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7.07.27 [사설]삼성 경영권 승계에 우병우와 국정원까지 개입됐다니
  2. 2017.05.23 [사설]넥슨이 우병우 처가 부동산인 줄 안 정황 자료 묵살한 검찰
  3. 2017.03.07 [사설]검찰은 특검의 자세로 남은 비리 파헤쳐라
  4. 2017.03.03 [여적]부끄러운 서울대
  5. 2017.03.03 [사설]검찰 수뇌부와 수시 통화 우병우, 검찰 수사에 맡길 수 없다
  6. 2017.02.28 [사설]우병우 의혹, 이영선 차명폰 50대 다 덮으라는 건가
  7. 2017.02.13 [사설]청와대 파견 검사들 검찰 복귀 불허해야
  8. 2017.01.26 [경향의 눈]전우익과 우병우의 다른 길
  9. 2017.01.24 [사설]지연책 쓰는 박근혜, ‘빠른 탄핵’이 필요하다
  10. 2017.01.10 [장이권의 자연생태탐사기]청문회 증인들의 비언어 의사소통
  11. 2017.01.04 [사설]부패한 권력 검찰을 시민 통제 아래에
  12. 2016.12.27 [사설]최순실·안종범·정호성 구치소 청문회가 남긴 것
  13. 2016.12.23 [최희원의 보안세상]국정농단 우울증, 현실과 환상의 혼란 초래
  14. 2016.12.23 [사설]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우병우의 뻔뻔함
  15. 2016.12.16 [사설]감시 제대로 했으면 최순실·엘시티 추문 막을 수 있었다
  16. 2016.12.14 [사설]진경준에 4년형, 한상균에 3년형이 사법정의인가
  17. 2016.12.12 [아침을 열며]반전의 눈물은 없다
  18. 2016.12.01 [사설]김기춘·우병우는 곁가지 아니다, 주범에 준하는 수사해야
  19. 2016.11.23 [서민의 어쩌면]김기춘법을 만들자
  20. 2016.11.22 [사설]김기춘·우병우 수사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현직 검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모른다는 우병우 전 수석의 발언과 배치된다.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상 검사(대검 범죄정보1담당관)는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7~9월 당시 민정비서관인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삼성 관련 문건, 메모,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검사는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보고서를 승인한 것이 맞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 제가 임의로 혼자서 작성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공판에서는 이 검사가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남긴 메모도 공개됐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속행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전 수석의 음험한 손길이 민정 업무와 거리가 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까지 뻗쳤다니 놀랍다. 작성 시점과 내용으로 추정컨대 민정비서관실의 삼성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돼 국정농단 세력이 범죄를 모의하는 데 활용됐을 수 있다. 정권과 삼성이 뇌물을 주고받으며 윈윈하자는 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기본 구조다. 그런데도 우 전 수석은 보고서 내용은커녕 존재조차 모른다고 잡아뗐으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찬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를 아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법 미꾸라지’인 우 전 수석이 후배 검사의 법정 증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어떤 해괴한 논리와 변명을 들이댈지 궁금하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는 국정원도 동원됐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삼성물산의 대주주이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건네받았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예산과 인사, 기획 등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 한국 관련 (상황을) 관리하고, 내부 상황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른 친구를 통해 더 알아보겠다. 추가 내용은 다음에”라는 내용의 문자도 장 전 사장에게 전송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정원이 흥신소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과거사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은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비리도 철저히 밝혀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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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넥슨이 매매계약 체결 전 땅 주인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은 검찰에서 땅 주인이 우 전 수석 처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종 진술했다. 우 전 수석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으니 특혜 매입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이 갖고 있던 ‘소유자 인적 사항 정리’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넥슨 실무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이 문서에는 ‘이상달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부동산 소유자가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이 2010년 9월로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4월 13일 (출처: 경향신문DB)

