고 신공항하이웨이(주)에 안개에 대한 안전시설 보강을 권고해야 한다. 첫째, 조명을 비롯한 시각적 주의 유도, 둘째, 기상변화 정보 제공을 통한 감속 유도 정보전달 시스템, 셋째, 안개 제거와 관련된 시설물과 차로 이탈을 방지하는 소음 발생장치와 같은 기타 시설물 등이다. 엄청난 사회비용을 지불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전자 희생양 만들기를 그만하고 도로관리 책임을 높였으면 한다.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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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