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01.14 [정동칼럼]임은정 “아이 캔 스피크!”
  2. 2017.09.27 위안부와 ‘혐한’의 고리

“사기 열전 이사편에 이르기를 ‘태산은 흙 한 덩이도 마다치 않기에 태산이 되고, 바다는 물 한 방울도 가리지 않기에 바다가 된다’고 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서 어떻게 검찰의 발전을 기대하고, 소통을 통한 조직 상하의 일체화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2012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여는 글’ 일부입니다. 제가 당시 근무하던 중앙지검, 직전 근무지인 법무부에서 목도한 현실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눌려 준사법기관인 검사들이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청와대 등 상부의 지시에 수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 거대한 조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으로 고심하다가,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죽어가는 검사게시판을 되살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매달 글을 올렸다가 수년간 지독히도 시달렸지요. 썼다고 부르고, 쓸까봐 부르고…. 고단한 순례자처럼 검사장실, 차장실, 부장실을 수시로 오갔습니다. 검찰 수뇌부의 외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조직의 분열을 조장한다며 징계하겠다는 직속상관의 경고는 용광로인 듯 뜨거웠습니다. ‘마치 자신만이 투사이고 올바른 발언을 하는 양한다’ ‘정치하려고 저런다’ 등 저를 비난하는 동료들의 말은 가시가 되어 촘촘히 박히니 어느새 저는 고슴도치가 되었지요. 아무리 밀어내도 절망이 제 마음 깊이 스며들어 휘청거리곤 했습니다.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 무죄구형을 강행하기 위해 중앙지법으로 가기 직전, 무죄구형의 당위를 설명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렸습니다. “중징계를 받아 검사직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이로써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재검토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하여 검찰이 재심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 있어 일관되게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검사로서 제가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간절한 고언을 덧붙였지요. 수뇌부는 ‘마치 검찰이 부당한 구형을 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도 잘못되었다는 글을 내부망에 올려 외부로 전파되게 하여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징계결정서로 답장을 대신했습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글 게시만은 징계사유가 되어서는 결단코 안된다고 간곡히 당부했는데, 그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아 얼마나 허탈하던지요!

5년에 걸친 소송으로 결국 징계를 취소하였지만, 제게 위법한 지시를 하거나 징계권을 남용한 간부 그 누구도 저에게 사과하지도, 문책당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수뇌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을 썼다고 저를 꾸짖던 분들이 차기 총장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5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임은정 검사는 2012년 과거사사건 재심에서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한 후 겪은 일들과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으려면 위법한 명령을 내린 자와 기꺼이 굴종한 자들에게 책임을 반드시 물어 위법한 명령에 따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지난해 9월 저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과정은 늘 그랬듯 고단했지요. 어떤 검사들에게는 쉽게 허락되는 인터뷰가 저에게는 감히 꿈꿀 수 없는 금단의 열매였습니다. 서글프지만, 기득권은 철옹성과 같이 여전히 강고하고, 그 성에선 세상을 향한 창이 대개 닫혀 있어 신선한 바람이 창턱을 넘어서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게 현실이지요.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상의 인터뷰 사전 승인제가 적법한지를 두고 수뇌부와 두 달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승인을 받았고, 끝내 신고제로 바뀌어 내부게시판 글 게시로 징계받던 제가 자유롭게 언론 기고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 가다 보면, 철옹성 그 철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역사의 물꼬가 결국 트이는 걸 봅니다.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이 최선인 양 주장하고 무죄판결에 불복해온 검찰이 무죄구형하는 것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잖아요! 그간 ‘도가니 사건’ 등 이런저런 참혹한 사건들을 담당하며, ‘세상은 물시계와 같구나, 사람들의 눈물이 차올라 넘쳐야 초침 하나가 겨우 움직이는구나, 사회가 함께 울어줄 때 비로소 역사가 한 발을 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불의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깨우는 죽비소리가 불협화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합창을 위한 하모니로 인정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따뜻한 정의가 넘치는 사회가 되겠지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민원왕’ 옥분(나문희)은 공무원 민재(이제훈)를 졸라 영어를 배운다. 영화사 시선 제공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 세상을 향해 진실을 외치는 내용입니다. 할머니의 간절한 외침은 진실을 외면해온 사람들의 고개를 돌려놓았지요. 이렇듯 시대의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시작되고, 행동은 말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또한 부족한 말을 용납할 수 있는 사회여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겠지요. 더 이상 징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제게 주어진 귀한 기회를 살려 좀 더 용기 내어 부족한 생각이나마 나누어 보려 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

<임은정 |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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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영 중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김군자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귀국한 뒤에도 잊혀지지 않는 고통의 기억으로 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괴로움과 증언이 담겨 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이미지

1991년 8월, 과거 일본군 ‘위안부’였던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를 증언한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화제가 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과거 역사사실에 대해 사죄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낀다는 일본 혐한론자들의 발언들이 일본의 최대 유력 종합월간지인 ‘문예춘추(文藝春秋)’ 1992년 3월호에 특집대담 기사로 실렸다. 기사는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역사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반(反)과 혐(嫌)의 감정을 분출시키는 내용과 비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기사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일본 일간지에 ‘혐한’(한국·한국인에 대한 혐오)이라는 담론이 출현하게 되었고, 혐한은 지금도 한·일관계에 있어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한·일관계에 있어 혐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왜곡과 아픔을 넘어 양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의 본질을 응시하며 어떠한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노윤선 | 고려대 중일어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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