검찰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문서를 경시했다. 은행 대출 자료일 뿐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넥슨 실무자 등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하물며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상대를 알려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는 넥슨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의 말을 이렇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넥슨이 매입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도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라인’의 핵심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수사 받는 신분이었음에도 법무·검찰 수뇌부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우 전 수석과 유착한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터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임검사 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과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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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은 어제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한정된 수사기간과 주요 수사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역을 끝내 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의 표현이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특검이 다 드러내지 못한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나머지 부분을 검찰이 밝혀내야 할 차례다. 관건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최순실씨 일가의 의심스러운 재산 형성,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 부정 등은 드러난 것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특검도 인정했다. 검찰이 맡은 역할이 특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등 수사팀이 6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9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특검이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것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한 덕분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여권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까지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또다시 검찰을 조직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이번 검찰의 2차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재가동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초기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이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도 최근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우 전 수석과 한통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민은 검찰을 버릴 것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 특검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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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잘하는데 인성은 별로다. 서울대 출신에 대한 흔한 평가다. 학업적 성취에 비해 인성 발달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능력은 있지만 조직 친화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팀워크를 경시하고, 조직 적응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서울대 내부 평가도 비슷하다. 서울대 교지 ‘관악’은 서울대생의 심리적 특성으로 대인관계 능력 부족, 지나친 자기중심적·개인주의적 경향, 타인의 관점과 입장을 배려하는 공감 능력 및 공동체 의식 부족을 꼽았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어제 2017학년도 입학식에서 “최근 서울대인들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류철균·남궁곤 이화여대 교수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다수의 서울대 출신이 연루된 것을 염두에 둔 자성의 목소리로 보인다. 성 총장은 “서울대라는 이름에 도취하면 오만과 특권의식이 생기기 쉽다”며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르는 리더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모든 이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장도리]2017년 3월 3일 (출처: 경향신문DB)

성 총장의 연설은 지난달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떠올리게 한다. 설문조사에서 ‘2016 최악의 동문상’ 분야 1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3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각각 선정됐다. 또 대한민국 헌정사에 해악을 끼친 인물을 가리는 ‘멍에의 전당’ 분야에서는 98%가 넘는 압도적 비율로 ‘법꾸라지’ 김기춘 전 실장이 꼽혔다. 네 명 모두 사법고시 합격자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인성은 성적순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타 대학에 비해 서울대 출신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국내 최고 대학으로서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대 출신 입장에서는 ‘능력 탓할 게 없으니 품성 갖고 뭐라고 한다’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인성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질이다. 그러니 서울대 출신에게 공동체 의식과 공감 능력을 특별히 더 요구할 이유는 없다. 그런 요구 자체가 서울대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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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10월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청와대와 우병우 수석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던 시점이다. 피의자가 검사와 내통한 셈이니 수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밝혀낸 사실을 당시 검찰은 왜 밝혀내지 못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해 8월16일과 23일, 26일 우 수석과 통화했다. 통화 시간도 각각 10~20분으로 결코 짧지 않다. 공교롭게도 8월16일에는 MBC의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 보도가 있었다. 23일에는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이 출범했다. 지난해 10월25일 우 수석은 이영렬 지검장과도 통화했다. 최순실씨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종편 JTBC에 나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이다. 당시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수사팀을 지휘하고 있었고, 이틀 뒤에는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위해 만든 특별수사본부의 장을 맡았다. 대검은 우 수석과 김 총장의 통화가 일반 행정사항이나 해외 출장 등 일상적인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통화 후 검찰 수사는 우 수석의 비리를 조사했던 특별감찰관의 뒤를 캐는 것으로 변질됐고, 사건의 몸통인 우 수석의 비리 의혹은 유야무야됐다. 대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장도리]2017년 3월 3일 (출처: 경향신문DB)

수사기간 만료로 박영수 특검팀이 그동안 맡은 우 전 수석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 전 수석과 한통속인 김 총장과 이 지검장 체제의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검찰의 수사·정보 라인도 여전히 우병우 라인이 장악하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 수사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은 국정농단의 공범 격으로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영향력하에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내용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법무부를 통해 황 대행에게 보고될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 수사를 검찰이 다시 맡는 것은 모순이다. 우 전 수석 비리에 관한 한 검찰은 수사의 대상일 뿐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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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로 ‘법 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는데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는 것은 수사를 그만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수사를 통해 그가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검사들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시기였다. 민정수석이 일선 검사와 접촉해서 수사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했다면 이는 엄연히 검찰청법 위반이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사들도 죄다 수사 대상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새벽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특검이 막을 내리면 이 같은 청와대 권력과 검찰의 유착은 캐비닛 속에 처박힐 것이 뻔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 검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우 전 수석은 검찰의 상전이다. 게다가 국정농단의 공범인 황 대행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찰을 장악하고 수사에 어깃장을 놓으려 할 것이다.

우 전 수석 문제만이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3개월 쉼 없이 달려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방해로 특검법에 적시된 과제를 온전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못했다. 최순실씨 손발 노릇을 한 ‘문고리 3인방’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수사도 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이 행정관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의 차명 휴대폰 50여대를 개통해 관리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나머지 내용을 더 밝혀낼 수 없다. 특검은 뇌물 공여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 진료’ 의혹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고, 덴마크로 도주한 정유라씨의 국내 송환도 완결되지 않았다. 특검이 막을 내리더라도 게이트의 실체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황 대행이 덮는다고 사건이 종결될 수는 없다.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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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파견된 검사 6명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근무하는 검사 출신 행정관이 검찰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1997년 제정된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다. 그러나 검사는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근무하다 다시 검사로 임용돼왔다. 편법 파견이다. 하지만 정권마다 구태가 되풀이됐다. 노무현 정부 때 8명, 이명박 정부 때 22명,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15명이 재임용 형식으로 검찰로 복귀했다. 그때마다 비판이 일었지만 변한 것은 없다. 이번에 사표를 낸 검사들은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지목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선발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권력과 검찰은 서로 멀리 있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검찰은 권력과 결탁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법을 집행할 수 있다. ‘말을 잘 들으면 눈감아주고, 눈엣가시처럼 굴면 본때를 보이는’ 식으로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발동할 수 있다. 검찰 출신 우 전 수석도 정권과 결탁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 결과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개혁대상 제1호로 꼽힌다.

지난 9일 여야는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2년간 금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청와대 파견’이라는 ‘훈장’을 달고 친정으로 돌아와 패거리를 만들고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독립성을 훼손하는 악순환을 중단해야 한다. 검찰청법에서 검사의 청와대 근무를 금지한 배경에는 ‘청와대 파견 검사는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파견 검사들의 복귀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검사 6명의 검찰 복귀도 불허해야 한다. 이들은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하며 국정농단의 수발을 들었다. 지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 내부에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검찰에서 파견 나온 검사들이 우 전 수석 수사에 소극적인데, 특검이 끝나고 검찰로 돌아갔을 때 조직의 역풍을 우려해서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파견 검사의 복귀는 특검팀 검사의 사기 위축은 물론 우 전 수석 수사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검찰은 청와대와 단절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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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은 2004년 세상을 뜬 농부철학자 전우익 선생을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20년 지기에 대한 과도한 상찬(賞讚)이 아니다. 전 선생의 삶 자체가 그랬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경북 봉화군에서 났다. 예나 지금이나 봉화군은 산골 오지다. 하지만 대지주의 아들이었던 그는 어린 시절 가난과 거리가 멀었다. 10대 때 서울로 올라와 경성제국대학에 들어간 그는 좌익계열의 ‘민주청년동맹’에서 활동했다. 사회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거돼 6년간 옥고를 치른 뒤 귀향했지만 보호관찰대상자로 1988년까지 주거제한을 받았다.

전 선생은 봉화군 구천리에서 작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해가 뜨면 밭을 매고 나무를 심었다. 어둠이 깔리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렇다고 세상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집을 드나들었던 운동권 학생과 문인, 종교인들과 밤늦도록 토론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에 연루됐던 문부식과 김현장이 몸을 숨겼던 곳도, 평생의 절친이던 <몽실언니>의 권정생 작가와 우리말 지킴이 이오덕 선생이 즐겨 찾던 곳도 그의 집이었다.

전 선생은 1993년 신경림 시인의 권유로 펴낸 산문집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가 100만부 넘게 팔리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지위나 권세, 명예가 오를수록 존재 자체는 형편없이 된다”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책 인세는 대부분 사랑의재단에 기부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강윤중 기자

주위사람들에게 “우익이란 이름과 달리 좌익이 마음에 든다”고 농을 치기도 했던 그는 혼자만 잘사는 삶을 경계했다. 가을이면 추수한 콩과 율무, 팥 등을 스님과 신부, 출소한 장기수, 해직교사, 문인 등에게 나눠주려 해남으로, 광주로, 서울로 향했다. 빨래는 세제 없이 물에만 헹궈 널었고, 밥상엔 찬을 한두 가지만 올렸다. 과일은 껍질째 먹었고, 헌 신발은 슬리퍼로 고쳐 신었다. 그는 “덜 먹고, 덜 입고, 덜 갖고, 덜 쓰고, 덜 노는 게 편하다”고 했다. 전 선생의 아호는 두 개였다. 무명씨를 뜻하는 ‘언눔’과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을 의미하는 ‘피정(皮丁)’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봉화 출신이다. 전 선생과 동향이다. 고향만 같을 뿐 성정과 가치관, 삶의 방식은 전혀 다르다. 평생 낮은 삶을 지향했던 전 선생과 달리 우병우는 부와 권력의 정점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영주고 수석입학, 학력고사 전국 53등, 서울대 법학과 진학, 만 20살 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사법연수원 2등 졸업이란 이력이 말해주듯 단 한 번도 ‘뒷줄’에 서본 적이 없다.

서울 중앙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직배영화사 뇌물수수사건, 대구유니버시아드 휘장비리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사건 등을 처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부에 다가갈수록 ‘법 기술자’로 변모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검찰 내부에서조차 ‘냉혈한’이란 평가가 나왔다.

좌절과 실패를 모르던 그는 2013년 검사장 승진에서 두 번째 탈락하자 사표를 낸 뒤 검찰 내부통신망에 짧은 글을 올렸다. “23년간 검사로 살아오면서 다른 길을 걸어본 적도, 돌아본 적도 없다. 보람은 가슴에 품고 짐은 내려놓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보람 대신 야망을 품었다. 짐도 내려놓지 않았다. 2014년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이듬해엔 400억원이 넘은 재산을 공개하며 40대 민정수석이 됐다. 절대 권력의 자리에 앉혀준 박근혜 대통령의 충직한 호위무사가 된 그는 사정기관에 ‘우병우 라인’을 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코너링이 좋은’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처가와 넥슨의 강남역 인근 땅 거래 등 언론이 제기한 숱한 의혹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망국의 춤을 춘 대통령에게 간언하지 않았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에도 눈을 감았다. 청와대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검사 시절 그리도 잘 쓰던 사정의 칼을 빼든 적이 없다. 나라를 망친 직무유기다.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와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던 그는 망국이 아닌 우국의 길을 걸었다고 자부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를 시민들은 ‘법꾸라지’ ‘국민밉상’ ‘리틀 김기춘’ 등으로 부른다. 전우익 선생이 펴낸 <혼자만 잘사면…>엔 이런 글이 있다.

“밭에서 잡초와 독초가 자라듯 세상이란 밭을 갈지 않고 비워두니 어중이떠중이, 깡패, 건달들이 꾀어들어 나라를 흥정하고, 백성을 볶아먹을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다. 논밭 갈 듯 세상도 갈아야 한다.”

지금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논밭 갈 듯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병우는 시민들이 갈아엎는 밭에서 아직 뽑혀나가지 않고 있다. 잡초와 독초를 뽑아야 밭이 산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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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자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훼방을 놓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특검 관계자’를 고소했다. 자중해야 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고소해 처벌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순실씨도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특검의 소환 통보를 6차례나 거부해 수감 중인 최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와 나랏빚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 국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 바깥도 어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가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헌재가 일단 내달 1일 김 전 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등을 심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론은 8명의 재판관이 내리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한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8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조건이 변해 박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걸 노렸을 것이다. 헌재는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술책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선고 일정 등을 가능한 한 일찍 알려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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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우리 모두의 관심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집중됐다. 매일같이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사람들은 흥분하고 분노했다. 그래서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이번 사태의 주체가 되는 인물들이 TV 앞에 나섰을 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여기에 고정되었다. 몇몇 증인들의 용감한 증언이 나올 때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관련된 대부분의 증인들은 ‘모른다’ ‘아니다’ ‘기억에 없다’로 일관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하였기 때문에 청문회 무용론도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들이 대화를 할 때 언어뿐만 아니라 손짓, 몸짓, 자세나 얼굴 표정 등을 이용해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통틀어 ‘비언어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이라 한다. 그리고 이런 비언어 의사소통 덕분에 우리는 유의미한 말이 없었어도 증인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인류가 언어를 처음 사용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언어를 진화시키기 이전의 원시 인류도 의사소통을 했다. 이들은 주로 동작과 소리, 그림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비언어 신호는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이 만나도 손짓, 몸짓을 이용하여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사진)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이 각각 6일과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언어 표현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간파한 사람은 찰스 다윈이다. <종의 기원>을 발표한 후 찰스 다윈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비판에 맞서 그는 여러 권의 책을 발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1872년에 나온 <인간과 동물에서 감정의 표현>이다. 이 책에서 찰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비교하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동작이 사용됨을 강조했다. 이런 유사성은 인간과 동물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고, 그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감정 표현에 대한 찰스 다윈의 놀라운 통찰력은 지난 몇 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비언어 신호는 말을 할 수 없는 아기도 사용할 수 있다. 아기와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은 울음, 웃음, 얼굴 표정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비언어 신호를 이용하여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그래서 처음 말을 걸기도 전에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이 마음속에 그려져 있다. 이런 사실은 인간의 비언어 신호가 영장류와의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비언어 의사소통은 우리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배어 있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할 때 언어와 비언어 신호를 동시에 사용한다. 언어에도 말투, 높낮이나 억양과 같이 비언어 표현이 담겨 있다.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세, 얼굴 표정, 응시, 손짓 등은 말하는 사람의 지위, 상태, 진실성 또는 성적 매력도를 암시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사소통할 때 전달하는 의미의 반 이상(60~65%)을 비언어 신호에 의존한다. 물론 말을 하는 사람의 나이나 성별 또는 말을 하는 상황에 따라 이 수치가 크게 바뀔 수는 있지만 비언어 신호가 우리의 의사소통에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언어와 비언어 신호는 그 내용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이 둘이 서로 상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언어보다 비언어 신호를 더 신뢰한다. 우리는 말이 값싸고, 진실을 쉽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 얼굴의 윗부분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에 의해 주로 지배를 받지만, 얼굴의 아랫부분은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근육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두려움, 노여움, 기쁨, 슬픔, 역겨움 같은 주요 감정 표현은 얼굴 윗부분의 표정을 적어도 하나씩 포함하고 있다. 얼굴 표정 같은 비언어 신호가 얼굴 아랫부분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말보다 우리의 감정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비언어 신호는 언어에 비해 왜곡시키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능숙한 거짓말쟁이는 말과 더불어 비언어 신호도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동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할 때 쉽게 드러나는 비언어 표현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비언어 표현은 동공이 팽창하며 처음에는 눈을 껌뻑이지 않다가 나중에 자주 껌뻑이는 것이다. 일명 ‘동공지진’이다. 두 번째는 얼굴에 표정이 없고, 입술이 굳으며, 머리가 꼿꼿하다. 국회 청문회에서 나타난 익숙한 광경이다.

인간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을 얻거나 지키기 위해, 처벌이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탐지하기 위해 말이나 비언어 신호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한다. 우리 인간이 지닌 의사소통의 속임수와 독심술은 다른 어떤 동물의 능력보다 탁월하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이런 능력은 우리 의사소통에 속임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이권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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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의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비리에 눈감아 오늘의 대혼란 사태를 야기했다. 김기춘·우병우 같은 검사 출신 인사들은 갖은 공작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홍만표·진경준 같은 전·현직 검사장은 공익의 대표자와 사회의 거악이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이 꿈꾸는 세상과 검찰이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자명해졌다. 시민의 감시에서 벗어난 검찰,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검찰은 부패한 폭압기구에 불과하다.

한국 검찰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2200여명의 검사와 7000여명의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찰은 그 자체로 직접적인 수사권을 갖고 있는 거대 권력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도 지휘한다. 경찰이 형사 사건의 97%가량을 처리하지만 수사 주체는 엄연히 검찰이다. 경찰 단독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조차 발부받을 수 없고 경찰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 능력도 없다. 검찰은 기소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봐주기로 작정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아무리 나쁜 사람도 죄를 물을 수 없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기관도 사실상 검찰밖에 없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검찰은 자체 비리에 둔감할 뿐 아니라 제 식구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4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 사법시스템의 원조격인 독일은 검찰에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검찰에 기소·불기소의 재량도 주지 않는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무조건 기소해야 한다. 일본은 경찰이 체포·압수수색 영장 등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시민들이 심사하는 제도도 있다. 무작위로 뽑은 시민 11명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지방 법원마다 설치돼 검찰을 견제한다. 미국에서는 범죄 수사를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고, 검사장을 시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다. 영국은 중대 경제 범죄가 아닌 이상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한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 검찰의 권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검찰을 두려워하지만 검찰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찰에 부여된 막강한 힘은 정의의 편에서 공익을 수호하라는 취지지만 검찰은 강자의 이익을 위해 썼다. 부정한 정권일수록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세우고 민정수석을 리모컨으로 활용한다. 곽상도·홍경식·김영한·우병우·최재경을 거쳐 지금의 조대환까지 현 정권의 민정수석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는 매년 수십명의 검사를 파견받고 있다. 검찰은 정권과 거래하며 전리품을 챙긴다. 입법·사법·행정부의 주요 권력기관은 검찰의 재취업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직 공안 검사인 황교안과 박한철은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으로 옮겼고, 국회는 검사 출신 의원들로 넘쳐난다.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렇게 정권과 한 몸이 된 검찰이 한 일은 시민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이번 게이트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부실·편파 수사를 했고 결국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일을 키웠다. 2년 전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인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정보를 교류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을 때 검찰은 문건의 유출 과정만 문제 삼았다. 우병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하는, 본말 전도로 일관했다. 최순실씨 관련 비리는 지난해 7월 언론에 최초 보도가 났지만 압수수색은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특검 출범이 기정사실화하자 검찰은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시민 통제에서 벗어난 검찰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취약하다는 증거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한 것도 무소불위의 검찰이 대통령 권력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의 의도적인 수사 기피와 검찰 부패를 막는 대증적 처방이라면, 검찰권 남용을 막는 근본 대책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가칭 수사청과 기소청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처럼 주민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직접 선출하자는 의견도 경청할 만하다. 정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중앙집권적인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법무부에 대한 시민 통제도 필요하다. 검사 출신이 아닌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법무부 주요 보직을 전문 행정관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직적인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다만 수사권 조정 등의 문제는 검경 간의 권한 배분이 아닌, 인권 신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에 더 이상 ‘셀프 개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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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자 최씨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백번 양보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답변 내용과 태도는 기가 찰 일이다. 최씨는 사익을 꾀하려고 정부와 청와대를 주물렀다가 국정 마비 상태로까지 몰고 온 장본인이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 도깨비가 박 대통령을 홀려 일을 했다는 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앞줄 왼쪽)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이 26일 수감 중인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개최한 현장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고질이 재발한 점은 아쉽다. 의원들은 의혹을 재탕, 중복 질문을 했다. 특히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위증 교사 의혹을 불렀다. 이는 국정조사제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문제로, 수사를 통해서라도 규명돼야 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있었다. 정·관·재계가 어떻게 최씨와 얽혀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그 민낯이 생중계됐다. 누리꾼의 실시간 제보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시민참여형 청문회 가능성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증인·참고인 출석 거부와 모르쇠 답변, 위증 등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증언·감정법과 형법상 ‘국회 회의장 모욕죄’ 형량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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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이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어두침침하고 섬뜩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말한 것처럼 현실은 어쩌면 인공지능 컴퓨터시스템이 우리 뇌 속에 심어놓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한지 모른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작금의 현실에 빠져들수록 디지털 지하세계 ‘다크웹’ 속의 극단적인 범죄자들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다크웹은 원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특히 독재국가의 시민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언론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익명성 보장이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익명성 보장이라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기능은 범죄자들에게 오히려 반가운 툴이었다. 이제 다크웹이라고 하면 은밀한 범죄왕국, 혹은 거대한 불법 거래시장 등을 연상시킨다. 살인청부, 보복 의뢰, 인신매매, 장기밀매 등의 거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접속하기 위해서는 토르라는 소프트웨어 툴을 통해 가능한데, 다운로드 수만 2015년 기준 1억6000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얼마 전 우병우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둔 후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민정수석실에서 국가의 모든 고급정보를 접하던 그가 민간인이 된 후 한 첫 번째 행동이었다. 그는 정보조작과 교란, 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대통령에게 법적논리를 제공하는 등 국정논란의 거대한 축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동안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지 않기 위해 그가 숨어들어간 곳이 다크웹은 아니었지만, 강력한 보안기능을 갖춘 메신저 텔레그램이었다. 2년 전 검찰과 경찰의 카카오톡 대화록 사찰과 검열 논란이 생기면서 카카오톡 탈출 러시가 벌어졌다. 1주일 만에 200여만명이 카카오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이동한 것이다.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고 김영한 비망록의 민간인,법조계 사찰에 대한 분석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의 민변,카카오톡 SNS,종교계을 계획 통제하려 했던 내용등을 공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나는 당시 ‘카카오톡 사찰의 교훈’이라는 칼럼에서 카카오톡 사찰이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창조경제의 기본원칙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 국내 이용자들을 불안케 해 결과적으로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느냐는 것이 칼럼의 요지였다. 최근에서야 창조경제가 그처럼 어설프고 엉성하게 진행되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일당은 창조경제까지 말아먹고 있었다. 문화융성사업 예산을 유린하던 차은택은 한동안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국민혈세에 빨대를 꽂고 지속적으로 이권을 강탈해 나가고 있었다. 최순실은 아직도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데이터 분석기술로 휴대폰 사용자가 어느 곳을 돌아다녔는지를 분석해 24시간 이후 사용자가 어디에 있을지, 20m 이내의 정확성으로 예측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최순실은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겨두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문과 대선 관련 자료, 외교문서까지 망라돼 있는 태블릿에 셀카까지, 모든 게 드러났는 데도 말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장관·차관은 물론 국가기관의 인사를 전횡하고, 딸을 부정입학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무원까지 내쫓는 모습은 다크웹의 위험한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의 정보독점과 왜곡은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그들은 그저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의 심부름꾼이고, 정보를 왜곡 조작하는 시정잡배와 다를 게 없었다. 사악한 정치권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조작을 통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박관천 전 경위나 조응천 전 비서관,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력이 말하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

혼란스럽다. 현실은 막장드라마보다 신선(?)하고 추악했으며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는 마약, 폭발물, 장물, 위조화폐, 장기밀매 등이 넘치는 다크웹이라는 가상공간보다 위험하고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와 사기, 음해와 협잡, 사찰과 갑질, 완장질 등은 소통하지 않고 군림하려는 정권이 남겨준 더러운 적폐다. 칼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없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마음만 먹고 달려든다면 완벽한 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안시스템은 책임자가 반드시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국가 개조작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권력의 정보조작이나 왜곡 등의 적폐를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정직하고 공평한, 특권 없는 사회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이다.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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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2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했다. 법 지식을 악용해 출석요구서와 동행명령장 수령을 피하는 방법으로 국회를 농락한 그는 인터넷에 수배 전단이 돌고,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리자 결국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게이트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위원들의 질의에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다. 대통령 측근과 고위 관료들의 비리 감시 등 민정수석 업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사판이다. 민정수석이라는 자가 이렇게 뻔뻔하고 무책임하니 박 대통령이 그렇게 됐는지, 아니면 밑에서 일하다보니 상사를 닮아서 그렇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가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심증은 더욱 분명해졌다.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등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문화계 실력자 차은택씨가 박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며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을 말아먹고 있었지만 낌새를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까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던 최씨와 차씨의 전횡을 대한민국의 수사·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민정수석이 몰랐다는 말을 믿으라는 소리인가. 그는 심지어 장모 김장자씨가 최씨, 차씨와 골프를 같이 쳤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이 있는데도 장모와 최씨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광주지검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와의 통화 내역이 담긴 해양경찰청 서버를 압수수색할 때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 사건 발생 당시 그가 최씨의 비위 행위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지만 조사하지 않고 덮었다는 경찰관의 증언이 있고, 그에게서 압력을 받았다는 광주지검 수사진의 진술도 있다. 청와대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다는 우 전 수석이 오히려 게이트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사건이 드러나자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려 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 전 수석은 개인 비리도 모두 부정했다.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청문회에서 밝힌 유일한 사실은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존경한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의 혐의는 물론 청문회에서 한 발언의 사실 여부까지 밝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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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어제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한 증언은 청와대가 그간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청와대가 수차례 국정농단 사태를 막거나 중지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걷어찼던 것이다. 권력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권력기관은 범죄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석수 전 감찰관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 “재단을 한번 만들면 없애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데, 정권 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들어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4~5월 처음 첩보를 보고 재벌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서울에서 체포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지난 11일 부산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감찰관은 “(부산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씨가 엘시티란 큰 사업을 부산에서 하는데 제대로 분양이 안되면 큰 사달이 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얘기가 돌아다녀 관심있게 봤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아들의 병역특혜 부분, (우 전 수석 부인 회사) ‘정강’이라는 기업의 횡령건 등 두 건에 대해 감찰을 진행했다”고 했다. 올 초 특별감찰관실과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조사하고, 검찰이 진지하게 수사했다면 이들 범죄 고리를 끊거나,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세 단계의 견제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실 조사는 막혔고, 민정수석실은 조사를 방해했다. 청와대는 이 건을 덮는 데 급급했고, 이 전 감찰관이 기밀을 누설했다고 몰아붙여 사표를 받아냈다. ‘우병우 라인’이 장악한 검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특별감찰관실을 제외하고 추문과 비위, 범죄를 방조 혹은 은폐·묵인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졌고,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불러왔다.

 

다음 청와대에서는 사람이 바뀐다고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 대통령과 고위인사 친·인척 비리와 사칭 범죄는 모든 정권에서 벌어졌고,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감시와 견제, 자정 기능을 확충해 예방해야 한다. 또 작은 범죄사실이라도 즉각 공개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 감시와 자정 체계를 얼마나 잘 만들어 시행할지, 그 개혁과제를 누가 잘 이행할지 유권자들이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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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악행으로 지난여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검사직을 수백억원대 부정축재 수단으로 활용하고도 계속되는 거짓 해명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점에 비하면 형량이 너무 낮다. 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서 공짜로 받아 120억원의 차익을 거둔 주식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무상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검사가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측근으로 검찰 내 실세였다. 김정주 대표는 검찰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주식을 준 것이 ‘보험’이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진 전 검사장과 한 식구였던 검찰은 징역 13년에 추징금 130억원을 구형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왼쪽)과 김정주 NXC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반면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찰관 숫자나 경찰차 파손 정도가 상당하고 극심한 교통혼란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를 책임지고 개최한 것이 징역을 살아야 할 중범죄인지 의문이다. 당시 경찰의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 도로를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조준 발사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비리 고위 공직자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부당한 정책에 항의한 이에게는 엄벌을 내리는 판결로는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여론과 법 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적절한 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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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는 여러 가지 눈물이 있다. 기쁨의 눈물, 억울한 눈물, 겁먹은 눈물, 회한의 눈물, 고통의 눈물, 웃음 끝의 눈물, 마지막 숨을 몰아쉰 눈물, 웃픈 눈물, 거짓 눈물….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상황에 맞춰 이름을 짓자고 하면 세상에는 사람들 생김새만큼이나 많은 눈물이 존재할 것이다.

이날의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을까. 지난 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날이다. 남보라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그는 오후 4시53분 청와대 위민1관 영상 국무회의실에 입장해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 신분’이란 껍데기만 갖게 된 그는 4분54초간 모두발언했고 우리는 TV로 이를 지켜봤다.

이후 TV로는 볼 수 없는 비공개 간담회가 이어졌다.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는 국무위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악수하며 개별 인사를 나눴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황교안, 유일호, 이준식 등 국무위원들과 한광옥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끝내 모두 함께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영국 BBC방송이 9일 페이스북 계정에 ‘박근혜가 탄핵안 가결로 한국 대통령직에서 축출됐다’는 문구와 함께 박 대통령의 사진을 올렸다. BBC 페이스북

우리는 최근 그의 눈물 몇 가지를 기억한다. 지난 1일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이후 35일간의 칩거를 깨고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로 변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점포 839곳 중 679곳이 소실된 곳이다. 소실된 점포 가운데는 2005년 당시 화재로 빚을 지고 아직 그 빚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들도 있다.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상인들의 피눈물이 뚝뚝 떨어진 자리다. 무엇을 위한 방문이었는지 그는 10여분간 일부 지역을 둘러본 뒤 시장을 빠져나왔다. “청와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지난달 4일의 눈물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2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다. 올해 최대 유행어를 낳은 이날 담화문에서 그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며 눈물을 보였다.

좀 더 시간을 돌려보자. 2년7개월 전 2014년 5월19일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9일 만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다. 그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두 줄기 굵은 눈물을 흘렸다. 또렷이 정면을 응시한 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비장한 목소리로 희생자들을 호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감사합니다”라는 맺음말에선 할 일을 잘해낸 사람의 당당함마저 느껴졌다. 그때까지도 닦지 않은 눈물은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때의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이후 그는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대통령의 눈물은 그때마다 회자가 됐다. 정치적 해석은 물론 심리학, 생물학 등 과학 영역의 분석 대상이 되기도 했다. 눈물샘의 위치, 주름살의 모양, 눈물이 맺혔다 내린 초시간, 흘러내린 뺨의 위치 등을 근거로 눈물의 진의를 따지는 정밀한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지지율을 올리는 반전도 낳았다. 반대로 조롱과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에도 자격이 있을까. 지난 3일 232만명이 촛불을 든 6차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조은화양의 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은화 엄마는 “지금도 팽목항에서 4월16일을 살고 있다”면서 “최소한 엄마로서, 최소한 사람으로서 은화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왜 세월호가 인양돼야 하는지 담담히 그 정당성을 얘기하는 엄마는 울먹이지 않았다. 말을 끝맺을 때서야 그리움과 억울함에 울음을 토했다.

대통령이 탄핵 후 국무위원들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 또 다른 눈물이 있었다. 국회 방청석에서 탄핵 표결을 지켜봤던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엄마들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탄핵 가결 후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겁게 입을 뗐다. “이제 시작이죠. 국민들의 힘이, 촛불의 힘이 이렇게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기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2초간 뜨거운 눈물을 속으로 삼킨 그는 대통령이 하루라도 더 청와대에 있는 것은 국민에게 고통이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 10일 탄핵 가결의 한 파고를 넘긴 광화문광장과 전국에서는 또다시 104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을 든 고사리손들도 많았다. 이날의 촛불은 한층 더 밝았고 더 예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황교안이 웬 말이냐” “김기춘·우병우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한상균을 석방하라”…. 소리 없이 자신의 몸을 태워 칠흑 같은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은 반전의 눈물을 허락지 않는다.

김희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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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인 미증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의 퇴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여전하다. 박 특검의 말처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 특검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특검은 국정농단으로 금이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95%의 촛불 민심으로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의 비리를 드러내 처벌하는 것 외에 망국적인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부하였던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사사로운 인연으로 나라의 명운이 달린 수사를 그르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리를 밝히는 것도 이제 특검의 몫이 됐다. 이들은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고 수사정보를 유출해 ‘부두목’ ‘행동대장’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과 사건 관련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김 전 실장은 최씨와 차은택씨 등 사건의 주범들을 이미 2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12월 민정비서관 시절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등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최씨가 막후에서 도왔다는 얘기까지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실망스럽다.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을 각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을 최씨 공범으로 규정하고 재벌 총수들을 소환할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검찰에도 당부한다. 특검이 임명됐지만 아직 시간은 있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비리 의혹 등 남은 수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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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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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의혹도 밝혀진 게 없다.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줬다가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몰래 변론’ 같은 개인 비리 외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씨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 개입해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벌 수사도 미완성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삼성 등 재벌과 청와대 간의 거래가 보다 정밀하게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검찰은 2주쯤 뒤 특검에 모든 수사 자료를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일이 산더미인데 몸만 풀다가 가는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수사팀은 검사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32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검찰 특별수사본부보다 인력이 적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120일이지만 대통령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90일이다. 검찰 수사마저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를 고려하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에 수사할 시간을 1~2주라도 더 주는 것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효과적이다. 정권에 굴종했던 검찰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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